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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쁘게 눈부시기 (문학과지성 시인선 615)

    • 서윤후 저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04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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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품 규격 정보
    상품상세정보
    ISBN ISBN-13 : 9788932043654
    쪽수1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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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끊어질 각오로 다시 태어나는 기분은 어때?”

     

    흘러가는 시간과 사라지는 것들

    기억의 파편으로 빚어낸 서늘한 아름다움

    존재의 균열을 끌어안는 서윤후의 다섯번째 시집

    2009년 『현대시』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해 예민한 감수성과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평단과 독자의 주목을 한 몸에 받으며 시, 에세이, 그림시 등 다양한 장르를 소화해온 서윤후 시인이 전작 『무한한 밤 홀로 미러볼 켜네』(문학동네, 2021) 이후 4년 만에 펴내는 다섯번째 시집이다. 시인은 2018낯선 이미지들의 병치를 통해 세대적 감각을 드러낸다”(심사위원 김기택·고봉준·김윤정)는 평을 받으며 제19회 박인환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사랑보다 상처를 앞서 배운 소년의 복잡한 내면, 죽음을 앞둔 노인이 보낸 여름 해변에서의 자취, 일상과 관념을 오가며 선보인 묵직한 통찰, 슬픔과 공존하며 타인을 보살피는 다정을 그린 네 권의 시집을 차례로 내놓았던 시인은 다섯번째 시집인 『나쁘게 눈부시기』에 이르러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유실된로부터 공동체의 가능성을 확인하며 서늘한 아름다움을 도출한다. “자신이 공간화한 기억의 안과 밖을, 그리고 그 경계에 놓인 자신을 조감함”(문학평론가 송현지)으로써 시간의 흐름이 품은 존재의 상실과 새로운 차원의 복원을 기록한 총 51편의 시를 4부로 나누어 묶었다.

    목차

    [목 차]
      

    시인의 말

     

    1부 햇빛이 모두에게 좋은 게 아니라면

    근하신년

    흑백판화

    미도착

    조용히 분노하기

    무늬는 조금 더 걷고 싶어 해

    나빠지길 기다린다

    이야기의 괴로움

    독화살개구리

    사프란

    햇빛 램프

    하엽 시간

    파본

     

    2부 즐거운 난기류

    고독지옥(孤獨地獄)

    그다지 슬프지 않은

    겟세마네

    들불 차기

    물길 빈티지

    유리가미

    대공황

    사랑의 천재

    블랙아웃

     

    3부 아무도 없는 우리

    아무도 없는 우리

    아무도 없는 우리

    겨울의 연인에겐 간단한 언어가 있다

    견본 생활

    체크인

    겨울 밀화

    오토리버스

    여름 테제

    망아와 유과

    Glitter

    얼어붙는 포옹들

    님만해민

    사랑이 보이지 않는 시대의 연인들

    커다란 얼굴로부터

    우연과 재회

    하록수림

     

    4부 여긴 따뜻한 이야기가 망쳐버린 혹한이었지

    킨츠기 교실

    유리 문진

    여진 속으로

    비산화

    귤 창고

    만년작

    [tsu]

    시립수영장

    흑설(黑雪)

    그라운드제로

    영과 거품

    나이트글로우

    무조(撫棗)

    비로소 함께할 것

     

    해설

    우리들의 킨츠기 교실·송현지



    [본 문]
      

    햇빛이 모두에게 좋은 게 아니라면, 나의 찡그림은 어디에서 빛나고 있었을까.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시원한 땅속을 걷는다. 콧잔등에 맺힌 땀을 닦으며 식물원 다음으로 갈 곳을 검색한다. 나를 움직이는 치명적인 것에 대해서도

    ―「독화살개구리」 부분

     

    왔던 방향으로 돌아가면

    잃어버린 길을 영원히 간직하게 된다

    손전등 불빛 하나가 너를 놓치고 멀어질 때

    망설임을 끝낸 돌들이 날아들기 시작한다

     

    너는 벌컥 쏟아지고 싶어진다

    강수량을 넘어서는 비의 굴절률로

    ―「하엽 시간」 부분

     

    방에는 밤새도록 빛나는 어항도 있군요

    어린 고양이와 내가 앞다퉈 칭얼거리는 방입니다

    주워 갈 게 없어 그만 돌아가는 신이 허탕 친 자리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서로를 지켜주기 위해 큰 소리로 울어야만 했지요

    ―「겟세마네」 부분

     

    사람들을 뒤뜰에 남겨두려고

    깨진 것 중 가장 날카로운 유리가미를 고른다

    끊어진 연을 주우러 또 올 수 있게

    ―「유리가미」 부분

     

    깨진 것을 이어 붙이며 무늬를 새겨 넣은 저 접시를 시작하는 접시라고 불러야 할까?

    유약을 바르고 기다리는 하품들

     

    선생은 시즈오카 언덕의 휘파람 조종사

     

    창밖 하늘엔

    영원히 날고 있는 비행접시

    ―「킨츠기 교실」 부분

     

    아름다운 생각이 오고 있으니까

    나는 머물러 있을게

    따뜻해지면 죽어가는 것들을 간병하면서

    ―「귤 창고」 부분

     

    우리는 온종일 축축한 물수건처럼 앉아 빈 전구를 들여다본다 슬픔을 감광하는 어둠이 눈동자에 붙어서는 떨어지지 않는다 서로를 알아볼 수 있었다는 게 신기하지 빛이 도착하지 않는다 서로의 이마가 충돌한다

    ―「나이트글로우」 부분

    추천사

    작가의 말

    돌아보지 않으려고

    나는 이 악몽을 받아 적고 있다.

     

    2025 4

    서윤후

    출판사 서평

    더 이상 기억을 보존하는 것 혹은 특정 기억의 상실을 바라는 것 자체에만 관심을 기울이는는 여기에 없다. 그 대신 이제 우리가 마주하는 것은 기억을 현재의 것으로 변환하려는 새로운의 모습이다.

    -송현지, 해설 「우리들의 킨츠기 교실」에서

     

    아름답고 쓸쓸한 고독의 입장

    사람들과 빛이 한데 흘러가는 풍경의 보온

     

    불행이 스스로 갖춰 입은 어둠을 눈부시게 바라보는 사람도 있으니까

    이야기마저 버리고 간 이야기는 누가 들을까

    나는 어디에 묻은 얼룩이라 지워지지도 않고

    희박해지는 풍경 속을 헤매고 있을까

    -「조용히 분노하기」 부분

     

    햇빛이 관념적으로 연상시키는 것들을 떠올려보자. 밝음, 따뜻함, 회복, 희망, 진리. 그러나 이를 반박하듯 시인은햇빛이 모두에게 좋은 게 아니라면이라는 가정을 달고 1부를 연다. 서윤후의 시는 막연한 다정을 지운 채 나를 움직이는 아름다움이 품은치명을 이해함으로써 세계를 재조직한다. 과거에 펴낸 시집에서 시인은 소년과 노인 화자를 통해 시간을 일주하고 상처의 속살을 열거나 굳히며 성숙해왔다. 마침내 현재 시점에서 존재의 변형 없이, 지나온 어둠을 반추하는 그의 눈에 들어온 풍경은 어떠한가. 시인은 아름다워서 눈부신 동시에 현상을 직시할 수 없게 만드는 빛의 속성을 감지한다. “손전등을 가지고 있었지만/가볼 만한 어둠이 없어서여전히 밝은 쪽에 서 있두 눈을 향해스스로겨누어보는 빛. “숨길수록 커지는” “숨을 곳이 의외로 많”(「흑백판화」)은 세계는 다시금 지울 수 없는 의심에서 출발한 긴 여정 속에 있다.

    「나빠지길 기다린다」에서내가 아는 이야기를/모두가 다 알고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던 날”, ‘의 비밀이자 시원(始原)인 이야기들이 절대적으로 희소한 무엇이 아님을 알게 된 때의 미묘한 절망. 그러나 심상한 일상의 풍경 속에서계속 만들어지는 균형이 있다. “여기저기 출렁이면서” “부러진 일순간을 잡아주세상의 부목을 시인은 놓치지 않는다. “교회 전단지와 함께 나눠 받은자일리톨 캔디를 입에 물고 믿음마저 몰래 반으로 접었던 시의 화자가 끝내 마주한 것은자일리톨 캔디를 입에 물고/반으로 접은” “종이비행기 날리며 노는 아이들이다. 그렇게 서윤후의 시는 절망 이후에 마주한 유희의 발견으로왔던 길을 다시 또박또박 걸어간다. “갈 곳이 없어 오래 걷기로” “맑은 물이 담긴 눈동자를 흘리지 않으려”, 화자는 존재의 구멍으로 쏟아지는 햇빛을 받으며 찡그린 얼굴로가도 가도 끝이 없는 시원한 땅속을 걷는다”(「독화살개구리」). “풍경을 점거하기 위해” “외우고 있던 창문을 모두 깨뜨”(「하엽 시간」)린다.

    이러한 깨어짐으로, 서윤후는 먼 길을 돌아왔으나 여전히 불가해한 시의 전면에 새로이 선다. 2부의 제목에서 보듯즐거운 난기류에 부딪친 아이들의 종이비행기를 좇아, 스스로 들불을 기다리는 들판이 되어내가 한 번 더 사랑한 것들” “나를 한 번 더 죽이는 것들”(「그다지 슬프지 않은」)을 노래하는 동안이야기가 익어간다. “비밀은 넓어질수록 편안해지는 법”(「겟세마네」)이라는 깨달음은로 한정된 세계의 바깥으로 독자의 시선을 돌리고, “들꽃”처럼 표표히 흔들리는 시상(詩想)으로 강렬한 아름다움을 발산한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잃어버린 수많은

    기억의 재생으로 그려낸 단 한 사람

     

    방패연 나비연 가오리연 반달연 삼동치마연…… 그 사이로

    나의 연이 창백하게 펄럭인다

    주름을 당기며

    기다린 시간만큼 실은 물레에 감겨 있어

     

    바람을 기다린다

     

    중심을 갖지 않으려고

    끊어질 각오로 다시 태어나는 기분은 어때?

    -「유리가미」 부분

     

    간절히 기다리지만한꺼번에 오지 않는 일그리하여나의 슬픔을 아껴주”(「물길 빈티지」)는 시적 질료는내 기억의 뒤뜰에 모여” “연을 날리는 사람들이 쥐고 있고, 형상화된 그들의 유희는 묵묵히 관찰하는 시인의 눈을 통해깨끗한 습자지 한 장”(「유리가미」) 위에 씌어진다. “깨진 것 중 가장 날카로운 유리가미(‘가미는 연싸움을 할 때 실에 입히는 유리 혹은 사기 가루를 가리킨다)골라 절망에 맞서는 화자의 태도는 깊은 울림을 준다. “끊어진 연을 주우러 또 올지 모를 사람들을 기대하며 서윤후 시의 화자는 영혼의 뒤뜰에 제 몫의 연을 들고 서 있다. 온 힘을 다해끊어질 각오로”, 기다림을 다시 기다림으로 이으며.

    이야기가 말라버린 자리에서 고독이 피워 올린 기억들은 잃어버린 아이(였던’)를 찾아내고, 풍경에 스며 있던 사람들을 찾아낸다. 시간이 은폐한비어 있는 숲을 거닐며 서윤후 시의 화자는 아마도 생명의 새로운 시작이자 꽃눈일가장 뾰족한 것을찾아쏟아지는 햇빛과 싸운다. 자리에오롯이 멎시간을 완성한다. 시인은 짧은 여름과 긴 겨울을 보내는 냉온대에서 우거지고 시드는 하록수림처럼 웅장한 윤곽을 그리며한여름에도 입김을 꿈꾸는 혼잣말이나 겨울에도 끝나지 않는 목마름”(「하록수림」)으로 시의 부재를 메워간다. 3부의 제목인아무도 없는 우리는 시절마다 아로새겨진 무수한의 총칭이라 읽어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너와 나는 가야 할 길이 다르므로, 만나고 헤어지는 사이에정전을 겪으며, 더는 우리로 움직일 수 없는 서로의 행위를 견딘다. 그렇게우리가 없어도 계속 재생되는 것들”(「아무도 없는 우리」, p. 63) 속에서우리가 살아내고 있는 단 한 사람을 향해 나아간다. 다시 만나리라는 기약도 없이, 수많은를 상실한 상태에서약속의 묘지”(「오토리버스」)인 세계를 껴안는다. 슬픔의바닥을 겪고「아무도 없는 우리」, p. 66) 더 높은 비상을 꿈꾸며, 이 시집의 이야기는다른 이야기로 번져나”(「오토리버스」)간다.

    4부의 첫 시 「킨츠기 교실」에서 깨진 접시를붙여 메우는공예 기법인 킨츠기는 시집 전체를 아우르는 강력한 상징으로 등장한다. 시인이 집요하게 추적해온 뒤엉킨들의 곁에서 같은 하늘을 공유한 사람들. “녹차밭 언덕에 누워 있는자신의 캐릭터를 그리고비웃지 마. 내가 스스로 넘어진 거야!”라 낙서한 선생의 수업은 오랜 기다림 끝에 마음의 산산조각을 이어 붙인 자만이 취할 수 있는 쓰라린 유머를 담고 있다. 앞서 1부에서 교회 전단지로 아이들이 접어 날린 종이비행기는, 정교한 공예로 재탄생시킨 깨진 접시를 빗댄영원히 날고 있는 비행접시와 조응하며 시인이 올려다본 하늘에 떠 있다. 이 긴 여정의 출발은혼자였지만 대단원에 이르러함께로 이어진다. 시절마다 떨어뜨리고 온들을 기억 속에서 한눈에 알아보는 서윤후 시의 화자는, 나아가선생처럼 균열을 품은 존재들을 알아보고빛이 도착하지 않는”(「나이트글로우) 곳에서 그들과 이마를 맞댄다. 어둠 속에서 서로의 이마가 충돌할 때 비로소 번쩍이는 빛. 흉터를 드러내는 킨츠기의아름다움에 대한 정의와이어 붙인 대로 다시 깨질 수 있”(「킨츠기 교실」)는 접시의 운명은 절박해서 더욱 빛난다.

    시집의 해설을 맡은 송현지의 말처럼, “여러들의 합으로 이루어진서윤후식 우리는 사라졌지만, 같은 문제를 고민하며 앞으로 나아가려는 이들이 모여 만들어진 새로운우리를 시인은 내보인다”. ‘우리에게는 제각각의 몸짓으로 뒤엉켜 함께끄덕여온”(「대공황」) 시간이 있다. “앉아 있던 자리에 돌을 올려두고 떠나면” “더 크고 무거운 돌을 올려놓”(「유리 문진」)는 누군가처럼, 홀로인 존재에 노크하는 사물과 타인이 수많은함께를 이루며(「비로소 함께할 것」) “새로운 기다림을”(「귤 창고」) 연다. “날씨와 시간을 잃”(「만년작」)어도겨우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일을 하려고 가라앉지 않”(「시립수영장」)을 것이다. “가파른 언덕”([tsu])을 가르며 순응하지 않음으로써 침묵하지 않음으로써 새로이 씌어진 서윤후의 시는 나쁘게 눈부시다.

     

     

    ■ 뒤표지 글(시인의 산문)

     

    우리를 지나온 표정들을 모두 그려 넣을 수 있을 만한 커다란 얼굴을 찾고 있다.

    돌아보는 데 몇백 년씩 걸리는

    눈물을 닦는 데 희대의 유머가 필요한 얼굴을

     

    황량한 뺨 위로 떨어진 속눈썹 하나를 줍느라

    그동안 사람들에게 너무 많은 찡그림을 보여준 것이다.

    나는 그렇게 웃고 있다.

    저자 소개
    저자 : 서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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