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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중도 배웅도 없이(창비시선 516)

    • 박준 저
    • 창비
    • 2025년 04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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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품 규격 정보
    상품상세정보
    ISBN ISBN-13 : 9788936425166
    쪽수1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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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품구성단행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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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시간은 우리를 어디에 흘리고 온 것일까

    모두의 기다림에 응답하는 박준이라는 따뜻함

    이번에도 슬픔은 아름답고, 위로는 깊습니다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문학동네 2012)와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문학과지성사 2018)로 한국시 독자의 외연을 폭넓게 확장하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여준 박준의 세번째 시집 『마중도 배웅도 없이』가 출간되었다. 시인은 일상의 소박한 순간을 투명한 언어로 포착하는 특유의 서정성으로 신동엽문학상, 박재삼문학상, 편운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등을 잇달아 수상하며 문학성 또한 공고하게 입증해왔다. 7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시집은 그리움과 상실마저 아릿한 아름다움으로 그려내는 미덕을 고스란히 계승하면서도, 한층 깊어진 성찰과 더욱 섬세해진 시어로 전작들을 뛰어넘는 완성도를 보여준다. 특히 살면서 놓쳐버린 것들, 어느새 잊힌 것들의 빈자리를 어루만지는 손길이 시대와 개인 모두와 조응하며 남다른 공감을 선사한다. “슬픔이 지나간 자리에 함께 앉아 조용히 등을 내어주는 시집”(추천사, 이제니)이라는 말처럼, 박준의 위로가 고요히 존재하는 삶들에 불어넣는 숨결이 어느 때보다 따뜻하다.

     

    조용하지만 강력한 울림,

    애틋한 온기로 빚어낸 푸릇한 생명력

     

    ‘당신’을 향한 애정 어린 호명은 여전히 빛을 발한다. 독자들은 박준 시에 등장하는당신에 특별한 친근감을 느껴왔는데, 이는 그 호명이 단순한 연애감정을 아득히 초월해 존재의 깊은 곳에 가닿기 때문이다. “하나의 답을 정한 것은 나였고/무수한 답을 아는 것은 당신이었다”(「귀로」)라는 구절에서 보듯이 시인의당신존재의 높은 이름”(해설, 송종원)이다. 늘 우리 곁에 있는 이들을 높임으로써시인을 배움으로 이끄는 것은 물론 사람 안의 하늘을 경험하게 해준다.”(해설) 이러한 자세 때문인지 이번 시집은 삶의 주변부와 외진 장소에 화자를 두는 일이 잦아졌다. 그곳에서 발견한 소박하지만 숭고한 사람들의 언어와 삶이 풍부하게 담겼다. 일상적이지만 품격 있는 이들의 말과 행동이, 박준이라는 필터를 거치며 진정성 있는 서정으로 거듭난다. “삶은 너머에 있지 않았고 노래가 되지 못한 것만이 내 몸에 남아 있습니다”(「공터」)라는 깨달음도 이 덕분에 반짝 빛난다.

    박준의 시는 다소 과묵하다. 말을 많이 부려내어 정서를 장황하게 풀어내기보다는, 오히려 말을 삼키고 그 여백 속에 감정을 스며들게 하는 방식으로 독자에게 다가간다. “소리 없이/입 모양으로만/따라 부르”(「초승과 초생」)듯이 최소한의 언어로 최대한의 울림을 전한다. 이는 시인이 일정한 경지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미음을 끓입니다 한 솥 올립니다라는 간단한 행위가나는 아직 네게 갈 수 없다 합니다로 마무리되는 것처럼(「마음을 미음처럼」), 말하지 않은 것들이 말해진 것보다 더 크게 다가와 읽는 이로 하여금 상실의 무게와 그 안의 애잔한 온기를 동시에 느끼게 한다. 송종원은 이를혼잣말로 화하게 하는시인의 힘이라 평하며, 박준이철저한 없음을 견디는 동시에 그 빈자리에서 피어나는 정서의 깊이를 독자와 공유한다고 보았다. 이 간결함은 단순한 절제가 아니라, 시인이 삶의 결락을 직시하고도 여전히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은 성숙한 태도를 지녔다는 증거다. 그래서 독자들은정말 아무것도 없으니까”(「손금」)라며 시의 화자가 텅 빈 손을 들여다보면서도, 다시네가 두고 간 말을 아직 가지고 있어”(「다시 공터」) 하고 중얼거리는 순간 저마다의 빈자리를 돌아보게 된다.

    이번 시집은 상실을 감싸고 넘어서는 생명력 덕분에 더욱 특별하다. “마중도 배웅도 없이 들이닥치는 것들”(「손금」) 앞에서도겨울을 지나는 수련처럼”(「수련」) 뿌리 깊은 생명력을 잃지 않는다. 이는 얕은 희망이나 허황된 회복의 기대와는 다르다. 상실로 텅 빈 자리에서도빛과 그늘과 바람과 비를 맞이하는 화분”(「오월에는 잎이 오를 거라 했습니다 (…)」처럼 고요히 존재하는 힘이다. 바로 이 힘이 상실의 경험을 깊숙이 응시하고, 그것을 삶의 일부로 온전히 받아들이는 법을 알려준다.

     

    “『마중도 배웅도 없이』는 조용히 다가와 오래 머무는 언어들로 채워져 있다.”(추천사) 시집 군데군데에서 느껴지는 여백마저 독자들에게 더욱 풍요로운 감성을 제공한다. 조용하지만 강력한 울림으로 삶의 진정한 의미를 새삼 돌아보게 한다. “낯선 길에서 누군가와 눈인사나 하고 싶어”(「생일과 기일이 너무 가깝다」)지는 마음이 뭉근하게 일어나게 한다. 이것이 많은 이들이 박준의 시를 아껴 읽는 이유일 것이다. 평소 시를 즐기지 않는 이들의 마음에도 시인은 자신의 이름을 올곧게 새겨왔다. 그의 시를 기다려온 모두가 이 한권에 담긴 깊은 숨결과 묵묵한 사랑에 다시금 마음이 젖을 것이다.

    목차

    [목 차]
      

    1부ㆍ부르며 그리며 짚어보며

    지각

    미아

    이사

    마름

    아침 약

    오월에는 잎이 오를 거라 했습니다 흰 것일지 푸른 것일지 알 수는 없지만 팔월이면 꽃도 필 거라 했습니다

    앞으로 나란히

    손금

    초승과 초생

    섬어(譫語)

    세상 끝 등대 5

    소일

    우리 없는 곳까지

    장악

     

    2부ㆍ묽어져야 합니다

    은거

    설령

    공터

    마음을 미음처럼

    다시 공터

    소백

    아래 흰빛

    바람의 언덕

    꿈속의 사랑

    높고 높은 하늘이라 말들 하지만

    아껴 보는 풍경

    밥상

     

    3부ㆍ겨울을 지나는 수련처럼

    낮달

    연립

    동네

    경기도 파주시 파평면 397-1

    능곡빌라 3

    잔치

    도화

    수련

    새로운 버릇

    바닥

     

    4부ㆍ일요일 일요일 밤에

    인사

    일요일 일요일 밤에

    낮의 말

    밤의 말

    만약에

    블랙리스트

    귀로

    동강

    가나다라

    소인

    오월

    팔월

     

    산문

    생일과 기일이 너무 가깝다

     

    해설|송종원

    시인의 말



    [본 문]
      

    나의 슬픔은 나무 밑에 있고

    나의 미안은 호숫가에 있고

    나의 잘못은 비탈길에 있다

     

    나는 나무 밑에서 미안해하고

    나는 호숫가에서 뉘우치며

    나는 비탈에서 슬퍼한다

     

    이르게 찾아오는 것은

    한결같이 늦은 일이 된다

    -「지각」 전문

     

     

    사람들에게 휩쓸려 잡고 있던 손은 놓치고 가방까지 어딘가에 흘리고 그렇게 서로를 잃어버렸을 때 다른 곳으로 가면 안 돼 잃어버렸다는 생각이 처음 든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어야 해 네가 나를 찾을 필요는 없어 내가 너를 찾을 거야

    -「미아」 전문

     

     

    소리 없이

    입 모양으로만

    따라 부르다보면

     

    중간중간

    노랫말을 잊겠지만

     

    그리하여 여음으로만

    사이를 채워야 하겠지만

     

    이제 어느 누가

    이를 잘못이라 하겠습니까

    -「초승과 초생」 부분

     

     

    어머니는 꽃을 좋아하지만 좀처럼 구경을 가는 법이 없다 지난봄에는 구례 지나 하동 가자는 말을 흘려보냈고 또 얼마 전에는 코스모스 피어 있는 들판을 둘러보자는 나의 제안을 세상 쓸데없는 일이라 깎아내렸다 어머니의 꽃구경 무용 논리는 이렇다 앞산에 산벚나무와 이팝나무 보이고 집 앞에 살구나무 있고 텃밭 가장자리마다 수선화 작약 해당화 백일홍 그리고 가을이면 길가의 국화도 순리대로 피는데 왜 굳이 꽃을 보러 가느냐는 것이다 만원 한장을 몇 곱절로 여기며 살아온 어머니는 이제 시선까지 절약하는 법을 알게 된 듯하다 세상 아까운 것들마다 아낀다는 것이다

    -「아껴 보는 풍경」 전문

     

     

    살기가 온기였는지

    온기가 살기였는지

     

    묻은 것 없고 묻어날 것도 없이

    다짐하지 않아도 되는 생각으로

    새벽을 처음 가르는 눈처럼

     

    다시 올 거라면

    너는 그렇게 와

    -「잔치」 부분

     

     

    일신병원 장례식장에 정차합니까 하고 물으며 버스에 탄 사람이 자리에 앉았다가 운전석으로 가서는 서울로 나가는 막차가 언제 있습니까 묻는다 자리로 돌아와 한참 창밖을 보다가 다시 운전석으로 가서 내일 첫차는 언제 있습니까 하고 묻는다

    -「일요일 일요일 밤에」 전문

     

     

    볕 아래 나와 앉아

    바탕을 칠한다

     

    밝은색부터

    겹쳐 그리는 너든

     

    어두운 것이라면

    먼저 대고 보는 나든

     

    숨 하나만을

    그으며 여기까지 왔으니

     

    이제 우리는

    점점 뭉툭해지는

    서로를 견뎌야 한다

    -「도화」 전문

    추천사

    작가의 말

    다음 길은 얼마나 멀까

    벗들은 여전히 나를 견디어줄까

    길섶 드리워진 그늘마다 다시 짙을까

    눈도 한번 감지 못하고

    담아두어야 하는 것들이

    나를 너에게 데려다줄까

    2025년 봄

    박준

    이제니 (시인)

    『마중도 배웅도 없이』는 조용히 다가와 오래 머무는 언어들로 채워져 있다. 관계의 거리감, 지나간 시간에 대한 회고, 말하지 못한 감정들의 잔여를 섬세하게 떠올린다. 이전의 시집들이 상실과 그리움, 그 곁의 사랑에 대해 온건하고 단정한 언어로 이야기해왔다면 이번 시집은 그 감정의 결을 더욱 구체적이고 서사적인 장면들로 드러낸다. 장면들 속의 마음은 느슨한 문장들로 묶인 채 더욱 깊이 고여 있다. 문장 사이의 공백과 쉼, 비워진 자리를 응시하는 일은 지나간 마음의 흔적을 수집하고 기록하는 한 사람의 일기처럼 읽힌다.

    이번 시집은 단지 감정을 전하는문장이 아니라, 정직하게 한 시절을 건너온 사람만이 쓸 수 있는태도로까지 확장된다. 삶의 표면을 넘지 않으면서도, 가장 깊은 데까지 가닿는 언어의 온도. 박준은 이제말을 고르는 시에서말이 지나간 자리를 들여다보는 시로 옮겨 왔다. 그리하여 이 언어들은 감정이 머물렀던 자리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마중도 배웅도 없이』는 누군가를 기다리다 끝내 보내지 못한 사람, 보내고도 여전히 기다리는 사람, 그 모두를 위한 시집이다. 이 시집은 독자의 슬픔을 위로하려 들지 않는다. 슬픔이 지나간 자리에 함께 앉아 조용히 등을 내어주는 시집이다. 박준은 언제나 덜 말하는 방식으로 더 많은 울림을 전해왔다. 우리가 읽어내야 할 것은 말하지 않은, 그러나 너무나 많은 말들로 넘실거리는 그 모든 여백일 것이다.

    출판사 서평

    저자 소개
    저자 : 박준 (朴濬)

    1983년 서울에서 태어나 2008년 『실천문학』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계절 산문』 등이 있다. 신동엽문학상, 박재삼문학상, 편운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을 수상했다.

    도서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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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용자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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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k0***
    • 2025.04.19

    자신을 조용히 관조할 수 있는 시간이 되어주는 책입니다.

      사용자 평점
      5
      구매
      • iminb***
      • 2026.06.25

      라디오프로그램 진행할 때 우연히 듣고 알게 된 박 준시인~젊은 시인임에도 60대 후반인 제가 많은 공감을 느껐던 생각이 나네요

        이 책이 포함된 테마
        • 2025.05.28

        6월의 문학, 시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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