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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지 우리가 잠시 머무는 곳 - 동물원부터 생츄어리까지 사람과 동물이 마주 선 십 년의 기록

    • 왕민철 저
    • 문예출판사
    • 2026년 10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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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품 규격 정보
    상품상세정보
    ISBN ISBN-13 : 9788931027198
    쪽수3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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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품구성단행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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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우리는 다르게 만날 수 있을까?

     

    〈동물, 원〉 〈생츄어리〉 〈단지, 우리가 잠시 머무는 곳〉

    ‘동물 삼부작’ 다큐멘터리스트 왕민철 에세이

     

    ★★ 김현미, 황미요조, 김정호, 최태규 추천 ★★

     

    서서히 젖어 들고 스며들어

    마침내 탄성을 자아내는,

    단단하고 시적인 문장으로 포착한

    사람과 동물이 빚어낸 풍경들

     

    왕민철 감독은 2019년 개봉한 〈동물, 원〉을 시작으로, 〈생츄어리〉, 〈단지, 우리가 잠시 머무는 곳〉으로 이어지는 다큐멘터리 영화 ‘동물 삼부작’을 연출했다. 〈동물, 원〉의 첫 촬영일부터 〈단지, 우리가 잠시 머무는 곳〉 첫 상영까지 걸린 시간은 십 년. 십 년간 동물과 사람에 관한 영화를 만들어온 셈이다.

     

    『단지, 우리가 잠시 머무는 곳: 동물원에서 생츄어리까지, 사람과 동물이 마주 선 십 년의 기록』은 ‘동물 삼부작’ 십 년에 대한 또 다른 기록이다. 그러나 세 영화의 후일담이나 제작 과정 및 비화와는 거리가 멀다. 십 년의 세월을 지나온 시점에 쓴 이 글은, 세 영화의 주제와 결을 공유하는 동시에 그 이면에 놓인 또 다른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그러니까, “단단히 연결된 이야기는 아니지만 결정적일 수도 있는, 세 영화의 바탕이 되었을 이야기”에 관한 기록이자 “십 년에 걸쳐 하나의 주제로 세 편의 다큐멘터리를 찍은 이유를 찾아가는 여정”에 관한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 있다.

     

    그사이 아무것도 변한 게 없는 것만 같은 현실 속에서도, 많은 것이 조금씩 변해왔다. 이 책은 그다음 변화를 위한 고민의 밑절미들을 군데군데 내보인다. 우리가 현재 동물과 관계 맺는 방식을 한걸음 떨어져 바라볼 수 있다면, “매일 아침 똥을 치우고 사료를 섞는 반복되는 육체노동” 속에서 생명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발견할 수 있다면, 사람과 동물이 함께하는 시간과 공간의 내용을 지금과 달리 채워낼 수 있다면……. 우리는 사람과 동물이 서로의 이름과 개성을 기억하며 공존하는 관계의 새 국면을 마침내 열어낼 수 있지 않을까.

    목차

    [목 차]

    추천의 말

    프롤로그

     

    1부 동물원 가는 길

    청주의 동물원

    무성영화

    동물원 밖의 기억

    흔적과 기록

     

    2부 동물원의 안

    물범 가족

    박람이

    두 사람

    순하

    대체 가능한 것들

     

    3부 동물원의 밖

    고향이 아닌 곳

    남겨두고 온 것

    백로의 자리

    나무를 자르다

    고라니의 농수로

     

    4부 곰의 몸, 사람의 마음

    곰

    화천이라는 곳

    돌보는 일

    티베트의 곰

     

    에필로그



    [본 문]

    · “전 동물원 반대론자예요. 밥 벌어먹으려고 들어왔지만 동물원이 싫었어요.”

    첫 인터뷰에서 청주동물원의 김정호 수의사는 그렇게 말했다. 한 시간가량의 인터뷰가 거의 끝날 무렵이었다. 동물원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들을 것이라 기대하지 못한 이야기였다.

    ㅡ p.10

     

    · 〈동물, 원〉의 첫 촬영일이 2015년 10월이고 2025년 9월 〈단지, 우리가 잠시 머무는 곳〉의 첫 상영이 있었으니 십 년간 ‘동물에 관한 영화’를 만들고 선보인 셈이다. 그러나 정확히 말하자면 세 영화가 관심을 두는 부분은 조금씩 다르다. 동물원이란 공간에 대한 호기심으로 출발해 동물에게로 그리고 결국은 사람에게 옮겨갔다.

    ㅡ p.12

     

    · 세 편의 영화를 이어주는 것은 당연히 ‘동물’이지만 그보다 더 깊은 곳에 놓여 있는, 느슨하지만 확실히 이어져 있는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했다. 단단히 연결된 이야기는 아니지만 결정적일 수도 있는, 세 영화의 바탕이 되었을 이야기들을 찾고 싶었다.

    ㅡ p.13

     

    · 사람에게는 묻고 그 마음을 헤아려볼 수 있지만 동물의 마음을 헤아릴 수는 없다. 어쩌면 헤아려보려는 노력조차 옳은 일이 아닌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그들의 기록과 역사, 이름에 집착하게 된다. 어디서 왔으며 어느 곳에서 자리를 잡고, 어떻게 있었는지. 어떤 이름으로 불리고 어떻게 떠났는지.

    ㅡ p.14

     

    · 물범사는 텅 비었고 비는 거의 잦아드는 중이었다. 물범사 난간 앞에 고무장갑과 모자, 우산이 놓여 있었다. 전은구 사육사는 아무도 없는 물범사 바닥에 호수를 끌어다 물을 뿌렸다. 바닥에 떨어진 나뭇조각을 울타리 밖으로 던졌다. 앞으로 사용하지 않을, 곧 사라질 곳을 청소했다.

    ㅡ p.83

     

    · 박람이가 평생을 지낸 곳은 사방이 열대여섯 걸음 정도인 야외 방사장과 그보다 작은 크기의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내실이 전부였다. 그게 박람이에게 허락된 자리였다.

    ㅡ p.99

     

    · 수술 부위를 케어하고 욕창을 치료하기 위해 반복되는 마취를 박람이는 견딜 수 있을까. 이해할 수 없는 고통을 견디게 하는 것이 옳을까. 수많은 질문이 생겼지만 당장은 누구도 물을 수 없었다.

    ㅡ p.103

     

    · 광주동물원에 간 순하가 어떻게 살고 있나 아무리 인터넷을 뒤져봐도 근황을 알 수는 없었다. 직접 동물원을 찾아가본다고 하더라도 무리를 이루고 있는 하이에나 사이에서 순하를 구분해낼 수는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어쩌면 ‘순하’라는 이름 대신 새로운 이름으로 불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ㅡ p.135

     

    · 직지가 죽었다. 조촐한 추도식을 하려고 하니 참석해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ㅡ p.136

     

    · 동물원에서 죽는 동물은 적지 않다. 하지만 왜 죽었는지, 그로 인해 무엇을 바꾸면 될지에 관해 공개적으로 논의하거나 정리된 자료가 축적되고 있지는 않다. 모두가 필요를 느끼지만, 아직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가 없다. 

     ㅡ p.153~154 

    · 동물원에서 다루는 공식적인 서류에는 개체의 이름이 적히는 곳이 어디에도 없다. 종의 이름과 숫자가 적힐 뿐이다. 물범 두 마리가 죽고 두 마리가 새로 들어와 이름을 물려받는 것은 동물원에서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동물원의 동물은 항상 대체되고 있었다. 오랜 시간 동물원을 들여다보고 있었으면서도 그 사실은 알지 못했다. 알지 못하니 물을 수도 없었다.

    ㅡ p.157

     

    · 〈생츄어리〉를 촬영하던 2020년 5월, 청주동물원에서 백로를 방사하기로 했다.

    ㅡ p.191

     

    · 청주동물원의 물새장을 벗어난 스물네 마리의 백로들은 제자리를 찾았을까. 그 자리에서는 오래도록 머물 수 있었을까.

    ㅡ p.201

     

    · 처음에는 그곳을 점유하고 있는 건축물과 주변 환경이 공간을 구성하는 전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안의 공기를 결정짓는 것은 결국 그곳에서 살아가는 존재들이다.

    ㅡ p.202

     

    · 2014년부터 사 년에 걸쳐 정부는 사육곰 농장의 모든 곰을 대상으로 중성화 수술을 했기 때문에 농장에서 태어나는 곰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그렇듯 계획의 균열을 정확히 찾아낸다.

    ㅡ p.237

     

    · 팔십여 마리의 곰들이 움직이는 소리와 몸을 철창에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하지만 그 소리는 크지 않았다. 이런 광경에서는 더 큰 소리가, 양손으로 귀를 막아도 소용 없을 정도의 비명이 들려야 할 것 같았다. 그러나 이곳은 너무 조용했다. 

     ㅡ p.241~242

    · 새끼 곰 두 마리는 겁에 질려 여러 사람이 쳐다보는 철창의 반대쪽에 매달려 있었다. (…) 그들이 태어나 계속 살아온 이곳을 보면 주삿바늘 정도의 고통은 아무것도 아닐 것 같았다.

    ㅡ p.242

     

    · 목적을 가지고 키워져 어디로도 갈 수 없는 곰을 목적 없이 키우는 것. 그로부터 아무것도 생산해내지 않는 것. 그냥 그 삶이 다할 때까지 곁을 지키며 곰들의 하루하루 삶을 위해 자신의 삶을 쓴다는 것은 쓸모없는 일처럼 보이기도 하고, 동시에 숭고한 희생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영화를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ㅡ p.247

     

    · 매일 밥을 주고, 청소하고, 상태를 기록한다. 하루가 지나고 한 주가 지나도 눈에 띄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 곰들이 그 돌봄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알 길은 없다. 그 모든 정성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가두고 있는 것이 인간이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ㅡ p.280

     

    · 매일 아침 똥을 치우고 사료를 섞는 반복되는 육체노동만이 이 불확실한 관계 속에서 유일하게 만져지는 세계다. 결국 내가 카메라에 담을 수 있는 것은 그것들뿐이다.

    ㅡ p.286

     

    · 아직은 낯선 그 이름을 소리 내 읽다 보니 익숙한 이름들이 떠오른다.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이름, 여럿이 물려 쓰던 이름,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은 이름. 그 이름을 하나하나 끄집어내 여기에 적고 싶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 건 아무리 긴 목록을 만들어 적더라도 끝이 나지 않거나, 그 목록에서조차 빠질 이름이 있을 것이기에. 설령 완벽한 목록을 만들더라도 끊임없이 덧붙여질 것이기에.

    ㅡ p.301

    추천사

    김현미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이 책은 인간이 가두지 않았다면 애초에 필요하지 않았을 동물 돌봄이라는 근본적인 모순을 직시하면서도, 인간이 동물과 맺는 사랑과 연민, 책임과 망설임의 의미를 쉽게 지워버리지 않는다.

     

    황미요조 (영화평론가)

    이 책에는 동물원을 없애야 한다는 문장도, 돌봄이 아름답다는 문장도 없다. 대신 이름으로 기록될 수 없는 존재들의 시간이 있다.

     

    김정호 (청주동물원 수의사)

    왕민철 감독의 영화는 예술에 머물지 않고 현실에서 동물의 삶을 바꾸었다. 이 책도 그러기를 바란다.

     

    최태규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 대표)

    이 책은 흑백사진처럼 지금 일어나는 일에도 슬쩍 거리를 두고 숨을 돌릴 틈을 준다. 마냥 편하지도 않고 섣불리 끼어들지도 않는 이 기록을 고마운 마음으로 추천한다.

    출판사 서평



    우리는 다르게 만날 수 있을까?

    〈동물, 원〉 〈생츄어리〉 〈단지, 우리가 잠시 머무는 곳〉
    ‘동물 삼부작’ 다큐멘터리스트 왕민철 에세이

    ★★ 김현미, 황미요조, 김정호, 최태규 추천 ★★

    서서히 젖어 들고 스며들어
    마침내 탄성을 자아내는,
    단단하고 시적인 문장으로 포착한
    사람과 동물이 빚어낸 풍경들

    왕민철 감독은 2019년 개봉한 〈동물, 원〉을 시작으로, 〈생츄어리〉, 〈단지, 우리가 잠시 머무는 곳〉으로 이어지는 다큐멘터리 영화 ‘동물 삼부작’을 연출했다. 〈동물, 원〉의 첫 촬영일부터 〈단지, 우리가 잠시 머무는 곳〉 첫 상영까지 걸린 시간은 십 년. 십 년간 동물과 사람에 관한 영화를 만들어온 셈이다.

    그의 영화는 동물과 동물권을 소재로 하는 대개의 영화들과 다르다. 즉각적인 개입을 요구하는 절박함, 간절함에 호소하지 않아서일 테다. 대신 차분한 관찰자의 자리로 관객을 초대한다. 가만히 지켜보게 한다. 왕민철 영화의 마법은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 멀리 떨어져 관찰하는 동안 사안을 바라보는 관점은 넓어지고, 사유는 깊어지며, 지금까지와는 다른 행동을 고민하기 시작한다. 차분한 호흡과 시선을 거쳐, 우리는 이미 변해 있다. 왕민철의 영화는 다큐멘터리가 어떤 변화를 촉발할 수 있는지에 대한 하나의 근사한 대답이 되어준다.

    사람과 동물이 만나는 자리와 시간에 대한 사려 깊은 관찰
    그리고 그로부터 솟아나는 사유와 여운의 순간들

    『단지, 우리가 잠시 머무는 곳: 동물원에서 생츄어리까지, 사람과 동물이 마주 선 십 년의 기록』은 ‘동물 삼부작’ 십 년에 대한 또 다른 기록이다. 그러나 세 영화의 후일담이나 제작 과정 및 비화와는 거리가 멀다. 십 년의 세월을 지나온 시점에 쓴 이 글은, 세 영화의 주제와 결을 공유하는 동시에 그 이면에 놓인 또 다른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그러니까, “단단히 연결된 이야기는 아니지만 결정적일 수도 있는, 세 영화의 바탕이 되었을 이야기”에 관한 기록이자 “십 년에 걸쳐 하나의 주제로 세 편의 다큐멘터리를 찍은 이유를 찾아가는 여정”에 관한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 있다. 영화에 포함된 이야기도 있지만, 영화를 초과해 다른 길을 터주는 이야기도 많다.

    인상적인 건 이 책의 문장이다. 왕민철의 문장은 그의 카메라를 닮았다. 확신에 찬 단정, 울분에 찬 주장, 신념이 깃든 호소는 없다. 그의 카메라와 마찬가지로, 판단하지 않는 자리에 서 있는 관찰자의 시선을 견지한다. 그런데도 어느새 사람과 동물이 함께하는 사건과 풍경의 한복판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나아가 그곳에서 길어낸 짙은 여운과 깊이 있는 성찰을 매개로 변화를 향한 한 발짝을 조심스레 어디로 내디딜지 차근히 고민하게끔 한다. 바로 여기서 동물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즉각적이고 시급한 개입만큼이나 중요한 무언가가 솟아난다. ‘우리’, 즉 사람과 동물은 어떻게 다르게 만나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관계 맺을 수 있을지에 대한 가능성의 모색 말이다.

    ‘동물 삼부작’으로 다섯 개 영화제에서 여덟 개의 상을 휩쓴
    왕민철 감독이 들려주는 동물과 사람 이야기

    『단지, 우리가 잠시 머무는 곳』은 총 4부로 구성되었다. 1부 ‘동물원 가는 길’에는 ‘동물 삼부작’을 시작하기까지의 여정이 담겼다. 왕민철 감독의 기억 속 동물과 연계된 파편들의 흔적을 갈무리하고, 어떻게 첫 영화 〈동물, 원〉을 시작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어릴 적 몰래 철망을 넘어 동물원을 구경한 일화부터, 동물원에서 일하면서도 자신은 동물원 반대론자라 말하는 김정호 수의사와의 만남, 그리고 동물원의 일상적 풍경 등이 그려진다. 꿈 같은 유년기의 기억에서 출발해 동물원에서 영화를 찍기 시작하기까지의 여정은 토끼 굴에 들어가 환상 여행을 시작한 앨리스 이야기를 거꾸로 뒤집어놓은 듯해, 책의 근사한 서두가 되어준다.

    2부 ‘동물원의 안’은 청주동물원에서 만난 여러 동물의 이야기를 담았다. 시작은 더 좋은 환경에 보내려 이송을 계획했으나 예상치 못한 변수가 연달아 발생해 그중 일부가 세상을 떠나고 만 물범 가족 범돌이, 범순이, 초롱이, 반짝이 이야기다. 이는 뒤이어 나오는 동물원의 상징과도 같았던 나이 든 호랑이 박람이, 또 다른 나이 든 동물인 곰 반순이 이야기와 맞물려 동물원에서의 삶과 죽음, 그리고 그들을 돌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깊은 울림으로 전한다. 이들의 이야기는 인간의 필요 때문에 갇혀 지내면서도, 그 안에서 인간의 보살핌으로 살아가는 동물과 사람의 복잡하게 뒤엉킨 관계성을 살며시 드러낸다. 여기에 무리 생활을 해야 하는데 홀로 남게 된 하이에나 순하 이야기, 동물원에서 한 동물이 사라진 이후 새로운 동물로 대체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뒤따른다. 자연환경보다 열악한 장소에서 살아가는 동물들과 제한된 환경에서도 헌신적으로 그들을 돌보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동물원이라는 공간이 갖는 복잡한 성격과 관계망을 드러내며, 관람객으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넌지시 던진다.

    “이 책은 인간이 가두지 않았다면 애초에 필요하지 않았을 동물 돌봄이라는 근본적인 모순을 직시하면서도, 인간이 동물과 맺는 사랑과 연민, 책임과 망설임의 의미를 쉽게 지워버리지 않는다.” - 김현미,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3부 ‘동물원의 밖’에서는 2부에서의 성찰을 더 넓은 곳으로 확장한다. 동물원의 동물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거주지를 옮겨야 한다. 나아가 야생동물들은 점차 인간에게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있다. 그러나 정주定住의 불안정한 토대는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피란민 출신으로 여기저기 터를 옮겨 살며 단 한 번도 ‘이곳 사람’ 대접을 받지 못한 감독의 아버지도, 경제 성장기에 고상한 취미가 되어주었으나 금세 골칫거리가 되어 거리로 방사된 유럽 대도시의 앵무새도 비슷한 처지다. 인간이 아파트를 짓고 녹지를 조성하는 데 맞춰 거주지를 옮길 수밖에 없는 청주 미호강의 백로 떼도, 오래된 주공 아파트가 철거되며 흔적도 없이 사라진 단지 내 나무들도 마찬가지다. 동물원에서 관찰하고 깨달은 것들을 더 넓은 영역으로 펼쳐내는 2부의 마지막은 농수로에 갇힌 고라니의 사연으로 종결된다. 사차선 도로의 폭에 높이는 2.5미터에 달하는, 도저히 탈출할 수 없는 거대한 농수로에 갇힌 고라니 중 일부는 인간에 의해 구출되고, 그중 일부는 농수로 안에서 생을 마감한다. 그리고 그 고라니의 사체는 야생동물구조센터의 판단하에 독수리 월동지에 먹이로 제공된다. 동물원에 이어, 인간과 동물의 복잡한 관계성이 더 넓은 생태계 전반으로 확대되는 것이다. 마치, 이 복잡한 순환의 한가운데서, 우리의 생각과 행동 하나하나는 조금 더 신중하고 사려 깊어야 한다고 말하는 듯하다.

    마지막 4부 ‘곰의 몸, 사람의 마음’은 주로 동물을 향해 있던 시선을 인간에게로 돌린다. 주요 장소는 강원도 화천. 화천에는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에서 운영하는 임시 보호시설이 있다. 곰 농장의 곰을 인수한 후 기존 사육곰 농장 시설을 일부 개조해 생츄어리로 운영하는 곳이다. 그곳에는 열세 마리의 곰이 있다. 그러나 사육곰일 때와 달리 그들에게는 모두 이름이 있다. 어푸는 물놀이를 좋아하고, 칠성이는 까칠하고 예민하다. 유일이는 겨울잠을 잘 자고 주영이는 유독 사람에게 공격적이다. 그리고 그들을 돌보는 여성 활동가들이 있다. 그들은 곰을 통해 그 어떤 ‘경제적인’ 것도 생산해내지 않는다. 그저 곰의 삶이 다할 때까지 그들의 곁을 지키며 곰의 평온을 위해 자신의 삶을 쓴다. 누군가에겐 쓸모없는 일로 보일 테고, 누군가에겐 숭고하게 다가갈 그들의 일. 그 일의 일상적 풍경은 그 어떤 화려한 돌봄 예찬보다도 적확하게 돌봄의 현실과 가치를 은은히 드러낸다. 이번에도, 어떤 사람들은 곰을 괴롭히고 고통을 안겨주지만 또 어떤 사람들은 쉬이 이해할 수 없는 헌신으로 아프고 방치된 존재를 돌본다. 사람과 동물은 어떻게 다르게 관계 맺을 수 있을지에 관한 묵직한 질문이 또 한번 다른 장소에서 피어오른다.

    “왕민철 감독의 영화는 예술에 머물지 않고 현실에서 동물의 삶을 바꾸었다. 이 책도 그러기를 바란다.” - 김정호, 청주동물원 수의사

    이 책에 실린 글은 대개 풍경 묘사로 시작한다. 동물원이든, 생츄어리든, 호수나 강 같은 자연환경이든 그곳 전체를 조감하는 듯한 꼼꼼한 풍경 스케치가 시작이다. 그리고 조금씩 초점을 좁혀 구체적 대상에 가까이 다가간다. 멀리서 볼 땐 그저 풍경의 일부로만 여겨져 잘 보이지 않던 것들이 점차 고유성과 개체성을 획득한다. 이는 그 풍경을 그려내는 작가의 위치와 관련이 있다. 이 책은 고정된 지도를 제작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미처 보이지 않았으나 가까이 가면 보이는 생명과 그들을 둘러싼 복잡한 관계망의 현재적 상태를 그려내기 위해 쓰였다. 남들보다 높은 곳에서 멀찍이 떨어져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관찰 대상에 가장 가까이 머무르되 그들의 일상을 방해하지 않으려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는 것이다. 대상을 재현하는 윤리적 태도는 바로 이를 두고 하는 말일 터다. 책에 선명하고 명징한 주장이 없는데도, 읽고 나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 무언가가 계속 진동하는 건 이 때문이다. 마치 영상을 본 듯 머릿속에 부여된 이미지를 통해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사유하게끔 하는 것이다. 어느 꼼꼼하고 집요한 관찰자가 목격한 장면들과 그로부터 출발하는 여러 변화의 가능성은 바로 여기서 발아한다.

    이 책에는 십 년의 세월 동안 무엇이 어떻게 변해왔는지에 관한 기록도 담겨 있다. 십 년의 시간 동안 그저 인간의 구경거리로써만 동물을 전시하던 동물원은 다치거나 아픈 동물을 돌보고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역할을 자발적으로 맡았다. 사육곰 관리 법안의 허점을 교묘하게 파고들어 불법 번식이 이루어지던 곰 농장의 곰들은 구조되어 동물원, 생츄어리에서 생활하고 있다. 아무것도 변한 게 없는 것만 같은 현실 속에서도, 많은 것이 조금씩 변해온 셈이다. 이 책은 그다음 변화를 위한 고민의 밑절미들을 군데군데 내보인다. 우리가 현재 동물과 관계 맺는 방식을 한걸음 떨어져 바라볼 수 있다면, “매일 아침 똥을 치우고 사료를 섞는 반복되는 육체노동” 속에서 생명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발견할 수 있다면, 사람과 동물이 함께하는 시간과 공간의 내용을 지금과 달리 채워낼 수 있다면……. 우리는 사람과 동물이 서로의 이름과 개성을 기억하며 공존하는 관계의 새 국면을 마침내 열어낼 수 있지 않을까.

    저자 소개
    저자 : 왕민철

    서울에서 태어났다. 베를린자유대학교에서 비교음악학을 배우다 쾰른미디어예술대학교에서 영화를 전공했다. 극영화 촬영과 다큐멘터리 연출로 졸업 작품을 만든 후 독일, 중국 그리고 한국에서 다큐멘터리 촬영 일을 했다. 캐나다에서 열리는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핫독스(Hot Docs)에서 최초 공개한 첫 연출작 〈동물, 원〉(2019)으로 서울국제환경영화제 대상을 받았다. 이후 연출한 〈생츄어리〉(2022), 〈단지, 우리가 잠시 머무는 곳〉(2025)은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 서울국제환경영화제, 서울동물영화제 등 다양한 국내외 영화제에서 상영되어 여러 부분에서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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