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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ISBN-13 : 9791173328220 |
|---|---|
| 쪽수 | 384쪽 |
| 크기 | 규격 외(152mm X 225mm, 신국판) |
| 제품구성 | 단행본 |
- 인문/역사 > 세계역사/지리
중국 고전문학이 가장 찬란하게 꽃피운 현장
역사 고도 서안부터 두보와 소동파의 문학이 숨쉬는 성도까지
〈EBS 세계테마기행〉 김성곤 교수와 떠나는 특별한 중국 여행!
노래하듯 시를 읊는 한시 전문가 김성곤 교수와 함께 떠나는 유쾌하고 흥미진진한 한시 기행, 그 세 번째 이야기! 이번 책에서 함께 찾아갈 곳은 중국 문학사의 큰 축을 이루고 있는 섬서성과 사천성이다.
섬서성(산시성)은 당나라의 수도 장안을 품은 땅으로 이백·두보·왕유·백거이의 시가 꽃피운 무대고, 사천성(쓰촨성)은 촉한의 역사가 담긴 지역이면서 두보와 소동파가 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연 고장이다. 두 지역을 함께 걸으며 중국 고전문학이 찬란하게 꽃피운 현장을 만나보자.
1부에서는 섬서성 함양의 소릉과 건릉, 서안의 대당불야성, 흥경궁, 진시황릉 등 유서 깊은 유적지에서 제국의 천년 역사를 마주한다. 대륙의 유일한 여황제 측천무후, 제국을 흔든 현종과 양귀비의 사랑 등을 조명한다. 2부와 3부에서는 삼국지 영웅들의 파란 많은 삶이 깃든 한중, 명월협, 검문관, 취운랑, 낭중, 무후사 등을 방문하고, 두보와 소동파의 문학 세계를 깊게 살피기 위해 두보초당, 삼소사 등을 찾아 유적 곳곳에 얽힌 유장한 문학 이야기를 나눈다.
[목 차]
머리말
1부 섬서성
1장 함양 1 - 소릉
황릉을 지키는 여섯 마리의 말, 소릉육준
정관의 치세를 함께 일구다, 능연각 24공신
명군 당 태종의 인경, 위징
명군의 또 다른 거울, 장손 황후
2장 함양 2 - 건릉
관상쟁이의 예언
글자 없는 비석, 무자비
지상의 권력으로 가는 무조
측천무후 읽기
3장 함양 3 - 원가촌
4장 서안 1 - 대당불야성
정관지치의 명군, 당 태종
화신마저 부리는 여황제 측천무후
백성을 살찌우는 수척한 황제, 당 현종
5장 서안 2 - 대안탑
성당 시인들의 대안탑 유람
시를 노래하는 성당의 풍속도
탑에 합격자의 이름을 쓰다, 안탑제명
당대 시인 맹교의 진사 시험 도전기
6장 서안 3 - 곡강지
성세의 곡강도
난세의 곡강도
인생칠십고래희
7장 서안 4 - 흥경궁 유지
황룡이 사는 연못, 용지
형제의 우애가 빛나는 누각, 화악상휘루
침향정의 봄날
8장 서안 5 - 화청지
화청지에서 읽는 백거이의 〈장한가〉
나라를 망하게 한 세 미소, 망국삼소
백거이의 첫사랑 이야기
9장 서안 6 - 병마용, 진시황릉
진시황릉에서 읽는 이사의 〈간축객서〉
2부 사천성
10장 한중 - 무후묘
제갈량의 안식처, 정군산
11장 광원 1 - 명월협
제갈량의 고잔도
금우도의 전설
12장 광원 2 - 검문관
천하의 웅관
반역의 관문, 검문관
진정한 금성탕지, 군주의 덕
검문관 두부 요리
13장 광원 3 - 취운랑
장비, 취운랑에서 나무를 심다
취운랑에서 만나는 제갈량 부부
14장 남충 - 낭중
낭중의 영웅, 장비
낭중의 어진 목민관, 장비
머리는 운양에, 몸은 낭중에
장삼야와 장비우육
화광루에서 장비를 추념하다
3부 사천성
15장 성도 1 - 무후사
명군 유비의 사당 유비전
현신 제갈량의 사당, 정원당
삼절비
유비의 무덤, 혜릉
〈출사표〉 앞에서
16장 성도 2 - 두보초당
시성을 품은 초당
대해에서 만나는 늙고 병든 두보
시로 쓴 역사, 시사당
새와 나비가 날아드는 사립문, 시문
두보, 황정견, 육유 삼현의 사당, 공부사
초당의 대표 상징 건축, 소릉초당비정
두보의 현대적 수용, 두보는 너무 바빠
초당의 사계, 모옥고거
손을 맞는 꽃길, 화경
중국 시문학의 세계, 대아당
17장 성도 3 - 망강루공원
당나라 최고의 여성 시인 설도의 삶
설도를 기리는 우물, 설도정
탁금루에서 듣는 설도와 원진의 사랑
설도의 무덤에서 부르는 〈동심초〉
18장 낙산 1 - 아미산
두견새의 피 울음으로 피어난 아미산의 두견화
금정에서 뵙는 시방보현
황하를 건너는 세 동물 이야기, 삼수도하
천년 고찰 만년사
탄금와의 전설
19장 낙산 2 - 낙산대불
동파루와 재주정
20장 미산 - 삼소사
그 아버지에 그 아들, 시부시자의 향전
소순의 사유의 방, 목가산당
봉황이 찾아와 머문 집, 내봉헌
당나라 시인 재상 소미도를 모신 계현당
삼소를 길러낸 우물, 소택고정
동파 형제의 진사 합격 전설이 서린 서련지
동원비랑에서 만나는 돌에 눌린 두꺼비
소년 시절 동파의 거대한 글씨, 연오산석각
동파의 귀향을 기다리는 붉은 여지수, 소택단려
사진 출처
[본 문]
소릉의 신도를 따라 내려오며 다시 한번 뒤를 돌아본다. 구종산은 의구히 침묵하고, 산릉 아래에 잠든 황제의 무덤도 아무 말이 없다. 입구에 새겨진 소릉육준의 말들은 더는 달리지 않고, 신도 양옆에 늘어선 공신들의 모습도 돌 위에 멈춰 있다. 모두가 움직이던 시대는 이미 오래전에 끝났다. 그러나 이 길 위에는 한때 분명히 작동했던 질서의 흔적이 남아 있다. 전장을 누비며 나라를 세운 황제, 그의 곁에서 거침없이 직언하던 신하들, 그리고 그들을 떠받치던 말과 사람들. 정관의 치세라 불린 태평은 어느 날 갑자기 주어진 것이 아니라, 이런 긴장과 균형 속에서 만들어진 결과였다. 말은 멈추고 사람은 사라졌지만, 창업과 수성의 경계에서 황제와 신하가 서로를 비추던 그 관계만은 이 길 위에 선명하게 남아 있는 듯하다.
ㅡ p.32-33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측천무후의 통치가 무질서나 무능으로 귀결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녀는 가혹했지만 행정은 작동했고, 억압적이었지만 사회는 성장했다. 이 모순이 바로 그녀를 단순한 폭군이나 성군 어느 쪽으로도 규정할 수 없게 만든다. 그래서 무자비는 말이 없다. 숫자와 제도는 그녀의 통치를 일정 부분 긍정하지만, 윤리와 감정은 쉽게 고개를 끄덕이지 않는다. 찬미를 새기기에는 마음이 걸리고, 단죄를 새기기에는 성과가 너무 분명하다. 이 미결 상태가 돌 위에 침묵으로 남았고, 우리는 지금도 그 침묵 앞에서 판단을 유예한 채 서 있는 것이다.
ㅡ p.42-43
칠석날 장생전에서
밤 깊고 사람 없어 소곤대던 사랑의 밀어여
하늘에서는 비익조가 되고
땅에서는 연리지가 되자 했었네
장구한 천지라도 언젠가 다할 터
가없는 이 한은 끊어질 기약이 없구나
백거이의 〈장한가〉는 대대적인 성공을 거둡니다. 대중들은 이 비극적 사랑 이야기에 엄청난 환호를 보냈습니다. 그래서 백거이가 죽은 후에 황제가 그를 기리며 쓴 시에는 “어린아이들조차 〈장한가〉를 읊을 줄 알았다”고 적고 있을 정도입니다. (…) 하지만 그들의 빛나는 사랑의 춤과 노래 속 어디에도 백성들의 눈물과 한숨은 없습니다.
ㅡ p.148-149
나는 난간에 서서 낭중의 풍경을 천천히 되짚었다. 취운랑 고촉도古蜀道의 오래된 측백나무들 속에서 만난 나무 심는 장비의 신선한 모습, 그리고 환후묘에서 본 무심한 듯 온화한 장비의 문관상文官像, 거리 한복판을 순시하던 장삼야의 익숙한 넉살, 1,800년의 시간이 흘렀어도 이 도시에서 장비는 여전히 백성과 살을 맞대고 있었다. 붉게 식어가는 하늘 아래로 강물은 금빛으로 흔들리고 그 황홀한 빛깔 사이로 먼 옛날 사라졌으나 다시 살아 낭중의 강과 뭍을 오가는 한 사람의 그림자가 언뜻 보인다. 아득한 시절에 대한 상념이 깊어져 시 한 수를 불러내 유정한 마음을 기탁했다. 시성 두보가 이곳 낭중에 머물 때 가릉강에서 객을 보내고 돌아오는 뱃길에서 지은 〈방선放船〉이라는 시다.
푸른 산봉우리 지나치니 아깝더니
멀리 노랗게 귤나무 숲이 다가오네
멋대로 자유롭게 흘러가는 강 물결
기대 편안히 앉으니 흥이 아득하구나
ㅡ p.244-245
굴원에서 시작된 시의 정신이 도연명과 진자앙을 거쳐 성당의 시인들에게 이어지고, 다시 송나라의 문인들에게로 흘러가 하나의 큰 강을 이룬다. 대아당을 천천히 돌아보고 나오면, 초당을 찾는 여정이 어느새 끝나 있음을 깨닫게 된다. 완화계 물가의 작은 초가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마지막에 와서는 중국 시문학 전체의 역사로 넓어졌다. 어쩌면 이것이 두보라는 시인의 진짜 자리일 것이다. 그는 단지 당나
라의 한 시인이 아니라, 천년 시의 흐름을 이어주는 중심이었기 때문이다.
ㅡ p.308-309
이 시를 받은 설도가 과연 기뻐했을까? 원진은 끝내 설도 곁으로 돌아가지 않았고 다른 여인과 사랑에 빠져 결혼해버린다. 황금같이 빛나던 모든 맹세는 티끌이 되어 사라졌다. 원진의 결혼 소식이 찾아온 늦봄 어느 날, 지는 꽃잎을 바라보며 설도는 슬픈 사랑의 노래를 부른다.
꽃이 피어도 함께 감상하지 못하고
꽃이 져도 함께 슬퍼하지 못하네
그대 가장 그리운 시절
꽃이 피고 꽃이 지는 때
ㅡ p.322-323
이곳에는 900년 가까운 세월을 견딘 한 그루의 오래된 여지나무가 있었다. 전하는 이야기에 따르면 북송 희녕熙寧 원년(1068년), 동파가 부친 소순의 상을 치르기 위해 고향 미산으로 돌아왔을 때 벗과 함께 직접 심은 나무라고 한다. 동파는 언젠가 이 나무에 붉은 열매가 맺히면 다시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 약속은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다. 조정의 명망 높은 문신으로 이름을 떨치던 시절에도, 훌륭한 목민관으로 백성의 사랑을 받는 긴 세월 동안에도 그는 늘 타향의 하늘 아래 머물러야 했다. 거센 정치의 파도 속에서 황주黃州로, 혜주惠州로, 마침내 바다 건너 해남도 담주儋州까지 밀려갔고, 6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곳도 타향 강소성 상주常州였으며, 끝내 그의 육신을 누인 곳도 타향 하남성 겹현郟縣의 무덤이었다. 천하를 떠돌던 동파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산을 넘고 강을 건넜지만 고향으로 가는 길에는 끝내 오르지 못했던 것이다. 사람은 돌아오지 못했지만 나무는 남았다.
나부산 아래는 사계절 봄날
노귤과 양매가 차례로 새로 익어가네
매일 여지 삼백 알을 먹을 수 있다면
영원히 영남 사람 되는 것도 사양치 않으리라
ㅡ p.381-382
중국 고전문학이 가장 찬란하게 꽃피운 현장
역사 고도 서안부터 두보와 소동파의 문학이 숨쉬는 성도까지
〈EBS 세계테마기행〉 김성곤 교수와 떠나는 특별한 중국 여행!
노래하듯 시를 읊는 한시 전문가 김성곤 교수와 함께 떠나는 유쾌하고 흥미진진한 한시 기행, 그 세 번째 이야기! 이번 책에서 함께 찾아갈 곳은 중국 문학사의 큰 축을 이루고 있는 섬서성과 사천성이다. 섬서성(산시성)은 당나라의 수도 장안을 품은 땅으로 이백·두보·왕유·백거이의 시가 꽃피운 무대고, 사천성(쓰촨성)은 촉한의 역사가 담긴 지역이면서 두보와 소동파가 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연 고장이다. 두 지역을 함께 걸으며 중국 고전문학이 찬란하게 꽃피운 현장을 만나보자.
백거이 〈장한가〉, 두보 〈춘야희우〉 〈곡강이수〉, 이백 〈촉도난〉 …
당나라 한시의 절정과 송나라 문학의 깊이를 찾아 떠나는 여정
· 1부 섬서성
1부에서는 천년 제국의 역사를 마주할 수 있는 유서 깊은 유적지들이 소개된다. 섬서성 함양(셴양)의 ‘소릉’과 ‘건릉’은 산 자체를 하나의 거대한 능으로 조성한 대규모 능역이다. 소릉에는 당 태종이, 건릉에는 당 고종과 측천무후가 묻혀 있다. 특히 측천무후는 중국 유일의 여황제로, ‘용의 눈과 봉황의 목을 가져 천하의 주인이 될 상’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어린 시절부터 남달랐다. 그녀는 태종의 후궁이었다가 비구니 생활을 거쳐 고종의 황후가 되었고 마침내 황제의 자리에까지 올랐다. 민생 안정과 생산을 중시하고, 출신보다 능력을 중시하며 성장을 이끌었지만 유교 사관이 국가 이념이었던 시대에 가족 윤리와 여성 군주 이슈로 정통성을 부정당하고 악역의 전형으로까지 묘사되었다. 책에서는 역사 연구가 진행되며 측천무후에 대한 후대의 달라진 평가를 더해 그녀의 파란만장한 생애 전체를 볼 수 있다.
태종, 측천무후, 현종 등은 문학과 음악 등에서도 기량이 뛰어났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황제들의 작품으로는 〈여의랑〉 〈수세〉 〈단오〉 등을 다룬다. 황제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측천무후가 남긴 시 〈여의랑〉, 태종이 남긴 작품 중 가장 유명한 〈수세〉, 30년간 태평성세를 누렸던 현종이 남긴 〈단오〉 등은 권력과 예술이 교차하던 시대적 풍경을 가늠하게 해주는 좋은 자료이기도 하다.
현종과 양귀비의 사랑 담은 〈장한가〉
그 안에 숨겨진 백거이의 첫사랑 이야기
“하늘에서는 비익조가 되고 땅에서는 연리지가 되자 했었네.” 당나라 시인 백거이가 쓴 대서사시 〈장한가〉의 한 대목이다. 이 시의 주인공 현종과 양귀비의 사랑은 제국을 흔들 만큼 강력했다. 함양에 이웃한 도시이자 당나라 수도 장안으로 익숙한 서안(시안)의 ‘흥경궁’, ‘화청지’에서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를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사랑을 이루지 못한 영원한 한, 장한長恨’의 진짜 주인공은 바로 백거이 자신이었다. 〈장한가〉가 그토록 유명해진 배경에는 백거이와 상령의 첫사랑 이야기가 숨겨져 있기 때문이라는 저자의 설명은 작품을 새로운 시선으로 보게 만든다. 백거이 평생에 걸친 통한의 첫사랑 이야기를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편, 당나라 황금기를 재현한 ‘대당불야성’, 서안을 대표하는 ‘대안탑’, 황실 유원지였던 ‘곡강지’ 등이 인근에 밀집해 있어 서안에서는 당대 화려한 문화와 역사를 한곳에서 체험할 수 있다. 책은 장소 곳곳에 얽힌 작품과 역사를 입체적으로 들려주고 다양한 사진도 수록하여 마치 장안 거리를 거니는 듯한 생생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20세기 가장 위대한 고고학적 발견으로 평가받는 진시황의 ‘병마용’, 단일 묘실을 덮는 봉토로서는 고대 능묘 중 가장 거대한 규모인 ‘진시황릉’도 빼놓을 수 없다. 책은 진시황을 통일 제국의 황제로 만들어준 이사의 명문장 〈간축객서〉가 탄생하게 된 배경과 의미까지도 깊이 있게 조명한다.
· 2부 사천성 Ⅰ
2부에서는 삼국지 영웅들의 파란 많은 삶이 깃든 사천성 북부 일대를 찾아간다. 이 일대는 유비가 세운 촉한의 역사를 품은 곳으로서, 제갈량이 정비한 잔도의 흔적이 남아 있는 명월협, 천하의 웅관이라 불리는 검문관, 장비가 나무를 심어 울창해진 취운랑, 장비의 도시 낭중 등을 차례로 방문한다. 험준한 산길마다 1,800년 전 촉한의 역사가 대서사시처럼 펼쳐진다.
“아아, 높고도 위태로워라 촉으로 드는 길은 하늘을 오름보다 더 어렵도다.” 이 지역을 방문할 때 가장 먼저 이백의 〈촉도난〉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촉도난〉이라는 시 한 편에 지형 묘사뿐 아니라 권력자들을 향한 시인의 평가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시가 노래하듯, 이곳 지형은 복잡하고 험난하여 이 지역을 지켜내는 것이 곧 나라의 안위와 직결되었다. 이 때문에 역사의 풍파를 지나는 동안 권력자들은 검문관을 차지해 천하를 제패하려 했고, 그때마다 백성들의 피땀이 동원되었다. “그러나 지키는 자가 믿을 만한 이가 아니면 순식간에 이리와 승냥이로 변하고 아침엔 범을 피해 숨고 저녁엔 뱀을 피해 헤맨다네.” 이백의 시에서 권력자들이 초래한 백성들의 탄식이 배어 나오는 듯하다.
저자는 이백과 동시대 시인이었던 두보의 〈검문〉을 함께 살핀다. ‘안사의 난’을 피해 떠돌던 두보가 검문관을 지나며 자신의 불편한 심기를 어떻게 토로하고 있는지 살피는 것도 흥미롭다. 또한 저자 김성곤 교수가 검문관 관루와 측백나무 무성한 취운랑에서 직접 지어 읊은 시, 〈검문관〉 〈취운랑〉은 여행의 감흥을 더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거친 장군에서 친근한 목민관으로
낭중에서 다시 만나는 장비
한편, 낭중에서는 거칠고 험상궂은 장군으로 알려져 있는 장비의 뜻밖의 면모도 발견할 수 있다. 장비는 ‘만 명을 대적할 만한 장수’로 기개가 높았다. 하지만 부하들에조차 가혹하기 이를 데 없었던 탓에 결국 두 명의 부하 장수에게 죽임을 당했다고 전해진다. 비극적 최후를 맞은 장비이지만 낭중에서 그는 정겹고 따뜻한 ‘장삼야’로 새롭게 태어난다.
낭중 고성에서는 매일 정해진 시간마다 ‘장비 순시’ 퍼포먼스가 벌어진다. 얼굴을 검게 칠하고 붉은 두건과 철갑을 둘러 장비로 분장한 배우들이 거리를 활보하며 어린아이의 머리를 쓰다듬고, 가짜 난동꾼에게 호통을 친다. 사람들은 친근한 장비에게 앞다투어 다가가 함께 사진을 찍는다. 이처럼 장비가 무장인 동시에 훌륭한 목민관으로 기억되는 것은 명·청 시대를 지나며 형성된 대중의 시선과 관련이 있다.
위나라가 촉한을 위협하던 때에 장비는 7년간 낭중을 다스렸다. 후대 사람들은 그가 낭중을 안정적으로 다스렸다는 기억을 바탕으로 장비의 모습을 선한 목민관의 이미지를 확장했다. 이는 단순한 미화가 아닌 명·청 시대의 정치문화가 요구한 관료상의 반영이라는 것이 저자의 해석이다. 낭중 고성의 구불구불한 돌길 사이에서 백성이 바랐던 모습으로 걸어다니는 장비를 만나는 즐거움 뒤에는 시대를 따라 영웅이 만들어지고 기억되는 과정이 숨어 있다.
여행의 또다른 즐거움은 유적지들의 특성이 담긴 음식을 맛보는 것이다. 책에서는 검문관과 낭중을 대표하는 음식을 함께 소개해 여행의 즐거움을 더한다. ‘검문관에 와서 두부를 먹지 않으면 헛걸음’이라 할 정도로 검문관 두부요리는 유명하다. 낭중에서는 부드러운 식감에 짭짤하면서도 감칠맛이 일품인 장비우육도 꼭 맛보아야 할 음식으로 소개된다.
· 3부 사천성 Ⅱ
마지막 3부에서는 오랜 역사를 품은 도시 성도(청두)와 낙산(러산), 미산(메이산)을 찾는다. 사천성 중남부에 위치한 이 지역들 중에서도 특히 성도는 고대 촉국의 왕도로 자리 잡은 이래 수많은 왕조의 변천을 지나 중화민국 탄생의 도화선 역할을 한 현대까지 그 중심에 있었고 지금도 사천성을 대표하는 도시다.
단순한 군신 관계를 넘어 촉한의 기틀을 함께 마련한 정치적 동반자 유비와 제갈량을 모신 사당 ‘무후사’, 당나라 최고의 시인 두보의 문학 성지 ‘두보초당’, 여성 시인 설도의 자취가 남겨진 ‘망강루공원’ 등은 모두 차로 30분 남짓한 거리에 인접해 있다. 성도를 여행하는 이들이라면 이 지역을 여유롭게 둘러보며 천년의 역사를 음미할 수 있다.
중국 문학사의 시성이라 불리는 두보의 두보초당,
소동파의 고향에서 만나는 삼부자의 위업
이 책에서 특히 공들여 다룬 부분은 두보와 소동파 가문 이야기다. 중국 문학사에서 시의 성인, 곧 시성詩聖이라 불리며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두보, 그리고 당송팔대가에 이름을 올린 소순, 소식(소동파), 소철 삼부자의 궤적을 따라가며 당나라 시의 절정과 송나라 문학의 깊이를 제대로 맛볼 수 있다.
먼저 두보가 안사의 난을 겪은 후 성도에 마련한 거처인 두보초당을 찾아간다. “좋은 비 시절을 아나니 봄이 되어 만물이 싹이 틀 때라 바람 타고 몰래 밤에 들어와 만물을 적시되 가늘어 소리조차 없구나” 그의 유명한 〈춘야희우〉를 그가 살았던 초가집 모옥고거에서 읽으며 봄비의 덕성을 예찬해본다. 이어 여름날의 제비와 갈매기, 가을의 거센 바람, 겨울 완화계의 차가운 안개까지 두보의 시낭詩囊 안에 담긴 사계절이 차례로 펼쳐진다.
소순, 소식, 소철 삼부자의 저택이자 사당인 미산 삼소사에서는 삼부자의 학문과 인생 여정을 톺아본다. 삼소사 곳곳에는 뛰어난 문장을 낳은 넓은 마음, 곧 세상의 풍파에도 흔들리지 않는 호연한 기상이 배어 있다. 대숲과 고목 사이를 거닐며 사색하기에도 맞춤하다. 특히, 세 번의 유배 속에서도 아름다운 시와 문장을 남긴 소식을 조명하는 대목에서는 그가 송나라 문학을 대표하면서도 중국 문학에서 가장 자유로운 정신을 보여주는 인물임을 새삼 확인할 수 있다.
해발 3천 미터가 넘는 ‘아미산’,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마애석불 ‘낙산대불’의 위용을 거쳐 삼소사에 이르기까지, 사천성의 유구한 역사와 장엄한 자연 경관에 취해 거닐다 보면 어느새 여정은 마무리에 접어든다.
유장한 중국 문학사를 여행하는
벅찬 감격과 짙은 환희!
한시는 삶을 노래하는 아름다운 도구였고 시대의 기쁨과 슬픔이 담긴 문학 형식이었다. 그렇기에 70여 편의 시와 사서, 일기, 편지, 전기 등 40여 작품을 바탕으로 하는 이 책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중국 고전문학의 유장한 역사와 대표 인물들, 나아가 그들이 온몸으로 통과해낸 삶의 흔적과 시대의 숨결을 두루 살필 수 있다. 또한 저자의 세심한 지리 묘사와 120여 장의 풍부한 도판과 사진 자료가 더해져 장면장면을 보다 입체적으로 즐길 수 있다. 이제 이 책과 함께 천년의 역사를 뛰어넘어 중국 문학사를 여행하는 여정을 시작해보자.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중국 고전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두보, 이백, 도연명 등의 중국 문학 외에도 공맹과 노장을 비롯한 동양사상, 『사기』 『한서』 등 사서까지 근 30년간 한결같이 인문고전 연구를 지속해왔고, 그 결과물을 보다 많은 이들과 공유하기 위해 저술과 방송 및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정본완역 두보전집』의 역해 작업에 참여했고, 『김성곤의 중국한시기행』 『리더의 옥편』 외에 『김성곤의 한시산책』 『중국인문기행』 『중국명시감상』 『중국명문감상』(공저) 등을 썼다.
2011년부터 9년여 동안 EBS [세계테마기행 - 중국한시기행]에 출연해 유머를 곁들인 깊이 있는 해설로 찬사를 받았으며, EBS 전체 프로그램 출연자 가운데 한 해 단 한 명에게 주어지는 ‘EBS 방송대상’ 출연자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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