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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색과 향(현대시학서정시선 5)

    • 정하선 저
    • 현대시학사
    • 2026년 09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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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품 규격 정보
    상품상세정보
    ISBN ISBN-13 : 9791193615621
    쪽수128쪽
    크기B6(127mm X 188mm, 사륙판)
    제품구성단행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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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정하선 시인의 시적 이미지들은 단순한 자연물이 아니라 세월의 깊이를 몸에 새기며 살아가는 존재로 인식하게 한다. 사물에 깃든 시간성은 “살아야 흐르는/ 고통의 강이자 희망의 길목”(「눈물은 생명」)이 되어 질서를 거스르기보다 삶을 겸허히 수용하는 자세로 확장한다. 고통과 희망을 하나의 흐름에 포갬으로써 쓸쓸하지만 결코 슬프지는 않은, 삶의 무게를 공손하게 떠받드는 내면의 견고함을 보인다. 이는 삶의 오랜 흔들림에서의 고요라 하겠다. 그의 문체는 화려한 수식이나 과장을 필요로 하지 않으면서 삶의 본질에 가까이 다가간다. 봄날의 햇살 같은 담담한 시적 진술에서 삶의 은은한 색과 향을 느끼게 될 것이다.

    - 현대시학 편집부

    목차

    [목 차]

    서시

     

    1부  분홍빛 설렘, 봄의 격문

     

    새해 첫날 12

    정월 초하루 13

    색과 향 14

    감나무에 시선이 매달리다 15

    나비와 꽃 16

    바구미 17

    벚꽃 훈수 1 18

    벚꽃 훈수 2 19

    어깨로 우는 매미 20

    공, 공기의 궤적 22

    백목련의 문장 23

    매화, 그리고 동백 24

    꽃꽂이 꽃 25

    파래김을 읽다 26

    보쌈 28

    핑퐁 29

    토씨 30

    물 주기 32

    카톡 조기弔旗 34

    봄 36

    어도魚道 42

    장미가 가시를 제 몸에 달기까지 44

     

    2부  초록 근육으로 짜낸 기억의 잔도

     

    총소리 46

    전지 전정 48

    치자꽃 피는 계절 49

    절벽 위의 한탄 50

    철원에 가다 51

    나무의 기억력 52

    절창 53

    전라도 방언 54

    날을 세우는 시간 56

    특별 시민 58

    따개비 60

    죽지 않는 눈동자  62

    나무젓가락 64

    모가 깎이는 날 65

    작열하는 침묵 66

    왕버들 68

    줄다리기 69

    소리의 의자 70

    운 71

    이와 혀 72

    곰팡이 73

    고흥 나로도 우주센터에서 74

     

    3부  석류알처럼 익어가는

     

    정년퇴직하는 사랑하는 딸에게  76

    내가 가을이었으면 좋겠어요 78

    층간소음  80

    마디마디 찰랑이는 외로움 82

    코스모스  83

    둥근 침묵 84

    은하교 85

    명주 비단 같은 시 한 편 86

    나의 대머리는 여백이다 87

    의식의 세계를 벗어나니 88

    허공  90

    눈물은 생명 91

    남에게 했던 말이 92

    석류, 그 붉은 밀어 93

    보슬비 94

    가계 95

    아버지는 왜 중고를 좋아하셨을까 96

    콩 볶아주는 비 98

    금 간 독그릇 99

    마중물이 필요한 때는 100

    짧아도 긴 하루  101

    순산 104

     

    4부  낮은 곳을 데우는 여백의 향기

     

    첫눈 106

    겨울나무 107

    눈 맞고 오는 사람 108

    연탄불 갈기 109

    포갠 손 110

    가야금 111

    떠나고  112

    탱자 113

    등산길에서 114

    빗소리를 끓이다 115

    이슬 속의 영혼 116

    일보일배에 핀 꽃 117

    방골 118

    행복은 굉탱이 120

    마구간 121

    민챙이 122

    병실에서 본 달 124

    동지 팥죽 126

    책갈피 128

    크리스마스 이브 129

    섣달그믐날 130

    길 위에 방 하나 132



    [본 문]

    ■ 서시

    떨어진 꽃


    병상에 누운 아내는
    야윈 손끝으로 애오라지
    떨어진 군자란꽃을 주워
    꽃 진 꽃대 사이에 한사코
    접붙이듯 꽂아놓는다


    토씨

    그는 누구의 비서였을까
    저리 성실한 행동과 말씨는
    토씨 하나 안 틀리도록
    항상 만반의 준비를 하는
    그는 문장의 주어가 되려 하지 않는다
    오직 상사라는 문장이 온전히 마침표를 찍도록
    스스로 기꺼이 조사가 되어 숨을 줄 아는
    상사의 파트너로 외부의 미팅을 연결하고
    가벼운 것 같아도 무거운 입술로
    신뢰를 잃지 않는
    그는 단순한 업무보호자를 넘어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없게 하고
    상사의 방패 역할을 하는
    날 선 세상의 언어들이 상사의 곁에 닿기 전
    정중함의 거름망으로 독기를 걸러내고
    상사가 시키는 일을 하는 게 아니고
    미리 알고 회의를 준비하고
    관련 자료를 요약 책상에 미리 올려놓는
    외부 미팅 시 날씨를 체크하고
    교통체증에 따른 시간을 계산, 일정을 짜는
    본인이 곁에 있을 필요가 없을 시에는
    자신을 지움으로 상사를 완성하고
    상사의 그림자가 됨으로
    스스로 자기의 위치를 정하는
    세상에서 가장 낮은 자리에 앉는 그는
    조용히 자리를 떠나 안 보이는 곳에
    없는 듯 있기도 하여
    자기를 생략할 줄 아는 그는


    날을 세우는 시간

    식빵을 자르는 칼
    너무 날카로우면 안 돼
    하지만 너무 무뎌도 안 돼
    삶이란
    중간 어딘가에서 균형을 찾는 것

    고기를 자르는 칼은 잘 들어야 해
    무뎌서는 질긴 고기를 자를 수 없으니까
    고집 같은 질기고 뻣뻣한 것들은
    날카로운 칼로 베어내야 해

    메밀묵 같은 생을 자르는 칼은
    무뎌도 괜찮아
    날을 세울 필요도 없어
    부드럽고 순한 것은
    날이 닿는 것도 죄가 되는 법
    하지만 내가 나를 자를 때는 다르지
    내 안의 무뎌진 관습을 베어낼 칼은
    몇 날 며칠을 갈고 갈아야 해

    공중에 날리는 명주실도
    비명 없이 자를 만큼 예리하게
    창공에 흘러가는 구름도
    결대로 자를 만큼 예리하게
    나라는 허상을
    단칼에 베어낼 만큼 예리하게


    소리의 의자

    동굴 앞에 놓인 의자, 소리가 앉는다
    천 년을 달려온 공명이 비로소 날개를 접고
    낡은 나무 의자의 나이테 위로 낮게 내려앉는다
    동굴 속으로 들어가면 다시는 밖으로 나올 수 없는 길
    석순의 길을 따라 먼 천 년의 옛길을 따라 들어가면

    들어가기 전 의자에 앉아
    날아온 길 다시 한번 바라본다
    비단길의 시절도 눈물길의 시절도
    여기 앉아 다시 보니 지나온 길
    모두가 꽃길이었던 걸

    소리는 의자에서 일어나 동굴로 들어간다
    다시는 돌아보지 않을 적막寂寞 한 채를
    빈 의자의 등받이에 걸어둔 채
    캄캄한 속살 속으로 사라진다


    의식의 세계를 벗어나니

    의식의 경계를 넘어 의식의 줄로 들어서니
    열차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3 전역 도착, 전광판의 빛이 생각을 깜박거린다
    앞사람은 의식적으로 줄을 서 있고
    뒷사람은 무의식적으로 줄을 서 있다
    대비의 가운데 의식적으로 서서
    양손을 주머니에 넣고 있으니 어색하다
    한 손을 빼놓아도 어쩐지 조금 어색하다
    두 손을 빼서 늘어뜨려도 조금 어색하다
    양손이 늘어뜨려져 있다고 의식하니 이상하다
    한 손을 어깨 위로 올려본다, 그것도 어색하다
    두 손을 어깨 위로 올려본다, 그것도 어색하다
    두 손을 깍지 껴보아도 이상하다
    의식은 이상한 것인가 생각하니 본질이 이상하다
    어디에 손을 두어도 평소 아무렇지 않던 손의 위치가
    의식을 쥐어주니 낯설어진다
    스크린 도어 너머로 열차가 들어온다
    타야 한다, 앞의 의식을 무의식으로 따른다
    열차의 소음 속으로 의식이 사라지자
    양손을 어디에 두어도 더 이상 어색함이 없다


    보슬비

    한 사람은 우산을 쓰고 가고
    한 사람은 우산을 펴지 않고 가고
    한 사람은 우산 없이 가고

    비가 오고
    비가 오는 것도 같고
    비가 안 오는 것도 같고
    비가 안 오고

    한 사람의 눈에는 비가 보이고
    한 사람의 눈에는 비가 보이는 것도 같고
    한 사람의 눈에는 안 보이는 것도 같고
    한 사람의 눈에는 비가 안 오고


    길 위에 방 하나

    나는 작은 우주를 품고
    아스팔트 위를 구르는 방 한 칸 주인
    방에 가구라고는 의자 넷뿐이지만
    세상으로 통하는 문은 네 개나 있어요
    하나는 나를 위한 문, 셋은 인연을 맞이하기 위한 문
    겨울엔 엔진의 온기로 군불을 지피고
    여름엔 창틈의 바람으로 시를 담아요
    만나고 보내는 게 내 뜻은 아니지만
    찰나의 인연을 보석으로 닦기 위해
    오늘도 방은 길 위를 달려요
    손님은 좁은 내 방을 빛내는 유일한 보물
    낯선 세상 한 보따리 나에게 남겨주고
    꽃다발로 와서 향기를 남기는 꽃
    당신은 오늘 어떤 향기를 내 방에 남기고
    어떤 빛깔의 추억으로 떠나가나요
    내 등에 어떤 꽃향기를 심어 두고 가시나요

    저자 소개
    저자 : 정하선

    전남 고흥 출생. 《월간문학》 등단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예창작 전문가 과정
    시집 『재회』 『한 오백년』 『그리움도 행복입니다』 『무지개창살이 있는 감옥』 『새재역에서』 『가볍고 경쾌하게』 『송림동 닭알탕』 외
    동시집 『도깨비바늘』 『무지개자장면』 『도토리』
    시조집 『숄을 두른 여인』 『갈모산방』
    민조시집 『석간송 석간수』 『저기에 둘이 누우면』
    에세이집 『운과 귀인은 누구에게나 온다』 『견디며 사는 나무』
    생활서 『좋은 주례사 행복한 결혼』 『주례사 77선』
    kbs 1tv 황금연못 자문단 고정 출연
    중앙대문인회·한국시조협회 이사
    부천문인회 자문위원·계양구립도서관 운영위원
    통일문학상·방촌(황희정승)문학상·시조문학 작가상·방언문학상·노무현 벚꽃길 사진 공모전 일반부 은상·재능시낭송인천대회 우수상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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