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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주하는 세계 - 지구의 탄생부터 특이점 신화까지 속도는 어떻게 세계를 바꾸는가
- 바츨라프 스밀 저
- 이한음 역
- 웅진지식하우스
- 2026년 09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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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ISBN-13 : 9788901300658 |
|---|---|
| 쪽수 | 428쪽 |
| 크기 | 기타 규격 |
| 제품구성 | 단행본 |
- 인문/역사 > 교양사상
아마존 베스트셀러
『포린 폴리시』선정 세계적 사상가 100인
빌 게이츠가 가장 신뢰하는 사상가, 바츨라프 스밀 신작!
“바츨라프 스밀처럼 넓은 시야로 큰 그림을 보는 사람은 없다” _ 빌 게이츠
“속도를 안다는 건 곧 세계가 움직이는 방식을 안다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질서를 해석하는 또 하나의 척도,
‘속도’를 읽어내는 거장의 압도적인 통찰
인류는 늘 눈부신 속도에 매료되어왔다. 우리의 문명은 더 빠른 성장을 향한 끊임없는 추구의 결과이며, 그렇기에 오늘날 질주하는 세계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속도’라는 변수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껏 그 실체를 정면으로 파고든 시도는 없었다. 여기, 『포린 폴리시』가 선정한 세계적 사상가 100인이자 빌 게이츠가 가장 신뢰하는 문명사학자 바츨라프 스밀이 이번에는 속도에 관한 압도적 통찰을 담은 『질주하는 세계』로 그 오랜 공백을 채운다.
진화, 생명, 문명, 기술 발전을 아울러 세계가 어떤 속도로 발전해왔는지 낱낱이 분석한 이 책은, 우리가 “세상은 갈수록 빨라진다”는 막연한 인상에 얼마나 무비판적으로 기대어왔는지를 냉정하게 드러낸다. 저자는 근거 없는 낙관 대신 철저한 데이터로 속도에 관한 오해를 하나하나 바로잡으며, 세상을 해석하는 또 하나의 척도로서 ‘속도’를 이야기한다. AI를 비롯한 오늘날의 기술 낙관론이 우리를 또다시 끝없는 가속의 환상으로 몰아가려는 지금, 이 책은 독자에게 속도의 독재를 폭넓은 시야로 신중하게 검토하고, 적절하고 바람직한 속도의 기준이 무엇인지 되묻게 만드는 가장 믿을 만한 지침서다.
[목 차]
들어가며 _속도의 부재에서 특이점까지
서문. 속도의 우주: 변수와 척도
엄밀한 의미의 속력: 적절한 정의, 관측 그리고 부실한 추정
느슨한 의미의 속도: 물리적 정의를 넘어서
1장. 진화: 직관적으로 와닿지 않는 기간과 속도
수십억 년과 수백만 년: 지구의 누대, 대, 기, 세
옆으로, 위로, 아래로, 멀리: 지각판과 지형학적 과정
물은 얼마나 빨리 증발하고 응결할까
바람과 물: 우리 세계를 조각하기
지진, 화산, 지진해일
생명의 고동: 다양성, 종분화, 멸종
2장. 생물: 생명의 전략과 능력
생명의 끝없는 순환: 번식, 성장, 수명
우리는 어떻게 이동하는가
하늘 높이 날기
빨리 달리기
야생동물에서 길들인 동물로
인간의 걷기
끝까지 달리는 힘
땅을 딛는 두 발
물을 가르는 몸
속도 다스리기
변화의 바퀴
3장. 전근대 사회의 속도 한계
느린 속도의 세계: 곡물, 네발동물, 목조 기계
뿌린 만큼 거두기
말의 힘
쟁기질과 시간
땅과 바다에서
말의 질주
돛 항해
집단의 속도: 인구, 경제, 도시의 성장
[본 문]
나는 의심스러운 원대한 일반화를 제시하기보다는 세계의 뒤죽박죽인 현실을 바라보는 내 관점을 토대로 속도를 살펴볼 예정이다. 이는 많은 일반화를 제시하고 많은 보편적인 양적 규칙을 설명하겠지만, 이런 보편성의 한계를 무시하지 않을 것이며 그런 기대에 어긋나는 주목할 만한 사례들도 제시할 것이라는 의미다. 또 내 폭넓은 정량화 성향은 이 주제와 특히 관련이 깊은데, 확고한 숫자만이 자연환경과 인공 환경에서 속도의 실상을 전달하고, 우리 삶의 기본적인 사실, 성취, 열망, 한계에 관해 알려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중요한 점을 상기시킬 필요가 있겠다. 천천히 체계적으로 읽는 쪽이 속도감 있게 책장을 넘기면서 훑는 쪽보다 더 큰 보상을 안겨줄 것이라고.
ㅡ p.18
그래서 좁은 L/T 범주에서는 바람 침식, 사냥하는 치타, 질주하는 말, 육상 선수, 클리퍼선, 대형 컨테이너선, 보잉 747에 주의를 집중하고, 더 넓은 N/T 범주에서는 원동기의 일률, 금속 가공의 속도, 미국의 전시 산업 동원, 도요타의 카이젠 생산 시스템, 수십 년 동안 이어진 무어의 법칙, 세계 에너지 탈탄소화에 초점을 맞추련다. 이렇게 폭넓은 속도 분석은 이 근본적인 변수에 관한 지금의 놀라울 만치 큰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할 것이다. 복잡한 현실을 다루려고 시도하면서 늘 해왔듯이, 내 설명에는 역사가 필연적으로 두드러진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역사의 이해는 펼쳐지는 사건의 전제 조건, 정황, 한계, 가능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책 역시 숫자로 가득하다. 이 거침없는 정량적 접근법은 인기가 없을지도 모르지만, 세계와 그것을 지배하는 속도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꼭 필요하다. 소망에 기댄 사고방식과 사실을 토대로 하지 않은 판단과 예측을 타파하는 데 이보다 나은 방법은 없다.
ㅡ p.57
드물게 일어나는 자연적인(때로 격변 수준의) 사건이 일으킨 이전의 대멸종들과 달리 이 이른바 여섯 번째 대멸종은 한 종의 활동이 일으키는 소멸의 최초 사례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실상을 자각하고 있기에 이 빠른 추세를 늦추거나 되돌릴 가능성도 남아 있다.
ㅡ p.114
인간의 수명이 이렇게 연장된 이유는 명확하다. 더 나은 영양 상태, 더 나은 주거 공간, 예방 의료, 만성 및 급성 질환의 치료법 발전은 지난 두 세기 동안 사람의 평균 수명을 2배 늘렸고, 여기에 영감을 받아서 영생을 꿈꾸는 이들도 있다. 아마 노화는 의식을 지닌 존재의 속성 중에서 속도가 가장 환영받지 못하는 영역일 것이다! 이 방면으로는 모순되는 결론이 무수히 많다. 지난 두 세기에 걸쳐 이루어진 수명 증가가 끝나가고 있음을 시사하는 뚜렷한 증거들이 일부 있는 반면, 어떤 놀라운 돌파구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보는 이들도 있다.
ㅡ p.139
남아 있는 기록을 비교해보면, 달리기 최고 기록은 지난 3세기 동안 꾸준히 향상되었지만 21세기 초에는 인간의 능력이 허용하는 가장 빠른 속도의 예상 점근선에 근접한 상태다. 18~19세기에 영국에서 인기 있던 장거리 경주 결과를 분석한 연구가 있다.116 10마일과 20마일 달리기 경주에서는 20세기가 19세기보다 기록이 각각 10퍼센트와 15퍼센트 단축되었지만, 18세기에 비하면 겨우 약 2퍼센트 빨라졌을 뿐이다.
ㅡ p.171
정착 생활의 점진적인 채택에 힘입어서 인류는 일년생 또는 다년생 작물을 규칙적으로 재배하고 10여 가지 포유류와 조류 종을 길들임으로써 인구밀도가 훨씬 더 증가했고, 생계 유지 차원을 넘어서 다른 활동들을 할 수 있을 만치 잉여 식량과 자원을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처음에는 잉여 산물이 적었지만, 적절한 환경에서는 거의 5,000년 전에 최초의 계층 사회, 복잡한 신앙 체계, 공식 의례, 기념 건축물을 탄생시키는 데 기여했다.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인도, 북중국 등 고대 문명은 최초의 복잡한 사회였고, 삶의 리듬은 사람과 동물의 정상적인 속도에 따라, 즉 궁극적으로 그 사회가 주식을 생산할 수 있는 속도에 따라 정해졌다.
ㅡ p.187
역사 교과서에서 19세기를 다룬 부분을 읽으면서 근육, 물, 바람에서 벗어나는 과정이 빨리 진행되었을 것이라고 믿었을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더 오래 걸렸으며, 현대의 역사 연구는 ‘산업혁명’이 단순하면서 빠르고 널리 펼쳐졌다는 이야기를 바로잡은 사례들을 풍부히 제공한다. 우리는 복잡하면서 넓게 펼쳐진 과정을 이렇게 단순화한 사례들을 여러 방면에서 접할 수 있다. 증기기관은 일부 산업에서만 빠르게 채택되었고(방직 공장, 제재소, 철공소), 영국 경제는 1850년까지 대체로 전통적인 방식을 유지했다. 그래서 역사학자 앨버트 무송은 이렇게 표현했다. “19세기 중반 영국의 전형적인 노동자는 공장에서 기계를 작동시키는 사람이 아니라 여전히 전통적인 수공업자나 노동자나 집안 일꾼이었다.”
ㅡ p.252
최고 속도는 특정한 기계가 최적 조건에서 달성할 수 있는 설계된 최고 속도를 가리킨다. 약간 아래로 길게 직선으로 뻗은 궤도를 달리는 증기기관차, 맞바람이 없는 하늘에서 가스터빈으로 순항 고도를 날아가는 항공기가 그렇다. 이어서 전형적인 평균 작동 속도를 살펴봐야 한다. 방직 공장이든 제분소든, 자동차 조립라인이든 제철소든 간에, 산업에서 엔진과 모터의 속도는 원하는 생산성을 달성해야 하고, 예기치 않은 가동 중단과 예정된 유지 관리 시간도 감안해야 한다. 교통에서도 비슷한 가동 중단과 유지 관리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ㅡ p.262
기술 가속이 새로운 세계를 만들었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런 현실에 기반한 주장들 중에는 의문을 제기할 필요가 있는 것들도 있다. 일부 평론가는 속도를 현 시대의 지배적인 관심사로 격상시켰고, 그것을 인간관계와 미래 전망을 바꾸고 시공간 압축을 빚어낸 시대정신이라고까지 여긴다. 물론 시간도 공간도 압축될 수 없다. 특정한 발전의 속도만이 증가할 수 있고, 따라서 발전의 빈도도 그럴 수 있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같은 시간에 더 먼 목적지까지 다다를 수 있고 더 많은 자극과 사건을 경험할 수 있다.
ㅡ p.307
모든 바람직한 성취에는 이면이 있으며, 엄밀한 의미의 속도를 이야기할 때 현재 교통사고만큼 세계적으로 가장 큰 속도 관련 손실-생명, 건강, 재산-을 가져오는 것은 없다. 부작용으로 해마다 100만 명 이상씩 죽는 처방약이 있다면, 우리는 과연 계속 사용할까? 설계상의 구조 결함으로 붕괴가 반복되어 많은 사람이 죽는 집에서 10년 넘도록 계속 살까? 게다가 도로 속도 증가의 추구는 인구 밀집 지역을 통과하는 더 넓은 도로를 건설하도록 촉진하고 미로처럼 얽힌 고속도로와 어지러울 만치 복잡한 (층층이 쌓인 것까지 포함해서) 교차로의 건설을 유도함으로써 빠른 차량 통행을 수용하도록 도시를 대규모로 재편시켰다. 그에 따른 환경 영향과 삶의 질 저하(무엇보다도 공기와 소음 오염)도 매우 뚜렷하게 나타난다.
ㅡ p.311
인구 감소 지역에서는 삶에서 점점 더 빨라진다고 느껴지는 것이 오로지 인구 감소의 속도(N/T)뿐일 수도 있다. 또 인구가 아직 증가하는 지역에서도 사람들은 두 세대 전보나 더 빨리 걷고 있지 않다. 걷는 동안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느라 속도가 줄어들며, 전체적으로 미국인은 점점 덜 걷고 팬데믹은 이 추세를 강화했을 뿐이다. 자동차, 통근 열차, 항공기는 40년 전보다 더 빨리 가지 않는다. 정체와 연착 때문에 타고 가거나 날아가는 데 더 오래 걸리거나 아예 떠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져왔다. 2023년은 장거리 비행을 비롯한 전체 여행 속도(문에서 문까지)가 확연히 줄어든 해다! 게다가 전자레인지로 요리를 하는 것에서 진공청소기를 돌리는 것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자질구레한 일들도 40년 전보다 더 빨라지지 않았다(즉 시간당 그릇을 더 많이 닦거나 더 많은 방을 청소하는 것이 아니다).
ㅡ p.343
실현 가능성, 비용, 안전성을 전혀 무시한 사업 계획을 설파하려면 비범한 수준의 과대 선전이 필요하다. 즉 그 주장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려면 마찬가지로 잘 모르는 상태에서, 마찬가지로 비범한 수준의 신뢰를 보내야 하는데, 늘 잘 속는 대중 매체들은 그런 신뢰를 얼마든지 보낸다(NBC의 말마따나, “가능할 수도 있다”). 2024년에도 사람을 화성에 보내는 로켓은 등장하지 않았고, 뉴욕에서 상하이까지 대륙 간 로켓 비행을 기대하는 독자는 비범한 인내심과 드물게 긴 수명을 지녀야 할 것이다. 더 빠른 속도를 향한 많은 꿈은 여전히 꿈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앞으로도 수십 년 동안!
ㅡ p.363
빌 게이츠
“바츨라프 스밀처럼 넓은 시야로 큰 그림을 보는 사람은 없다.”
스티븐 핑커 (하버드대 교수,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저자)
“설득력 있고 사실적이며 매혹적인 현실 세계의 초상”
월스트리트 저널
“가속하는 세계에 대한 경이로울 만큼 방대한 지식을 담은 책이다. 몰입감 있는 지적 여정으로 당신을 초대한다.”
퍼블리셔스 위클리
“쉬운 비유와 세밀한 분석으로 가득 채운 속도의 효율에 관한 정교한 통찰!”
아마존 독자 리뷰
“치밀하고 비판적이며 물질적 현실에 깊이 뿌리내린, 전형적인 스밀 스타일의 저작이다. 끝없는 가속 서사에 익숙한 이들에게 강력 추천한다.”

전방위 사상가 바츨라프 스밀이 전하는
세계가 작동하는 방식에 관한 패러다임 전환의 안내서
효율성에 집착하는 세상에서 빠르다는 것만큼 높이 평가받는 가치는 없을지도 모른다. 인류가 이룬 위대한 업적 중 상당수는 더 빠른 생산, 더 빠른 이동, 더 빠른 성장을 향한 끊임없는 탐구의 결과였다. 그런데 정작 이 명백한 집착의 대상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책은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다. 학술 데이터베이스 검색 결과에 따르면 ‘성장(growth)’을 다룬 논문은 약 300만 건에 이르지만 ‘속도(speed)’를 다룬 논문은 25만 건에 불과하며, 키케로의 『연설문집』부터 다윈의 『종의 기원』에 이르기까지 속도를 독립된 주제로 다룬 고전이나 학술서는 존재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놀라울 정도다.
『질주하는 세계』는 이 공백을 촘촘하게 메우는 책이다. 저자 바츨라프 스밀은 에너지·환경·인구·식량·기술·역사를 넘나들며 50여 년간 데이터에 기반한 문명 분석을 선보여온 환경과학자이자 문명사학자로, 빌 게이츠가 “신간이 나올 때마다 가장 먼저 찾아 읽는 저자”로도 잘 알려져 있다. 스밀은 이 책에서도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속도와 관련해 주요하게 이야기되는 모든 범주를 데이터에 기반해 과학적으로 설명한다. 무엇이 정말 빨라졌고, 무엇이 그렇지 않은지, 무한한 가속이라는 환상과 그 이면의 진실 사이에서 저자는 우리가 균형을 되찾고 질주하는 세계를 올바르게 이해하도록 이끈다.
극도로 느린 지구의 탄생부터 현대의 기술 발전까지,
속도는 어떻게 세계를 바꾸어왔는가?
정밀한 데이터로 속도의 모든 범주를 관통하다
스밀은 먼저 ‘속도’라는 단어가 가리키는 두 가지 서로 다른 개념을 구분하는 데서 출발한다. 하나는 물리학에서 말하는 좁은 의미의 속도로, 자동차의 시속이나 달리는 속도처럼 거리를 시간으로 나눈 값이다. 다른 하나는 넓은 의미의 속도로, 시간을 분모로 하는 모든 변화율을 가리킨다. 체중 증가 속도, GDP 성장 속도,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는 속도 같은 것이 이에 해당한다. 저자는 이 두 가지 속도를 구분하지 않고 뭉뚱그려 쓰는 것이야말로 속도에 대한 논의를 흐릿하게 만들어온 원인이라고 지적하며, 책 전체에서 이 둘을 명확히 나누어 다룬다.
『질주하는 세계』에서 다루는 속도의 범위는 방대하면서도 굉장히 구체적이다. 지구와 태양계가 형성되는 데 걸린 시간, 대륙을 이루는 지각판이 움직이는 속도처럼 극도로 느린 영역부터 현대의 엔진과 컴퓨터, 그리고 빛의 속도에 가까워진 정보 전송에 이르기까지, 다섯 개 장에 걸쳐 자연과 문명, 기술 전반을 차례로 짚어나간다. 또한 생명의 진화와 멸종, 동식물의 생장처럼 물리적 한계에 부딪히는 자연의 속도를 살펴보는 동시에, 인구와 도시의 성장, 군대의 행군(전쟁), 그리고 증기기관과 내연기관이 어떻게 근대 문명 전체를 바꾸어놓았는지처럼 인간 사회가 만들어낸 변화로 시야를 넓힌다.
정성적인 인상이나 막연한 일반화가 아닌, 스밀 특유의 철저한 실측 데이터와 연구 결과에 기반한밀도 높은 전개는 “세계가 반드시 더 빨라지는 방향으로만 나아가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저자의 주장에 설득력을 더한다. 그리고 우리로 하여금 무엇을 빠르다고 느끼고 무엇을 당연하게 여겨왔는지를 전면 재배치하도록 만든다.
“일상에서 감각하는 최고 속도는 수십 년째 변함이 없는데
인류는 왜 지금 가장 빠른 시대를 산다고 믿는가?”
속도에 관한 통념을 뒤집는 날카로운 해석
인류는 오랜 시간 더 빠른 속도를 갈망해왔다. 솔로몬 왕의 하늘을 나는 양탄자나 영화 〈스타워즈〉의 초광속 비행과 같이, 속도를 향한 욕망은 신화와 픽션 속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해온 주제다. 책은 이와 같은 인간의 오랜 집착이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세계를 바꾸어왔는지를 끈질기게 추적한다. 1903년 라이트 형제의 첫 비행은 시속 16km에 불과했지만, 불과 55년 뒤에 취항한 보잉 707은 그보다 50배 이상 빠른 시속 890km로 대서양을 건넜다. 자동차 역시 1885년 벤츠가 만든 최초의 가솔린 자동차는 시속 16km로 달렸지만 1902년형 모델은 시속 72km까지 낼 수 있었다. 20세기 전반, 인류는 매 세대마다 이전에는 상상하지 못한 속도를 손에 넣었고, 이 극적인 가속의 경험이야말로 “세상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는 우리의 통념을 강화해왔다.
그러나 스밀이 검증한 사실은 이를 철저히 뒤집는다. 1958년 취항한 보잉 707과 오늘날의 보잉 787은 65년이 지나도록 순항 속도가 거의 같으며, 이 기간 달라진 것은 속도가 아니라 연료 효율이었다. 선박과 고속열차도 마찬가지다. 세계 최대 디젤 엔진의 회전수는 100여 년 전 최초의 디젤 엔진보다 오히려 적고, 프랑스 고속열차는 기술적으로 시속 570km 넘게 달릴 수 있음에도 소음과 안전 문제로 실제 운행 속도는 여전히 300km대에 머물러 있다.
체감상의 가속과 실제 이동 시간 사이의 간극은 항공에서 더 뚜렷하게 드러난다. 비행기 자체의 속도는 반세기 넘게 그대로인데, 공항 검색대 대기, 잦은 지연과 결항, 게이트까지 오가는 시간을 모두 더하면 실질적인 이동 속도는 오히려 과거보다 나아지지 않았거나 더 나빠졌다. 도심 교통도 사정은 비슷하다. 미국 주요 도시의 통근자 1인당 연간 정체 시간은 지난 수십 년간 꾸준히 늘어왔으며, 자동차와 도로가 늘어날수록 오히려 평균 이동 속도는 후퇴해왔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례들은 우리가 체감하는 속도와 실제 데이터가 보여주는 속도 사이에는 상당한 간극이 있음을 적나라하게 밝힌다.
“속도에 대한 인류의 오랜 감탄은
무엇을 이루게 했고 무엇을 놓치게 만들었는가?”
무한 가속이라는 환상에 스밀이 던지는 정교한 제동
우리 삶이 가속된다는 것은 우리가 일으키거나 겪는 사건들의 빈도가 더 높아진다는 것을 가리킨다. 다시 말해, 사건들 사이의 간격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2018년 랜드코퍼레이션은 앞으로 세계가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상태”에 진입할 것이며, 2040년까지 생산, 이동, 통신, 고빈도 거래, 인지 처리, 데이터 공유, 지식 전달, 무기 배치, 심지어 자연선택과 진화, 집단적 사회 조직, 문화 변화에 이르는 거의 모든 영역이 가속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스밀은 이러한 전망을 회의적인 시선으로 되짚는다. 작물을 수확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지금보다 훨씬 더 짧아질 수 있을까? 소를 완전히 배양육으로 대체할 수 있을까? 철강이나 암모니아 생산 공정을 몇 분 만에 끝낼 수 있을까? 소음이 없는 초음속 여객기가 어디든 저렴한 비용으로 정말로 오갈 수 있을까? 몇 가지만 살펴보더라도 세계가 필연적으로 가속하리라는 전망 자체가 과장되어 있음을 알아차릴 수 있다.
인공지능을 둘러싼 최근의 열기도 마찬가지다. 인간 지능을 넘어서는 초지능의 도래, 즉 ‘특이점’에 대한 기대는 2001년 레이 커즈와일이 처음 이론화한 이래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스밀은 이와 유사한 전망이 이미 1920년대(헨리 애덤스)와 1940년대(폰 노이만)에도 있었음을 밝히며, 장기 기술 예측이 반복적으로 빗나간 역사를 근거로 우리에게 신중한 태도를 요구한다. 눈과 귀를 멀게 만드는 화려한 발표와는 달리 실제 상용화로 이어진 경우는 드물다는 것이다.
이 책을 덮고 나면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발표되고 있을 ‘혁신적인’ 속도의 약속들과 AI를 이야기하는 우리의 일상이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더 빠른 것이 반드시 더 나은 것은 아니고, 느린 것이 반드시 열등한 것도 아니다. 속도의 추구는 무분별한 가속의 반복이 아니라 신중하게 고려된 성취와 사려 깊은 한계 설정, 그리고 정당한 후퇴가 조합된 과정이어야 한다는 스밀의 결론은 질주하는 지금 이 세계에서 우리가 반드시 새겨들어야 할 메시지다.

바츨라프 스밀 (지은이)
(Vaclav Smil)
에너지, 환경, 식량, 인구, 경제, 역사, 공공 정책까지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50여 년간 광범위한 분야의 연구를 선도해온 환경과학자이자 경제사학자. 세계 발달사를 꿰뚫는 통계분석의 대가로 손꼽히며, 빌 게이츠가 가장 신뢰하는 사상가로 주목받았다. 캐나다 매니토바대학교 환경지리학과 명예교수이자 캐나다 왕립과학아카데미 회원이다. 체코에서 태어나 프라하 카렐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유럽연합을 비롯해 미국과 유럽의 다양한 국제기구에서 정책을 자문했다. 전 세계 에너지와 환경 정책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비미국인으로서는 최초로 미국과학진흥회(AAAS)의 ‘과학기술의 대중이해상’을 받았으며, 2010년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가 발표한 ‘세계적 사상가 100인’에 선정되었다. 2013년에는 캐나다에서 민간인이 받을 수 있는 최고 훈장인 캐나다훈장을, 2015년에는 OPEC 연구상(OPEC Award for Research)을 수상했다.
에너지 기술 혁신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등 에너지와 환경, 인류 문명에 관한 거시적 관점의 책을 집필해왔다. 저서로 『무엇이 대전환을 만들었는가』, 『숫자는 어떻게 진실을 말하는가』, 『에너지란 무엇인가』, 『사이즈, 세상은 크기로 만들어졌다』, 『세상은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가』, 『음식은 넘쳐나고, 인간은 배고프다』 등 40여 권이 있다.
이한음 (옮긴이)
서울대학교에서 생물학을 공부했고, 전문적인 과학 지식과 인문적 사유가 조화된 번역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과학 전문 번역가로 인정받고 있다. 케빈 켈리, 리처드 도킨스, 에드워드 윌슨, 리처드 포티 등 저명한 과학자의 대표작이 그의 손을 거쳐 갔다. 과학의 현재적 흐름을 발 빠르게 전달하기 위해 과학 전문 저술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바스커빌가의 개와 추리 좀 하는 친구들』, 『청소년을 위한 지구 온난화 논쟁』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인에비터블, 미래의 정체』, 『제2의 기계 시대』, 『인간 본성에 대하여』,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 『늦깎이 천재들의 비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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