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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의 권리 - 민주적 인륜성에 대하여(악셀 호네트 선집 4)

    • 악셀 호네트 저
    • 이신철 역
    • 사월의책
    • 2026년 10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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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품 규격 정보
    상품상세정보
    ISBN ISBN-13 : 9791192092713
    쪽수668쪽
    크기기타 규격
    제품구성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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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문/역사 > 서양철학 > 서양철학일반/교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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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현대 정의론의 새로운 얼개를 제시하다

     

    구체적 사회 현실에서 캐내는 ‘자유’와 ‘정의’의 원칙

    21세기 버전으로 되살려낸 헤겔 『법철학』의 정신

     

    오늘날 ‘자유’는 오염되었다. 전 세계적인 신자유주의의 물결 앞에서, 그리고 어떤 간섭도 없는 시장에서의 자유라는 요구와 함께, 자유라는 이상은 이제 상호 공존과 공동체의 존립을 위협하는 구호로 바뀌었다. 세계적인 사회철학자이자 프랑크푸르트학파 제3세대 대표자로 꼽히는 악셀 호네트는 이 책에서 이미 때가 묻어버린 자유의 진정한 의미를 되살리고자 한다. 현대 사회철학의 명저 『인정투쟁』(1992) 이후 20년 만에 다시 쓴 이 책에서, 그는 자유를 중심으로 현대 정의론의 틀을 다시 짜려는 야심찬 기획을 보여준다.

     

    그러나 왜 하필 자유인가? 평등 혹은 공정이야말로 현대 정의론의 과제 아닌가? 호네트는 평등이란 “자유의 성취가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똑같이 해당될 때”를 가리키므로 역시 자유의 이념 아래 포섭된다고 본다. 근대 이후 모든 사회적, 정치적 기획은 자유의 실현을 목표로 했고, 자유는 “한 사회가 그 구성원들의 이익과 필요에 고루 부응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조직되어야 하는가”라는 사회 정의론의 과제와 뗄 수 없는 이념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제 아래에서 호네트는 자유의 다양한 측면을 소극적 자유, 반성적 자유, 사회적 자유로 정리함으로써 근대 정치철학의 역사를 다시 쓴다. 근대적 자유의 기틀을 정초하려 했던 헤겔 『법철학』의 정신과 방법을 본받아 개인적 영역, 시장경제, 민주적 법치국가의 세 가지 ‘인륜적’ 영역에서 21세기 자유의 이념을 새롭게 제시한다. 저자 스스로 “필생의 역작”이라 부른 이 책을 통해, 우리는 개인적 자유와 공동체적 이상이 조화된 사회 정의로서의 자유 이념을 새롭게 배우게 된다.

    목차

    [목 차]

    머리말

    서론: 사회 분석으로서의 정의론

     

    제I부 역사적 소묘 / 자유의 권리

    1장 소극적 자유와 사회계약

    2장 반성적 자유와 그 정의 관념

    3장 사회적 자유와 인륜성 이론

     

    이행: 민주적 인륜성의 이념

     

    제II부 자유의 가능성

    4장 법적 자유

    4.1 법적 자유의 존재 근거

    4.2 법적 자유의 한계

    4.3 법적 자유의 병리 현상

     

    5장 도덕적 자유

    5.1 도덕적 자유의 존재 근거

    5.2 도덕적 자유의 한계

    5.3 도덕적 자유의 병리 현상

     

    제III부 자유의 현실성

    6장 사회적 자유

    6.1 개인적 관계들에서의 ‘우리’

    (a) 우정

    (b) 연인 관계

    (c) 가족

     

    6.2 시장경제 행위에서의 ‘우리’

    (a) 시장과 도덕 - 예비적 해명

    (b) 소비 영역

    (c) 노동시장

     

    6.3 민주적 의지 형성에서의 ‘우리’

    (a) 민주적 공론장

    (b) 민주적 법치국가

    (c) 정치 문화 - 전망

     

    옮긴이의 말

    해제 (문성훈)

     

    찾아보기


    [본 문]

    “나는 헤겔의 모범을 따라 이 책에서 적용한 전략에 대해 ‘규범적 재구성’(normativen Rekonstruktion)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로 한다. 이것은 이미 역사적이고 경험적으로 이미 정당한 것으로 받아들여진 가치들을 현실의 조건들을 직접 분류하고 평가하는 길잡이로 삼음으로써 정의론의 규범적 관심을 사회이론으로 바꾸려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방법에서는 주어진 제도와 관행을 그 규범적 성과에 비추어 다루되, 사회적으로 정당화된 가치의 사회적 구현과 실현에 기여한 정도에 따라 평가하고 서술한다.” (22-23쪽)

     

    “근대 사회에서 ‘정의로움’이란 더 이상 단순히 모든 사회 구성원이 소극적 자유나 반성적 자유를 가지고 있는지 여부와, 어느 정도로 그것을 가지고 있는지에 의해서는 측정될 수 없다. 정의는 이 구성원들에게 인정의 제도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얼마나 동등하게 부여하고 있는가의 기준에 의해 측정되어야 한다. 이는 곧 규범적으로 의미 있고 따라서 ‘인륜적’이라 불리는 제도를 위해서는 법적 보장, 국가의 보호, 시민사회의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생각이 사회 정의라는 이념의 중심에 자리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115쪽)

     

    “시장이라는 경제적 조정 수단을 대체할 현실적 대안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마르크스의 격렬한 자본주의 비판을 헤겔과 뒤르켐이 열어놓은 사고 지평으로 전환하는 것은 충분히 타당하다. 자본주의 시장의 결함은 시장 밖에서 해결 가능한 것으로 이해해서는 안 되며, 오히려 시장 자신의 규범적 약속에서 비롯되었고 따라서 시장 체제 내부에서만 해결할 수 있는 도전으로 파악해야 한다. 헤겔이 시작하고 뒤르켐이 계승한 ‘도덕경제론’의 전통은 경제적 거래 행위에 연대적 협력에 대한 기대가 본질적으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보여주고자 했다. 헤겔과 뒤르켐의 후계자들은 이처럼 도덕적으로 확장된 시각을 제시함으로써, 시장의 교환 과정을 시장 참여자들 자신이 전제하는 공동적이고 협력적인 삶의 성취라는 요구를 충족하는지 여부에 따라 평가하고자 했다.” (196-197쪽)

     

    “서로 매우 다른 태도를 지닌 시민들을 공적 숙의라는 공통의 과제에 묶어 둘 수 있는 연대의 감정은 어디서 그 원천을 찾아야 하는가? 이에 대한 뒤르켐의 대답에서 우리는 ‘헌법애국주의’ 이념에 대한 최초의 제안을 읽어낼 수 있다. 시민들은 자신이 속한 민주적 국가가 추구하는 목표와 가치가 충분히 수호할 만하다고 느끼는 한에서만 국가의 의견 형성 과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의지를 보이기 때문에, 여기에는 항상 일정 정도의 ‘애국주의’ 곧 자신의 공동체에 대한 정서적 헌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뒤르켐은 여기서 발생할 수 있는 배타적 민족주의 경향을 막기 위해 애국심을 ‘도덕적 보편주의’라는 전혀 다른 기초 위에 올려놓으려 한다. 먼저 민주적 국가의 목적이 시민에게 정서적으로도 가치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져야 하고, 다음으로는 그 목적이 자유와 정의라는 인류 보편의 목표를 각자의 방식으로 실현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500쪽)

     

    “현대 서구 사회에서 개인적 자유의 영역뿐 아니라 의사소통적 자유의 형태가 제도화되어 있는 사회적 영역들과 관계적 제도들을 규범적으로 재구성하고자 하는 작업은 필히 ‘민주적 의지 형성’이라는 과정을 탐구하는 단계에 이를 수밖에 없다. 오늘날 널리 받아들여지는 견해에 따르면, 결국 이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자기 입법이야말로 다른 모든 자유의 영역을 규율할 정치적, 법적 원칙을 마련해줄 수 있는 토대이며, 따라서 전체 제도적 질서의 능동적인 중심을 이룬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621쪽)

     

    “자유를 향한 공동의 투쟁 과정을 거치며 축적된 승리와 패배의 아카이브로부터 뽑아낸 역사적 서사는, 개별 국가들이 나름의 헌정적 질서를 위해 싸워온 투쟁의 역사보다 훨씬 더 다채로운 사건과 역사적 사실들을 품고 있다. 그 속에는 비인간적인 노동 조건에 맞선 투쟁이나 여성에게 강요된 성 역할에 저항하여 거둔 성과들도 고스란히 담겨 있는데, 이는 헌법에 명문화되어 있는 도덕적 명령문에서는 읽어낼 수 없는 것들이다. (…) 이미 쟁취한 자유를 지키고 아직 실현되지 않은 자유의 요구를 쟁취하기 위해 무엇보다 초국가적이고 헌신적인 공론장이 절실한 이 시대에는, 이러한 역사의식을 토대로 사회적 관심을 공유하고 연대를 확대해나가는 문화가 이룩되기를 기대하는 것 외에 우리가 더 바랄 것은 별로 없다.” (632쪽)

    추천사

    “악셀 호네트는 절차적 정의론에 머물러 있던 현대 정치철학의 한계를 넘어 현대 사회의 인륜적 요소를 새롭게 재구성함으로써 비판이론의 지평을 대폭 확장한다. 헤겔 이후 비판이론의 전통에서 사회적 자유와 제도적 현실을 이처럼 대담하고 종합적으로 결합해낸 시도는 일찍이 없었다.” 위르겐 하버마스

     

    “호네트의 구상은 원자론적 개인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결정적 계기를 제공한다. 그는 자유란 고립된 개인이 소유하는 단순한 권리가 아니라, 타인과 함께하는 사회적 관계와 제도 속에서만 완성된다는 사실을 탁월한 방식으로 입증하고 있다.” 찰스 테일러(사회철학자, 『자아의 원천』 『세속의 시대』 저자)

     

    “『자유의 권리』는 현대 비판이론과 사회철학이 도달한 가장 매혹적이고도 야심에 찬 지적 성과이다. 호네트는 이 책에서 현대 사회의 핵심 영역들이 어떻게 자유를 실현하는 인륜적 장치가 될 수 있는지를 비판적으로 재구성함으로써 규범적 사회이론의 정점을 보여주고 있다.” 낸시 프레이저(정치철학자, 『지구화 시대의 정의』 저자)

     

    “존 롤스의 『정의론』은 칸트적 접근법을 정치철학의 중심무대로 끌어올렸다.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 이제 우리는 악셀 호네트의 책을 통해 정의론의 헤겔적 발전 역시 정치철학의 중심무대에 확고히 자리 잡은 것을 보고 있다. 프랑크푸르트학파 비판이론의 훌륭한 방식을 따라, 호네트는 이 작업을 경험적 사회학 및 역사와 결합시켜 튼튼한 사회철학 이론으로 구축하고 있다. 호네트 이론의 뿌리는 “정의 자체가 역사 속에서 발전한다”는 헤겔의 주장에 있다. 그는 이것이 21세기에도 여전히 가능함을 비판적 방식으로 입증한다. 호네트의 방식은 성공적인가? 이에 대한 판결은 이후에 벌어진 열띤 논쟁에서 이미 내려졌다.” 테리 핀카드(정치철학자, 『헤겔』 『역사는 의미가 있는가』 저자)

     

    “『자유의 권리』는 위르겐 하버마스의 『사실성과 타당성』 이후 독일 비판이론이 이뤄낸 가장 대담하고 야심찬 성과다. 호네트는 헤겔의 ‘인륜성’ 이론을 현대적으로 부활시킴으로써, 자유와 정의가 공허한 추상적 원칙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구체적인 사회적 관계 속에서 비로소 완성됨을 명징하게 증명해 냈다.”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

     

    “근대 자유주의 정의론의 절차주의적 한계를 정면으로 돌파하는 철학적 이정표다. 신자유주의로 왜곡된 현대 사회의 병리와 오발전을 정밀하게 진단하면서도, 우리 삶의 제도들 속에 잠재된 ‘사회적 자유’의 해방적 가능성을 눈부시게 재구성한다.” 디 차이트

     

    “『자유의 권리』는 현대 정치철학의 중심축을 추상적 권리와 그것의 분배라는 형식적 원리에서 상호 인정과 실질적 제도 분석으로 옮겨놓은 획기적 작품이다. 이 대작에서 우리는 20여 년간 축적되어 온 호네트의 인정이론이 대담한 사회철학적 정의론으로 완성되는 사유의 정점을 볼 수 있다” 더 타임스

     

    “존 롤스 이후 고착된 현대 정치철학의 추상적 한계를 정면으로 돌파하는 강렬한 자극제다. 호네트는 사회적 제도가 개인의 자유를 제약하는 틀이 아니라 오히려 자유를 실현하는 필수 조건임을 증명하며, 신자유주의 시대에 민주적 연대의 가치를 새로이 일깨우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리뷰오브북스

    출판사 서평

    ■ 현대 정의론의 새로운 얼개를 제시하다

    구체적 사회 현실에서 캐내는 ‘자유’와 ‘정의’의 원칙

    21세기 버전으로 되살려낸 헤겔 『법철학』의 정신

     

    오늘날 ‘자유’는 오염되었다. 전 세계적인 신자유주의의 물결 앞에서, 그리고 어떤 간섭도 없는 시장에서의 자유라는 요구와 함께, 자유라는 이상은 이제 상호 공존과 공동체의 존립을 위협하는 구호로 바뀌었다. 세계적인 사회철학자이자 프랑크푸르트학파 제3세대 대표자로 꼽히는 악셀 호네트는 이 책에서 이미 때가 묻어버린 자유의 진정한 의미를 되살리고자 한다. 현대 사회철학의 명저 『인정투쟁』(1992) 이후 20년 만에 다시 쓴 이 책에서, 그는 자유를 중심으로 현대 정의론의 틀을 다시 짜려는 야심찬 기획을 보여준다.

     

    그러나 왜 하필 자유인가? 평등 혹은 공정이야말로 현대 정의론의 과제 아닌가? 호네트는 평등이란 “자유의 성취가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똑같이 해당될 때”를 가리키므로 역시 자유의 이념 아래 포섭된다고 본다. 근대 이후 모든 사회적, 정치적 기획은 자유의 실현을 목표로 했고, 자유는 “한 사회가 그 구성원들의 이익과 필요에 고루 부응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조직되어야 하는가”라는 사회 정의론의 과제와 뗄 수 없는 이념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제 아래에서 호네트는 자유의 다양한 측면을 소극적 자유, 반성적 자유, 사회적 자유로 정리함으로써 근대 정치철학의 역사를 다시 쓴다. 근대적 자유의 기틀을 정초하려 했던 헤겔 『법철학』의 정신과 방법을 본받아 개인적 영역, 시장경제, 민주적 법치국가의 세 가지 ‘인륜적’ 영역에서 21세기 자유의 이념을 새롭게 제시한다. 저자 스스로 “필생의 역작”이라 부른 이 책을 통해, 우리는 개인적 자유와 공동체적 이상이 조화된 사회 정의로서의 자유 이념을 새롭게 배우게 된다.

     

    ■ 21세기에 다시 쓰는 헤겔 『법철학』

     

    이 책 『자유의 권리』의 핵심 논지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호네트는 근대로부터 현대에 이르는 자유의 형태를 소극적 자유, 반성적 자유, 사회적 자유로 구분하고, 앞의 두 자유가 개인에게 사회적 세계로부터 물러날 수 있는 권리와 자기 결정의 가능성을 보장한다면, 사회적 자유는 다시 개인을 사회적 장으로 돌려놓아 타인과의 상호인정 속에서 자유를 실현하게 하는 완성된 형태의 자유라고 말한다. 이러한 사회적 자유의 가능성을 정초하기 위해 호네트가 이론적 출발점으로 삼은 것은 헤겔 ‘법철학’이다. 그러나 그의 목적은 헤겔을 주석하는 것이 아니라, 헤겔이 1820/21년 『법철학 요강』에서 제시한 인륜성의 구조(개인의 추상적 권리(홉스)에서 시작해 도덕적 반성(칸트)을 거쳐 인륜성에 이르는 자유의 발전 형태)를 이후 200년 동안의 역사적 경험에 비추어 현대화하는 데 있다. 즉 『자유의 권리』는 헤겔 『법철학』을 21세기의 조건에서 다시 쓴 새로운 ‘법철학’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호네트는 근대 정치철학의 다양한 시도들을 당대의 역사적 경험에 비추어 일일이 재검토한다. 그 범위는 홉스, 로크, 루소, 칸트, 애덤 스미스, 마르크스에서 시작하여 에밀 뒤르켐, 존 듀이에 이르기까지 방대하다. 이들의 논의를 통합하고 또 그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저자가 핵심적 방법론으로 삼고 있는 것은 ‘규범적 재구성’이다. 규범적 재구성이란 첫째, 정의의 규범적 기준을 현실 사회 바깥의 추상적 원리에서 가져오는 대신 현존하는 사회에 이미 내재된 가치와 규범에서 찾아내고, 둘째, 그 가치가 구체적인 제도와 사회적 관행 안에서 어떻게 제도화되어 왔는지를 역사적으로 분석하며, 셋째, 그러한 제도와 관행을 단순히 주어진 사실로서 기술하는 것이 아니라, 규범적 연관성에 비추어 현실에 대한 내재적 비판과 사회 변혁의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다.

     

    이 방법을 통해 호네트는 친구, 연인, 가족과 같은 개인적 관계, 시장경제와 노동, 국가 차원의 민주적 공론장이라는 현대 사회의 세 가지 핵심 영역을 분석하고, 그 각각이 자유를 어떻게 현실화하고 있으며 또 왜곡하고 있는지 짚는다. 따라서 이 책은 자유에 관한 철학적 이론인 동시에, 자유가 명실상부하게 실현되기 위해 어떤 사회적 관계와 제도, 그리고 민주적 인륜성이 필요한지를 탐구하는 현대 정치철학의 거대한 재구성이라 할 만하다.

     

    ■ 사회 정의론으로서 ‘자유’ 이념의 재구성

     

    홉스 식의 소극적 자유와 칸트 식의 반성적이고 도덕적인 자유를 넘어 사회적 자유의 가능성을 정초하려고 한 점에서, 이 책은 존 롤스 등의 정치철학에서 칸트주의가 차지해온 중심적 위치를 넘어 헤겔적 전통을 다시 세우려는 야심찬 시도이기도 하다. 칸트 이후 롤스에게까지 이어지는 정의론의 전통이 보편적으로 타당한 정의의 원칙을 먼저 제시하고 그것을 현실에 적용하는 선험적 규범이론에 머물렀다면, 호네트는 전혀 다른 길을 택한다. 그는 우리가 이미 현실에서 마주하고 있는 사회적 관계와 제도 속으로 들어가 그 안에서 사람들이 실제로 ‘자유’로 이해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 가치가 제도 안에 어떤 형태로 구현되어 왔는지를 추적한다.

     

    이런 점에서 『자유의 권리』는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 개인의 권리와 사회적 연대 사이의 오랜 대립을 새롭게 이해하는 관점을 제시한다. 개인의 자유를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자유를 개인의 고립된 선택으로 축소하지 않고, 사회적 공동체를 중시하면서도 개인을 공동체의 단순한 구성원으로 환원하지 않는 길을 찾으려는 것이다. 여기서 호네트가 전작 『인정투쟁』에서 제시한 ‘상호인정’의 이념은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회적 자유에서 타인은 나의 자유와 맞서는 한계가 아니라 나의 자유를 가능하게 하는 조건이다. 즉 자유는 “상호인정의 관계를 통해 함께 실현되는 사회적 능력”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사회적 자유의 가능성을 세 가지 영역에서 모색한다.

     

    ■ 가족에서 시장으로, 시장에서 민주주의로

     

    호네트는 이 책에서 헤겔 『법철학』이 제시한 가족, 시민사회, 국가라는 세 가지 ‘인륜’(Sittlichkeit)의 구조를 참조하여, 이에 비견되는 현대 사회의 핵심 영역들에서 자유의 실현 정도와 가능성을 분석한다.

     

    첫 번째 영역은 개인적 관계 영역이다. 친구, 연인, 가족은 단순히 사적인 삶의 영역이 아니라, 개인이 타인의 인정과 배려를 통해 자신의 개성을 발전시키고 자유를 실현하는 사회적 조건이다. 따라서 가족 관계의 변화, 성 역할의 변화, 동성 간의 결합 등 새로운 친밀성의 형태는 단순히 사생활의 변화가 아니라 자유의 사회적 조건이 새롭게 갖춰지고 있다는 중요한 단서다.

     

    두 번째 영역은 시장경제 영역이다. 여기서 호네트의 분석은 암울하다. 오늘날 시장 영역을 지배하는 시장자유주의의 이데올로기는 오히려 자유의 실현을 가장 방해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자본주의 시장이 무한 경쟁과 이윤 추구로 착취와 불평등을 만들어내는 주 영역임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호네트는 시장 자체가 원래부터 무제한적 자유를 추구하는 행위 영역은 아니라고 본다. 시장이 개인들의 필요 충족이라는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일정한 상호인정과 협력의 규범을 전제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 노동시장에서 노동자는 단순히 상품을 생산하는 존재가 아니다. 자신의 능력과 노동을 통해 사회적 분업에 참여하고, 그 기여를 인정받음으로써 자신을 사회의 구성원으로 경험한다. 소비시장에서도 소비자와 생산자는 서로의 필요를 인정하는 관계를 전제로 해야 한다. 시장이 사회적 자유의 제도로 기능하려면 바로 이러한 상호성의 규범이 살아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호네트는 애덤 스미스의 『도덕감정론』에서 출발하여 뒤르켐, 칼 폴라니, E. P. 톰슨 등으로 이어지는 ‘도덕경제론’의 전통을 되살린다. 자본주의 이전의 경제와 20세기 코포라티즘 및 조직자본주의의 경험을 살려, 시장적 행위가 도덕적이고 규범적인 사회관계 안에 착근된 경제를 규범적으로 재구성하고자 한다.

     

    ■ ‘민주적 공론장’의 영역과 위기에 처한 사회적 자유

     

    세 번째 영역은 민주적 의지 형성의 정치적 영역이다. 이 영역에서 『자유의 권리』의 정치철학적 논의는 절정에 이른다. 민주주의란 단순히 선거를 통해 대표자를 뽑는 제도가 아니다. 민주주의는 시민들이 서로의 의견을 듣고, 이유를 제시하고, 논쟁하고, 공동의 문제에 대한 판단을 형성하는 과정이다. 이때 호네트는 헤겔만이 아니라 존 듀이와 하버마스의 통찰을 끌어들인다. 듀이가 말한 민주적 ‘공중’(Public)과 하버마스의 ‘담론적 공간’은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사소통하고 지성을 사용하는 시민들의 집합이다. 여기서 국가와 민주적 공론장은 긴밀한 상호연관성을 가진다. 민주적 의지 형성은 민주적 법치국가 성립의 전제조건이고, 민주적 법치국가는 다시 민주적 공론장을 가능케 하는 제도적 환경이자 전제조건을 이루기 때문이다.

     

    또한 친밀성으로 맺어진 개인적 관계 영역, 시장 행위의 상호보완적 영역, 그리고 민주적 법치국가의 영역 역시 서로 동떨어진 곳이 아니다. 민주적 공론장의 존립은 개인들의 물질적, 관계적 조건이 확보되고 시장의 안정성이 뒷받침할 때 가능하고, 민주적 공론장의 제도는 다시 다른 두 영역의 오작동을 막는 규제적 원리로 작용한다. 그러나 호네트의 현재 진단은 상당히 어둡다.

     

    개인적 관계 영역에서는 직업상의 성과 압력, 노동시장의 불안정이 가족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시간과 여유를 빼앗는다. 시장 자체에서는 또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사회적 자유의 조건을 침식한다. 비용 절감과 경쟁력 강화를 명목으로 노동 조건을 후퇴시킨 기업들로 인해 노동자는 자신의 능력을 끊임없이 시장에 맞추라는 압박과 노동 불안정에 시달리게 되었고, 소비자는 자유로운 선택의 주체라기보다는 기업이 만들어낸 욕망과 광고에 포획된 존재가 되었다. 민주주의의 위기는 더 심각하다. 공론장 형성의 중심인 언론이 이윤 추구 기업으로 변화하면서 공적 토론보다 오락과 자극이 우선시되고 있고, 시민들은 정치적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감각을 잃고 ‘무관심’(apathy)에 빠진 상태이다. 이처럼 민주적 의지 형성의 공간이 부실해지면, 국가 역시 시민의 보편적 의지를 반영하기보다 로비와 조직화된 이해관계의 영향을 받게 된다.

     

    ■ 『자유의 권리』가 던지는 가장 어려운 질문들

     

    이 책의 특징은 모든 문제에 완성된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헤겔 철학의 탁월한 해설자이자 명망 있는 사회철학자 중의 한 명인 테리 핀카드는, 호네트가 이 책에서 매우 높은 기준을 설정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호네트는 단순히 자유에 관한 철학적 이론을 제시하는 데 그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동시에 인간 행위의 일반적인 구조를 설명하고, 근대의 역사적 발전을 재구성하며, 가족, 시장, 민주주의의 제도적 변화를 분석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하나의 규범적 원리, 즉 사회적 자유의 실현이라는 관점 아래 통합하고자 한다.

     

    확실히 호네트는 이 책에서 단지 사회적 자유를 자유의 개념 가운데 하나로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사회 정의의 규범적 척도로 삼고, 그 자유가 실현되는 제도들을 분석함으로써 인정이론과 사회이론과 정의론을 하나의 틀 안에서 결합하고자 한다. 정의로운 사회란 사회적 자유가 제대로 실현되는 사회이며, 사회적 자유는 상호인정의 관계가 제도화된 공간에서만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유의 권리』가 다루는 자유의 횡단면과 종단면이 방대하고 복잡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고, 또한 호네트가 바라는 자유의 실현 과정이 지난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네트의 정의론은 특히 혐오의 시대를 겪고 있는 한국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개인의 다양한 개성과 문화적 배경을 인정하면서도, 민주적 공론장의 유지에 기여하는 공통의 역할을 서로에게서 발견할 때, 공론장을 와해시키는 극단의 정치적 대립이나 소수자 차별의 심각한 위험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다. 상호 인정의 원칙 아래 자유가 모든 사회 구성원의 당연한 권리임을 인식할 때, 진정한 사회적 자유와 세계 시민적 이상이 우리에게도 실현될 것이다.

    저자 소개
    저자 : 악셀 호네트

    악셀 호네트 (저자)
    Axel Honneth

    1949년 독일 에센에서 태어나 본 대학, 보훔 대학,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철학, 사회학, 독문학을 공부했다. 콘스탄츠 대학과 베를린 자유대학을 거쳐, 위르겐 하버마스의 후임으로 1996년부터 2017년까지 프랑크푸르트 대학 철학교수로 재직했다. 2001년부터 2018년까지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산실인 ‘사회연구소’ 소장을 맡아 비판이론의 발전적 계승을 위해 노력했다. 현재 미국 컬럼비아 대학 철학교수이다. 탁월한 사회철학적 업적을 인정받아 에른스트 블로흐 상, 브루노 크라이스키 상을 받았다. 주요 저서로는 전기의 대표작으로 『인정투쟁』이 있으며, 후기 대표작으로는 이 책 『자유의 권리』를 들 수 있다. 이외에 『권력 비판』 『정의의 타자』 『비규정성의 고통』 『분배냐, 인정이냐?』(공저) 『물화』 『사회주의 재발명』 『인정』 등이 있으며, 최근작으로 『노동하는 주권자』를 썼다.

    이신철 (역자)

    연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건국대학교 대학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가톨릭관동대 VERUM교양대학 교수로 재임했고, 성공회대 등에서 강의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논리학』 『진리를 찾아서』 『철학의 시대』(이상 공저)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헤겔의 『역사 속의 이성』 『엔치클로페디』, 피히테의 『학문론 또는 이른바 철학의 개념에 관하여』, 셸링의 『신화철학』(공역), 프레더릭 바이저의 『이성의 운명』 『헤겔』, 디페시 차크라바르티의 『하나의 행성, 서로 다른 세계』, 이토 쿠니타케 등이 지은 『세계철학사』 전9권, 테오도르 헤르츨의 『유대 국가』, 오구라 기조의 『조선사상사』, 비토리오 회슬레의 『현대의 위기와 철학의 책임』, 그리고 『칸트사전』 『헤겔사전』 『맑스사전』(공역) 『니체사전』 『현상학사전』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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