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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 누군가를 돌볼 수 있을까? - 청소년을 위한 첫 돌봄 수업(사계절 1318 교양문고)

    • 최유나,조기현,이해령,오현아 저
    • 사계절출판사
    • 2026년 09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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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품 규격 정보
    상품상세정보
    ISBN ISBN-13 : 9791169815567
    쪽수2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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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품구성단행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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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설/에세이/시 > 청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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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기꺼이 돌보고 돌봄받는 돌봄 시민이 되기 위한 안내서

    팬데믹과 기후 변화, 저출생·고령화 등이 초래한 거대한 재난과 사회적 위기는 우리에게 돌봄의 가치를 일깨웠다. 취약한 존재인 우리가 삶을 안정적으로 꾸리며 생존하기 위해서는 돌봄을 삶의 중심에 놓고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 한층 분명해졌다. 흔히 청소년 시기는 보호자의 돌봄을 받으며 학업에 전념해야 할 때라고 하지만, 돌봄이 우리 삶의 기본 조건이라면 청소년 또한 예외일 수 없다. 청소년도 돌봄의 주체로서,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돌봄을 배우고 실천할 기회를 누려야 한다.

    이 책은 국내 최초로 출간되는 ‘청소년을 위한 돌봄 입문서’로 청소년기, 청년기에 가족을 돌본 경험이 있는 영 케어러 출신의 네 저자가 돌봄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자는 뜻을 모아 집필했다. 일상의 작은 도움과 보살핌부터 사회적 안전망에 이르기까지 돌봄의 폭넓은 정의에서 출발해 그동안 사적 영역, 특히 가족 내 여성에게 집중되었던 돌봄을 모든 시민의 권리이자 의무로 전환할 필요성, 영 케어러들이 감당하고 있는 역할과 그 공적 가치, 모든 돌봄의 시작인 자기 돌봄의 방법까지 ‘돌봄’에 관한 다양한 주제와 관점을 망라한 이 책은 오늘의 청소년들이 ‘돌봄 시민’으로 성장하기 위한 기초 교양의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다.

    목차

    [목 차]

    들어가며: 돌봄 시민이 되기 위한 안내서

     

    1장 돌봄으로 이루어진 세계

    글쓴이 소개 _ 최유나

     

    우리는 누구나 돌보는 사람

    울던 아이를 도와줘서 다행이었던 날 * 일상을 지탱하는 수많은 손길 * 청소년도 누군가를 돌볼 수 있을까? * 돌봄은 누구나 할 수 있어 * 공기처럼 순환하는 돌봄

     

    서로 다른 유능함과 취약함이 만나는 사회

    누구나 가진 유능함과 취약함 * 상황과 맥락, 관계 속에서 달라지는 취약함의 정의 * 모두를 위한 설계, 배리어 프리와 유니버설 디자인 * 보이지 않는 취약함도 있다 * 역할이 바뀌면 삶의 모습도 바뀐다 * 환경으로 인한 취약함 * 서로의 취약함을 돌보는 사회

     

    기대도 될까, 다가가도 될까?

    도움을 청하는 것이 혹시 민폐는 아닐까? * 도움과 간섭 사이, ‘묻기라는 방법 * 다른 사람의 배려를 받아들이는 일 * 우리는 서로의 안녕을 지키는 연결고리

     

    탐구 주제

     

    2장 돌봄으로 본 정치, 경제, 사회

    글쓴이 소개 _ 조기현

     

    돌봄은 누구의 책임일까?

    어느 날 갑자기 내가 누군가의 보호자가 된다면 * 성별 분업과 여성의 부담 * 기획 노동, 보이지 않는 돌봄 * 돌봄의 불평등 * 돌봄에 무임승차하는 사람들

     

    돌봄 민주주의, 돌봄이 권리가 될 때

    돌봄은 의무이자 권리 * 돌봄의 네 가지 권리 * 국가, 시장, 가족, 시민 사회가 함께 돌보는 복지 다원 사회 * 사회를 지탱하는 돌봄 노동자들 * 돌봄을 저평가하는 사회 * 돌봄의 시장화

     

    각자도생의 시대에 필요한 돌봄 인지 감수성

    돌봄은 취약함에 응답하는 행위 * 잘 의존하는 것이 진짜 자립 * 능력주의가 은폐한 돌봄의 자리 * 비시장적인 노동의 가치 * 돌봄은 소비재가 아니라 공공재 * 돌봄 시민 교육의 필요성

     

    탐구 주제

     

    3장 어른을 돌보는 청소년, 영 케어러

    글쓴이 소개 _ 이해령

     

    바쁘다 바빠, 우리는 영 케어러

    우리는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 돌봄은 가족만의 일이 아니야

     

    돌봄과 함께하는 삶

    내 삶을 내가 통제할 수가 없어 * 돌봄 없는 삶은 없다 * 돌봄과 함께 그려 보는 나의 미래

     

    돌봄과 다양성

    다양성 이해하기 * 돌봄과 다양성이 만날 때 * 우리의 능력을 부르는 이름, 돌봄 역량 * 비판적 시각으로 돌봄의 다양성 사유하기

     

    힘들다면 돌보지 않아도 괜찮아

    돌보지 않기를 선택할 권리 * 돌봄을 내려놓을 때 고려해야 하는 것들 * 우리 주변의 돌봄 자원 살펴보기 * 모이면 힘이 생겨 * 돌봄 커뮤니티 N인분 * 지금 누군가를 돌보고 있는 10대들에게

     

    탐구 주제

     

    4장 나를 돌보는 일, 자기 돌봄

    글쓴이 소개 _ 오현아

     

    모든 돌봄의 시작은 자기 돌봄

    지속 가능한 돌봄의 바탕 * 왜 나만, 우리 집만 이럴까? * 비 내리는 날에도 내 마음은 지킬 수 있어 * 흔들림 속에서만들기 * 나를 만들어 가는 스크랩북

     

    내가 내 편이 되는 연습

    나에게 친절하기, 자기 자비 * 이제 다 왔어, 여기가 임계점이야 * 다시 일어서는 힘, 회복 탄력성 * 스스로를 그려 가는 힘, 창조적 자신감 * 자기 돌봄은 성취해야 할 과제가 아니야 * 다른 누구도 아닌를 기준으로

     

    모두를 위한 자기 돌봄

    관계 안에서 돌봄의 균형 맞추기 * 마음과 마음을 잇는 돌봄의 대화 * 내가 위태롭다면 누구도 도울 수 없어 * 나로부터 시작되는 돌봄 사회

     

    탐구 주제

     

    참고 문헌



    [본 문]

    이 책을 함께 쓴 네 사람의 중요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모두 청소년 혹은 청년기에 가족을 돌보았던 영 케어러 출신이라는 것입니다. 흔히 어린이·청소년 시기에는 가족과 사회의 돌봄을 받아야 하고, 청년기에는 사회적으로 자립해야 한다고 여겨지지요. 그런 시기에 성장이나 자립에 신경 쓰지 못하고 누군가를 돌보았다면, 소외감이나 박탈감을 느끼며 불행하게 살았을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들은 영 케어러의 경험이 지니는 풍부한 의미와 가능성을 보여 줍니다. 저자들이 오랜 돌봄에서 얻은 역량을 바탕으로 돌봄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전하고 있는 것처럼, 누군가를 돌본 경험은 자신은 물론 타인을 살리고 사회를 유지하는 큰 강점이자 역량입니다. -

    p.10

     

    누군가에게 길을 알려 주거나 무거운 짐을 나누어 드는 것, 떨어뜨린 물건을 주워서 건네주는 사소한 행동도 모두모르는 사람들 간의 돌봄입니다. 이 모든 행동에는 상대방의 일상이 아무런 탈 없이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깊게 스며 있습니다. 도로를 청소하고 정비하는 분들, 버스나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을 책임지는 기사님들, 경찰이나 소방대원, 학교나 학원 선생님, 친구, 가족 그리고 길에서 스쳐 지나가는 무수한 이들까지. 우리는 사회라는 울타리 안에서 서로의 안녕을 자연스럽게 돌보고 있습니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돌봄이라는 끈으로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는 셈입니다. -

    p.32

     

    별일 없이 조용히 일상을 보내는 것 같아 보이는 이들이 실은 자신이 감당해야 하는 역할과 그에 대한 걱정을 마음 가득히 품고 있을지 모릅니다. 당사자가 이야기하지 않는 이상, 주변 사람들이 그의 정서적 취약함을 알아차리기는 쉽지 않지요. 다시 말해서 잘 보이지 않을 뿐 이런 일들은 지금도 여러분 주변에서 흔히 일어나고 있고, 여러분의 삶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 흔히 개인의 취약함을 그 사람의 의지나 노력, 능력과 연관 지어 생각하곤 하지만, 실제로는 그 사람이 처한 환경에 따라 그의 역할이나 삶의 모습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누군가의 취약함을 깊고 넓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사자뿐만 아니라 그를 둘러싼 환경과 조건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p.50-53

     

    우리는 삶의 전 과정에서 다양한 맥락의 취약함을 절대 피할 수 없습니다. 이는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특별히 불운해서도 아닙니다. 사람의 생애는 원래 그러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자신의 취약함을 받아들이고 주변 사람들의 취약함을 살피면서 적절한 도움을 주고받을 줄 아는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 취약한 상태, 돌봄이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은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세상의 많은 학문이 공통으로 고민하는 주제는 사람들이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사회를 만드는 것입니다. 인간은 돌봄과 도움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우리 사회는 수많은 돌봄의 끈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은 그러한 끈이 될 수 있어야 합니다.

    p.54-55

     

    어린이, 청소년이 돌봄을 받는 것은 당연한 권리입니다. 그 권리를 가정 안에서 한 사람이 책임지게 하는 것이 문제이고, 그런 인식과 문화를 바꿔 나가야 할 국가와 사회가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는 것이지요. 가정에서 한 사람이 과도하게 돌봄을 책임지며 지쳐 가는 모습을 자주 본다면 우리는 돌봄을 하는 건 불행한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있다면 최대한 하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돌봄을 혼자 감당하며 고통받는 사람의 모습은 우리가 돌봄의 귀중한 가치와 의미를 인식하는 데 큰 장벽이 될 수 있습니다. -

    p.79-81

     

    돌봄이 의무가 된다고 말할 때의 의무는 그동안 우리에게 강요되어 왔던가족이니까 해야 한다라고 말하는 의무와는 다릅니다. 오히려 가족이 아니어도 모두가 돌봄에 참여하자는 제안입니다. 의무와 책임을 민주적으로 재구성하는 것이지요. 그래야 돌봄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무임승차를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나는 가족이 없으니까 아무도 돌보지 않아도 돼라고 말하는 이들에게도 돌봄의 의무를 지닌 시민으로서 지역 사회의 돌봄 기관에 참여하자고 말할 수 있고, 그들이 나중에 돌봄을 필요로 할 때 사회에서 도움을 줄 수도 있습니다. (…) 돌봄이 권리이자 의무가 된다면 돌봄 노동을 누군가에게 떠넘기고 싶은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라 모두가 할 만한 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나 자신에게 주어진 권리를 상품처럼 사고팔지 않듯이, 우리의 돌봄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노동을 열악하고 값싼 상품으로 만들 수는 없으니까요. -

    p.97

     

    능력주의가 은폐한 자리는 돌봄의 자리입니다. 돌봄이 이렇게 숨겨진 것은 이제까지 그것을 중요하지 않은 일로 치부해 온 역사적 맥락 때문입니다. 그동안 돌봄은 여성의 역할, 사적 영역의 일로만 취급되었습니다. 경제 활동이나 정치 참여는 공적 영역의 일이기 때문에 인정받아 마땅하지만 돌봄은 공적 가치가 없다고 여겨 온 것입니다. 이와 같은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 사이의 공고한 위계는 돌봄의 가치를 철저하게 숨겨 왔습니다. (…) 저는 앞으로 우리가 서로에게 더 잘 의존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러려면 우리의 의존을 가로막는 장벽이 무엇인지 직시하고, 나를 살게 하는 돌봄의 가치를 곱씹어야 합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고, 들리지 않던 것을 들리게 하는 돌봄 인지 감수성이 필요한 시간입니다.

    p.120-121

     

    저는 누구나 돌봄을 해야 하고, 또 누구나 돌봄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보편성의 원칙이 반영된돌봄 헌법이 만들어지기를 바랍니다. 대한민국의 최상위 법률인 헌법을 통해 돌봄 민주주의와 보편적 돌봄 제공자 모델이 구현되기를 바랍니다. 국가의 책무로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돌봄 노동을 제공한다면 돌봄 노동자의 위상도 달라질 것입니다. 국가가 우리에게 제공하는 국방, 안전, 치안 등을 누구도 무시하거나 저평가하지 않듯이 돌봄 또한 필수적인 노동으로 존중과 인정을 받을 것입니다. 이런 사회가 되면 우리는 돌봄 노동자에게도 군인이나 소방관, 경찰관에게 그러하듯 존경의 마음을 갖게 되지 않을까요? 돌봄 노동자는 국가의 책무를 직접 수행한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시민들은 그들 덕분에 우리가 일상을 평안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게 될 것입니다.

    p.127-128

     

    때때로 영 케어러 혼자서 모든 역할을 도맡기도 합니다. 수입과 지출을 관리하고, 공과금 납부나 은행 업무를 비롯한 행정적인 일을 해내며, 집안일뿐만 아니라 주거 환경도 돌보아야 합니다. 반려동물의 삶도 보살펴야 하고, 바깥세상과 소통하는 창구 역할을 담당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어린 형제가 있는 경우에는 놀이 상대가 되어 주는 것부터 학교 준비물이나 숙제를 챙기는 일까지 부모의 역할을 대신해야 하지요. 아픈 부모님과 어린 형제, 그리고 조부모님까지 3대를 동시에 보살피는 영 케어러도 있습니다. 청소년기는 그 자체만으로도질풍노도의 시기라고 하는데, 이와 같은 상황에 있는 영 케어러는 자기 삶의 바람이나 파도에 올라타는 것이 사치처럼 느껴질 거예요.

    p.146-147

     

    어린이나 청소년은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학교, 사회복지 기관, 기술이나 능력을 훈련하는 기관, 도서관이나 문화 시설 등 지역 사회의 여러 지원 체계와 교류하며 지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돌봄과 함께하는 삶을 살 가능성이 어른에 비해 높습니다. 영 케어러를 돌봄을 제공하는 사람으로만 보기 쉬운데, 그 삶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들은 돌봄을 포함한 여러 사회적 지원과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어요. (…) 돌봄은 결코 무언가를 빼앗기고, 못 하고, 잃기만 하는 과정이 아닙니다. 돌봄의 기술은 곧 생존의 기술이거든요. (…) 성인도 쉽사리 해내기 어려운 이런 일들을 어린이나 청소년이 수행하고 있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역량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지요. 이렇게 얻은 역량은 영 케어러의 몸과 마음에 녹아들어 그들이 청년기, 장년기, 노년기에 이르기까지 살아가는 내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p.167-169

     

    앞서 누군가를 돌보는 능력을돌봄 역량이라고 표현했는데요. 돌봄을 쉬거나 그만두는 것도 중요한 돌봄 역량 중 하나입니다. 돌봄이 힘들다면 그것은 영 케어러의 한계나 무능 때문이 아니라 사회의 실패입니다. 돌봄은 엄연히 공적 사안인데 사회 시스템이 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지요. 영 케어러가 지친 상태에서 돌봄을 이어 가는 것은 장기적으로 영 케어러 본인에게도, 그가 돌보는 사람에게도, 나아가 사회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칩니다. 영 케어러들은 이렇게 폭넓은 관점에서, 장기적인 시각으로 돌봄에 대해 성찰할 여력이 없고, 주변에서 돌봄 행위를 사회적 시각으로 재해석해 주는 어른이나 전문가를 만나기도 어렵기 때문에 그만두고 싶은 마음을 자신의 잘못으로 돌리기 쉽습니다. 그러나 기억해 주세요. 돌보지 않기로 선택하는 것도권리이며, 모두를 위한현명한 결정임을 기억해 두면 좋겠습니다.

    p.191-192

     

    자꾸 흔들리는, 그래서 때로 불안정해 보이기도 하는 자신을 잘 다독이며 나에 대한 이해와 인식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바로 자기 돌봄이에요. 우리가 타인을 돌볼 때 그 사람이 어떤 특성을 가졌고 지금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인지 세심하게 살피는 것처럼, 나를 돌볼 때도 나의 고유한 특성, 즉 정체성을 파악하고 그에 비추어 나에게 필요한 일들을 찾아가면 좋습니다. (…) 지금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해서 그 상황이, 그 모습이 나의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꼭 기억해야 합니다. 특정한 면을 두고나는 이런 사람이야라고 단정하기보다는 다양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알아주면 좋겠어요. 세상이 제시하는 기준으로 나를 바라보지 말고, 스스로 내 모습을 그려 가는 여러분이 되었으면 합니다.

    p.228-229

     

    자기 자비에보편적 인간성이 포함된다는 것은 힘든 일을 겪을 때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하고 깨닫는 일이 중요하다는 뜻이에요. 사람은 누구나 살면서 흔들리고, 실수하고,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을 만나요. 나의 어려움은 결코 이상하거나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삶의 한 부분, 즉 보편적인 일인 것이지요. ‘나만 왜 이러지라는 생각에 사로잡히면 나를 미워하게 되고, 친구들과 비교하며 움츠러들게 됩니다. 나도 모르게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어려워지지요. (…) 그렇다고 해서 보편적 인간성이남들도 다 힘들어라며 고통을 가볍게 여기거나 회피하는 태도를 말하는 것은 아니에요. 그보다는 누구나 각자의 아픔을 안고 살아간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자비로운 마음이지요. 그 마음은 고립되어 있던 우리로 하여금 문을 열고 나가 사람들을 만나게 합니다. 나의 고통을 객관화하고, 타인과 같이 일어설 용기를 갖게 하지요. 이처럼 보편성에 대한 깨달음을 통해 우리는 타인과 연결될 수 있습니다.

    p.234-235

     

    저도 처음에는 지금 당장 돌봄이 필요한 사람, 위기에 놓인 사람을 먼저 도와주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의문이 들기도 했어요. 하지만 이내, 내가 정신을 잃으면 아무도 돌볼 수 없구나!’라고 깨달았지요. 돌봄 제공자들은 때로 나를 돌보는 일에 죄책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하지만 나를 돌보는 것은 이기적인 행동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기 위한 선택이에요. 이후에 남을 더 잘 돕고, 더 잘 돌보기 위해서라도 자신을 먼저 돌봐야 한다는 것을 꼭 기억해 주세요. () 나에게 필요한 돌봄이 무엇인지 알기 어렵거나, 필요성은 알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 돌보고 싶어도 시간적, 체력적 여유가 없는 사람이 있을 거예요. 따라서 자기 돌봄을 위해서는 주변의 도움은 물론 사회의 지원 또한 필요합니다. 산소마스크를 쓰기 어려운 사람에게 대신 마스크를 씌워 줄 수 있는 환경적,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한 것이지요. 이처럼 자기 돌봄 또한 사회와 관계 안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p.273-274

     

    추천사

    누군가를 돌본다는 것은 특별한 사람만 하는 일이 아닙니다. 친구의 어두운 표정을 알아차리고, 지친 가족에게 먼저 말을 건네고, 힘들 때 도움을 청하는 순간에도 우리는 서로를 보살핍니다. 돌봄은 누군가의 삶을 혼자 떠안는 희생이 아니라, 서로의 약함을 인정하고 곁을 내어주며 함께 살아가는 방식입니다. 사회복지학 연구자, 돌봄 활동가, 의료사회복지사, 미술치료사인 네 저자는 각자의 전문성과 경험을 통해, 돌봄이 우리의 삶을 이어 주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가는 일임을 보여 줍니다. 지금 누군가를 돌보는 청소년에게는 막막한 순간에 필요한 구체적인 길잡이와 함께, 쉬고 도움을 구하며 때로는 돌보지 않을 권리를 선택해도 된다는 따뜻한 위로를 건넵니다. 아직 그 역할을 맡지 않은 청소년에게는 타인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함께 살아갈 힘을 길러 줍니다. 모든 청소년에게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_ 이현정(서울대학교 인류학과 교수)

    출판사 서평



    “우리는 누구나 돌보는 사람”
    돌봄의 보편성과 공적 가치를 일깨우는 나의 첫 돌봄 책

    거듭되는 재난, 주거와 고용의 불안정, 정신 건강의 위기가 일상화된 시대에 개인의 삶을 지키고, 사회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서로를 돕고 보살피는 행위, 즉 ‘돌봄’을 중심으로 사회를 재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동안 가족의 헌신이나 희생을 요구하는 일로 여겨졌던 돌봄을 사회가 함께 감당해야 할 공적 과제이자, 모든 시민이 배우고 실천해야 할 역량으로 전환하려는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 논의의 장에서 청소년의 자리는 찾기 어렵다. 한국 사회에서 청소년은 대개 ‘돌봄의 대상’으로만 여겨지기 때문이다. 많은 청소년들이 양육자의 돌봄 속에서 미래를 준비하는 데만 몰두하며 타인을 돕고, 관계를 가꾸며, 가족 바깥의 공동체를 보살피는 일에는 거리를 둔 채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팬데믹의 교훈이 일깨웠듯이 우리는 모두 연결된 존재들이며, 누구도 타인과 사회의 돌봄 없이는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없다. 청소년 역시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돌봄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돌봄을 성과나 이익보다 뒤에 두지 않으며, 기꺼이 돌보고 돌봄받을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이 책은 청소년들이 시민의 권리이자 의무로서 누구나 돌봄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고, 돌봄이 사적 차원의 선행이나 도움, 배려만이 아니라 공적 영역에서 다 함께 고민하고 실천해야 할 중대한 가치임을 배울 수 있는 첫 번째 돌봄 입문서이다. 청소년을 위한 돌봄 책이 지금껏 출간되지 않은 이유는 아마 ‘공부할 시간에 누군가를 돌보는 것은 손해가 아닐까? 돌봄은 어른들이나 하는 일 아니야?’라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청소년들이 경제적 이익이나 명성을 얻는 것보다 더 소중한 가치가 있음을, 돌봄은 결코 손해가 아니라 나와 타인을 살리고 사회를 지키는 일임을 이해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돌봄, 취약한 우리가 서로에게 기대어 살아가는 힘
    영 케어러의 경험과 통찰을 담아 완성한 돌봄 입문서

    이 책을 함께 쓴 저자들은 모두 청소년기, 청년기에 가족을 돌본 경험이 있는 영 케어러 출신이다. 이들은 질병이나 장애로 인해 일상생활이 어려워진 가족을 돌보며, 돌봄이 전적으로 가족에게 맡겨졌을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누군가를 돌보는 이들을 지원할 공적 체계가 없을 때 얼마나 많은 사람의 삶이 소리 없이 무너져 내리는지를 절실하게 경험했다. 물론 이들의 경험이 온통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취약해진 누군가를 온전히 책임지고 돌보는 일은 생존에 필요한 구체적인 역량과 삶을 대하는 진지한 태도, 사회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얻게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영 케어러 출신인 네 저자의 귀중한 경험과 통찰, 이들이 각자의 직업 영역(사회복지학 연구자, 돌봄 활동가, 의료사회복지사, 미술치료사)에서 쌓아온 전문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각도에서 돌봄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을 안내한다.

    1장 ‘돌봄으로 이루어진 세계’는 뇌종양에 걸린 어머니를 돌본 경험을 계기로 사회복지학 연구자가 된 최유나가 썼다. 이 장에서는 안부를 묻고, 길을 안내하는 일상의 작은 실천부터 교통, 안전, 위생, 의료 등 사회의 필수 노동에 이르기까지 돌봄의 깊고 넓은 세계를 보여 주며, 우리 사회가 얼마나 많은 돌봄의 손길로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알기 쉽게 전한다. 돌봄이 이렇게 우리 삶에 깊숙이 자리한 이유는 바로 인간이 취약함을 가진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 장에서는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신체적, 정서적, 환경적 취약함을 두루 소개하며, 이러한 취약함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상황과 관계, 맥락 속에서 달라질 수 있음도 함께 설명한다. 최유나는 우리가 서로 다른 취약함과 유능함을 가진 존재들이기에 서로 돌봄을 주고받는 것은 결코 민폐나 간섭이 아니며, 인간 삶의 기본 조건이자 사회가 유지되는 원리임을 힘주어 말한다.

    2장 ‘돌봄으로 본 정치, 경제, 사회’는 당뇨 합병증으로 쓰러진 아버지를 9년간 돌본 경험을 바탕으로 『아빠의 아빠가 됐다』라는 책을 쓰고, 비영리 단체 ‘돌봄 커뮤니티 N인분’을 설립한 조기현이 썼다. 이 장에서는 오랜 시간 개인이나 가족의 일로 여겨 왔던 돌봄을 공적 영역으로 끌어와 정치, 경제, 사회를 재구성하는 핵심 가치로 다룬다. 조기현은 자본주의 시대에 들어와 강화된 성별 분업으로 인해 돌봄이 ‘여성의 일’이 되며 비가시화, 저평가되어 온 과정을 설명하며, 경제 활동이나 보호자의 역할을 한다는 이유로 혹은 시장이 해결해 주리라는 기대로 돌봄에 무임승차하는 사람들을 비판한다. 돌봄에 헌신하는 사람들은 사회경제적으로 위축되고, 무임승차하는 이들은 풍요와 편리함을 누리는 불평등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돌봄이 모든 시민의 권리이자 의무로 자리 잡는 돌봄 민주주의가 실현되어야 한다. 조기현은 성과 중심의 능력주의 사회가 은폐하고 있는 돌봄의 자리를 드러내며, 서로의 취약함에 응답할 수 있는 ‘돌봄 인지 감수성’을 키우기 위한 돌봄 시민 교육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3장 ‘어른을 돌보는 청소년, 영 케어러’는 암 환자인 어머니와 어린 자녀를 동시에 돌본 다중 돌봄 경험을 가진 의료사회복지사 이해령이 썼다. 이해령은 의료사회복지사로서 병원에서 만난 수많은 어린이, 청소년 보호자의 사례를 들어 영 케어러들이 어떤 일을 감당하고 있는지 그 구체적인 실상을 보여 준다. 많은 영 케어러들이 취약한 상황에 있는 가족을 신체적, 정서적, 경제적으로 돌보며 ‘나만 뒤처지는 것은 아닐까?’, ‘내 삶을 다 잃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을 견디고 있다. 이해령은 페미니즘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이들의 돌봄을 ‘역량’이라고 표현하며 돌봄은 결코 무언가를 빼앗기고, 못 하고, 잃기만 하는 과정이 아니라 생존의 기술이자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힘이라고 말한다. 동시에 그는 ‘돌보지 않기를 선택할 권리’ 또한 강조한다. 영 케어러 또한 돌봄 속에서 성장할 권리를 지닌 존재들인 만큼 국가는 제도와 정책을 통해 이들이 쉬면서 자기 삶을 돌볼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 글에서는 영 케어러 내부의 다양성을 보여 주는 한편, 다양성을 이유로 영 케어러를 세세하게 나누어 이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점도 지적한다.

    4장 ‘나를 돌보는 일, 자기 돌봄’은 마음 건강상의 어려움을 겪는 가족과 돌봄을 주고받으며 성장한 경험을 바탕으로 미술치료사가 된 오현아가 썼다. 누구나 기꺼이 돌보고 돌봄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모든 돌봄의 뿌리이자 출발점인 ‘자기 돌봄’이 이루어져야 한다. 오현아는 과도한 경쟁, 정상성을 강요하는 문화, 감당하기 어려운 책임과 과제 속에서 흔들리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우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아야 하며, 내가 내 편이 되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 연습을 위해 그는 자기 자비, 임계점, 회복 탄력성, 창조적 자신감 등의 개념을 소개하며, 청소년들이 스스로에게 좀 더 너그러워지고 자신을 잘 이해한 상태에서 앞날을 그려 갈 수 있도록 이끈다. 자기 돌봄의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며 오현아가 강조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나’를 먼저 돌보는 것은 결코 이기적인 일이 아니라는 것. 둘째, 자기 돌봄이 마치 자기 관리처럼 또 하나의 성취해야 할 과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 끝으로 이 글에서는 모든 돌봄은 관계 안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강조하며 관계를 안정적으로 가꾸는 돌봄의 대화 방법을 소개한다.

    사회복지학 연구자, 돌봄 활동가, 의료사회복지사, 미술치료사
    4인 4색 저자들과 함께 일상에서 숨은 돌봄 찾기

    이 책에는 각 장마다 독자가 직접 생각하고 토론하고 실천해 볼 수 있는 탐구 주제가 제시되어 있다. 돌봄이라는, 어쩌면 너무 크고 넓어서 다소 모호하기도 한 주제를 일상에서 구체적으로 다룰 수 있도록 저자들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마련한 코너다.

    사회복지학 연구자인 최유나는 청소년들이 자신이 지금껏 성장하는 과정에서 가정과 지역 사회, 국가로부터 어떤 돌봄을 받았는지 생각해 보고, 일상에서 크고 작은 돌봄의 장면을 찾아볼 수 있도록 몇 가지 실천 과제를 제시했다. 돌봄 활동가인 조기현은 청소년들이 돌봄을 공적, 사회적 차원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우리 사회 돌봄 노동자들의 처우를 살피고, 현행 헌법의 돌봄 관련 조항을 바탕으로 미래의 돌봄 헌법을 구상해 보는 활동을 제시했다. 또한 돌봄 노동 가운데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기획 노동’의 사례를 찾아보고, ‘자립’을 요구받기 쉬운 청소년들이 잘 의존하는 것이 진짜 자립임을 이해할 수 있는 과제도 함께 마련했다. 의료사회복지사인 이해령은 영 케어러에 대한 편견을 강화하고 그들의 돌봄 책임을 더 무겁게 하는 언론의 잘못된 표현을 직접 수정해 보는 과제를 제시하고, 돌봄을 포함한 ‘좋은 삶’의 모습과 어린이, 청소년의 목소리를 담은 돌봄 정책을 상상해 보기를 제안했다. 미술치료사인 오현아는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개인적, 사회적 안전망을 그림으로 그려 보고,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생태적 돌봄의 사례를 찾아보는 활동을 마련했다.

    돌봄은 학문적으로도, 실천적으로도 여러 영역에 폭넓게 걸쳐 있는 데다가 그 결과물 역시 눈에 잘 보이지 않기에 배우고 가르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이 책이 충실하게 제공하는 탐구 과제를 활용한다면 학교 수업에서도, 시민 교육에서도 돌봄에 관한 구체적인 학습과 토론이 가능할 것이다.

    저자 소개
    저자 : 최유나,조기현,이해령,오현아

    최유나
    뇌종양에 걸린 어머니를 30대 초반에 돌본 경험을 계기로 문화인류학에서 사회복지학으로 전공을 바꿔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연세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서 강의하며 돌봄을 연구하고 수필을 쓰고 있다.

    조기현
    스무 살부터 아버지 돌봄을 시작했고, 그 경험을 담은 『아빠의 아빠가 됐다』를 썼다. 매일 돌보고, 돌봄을 중심으로 변화를 만드는 활동을 하며, 때때로 책을 내고, 간혹 예술 작품을 만든다. 돌봄 커뮤니티 N인분 대표로 일한다.

    이해령
    영 케어러 출신이며, 현재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에서 의료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다. 암 환자 돌봄과 양육을 동시에 수행한 다중 돌봄 경험과 페미니즘의 관점을 토대로 돌봄을 탐구하는 사회복지 연구자이기도 하다.

    오현아
    가족과 돌봄을 주고받으며 성장한 경험을 바탕으로, 미술치료와 상담심리학을 전공했다. 현재 미술치료사로서 그림을 통해 마음을 돌본다. 또한 돌봄의 가치를 전하는 일을 하며, 예술로 돌봄을 표현하고 연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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