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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란 일 센티미터

    • 고은영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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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년 10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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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품 규격 정보
    상품상세정보
    ISBN ISBN-13 : 9791199115354
    쪽수2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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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품구성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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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꽃샘의 봄은 아직 겨울이다. 여름도, 가을도 마찬가지다. 아빠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꽃샘은 엄마를 대신해 동생 현규를 돌보는 일상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한다. 아직은 꿈 많고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은 여학생이지만, 마음 한편에는 언제든 지금의 일상이 무너질지 모른다는 불안이 자리하고 있다.

    어린 시절의 단짝 정우는 누구보다 가까웠던 친구였다. 어느덧 훌쩍 커 버린 꽃샘 앞에 정우가 다시 나타난다. 그것도 꽃샘이 알고 있던 정우가 아닌, 다른 이름으로. 다른 모습으로. 그렇게 다시 나타난 정우와 함께 학창 시절을 보내며 꽃샘은 자신이 잊고 지나온 모습을 하나씩 찾아가기 시작한다. 미나와 요엘을 비롯한 학교 친구들과의 관계도 그 안에서 얽히고 또 흔들린다. 하지만 정우와의 만남을 통해 꽃샘은 조금씩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여는 법을 배워 나간다.

    늘 아프고, 때로는 자신의 곁을 떠나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꽃샘은 기다리는 법을 배운다. 바람에 흔들리면서도 제자리에서 계절을 건너는 코스모스처럼 꽃샘도 그렇게 흔들리고 아파하며 자신의 시간을 지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의 키가 일 센티미터 자랐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또 다른 시작을 향해 나아갈 만큼 마음의 크기도 함께 자랐음을 느낀다.

    『노란 일 센티미터』는 흔들리고 아파하면서도 조금씩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꽃샘이 자신만의 가을을 지나 다시 새로운 계절로 나아가는 시간을 담은 청소년 성장소설이다

    목차

    [목 차]

    1. 차정우

    2. 은행골에 봄이 왔다

    3. 비밀 레시피

    4. 데칼코마니

    5. 소란

    6. 혼자 아프지 마

    7. 노랗게 물드는 가을

    8. 노란 일 센티미터

     

     

    작가의 말



    [본 문]

    교실에 들어서자 낯선 남학생이 눈에 띄었다. 담임이 창가 자리를 가리켜 전학생을 앉혔다. 짝꿍이 생긴 걸 알아차리는 순간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시선을 피하며 사물함에서 교과서를 꺼내 자리에 앉았다. 그 애의 시선이 오른뺨에 머무는 게 느껴졌다.

    --- p.9

     

    정우는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유일한 나의 소꿉친구였다. 정우 역시 마찬가지였다. 동네에서 둘만 유치원을 다니지 않았다. 빡이라는 별명도, 땅콩이란 별명도 모두 내가 붙여줬다. 세상에서 제일 만만하던 정우가 다시 나타났는데, 이상하게 예전의 그 애 같지 않았다. 키는 훌쩍 커서 나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크고, 수업 시간에 쪽지 보내지 말라는 애가 어떻게 정우일 수 있을까? 우정에도 유통기한이 있는지 추억 속에서 생생하던 정우는 지금 멀게만 느껴졌다.

    --- pp.13

     

    아빠가 술에 취해 들어온 날이었다. 할머니는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얻어먹었냐며 아빠에게 잔소리했다. 아빠는 이른 저녁부터 이불도 깔지 않고 코를 골며 잠에 빠졌다. 달그락거리는 소리에 눈을 떴다. 엄마는 서랍장에서 옷을 꺼내 짐가방에 넣었다. 다 차지도 않은 짐가방을 손에 들고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나는 눈을 비비며 일어나 엄마를 따라갔다. 엄마가 툇마루에 앉아 신발을 다 신을 때까지 나는 엄마 카디건을 붙잡고 있었다. 엄마는 짐가방을 들고 일어서며 카디건을 붙잡은 내 손을 뿌리쳤다. 나는 왕 하고 울어버리고 싶은 마음을 눌렀다. 엄마는 들어가라고 손짓하며 터미널로 향하는 언덕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매번 매섭게 내 손을 뿌리치는 엄마를 더 따라가지 못하고 주저앉아 훌쩍였다. 엄마는 은행나무 길로 그렇게 작아져 까만 점이 됐다. 눈물을 닦고 방으로 들어와 코를 골며 자는 아빠의 가슴을 여러 번 때렸다.

    --- pp.28-29

     

    “산책할까?”

    산책이라는 소리에 잠이 확 깼다. 정우가 마음이 바뀔까 얼른 신발을 신으며 현규에게 물었다.

    “정현규. 누나 산책할 건데 너도 갈래?”

    “잘생긴 형아도 가는 거야?”

    “여기 잘생긴 형이 어딨어?”

    “여기.”

    현규가 정우를 가리켰고, 정우는 당연한 듯 어깨를 으쓱했다. 아빠가 산책하자고 말할 때도 떼를 쓰며 안 가겠다던 현규가 어쩐 일로 순순히 따라나섰다. 은행나무 숲길을 현규, 정우, 내가 나란히 걸었다.

    --- pp.85-86

     

    “넌 눈에 띄어.”

    정우가 나에게 눈에 띈다고 말했다. 내가 보기에는 정우가 훨씬 더 눈에 띄었다. 나는 존재감 제로. 정우는 존재감 백퍼.

    “키가 작아서?”

    “아니. 그냥 너를 인정받으면서 자란 티가 나.”

    정우는 또 어렸을 때의 얼굴이 되었다. 햇빛이 쨍쨍한데도 얼굴에 그늘이 진 것 같은 그 얼굴.

    “알아듣게 좀.”

    “미나나 요엘 같은 애는 많아. 끊임없이 자기를 증명해서 자기 존재를 인정받아야 하는 애들. 자기 아이가 최고인 줄 착각하는 부모들은 1등이 아니면 자기 자식이 아니라고 착각하거든. 성적이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그 사실을 못 받아들여 자식한테 폭력도 휘두를 걸.”

    요엘이나 미나가 맞는다고? 미나의 하얀 허벅지에 붉고 파란 멍들이 불현듯 떠올랐다.

    --- p.125

     

    정우의 도움 없이 치른 2학기 중간고사 성적표가 나왔다. 엄마는 성적표를 보고 예전 감을 찾았다고 좋아하면서도 스트레스받지 말라는 말은 빼놓지 않았다. 정우가 보면 더 좋아했을 텐데 아쉬움이 남았다.

    정우가 사라진 지 석 달이 지나면서 울컥하던 감정이 조금씩 희미해졌다. 정우가 이곳으로 올 수 없다면 내가 정우에게 갈 방법을 찾아야 했다. 서울로 가는 방법을 골똘히 생각해 봤다. 갑자기 서울로 이사 갈 이유가 전혀 없었다. 식구 모두가 이사를 가지 않더라도 나만 서울로 갈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엄마가 보다가 두었는지 식탁에 널브러진 신문에서 힌트를 찾았다.

    --- p.167

     

    터미널 입구에 버스가 보였다. 차 박사, 현규, 나는 도착하는 버스 문에 바짝 다가갔다. 버스에서 정우를 닮은 사람이 내렸다. 몰골이 처참해 정우가 아닌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현규가 정우 모습을 보고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정우의 푹 꺼진 볼과 퀭한 눈은 중학생처럼 보이지 않았다. 바스러질 듯 푸석거리는 머리카락을 바람에 흩날리며 우리 앞에 다가왔다. 구겨 신은 신발은 전보다 더 더러워져 있었다. 얇은 바람막이 하나 입고 플래카드처럼 겨울바람에 펄럭이던 정우가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엄마와 차 박사를 향해 꾸벅 인사를 했다. 현규가 다가와 물었다.

    “형아, 무슨 일 있었어?”

    --- p.187

     

    사람들은 단풍이 아름답다고 말했지만, 나에게 가을은 기다림이 가장 길어지는 계절이었다. 그런데 이상하다. 이제는 가을이 기다려진다. 코스모스가 바람에 흔들려도 괜찮다. 단풍이 세상을 물들여도 괜찮다. 내 가을 끝에는 은행나무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안다. 힘들 때마다 울면서 달려갔던 곳도, 기도하듯 마음을 기대었던 곳도, 늘 그 은행나무였다.

    --- p.204

     

    출판사 서평





    꽃샘의 계절은 치유의 회색빛

     

    사람은 나이를 먹는다고 저절로 성장하는 것이 아니다. 청소년기에 미처 돌보지 못한 결핍과 상처는 사라지지 않은 채 마음속에 남아, 때로는 어른이 된 뒤 더 큰 상처가 되어 돌아온다. 꽃샘은 아직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아야 할 나이지만, 집에서는 어느새 어른의 자리에 서 있다. 엄마를 대신해 동생 현규를 돌보고, 가족에게 무슨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늘 마음을 졸인다. 아빠의 부재는 그런 불안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꽃샘에게는 지금 함께 있는 엄마마저 언젠가 자신의 곁을 떠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오래전부터 자리하고 있다. 집은 꽃샘에게 가장 편안해야 할 곳이면서 동시에 가장 잃고 싶지 않은 곳이다. 그래서 꽃샘은 지금의 일상을 지키기 위해 누구보다 애를 쓴다.

    그렇다고 꽃샘이 마냥 어둡기만 한 아이는 아니다. 친구들과 웃고 떠들고, 누군가를 좋아하고, 새로운 만남에 설레는 평범한 여학생이다. 하지만 마음속 깊이 자리한 불안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성장기의 꽃샘에게 가족과 친구, 그리고 자신을 둘러싼 관계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작품 속 코스모스는 그런 꽃샘의 모습과 자연스럽게 겹쳐진다. 가느다란 줄기로 버티며 바람이 불 때마다 이리저리 흔들리는 코스모스처럼 꽃샘도 불안과 두려움 속에서 자신의 회색빛 계절을 지나간다. 가족과 학교라는 자신의 자리를 지키려 애쓰고, 상처받고 흔들리면서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기를 반복한다. 우리는 불안하고 흔들리는 시간을 통과하지 않고서는 성장할 수 없다.

    《노란 일 센티미터》는 저마다의 결핍을 품고 다시 만난 꽃샘과 정우가 서로의 상처를 알아보고, 멈춰 있던 계절을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는 과정을 그린 청소년 성장소설이다. 거창한 변화가 아니라 작은 관심과 이해, 스스로 내딛는 한 걸음에서 치유가 시작된다는 사실을 두 아이의 시간을 통해 보여준다.

     

     

    다시 나타난 정우, 흔들리는 우리들의 관계

     

    어린 시절 꽃샘에게 정우는 특별한 친구였다. 함께 시간을 보내며 자랐던 두 아이는 어느 순간 서로의 삶에서 멀어진다. 그렇게 지나간 줄 알았던 정우가 중학생이 된 꽃샘 앞에 다시 나타난다. 그것도 꽃샘이 기억하던 모습이 아니라, 다른 이름과 다른 모습으로. 낯설어진 정우의 등장은 꽃샘의 일상에 작은 균열을 만든다. 하지만 다시 정우와 시간을 보내고 함께 공부를 시작하면서 꽃샘은 어느새 잊고 있던 자신의 모습과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학교에는 꽃샘과 정우만 있는 것이 아니다. 미나와 요엘을 비롯한 친구들이 있고, 그 안에는 저마다 다른 마음이 있다. 가까웠던 사이가 어느 순간 멀어지고, 오해와 시기로 서로에게 상처를 준다. 학교라는 작은 사회 안에서 관계는 끊임없이 움직이고, 꽃샘 역시 그 안에서 쉽지 않은 반목을 경험한다.

    그런 와중에 정우와의 재회는 단순히 옛 친구가 돌아온 사건에 머물지 않는다. 정우를 통해 꽃샘은 과거의 자신과 마주하고, 친구들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찾아가는 시간을 만들어 간다. 좋아한다고 해서 언제나 가까워지는 것도 아니고, 서운하다고 해서 관계가 완전히 끝나는 것도 아니다. 때로는 기다리고, 때로는 먼저 마음을 열어야 한다. 『노란 일 센티미터』는 아이들의 관계를 아름답게만 포장하지 않는다. 좋아하고, 미워하고, 오해하고, 다시 손을 내미는 그 복잡한 시간을 있는 그대로 조용히 따라간다. 그리고 그런 관계 속에서 조금씩 달라지고 성장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노란 가을, 조금씩 자라는 마음

     

    『노란 일 센티미터』에서 가을은 특별한 계절이다. 은행골의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들고 코스모스가 피어나는 동안 꽃샘은 기다림을 배운다. 누군가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변해 버린 관계가 다시 이어지기를 기다리고, 자신의 불안한 마음이 조금은 괜찮아지기를 기다린다. 꽃샘에게 기다림은 가만히 멈춰 있는 시간이 아니다. 사람을 좋아하고, 상처받고, 다시 기대하면서 견뎌 내야 하는 시간이다.

    그리고 어느 날 꽃샘은 자신의 키가 일 센티미터 자랐다는 것을 알게 된다. 숫자로만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 센티미터. 하지만 그 작은 변화 뒤에는 꽃샘이 지나온 수많은 시간이 쌓여 있다. 가족을 걱정했던 날, 친구에게 마음을 주고 상처받았던 날, 떠나 버린 정우를 기다렸던 날, 그리고 다시 누군가를 믿어 보고 싶었던 순간들이다. 키가 자라는 동안 마음도 함께 자라고 있었지만 정작 꽃샘 자신은 그것을 알지 못했다. 성장은 어쩌면 그렇게 자신도 모르는 사이 조금씩 찾아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노랗게 물든 은행잎은 결국 떨어지지만 계절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가을이 지나면 겨울이 오고, 겨울을 지나면 다시 봄이 찾아온다. 그리고 그 계절의 끝에 ‘꽃샘’이라는 이름이 있다. 봄을 앞두고 마지막 추위를 견뎌 내는 꽃샘처럼, 정꽃샘 역시 흔들리고 아파하면서 자신의 계절을 통과한다.

    『노란 일 센티미터』가 말하는 성장은 어느 날 갑자기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니다. 흔들리고, 기다리고, 상처받으면서도 다시 마음을 내어 주었던 시간만큼 조금씩 자라나는 것이다. 눈에 띄지 않을 만큼 작지만 분명한 그 성장을, 이 소설은 ‘일 센티미터’라는 작은 변화 속에 담아낸다.

    저자 소개
    저자 : 고은영

    고은영 (글)

    2025
    년 단편소설 <구덩이>로 신라문학대상을 받으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장르를 정하지 않고 쓰고 싶은 주제에 따라 성인 소설, 청소년 소설, 동화 등 다양한 창작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저서로 동시집 『작은 것들의 나라』를 출간했습니다.

    『노란 일 센티미터』는 첫 장편소설입니다. 작품을 쓰면서 소중한 사람이 떠나간 자리를 오래 들여다보았습니다. 꽃샘이는 조그만 돌멩이에도 매번 걸려 넘어지지만, 다시 일어서는 방법을 압니다. 은행나무가 노랗게 잎을 물들이고, 열매가 익어가듯 꽃샘이도 하루하루 성장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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