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차]
Part 1 세계대학의 국제화의 역사 17
1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의 국제화, 볼로냐
고등교육 국제화의 기원을 찾아서 19
2 종교와 국적의 장벽을 넘어, 네델란드 라이덴
볼로냐 이후, 라이덴, 국제화의 새로운 본거지 24
3 현대연구중심대학 원형, 독일 훔볼트대학의 국제화
국가가 지원하는 연구대학의 등장 29
4 라이덴 이후의 또 다른 선택
중앙집권적 프랑스 고등교육 체제 32
5 미국 연구중심대학의 탄생과 국제화
배운 뒤 돌아와 만들고, 다시 세계를 불러들이다 36
6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체제의 국제화
공공대학은 어떻게 세계 수준의 연구와 지역 혁신을 동시에 만들어냈는가 41
7 영국 고등교육 국제화와 세계대학평가
세계적인 대학의 기준, 누가 정하는가? 46
8 같은 영어권, 다른 전략, 호주와 캐나다의 선택
교육을 산업으로, 지역산업과 연계된 유학정책 52
9 지역의 한계를 넘어 글로벌 명문으로
호주의 지역대학 육성 전략과 시사점 58
10 에라스무스, 유럽연합 출범 이후 대학 국제화
볼로냐 프로세스와 에라스무스가 만든 새로운 질서 64
11 싱가포르, 말레이지아, 송도의 선택
해외 캠퍼스, 국제화의 확장 68
12 일본 고등교육의 국제화
독일대학모형이 만든 노벨상, 유학생을 사회구성원으로 73
13 추격에서 선도로: 중국 고등교육 국제화의 명암과 전략 77
Part 2 한국고등교육 국제화 81
1 신라의 당나라 유학생, 미국 유학생초대대통령
한국 고등교육의 국제화 1 83
2 서울대, 미네소타 프로젝트
한국 고등교육의 국제화 2 88
3 카이스트, 스탠포드 터만 보고서
한국 고등교육국제화 3 92
4 해외유학 자유화
서울대, 학부졸업생기준 미국 내 박사배출 1위 해외대학 96
5 Brain Korea 21, 국제화가 중심에
고등교육 질적 도약의 변곡점 102
6 세계수준대학 만들기, WCU
대학의 국제화가 전면에 105
7 유학하기 좋은 나라, Study Korea
Study Korea, 한국도 호주가 될 수 있는가? 108
8 양대 사학, 15년만에 세계적 대학 반열에
연세대·고려대의 글로벌 승부수, 대학 사회의 경쟁 112
9 국립대 국제화의 반격
부산대와 전북대가 흔드는 사립대 중심 국제화 구도 116
10 산학협력이 가져온 국제적 명성
성균관대와 한양대가 보여준 글로벌 대학의 길 121
11 세계 대학계를 놀라게 한 28위의 기적
포항공대, 국제화의 또 다른 경로 126
12 국내보다 해외에 더 알려진 대학들
우송대와 계명대, 생존전략에서 글로벌 정체성으로, 지역사학의 국제화 130
13 유학생 유치를 넘어, 캠퍼스 아시아로
GKS의 성과와 한국 고등교육 국제화의 다음 단계 134
Part 3 세계인의 대학으로 전환 139
1 세계 5대 유학강국 대한민국
세계 보편적 고등교육에 기여하다 141
2 어느 나라에서 한국에 공부하러 오는가?
30만 유학생 시대의 지도: 숫자를 넘어 ‘문화적 영토’를 확장하라 146
3 지역대학의 재발견 : 대학은 지역의 소중한 자산
세계 5대 유학 강국 실현의 열쇠 150
4 대학의 시간을 글로벌 시간으로
9월 학기 불가능한가요? 154
5 온라인 강좌와 마이크로 크리덴셜
코로나가 가져온 대학의 변신 158
6 세계문화가 공존하고 존중받을 수 있는 대학
‘손님’이 아닌 ‘우리 학생’을 위한 캠퍼스 161
7 대학, 국제개발협력의 중요players
개발도상국 대학과의 협력 165
8 해외 거점 인프라를 활용한 신뢰 기반 유학생 유입 채널 구축
한국어 채택교 및 한국교육원내 유학지원센터 확대 168
9 교육 수출의 시대를 열다: 해외 캠퍼스 설립
한국인의 대학에서 전세계인의 대학으로 171
10 K-학위의 글로벌 신뢰
법적 보장과 디지털 기술의 융합 174
한국의 10대 대학도시
1 강릉 _ 대학, 도시의 생존을 넘어 미래의 엔진으로 179
2 광주 _ 인문학과 AI가 만나는 글로벌 대학도시 183
3 대구 _ 신산업 지도를 그리는 글로벌 혁신 대학도시 186
4 대전 _ 과학기술과 대학이 미래를 설계하는 글로벌 혁신 수도 190
5 부산 _ 바다 위에서 세계로 열리는 글로벌 대학도시 194
6 서울 _ QS 선정 세계 최고 대학도시 198
7 인천 _ 아시아의 교육 허브를 꿈꾸는 글로벌 관문 202
8 전주 _ 전통과 농생명·문화 산업이 만나는 글로벌 혁신 대학도시 205
9 제주 _ ‘에듀-워케이션(Edu-Workca tion)’ 캠퍼스 208
10 청주 _ 교육·산업·정착이 연결되는 중부권 핵심 대학도시 211
epilogue
세계인의 대학으로 가는 길: 실용적 혁신과 포용의 교육 생태계 215
[본 문]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의 국제화, 볼로냐
고등교육 국제화의 기원을 찾아서
최근 대학 캠퍼스에서 외국인 학생이나 교수를 마주하는 일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국제 공동연구, 영어 강의, 교환학생 프로그램 역시 점차 일상적인 대학의 모습이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 앞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질문을 던지게 된다. 대학의 국제화는 과연 필요한가라는 물음이다. 외국인 학생의 증가가 국내 학생들에게 부담이 되지는 않는지,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이 깊이 있는 학문적 토론을 방해하지는 않는지에 대한 우려 역시 결코 가볍지 않다. 국제화는 기대와 함께 불안도 동반한다.
대학의 탄생과 함꼐 시작된 국제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잠시 현재의 논쟁에서 벗어나 대학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대학의 기원으로 흔히 언급되는 Universitàdi Bologna를 살펴보면, 고등교육의 국제성은 현대에 갑자기 등장한 정책적 유행이 아니라 대학 제도의 탄생과 거의 동시에 형성된 특성에 가깝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1088년에 설립된 볼로냐 대학은 서구 세계에서 ‘학문의 어머니’를 뜻하는 알마 마테르 스투디오룸(Alma Mater Studiorum)으로 불리며,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근대적 의미의 대학으로 평가된다. 이 대학이 고등교육사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이유는 그 탄생 방식에 있다. 당시 교회의 통제 아래 놓여 있던 교육 체제와 달리, 볼로냐 대학은 학생들이 주체가 되어 교수와 계약을 맺고 학문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결성한 학생 공동체, 즉 ‘우니베르시타스(Universitas)’에서 출발했다.
중세 이탈리아에서 로마법 연구의 중심지였던 볼로냐는 곧 유럽 전역에서 학문을 추구하는 젊은이들을 끌어들이는 강력한 지적 중심지가 되었다. 이 과정에서 대학은 단순히 특정 지역의 교육기관을 넘어, 국경을 넘어선 지식의 생산과 교류가 이루어지는 초국가적 학문 공동체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공동규칙을 통해 운영 참여
볼로냐 대학의 국제성은 학생 자치 조직인 나티오네스(Nationes)를 통해 구체적인 제도적 형태를 갖추었다. 당시 볼로냐로 모여든 학생들은 대부분 현지 시민권이 없는 외지인이었기 때문에 출신 지역을 기준으로 공동체를 조직하여 스스로의 권리와 생존을 보호할 필요가 있었다. 이러한 조직은 크게 이탈리아 출신 학생들의 연합인 시스몬타니(Cismontani)와 알프스 이북에서 온 외국인 학생들의 연합인 트란스몬타니(Transmontani)로 나뉘어 운영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조직들이 단순한 친목 단체가 아니라 대학 운영에 실질적으로 참여하는 자치 기구였다는 사실이다. 나티오네스의 대표들은 학생 신분의 총장(Rector)을 선출했고, 교수의 강의 내용과 질을 평가하며 학문 공동체의 운영에 적극적으로 관여했다. 서로 다른 지역과 문화에서 온 학생들이 공동의 규칙 속에서 대학을 운영한 이 경험은, 국적을 넘어 협력하는 초기 형태의 국제적 자치 모델을 보여준다.
대학: 공통언어를 공유한 국제적 학문 공동체
실제로 12~13세기 유럽에서 등장한 초기 대학은 본질적으로 국경을 전제로 하지 않는 공간이었다. 볼로냐 대학이나 University of Paris과 같은 대학들은 특정 국가의 교육기관이라기보다 라틴어라는 공통 학문 언어를 공유한 국제적 학문 공동체였다. 학생과 교수는 출신 지역과 무관하게 자유롭게 이동했으며, 학문적 권위는 국왕이나 교회가 아니라 지식 그 자체에 의해 정당화되었다.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국제 학문 이동성은 이미 중세 대학에서 그 원형을 갖추고 있었던 셈이다.
물론 이후 근대 국민국가가 등장하면서 대학의 역할은 일정 부분 변화했다. 대학은 국가 발전에 필요한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핵심 제도로 재편되었고, 교육과 연구 역시 국가적 틀 안에서 조직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대학의 국제적 성격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독일의 연구중심대학, 미국의 연구대학, 그리고 유럽의 학생 교류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대학은 시대마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국경을 넘어왔다. 국제성은 대학의 예외적인 선택이 아니라, 역사 속에서 반복적으로 재구성되어 온 대학의 정체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