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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빛바라기(상상인 시선 76)

    • 신정모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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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년 09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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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품 규격 정보
    상품상세정보
    ISBN ISBN-13 : 9791174900906
    쪽수1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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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품구성단행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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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신정모의 시조집 『빛바라기』를 관통하는 중심 이미지는 ‘빛’이다. 시인은 “시조는 빛이 머무는 삶터”이며 “빛을 찾아가는 지난한 여행”이라고 말한다. 이때 빛은 삶의 어둠, 즉 가난과 노동, 상실과 고독의 시간을 견디는 가운데 조금씩 길어 올리는 희망이고 삶의 힘이다. 그러므로 이 시조집에서 빛을 바라보는 일은 살아갈 이유를 찾는 일이고, 빛을 벼리는 일은 고단한 현실을 딛고 자신의 삶을 새롭게 일으켜 세우는 일이다.

    표제작 「빛바라기」에는 이러한 시적 지향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박스집 구석에서 밤을 새운 사내는 “햇살 한 줄기 움켜 안고” 눈을 뜬다. 빈 주머니와 무직의 그림자가 그의 삶을 짓누르고 있지만, 그는 담쟁이가 벽을 오르듯 하루하루 다시 발을 딛는다. 시인은 그 미약한 움직임 속에서 “볕뉘 한 줄”을 발견한다. 햇살을 두드려 자신의 몸과 마음을 단련하고 마침내 만선의 기쁨을 안고 돌아오는 그의 모습은, 삶의 빛이 수고와 인내의 시간 속에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 빛의 근원에는 노동으로 한 생을 견딘 부모 세대가 있다. 「지게」에서 아버지는 “천만 근 끼닛거리”를 짊어지고 가난의 고개를 넘는다. 해묵은 외양간에 남은 지게에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던 아버지의 굽은 등과 혼이 어른거린다. 「마디」와 「뙈기밭에서」에는 팔 남매를 기르며 호미질과 쟁기질로 세월을 버틴 어머니의 생애가 새겨져 있다. 어머니의 굽은 허리와 깊은 주름은 고통의 흔적이면서 가족을 일으켜 세운 사랑의 기록이다.

    자연은 인간이 살아가는 법을 가르치는 또 하나의 스승이다. 『빛바라기』의 풀과 나무, 이끼와 꽃망울은 척박한 조건 속에서도 제 생명의 방향을 잃지 않는다. 「바랭이풀」의 풀은 “밭고랑 긴 어둠을 손끝으로 밀어내고” 돌 틈에 몸을 세운다. 「이끼」의 생명 또한 짓밟히고 으깨어진 자리에서 푸른 피를 퍼뜨린다. 그늘진 바위틈에 이름 없이 살아가면서도 메마른 뼈마디를 껴안고 한 줄기 볕뉘를 향해 나아간다. 시인은 이 낮고 연약한 생명을 두고 “꽃보다 낮은 자리 더 눈부신 생명”이라고 노래한다.

    이 시조집에서 시인의 시선은 개인과 가족의 기억에서 동시대의 현실로 넓어진다. 「갈매기의 포효」는 탄소 배출과 플라스틱 쓰레기, 백화현상으로 병들어가는 바다의 비명을 들려준다. 돌고래와 산호, 거북과 갯벌의 고통은 인간의 삶과 이어진 하나의 생태적 사건이다. 시인이 꿈꾸는 빛은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이 함께 살아갈 터전을 회복하는 빛이다. 검은 물이 씻기고 은빛 비늘이 다시 넘실대기를 바라는 마음에는 훼손된 세계를 되살리려는 간절한 생명 의식이 담겨 있다. 「피로한 대화」, 「메타버스에 올라」, 「반딧불이의 그늘」, 「휴먼 릴리푸트」 등은 디지털 문명과 인공지능 시대의 불안까지 시조의 영역으로 끌어들인다. 정보와 속도가 인간의 감각을 압도하고, 숫자와 아이콘 사이에서 ‘나’를 잃어가는 현실을 바라보며 시인은 잠시 버튼을 끄고 자기 안의 고요와 마주할 것을 권한다.

    신정모의 시조는 전통적인 율격 안에 오늘의 노동과 생태, 기술 문명과 사회 현실을 폭넓게 담아낸다. 지게와 호미, 장독대와 한지 같은 전통적 소재가 키오스크, 인공지능, 메타버스와 나란히 놓이며 과거와 현재를 잇는다. 여기에 ‘심알’, ‘밑동받이’, ‘시삐보다’, ‘솝뜨다’와 같은 토속어가 더해져 우리말의 오래된 촉감과 생활의 숨결을 되살린다.

    『빛바라기』는 삶의 어두운 밭을 묵묵히 갈아 한 줄기 빛을 일구는 시조집이다. 그 빛은 고난을 견디는 사람들의 마음을 비추고, 자연과 인간이 함께 살아갈 길을 밝히며, 아직 오지 않은 새날을 향해 오래도록 번져 갈 것이다.

    목차

    [목 차]

    1부 땀과 아픔을 이겨낸 삶의 선물

     

    불씨/ 빛의 볼트를 조이다/ 목판, 빛을 켜다/ 박신장에서/ 빛바라기/ 호락질/ 공스장에서/

    빈자리/ 지게/ 마디/ 호미가 말하다/ 다랑이논/ 뙈기밭에서/ 담쟁이의 문장文章

     

    2부 계절의 숨결, 기다림의 시선

     

    갈참나무, 코이의 강물에 서다/ 몽당연필/ 두 세계에서/ 네발나비의 명명命名/

    진실의 귀소歸巢/ 귀/ 바위의 잠언箴言/ 시간을 꿰매다/ 심알의 순환/ 솔잎 처방전/

    수수깡의 참회懺悔/ 빛을 벼리다/ 교실 밖 교과서로/ 꼬리 자르기

     

    3부 사랑과 그리움을 보듬어 가는 길목에서

     

    비계飛階의 시선/ 등 뒤에 선 행복/ 피로한 대화/ 소나기/ 이안離岸/ 간을 맞추다/ 움막/

    태양계로 마실 가다/ 새벽별/ 메타버스Metavers에 올라/ 고리/ 반딧불이의 그늘/

    휴먼 릴리푸트Human Lilliput/ 신 갈라테아新 Galatea

     

    4부 세월의 흔적, 삶의 향기를 담아

     

    배설주의보/ 유혹/ 밥주걱/ 바랭이풀/ 낮달의 마중/ 이른 봄/ 이식된 꽃/ 사계四季 속으로/ 갈매기의 포효/ 덩굴손의 짝사랑/ 이끼/ 소리 없는 말/ ○끼리 우화/ 등대를 바라보며

     

    5부 마음과 마음을 잇는 만남의 결

     

    빛의 땅 새만금/ 채석강을 바라보며/ 오작교 그 불멸의 끈/ 장독대/ 미륵사지 석탑 앞에서/ 우물/ 센강, 평화를 뿜다/ 신목神木 앞에서/ 나이야 가라!/ 네부타ねぶた 축제를 보며/ 백제성白帝城에 올라/ 송내피요르드Sognefjord의 빛/ 스피커즈 코너Speakers' Corner에서/ 크렘린, 붉은 광장에서

     

    6부 시간이 묶어 둔 묵음과 울림의 흔적

     

    참빗의 혼잣말/ 부채질/ 멍에/ 그네뛰기/ 문간방의 추억/ 덜미 관람/ 솥바위鼎巖에 꿈을/

    뒤주의 전언/ 백마白馬고지의 등불/ 한지의 숨/ 걸궁 그 후/ 당산목의 기원祈願/한옥의 숨소리

    공작새의 지문/ 백학처럼/ 미완/ 엄마, 울 엄마/

     

     

    해설 _ 존재의 빛과 신유물론적 사유

    이광소(시인, 문학평론가)


    [본 문]

    담쟁이 벽 오르듯 하루하루 다시 딛고

    바람을 모는 솔개 나래 펴는 결을 따라

    무직의 그림자 걷을 볕뉘 한 줄 당긴다

    -「빛바라기」 부분

     

     

    백묵이 다 닳도록 칠판을 두드리며

    물 젖은 꼬마심지 꺼질라 불고 불어

    앞선 길 홰잡이 되어 어두운 밤 건너길

    -「빛바라기」 부분

     

     

    비바람 등에 업고 뙤약볕을 가려주며

    손잡은 동행의 길 벼랑 끝을 넘어서서

    너 있어 나도 있다는 푸른 싯귀 읊는다

    -「담쟁이의 문장文章」 부분

     

     

    정오 볕 들인 상에 낯선 얼굴 마주 앉아

    밝은 눈 어두운 눈 두 세계가 머뭇하고

    나 혼자 환한 체하던 눈빛 한 음 낮춘다

    -「두 세계에서」 부분

     

     

    내 몸은 애당초에 여섯 발 나비인데

    두 발을 묻어 놓고 뿌리까지 바꾸면서

    작명인 제 잘못도 모르고 나비 꿈만 가둔다

    -「네발나비의 명명命名」 부분

     

     

    시간이 옷감처럼 포목점에 가득 쌓여

    지난날 더듬으며 색깔마다 다시 보고

    나에게 맞는 빛깔 하나 보자기에 담는다

    -「시간을 꿰매다」 부분

     

     

    사라진 크레파스 어느 누가 가져갔나

    무거운 침묵 속에 솔잎 한 개 입에 물고

    길어질 죄의 길이를 눈을 감고 기다린다

    -「솔잎 처방전 」 부분

     

     

    속도는 너에게로 여백은 나에게로

    밝힘과 남겨둠이 어긋나며 나란하다

    빛이란 지키는 마음, 앞서가는 게 아니다

    -「반딧불이의 그늘」 부분

     

     

    얼마나 지극하면 저렇게 안고 사나

    벽오동 칭칭 감아 제멋대로 오르는 너

    아무렴 사랑도 좋지만 남의 목숨 해칠 수야

    -「덩굴손의 짝사랑」 부분

     

     

    귀천의 벽을 헐고 맑게 고인 저 거울

    누구든 허리 굽혀 울림소리 퍼 올리며

    굽이친 국악의 물줄기 세계 속에 흐르리

    -「우물」 부분

     

     

    바람을 불러내어 산새 소리 띄운 여백

    볕과 결 다독인 판 나비 떼도 마실 오고

    침묵을 삭인 붓끝은 흘림체를 자아낸다

    -「한지의 숨」 부분

     

     

    추천사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시조는 빛이 머무는 삶터다. 빛을 일구는 밭이요. 빛이 꽃피는 언어의 정원이다.”고 말한다. 더 나아가 “시조에 삶의 꿈을 싣고 시조로 존재의 빛을 벼린다”고 강조한다.
    시인은 시의 전개를 추상이 아닌 구체적인 사실과 체험을 통해 존재의 빛을 벼리는 과정을 보여준다. 존재는 시간과 공간 속에 거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구체적이고 일상적인 사실을 비유나 상징으로 묘사하는 것은 이차적인 작업이다.

     

    신정모 시인에게 모든 존재는 저마다 빛을 지니고 있다는 사유에서 출발한다. 인간처럼 자연이나 사물에게도 존재의 가치를 부여하고 빛나기를 추구하는 시적 태도와 정신은 『빛바라기』 시조집을 관통하는 시세계이며 시조창작의 동력이기도 하다.

    지구의 생태계는 파괴되어가고 자연과 인간의 공존은 무너져 삶의 터전마저 위협받고 있는 현실 상황에서 신정모 시인의 인간중심주의를 넘어선 생명 중심의 사상과 철학은 인간과 자연의 공존, 세계와 우주의 질서를 조율하는 시조문학의 힘과 빛으로 승화될 것으로 믿는다.

    『빛바라기』 정신이 결국 신유물론적 사유에 닿아 있음을 확인하며, 모든 존재는 저마다 빛을 지니고 있다는 생명 중심의 시정신이 지상에 충만하기를 기대한다. 나아가 『빛바라기』 정신은 ‘빛을 벼리는’ 존재로서, 지구의 지평을 밝게 비추는 소임을 다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한다.

    _이광소(필명 이구한·시인·문학평론가·현 미당문학편집주간)

    출판사 서평

    시인의 말

    시조는 빛이 머무는 삶터다. 빛을 일구는 밭이요, 빛이 꽃피는 언어의 정원이다. 존재의 결을 찾아 싹 틔우고 북돋아 주는 힘, 그 참된 꿈의 동력이 깃드는 곳이다. 어둠을 걷어내고 세상의 이면을 비추는 작은 경고등이다.

    시조는 내 사유의 집이며 감정의 무늬다. 세상을 향해 뻗은 더듬이이자,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끈이다. 시조를 쓰는 일은 빛을 찾아가는 지난한 여행이다. 시간과 공간, 물상과 사유가 어우러진 여정이요, 삶의 일터이자 안식처다.

    시조는 답을 내리는 언어가 아니라, 공들여 질문을 심어두는 언어의 주머니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못한 변방의 모퉁이까지, 언어의 결을 따라 시조의 빛은 스며든다.

    시조에 삶의 꿈을 심고 시조로 존재의 빛을 벼리며 시조를 시간의 벗으로 삼아 시조에서 생활의 기쁨을 길어 올린다.

    시조에 담긴 민족 문학의 전통을 잇는 경작자로서, 오늘도 시조의 밭에서 묵묵히 그 무엇인가 빛나기를 소망한다.

     

    2026년 9월 1일

    전주 인후 글방에서

    신정모 씀

    저자 소개
    저자 : 신정모

    ·김제 용지 출생, 전주 거주

    ·전주사범학교, 전주교육대학교, 방송통신대학교 졸업

    ·교사, 교감, 교육연구사(도교육청공보실,교육연구원), 도교육청 장학사, 전주 중산초등학교 교장 명예퇴직

    ·시조·시 : 공직문학상(국무총리상), 시사문단 신인문학상, 강원 완전공감단시조 공모 장원, 한국문학상 본상, 한용운문학상, 청명정격시조문학상, 전북교육의 노래 가사 당선(작곡 나운영). 전북문화관광재단 26예술육성지원사업 선정, 시산문학상 등

    ·수필·수기: 보건복지부 8만시간디자인 에세이 최우수상, 교직원문예대상, 공무원연금문학상, 교육부한국어교육수기 최우수상 등

    ·한국문인협회, 미당문학회, 시사문단작가회, 좋은인연, 시산문학회 회원. 전라시조문학회 감사, 샘문문학그룹 이사

    ·시조집 『굴참나무와의 해후』 『빛바라기』 『볕뉘 오딧세이』(문학상 수상작품집) 『오륜의 거울』(공저 오륜재단)

     

    newm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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