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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ISBN-13 : 9791170833529 |
|---|---|
| 쪽수 | 260쪽 |
| 크기 | 기타 규격 |
| 제품구성 | 단행본 |
- 종교 > 기독교
“우리가 서 있는 고단한 삶의 가장자리 또한
하나님이 일하시는 거룩한 유배지입니다.”
━ 강영안, 김관성, 김진혁, 박영호 추천
“이 책은 한국 사회와 교회의 궤적에서 길어 올린
한 신학자의 정직한 신앙고백이자
상처와 실패의 한복판에서 길을 묻는 이들에게
건네는 따뜻하고 단단한 증언이다”
이 책은 나의 신앙 여정을 그린 비망록(備忘錄)이다. 나는 감옥에 갇힌 적도, 섬으로 귀양 간 적도 없다. 그럼에도 ‘유배’라는 단어가 내 인생의 모든 시간을 관통하는 까닭은, 내 삶의 대부분을 제도권 밖에서 자발적 유배자로 살았기 때문이다. 성전도 제사도 없는 이방 땅, 바벨론 강가에 밀려나 앉은 것 같아 울었던 날들이 있었다. 그러나 원망으로 앉아 있으면 바벨론이지만, 부르심으로 다시 들으면 부활하신 예수를 만나는 갈릴리가 된다. 가장자리에 서 있었기에 광야에 길을 내시는 하나님을 깊이 만날 수 있었다.
전반부에는 결핍과 은혜가 겹친 시절을 담았다. 아버지의 죽음과 가난했던 소년 시절, 눈 내리는 기차 안에서 “아빠 하나님”을 부르짖고 최루탄 매캐한 1980년대 거리에서 비폭력 그리스도를 만난 청년기의 전환이다. 후반부는 고난과 사명의 연대기다. 개척의 나락에서 억울한 자기 의를 내려놓고, 거실의 가정집 교회와 위기 청소년 인문학 현장을 거치며, 아비 없는 자가 아비가 되어 가기까지 유배지가 조금씩 사명의 땅으로 바뀌어 간 과정을 담았다.
이 책은 자서전도, 성공한 목회자의 회고록도 아니다. 하나님이 내 삶의 어느 자리에서 어떤 얼굴로 나를 만나 오셨는지를 붙들어 둔 사적 고백이자, 몸으로 겪어낸 이야기다. 중심에서 밀려났다고 느끼는 사람, 사역과 생계 사이에서 오래 버텨 온 사람, 신앙의 언어는 많지만 자기 이야기를 잃어버린 사람, 하나님이 내 삶 어디에 계셨는지 되묻는 사람에게 먼저 가닿기를 바란다.
나는 남루했고, 펭귄처럼 늘 뒤뚱거렸다. 그러나 뭍에서 비틀거리던 펭귄이 바다에서 제 세상을 만나듯, 하나님 아버지와 동행하는 여정은 끝내 나를 넘어뜨리지 않았다. “구름같이 둘러싼 허다한 증인들”(히 12:1) 가운데 한 사람으로 내 이야기를 보탰으니, 부디 이 책이 당신 안에 숨겨 둔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하나님 앞에 선 당신은 누구인가? 이제 당신만의 이야기를 시작할 차례다.
[목 차]
서문
1부 ― [방황] 참 아버지를 찾아서
1. 아비 없이 아바를 찾아
2. 세계관, 제자 훈련과 사회 참여 사이
3. 전두환과 바르트, 그리고 신학으로
2부 ― [탐색] 변방에서 신학하기
4. 신학 공부하다 죽으면 순교
5. 어쩌다 아나뱁티스트
6. 숨어 계신 하나님
3부 ― [소명] 바벨론과 갈릴리 사이에서
7. 글 써서 밥 먹고 살기
8. 가정집에서 교회를 일구다
9. 낮은 곳을 향한 희망의 인문학
10. 마침내, 유배지에서
주
[본 문]
P. 78-79
내가 캠퍼스에서 접한 마르크스주의는 인간과 세계를 대립과 투쟁의 관계로 읽었기 때문에 이미 존재하는 갈등을 혁명적 투쟁으로 밀고 가려 했다. 바로 그 지점에서 나는 멈칫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그 길을 어디까지 따라갈 수 있을까. 불의를 향한 분노는 정당했다. 억압받는 이들과 함께 서야 한다는 요구도 피할 수 없었다. 그러나 사람을 미워하고, 적을 제거하고, 원수를 절멸하는 방식이 과연 복음의 길일 수 있을까. 나는 전두환을 미워했지만 각을 뜨자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었다.
마르크스주의와 달리 기독교는 ‘용서와 화해의 정치학’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 한가운데에는 용서가 자리하고 있다. 하나님이 우리를 심판하시고 하나님의 정의가 반드시 서게 될 것이라는 말도 기독교의 중요한 선언이다. 그러나 그것이 기독교의 마지막 말은 아니다. 기독교의 마지막 말은 용서를 통한 화해다. 그러므로 기독교가 추구하는 용서의 정치학은 개인과 집단의 잘못을 처벌과 복수로만 다루지 않는다. 그것은 자비와 용납을 통해 갈등을 넘어 정의와 관계 회복을 지향하는 정치적 윤리다. 복음은 악을 악이라 부르되 악인을 죽이는 것을 역사의 마지막 말로 삼지 않는다.
P. 97-98
에리히 프롬이 말하는 성숙의 방향은 둘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데 있지 않다. 무조건적 수용 속에서 존재의 안정을 얻는 동시에 법과 책임 속에서 자기 삶을 형성해 가는 것. 품어 주는 사랑과 일으켜 세우는 요구, 위로와 훈련, 은총과 책임을 함께 통합하는 것. 그것이 성숙한 신앙이다. 사랑은 안식처이면서 길이고, 품이면서 부르심이다.
나는 그날 통일호 안에서 두 사랑을 한꺼번에 만났다. 정의로운 아버지의 사랑과 아낌없이 내어 주는 어머니의 사랑. 지상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통해 천상의 하나님을 본 셈이다. 그렇다. 그분은 인간의 죄를 참지 못하고 심판하는 거룩한 하나님이다. 그러나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잃어버린 자를 향한 무조건적인 용서와 무한한 사랑이야말로 최종심급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하나님에 대한 마지막 고백이다. 엔도의 말로는 ‘부-모 하나님’, 나의 언어로는 ‘아빠 하나님, 엄마 하나님’. 이것이 제1계명의 하나님에 이어 내가 만난 두 번째 하나님이다.
P. 172
가난하다 보니 필요한 책을 다 사줄 수 없었다. 부산 동구도서관에서 빌렸다. 처음에는 한 사람당 세 권, 네 식구면 열두 권을 빌릴 수 있었다. 도서관에서 대출 한도를 조금씩 늘려 주었다. 어느덧 한 사람당 열 권까지 빌려주었다. 그러면 마흔 권이었다. 그 마흔 권을 어떤 날은 양손 가득 들고, 어떤 날은 배낭에 지고 오르막 언덕길을 걸어 집까지 날랐다. 배낭끈이 어깨를 파고들었다. 중턱에서 한 번은 쉬어야 했다. 기한이 되면 반납하고 다시 빌렸다. 그 일을 쉬지 않았다. 돈이 없어서 걸은 길이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그 언덕이 우리 집 서재였다.
P. 174-175
일하는 목회자라야 성도의 삶을 안다고들 한다. 이 대목에서 나는 상반된 두 가지 생각을 동시에 갖고 있다. 교회 역시 하나의 조직인 이상 목회자들도 이미 세상살이를 충분히 경험하고 있다. 일반 회사의 까다로운 직장 상사나 동료, 후배 못지않을 정도로 못살게 구는 사역자와 중직자, 교인이 적지 않다. 모든 교인이 모든 직업과 세상의 전모를 경험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교회 안에는 교인의 숫자만큼 세상이 들어와 똬리를 틀고 있다. 더 이상 무슨 세상을 알아야 할까? 목회자도 나름 생고생이다.
그렇지만 교회라는 시공간이 행동반경의 전부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아는 세상이 넓은 것과 남의 세상을 아는 것은 다르다. 신학교 졸업 후 교회에서만 활동한 목회자들은 주일예배 출석을 비롯해 각종 봉사와 십일조를 지극히 당연하게 여긴다. 그렇게 하지 않는 교인들을 은근히 정죄하기 쉽다. 왜 교회에 우선순위를 두지 않느냐며 다그치거나 헌신을 종용하기 일쑤다. 평일이면 정신없이 일하다가 퇴근해서 가족들을 건사하고, 주일 하루는 가족과 생이별해서 파김치가 되도록 교회에 봉사하는 교인들의 내적 소진을 봐주지 않는다. 나 역시 밖으로 나가 보고서야 그 얼굴들이 보였다.
P. 211-212
청소년인문학교는 여러모로 쓸모가 많다. 당연하지만 글쓰기 실력이 는다. 처음에 못 쓴다고 위축되는 아이들이 많다. 당연하다. 써본 적이 없으니까. 그런데 매주 한 편씩 쓰다 보면 어느 순간 달라진다. 스스로도 안다. 예전에 쓴 글을 보면서 ‘내가 저때는 저렇게 썼구나’ 하고 웃는다. 억지로 훈련해서가 아니다. 쓰다 보니 성장한 거다. 글이 자라는 만큼 생각도 자란다. 변화는 글에서도 보이고 말에서도 나타난다.
책이 재미있어진다. 책을 싫어해서 온 아이들이 적지 않다. 부모가 보내서 왔는데, 하다 보니 책과 가까워진 거다. 이유가 있다. 읽고 끝내지 않기 때문이다. 쓰고, 말하고, 친구들 이야기를 듣는다. 내가 놓친 것을 옆 친구가 짚어낸다. 그게 재미있다. 혼자 읽을 때는 몰랐던 맛이 거기서 난다. 책은 혼자 읽는 것이 아니라 같이 읽는 것이라는 사실을 아이들이 몸으로 배운다. 글을 쓰면 내가 일대일로 첨삭해서 돌려준다.
같이 읽으니 생각이 깊어지고 넓어진다. 평소에 친구들과 이런 얘기 못 나눈다는 말을 아이들이 자주 한다. 정치 얘기 꺼내면 손사래를 친다고. 그런데 여기서는 다방면의 주제를 심도 있게 나눈다. 기독교인도 있고 비기독교인도 있다. 찬성도 있고 반대도 있다. 내가 떠올리지 못한 생각을 옆 친구가 말한다. 사람이 다면적이고 세상이 흑백이 아니라는 진실을 모임 안에서 배운다.
그렇게 아이들은 자아가 단단해진다. 청소년기는 방황해야 한다. 하나님이 없는 것 같고, 교회가 싫고, 왜 이래야 하느냐며 따지는 시기다. 나는 그걸 하라고 한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질문해야 나중에 흔들리지 않는다. 물렁물렁 시키는 대로만 하다가는 대학에 가서 무너지기 쉽다. 비판받지 않는 안전한 자리에서 마음껏 의심하고 질문하는 일, 그게 아이들을 강단 있게 만든다.
『유배지에서 만난 하나님』은 아버지를 일찍 여읜 한 소년이 하나님을 ‘아바’라 부르게 되고, 신앙과 사회 참여 사이에서 흔들리던 청년이 신학과 목회의 길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저자는 제도권의 중심에 서지 못한 시간, 작은 가정집 교회를 섬긴 시간,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위기 청소년들과 함께한 시간을 ‘유배’라 부른다. 그러나 이 책에서 유배지는 실패의 자리가 아니다. 하나님을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만나고, 밀려난 자리가 곧 부름받은 자리임을 깨닫는 곳이다. 바르트, 요더, 하우어워스, 니체와 키르케고르도 그저 어려운 신학자와 철학자의 이름으로 남지 않고 저자의 삶과 함께 씨름한 동행자가 된다. 저자는 상처와 허영, 실패와 억울함을 감추지 않으면서도 이것을 영웅담으로 꾸미지 않는다. 사역과 생계 사이에서 지친 사람, 변방으로 밀려났다고 느끼는 사람, 하나님이 내 삶 어디에 계셨는지 다시 묻는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유배가 끝나지 않아도 유배지는 소명지가 될 수 있다는 따뜻하고 단단한 증언이다.
강영안, 한동대학교 석좌교수
무의미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한 남자가 겨우 붙잡은 널빤지가 너무 미끈거려 올라타기는 고사하고 손으로 붙잡고 버티기도 힘든 난감한 상황. 청년 김기현의 삶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그림이다. 그를 거친 바다에 빠뜨린 것은 아버지의 죽음이었고, 가난이었고, 독재 정권의 그림자였다. 하필 손에 붙잡힌 널빤지는 철학이었고, 신학이었다. 고군분투하며 기어이 올라탄 그는 이제 허우적거리고 있는 다른 이들을 향해 손을 내밀고 있다. 이들은 그와 함께한 가정집 교회 식구들, 강의실에서 만나는 신학생들, 책 읽기를 배우고 싶어 하는 그리스도인들, 글쓰기를 통해 성장하기 원하는 목회자들이다. 그 널빤지가 꽤 튼튼한 뗏목의 일부였음을 실감했다는 고백들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위기 청소년들에게까지 자리를 내어 주고 있다.
그의 투쟁적인 삶이 맺은 가장 큰 열매는 어엿한 저자로 성장한 자녀들이다. 오랜 유배 생활을 한 다산 정약용도 이루지 못한 꿈, 자녀들을 공적 지식인으로 세상에 내어놓는 일에 그는 성공하고 있다. 그를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이자, 또 그의 자전적 신학 이야기인 이 책이 더욱 반갑고 기대되는 이유다.
박영호, 포항제일교회 담임목사
목사에게 유배지가 아닌 자리가 어디 있겠는가. 나는 이 질문이 낯설지 않다. 잘되지 않는 목회를 오래 해보았고, 가난이 사람을 얼마나 작아지게 하는지도 조금은 안다. 어렵게 얻은 봄날 같은 자리를 내려놓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 보기도 했다. 그러니 김기현 교수의 이 비망록을 남의 이야기처럼 읽을 수 없었다. 먼저 길을 잃어 본 사람의 눈으로 읽었다. 이 책은 자기 인생을 성공의 문법으로 포장하지 않은, 한 신학자이자 목회자의 정직한 기록이다. 실패한 것은 실패했다고 하고, 어쩔 수 없었던 것은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한다. 지나고 나면 모든 것이 하나님의 뜻이었다고 멋지게 정리하고 싶은 것이 신앙인의 마음일 텐데, 이 책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적어도 신앙은 우리가 지나온 길을 아름답게 포장하는 일이 아니라, 그 길 한복판에 하나님이 정말 계셨는지를 끝까지 묻는 일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 등을 처음에는 외면으로 읽었고, 부재로 읽었고, 침묵으로 읽었다. 얼굴은 끝내 보지 못했다. 그러나 등은 보았다.” 이 문장 앞에서 오래 머물렀다. 나도 하나님의 등을 본 적이 있다. 기도한다고 형편이 금세 나아지지 않았고, 열심히 목회한다고 인생이 순순히 풀리지도 않았다. 그때는 하나님이 왜 나를 이 자리에 두시는지 몰랐다. 그런데 세월이 지나고 보니 그 낮은 자리에서 비로소 보이는 사람들이 있었다. 아픈 사람, 실패한 사람, 교회의 높은 담 앞에서 머뭇거리는 사람들이었다.
김기현 교수는 내가 오래 좋아하고 존경해 온 선배다. 가까이에서 보았기에 그의 허물도, 그가 지나온 굴곡도 조금은 안다. 그래서 오히려 이 책을 더 신뢰하게 된다. 자기확신이 언제 폭력이 되는지 몰랐던 시절도, 목회의 바닥을 경험한 시간도, 관계가 깨지고 다시 용서를 배워야 했던 시간도 숨기지 않는다. 신학자의 언어로 자기 삶을 감추는 것이 아니라, 자기 삶을 신학 앞에 내놓는다. 적어도 이 책의 문장들은 책상에서만 얻은 문장이 아니다. 익숙한 신앙의 언어 뒤로 정작 하나님 앞에서의 진솔한 고백을 잃어버린 이에게 이 책을 권한다. 하나님을 잘 믿으면 결국 잘될 것이라 믿었는데, 그렇지 않은 현실 앞에서 당황한 이에게도 권한다. 그리고 지금 자신이 밀려나고 있다고, 버려지고 있다고 느끼는 이에게도 권한다. 사서 읽으라. 어쩌면 알게 될 것이다. 유배지는 하나님이 없는 자리가 아니라 하나님을 새롭게 알아 가는 자리라는 것을. 그리고 돌아선 줄 알았던 하나님의 등이 실은 우리를 업기 위해 내어 주신 등이었는지도 모른다는 것을.
김관성, 울산 낮은담침례교회 담임목사
『유배지에서 만난 하나님』이라는 제목을 처음 접하자마자 든 생각. ‘유배지’라니? 저자가 오랜 기간 자신이 속해 있던 비제도권, 가정집 교회, 청소년 인문학 수업, 글쓰기 학교 등을 유배지라 부른다면, 그동안 그는 수준 높은 학생과 안정적인 교인들을 상대하는 제도권 학자와 성공적인 목회자의 삶을 몰래 갈망했단 말인가? 물론 그 역시 인간이기에 그런 마음을 품을 수는 있겠지만 글까지 써서 출판할 대담함은 어디서 왔단 말인가? 당혹스럽게도 실제 이 책은 어린 시절 교회에 다니기 시작한 이야기로 문을 열어, 오랜 고생 끝에 마침내 제도권 교수가 된 모습을 보여주며 닫힌다. 그러니 제목을 접하자마자 밀려온 싸한 느낌이 틀리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런데 잠깐. 이 책에 일단 눈길이 간 이상, 저자의 자전적 여정 위로 육신의 아버지와 사별하고 참 아버지 하나님을 만나게 되는 더 깊은 이야기가 겹쳐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놓치지 말자. 성경에서도 유배지는 단지 소외되고 추방된 이들이 머무는 자리가 아니다. 오히려 자기가 만든 우상을 버리면서 하나님 앞에 서게 되고, 보지 못하던 것을 보고 듣지 못하던 것을 듣게 되며, 그럼으로써 하나님의 참 자녀로 변모하는 자리다. 목사이자 학자이자 작가인 김기현이 오랜 시간 자신이 몸담아 온 여러 장소를 유배지라 부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책은 만만치 않은 삶 가운데서 저자가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고, 교회의 일원이 되어 교회를 뜨겁게 사랑하며, 소외된 이들에게 마음을 기울이고, 사회 문제에 참여하기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왔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러한 삶을 위해 공부라는 방법에 얼마나 집요하게 매달려 왔는지도 보여준다. 그런 만큼 비망록이라는 형식을 갖추었지만 때로는 한 사람의 지적 자서전으로, 때로는 그리스도인의 공부법으로, 때로는 20세기 중후반 이후 한국 개신교 지성사의 한 장면으로 읽힌다. 호텔 뷔페처럼 화려하고 고급스럽지는 않지만, 동네 맛집으로 알려진 한식 뷔페에서 차려 준 정갈하고 정성스러운 한 상의 음식처럼 서로 다른 이야기들이 한데 모여 풍성하면서도 맛깔나게 어우러진다. 워낙 다양한 빛깔을 지닌 책인 만큼 독자마다 이 책을 선택할 이유도, 발견할 이야기도 다를 것이다. 그러나 그 차이 속에서도 적어도 한 가지는 함께 누리지 않을까 싶다. 그것은 바로 ‘즐거움’이다. 우리와 다른 듯하면서도 닮은 한 사람의 삶과 지적 여정을 따라가며 책을 읽는 즐거움, 그리고 각자의 유배지에서 하나님을 만나라는 초청을 들음으로써 누리게 되는 즐거움 말이다.
김진혁,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 조직신학 교수

이사야 50장 4절의 학자이자 제자, 작가이자 목회자로서 말과 글로 주님과 교회와 이웃을 섬기는 비전을 품고 있다. 그리스도인의 믿음과 물음을 성경적 관점과 신학적 통찰 그리고 역사적 현실과 교직하여 찬찬히 짚어 주는, 이해를 추구하는 신앙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통로가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그의 글쓰기는 획일적인 단 하나의 정답을 강요하지 않고, 자기 고백인 동시에 상호 대화를 지향한다. 기독교 세계관, 평화주의와 아나뱁티스트 윤리학, 우리 당대의 질문과 도전에 대해 복음을 증언하는 변증, 성서 이야기를 오늘 우리의 이야기로 풀어내는 글쓰기에 매진하고 있다.
한국외국어대학교를 졸업하고 침례신학대학교에서 기독교철학과 현대 영미신학을 전공하여 박사학위(Ph.D.)를 받았다. 현재 한국침례신학대학교 신학과(기독교철학 및 윤리) 교수이자 로고스교회 담임목사이며, 로고스서원 대표, 한국복음주의윤리학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하박국, 고통을 노래하다』(복 있는 사람), 『모든 사람을 위한 성경 묵상법』『모든 사람을 위한 성경 독서법』『글쓰는 그리스도인』(성서유니온), 『말씀 앞에 울다』『그런 하나님을 어떻게 믿어요?』(아드벤트), 『욥, 까닭을 묻다』『고난은 사랑을 남기고』(두란노), 『내 안의 야곱 DNA』(죠이북스) 등이 있으며, 『매일성경』『복음과상황』『목회와신학』 등 다양한 매체에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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