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년의 시간을 견뎌낸 생명, 그 거룩한 침묵에 바치는 헌사
김완섭(전 환경부 장관)
세상에는 인간의 언어로 다 담아낼 수 없는 거대한 존재들이 있습니다. 원주시 문막읍 반계리 들판에 우뚝 선 은행나무가 그러합니다. 우리는 흔히 그것을 ‘천연기념물’이라는 행정적 명칭으로 규
정하거나, 그저 오래된 고목이라 부르며 지나칩니다. 하지만 환경 행정의 최일선에서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고민해 온 저에게, 반계리 은행나무는 단순한 식물 그 이상의 존재였습니다. 그것은 지구
가 우리에게 남긴 가장 오래된 편지이자, 기후 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인류가 반드시 지켜내야 할 ‘생태적 보루’이기 때문입니다.
오랜 시간 가까이서 지켜봐 온 심규정 편집장이 이번에 펴낸 『반계리 은행나무, 천 년의 침묵 비망록』은 저에게 커다란 전율로 다가왔습니다. 36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차가운 이성과 냉철한 필치
로 역사의 현장을 기록해 온 정통 언론인이, 어느 날 스스로 ‘나무의 대필 작가’라고 명명하며 이 거대한 생명체 앞에 무릎을 꿇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책은 아주 경이롭습니다. 기자의 취재 수첩이 나무의 나이테와 만나 ‘팩션(Faction)’이라는 형식을 빌려 탄생한 이 결과물은, 대한민국 어디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독보적인 ‘생태 역사 보고서’라 할 만합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권력의 사유화로 점철된 인간사의 비정한 흐름과 대조적으로, 천 년을 한자리에서 버티며 만물을 품어온 나무의 ‘도심(道心)’을 노래합니다. 금성대군의 피눈물을 뿌리로 받아내고, 현대의 드론 테러라는 광기 앞에서도 묵묵히 가지를 뻗는 나무의 모습은, 환경부 장관으로서 제가 늘 꿈꾸어 왔던 ‘지속 가능한 정신’의 실체와 맞닿아 있습니다. 나무가 겪어낸 천 번의 가을은 곧 우리가 잃어버린 인내의 미학이자, 인간의 오만을 깨우는 서늘한 죽비소리이자 상처를 어루만지는 대지의 품입니다.
특히 저자가 36년의 ‘기자의 언어’를 내려놓고 거목의 영혼으로 들어가는 ‘빙의’의 과정을 거쳤다는 고백은 깊은 울림을 줍니다. 이는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자연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려는 처절한 사투였을 것입니다. 덕분에 독자들은 안개 속에 잠긴 은행나무의 몽환적인 자태 뒤에 숨겨진, 억겁의 세월이 응축된 ‘살아 있는 도서관’의 문을 열게 됩니다. 이 책은 단순한 소설을 넘어, 우리가 왜 천연기념물을 경배하고 생태계를 보전해야 하는지를 인문학적·역사적 근거를 통해 완벽하게 설득해 냅니다.
평소 저와 깊은 교감을 나누며 시대의 명암을 함께 고민해 온 저자의 이번 역작이, 원주라는 지역의 울타리를 넘어 대한민국 전역에 ‘생명 존중’의 파문을 일으키기를 소망합니다. 환경부 장관의 자리를 떠나 한 사람의 독자로서, 저는 이 책이 미래 세대에게 ‘자연과 역사를 기록하는 법’을 가르쳐 주는 소중한 텍스트가 되리라 확신합니다. 천 년의 침묵을 뚫고 나온 이 황금빛 비망록이 우리 사회의 메마른 양심을 적시는 단비가 되기를 간절히 염원하며, 기꺼이 이 책의 첫 장에 저의 마음을 얹습니다.
천 년의 기억, 미래를 잇는 이야기
구자열(원주시장)
천 년의 세월을 한자리에서 견뎌온 나무는 말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 침묵의 순도는 어쩌면 무언의 웅변인지도 모릅니다. 그 안에는 수많은 계절의 변화와 사람들의 삶, 세월의 갈피마다 켜켜이 쌓인 기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오래된 나무 한 그루는 단순한 자연을 넘어, 지역의 역사와 공동체를 품고 있는 살아 숨 쉬는 역사책이며 과거와 미래를 이어주는 소중한 연결고리입니다.
반계리 은행나무는 바로 그러한 존재입니다. 천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 땅을 지키며 우리 선조들의 희로애락을 묵묵히 바라보았고, 시대가 바뀌고 마을의 모습이 변해도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켜켜이 쌓여 있는 세월을 품어 안았습니다. 단순한 자연유산을 넘어, 우리 지역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공동체의 정신을 상징하는 귀중한 자산입니다.
『반계리 은행나무, 천 년의 침묵 비망록』은 이 거목의 시선을 빌려 우리가 미처 돌아보지 못했던 원주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시민들의 삶을 깊이 있게 들려주는 단단하고도 소중한 이정표입니다. 나무가 기억하는 시간을 따라가다 보면 지역의 변화와 시민들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그 속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터전의 정체성과 공동체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됩니다.
우리는 흔히 박제된 과거의 흔적만을 역사라 부르곤 합니다. 하지만 참된 유산은 흘러간 시간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삶 속에서 끊임없이 숨 쉬며 미래 세대로 이어지는 살아 있는 자산입니다. 지역의 역사와 문화는 온전히 기록될 때 비로소 더 큰 가치를 가지며, 그 기록은 세대를 넘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힘이 됩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 책의 출간은 반계리 은행나무를 깊이 이해하는 것을 넘어, 원주의 문화와 역사를 새롭게 바라보는 뜻깊은 계기가 될 것입니다.
오늘날 도시의 경쟁력은 규모나 속도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그 도시만이 간직한 고유한 이야기와 역사적 자산을 얼마나 잘 보존하고, 시민들과 함께 나누며 가꾸어 가는지가 더욱 중요한 가치가 되고 있습니다. 천 년의 세월을 품은 원주 역시 시민의 삶 속에 고유한 이야기와 정취가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품격 있는 문화도시를 구현하고자 힘쓰고 있습니다. 오래된 흔적을 지키는 것에 머물지 않고, 그 속에 살아 숨 쉬는 이야기를 발굴하고 기록하여 공동체의 자산으로 나누는 일이야말로 도시를 지탱하는 위대한 힘입니다.
오랜 시간 지역 언론인으로 활동하며 원주의 역사와 시민들의 이야기를 꾸준히 기록해 오신 심규정 편집장의 열정과 노고에 깊은 감사와 존경의 말씀을 드립니다. 지역을 향한 깊은 애정이 있었기에 반계리 은행나무가 간직한 천 년의 시간을 한 권의 책으로 엮어낼 수 있었으며, 이 귀한 기록은 이제 우리 모두의 소중한 자산이 되었습니다.
이 책이 원주시민은 물론 전국의 많은 독자에게 반계리 은행나무가 품어온 천 년의 이야기를 전하는 다정한 길잡이가 되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다시 한번 돌아보고, 그 가치를 함께 지키고 이어가려는 공감과 실천이 널리 확산되기를 기대합니다. 원주시는 앞으로도 소중한 문화유산과 지역의 이야기를 보존하고 기록하며, 미래 세대와 나누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문화가 시민의 일상에서 살아 숨 쉬고, 지역의 이야기가 새로운 문화적 가치로 피어나는 품격 있는 도시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반계리 은행나무, 천 년의 침묵 비망록』의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이 책이 오랜 세월을 품은 은행나무처럼 많은 이들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소중한 기록으로 남기를 기쁜 마음으로 추천합니다.
천 년의 세월을 넘는 응원
이명우(드라마 감독, 더스튜디오엠 대표)
연출가로서 저는 늘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 고민합니다. 화려한 기술보다 더 강한 힘은 결국 진심과 인연, 그리고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시간의 무게’라는 것을 이번에제 소중한 선배님이 보내주신 『반계리 은행나무, 천 년의 침묵 비망록』을 읽으며 다시 한번 가슴 깊이 새겼습니다. 저자와 저는 대학 시절, 한 지붕 아래 하숙집 밥을 함께 먹으며 각자의 꿈을 키우던 각별한 사이입니다. 춘천 출신인 저와 원주 출신인 선배는 같은 강원도의 투박하면서도 진한 정을 나누며 참 많은 시간을 곁에서 보냈습니다. 고향의 산천을 닮아 늘 우직하고 따뜻했던 선배가, 이제는 원주의 상징인 반계리 은행나무에 대한 긴 고독의 옹이를 길어 올려 이토록 깊은 비망록을 엮어냈다는 소식에 후배로서 말할 수 없이 기쁘고 벅찬 마음입니다. 천 년이라는 시간. 감히 상상조차 하기 힘든 그 긴 세월 동안 반계리 은행나무는 묵묵히 그 자리를 지켜왔습니다. 우리 인간의 생애는 그에 비하면 찰나에 불과하겠지요. 저자가 이 거대한 생명체 앞에 서서 기록한 이 글들은 단순한 자연 예찬이 아닙니다. 그것은 격변하는 역사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던 꿋꿋한 생명력에 대한 경외이자, 소란스러운 세상 속에서 우리가 놓치고 살았던 ‘침묵의 가치’에 대한 통찰입니다. 제가 연출했던 드라마 속 인물들도 결국은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열정과 아픔, 그리고 그 안에 숨겨진 휴머니즘을 다루고자 했습니다. 이 책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선배의 섬세한 문장들은 마치 카메라 렌즈가 거목의 나이테를 클로즈업하듯, 천 년의 세월 속에 박제된 기쁨과 슬픔, 그리고 인내의 흔적들을 하나하나 선명하게 복원해 냅니다. 은행나무가 긴 침묵 끝에 황금빛 잎을 떨구며 가을을 갈무리하듯, 이 비망록은 숨 가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잠시 멈추어 서서 당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라.”고 다정하게 말을 건넵니다. 강원도 사람 특유의 진심이 담긴 이 위로는, 마치 한 편의 잘 짜인 드라마처럼 독자들의 가슴에 깊은 여운을 남길 것입니다. 귀한 기록을 세상에 내놓은 자랑스러운 선배님께 깊은 축하와 존경의 마음을 보냅니다. 천 년의 침묵이 들려주는 이 장엄한 이야기가 더 많은 이들에게 닿아, 메마른 일상에 촉촉한 단비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