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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학자의 서재 - 세상을 읽는 13가지 종교학적 시선
- 최정화,장석만,이연승,최화선,안연희,임현수,이용범,한승훈,이민용,박규태,박상준,이진구,하정현 저
- 모시는사람들
- 2026년 09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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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ISBN-13 : 9791166292828 |
|---|---|
| 쪽수 | 464쪽 |
| 크기 | 규격 외(152mm X 225mm, 신국판) |
| 제품구성 | 단행본 |
- 인문/역사 > 교양사상
종교가 무엇인가를 정의하는 데 머물지 않고, 오늘날 종교가 인간과 세계 속에서 어떻게 경험되고 구성되며 작동하는지를 탐구하는 현대 종교학의 지적 전환을 보여주는 책이다. 한국종교문화연구소의 ‘책 한 권 프로젝트’에서 함께 읽고 토론한 해외 종교학의 주요 연구서 13권을 통해, 믿음과 교리 중심의 종교 이해에서 일상과 실천, 몸과 감각, 물질과 이미지, 미디어와 기술, 의례와 폭력, 자본주의와 근대성,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로 확장되어 온 종교학의 새로운 지형을 조망한다. 동시에 비교종교학과 종교현상학의 유산, 비판종교학과 물질종교의 문제의식 등을 검토하며 서구 중심주의·본질주의·인간중심주의를 넘어 종교를 연구할 새로운 방법론의 가능성을 묻는다. 기후위기와 기술문명, 사회적 양극화와 전통의 재구성이 동시에 진행되는 오늘, 종교학에는 변화한 세계를 설명할 새로운 언어가, 종교에는 자신의 전통과 실천을 성찰할 새로운 시선이 요구된다. 이 책은 바로 그 경계에서 종교를 통해 인간과 사회, 나아가 세계를 다시 읽는 현대 종교학의 질문과 최전선을 제시한다.
[목 차]
책머리에
1부 매일의 삶으로서의 종교
종교, 살기 위한 폭력과 그 간곡한 변명 / 장석만
1. 그레이엄 하비라는 사람
2. 『음식, 섹스, 그리고 이방인: 일상생활로서의 종교를 이해하기』의 주요 내용
3. 다르게 공부하는 방식
4. 우리에게 남은 과제
종교적 힘의 구현: 신상(divine statues)과 영매(spirit mediums)를 통해 본 중국 민간종교 / 이연승
1. 타이완을 사랑하는 타이완의 인류학자, 린웨이핑
2. 목차에 따른 주요 내용 소개
3. 본서에 대한 리뷰: 전체적인 호평 및 몇몇 아쉬움
4. 민간종교를 어떻게 연구할 것인가?
2부 감각과 기술의 종교
보이지 않는 세계를 보여주는 영화: 영적인 눈, 카메라의 눈 / 최화선
1. 영화 광고판 앞에 선 종교학자
2. 감각적 형식으로서의 비디오 영화: 책의 구성과 내용
3. 감각, 아프리카, 매개를 둘러싼 토론: 학계의 평가
4. 비디오 시대 이후: 화면 너머의 삶에 대한 질문들
중세 그리스도교 신앙과 물질종교의 조우 / 안연희
1. 중세연구의 개척자 캐롤라인 워커 바이넘
2. 『그리스도교의 물질성』은 어떤 책인가?
3. 그리스도교 성스러운 이미지의 물질성
4. 그리스도교 성물의 힘: 은총의 표지, 신의 현존의 자리
5. 물질의 역설과 종교성: 부분화와 가변성을 통한 구원
6. 중세 연구의 새로운 패러다임
7. 물질종교와 물질의 종교사에 대한 의미
3부 의례, 샤머니즘, 늑대인간
회귀폭력, 의례의 구조에 관한 또 하나의 키워드 / 임현수
1. 모리스 블로크의 학문적 이력
2. 이 책의 내용에 관한 간단한 소묘
3. 이 책의 학술적 의의
4. 의례를 연구하는 어떤 이유
서구의 샤머니즘 인식의 흐름과 현재 / 이용범
1. 안드레이 즈나멘스키의 관심
2. 『원시의 아름다움: 샤머니즘과 서구의 상상력』 읽기
3. 서구의 샤머니즘 인식에 대한 포괄적 논의
4. 한국 무속의 이해에 대한 제언
종교학자는 여전히 비교할 수 있는가? / 한승훈
1. 미시사학자와 종교사학자의 대화
2. 리보니아의 늑대인간과 비교 관점
3. 비교가 끝난 시대의 비교종교학
4. 종교학자는 여전히 비교할 수 있는가?
4부 선불교, 자본주의, 근대
선(禪)의 신화를 깨뜨리기 / 이민용
1. 저자의 활동과 저술
2. 선(禪) 연구의 성찰과 비판
3. 선을 보는 관점과 접근을 획기적으로 바꾼 저서
4. 가장 고전적 질문에 대한 가장 현대적 인식
일본자본주의의 정신적 원천 / 박규태
1. ‘시정의 현자’ 야마모토 시치헤이
2. 『일본자본주의의 정신』은 어떤 책인가
3. 일본자본주의의 미래: 학계의 평가
4. 『일본자본주의의 정신』과 종교성
존재양식은 둘보다 많다 / 박상준
1. 브뤼노 라투르의 탐구 세계
2. 『존재양식의 탐구: 근대인의 인류학』의 주요 내용
3. 철학자로서 정체성을 드러낸 저서
4. 존재양식의 확장
5부 현대 종교학의 최전선
비판종교학으로의 초대 / 이진구
1. 크레이그 마틴의 학문 세계
2. 사회와 종교의 작동방식
3. 비판적 성찰 능력의 함양
4. 비판종교학을 향하여
그래도 비교는 필요하다: 웬디 도니거의 신화학 이야기 / 하정현
1. 웬디 도니거는 어떤 학자인가
2. 7편의 은유적 이야기
3. 뚝심있는 종교학자의 교차문화적 비교
4. 학문적 상상력이 이끄는 새로운 신화
‘종교현상학은 죽었다. 그러나 오래 존속하길!’: 종교현상학을 둘러싼 다양한 목소리 / 최정화
1. 열 개의 나라, 열 개의 종교현상학
2. 인터뷰로 엮은 역사: 열 개의 종교현상학을 통해 본 살아 있는 학사
3.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두 개의 논평과 글쓴이의 리뷰 하나 더
4. 종교현상학이 지나간 자리에서 2020년대가 던지는 질문
발표 지면 / 사진 출처 / 찾아보기
[본 문]
[44쪽] 그레이엄 하비의 책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점은 자기네들의 기존 연구 경향에 도전을 하고 새로운 대안을 마련하는 그의 돌파력이다. 하비는 자신의 문제의식과 그에 따른 설명을 제시하면서 자신이 설득력 있다고 보는 길을 보여주었다. 우리의 상황은 하비의 것과 다르기 때문에 그대로 따를 수는 없다. 그대로 추종하는 것은 그야말로 너무 안이한 길이다. 하지만 그레이엄 하비는 자신들의 기존 연구가 어떤 한계를 노출하고 있는지 보여주었다. 우리는 그를 통해 배우면서도 우리의 처지를 살펴서 우리의 문제의식을 검토하고, 그레이엄 하비처럼 나름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 바로 그것이 하비의 책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가르침일 것이다.
[78쪽] 이 책에는 도교와 불교, 기독교와는 다른 ‘민간종교’라는 저자의 사고가 드러나 있는데, 그렇다면 저자는 도교와 불교, 기독교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 중에 특정한 사묘(寺廟)에서 특정한 신들의 신령한 힘을 믿고 영매에게 자신의 문제를 상담하여 신명의 뜻을 이해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고 위안을 받으면서 살아가는 형태를 ‘민간종교’의 신도들이라고 간주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저자는 제2장에서 계동의 의미를 서술할 때 “구체적인 접촉은 성경이나 교리로 전승되지 않는 중국 민간종교에서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영매는 신자들이 신의 성격을 배우고 그들의 신앙 내용을 발전시키는 중요한 수단이다.”(p.71)라고 하였고, 또 마지막 장인 결론에서도 “물질화에 대한 연구는 중국 민간종교가 경전과 같은 문헌을 통해 전달되거나 종교 제도에 의해 지지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도교, 불교, 기독교와 어떻게 다른지 보여준다.
[109쪽]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은 점은 현재 가나 사회에서 마녀로 몰려 살해당하거나 ‘마녀수용소’로 추방된 여성들이 상당수 있다는 점이다. 2023년 신문기사에서는 가나의 정치인들과 기독교인들이 주술 비난 금지를 모색하고 있다는 것, 가나 의회가 주술 혐의로 기소된 자들을 보호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으나 아직 법률로 승인되지 않았다는 것 등을 찾아 볼 수 있다. 같은 기사에 따르면 2010년 목사를 포함한 다섯 명의 남성이 주술 혐의로 기소된 노파에게 불을 지른 일도 있다고 한다. 마이어 책에 대한 리뷰 심포지엄 참석자 중 한 명이기도 한 크와베나 아사모아-기아두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설명하면서 토착 신앙의 악령과 주술이 오순절 기독교의 악마로 통합되고 이러한 악마를 쫓는 하나님의 개입이 강조되는 아프리카적 신학 배경을 언급했다. 실제 여성들이 이렇게 악마로 몰려 살해당하고 감금당하는 위협이 존재하고, 또 거기에 오순절 기독교의 세계관이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종교와 삶이 시각적 매체를 통해 매개되는 과정에 대한 마이어의 질문과 검토는 여전히 유용하고 중요한 것이라 생각한다. 비디오의 시대가 막을 내린 지금, 가나 사회에서는 어떤 감각적 형식이 영적인 세계와 일상을 매개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매개작용이 어떠한 사회현상과 결부되어 있는지 더 진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146쪽] 종교학의 물질종교 연구자들은 ‘물질의 행위성, 특히 물질의 종교성을 어떻게 연구할 수 있는가?, 어떻게 기술할 수 있는가?’ 하는 실질적 연구방법을 고민하게 된다. 사물의 행위성이 논의되는 시대에 ‘의미’가 아닌 ‘현전’에 다시 주목해야 한다고 하면서, 성유물들의 행위성, 성스러움을 만들어내는 작용은 어떤 초월적 무엇에 대한 ‘의미 작용’보다는, “현전의 산물(production)”에 가깝다고 한 최화선의 기술도 그러한 질문에 대한 모색이다. 물질의 역설을 담론적 언어로 표현할 수 없음을 인정하면서, 개별적인 각각의 사례들을 어떤 것의 표상이나 매체가 아니라 그 안에 물질의 행위성과 종교성의 작용원리나 방식이 현전하는 하나의 범례로서 환기시키는 바이넘의 연구방식도 그 하나의 답처럼 보인다.
[229쪽] 한국 무속 연구에서 무속의 현재에 대한 관심은 결코 충분하다고 말할 수 없다. ‘웹 무속’이란 말이 등장할 정도로 한국 무속은 이전과 다른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무속에 대한 대부분의 연구는 여전히 공간적으로는 한국문화의 기층에, 시간적으로는 한국문화의 기원에 위치해 있는 원형으로서의 무속의 이미지를 강조한다. 그럼으로써 실제 삶의 현장에서 살아 움직이는 무속의 현재 모습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는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 무속 연구의 현실이다. 이런 점에서 전통과 현재를 통합적으로 접근하는 이 책의 관점은 한국 무속 연구의 현실을 성찰하고 교정하는 시사점을 제공한다.
[293쪽] 선은 동양 종교와 사상의 주류이지만 그것을 다루는 그는 서양 불교학자라는 비주류적이고 소수인 주변에 위치한다. 현대의 서구 주류 사상을 지니고 접근하지만, 서양 사상의 주류에서는 일탈한 또 하나의 불교라는 주변 사상 취급을 받는다. 소위 정통 주류와 소수의 주변성이라는 두 경계를 넘나들고 있는 것이다. 이중적 주변성의 학자적 입장(scholarship)은 무엇일까? 선이라는 지적 체계 속에서의 동양적 주류와 서양적 학문 다룸의 주변성을 왕복하는 것이다. 이 책의 논지 역시 이런 이중성과 이원성의 반복을 되풀이하며 문제를 풀어나간다.
[397쪽] 종교학 개론은 대학에서 교양교육의 하나로 가르친다. 그리고 종교학의 역할로 현대 사회의 시민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종교 리터러시(religious literacy)의 함양과 종교 다원화 시대에 필요한 종교적 관용 정신의 증진이 제시되곤 한다. 그런데 마틴은 고상하게 들리는 이러한 목표들보다는 사회와 종교에 대한 비판적 사고의 확립을 종교학 교육의 핵심 목표로 제시한다. 즉 사회 시스템 속에서 종교라고 불리는 문화적 전통이 어떠한 역할과 기능을 하며 그 효과는 무엇인지를 비판적으로 규명하는 능력의 함양이 종교학 교육의 과제라는 것이다. 시스템 속의 비성찰적 참여자를 시스템에 대한 성찰적 학자로 만드는 것이 학문의 과제라는 맥커천의 말과 통하는 말이다.
[450쪽] 이 책은 종현의 정체성을 다양한 나라에서 과거와 현재까지 전개된 역사를 훑으면서 답하고 있다. 책의 기획에 있어 종현에 대한 전 세계적(global) 접근이라는 시도는 아주 긍정적이다. 종현이 단순히 서구의 어느 중심부에서 시작되어 발전되다가 전 세계 여러 나라로 동일한 모습으로 퍼진 학문이 아니라, 각 나라마다 자생적 문제의식을 가지고 발전한 학문으로 보는 안목을 마련해 주기 때문이다. 네덜란드와 독일처럼 종현 이론의 생산지에서는 1970년대에 이미 종현의 유행이 지나간 반면, 종교학의 발달이 비교적 늦거나 여전히 초기 단계에 있는 나라들에서는 남미의 경우처럼 종현이 아직 ‘일반용어’로 종교학 전체를 구축하는 데 애용되고 있다. 이렇게 나라별 발전의 모습이 다르니 ‘종현이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라고 말할 수 없다. 이미 현대 종교학은 종현을 포함하고 있기에 종현이 ‘폐기’되었다고 보기보다는 역사의 일부로 포함되어 있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이다.
종교를 다시 묻는 순간, 세계를 보는 시선도 달라진다
종교를 연구한다는 것은 오늘의 세계를 연구하는 일이다
현대사회에서 종교는 역설적인 위치에 놓여 있다. 세속화와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종교의 영향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오랫동안 이어졌지만, 현실의 종교는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정치와 경제, 문화와 미디어, 정체성과 공동체, 생태와 기술의 문제 속에서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출현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가 여전히 종교를 신과 교리, 경전과 제도, 개인의 내면적 믿음을 중심으로 이해하는 것에 익숙하다는 점이다.
『종교학자의 서재』는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이 책이 보여주는 현대 종교학의 핵심적인 변화는 ‘종교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종교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경험되며 작동하는가’라는 질문으로의 이동이다. 종교는 무엇을 믿느냐의 문제만이 아니다. 무엇을 먹고, 어떤 사물을 만지고, 어떤 이미지를 바라보고, 어떻게 몸을 움직이고, 타자와 어떤 관계를 맺는가에도 종교가 스며 있다. 영화와 카메라는 보이지 않는 영적 세계를 가시화하고, 자본주의의 노동윤리에도 종교적 심성이 작동하며, 오래된 샤머니즘은 디지털 미디어를 만나 새로운 형태로 재구성된다. 이 책이 일상·몸·물질·감각·미디어·폭력·경제·생태까지 종교학의 시야 안으로 끌어들이는 이유다.
따라서 오늘날 종교학을 한다는 것은 종교라는 한정된 영역을 연구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종교라는 창을 통해 인간이 세계에 의미를 부여하고, 관계를 형성하고, 권력을 정당화하며, 삶의 질서를 만들어 가는 방식을 연구하는 일이다.
종교학과 종교계가 함께 마주한 질문
연구 대상이 넓어진 만큼 종교학의 고민도 깊어졌다. 종교를 보편적으로 정의할 수 있는가? 서구 그리스도교를 암묵적인 표준으로 삼아 온 종교 개념은 여전히 유효한가? 서로 다른 종교를 비교하는 일은 가능한가? 한때 종교학의 대표적 방법론이었던 종교현상학은 폐기되어야 하는가? 연구자는 종교인의 자기이해를 존중하는 데 머물러야 하는가, 아니면 그 배후의 권력과 이해관계까지 비판적으로 분석해야 하는가?
이 책에 담긴 13편의 글은 이러한 질문에 하나의 정답을 내놓지 않는다. 오히려 종교학이 자신의 개념과 방법론 자체를 연구 대상으로 삼아 성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믿음에서 실천으로, 정신에서 몸과 물질로, 텍스트에서 감각과 미디어로, 인간 중심에서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로 연구의 무게중심이 이동한다. 동시에 비교종교학과 종교현상학의 한계를 비판하면서도 그것들을 간단히 폐기하지 않고 무엇을 계승하고 어떻게 재구성할 것인지를 묻는다.
이러한 질문은 종교계에도 그대로 돌아온다. 종교는 자신의 정체성을 교리와 경전, 제도의 보존만으로 지켜낼 수 있는가? 기술문명과 미디어 환경의 급변, 자본주의와 불평등, 생태위기와 공동체의 해체 속에서 종교는 실제로 무엇을 하고 있는가? 종교가 주장하는 가치와 현실에서 수행하는 사회적 기능은 일치하는가? 전통은 변하지 않는 원형인가, 아니면 시대와의 만남 속에서 끊임없이 재구성되어야 하는가? 이 책은 종교를 외부에서 분석하는 책이면서 동시에 오늘의 종교가 자기 자신을 비추어 볼 수 있는 비판적 거울이 된다.
13권의 책을 함께 읽으며 만들어진 ‘살아 있는 종교학’
이 책의 특별한 점은 내용만큼이나 만들어진 과정에 있다. 한국종교문화연구소가 2017년부터 매월 진행해 온 ‘책 한 권 프로젝트’에서 연구자들이 함께 읽고 토론한 외국 종교학 연구서 가운데 13권을 선정했다. 각 분야의 연구자가 책의 저자와 학문적 배경, 핵심 주장과 논쟁점, 학계의 평가를 소개하고 그것이 오늘의 한국 종교학에 던지는 질문을 짚었다. 소개된 책 가운데 상당수가 아직 우리말로 번역되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해외 명저 소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한 연구자가 한 권의 책을 읽고 요약한 것이 아니라, 읽기와 발표, 질문과 토론이라는 공동의 학술과정을 거친 뒤 다시 글로 정리되었다. 그러므로 이 책에는 원저자의 목소리만 있는 것이 아니다. 책을 소개하는 한국 연구자의 해석과 평가, 동료 연구자들과의 문제의식, 그리고 한국의 종교현실과 종교학을 향한 질문이 겹쳐 있다. ‘서재’라는 제목이 어울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서재는 완성된 지식을 보관하는 공간이라기보다 책과 책, 연구자와 연구자, 세계 종교학과 한국 종교학이 서로 만나 대화하는 공간이다.
현대 종교학의 ‘확장’과 ‘자기비판’을 한 권에 담다
이 책의 가장 두드러진 학문적 성과는 현대 종교학의 두 흐름, 곧 연구 대상의 확장과 방법론의 자기비판을 동시에 보여준다는 점이다.
그레이엄 하비는 먹고 사랑하고 다른 생명과 관계 맺는 일상의 차원에서 종교를 다시 발견한다. 린웨이핑과 캐롤라인 워커 바이넘의 연구는 신상과 영매, 성체와 성유물 같은 물질을 단순한 상징이 아니라 종교적 힘이 현존하고 작용하는 대상으로 바라보게 한다. 비르기트 마이어는 영화와 미디어가 종교를 전달하는 수단에 그치지 않고 종교적 현실 자체를 구성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모리스 블로크는 의례와 폭력의 구조를 탐구하고, 즈나멘스키는 샤머니즘 자체만큼 그것을 바라보는 서구의 시선이 역사적으로 변화해 왔음을 추적한다.
후반부로 갈수록 질문은 종교학 자체를 향한다. 비교는 여전히 가능한가, ‘순수한 선(禪)’이라는 관념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종교적 노동윤리는 자본주의와 어떤 관계를 맺는가, 자연과 사회·주체와 객체라는 근대의 이분법을 넘어설 수 있는가를 묻는다. 그리고 비판종교학, 비교신화학, 종교현상학의 재검토를 통해 종교학이 무엇을 어떻게 연구해야 하는지 다시 질문한다.
따라서 이 책에 실린 13편의 글은 서로 떨어진 13개의 서평이 아니다. 그것들을 관통하는 하나의 흐름이 있다. 종교를 낯설게 보고, 종교를 바라보던 학문의 시선마저 다시 낯설게 보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종교학자의 서재』가 보여주는 현대 종교학의 중요한 성취다.
종교학계에는 지도를, 종교계에는 거울을
한국 종교학계에서 이 책의 가치는 세계 종교학의 주요 연구 성과를 한국어 지식장 안으로 가져온다는 데서 시작한다. 물질종교, 감각과 미디어, 비판종교학, 비교의 재구성, 다원적 존재론 등 현대 종교학의 중요한 흐름을 각각의 대표적 저작을 통해 접할 수 있다. 전공자와 대학원생에게는 연구주제와 방법론을 탐색할 수 있는 유용한 입문서이자 연구 안내서가 될 수 있다. 특히 번역되지 않은 연구서의 논점과 학술사적 위치까지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은 상당한 장점이다. 이 책은 세계 종교학의 새로운 문제의식과 한국 종교학을 잇는 하나의 지적 가교다.
종교계에는 다른 의미에서 중요하다. 학문적 시선으로 자신의 전통을 바라본다는 것은 때로 불편한 경험일 수 있다. 그러나 바로 그 거리에서 새로운 자기이해가 시작된다. 종교의 전통과 의례, 권위와 공동체, 미디어 활용과 사회적 실천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왜 그러한가”, “누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오늘날에도 같은 방식이어야 하는가”를 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종교학의 비판은 종교의 가치를 부정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종교가 현실 속에서 실제로 무엇이 되고 있는지를 더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한 작업이 될 수 있다.
이 책을 읽는 법 ― 13권이 아니라 13개의 질문으로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읽어야 하는 책은 아니다. 독자는 자신의 관심에서 출발해도 좋다. 일상의 종교가 궁금하다면 음식과 관계에서 시작하고, 이미지와 감각에 관심이 있다면 영화와 물질종교에서 시작할 수 있다. 의례와 폭력, 샤머니즘과 늑대인간을 따라가도 좋고, 선불교와 자본주의, 라투르의 존재양식에서 출발해도 좋다. 종교학 자체에 관심이 있다면 마지막의 비판종교학·비교신화학·종교현상학 논쟁부터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한 편을 읽고 나면 다른 편으로 건너가 보기를 권한다. 물질종교를 읽은 뒤 미디어를, 샤머니즘을 읽은 뒤 비교종교학을, 자본주의를 읽은 뒤 비판종교학을 읽으면 서로 다른 연구가 뜻밖의 자리에서 연결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책이 펼쳐 보이는 것은 결국 13권의 책이 아니라 종교를 통해 인간과 세계를 읽는 13가지 시선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읽다 보면 마지막에는 처음과 다른 질문 앞에 서게 된다. 종교란 과연 무엇인가. 그리고 우리는 왜 종교를 연구하는가. 이 책이 주는 가장 중요한 성과는 그 질문에 하나의 답을 제공하는 데 있지 않다. 종교에 대한 익숙한 답을 흔들어 새로운 질문을 가능하게 하는 것, 그리고 그 질문을 통해 인간과 사회와 세계를 다시 보게 하는 것. 바로 그곳에 오늘날 종교학을 공부하고, 종교를 성찰해야 하는 이유와 이 책의 현재적 가치가 있다.

최정화 (저자)
종교현상학자. AI 무풍지대, 20세기 후반 스타일로 공부하고 종이책을 고수함.
장석만 (저자)
종교-비종교 연구자. 종교와 종교 아닌 것의 구분이 흩뜨러진 책을 좋아함.
이연승 (저자)
중국종교 연구자. 민간종교 용어에 관심과 의심을 품고 책을 읽음.
최화선 (저자)
물질종교학자. 책의 내용만큼이나 활자와 종이의 감촉, 책이 있는 공간의 공기를 사랑함.
안연희 (저자)
종교사 연구자. 도서관과 책들 사이를 오가며 보내는 시간, 그 안에서 만나는 세계를 사랑함.
임현수 (저자)
중국종교 연구자. 책 한 권에 이끌려 상나라 공부를 시작함.
이용범 (저자)
민속종교 연구자. 책과 현장을 두루 좋아함.
한승훈 (저자)
한국종교사학자. 본업은 전공책 읽기, 취미는 전공 아닌 책 읽기.
이민용 (저자)
불교 연구자. 불교가 '불교'로 되는 과정을 책으로 씀.
박규태 (저자)
일본종교 연구자. 책 읽는 것밖에 할 줄 모르는 자칭 우물 안 개구리.
박상준 (저자)
생물물리학자. 의외로 종교학 책을 좋아함.
이진구 (저자)
종교사회사가. 서가에 꽂혀 있는 책들의 제목을 둘러볼 때 기분이 좋음.
하정현 (저자)
신화 연구자. 일연의 책으로 신화 공부를 시작했고, 동서양 신화 읽기를 즐겨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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