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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ISBN-13 : 9791124905029 |
|---|---|
| 쪽수 | 420쪽 |
| 크기 | 규격 외(152mm X 225mm, 신국판) |
| 제품구성 | 단행본 |
- 인문/역사 > 서양철학
생명윤리를 위한 생물학적 토대
과학적 사실은 윤리적 판단의 답을 제공할 수 있는가
생명윤리와 생물철학을 연결하는 새로운 학제적 탐구
우리는 흔히 생명윤리학을 의학과 생물학이 제기하는 문제를 윤리적 원칙에 따라 판단하는 학문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윤리적 판단의 토대가 되는 생물학적 사실과 개념은 과연 명확하고 중립적인가? 건강과 질병, 정상과 비정상, 치료와 향상의 경계는 생물학적 사실만으로 분명하게 나눌 수 있는가?
케임브리지대학교 교수이자 세계적인 생물철학자 팀 르윈스는 『생명윤리의 생물학적 토대』에서 생명윤리가 의존해 온 생물학적 전제와 개념적 구분을 근본적으로 다시 검토한다. 과학적 사실만으로 윤리적 결론을 곧바로 도출할 수는 없지만, 의학과 생물학의 구체적인 메커니즘을 외면한 윤리적 판단 역시 충분한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 이 책의 출발점이다.
르윈스는 인간 향상, 합성생물학, 생식세포계열 개입, 배아 선택, 유전적 차이와 분배적 정의, 진화론과 공공 정책, 건강과 질병 등 현대 생명윤리의 핵심 쟁점을 폭넓게 다룬다. 그 과정에서 ‘자연적인 것’ 자체에 독자적인 도덕적 가치를 부여하는 관점과 유전자를 다른 발달 자원보다 특별한 것으로 간주하는 ‘유전자 예외주의’를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또한 생명공학을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는 기술 낙관론과 인간 본성이나 자연의 질서를 근거로 신기술을 일률적으로 거부하는 기술 회의론을 모두 경계한다.
건강과 질병, 정상과 비정상, 치료와 향상의 구분에는 생물학적 사실뿐 아니라 개인의 삶, 사회 제도, 문화적 규범과 가치 판단이 함께 작용한다. 따라서 생명윤리학은 과학적 사실을 확인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되며, 그 사실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철학적 관점과 개념적 틀까지 비판적으로 성찰해야 한다. 이 책은 생명윤리학과 생물철학 사이의 학문적 간극을 좁히고 생물학·의학·철학·윤리학·사회과학을 유기적으로 연결함으로써, 생명윤리에 학제적 접근이 왜 필요한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이 책을 우리말로 옮긴 윤정환은 의사이자 서울대학교병원 수련의로, 용인외대부고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 수석으로 입학해 졸업했다. 『논리를 알면 세상이 보인다』를 공동 집필했으며, 의학과 생물학을 공부하는 과정에서 생명윤리의 구체적인 쟁점을 이해하려면 윤리 이론뿐 아니라 그 논의가 전제하는 의학적·생물학적 개념과 설명 방식까지 함께 성찰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발전시켜 왔다.
옮긴이는 이러한 의학적·생물학적 배경을 바탕으로 저자의 논증 구조와 개념적 구분을 충실하게 살리면서도, 복잡한 내용을 자연스럽고 명료한 우리말로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서로 다른 시기에 쓰인 각 장이 한 권 안에서 일관되게 읽히도록 주요 용어와 개념을 통일하고, 학자 이름과 저서·논문명 및 일부 핵심 학술 용어에는 영어를 병기해 독자의 이해를 도왔다.
『생명윤리의 생물학적 토대』는 익숙한 생명윤리 문제에 단순한 찬반의 답을 제시하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여 온 생물학적 사실과 개념이 어떤 철학적 전제 위에 놓여 있는지를 되묻고, 과학적 설명과 윤리적 판단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세밀하게 밝혀 나간다. 생명윤리와 의료윤리를 공부하는 독자는 물론, 생물학과 의학의 철학적 토대를 이해하고자 하는 연구자와 학생, 생명공학의 사회적·윤리적 의미에 관심 있는 독자에게 새로운 질문과 깊이 있는 사유의 출발점을 제공할 것이다.
[목 차]
옮긴이의 말
1. 서론: 생명윤리의 생물학적 토대
1부. 자연의 개선
2. 인간 향상과 인간 본성: 샌델의 논의를 중심으로
3. 진보의 위험성: 사전 예방과 인간 향상의 사례
4. 인간 본성: 그 개념 자체
5. 브리콜라주에서 바이오브릭스™까지: 합성생물학과 합리적 설계
6. 기원, 부모 그리고 비동일성
2부. 윤리학과 정치철학의 토대로서의 생물학
7. 발달 지원: 개체 발생과 윤리
8. 진화론적 정책의 전망
9. ‘자연적 불평등’이란 무엇인가?
10. 필리파 풋에 관한 노트
11. 건강, 자연주의, 정책
참고문헌
찾아보기
[본 문]
생명윤리학bioethics과 생물철학philosophy of biology은 대체로 서로 독립된 학문 분야로 여겨지며, 실제 학계에서도 두 분야 사이에는 상당한 거리가 존재한다. 생물철학자들은 주로 과학철학의 전통 속에서 학문적 훈련을 받는다. 이들의 주된 관심사는 종species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진화론에서 인과관계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생태학 연구에서 모델 구축model building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와 같은 인식론적·형이상학적 문제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가 의학적 쟁점과 직접 맞닿는 경우는 흔하지 않으며, 명확한 윤리적 함의로 이어지는 경우는 더욱 드물다.
반면 생명윤리학자들의 학문적 배경은 매우 다양하지만, 이들은 주로 윤리학과 정치철학을 중심으로 훈련받으며 때로는 임상의학이나 법학에 기반을 두기도 한다. 이들의 주된 관심사는 의료인과 환자의 관계, 한정된 보건의료 자원의 정의로운 분배, 의학 연구를 수행하는 방식의 윤리적 정당성과 같은 실천적인 규범적 문제normative questions를 해결하는 데 있다. 이러한 이유로 생명윤리학자들이 이론 중심의 과학철학과 직접 접할 기회는 많지 않다.
_ p.11
샌델의 견해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핵심 논거인 ‘뜻하지 않은 것을 받아들이는 열린 태도openness to the unbidden’의 배경에 놓인 윤리적 논증을 다시 살펴보아야 한다. 그래야만 인간 향상 기술에 반대하는 그의 주장 가운데 어떤 부분이 실제로 설득력을 지니는지 분명히 파악할 수 있다.
“부모가 자녀의 건강을 돌볼 때, 부모는 자신을 설계자로 내세우지 않는다. 또한 자녀를 자기 의지의 산물이나 자기 야망을 실현하기 위한 도구로 만들지도 않는다. […] 모든 구분이 그렇듯 치료와 향상의 경계도 가장자리에서는 흐릿해진다. […]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 구분이 중요한 이유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자녀를 향상하는 일에 몰두하는 부모는 지나치게 개입할 가능성이 크며, 무조건적 사랑의 규범에 어긋나는 태도를 보이고 그러한 태도를 고착할 위험도 더 크기 때문이다.” (Sandel 2007: 49)
얼핏 보면 이 주장은 논란을 해결하는 데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녀가 특정한 모습으로 자랄 때만 사랑하겠다는 태도는 분명 부모로서의 결함이다. 하지만 “내 아이가 평균을 훨씬 뛰어넘는 지능을 지닐 때만 사랑하겠다”라고 생각하는 부모와 “내 아이에게 장애나 질병이 없을 때만 사랑하겠다”라고 생각하는 부모는 모두 심각한 결함을 드러낸다.
_ p.46
그러나 사전 예방precaution에 관한 모든 해석이 이처럼 논리적 일관성을 결여한 것은 아니다(Sandin et al. 2002; Sandin 2007; Stirling 2003, 2005; John 2007; Peterson 2007; Lewens 2008). 인간 향상 기술에도 합리적인 사전 예방적 우려를 적용할 여지가 있다. 물론 해리스도 이 사실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을 것이다.
첫째, 모다피닐에 관한 우려는 긍정적인 연구 결과가 제한된 자료에서만 나타났을 수 있다는 추상적인 가능성에 근거하지 않는다. 터너의 연구는 모다피닐이 건강한 사람에게 주는 이익이 크지 않음을 보여주며, 부작용을 시사한 랜달의 연구까지 고려하면 이 약물의 전반적인 가치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유전자 변형에도 비슷한 우려가 적용된다. 생물학자들은 하나의 유전자가 여러 형질의 발달에 복합적으로 관여하는 경우가 많다고 본다. 따라서 유전자 변형이 가치 있는 한 특성의 발달에는 긍정적인 효과를 내더라도 다른 특성의 발달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유전적 향상을 고려하는 예비 부모는 특히 이 기술의 비용 대비 편익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인간의 가치 있는 형질은 대체로 수많은 유전자가 상호작용한 결과다. 따라서 하나의 유전자를 바꾼다고 해서 지능이나 운동 능력이 크게 향상되는 것이 아니라 변화가 매우 작을 수 있다. 더욱이 배아를 채취하고 조작하는 일련의 과정은 당분간 복잡하고 불편하며 비용도 많이 들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고려 사항들이 모든 향상 기술이 위험하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향상 기술을 신중하게 다루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한된 자료에서 이루어지는 추론에는 언제나 오류 가능성이 있다’는 막연한 불안이 아니라 구체적인 증거에 근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_ p.66
이러한 입장은 종species을 하나의 독립된 개체로 보는 학자들도 충분히 수용할 수 있다. 개별 유기체를 ‘종’이라는 거대한 개체의 구성 부분으로 보더라도, 자연선택과 같은 생물학적 메커니즘이 특정 시점에 그 구성원들을 얼마나 유사하게 만들었는지는 별도로 탐구해야 할 과제로 남기 때문이다.
하나의 개체가 반드시 동일한 재료로만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며, 이는 앞서 다룬 책상의 사례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렇다고 해서 한 개체를 구성하는 여러 부분이 특정 시점에 서로 유사해질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 진화 과정에서는 구성원 간의 차이가 벌어지기도 하지만, 반대로 서로 닮아가는 균질화가 일어나기도 한다. 따라서 인간의 정신과 행동, 신체 구조와 생리적 특성 가운데 무엇이 종 전체에 보편적으로 분포하는지는 경험적 탐구를 통해 밝혀내야 할 열린 문제다. 더욱이 이러한 특성의 분포는 진화적 압력이 바뀌면 얼마든지 함께 달라질 수 있다. 데이비드 헐David Hull이 ‘인간 본성’ 개념을 온건한 방식으로 다듬어 설명하려 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_ p.88
여기서 핵심은 타인에게 주의를 기울이게 만드는 이러한 입력 체계 자체가 개체의 발달 과정에서 일어나는 후천적 학습을 거치면서 계속 조정·변형된다는 점이다. 나아가 헤이즈는 아이들이 성인의 행동을 모방하려는 동기조차 모방 행위에 따른 칭찬이나 보상을 통해 후천적으로 형성된 학습의 산물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Ray and Heyes 2011).
이처럼 타인을 모방하는 능력은 인류 전반에 나타나는 특성으로, 흔히 인간 본성의 핵심으로 꼽히는 형질이다. 따라서 이러한 능력이 발달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학습과 문화화가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는 정교하게 규명해야 할 경험적 탐구의 영역이다. 특정 핵심 형질이 인류 전체에 보편적으로 나타난다는 이유만으로 그 발달 과정에서 사회적·문화적 메커니즘을 배제해서는 안 되며, 마셰리처럼 이를 인간 본성에 포함할지를 가르는 절대적인 배제 기준으로 삼아서도 안 된다.
결국 엄밀한 인간 본성 개념을 정립하려 했던 마셰리의 시도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언뜻 직관적이고 매력적으로 보이는 개념일지라도 정밀하게 검증해 보면 논리적 모호함으로 인해 선명한 경계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한 종의 본성이 오직 종 전체에 보편적으로 분포하는 형질들로만 구성되어야 할 이론적·실용적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생물종을 복잡하게 구조화된 하나의 ‘개체individual’로 이해할 때, 마셰리식 법칙론적 접근이 지닌 한계는 한층 더 분명해진다.
_ p.93
합성생물학의 세부 접근법 사이에는 몇 가지 주목할 만한 차이가 있다(O’Malley et al. 2007). 어떤 접근법은 유전적 특성이 규명된 부품을 기초부터 쌓아 올리는 ‘상향식bottom-up’ 방식을 취하며, 이들을 결합하여 완전히 새로운 생물학적 장치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반면 다른 접근법은 자연에 존재하는 유기체에서 출발하여 불필요하거나 중복되는 부분을 제거해 나간다. 그 결과 더 단순하고 잡음이 적은 생물학적 기계 또는 최소한의 기능만 수행하는 유기체를 만들고자 한다.
이처럼 합성생물학의 여러 접근법은 유기체의 기능 수행에서 유전체가 얼마나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지에 관해 서로 다른 입장을 취한다. 새로운 생물학적 시스템을 구현하는 구체적인 방식 역시 접근법에 따라 다르다. 그럼에도 최근 연구는 공학적 설계의 관점이 합성생물학의 다양한 시도를 관통하는 공통의 핵심이라고 일관되게 지적해 왔다.
예를 들어 합성생물학은 ‘공학 기법을 활용하여 인공 생체분자 네트워크artificial biomolecular networks를 모델링하고 설계하며 구축하는 작업’으로 규정된다(Camacho and Collins 2009: 24). 또 다른 연구는 ‘합성생물학의 중심에는 환경 정화나 유용한 의약품·화학물질·바이오연료의 합성과 같은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완전한 생물학적 시스템을 합리적으로 공학화하려는 목표가 자리 잡고 있다’고 명시한다(Cobb et al. 2012: 1).
_ p.116-117
핵심은 진화적 설계 과정이 인간 설계자가 미리 정한 구조나 원리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진화적 설계는 적합도, 즉 성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효과라면 무엇이든 활용할 수 있다. 여기에는 연구자가 예상하지 못한 우연한 물리적 상호작용도 포함된다. 따라서 완성된 시스템을 사후적으로 관찰하는 연구자가 그러한 효과의 기원과 작동 방식을 쉽게 추적하고 이해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할 이유는 없다.
따라서 진화 과정이 매우 유용하게 기능하면서도 그 작동 원리를 이해하기 어려운 결과물을 만들어 내더라도 놀라운 일은 아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합리적 설계’는 먼저 전체 문제를 정의한 뒤 이를 여러 하위 문제로 나누는 데서 시작한다. 이어 각각의 하위 문제를 해결할 독립된 요소를 제작하고 이들을 서로 결합한다.
이러한 설계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각 하위 부품이 어떤 맥락에서도 기능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다시 말해 특정 부품이 다른 부품 가까이에 배치되더라도 내부 구성이 변하지 않아야 하며, 다른 기능 단위와의 상호작용도 항상 예측 가능해야 한다. 즉, 각 하위 부품을 다른 부품과 주변 환경의 구체적인 영향에서 가능한 한 ‘인과적으로 고립causally isolated’시켜 ‘모듈화된 구성 요소’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_ p.136

팀 르윈스(저자)
케임브리지대 과학철학 교수이자 클레어 칼리지의 펠로우이다.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우수한 강의에 수상하는 필킹턴 상(Pilkington Prize)을 수상하였으며, 동 대학교의 CRAASH라는 연구그룹에서 부의장직을 맡고 있다. 과학철학뿐 아니라 생물철학과 생물윤리에 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윤정환(역자)
서울대학교병원 수련의
용인외대부고 수석 졸업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수석 입학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저서
『논리를 알면 세상이 보인다』(공저)
『생명윤리의 생물학적 토대』(역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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