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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잎의 온기(B판시선 82)

    • 송창섭 저
    • 도서출판b
    • 2026년 08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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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품 규격 정보
    상품상세정보
    ISBN ISBN-13 : 9791192986654
    쪽수1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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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품구성반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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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삶의 가장 낮은 자리에서 길어 올린 따뜻한 시선” 

    송창섭 시인의 새 시집 〈잎의 온기〉가 출간되었다. 64편의 시가 4부로 나뉘어 구성되었다. 송창섭 시인의 〈잎의 온기〉는 우리 시대의 평범한 삶과 잊히기 쉬운 존재들에 대한 깊고 따뜻한 응시를 담아낸 작품집이다. 시인은 사막의 적막, 바닷가의 슬픔, 마을 노인들의 일상, 가족의 병상, 나무와 꽃과 잎새에 이르기까지 삶의 작은 풍경들을 세심하게 바라보며, 그 안에 깃든 인간의 존엄과 기억의 의미를 길어 올린다.

    〈잎의 온기〉라는 제목은 이 시집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이미지이기도 하다. 잎은 바람에 흔들리고 때로는 떨어지지만, 생명의 흔적을 품고 있으며 서로의 체온을 기억하는 존재이다. 시인은 “잎이 나지 않는다고 해서 나무가 아니라는 말은 / 법도 아니고 정의도 아니다”라고 노래하며, 겉으로 드러난 모습만으로 존재를 판단하는 세상에 조용한 질문을 던진다.

    이 시집의 큰 특징은 역사와 현실에 대한 깊은 감각이다. 세월호 참사를 다룬 「맹골수도」와 「팽목항 바다」에서는 개인의 슬픔을 넘어 공동체의 기억과 책임의 문제를 묻는다. 또한 사라져 가는 마을의 풍경, 노년의 삶, 돌봄과 간병의 시간, 이름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 사회의 가장 낮은 자리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무엇보다 송창섭 시의 힘은 연민에 있다. 「아버지의 등뼈」, 「빈방에서 흘린 땀을 기억하는 일」 같은 작품은 늙음과 병듦 앞에 선 인간의 연약함을 담담하게 그려내며, 독자로 하여금 가족과 생명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또한 시인은 지역의 말과 생활 언어를 적극적으로 시 속에 끌어들인다. 경상도 방언이 살아 있는 작품들은 토속적인 정감과 생생한 현실감을 더하며, 사라져 가는 언어와 공동체의 정서를 기록하는 역할까지 수행한다. 이는 〈잎의 온기〉가 단순한 개인 서정의 시집을 넘어, 한 시대의 생활사와 감정사를 담아낸 기록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시집 첫머리에서 시인은 “시간에 / 입맛을 빼앗길 때 / 육신은 흔들리지만 / 기다림은 경이롭네”라고 말한다. 이 짧은 문장은 〈잎의 온기〉가 지닌 세계를 압축한다. 상실과 슬픔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마음, 인간과 자연을 향한 다정한 시선, 그리고 오래 견디며 서로의 온기를 나누는 삶의 가치가 이 시집 전체에 흐르고 있다.

    송창섭의 〈잎의 온기〉는 빠르게 소비되고 잊혀 가는 시대에 ‘기억하고, 기다리고, 함께 살아가는 일’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시집이다. 독자들은 이 작품을 통해 한 장의 잎에 남은 체온처럼 오래도록 마음을 데우는 시의 힘을 만나게 될 것이다.

    오늘날의 시가 차가운 현실 속에서 인간다운 감각을 회복시키는 일이라면, 〈잎의 온기〉는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시집이다. 이 시집은 우리에게 묻는다. 지금 우리는 무엇을 기억하고 있으며, 누구의 손을 붙잡고 살아가고 있는가. 그리고 그 질문 끝에서 독자는 오래도록 따뜻한 잎 한 장을 가슴에 품게 될 것이다.
    목차

    [목 차]

    ㅣ시인의 말ㅣ   5

     

    제1부

    낙타가 없는 사막에서 13

    빈집 개 14

    감은 거저 떨어지는 게 아니다  16

    잎이 나지 않는다고 나무가 아니라는 말은  17

    개천 놀이터 18

    여름 장마  20

    슬픈 빛을 걸러내는 시간은 더디기만 하고 22

    애꿎은 날이 빚은 여러 표징들  26

    미련이 문제겠지만 새롭지 않다는 느낌은 들어  28

    쐬주는 중용이다  30

    벅수싸롱 32

    순천만 갈대 36

    맹골수도  37

    팽목항 바다 38

    하늘나라우체통 40

     

    제2부

    박꽃 1 45

    감잎차 46

    잎새 하나에 새긴 것들 48

    두 노인의 한낮 52

    아버지의 등뼈  54

    빈방에서 흘린 땀을 기억하는 일  56

    행인1 58

    그녀가 버티는 방식 61

    남은 생애에 곧 사라져 갈 언어들 62

    김 씨 아재 64

    상만이 노모 66

    죽전마을 이쁜이 할매 68

    박꽃 2 70

    그레고리오 성가 72

    앵두나무 74

    말셀라 78

     

    제3부

    초겨울   81

    어느 숲 그늘이 전시한 나무와 새들 눈빛 82

    안개마을  84

    계절감 86

    참새  88

    흰얼레지 90

    조뱅이 91

    씀바귀 92

    한낮 정원   93

    버팔로샛강숲보호지역 1 94

    텃밭을 떠도는 먼지 같은 풍경 97

    밤재  98

    묘향산 100

    날다 102

    버팔로샛강숲보호지역 2 104

    송당 가는 길  106

    레돈도비치 107

     

    제4부

    풍경 111

    홑창에 기대어 112

    빈둥거리는 내면에 갇힌 절그럭거리는 버릇들  114

    소설 116

    빈둥지증후군  118

    연둣빛을 보면 119

    빗나간 시월의 그림 120

    돌은 비옷을 입지 않는다 122

    그대는 보았는가   124

    화석으로 남은 몇 안 되는 기억의 생채기 126

    통시 128

    모기성소아과 129

    나무들은 안다  130

    옫딱 132

    동지 파쭉 134

    닫힌 새  135

     

    ㅣ시작 넋두리ㅣ  137



    [본 문]

    〈그녀가 버티는 방식〉

    차를 입에 대어 짧게 머금은 다음 짧게 삼키는 그녀는 밥을 먹지 않은 때도 그 누구에게 굶었다 고백한 적이 없다고 했다 밥을 거르는 일 세 끼를 다 채우는 일 하나같이 쉽지 않다고도 했다

    노출된 상대의 턱에 강타를 날리는 권투 선수처럼
    그녀의 반문은 기세당당했다

    끼니를 잊거나 건너뛰는 건 자위행위 아닌가

    안짱걸음을 걸으며 짧은 보폭으로 발뒤꿈치를 짧고 가볍게 흔드는 그녀는 의도성이 강한 절제를 선호한다

    간편함과 무뚝뚝함

    이 어울리지 않는 조합의 옷차림이 부대끼는 삶을 지탱해 나가는 그녀의 방식이며 세상을 향해 던지는 새침하고 단아한 선전 포고다

    * * * * * *

    〈어느 숲 그늘이 전시한 나무와 새들 눈빛〉

    나무는
    날개 대신 굴곡진 가지를 택했다
    가을 겨울에 이은
    봄날에

    새는
    가지 대신 어둠에 견디도록
    날개를 키웠다
    어미 새와 아비 새가 걸었던 그 길

    어느 날
    어느 숲

    나무는
    모여드는 새를 위해
    쉼터를 만들었고

    새는
    나무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단장(丹粧)한 혀를 꺼냈다

    * * * * * *

    〈닫힌 새〉
                             
    새장 속의 새가 나를 본다
    새장 밖의 내가 새를 본다
    바라보는 서로의 시선이 엇갈린다
    깃털을 끄덕여 날려는 새의 본능은 살아 있다
    새의 덩치와 눈빛을 보면 연약하고
    앙증맞다는 말이 혀 안에서 눅눅하다
    저 새는 최초의 유형과는 다른 비행을 한다
    새장은 바깥과 안쪽의 경계를 구분하여
    새의 열린 공간과 닫힌 공간을 확연히 보여준다
    마음대로 허공을 헤집어 날으는 것도 그저 한때의 일
    닫힌 세상의 새는 날 수 있는 꿈이 없어
    차츰 자신을 퇴화시킨다
    날 수 없어도 사는 법을 익히고
    날개 없이도 버티는 법을 터득한 새는
    부질없이 생명을 이어 간다
    새의 영역에서 이미 그는 새가 아니다
    새장 속의 새는 숙명에 순응하듯
    눈만 끔벅이며 목놀림이 둔해지는데
    여전히 새와 나는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이 어긋나 있다 

    추천사

    정일근 (시인, 경남대학교 석좌교수)
    송창섭의 시는 낮은 곳으로 몸을 낮춘다. 늙은 나무와 떨어지는 잎, 아버지의 등뼈와 어머니의 주름, 고향의 골목과 개천, 이름 없이 살아가는 노인과 행인 곁에 오래 머문다. 그곳에서 시인은 우리가 무심히 지나친 한 생의 온기를 찾아낸다. 입에 익숙한 지역 방언이 살아 숨 쉬는 그의 시에는 흙냄새와 땀 냄새, 사람 사는 냄새가 짙다. ‘이승과 악수를 나눈 잎의 온기’처럼, 그의 시에서 이별은 소멸이 아니다. 잎은 떨어져도 나무의 기억 속에 체온을 남긴다. 사람도 그러하다. 사랑하고 아파하며 함께 살아온 시간은 떠난 뒤에 더욱 따뜻해진다. 「잎의 온기」는 사라지는 것들의 뒷모습을 오래 바라보다가, 마침내 그 자리에서 사람의 온기를 발견하는 시집이다. 그와 꼭 닮은 사람의 온기가 오래 독자의 가슴에 머물 것이다.

    출판사 서평

    작가의 말

    시간에
    입맛을 빼앗길 때

    육신은 흔들리지만
    기다림은 경이롭네.

    저자 소개
    저자 : 송창섭

    시인. 1955년 서울 용산에서 태어났다. <마루문학>(1990)과 <대통령 얼굴이 또 바뀌면>(1992)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새는 수행을 한다>와 산문집 <삶을 뒤적이다>가 있다. 현재 경남 삼천포에서 물비늘 품은 갯바위와 그늘마저 따스한 숲길 언저리를 어정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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