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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송이 고요야 어서 오너라(삶창시선95)

    • 이은송 저
    • 삶이보이는창
    • 2026년 08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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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품 규격 정보
    상품상세정보
    ISBN ISBN-13 : 9788966552047
    쪽수1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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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품구성단행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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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허공’, 자유의 은유

    이은송 시인의 이번 시집 『눈송이 고요야, 어서 오너라』는 마치 대지의 중력을 떼어내고 오르는 새의 깃털 같다. 일단 한 행을 한 연으로 삼은 시가 거의 대부분인데, 당연히 이런 형식적 특성 때문만은 아니지만 이런 행과 연 처리는 비상(飛上)에 대한 시인의 마음을 드러내 주는 일차적 기표이다. 그렇다면 이 비상을 통해 시인이 도달하고자 하는 자리는 어디인가? 그것은 이 시집의 맨 처음에 실린 작품 「허공의 눈부심」에 집약적으로 담겨 있다. 즉 시인이 비상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은 일단 세속적인 가치가 아니며, 그와 동시에 자아의 드높음 같은 정신주의도 아니다. 시인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면 이렇다.

    보아요, 저 눈부신 허공을

    겨울을 빌미로 나는 하루 종일 허공을 응시할 수 있어요
    (…)
    저 허공의 깊이는 얼마나 깊은가요
    저 허공의 넓이는 얼마나 넓은가요
    _「허공의 눈부심」 부분

    허허벌판이 나의 놀이터가 되어 주었으므로 나는
    모든 공포를 잊고 지냈다

    겨울이 오면 매양 허허벌판을 보여주는 들녘이여,

    그래서 겨울은 내게 최고의 쉼터
    _「허허벌판」 부분

    「허공의 눈부심」은 어느 겨울날 내리는 눈을 통해 드러나는 “허공의 깊이”와 “허공의 높이”에 놀라는 작품이다. “겨울을 빌미로” 허공을 응시/인식할 수 있는 것은 ‘내리는 눈’ 때문이다. 이는 예민한 사람이라면 눈 내리는 겨울날에 경험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시인은 너무도 범상한 사실을 나열하고 있는 것일까? ‘내리는 눈’을 통해 느끼는 “허공의 깊이”와 “허공의 넓이”는 곧 살아 있음의 경이와 연결되기에 이는 결코 범상한 발견이 아니다.
    그런데 살아 있음의 경이는 허공을 통해서만 터지지 않는다. 그것은 반대로 대지의 영역인 ‘허허벌판’을 통해서도 피어오른다. 시인은 허허벌판이 삶의 공포를 치유해 주었다고 고백하면서 겨울의 허허벌판을 “최고의 쉼터”라고 부른다. 물론 여기서 “쉼터”는 단순한 휴식의 의미가 아닐 터이다. 강물이 알려 준 ‘삶의 공포’와 대비되는 것으로 미루어 “쉼터”는 영혼에 생기를 불어넣는 공간을 의미한다. 아울러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겨울이라는 시간이다. 즉 시인에게 허허벌판을 선사해 주고 알게 해 주는 ‘때’는 겨울인 것이다. 심지어 “겨울이 오면 매양 허허벌판을 보여주는 들녘이여”라며, 겨울이 이 모든 것을 열어 주고 있음을 직정적으로 말하기도 한다.
    「허공의 눈부심」과 「허허벌판」에서 허공과 허허벌판을 시인의 영혼에 각인시킨 시간인 ‘겨울’은 이은송 시인의 시를 가능하게 하는 ‘존재의 시간’이며, 동시에 무욕의 자유에 도달하게 한 시간이다.

    부활하는 삶

    이은송 시인에게 ‘겨울’이라는 시간은 동시에 ‘실존의 시간’이기도 하다. 즉 겨울을 삶의 시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이은송 시인에게 겨울은 삶이 부활하는 시간이다. 시인이 “우리, 더 추운 곳으로 가자//겨울같이 시리게 우리들의 사상이 명료해지기를”(「멜랑꼴리학파」)이라고 말할 때 그것은 숨김없이 드러난다. 한편으로 「노숙」이라는 시에서는 “나를 일으켜 세우는 것은 저 바람”이라고 하거니와 여기서 ‘바람’은 겨울과는 무관해 보이지만 이미 마련된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일종의 자기 수련을 마다하지 않겠다는 정신적 태도를 나타내는 은유다. 그리고 이런 은유는 “단풍나무”(「단풍나무」)나 “낡은 옷”(「낡은 옷에 대한)」 등으로 변주된다.
    이번 시집에 드러난 이은송 시인의 시 세계가 관념적인 정신주의가 아님을 구체적으로 펼쳐지는 것은 시집 3부에 들어서다. 돌연(?) 생명의 정취가 맴돌면서 시가 날개를 펼친 듯한 느낌을 충분히 준다.

    밤새 몸을 뒤척이는 밤//나는 깊은 겨울 숲에 들어가 벌목하는 사내가 된다//겨울나무를 숲에 들어가 도끼로 쿵쿵 치는 사내는//무엇인가는 각오한다는 것인데//숲속 호숫가, 얼음물의 가장자리처럼//각오하는 신념으로//쿵쿵,//산이 울리게//나를 두드리는 밤
    _「성소」 부분

    또는 다음과 같은 진술에서 그것은 명확해 보인다.

    내 심장에//꽃피려나 보다//어젯밤부터 심장에서 묵은 흙이 바실바실 떨어져 내려//빗자루로 떨어진 흙을 쓸어내다가//차라리//어서 오너라 봄비야 님처럼 오너라//내 심장에 생강나무꽃으로 피어라
    _「봄」 부분

    드디어 강이 주는 삶의 공포를 극복한 것처럼 보인다. “겨울강의 뒷모습은 얼마나 푸르렀나”(「스무 살 무렵」). 이 시집은 삶이 부활하는 과정을 기록한 시집우로 읽어야 마땅하다.
    목차

    [목 차]

    시인의 말·5

    1부 허공과 눈송이와 밤의 이야기

    허공의 눈부심 / 12
    난 별일 없이 잘살고 있어요 / 14
    허허벌판 / 17
    마음 물고기 / 20
    사라지는 연습 / 22
    소리 없이 내리는 눈 / 24
    소멸은 소멸을 낳고 / 26
    그루터기, 부엉이 / 28
    눈보라처럼 / 30
    천천히 걷는 사람 / 33
    헤매러 나왔어요 / 34
    눈 사냥꾼 미로 / 36
    포말 / 38
    낙서하는 밤 / 40
    눈송이 고요야, 어서 오너라 / 42
    겨울 달리기 / 45
    쓸쓸한 조랑말처럼 / 47
    눈송이들의 침묵 / 49
    눈송이 기차역 / 51

    2부 삶이 황홀로 남을 수 있다는 말

    당신의 빈방 / 54
    춤 / 56
    애달프다는 말 / 58
    기어이, 황홀이라고 말하렵니다 / 60
    늑대의 방식 / 62
    작은 내 체구가 맘에 들 때는 / 63
    불안의 서 / 65
    멜랑꼴리학파 / 67
    노숙 / 69
    단풍나무 / 70
    낡은 옷에 대한 / 72
    애벌레종족의 나비 / 74
    한 잎이 한 잎을 낳고 / 77
    너 / 79

    3부 은둔의 숲에 도착한 편지

    오지에서 보낸 편지 / 82
    글썽 / 84
    숲의 예언 / 86
    나는 다시 일어나요 / 89
    나는 멀리 숲에 데려다 놓았다 / 92
    성소 / 95
    스무 살 무렵 / 97
    아침이라는 말 / 99
    봄 / 101
    오랫동안인 듯 / 103
    서해 바다 / 105
    여름, 기차역 / 107
    움꽃 / 109
    출가 / 112
    하지가 지날 무렵 / 114
    꼭 입하여야 해요? / 116
    숲속 우체통이 환해서 / 118
    티끌 / 120
    사랑하게 되면 / 122

    4부 인도에서 천일 동안

    어린 나그네가 되어 / 126
    무한으로 내게 온 것들이여! / 129
    인간의 허위를 보여주다 / 131
    풍요라는 단어로 오는 곳 / 133
    취하라 보들레르 / 135
    인도 책방 / 136
    양떼들 / 137
    반쯤 뜬 눈 / 139
    그물코 / 141
    이국땅에서의 브런치 / 144
    델리 여인의 검은 머릿결 / 147
    델리, 흰 소 / 149
    천일 동안의 엽서 / 151
    꿈, 자이살메르 / 153
    거미줄을 통과해야 해 / 155

    해설
    일체개공(一切皆空), 그 허공의 사유 (이병국) / 157


    [본 문]

    땅과 하늘의 깊이와 넓이를 헤아릴 수 없을 때

     

    겨울이 와요

     

    보아요, 저 눈부신 허공을

     

    겨울을 빌미로 나는 하루 종일 허공을 응시할 수 있어요

     

    하루 종일 허공을 보다가 잠에 들고 다시 아침을 맞이하고

    산이여, 바다여, 파도여

     

    부질없이 내던져진 우리들의 이야기를 받아내느라

    저기 산이 되고 바다가 되고 파도가 되었다고

     

    나는 죽지 않고 또 살아나 억만년의 허공을 만나고 있어요

     

    행운의 날들이라고 기록하려고 해요

     

    다시 그대를 만나기를 기약할 때쯤

     

    허공에는 눈이 내리고

     

    오오 아름다워라

     

    저 허공의 깊이는 얼마나 깊은가요

    저 허공의 넓이는 얼마나 넓은가요

    _ 「허공의 눈부심」중에서

     

    소리 없이 내리는 눈처럼

     

    소리 없이 살고 싶어 가끔 목이 메어요

     

    내 목소리가 너무 크고

    내 발자국 소리가 너무 커서

     

    영 마음에 들지 않는 나를 위로하려

    겨울밤 조용한 골목길을 걷기도 하는데

     

    모든 발자국 소리를 다 삼키는 겨울밤은

     

    그래서 좋아요

     

    소리가 점점 사라지는 어둔 적막의 기개에

    너도 나도 조용해져서

     

    소리들이 잦아들면

    하늘의 별들을 올려보아도 좋아요

     

    소리들이 사라지는 즈음이면 또 별이 뜬다는 것인데

     

    그때 난 골목길에서 별을 보다가

    언뜻 휘청이는 가로수 잎들의 소리를 듣다가

     

    내가 사라지는 것을 듣기도 해요

     

    그렇게 조용해지는 겨울밤은 나를 싣고

     

    멀리멀리 떠나기도 하는데

     

    그럴 때 나는, 눈송이 밤기차를 타고 떠나는

    여행자가 되어

    소리들조차 아주 잊기도 해요

    _ 「소리 없이 내리는 눈」중에서

     

    겨울이 오면 왜 차가운 바람 속을 달리고 싶은지

     

    오늘 밤도 한밤중인데 밖으로 나가 달리고 싶어졌다

     

    어느 날은 아침보다 더 먼저 달리고 싶어지기도 했다

     

    겨울 속을 달리다 보면 코끝에 스치는 차가움

     

    달리다가 올려다보는 깜깜한 하늘

     

    겨울의 별

     

    그것들은 호수처럼 차가워서 더욱 빛나기에

     

    차가움을 좋아하는 것은

     

    무딘 나의 경계를 얼음장처럼 깨우쳐 주고 싶은 마음이라서

     

    달리다 보면 모든 경계가 사라지고 혼자 웃는 밤을

     

    오롯하게 사랑할 수 있어서

     

    너와 나의 경계가 사라지니

     

    나조차 혼자 웃는 밤

     

    좋은 밤, 환한 밤, 빛나는 밤

    _ 「겨울 달리기」중에서

     

    재봉틀을 돌리던 모습이

     

    내 꿈속에서만 존재하다니요

     

    믿기지 않아요

     

    나를 낳아, 언니로, 누이로 신념처럼 세워놓고

     

    아픈 당신을 내 심장 깊숙한 곳에 각인시켜놓고서

     

    어디로 갔나요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도 없는 당신

     

    빈방만이 허공으로 남아 있어

     

    난 맨발로 방에 들어가

     

    무릎을 꿇고

     

    잡을 것 없는 바닥을 더듬더듬

    잡을 것 없는 허공을 더듬더듬

     

    잡을 것 없어 빈손으로

     

    허공 한 줌을, 햇살로 모아

     

    당신에게 공양물로 놓아요

    _ 「당신의 빈방」중에서

     

    나를 일으켜 세우는 것은 저 바람이다

     

    저 풀들이다

     

    저 나무들이다

     

    저 하늘이다

     

    비 온 뒤 풀들 사이로 걷다가

     

    풀들의 노숙

     

    잎들의 노숙

    _ 「노숙」중에서

     

    손금처럼 줄기를 따라 짚어보니

     

    한 잎에서, 다른 한 잎으로 자신을 떠난 넝쿨

     

    한 잎에서, 한 잎으로 온 한 잎들이

     

    알을 낳듯이 무수한 너를 낳고

     

    태어난 그 한 잎이 자라 또 한 잎을 낳으니

     

    세상은 온통 너와 나의 세계

     

    너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뜻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온몸을 비틀며 애를 쓰며 태어나고

     

    살아가는,

     

    온통 한 잎들이여

    _ 「한 잎이 한 잎을 낳고」중에서 

    추천사

    유은희 (시인)

    고통의 흔적을 온전히 체화해 낸 자만이 도달할 수 있는 고요와 안식에 대한 기록이다. 겨울과 허공, 숲과 사막, 소멸과 생성, 그리고 고통을 거쳐 도달하는 황홀의 세계를 나직하면서도 묵직한 어조로 그려내고 있다. 겨울밤의 골목길에서, 혹은 허허벌판에서 소멸의 이치를 깨달은 깊고 맑은 시선(詩線)이다. 스스로 몸을 버리는 ‘사라지는 연습’을 통해 마침내 땅과 허공의 어느 중간쯤 가볍게 착지하는 영혼의 비행을 보여준다.

    무한을 반복하는 인도의 식물들 사이에서, 그리고 뚜벅뚜벅 사람들 틈을 걷는 흰 소의 무심함 속에서 시인은 마침내 고정된 관념의 벽을 무너뜨린다. 생의 상처는 깨짐이자 새로운 창조임을, 파멸이 곧 생성의 어미임을 자이살메르 사막의 적멸 속에서 깨닫는다. “나의 직업은 허공을 걷는 자”라는 시인은 스스로 차가운 쪽으로 걸어가 고귀한 침묵의 성소를 일구며, 고통스러운 삶을 향해 “온통 황홀이었다”고 고백하기에 이른다. 부대끼며 살아온 날들과 서로를 아프게 사랑했던 그 모든 순간이, 파도처럼 부딪치며 앞으로 나아가는 생의 눈부신 흔적이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생활 연구자’라 부르는 이은송 시인의 이번 시집은 지상에서 한 걸음 떨어져 허공을 걷는 듯한 초월적 정조로, 독자에게 신비롭고도 따뜻한 위로를 건넬 것이다. 

    출판사 서평

    깊은 어둠을 삼킨 부엉이와
    드높게 내려오는 눈송이는 무엇이 다른가.
    나는 알지 못하네.

    2026년 여름 이은송

    저자 소개
    저자 : 이은송

    전북 부안 출생, 원광대학교와 우석대학원에서 공부했다. 1999년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2015년 『시와시학』에 시가 당선되었다. 2018년 『웃음이 하나 지나가는 밤』(천년의시작)을 출간해 ‘문학나눔 도서’에 선정되었다. 인문 고전 강사로 활동했으며, 한국작가회의, 전북작가회의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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