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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ISBN-13 : 9791141618735 |
|---|---|
| 쪽수 | 256쪽 |
| 크기 | 기타 규격 |
| 제품구성 | 단행본 |
- 소설/에세이/시 > 수필
『오늘도 고쳤습니다』는 수리상점 곰손을 지키는 활동가 유혜민이 쓴 좌충우돌 수리 모험기다. 디지털 기기에 관심 많은 얼리어답터이자 맥시멀리스트였던 저자가 어떻게 수리 덕후로 거듭났는지, 수리를 만나 확장된 저자의 세계를 보여주는 생생한 이야기를 담았다.
저자 역시 날 때부터 금손은 아니었다. 심지어 과도한 노동으로 지친 마음을 소비로 달래다가 늘어난 카드빚을 갚기 위해 투잡, 스리잡을 뛰는 20대를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지리산으로 아이폰 수리 교육 출장을 가고, 밀양, 대구, 전주 등 전국을 돌아다니며 우산 수리 교육을 하는 전문 수리꾼이 되었다. 저자가 수리와 가까워지는 여정은 구불구불했지만, 그 과정에서 만난 여러 장인, 기술자, 동료들과 나눈 배움의 순간들이 길 위에 촘촘히 놓여 있다. 저자는 수리가 물건과의 관계는 물론 사람 사이의 관계를 돌보는 감각으로도 연결된다는 믿음으로 오늘도 고치고 또 고친다.
지금 고장난 우산이 서랍에 잠들어 있다면, 지퍼가 고장나 쓰지 못하는 가방이 있다면 한번 속는 셈치고 고쳐보면 어떨까? 수리를 시작으로 사용하지 않던 감각이 깨어나고, 새것이 아닌 내 것을 만드는 그 대체 불가능한 경험이 일상을 충만하게 만들어줄지도 모른다. 이 책에는 수리 초보자가 시도하기 좋은 헤드폰 이어패드, 우산 등의 생활용품과 아이폰, 애플워치 등의 전자제품 수리법, 그리고 저자가 직접 검증한 망원동 수리 맛집의 리스트도 부록으로 담겨 있다. 『오늘도 고쳤습니다』가 독자들을 수리의 길로 안내하는 유쾌한 가이드가 되어줄 것이다.
[목 차]
들어가며 ─ 어쩌겠어? 고쳐야지!
1부 수리를 시작할 결심
1장 어느 날, 수리가 내 삶에 들어왔다
우리는 ‘호모쓰레기쿠스’로소이다 | 인도의 웨이스트 피커 | 21세기형 광산의 도시 광부들 | 쓰레기 덕후와 몽반장 사이
2장 물건도 반려가 되나요
물건을 물건이라 부르지 못하고 | [모호연 이야기] “수리의 첫걸음은 사용법을 잘 아는 거야” | 고쳐 쓸 수 있다는 믿음 | 상처를 드러내는 수리법, 긴쓰기 | 덜 소비하고 더 충만하게 존재하기 | 타율노동, 자율노동, 자활노동
3장 부르다가 내가 죽을 아이폰
고객님, 이건 못 고쳐요 | 일부러 그렇게 만들었는데요 | 기업의 영리한 거짓말, 혁신
4장 아이폰 수리 워크숍의 용자들
덕후와 덕후의 만남 | [김학민 이야기] “수리해서 쓰는 일에 당당했으면 좋겠다” | 이제 우리가 움직일 차례 | 용감한 여성의 탄생
5장 돌고 돌아 결국 수리할 권리
수리 없는 재생은 없다 | 순환경제 아래의 복잡한 지정학 | 수리할 수 있게 설계하기
2부 수리를 배우는 구불구불한 길
6장 비공식 애플 서비스 센터
서당개 삼 년이라도 공부는 해야 한다 | 아이폰 수리 기술을 전수받다 | 알 수 없는 부품, 알아가는 수리 | 수리권을 위한 설계는 가능하다 | [프랑스 수리 가능성 지수 평가 항목]
7장 우산도 리콜이 되나요
그냥 새 우산 사지 뭐하러 | 이렇게 하면 널 고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 [곽성규 이야기] “수리는 완벽을 추구하는 일이야” | 우산도 아프면 장기이식을 받는다 | 우산을 들고 세상을 거꾸로 걷는 사람들 | 마흔 살 차이 나는 선생님 | [국내 우산 및 소형 제품 수리 서비스]
8장 물건에 나를 맞추고 싶지 않아서
살아 있는 물건을 수선하기 | 수선하고 투쟁하는 여성들 | 나는 왜 바느질이 싫었을까
9장 카세트로 듣는 음악의 맛
멸종 위기 전파사 | 국가 기능사가 말아주는 카세트 플레이어 | 그 많던 전파사는 어디로 갔을까
10장 수리로 동네를 연결하기
잠수교 이동식 전파사 | 혼자만 알기 싫은 수리 맛집들 | 망원동 야외 전파사의 순돌아빠
3부 수리로 엮인 단단한 네트워크
11장 억 소리 나는 헌 집을 샀다
망원동에 집도 가게도 만든 이유 | 사람들과 함께 만드는 공간 | 한 지붕 네 가구 | 살릴 건 살리고 버릴 건 버려 | 재활용률 99퍼센트의 진실 | 환경에 더 이로운 집수리를 위해
12장 인테리어가 아닌 집수리
열 손실, 절대 막아! | 세상과 거꾸로 가는 목수 | 전기‘도’ 하는 전기만 사장 | 여기저기 손이 가지만 그만큼 정겨운 집
13장 곰손이라는 세계
장돌뱅이 탈출하기 | 자정 무렵의 망원시장 | 어떤 공간이 되면 좋겠어? | 타깃 페르소나 정하기
14장 도시를 고치는 상상
사랑하는 이유, 사라지는 이유 | 개발 대신 재생 | 소행주, 씨실로 오세요 | 마포구에서 시작된 수리권 조례 | [서울특별시 마포구 수리 문화 확산 지원에 관한 조례]
TIP 1 ─ 도전! 수리의 기초
[STEP 1] 소형 생활용품
[STEP 2] 애플 전자기기
TIP 2 ─ 망원동 수리 맛집 지도
나가며 ─ 수리는 돌봄의 기술이다
주
[본 문]
수리에 입문하기 전 반드시 점검해야 하는 것이 있다. 나와 물건이 어떤 관계인지를 이해하는 일이다. 나 역시 모호연의 워크숍에 참가하면서 이 사실을 새롭게 깨달았다. 이 워크숍을 이끄는 모호연은 『반려 물건』을 쓴 작가로, 그의 책에서 반려 물건의 ‘반려’는 단순히 소유의 의미를 넘어 세심한 시선으로 대상을 관찰하고, 끝까지 함께하기 위해 노력하며, 고장나고 낡더라도 고치고 또 고쳐서 내 손때를 묻혀나가는 일이라고 정의된다.
_ p.27 「2장 물건도 반려가 되나요」 중에서
사람은 저마다 스스로를 돌보는 기술이 있다고 믿는다. 누군가에게는 자기 자신을 위한 요리일 수도 있고 육아나 청소일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그게 수리였다. 수리를 시작하자 직접 시곗줄을 바꿨다는 이유만으로 흔한 손목시계가 다르게 보였다. 한겨울에 꿰맨 털장갑, 리튬 배터리를 교체한 MP3, 리바이스 청바지마저 특별해졌다.
_ p.34 「2장 물건도 반려가 되나요」 중에서
사람과 사람뿐 아니라 물건과 사람 사이에도 관계가 있다는 걸, 손길이 닿으면 제법 친해진다는 걸 절감했다. 물건을 고치다보니 소유에 대한 생각도 점차 달라졌다. 저렴한 물건이 계속 늘어나고 그만큼 잔고장도 많은 이 소비 자본주의사회에서 물건을 새로 사지 않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럴 때 내 삶에 특별함을 선사한다는 그럴듯한 이유를 들어 수리에 관심을 기울이면 어떨까? 수리를 하면 누구에게나 있는 기성 제품이 나에게 특별한 무언가가 된다. 내 손으로 고친 물건과 나 사이에 새로운 관계가 깃든다.
_ p.35 「2장 물건도 반려가 되나요」 중에서
긴쓰기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단어가 ‘와비사비’다. 와비사비는 겉은 다소 부족해도 내면은 깊고 충만한 것을 뜻한다고 한다. 완벽함과는 정반대다. 오래된 옷에서만 볼 수 있는 바랜 색깔, 내 걸음걸이에 맞게 길든 신발, 수선한 그릇에서 보이는 균열과 비대칭 등 사물이 지나온 궤적을 받아들이면 새로운 아름다움을 알게 된다.
_ p.37 「2장 물건도 반려가 되나요」 중에서
돈은 벌어도 벌어도 아쉬웠다. 소비는 곧 착취였다. 소비할수록 통장 잔고는 줄어들었고 늘어가는 카드값은 일을 늘려야 하는 이유가 되었다. 카드빚을 메우기 위해 투잡, 스리잡도 불사하는 삶. 나를 돌볼 시간이 없어서 집은 엉망이 되었고, 돈 벌어서 산 물건은 무엇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 채 잊혔다. 사람을 불러 가사노동을 부탁했고, 밥을 할 시간이 없어서 배달 음식을 시켜 먹었다. ‘업무 효율화’를 위해 값비싼 기기들을 사고, 그걸 살 돈을 벌기 위해 야근을 밥먹듯 했다. 사놓고 어디에 뒀는지 자꾸 까먹는 통에 방안에 같은 물건이 세 개나 있다는 걸 알아차리고 나서야 비로소 무분별한 소비를 멈출 수 있었다.
_ p.39 「2장 물건도 반려가 되나요」 중에서
삶은 타율노동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인간의 자존감을 회복하려면 스스로 선택한 자율노동과 자활노동을 늘려야 한다. 당연히 소득은 줄어들겠지만, 외주화해왔던 가사노동을 스스로 해결하고 새로운 제품을 사기보다는 수리하거나 교환해서 사용함으로써 생활비를 절감할 수도 있다. 요리, 동식물 돌보기 등을 하찮은 일로 치부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삶에 보탬이 되는 지식과 지혜를 얻을 수 있고, 물신주의나 성장중심주의에서 벗어나 다른 방식의 삶을 상상하게 하며, 일상의 활력을 준다는 점에서 이것들은 꼭 필요한 노동이다. 이렇게 생각이 바뀌자 공장에서 나온 물건을 구매하고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뭔가를 직접 기르고 고치는 삶에 더욱더 관심이 생겼다.
_ p.41-42 「2장 물건도 반려가 되나요」 중에서
내가 좋아하던 너의 은은한 초록빛 뒷모습…… 아이폰 광고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이 ‘미드나잇 그린’이라 불리는 뒤판이었는데. 쓰라린 마음을 달래며 AS 순서를 기다렸더니 곧 내 차례가 왔고, 빠른 걸음으로 직원에게 다가가 뒤판을 교체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자 직원이 태평하게 얘기했다. “고객님, 이건 못 고쳐요. 뒤판만 고치는 건 불가능하고 기기를 통째로 바꾸셔야 해요. 사용하던 제품을 반납하면 더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실 수 있어요.” 당황스러웠다. 다른 건 아무 문제가 없는데 아예 기기를 바꿔야 한다고?
_ p.44 「3장 부르다가 내가 죽을 아이폰」 중에서
‘계획적 진부화(planned obsolescence)’라는 말이 있다. 기업이 새 제품 판매를 확대하기 위해 제품의 수명을 고의적으로 단축하거나 기술적 결함을 설계에 포함시키는 방식이다. ‘쓰레기 박사’로 유명한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 홍수열에 따르면 ‘계획적 진부화’는 제2차세계대전 이후 대공황 시기에 제품의 수명을 줄여 소비를 늘림으로써 경제를 되살리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기획되었다. 1932년 부동산 중개업자 버나드 런던이 경제 활성화를 위해 『계획적 진부화를 통한 대공황 종식』이라는 책자를 유통했다. 이런 역사를 자세히 파고들수록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 들었다. 애플도 마찬가지였다. 애플도 아이폰 ‘배터리게이트’로 곤욕을 겪었다. 세련되고 기술 집약적인, 스티브 잡스의 아름다운 역작으로 비치는 아이폰이 비리 의혹이라니. 나는 이 소식을 듣고 뜨악하며 기함했다.
_ p.46-47 「3장 부르다가 내가 죽을 아이폰」 중에서
아이폰을 사용한 지 사 년 되었는데, 아이폰이 너무 비싼 것에 비해 애플이 소비자를 대하는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뽕을 뽑아야겠다’고 생각했다는 꽃바람님, 한 번쯤은 아이폰 내부를 열어보고 싶었기에 너무 즐거웠다는 성효선님, 배터리 문제로 애플 공식 수리 업체에 갔더니 수리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서약서를 쓰라고 해서 그럴 바엔 직접 고치기로 했다는 익명의 참가자까지, 모두가 돌아가면서 들뜬 목소리로 소감을 나눴다. 뒤에서 듣고 있던 김학민은 감동받은 눈치였다. 그에게 한마디해달라고 청하니 여성 참여자가 많은 수업은 처음인데 수리를 정말 잘해서 놀랐다고 말했다. 내가 봐도 그날의 우리는 정말로 용감한 여성이었다.
_ p.64-65 「3장 부르다가 내가 죽을 아이폰」 중에서
지금은 5R을 넘어서 10R까지 원칙이 확대되었다. 이는 기업과 소비자가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제품을 사용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고안된 것으로, 과거에는 없던 희소금속 문제가 불거지고 수리 문화가 확산하면서 자원 관리를 세분화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그렇게 거절(Refuse), 재구상(Rethink), 줄이기(Reduce), 재사용(Reuse), 수리(Repair), 리퍼비시(Refurbish), 재제조(Remanufacture), 용도 변경(Repurpose), 재활용(Recycle), 회수(Recovery)의 10R 전략이 순환경제의 실천법이 되었다.
_ p.70 「5장 돌고 돌아 결국 수리할 권리」 중에서
옷 수선을 하면서 가장 좋았던 건 한번 고친 옷은 이전과 의미가 달라진다는 점이었다. 전자제품을 수리할 때와 달리 바늘만 들면 자신감이 떨어지고 첫 땀을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지만, 내 옷을 고치는 일이고 어디 팔 것도 아니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다음 땀을 이어갈 수 있었다. 이 년이 넘도록 내 바느질 실력은 늘지 않았지만 수선한 옷은 하나둘 늘어갔다. 소매가 해진 옷, 어딘가 밋밋한 낡은 옷이 다시 태어났다. 길이가 맞지 않는 바지도 손바느질로 줄여 입을 수 있게 되었다.
_ p.115 「8장 물건에 나를 맞추고 싶지 않아서」 중에서
수리 맛집 지도가 업데이트될수록 이 좋은 걸 나 혼자만 아는 게 아까웠다. 같이 요리하던 친구들이 우리집 칼을 써보면서 “내 칼도 좀 갈아야 하는데”라고 말할 때 나는 하던 일을 멈추고 칼의부활 트럭이 정차하는 자리를 알려주곤 했다. 이런 순간이 오면 정말 반가웠다. 그러면서 동네에 숨어 있는 수리 맛집을 알릴 수 있는 멋진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수리 맛집 지도를 온라인으로 배포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이 기회에 수리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다. 그 사람들이 수리 맛집의 새로운 단골이 되어주길 바랐다. 지리산으로 아이폰 수리 교육 출장을 갔을 때 수도권과 달리 ‘수리점이 없어서’ ‘수리하려면 광주까지 두 시간은 가야 한다’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던 사람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오랫동안 살아남은 작은 수리점을 중심으로 동네의 작은 커뮤니티를 만들면 어떨까?
_ p.131-132 「10장 수리로 동네를 연결하기」 중에서
그간 수리 모임을 하면서 물건뿐 아니라 관계와 공동체가 살아나는 장면을 다수 목격했기에 그 가치를 믿을 수 있었다. 우산 수리를 배운 사람들이 자조 모임을 만들었고, 매주 목요일에 망원동에 우산 수리소를 열어 수리 기술을 다른 지역에 전파하고 있다. 이들은 수리를 의뢰받은 우산을 고치는 한편, 서로의 이야기를 털어놓거나 안 쓰는 물건을 공유하며 단단한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다. 만약 내가 혼자 백 개나 되는 우산을 수거하고 분해하고 수리했다면 금방 포기하고 내 우산이나 고치고 말았을 텐데, 매주 같은 시간에 모이는 사람들이 있어 우산 수리를 계속할 수 있었다. 여름철이면 수없이 버려지는 우산이 우리가 함께 고쳐야 할 공동 과제가 되었다.
_ p.179 「13장 곰손이라는 세계」 중에서
수리 교육을 받기 위해 온 사람들은 환경 감수성이 뛰어나고 물건을 오래 쓰는 라이프스타일을 원하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았으나, 가격이 저렴해서, 재밌을 것 같아서 등의 이유로 오는 사람도 있었다. 다만 한 가지 명확한 것은 타깃이 2030 여성이라는 점이었다. 기존에 했던 우산 수리와 아이폰 수리 워크숍 참여자를 보면 90퍼센트가 여성이었고, 특히 이십대와 삼십대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홍보 플랫폼 자체가 SNS 기반인 이유도 있겠지만, 가치 실천에 민감하고 성과와 성공을 담보하기보다 과정을 중요시하는 이십대와 삼십대가 수리상점 곰손의 문화에 반응했던 것이다. 가게에서 물건을 사는 것마저 시스템에 의존하는 세상에서 내 손으로 물건을 고치는 경험이 큰 효능감과 성취를 준다는 것도 최근 트렌드에 부합했다. 이에 맞춰 우리는 수리상점 곰손의 캐치프레이즈를 만들었다. #완벽하지_않아도_괜찮아 #오수완(오늘수리완료) #수리할결심 #너도_수리할 수 있어
_ p.180 「13장 곰손이라는 세계」 중에서
수리상점 곰손도 공유지가 될 수 있을까? 그 실험의 일환으로 만든 모임이 있다. ‘공반장 모임’이다. 이 모임에서는 현철, 은솔, 성연, 메카전파사 사장, 나 그리고 때때로 객원 멤버들이 모여 여러 고장난 제품을 뜯고 수리한다. 온라인에 올라온 수리 영상도 참고하고, 서로가 가진 정보도 공유한다. 고장난 물건을 고치러 수리상점 곰손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는 우리가 아는 정보를 알려주며 스스로 수리해보도록 한다. 이 모임에서 중요한 건 수리에 성공하는 게 아니다. 고치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상관없다. 그저 서로가 서로의 작업을 궁금해하고 응원할 뿐이다. 우리가 이 모임을 하는 이유는 내가 쓰는 사물과의 관계와 내 삶의 주도권을 찾아오기 위해서니까.
_ p.195 「13장 곰손이라는 세계」 중에서

“곰손이지만, 수리 배우러 왔습니다!”
물건의 수명을 늘리고 내 생활의 감각을 되찾는 수리의 기술
새것보다 내 것이 좋아지는 수리의 기적!
망원시장 내 리페어 카페 ‘수리상점 곰손’에서
오늘도 고치고, 내일도 고치는, 곰손지기 유혜민의 수리 로드무비
초저가 상품이 쏟아지는 온오프라인 상점. 각종 SNS에서 쏟아지는 제품 광고들. 클릭 한두 번이면 원하는 물건이 하루 만에 문앞에 도착하는 택배 서비스. 빠르게 사고 쉽게 버리는 생활에 익숙해졌기 때문일까. 망원동 수리상점 곰손은 ‘짠내’ 나서 ‘힙’한 공간으로 2024년 2월 문을 열자마자 화제가 되었다. 『오늘도 고쳤습니다』는 수리상점 곰손을 지키는 활동가 유혜민이 쓴 좌충우돌 수리 모험기다. 디지털 기기에 관심 많은 얼리어답터이자 맥시멀리스트였던 저자가 어떻게 수리 덕후로 거듭났는지,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함께라서 가능했던 고치고 또 고치며 한 발 한 발 나아간 수리 여정을 책에 담았다.
수리상점 곰손은 이름 그대로 곰손이여도 누구나 수리가 가능한 열린 공간이다. 대한민국 1호 리필스테이션 알맹상점에서 만난 동료 여섯 명이 십시일반 마음과 자금을 모아 망원시장 내 건물 지하에 곰손을 열었다. 이곳에서 다양한 수리 및 교육 활동을 진행하는데, 그 범위는 양말 꿰매기부터 아이폰 수리까지 폭넓다. 곰손이 중요시하는 것은 고쳐 쓰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사물과 나 사이의 고유한 관계, 수리를 가르치고 배우는 사람 사이에서 느끼는 돌봄의 감각, 내 손으로 고친 물건을 쓰는 효능감 등 수리의 즐거움을 경험하게 하는 일이다. 『오늘도 고쳤습니다』에는 수리를 만나 확장된 저자의 세계를 보여주는 생생한 이야기와, 헤드폰 이어패드, 우산 등의 생활용품에서 아이폰, 애플워치 등의 전자제품까지 초보자가 도전해보기 좋은 수리법이 실려 있다. 또한 저자가 직접 검증한 망원동 수리 맛집과 그 외 서울‧경기 지역 수리점의 리스트도 담겼다. 못 고친다는 말에 좌절하고, 마음에 드는 물건을 찾느라 여기저기 뒤지는 데 지쳤는가? 손만 대면 고장내는 마이너스의 손에서, 느리더라도 내 힘으로 고치는 곰손이 되고 싶은가? 이 책이 수리를 향한 모험의 든든한 친구가 되어줄 것이다.
수리는 끝내는 일이 아니라 ‘다시 준비하는 일’이다. 고치다가 실패하면 어떠랴. ‘이번에는 잘 안됐네. 다시 해보지 뭐’라는 마음으로 다시 준비하면 그만이다. 그렇게 매일 실패하고 다시 시작했다. 내 손으로 물건을 하나둘 고치는 순간, 삶의 감각은 생생해졌고 마음의 균열도 회복되었다. 부서진 물건에 관심을 갖는 것, 버려진 물건을 되살리는 것은 나를 고쳐가는 과정이었다. 내 삶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주체가 되는 일이었다. (7쪽)
“고객님, 이건 못 고쳐요”
장비발 세우던 애플 덕후를 멈춰 세운 한마디
고장나면 버리는 게 당연하다고 누가 정했을까?
정답이 없는 수리의 길 위에서 만난 스승과 동료들
이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수리를 시작할 결심」에서는 어떻게 ‘장비발’ 세우던 영화감독이자 영상제작자인 유혜민이 열혈 수리권 활동가가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저자는 갖고 싶은 게 있으면 우선 사고보는 20대를 보냈다. 과도한 노동으로 지친 마음을 소비로 달래다가 늘어난 카드빚을 갚기 위해 투잡, 스리잡을 뛰는 악순환을 이어갔다. 사고 또 사다가 집에 같은 물건이 이미 세 개나 있다는 걸 알아차리고서야 스스로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우연히 친구를 따라간 인도의 쓰레기 줍는 여성들, 즉 ‘웨이스트 피커’ 취재에서 저자의 인생이 90도 정도 방향을 틀었다. 버리는 사람 따로 처리하는 사람 따로인 불평등한 쓰레기문제를 목격하고 일상에서 가급적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제로웨이스트 활동에 열중하게 된 것이다. 동시에, 쓰레기를 줄이려면 우선 가지고 있는 물건을 오래 써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수리로 관심을 확장해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유혜민의 행보를 180도 바꾼 결정적 사건이 벌어진다. 마음에 꼭 들던 ‘미드나잇 그린’ 색의 아이폰을 바닥에 떨어뜨려 뒤판이 와장창 깨진 날, 아이폰 서비스 센터에서 “고객님, 이건 못 고쳐요”라는 말을 들었지만, 곧장 사설 수리점으로 달려가 뒤판을 교체했다. 사설 수리점 기술자가 아이폰 수리 기술자보다 실력이 월등히 뛰어난 건 아닐 터. 이날을 계기로 가전제품의 수명을 단축시켜 소비를 촉진하는 기업들의 계획적 진부화 전략과 이미 미국과 유럽에는 ‘수리할 권리’를 보장하는 법과 제도가 확립되어 있거나 추진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쓰레기를 줄이고, 발생한 쓰레기는 분리배출해 재활용률을 높이는 것이 우리가 일상적으로 실천하는 환경 운동이라면, 여기에 ‘수리’를 더해야 공공, 기업, 개인이 모두 자원순환 문제를 고민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얼결에 아이폰 수리로 시작된 여정은 점점 더 스펙터클해져, 지금은 지리산으로 아이폰 수리 교육 출장을 가고, 밀양, 대구, 전주 등 전국을 돌아다니며 우산 수리 교육을 하는 전문 수리꾼이 되었다.
저자 역시 날 때부터 ‘금손’은 아니었다. 다만 의욕만은 남달라서 수리를 함께 해나갈 사람들을 하나둘 끌어들이는 것으로 수리의 길을 닦기 시작했다. 2부 「수리를 배우는 구불구불한 길」은 수리 스승을 찾아다니며 직접 수리법을 배우고, 좌절하고, 다시 도전하는 이야기를 전한다. 당근에서 중고 애플 기기를 거래하던 애플 덕후로 만나 함께 수리 워크숍을 진행하고, 급기야 저자의 아이폰 수리 스승이 된 서강잡스 김학민 대표. “우산 수리를 배우고 싶습니다”라고 말하는 저자의 요청에 우산 천과 살대를 잇는 허드렛일을 시키는가 싶더니 결국 저자에게 자신의 모든 노하우를 전수한 ‘우산수리 황금손’의 곽성규 스승, 버려질 뻔한 최애 바지를 빼어난 솜씨로 수선해주고 수리로 축제를 열겠다는 저자의 무모한 작당에 흔쾌히 참여한 옷꼬매샵 사장님, 카세트테이프로 듣는 음악의 맛을 되찾아준 망원동의 숨은 보물 메카전파사 사장님까지. 저자는 그들에게 수리를 배우고 수리된 물건을 다시 사용하면서 수리가 자신의 삶에 작지만 확실한 특별함을 가져다준다는 걸 실감했다. 그는 수리의 기쁨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기 위한 자리를 궁리했고, 드디어 망원동의 작은 놀이터를 중심으로 ‘망원동 수리 페스티벌’을 열었다. 흥청망청 쓰고 버리는 축제가 아니라 나누고 고치는 축제라니, 얼마나 혁명적인가! 이 장에서는 수리로 사람을 잇고 경험을 나누는 사례를 소개하며 물건에 사람의 온기를 더할 수 있음을, 그 경험이 소비로만 움직이는 듯한 도시 생활의 숨구멍이자 안전망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3부 「수리로 엮인 단단한 네트워크」에서는 저자가 살고, 일하고, 마음을 나누는 망원동을 중심으로 수리로 연결된 네트워크를 이야기한다. 수리계의 보스몹 ‘집수리’를 하면서 목수팀 ‘고이’와 전기 작업자 전기만 사장님 등 전문 기술자들과 같은 목표를 위해 힘을 합치며 서로를 믿고 의지하는 일의 보람을 알게 되었다. 리페어 카페 수리상점 곰손을 만들면서는 가족 그 이상으로 든든한 수리 동료를 만났다. 수리상점 곰손은 문을 열자마자 재봉틀 수업, 긴쓰기 교실, 아이폰 배터리 교체 워크숍, 반려공구 사용법 강의 등 무수한 워크숍과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으며, 각지에서 모여드는 곰손들과 함께 여전히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전국으로 강의를 다니며 만난 제자들의 열정은 놀랍다. 이들은 사회에 다시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수업에 임한다. 세종시의 제자들은 수리 부스에도 참여하고, 헌 우산을 고쳐 공유 우산으로 만들어 인근 로컬푸드 매장에서 시민들에게 대여해주는 일을 하고 있다. 일산의 중년 여성 제자들은 ‘친한 친구’라는 모임을 만들어 3호선 주엽역과 인근 복지관에 공유 우산을 비치하고 기부받은 양산을 수리해 동네 어르신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나이가 들어도 우정과 호기심을 유지하며 사는 모습을 볼 수 있어 기쁘다. (242쪽)
#완벽하지_않아도_괜찮아 #오수완(오늘수리완료) #수리할결심
우선 ‘사고’ 보는 삶에서 우선 ‘뜯고’ 보는 삶으로,
작은 행동으로 나와 세상을 돌보는 수리의 나비효과
소비자의 고쳐 쓸 권리인 ‘수리권’은 국내에서 아직 생소한 개념이지만 유럽 및 영미권에선 널리 인정받는 시민의 권리다. 기업이 가전제품을 판매할 때 수리 매뉴얼을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것은 의무다. 특히 프랑스는 미국보다 먼저 수리권을 제도화했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수리 가능성 지수 평가’ 표시 의무제는 판매되는 가전제품에 수리 가능성 등급을 부착하지 않으면 벌금이 부과되는 제도다. (이 내용은 책 91쪽에 나와 있다.) 서울환경연합이 2022년 시민 261명을 대상으로 수리 실패한 이유를 조사한 결과, ‘필요한 부품을 못 구해서’(43.7%), ‘수리비가 비싸서’(22.6%), ‘수리 맡길 곳을 못 찾아서’(13.7%) 등이 주된 이유였던 것을 생각하면, 생산 단계부터 수리하기 쉽게 만들도록 기업을 강제하는 제도적 조치가 수리권에서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기업과 정부의 변화를 기다리고만 있을 순 없다. 유럽과 미국에서도 수리권은 시민들이 먼저 요구해 쟁취한 권리이기도 하다. 한 가지 고무적인 변화는 2026년 3월부터 마포구에 ‘서울특별시 마포구 수리 문화 확산 지원에 관한 조례’가 제정되어 시행중이라는 점이다. 이 과정에 수리상점 곰손의 운영자들이 의견을 보탰다. 한편 제도적 요구 외에 생산·소비의 패러다임 전환을 꾀하는 일상적 실천도 중요하기에, 곰손 운영자들은 최대한 가볍고 즐겁게 수리를 시작하자고 모두에게 권한다. 생각해보면 우리도 수리 활동에 그리 멀리 있지 않다. 구멍난 양말을 꿰매고, 긴 소맷단을 안으로 넣어 실로 고정하기도 한다. 이런 행동이 때때로 궁상맞게 느껴졌다면, 이 책을 통해 수리가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일이라는 사실에 놀랄 것이다.
수리를 한자로 풀면 닦을 수(修)와 다스릴 리(理)로, ‘물건을 닦고 다듬는다’는 의미다. 그런 점에서 수리는 물건에 깃든 시간, 기억을 닦아 나에게 오롯이 보이게 하는 수행에 가깝다고 저자는 말한다. 소중한 기억이 깃든 우산을 고쳐 쓰고, 내 발에 잘 맞게 길든 운동화를 수선하고, 즐거운 여행이든 고된 여정이든 언제나 내 몸과 밀착해 있던 가방을 고치는 일, 이러한 수리의 감각이 물건과의 관계와 인간 간의 관계를 돌보는 감각으로 연결된다고 믿는다. 지금 고장난 우산이 서랍에 잠들어 있다면, 지퍼가 고장나 쓰지 못하는 가방이 있다면 한번 속는 셈치고 고쳐보면 어떨까? 수리를 시작으로 사용하지 않던 감각이 깨어나고, 새것이 아닌 내 것을 만드는 그 대체 불가능한 경험이 일상을 충만하게 만들어줄지도 모른다.
수리상점 곰손도 공유지가 될 수 있을까? 그 실험의 일환으로 만든 모임이 있다. ‘공반장 모임’이다. 이 모임에서는 현철, 은솔, 성연, 메카전파사 사장, 나 그리고 때때로 객원 멤버들이 모여 여러 고장난 제품을 뜯고 수리한다. 온라인에 올라온 수리 영상도 참고하고, 서로가 가진 정보도 공유한다. 고장난 물건을 고치러 수리상점 곰손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는 우리가 아는 정보를 알려주며 스스로 수리해보도록 한다. 이 모임에서 중요한 건 수리에 성공하는 게 아니다. 고치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상관없다. 그저 서로가 서로의 작업을 궁금해하고 응원할 뿐이다. 우리가 이 모임을 하는 이유는 내가 쓰는 사물과의 관계와 내 삶의 주도권을 찾아오기 위해서니까. (195쪽)

수리상점 곰손 운영자, 영상 작업자
쓰레기는 매주 쓰레기차가 치워주는 줄로만 알던 전형적인 신도시 아파트 키즈로 자랐다. 20대 중반, 우연히 한 열혈 환경운동가 친구와 인도 여행을 갔다가 쓰레기 수거와 분류를 책임지는 여성 노동자 ‘웨이스트 피커’를 만난 후 삶의 방향이 달라졌다. 내가 마구잡이로 버린 쓰레기를 누군가 힘들게 처리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주변에 넘쳐나는 쓰레기에 책임감을 느낀 것이다. 공교롭게도 그 무렵 깨진 아이폰을 수리하러 애플스토어에 갔다가 “고객님, 이건 못 고쳐요”라는 말을 듣고 ‘수리할 권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후 핸드폰, 노트북 같은 전자제품부터 옷과 양말 등 생활용품까지, 무엇이든 고쳐 쓰는 방법을 24시간 궁리하는 사람이 되었다.
2022년부터 전국을 돌아다니며 아이폰 자가 수리 워크숍을 열었고, 2024년부터 망원동에서 리페어 카페 ‘수리상점 곰손’을 운영하며 고장난 물건과 사람이 다시 만나는 자리를 만들어왔다. 현재는 우산 수리팀 ‘호우호우’를 꾸려 매주 목요일마다 곰손에서 고장난 우산을 고친다. 수리를 통해 잃어버렸던 감각과 일상을 되살리고, 세상을 다정하게 복원해내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오늘도 고치고 또 고친다. 본캐는 영화감독으로, 다큐멘터리 〈우린 일회용이 아니니까〉 〈내 몸이 증거다〉 등을 연출해 여러 영화제에서 상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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