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차]
제1장 말에 깃든 삶의 풍경
추억을 파는 거리의 가게 노점상露店商·노골적露骨的·노숙露宿
술의 온기가 남은 추억의 이름 주전자酒煎子
서로 다른 시선이 깃든 들판의 언어 채소菜蔬와 야채野菜
영원한 추억으로 기억될 반딧불이의 낭만 형광등螢光燈
바람의 흐름을 다루는 일 선풍기扇風機
보이지 않는 불의 시간 연유煉乳
바다 건너온 것들에 붙인 이름 한옥韓屋과 양옥洋屋·한복韓服과 양복洋服
오래 숙성된 김치만큼이나 깊은 언어의 맛 총각總角
사라질 운명의 강요된 머무름 처녀處女
두 사람을 넘어 두 집안을 잇는 말 결혼結婚과 혼인婚姻
사람을 높이는 말, 세월을 높이는 말 영감令監과 망구望九
몸의 정수와 열병의 흔적 진津을 빼다·학瘧을 떼다
달에 닿을 만큼 쌓아 올린 마음의 높이 억장億丈
생태의 본능에서 얻은 말들 봉기蜂起·낭자狼藉·호시탐탐虎視眈眈·저격狙擊·
저돌豬突·갈등葛藤·비약飛躍·사족蛇足·반추反芻·잠식蠶食·학수고대鶴首苦待
생선 이름에 담긴 바다와 사람의 기록 대구大口·명태明太·임연수어林延壽魚·홍어洪魚·전어錢魚·
민어民魚
비상함과 위엄의 상징, 용을 담은 말들 용안龍顔·용포龍袍·용상龍床·용호상박龍虎相搏·잠룡潛龍·
와룡臥龍·등용문登龍門·용두사미龍頭蛇尾·화룡점정畵龍點睛·용수철龍鬚鐵
밝은 마당에 펼쳐지는 글과 그림 백일장白日場과 사생 대회寫生大會
제2장 말의 결을 다듬는 지혜
칭찬과 경고 사이 근사近似·근사치近似値·사이비似而非
무난함은 과연 칭찬일까 호불호好不好
기억은 말이 되고, 말은 다시 기억이 된다 회자膾炙
넘치지 않게 술 따르는 기술 수작酬酌·짐작斟酌
고전에는 없지만, 고전에 기대어 선 한자어 대인배大人輩
신들의 연주자에서 거리의 한량까지 건달乾達
사과라는 가면을 쓴 감정의 언어 유감遺憾
옥석을 가리는 눈과 상처를 주는 입 비난非難·비판批判·비평批評
같은 자리, 다른 방식의 말 토론討論과 토의討議·숙론熟論과 숙의熟議
소란의 결을 구분하는 일 야단법석野壇法席·아수라장阿修羅場·아비규환阿鼻叫喚
새로운 혁신의 시작 부작용副作用
한계를 넘어서는 그릇의 크기 무진장無盡藏
바둑판 위에서 마주하는 삶의 행로 포석布石·장고長考·자충수自充手·승부수勝負手·훈수訓手
막다른 길에서 피어난 선택의 무게 이판사판理判事判
살을 깎는 결단과 틈을 메우는 선택 고육책苦肉策과 미봉책彌縫策
세상을 벗어나는 일, 세상에 우뚝 서는 일 출세出世
가장 깊은 곳과 가장 짧은 순간 나락奈落과 찰나刹那
죽음을 이해하는 방식, 죽음을 대하는 자세 명복冥福·영면永眠·서거逝去·별세別世·작고作故·열반涅槃·
선종善終·소천召天·타계他界·귀천歸天
제3장 세상의 파도를 넘는 말의 힘
‘사’ 자 들어가는 직업들의 책임과 무게 의사醫師·변호사辯護士·판사判事
법의 언어를 읽는 법 각하却下와 기각棄却·인용引用과 인용認容·원고原告와 피고被告·징벌懲罰·소급遡及·
묵비권默秘權·저항권抵抗權·구상권求償權·고소告訴와 고발告發·송사訟事
몸의 말을 알아듣는 방법 염좌捻挫·염증炎症·이비인후과耳鼻咽喉科·횡격막橫隔膜·고지질혈증高脂質血症·
동맥경화動脈硬化·뇌졸중腦卒中·항원抗原·항체抗體·항생제抗生劑
혼돈의 현장과 공정의 거리 두기 난장亂場회피回避·기피忌避
시대의 질문에 답하고 운명의 점을 찍다 책문策問·대책對策·낙점落點·압권壓卷·퇴자退字
결코 별것이 아닌 소정의 절차 소정所定
소비자가 왕이 된 시대의 명암 진상進上
얼굴에 덧칠하는 화장, 마음에 쓰는 가면 분식粉飾과 가식假飾
빌려주는 이와 빌리는 이의 언어가 다른 이유 임대賃貸와 임차賃借·임대료賃貸料
갚아야 할 빚과 채워야 할 빈자리 배상賠償과 보상補償
타고난 자질과 쓰임의 자리 재원才媛
비즈니스의 거리를 조절하는 언어의 품격 귀사貴社·폐사弊社·당사當社·본사本社
시선을 붙잡고, 신뢰를 쌓고, 생각을 움직이다 광고廣告·홍보弘報·선전宣傳
신호에서 응답까지, 소통의 세 단계 발신發信·수신受信·회답回答
생각이 조직을 통과하는 방식 기안起案·품의稟議·반려返戾·보고報告·통보通報
판단의 방향과 책임의 방식 결제決濟와 결재決裁·전결專決·대결代決·후결後決
책임의 경계를 세우고 성과의 길을 내다 업무분장業務分掌·장악掌握
제4장 말의 해상도를 높이는 감각
우리말이 국어인 이유 국어國語와 한국어韓國語
우리 시대에 살아 움직이는 말 시쳇말時體-과 유행어流行語
사극이 만든 죽음의 언어 사약賜藥과 사사賜死
우리말의 ‘양화’가 ‘악화’를 구축할 차례 구축驅逐·양화良貨·악화惡貨
절대적인 어려움과 상대적인 어려움의 차이 난도難度와 난이도難易度
새로움을 향한 성장과 신뢰의 두 얼굴 경신更新과 갱신更新
빛의 신호와 좋은 성질의 차이 양성陽性↔음성陰性과 양성良性↔악성惡性
밖을 여는 일과 안을 깨우는 일 개발開發과 계발啓發
각각의 몫을 내는가, 마음을 모으는가 각출各出과 갹출醵出
지식은 묻고, 길은 함께 찾는다 자문諮問과 조언助言
마음을 맡기는 말과 손을 내미는 말 부탁付託과 당부當付
곁에서 돕는 빛과 거꾸로 비추는 거울 방증傍證과 반증反證
선을 긋는 단호함과 모두를 품는 넉넉함 일절一切과 일체一切
문장의 결을 세우는 보이지 않는 힘 도대체都大體·대관절大關節·단지但只·역시亦是·
급기야及其也·심지어甚至於·부득이不得已·기왕旣往·기어이其於-·기필코其必-·지금只今·하여간何如間
기록의 이름이 말해주는 것 경위서經緯書와 시말서始末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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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문]
형광등螢光燈이라는 한자어에는 ‘반딧불이[螢]’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한여름 밤 풀숲을 떠다니며 미약한 빛을 뿜어내는 벌레의 이미지가 현대로 이어진 셈입니다. 아주 오랫동안 존재하던 자연의 빛, 반딧불이에게서 이름을 빌려 인공의 빛을 가리키는 말을 만들었다는 사실이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기술의 진보와 더불어 인간은 더 밝고 오래가는 빛을 창조해냈지만, 그 원리와 현상을 정의할 때에는 망설임 없이 자연의 언어를 빌려온 것이지요.
--- p.24
입이 크고 목구멍이 좁아 탐욕스럽게 먹이를 삼키는 아귀는 불교의 굶주린 귀신 아귀餓鬼에서 이름을 빌려왔다고 합니다. 위협을 느끼면 배를 부풀리는 복어는 ‘배 복腹’ 자를 썼고, 울음소리가 돼지[豚]를 닮았다 하여 하돈河豚이라 불리기도 했습니다.
다리가 서로 얽힌 모습의 낙지는 ‘얽을 낙絡’과 ‘발굽 제蹄’의 낙제에서 유래했습니다. 입이 유난히 큰 대구는 ‘클 대大’, ‘입 구口’를 써 외형을 그대로 드러낸 이름을 가집니다. 고등어는 등의 무늬가 푸른 물결을 닮아 벽문어碧紋魚로 불렸고, 옛날[古]에 쓰던 칼[刀]의 모양을 닮았다 하여 고도어古刀魚라고도 불렸습니다.
생선 이름에는 사람과 시대의 이야기가 담기기도 합니다. ‘말짱 도루묵’이라는 표현으로 더 익숙한 도루묵은 임진왜란 당시 선조가 피란길에 맛보고 은어銀魚라는 이름을 하사했으나, 이후 다시 먹어보고 “도로 묵이라 하라.”라는 말에서 유래했다는 일화가 전해집니다.
--- p. 60
회자膾炙는 ‘회 회膾’와 ‘구울 자炙’로 이루어진 말입니다. 단어가 유래한 고대사회의 여건에 비추어 보면 날것으로 먹는 신선한 회와 불에 구운 고기는 아주 귀한 음식임이 틀림없습니다. 이처럼 누구나 맛있게 먹는 귀한 고기처럼, 좋은 이야기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는 뜻에서 ‘인구에 회자된다[人口膾炙]’라는 표현이 오래전부터 쓰여왔습니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이 단어가 일상에서 누군가를 험담할 때 쓰는 ‘씹다’라는 뜻으로 잘못 쓰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회자의 본뜻은 이와 거리가 멉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이 단어에는 ‘칭찬을 받으며’라는 단서가 붙어 있습니다. 그래서 남을 흉보거나 부정적인 상황에 ‘회자’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잘못된 쓰임입니다/
--- p. 81
경신은 한계를 넘어 새로운 기준을 세우는 변화이고, 갱신은 기존의 기준을 유지하며 시간을 이어가는 선택입니다. 그래서 기록을 경신하는 일에는 도전의 기운이 담겨 있고, 계약을 갱신하는 일에는 책임과 신뢰의 무게가 실려 있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며 이 두 가지 변화를 번갈아 경험합니다. 어제의 나를 넘어서는 순간에는 경신이 필요하고, 이미 맺어진 관계와 원칙을 지켜야 할 때에는 갱신이 필요합니다. 성장과 신뢰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쌓이며, 어느 하나만으로는 온전히 완성되기 어렵습니다.
같은 글자를 쓰는 두 단어지만, 하나는 앞으로 나아가게 하고 다른 하나는 끊어지지 않도록 이어줍니다. 이 차이를 이해하는 순간, 우리 삶을 채우는 ‘새로움’의 방향까지 분명하게 읽어낼 수 있습니다.
--- p. 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