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새를 따라 가는 길: 문 앞에서 국경 너머까지, 장애의 벽을 넘어 시각장애인들의 소리 탐조까지
이 책은 탐조 그 자체에 대한 책이라기보다 ‘새를 보러 나서는 여정’에 대한 안내서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여정은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에서 출발해 우리나라를 한 바퀴 돌고, 국경을 넘어간다. 본격적으로 새를 보러 나서기 전에 탐조의 기본기, 에티켓 속에 새와 자연에 대한 관점을 담고 있는 것이 1부라면, 2부에서는 국내로 여행을 떠난다. 다양한 새들을 만날 수 있는 탐조지와 대표적인 새들을 교차해 여정을 안내하는데 손에 잡힐 것만 같다. 전 세계인들의 로망인 두루미와 가창오리의 군무, 대만인들이 사랑하는 저어새, 목숨을 걸고 지구를 여행 중인 봄 섬의 철새들, 외국 탐조인들에게 인기인 한국의 스타 새를 보러 떠난다. 도시에서 이루어진 시각 장애인들의 소리 탐조와 철원 두루미 소리 탐조는 ‘모두의 탐조’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험한다.
3부에서는 철새를 따라 국경을 넘는다. 낯선 곳으로 여행을 갔을 때 탐조하는 방법을 시작으로 대만, 몽골, 보르네오로 떠난다. 한국의 새가 외국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지내는지를 보는 것도, 처음 만나는 새로운 새들을 발견하는 것도 그 자체로 큰 기쁨이며, 우리 인식의 지평이 확대되는 소중한 경험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한국에서는 사람이 주는 먹이에 의지하는 나약한 모습의 독수리가 몽골에서는 엄청 나게 높은 곳에서 맹금류의 위풍당당함을 뽐내는 것을 확인할 때처럼 말이다.
2. 인간이 비인간동물과 어떻게 관계 맺을 것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로서의 탐조
하지만 이 책은 단순한 탐조 여행 안내서가 아니다.
몽골, 2024년
‘탐조 선진국’인 대만이나 일본 등에 비해 탐조의 역사나 탐조인 수에서 아직 ‘시작 단계’로 평가받았던 한국의 탐조는 코로나19 이후 빠르게 인기를 얻으면서, 탐조인 수가 코로나19 이전 약 1000명 수준에서 최근 3000~5000명 정도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책의 추천사에서 조성식 대표는, 빠른 증가 속도에 비해 우리나라의 탐조는 “내가 어떤 새를 봤고 몇 종을 봤는지가 주된 관심사이며, 이를 위해 언제 어디서 새를 봐야 하는지에 치중하는 현상이 뚜렷하다”며, 그렇다 보니 “탐조의 대상인 새와 주체인 사람도 지구라는 하나의 생태계 안에 함께 살아가는 구성원이라는 의식이 아직은 약하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취미 활동을 넘어 문화 단계로 확장될 필요를 강조한 것인데, 이 책 새와 여행을 관통하는 문제의식이 바로 이 부분에 놓여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안양천(서울), 2006년 1월
저자는 환경운동연합에서 자원봉사를 하던 시절, 동물원 동물들의 환경을 모니터링하는 활동에 참여했다. 이 과정에서 “초점 없는 눈빛을 띤 동물들이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인공적인 사육 환경에서 의미 없는 행동(정형 행동)을 온종일 반복하는 모습은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그는 동물원이라는 공간이 자연에서 살아야 할 야생동물을 인간이 보기 편한 방식으로 가둬 놓는 인간 중심적 관계 맺음을 상징한다면, 탐조는 인간이 그들의 터전인 야생으로 다가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만나는 행위라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탐조는 우리가 자연 및 비인간 동물과 어떻게 관계 맺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라는 것이 이 책의 문제의식이다. 애초에 하늘을 나는 새를 죽이지 않고 살아 있는 모습을 관찰하고 기록하기 시작한 것이 현대 탐조의 출발이었다는 점(과거에는 새를 연구하기 위해 총으로 쏘아 채집하고 박제했다)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겠다. 도시에서 야생의 새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글 또한 인간과 비인간 동물이 같은 공간을 나눠 쓰고 있는 존재임을 생각하게 한다.
3. 희귀한 새와 흔한 새: 새를 식별하는 것을 넘어 탐조 문화에 대한 성찰로
붉은머리오목눈이(뱁새), 김포평야, 2019년 4월
희귀한 새를 관찰하는 것이 탐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의 올해 목표는 10종의 미조迷鳥 ‘길 잃은 새’라는 뜻으로 우리나라에 원래 오지 않지만, 자연의 우연한 영향으로 찾아와 발견된 새를 이른다.
를 보는 것”이라는 이들도 있다. 미조가 나타났다는 소식에 전국에서 탐조인이 몰려들기도 한다. 그러나 저자는 ‘흔한 새들이 사라진다면?’이라는 질문을 통해 탐조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 주변의 흔한 새, 즉 기러기, 까치, 까마귀, 청둥오리, 쇠딱따구리 같은 새들이 사라지는 세상을 도무지 상상할 수 없다. 이들과 함께하지 못하면 두루미, 참수리, 호사비오리 같은 멸종 위기 종 새들과도 함께하지 못한다. 사라진다는 것은 내 눈에 보이지 않는 어딘가에 있다는 뜻이 아니다. 새들의 사라짐은 죽음을 의미한다. 새만금의 붉은어깨도요처럼.” 지구 온난화 때문에 증가하고 있는 희귀 새와, 기후 변화와 환경 파괴 등으로 사라지고 있는 흔한 새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책 속의 재미있는 에피소드 가운데 하나로, 저자는 6000종을 본 미국인 탐조 고수(전 세계의 새가 1만1000여 종이므로 그는 엄청난 고수다)를 안내한 적이 있는데, 그가 종추(관찰 종 추가)로 원했던 목록에 뱁새가 있었다고 한다. 그는 사진을 거의 찍지 않고 탐조 자체에 몰두하는 사람이었는데, 뱁새의 귀여움 앞에서는 똑딱이 카메라(콤팩트 카메라)를 꺼내 들고 말았다. 우리에게는 흔한 새일지라도 세계적인 탐조의 고수에게는 귀한 새였던 것.
4. 지구를 살리는 아름다운 관찰・기록・연대: 생명을 모니터링하는 수많은 눈
이 책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듯 틈만 나면 탐조 ‘기록’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기록은 탐조의 기본일 뿐만 아니라 개인 차원에서는 탐조 실력을 쌓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흩어져 있는 기록이 빅데이터로 모이면 지구 차원의 생태 모니터링이자 촘촘한 생태적 감시 네트워크가 되어, ‘자연을 살린다’는 것이다. 일례로 2025년, 새만금신공항 건설 취소 행정소송에서 시민단체가 정부를 상대로 역사상 처음으로 승소했는데,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이 새를 관찰하고 기록한 자료가 항공기 조류 충돌의 근거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아열대성 새들이 북상하거나, 겨울 철새의 도래 시기가 달라지는 현상을 실시간으로 수치화해, 지구 온난화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되기도 한다.
5. 새만금을 지키고 나면 그다음은? : 탐조 생태 여행이라는 실마리
다큐 영화 <수라>의 황윤 감독은 추천사에서 “신공항으로 위협받는 수라 갯벌과 가덕도, 제주도, 그 외 여러 곳들, 그 소중한 서식지들을 지킨 뒤에 생태와 경제를 동시에 살릴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라고 묻고는 저자가 보여 준 “생태 여행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탐조 프로그램은 지자체, 공공 기관의 지원을 받아 저렴하게 혹은 무상으로 제공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며 주로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다 보니 일회성 사업으로 소비되어 노하우가 축적되거나 탐조의 수준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경제적으로도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일부 현지인들이 생태・환경 보호 활동에 부정적인 것도 이 때문이다. 저자는 생태 여행/관광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생태 여행의 목적이 개발하지 않고도 자연 그대로의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경제적 가치를 누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봄섬 탐조 프로그램을 시작한 후 유부도 어부의 봄가을 수입이 때로는 조개잡이보다 나아지자, 어부가 생태 해설사 자격증을 취득, 유부도 지킴이가 되었다는 것이다.
6. 1년에 150일 이상을 탐조 현장에 있는 탐조 여행 전문가
지구에는 철새들이 이동하는 9개의 대항로가 있는데, 한국은 그 가운데 하나인 동아시아-대양주 항로가 지나가는 세계적인 철새 도래지다. 이 책의 저자는 10년간 계절마다 제철 음식상을 차려주듯 최적의 장소를 찾아 탐조 여행을 기획해 온 ‘탐조 여행’ 전문가이다. 1년에 150일 이상을 ‘탐조 여행 중’인 그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탐조 생태 관광/여행’이라는 분야를 개척한 사람이다. 그동안 한국에서는 공공 기관을 중심으로 하는 어린이 대상 탐조 프로그램이 대세였다는 점에서, 성인을 대상으로 한 그의 탐조 여행 기획들은 국내 탐조 생태 관광/여행을 한 단계 발전시킨 것으로 평가받는다. 조성식(동구새) 대표가 (추천사에서) 그를 “국내 및 해외 탐조가들과 함께 한국의 새를 찾아다니며 소개하는 이 분야의 선구자”라고 소개한 것은 그런 의미다.
사람들은 왜 새를 보는가라는 소박한 질문에서 시작해, 생태 보전이라는 문제의식으로 마무리되는 이 책은 그래서 단순한 탐조 여행 안내서가 아니다. 취미로서의 탐조에서 문화로서의 탐조로 넘어가는, 전환을 알리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