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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ISBN-13 : 9791160029895 |
|---|---|
| 쪽수 | 356쪽 |
| 크기 | 규격 외(152mm X 225mm, 신국판) |
| 제품구성 | 단행본 |
- 인문/역사 > 서양철학
크리스토퍼 놀란이 다시 불러낸 2800년 전 최고의 모험!
2026년 여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오디세이》가 개봉하면서 2800년 전 호메로스가 남긴 서사시가 다시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영화를 통해 오디세우스를 처음 만난 독자라면 자연스럽게 ‘호메로스의 원작은 어떤 이야기일까?’라는 궁금증을 갖게 된다. 하지만 《오디세이》는 오늘날의 소설과 달리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고 낭송되던 구전 서사시의 전통을 지니고 있어 같은 사건과 표현이 여러 차례 반복되고, 수많은 인물과 지명, 신들의 계보와 제사 및 환대의 절차가 길게 이어진다. 이 책은 그런 방대한 완역본의 부담 때문에 《오디세이》를 쉽게 시작하지 못했던 독자를 위해 원작의 핵심 이야기와 문학적 매력은 충분히 살리면서 읽기의 장벽을 낮춘 성인용 편역본이다. 오디세우스의 여정을 이루는 주요 사건과 인물들의 대화, 감정의 변화와 결정적인 장면은 충분히 살리고, 반복되는 설명과 긴 인물·족보의 나열, 이야기의 중심에서 벗어난 일부 삽화를 덜어냈다. 영화로 《오디세이》를 만난 독자가 이제 호메로스의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읽어볼 수 있도록 만든 책이다.
트로이 전쟁을 마친 이타카의 왕 오디세우스가 고향으로 돌아가기까지 10년의 방랑을 그린 《오디세이》는 서양 문학의 모험과 귀향 이야기의 위대한 원형이다. 폴리페모스, 키르케, 세이렌, 스킬라와 카륍디스 등 수많은 신화적 존재와 맞닥뜨리는 오디세우스는 완벽한 영웅이 아니라 때로는 실수하고 좌절하면서도 지략과 끈기로 살아남는 인간적인 영웅이다. 무엇보다 그의 목표는 세상을 정복하거나 새로운 왕국을 얻는 것이 아니라 아내 페넬로페와 아들 텔레마코스가 기다리는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오디세이》는 흥미진진한 모험담인 동시에 집과 가족, 기다림과 귀환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오디세우스의 방랑은 2800년이 지난 오늘에도 낯설지 않다. 삶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고 누구나 길을 잃거나 예상하지 못한 곳으로 떠밀리기 때문이다. 수많은 실패와 유혹, 상실을 겪으면서도 끝내 이타카를 잊지 않는 오디세우스의 여정은 길을 잃어본 사람, 누군가를 기다려본 사람, 실패한 뒤 다시 시작해본 사람에게도 자신의 이야기처럼 다가온다. 그의 기나긴 방랑은 지금도 우리에게 묻는다.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으며, 끝내 어디로 돌아가야 하는가?’
[목 차]
엮은이의 말 _2800년을 건너온 가장 위대한 귀향 이야기
《오디세이》가 시작되기 전에 있었던 일들
《오디세이》의 주요 등장인물 사전
제1권◆아버지를 찾아 나서는 텔레마코스
제2권◆텔레마코스, 바다로 나서다
제3권◆필로스에서 듣는 아버지의 소식
제4권◆스파르타에서 밝혀진 오디세우스의 행방
제5권◆마침내 시작된 오디세우스의 귀향
제6권◆오디세우스와 나우시카아의 만남
제7권◆파이아케스 왕궁에 들어선 오디세우스
제8권◆트로이의 노래 앞에서 눈물을 흘리다
제9권◆외눈박이 거인 폴리페모스를 만나다
제10권◆바람의 섬을 지나 마녀 키르케에게
제11권◆죽은 자들의 세계로 내려가다
제12권◆세이렌과 스킬라, 카륍디스
제13권◆스무 해 만에 고향 이타카로 돌아오다
제14권◆충성스러운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
제15권◆텔레마코스, 마침내 이타카로 돌아오다
제16권◆스무 해 만의 부자 상봉
제17권◆거지로 변장해 자신의 집에 들어가다
제18권◆모욕을 견디며 복수의 때를 기다리다
제19권◆페넬로페와 마주 앉은 오디세우스
제20권◆복수를 앞둔 마지막 밤이 지나가다
제21권◆누구도 당기지 못한 오디세우스의 활
제22권◆마침내 시작된 구혼자들을 향한 복수
제23권◆오디세우스와 페넬로페의 재회
제24권◆마지막 귀환과 이타카의 평화
[본 문]
“그렇다면 내 말을 잘 듣고 마음에 새기십시오. 내일 아침 아카이아 사람들을 민회로 불러 모으고, 구혼자들에게 당신의 집에서 떠나라고 요구하십시오. 그리고 가장 좋은 배 한 척과 스무 명의 선원을 구해 아버지의 소식을 찾아 나서십시오. 먼저 필로스로 가서 네스토르에게 물어보고, 그다음에는 스파르타로 가서 메넬라오스를 만나십시오. 아버지가 살아 있고 돌아오고 있다는 소식을 듣는다면 아무리 힘들더라도 한 해를 더 기다리십시오. 그러나 아버지가 죽었다는 말을 듣는다면 고향으로 돌아와 무덤을 만들고 마땅한 장례를 치르십시오. 그런 뒤 어머니를 다른 사람과 결혼시키십시오. 이 모든 일을 마치고 나면 구혼자들을 어떻게 죽일 것인지 생각하십시오. 꾀를 쓰든 힘을 쓰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이제 어린아이처럼 행동해서는 안 됩니다. 아가멤논의 아들 오레스테스가 아버지를 죽인 아이기스토스를 죽여 얼마나 큰 명성을 얻었는지 듣지 못했습니까? 당신도 용기를 내십시오. 그러면 후세 사람들이 당신을 칭송할 것입니다.” _<제1권 아버지를 찾아 나서는 텔레마코스> 중에서
“텔레마코스여, 이제 그대가 용기와 지혜를 잃지 않는다면 앞으로 비겁하거나 어리석은 사람이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아버지 오디세우스의 힘과 지략을 물려받았다면 그대가 하려는 일도 결코 헛되지 않을 것입니다. 구혼자들이 무슨 일을 꾸미든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저들은 어리석고 정의를 알지 못하며, 자신들에게 죽음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도 모르고 있습니다. 그대는 여행 준비를 하십시오. 나는 그대의 아버지와 오랜 친구이니 빠른 배를 마련하고 함께 가겠습니다. 지금 집으로 돌아가 구혼자들과 어울리는 척하면서 여행에 필요한 식량을 준비하십시오. 항아리에는 포도주를 담고, 자루에는 보릿가루를 마련하십시오. 그동안 나는 사람들을 모아 배를 준비하겠습니다.” 아테나는 그렇게 말하고 떠났습니다.
_<제2권 텔레마코스, 바다로 나서다> 중에서
“네스토르 왕이여, 우리는 이타카에서 왔습니다. 제가 이곳까지 찾아온 것은 개인적인 일 때문입니다. 제 아버지 오디세우스에 관한 소식을 듣고 싶습니다. 아버지는 당신과 함께 트로이에서 싸웠다고 들었습니다. 트로이에서 싸운 다른 사람들의 운명은 대부분 알려졌지만, 제 아버지가 어디에서 어떻게 죽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니 아버지의 죽음을 직접 보셨거나 떠돌아다니는 다른 사람에게 무슨 이야기라도 들으셨다면 제게 숨기지 말고 말씀해주십시오. 저를 불쌍히 여겨 사실대로 알려주십시오. 그리고 아버지가 트로이에서 당신에게 도움이 된 일이 있었다면 그것을 기억해 제게 진실을 말씀해주십시오."
_<제3권 필로스에서 듣는 아버지의 소식> 중에서
“메넬라오스 왕이여, 말씀하신 대로 이 사람은 오디세우스의 아들 텔레마코스입니다. 하지만 겸손한 성품이라 처음 찾아온 자리에서 먼저 자신의 신분을 밝히는 것이 무례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제 아버지 네스토르가 저를 함께 보내며 텔레마코스를 당신께 안내하라고 했습니다. 텔레마코스는 아버지의 소식을 알고 싶어 합니다. 집에는 자신을 도와줄 아버지도 형제도 없고,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메넬라오스가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참으로 사랑했던 사람의 아들이 내 집에 찾아왔구나. 오디세우스가 돌아왔다면 나는 아르고스의 한 도시를 그에게 주고 이타카의 사람들과 재산을 이곳으로 옮겨와 우리 가까이에서 살게 하고 싶었소. 그렇게 했다면 우리는 자주 만나며 서로를 기뻐했을 것이오. 하지만 어떤 신이 그것을 시기했던 모양이오. 그 많은 사람 가운데 오직 오디세우스만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했으니 말이오.” _<제4권 스파르타에서 밝혀진 오디세우스의 행방> 중에서
오디세우스는 강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걸어가 땅에 입을 맞추었습니다. 그러나 또 다른 걱정이 생겼습니다. “여기에서 밤을 보내면 강에서 올라오는 추위와 이슬 때문에 죽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숲으로 들어가면 들짐승에게 공격을 당할 수도 있다.”
오디세우스는 결국 숲으로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물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서로 얽혀 자라는 두 그루의 올리브나무가 있었습니다. 한 그루는 야생 올리브였고, 다른 한 그루는 사람이 기르는 올리브였습니다. 가지와 잎이 빽빽하게 얽혀 있어 바람도 비도 쉽게 뚫고 들어오지 못하는 곳이었습니다. 오디세우스는 그 아래로 기어들어갔습니다. 주변에는 마른 잎이 많이 쌓여 있었습니다. 그는 두 손으로 잎을 끌어모아 몸을 덮었습니다. 겨울을 넘기기 위해 외딴 밭의 재 속에 불씨를 묻어두는 사람처럼 오디세우스는 낙엽 속에 몸을 숨겼습니다. 회색 눈의 아테나는 그의 눈에 잠을 내려주었습니다. 오랜 고난으로 지친 몸을 쉬게 하고 모든 고통을 잠시 잊게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_<제5권 마침내 시작된 오디세우스의 귀향> 중에서
아테나는 바람처럼 방으로 들어가 나우시카아의 머리맡에 섰습니다. 그리고 나우시카아와 나이가 같고 친하게 지내는 친구의 모습을 하고 말했습니다.
“나우시카아, 어째서 이렇게 게으른가요? 아름다운 옷들이 그대로 놓여 있지 않습니까? 이제 당신도 곧 혼인할 나이가 되었습니다. 그때가 되면 자신도 좋은 옷을 입어야 하고, 함께하는 사람들에게도 좋은 옷을 마련해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사람들에게 좋은 평판을 얻고, 부모님도 기뻐할 것입니다. 그러니 날이 밝으면 옷을 빨러 갑시다. 나도 함께 가서 돕겠습니다. 당신은 언제까지나 처녀로 남아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파이아케스의 훌륭한 젊은이들이 이미 당신에게 구혼하고 있으니까요. 아침 일찍 아버지께 말씀드려 노새와 수레를 준비해달라고 하십시오. 허리띠와 옷과 덮개를 수레에 싣고 가야 합니다. 빨래할 곳은 도시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니 걸어가는 것보다 수레를 타고 가는 편이 좋습니다. _<제6권 오디세우스와 나우시카아의 만남> 중에서
오디세우스가 궁전 안으로 들어갔을 때 파이아케스의 지도자들은 헤르메스에게 마지막 술을 바치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려 하고 있었습니다. 아테나가 둘러준 짙은 안개에 가려진 오디세우스는 아무에게도 보
이지 않은 채 궁전 안을 지나갔습니다. 마침내 알키노오스와 아레테가 앉아 있는 곳에 이르자 두 팔로 아레테의 무릎을 붙잡았습니다. 그 순간 아테나가 둘러준 안개가 걷혔습니다. 갑자기 나타난 낯선 사람을 보고 궁전 안의 사람들은 모두 놀라 말없이 바라보았습니다.
오디세우스가 아레테에게 간청했습니다.
“렉세노르의 딸 아레테여, 수많은 고난을 겪은 제가 당신과 당신의 남편과 이곳에 모인 사람들에게 간청합니다. 신들이 여러분에게 행복한 삶을 허락하고 자식들에게 재산과 명예를 물려줄 수 있게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제가 하루라도 빨리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저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너무나 오랫동안 떨어져 고통받았습니다. _<제7권 파이아케스 왕궁에 들어선 오디세우스> 중에서
데모도코스가 노래하는 동안 오디세우스는 두 손으로 자줏빛 겉옷을 들어 머리와 얼굴을 가렸습니다. 파이아케스 사람들이 자신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는 것이 부끄러웠기 때문입니다. 데모도코스가 노래를 멈출 때마다 오디세우스는 눈물을 닦고 얼굴에서 겉옷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잔을 들어 신들에게 포도주를 바쳤습니다. 하지만 무사 여신에게서 노래의 재능을 받은 데모도코스가 다시 노래를 시작하면 오디세우스는 또다시 겉옷으로 얼굴을 가리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그가 우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오직 알키노오스만이 오디세우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바로 곁에 앉아 있었기 때문에 그의 깊은 한숨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_<제8권 트로이의 노래 앞에서 눈물을 흘리다> 중에서
눈의 고통으로 괴로워하던 폴리페모스는 동굴 입구에 앉아 밖으로 나가는 숫양들의 등을 하나씩 손으로 더듬었습니다. 하지만 양의 배 아래에 사람들이 매달려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마침내 내가 매달린 가장 큰 숫양이 마지막으로 동굴 입구에 다가갔습니다. 폴리페모스는 숫양의 등을 쓰다듬으며 말했습니다.
“사랑하는 숫양아, 어째서 오늘은 가장 마지막에 동굴을 나가는 것이냐? 너는 언제나 양들 가운데 가장 먼저 부드러운 풀을 뜯으러 나갔고, 가장 먼저 시냇물에 가서 물을 마셨으며, 저녁이면 가장 먼저 우리로 돌아오지 않았느냐? 그런데 오늘은 마지막이구나. 혹시 주인의 눈이 걱정되어 그러는 것이냐? 그 사악한 자와 동료들이 포도주로 내 정신을 흐리게 한 뒤 내 눈을 멀게 했다. ‘아무도 아니’라는 그자는 아직 내 손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네가 사람처럼 말을 할 수 있다면 그자가 어디 숨어 있는지 알려줄 텐데. 그러면 그의 머리를 바위에 내리쳐 동굴 안에 뇌수를 흩뿌릴 것이다. 그때야 ‘아무도 아니’가 내게 준 고통을 조금이라도
잊을 수 있을 것이다.” -<제9권 외눈박이 거인 폴리페모스를 만나다> 중에서
에우륄로코스와 동료들은 숲을 지나 키르케의 궁전에 도착했습니다. 궁전은 넓은 곳에 잘 다듬은 돌로 지어져 있었습니다. 주변에는 산에서 사는 늑대와 사자들이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짐승들은 사람들을 공격하지 않았습니다. 키르케가 마법의 약을 먹여 길들여놓았기 때문입니다. 짐승들은 동료들을 보자 긴 꼬리를 흔들며 다가와 앞발을 들고 반겼습니다. 동료들은 그 모습을 보고 두려워하며 키르케의 궁전 문 앞에 섰습니다. 궁전 안에서는 키르케가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하며 커다란 베틀에서 천을 짜고 있었습니다. 여신들이 만드는 것처럼 곱고 아름다운 천이었습니다. 동료 가운데 폴리테스가 말했습니다. 그는 내가 특별히 아끼고 믿는 사람이었습니다.
“친구들이여, 안에서 누군가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하며 천을 짜고 있습니다. 여신인지 인간 여인인지는 모르겠지만 불러봅시다.” 동료들이 큰 소리로 부르자 키르케는 곧바로 문을 열고 나왔습니다.
-<제10권 바람의 섬을 지나 마녀 키르케에게> 중에서
“테이레시아스여, 신들이 제 운명을 그렇게 정해놓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더 알려주십시오. 저기 죽은 제 어머니의 혼이 보입니다. 어머니는 피 가까이 다가오지 않고 조용히 앉아 있습니다. 자신의 아들인 저를 바라보면서도 말을 걸지 않습니다. 어떻게 해야 어머니가 저를 알아볼 수 있습니까?”
테이레시아스가 대답했습니다.
“간단한 일이다. 그대가 피를 마시게 허락하는 죽은 자는 그대와 이야기하며 진실을 말할 것이다. 그러나 피를 마시지 못하게 하면 다시 물러날 것이다.” 테이레시아스는 말을 마치고 하데스의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나는 그 자리에 남아 어머니가 다가오기를 기다렸습니다. 어머니가 검은 피를 마시자 곧바로 나를 알아보았습니다. -<제11권 죽은 자들의 세계로 내려가다> 중에서
배가 세이렌들이 사는 섬에 가까워지자 갑자기 바람이 멎었습니다. 바다는 고요해졌고, 파도도 사라졌습니다. 어떤 신이 바다를 잠재운 것 같았습니다. 동료들은 돛을 내려 배 안에 넣고 노를 잡았습니다. 나는 커다란
밀랍 덩어리를 칼로 잘게 자른 뒤 두 손으로 눌러 부드럽게 만들었습니다. 태양의 뜨거운 빛을 받은 밀랍은 금세 부드러워졌습니다. 나는 그것으로 동료들의 귀를 하나씩 막았습니다. 동료들은 내 손과 발을 밧줄로 묶어 돛대에 단단히 고정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노를 저었습니다. 배가 사람의 목소리가 들릴 만큼 세이
렌들의 섬 가까이 다가가자 아름다운 노래가 들려왔습니다. _<제12권 세이렌과 스킬라, 카륍디스> 중에서

크리스토퍼 놀란이 다시 불러낸 2800년 전 최고의 모험!
2026년 여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오디세이》가 개봉하면서 2800년 전 호메로스가 남긴 서사시가 다시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영화를 통해 오디세우스를 처음 만난 독자라면 자연스럽게 ‘호메로스의 원작은 어떤 이야기일까?’라는 궁금증을 갖게 된다. 하지만 《오디세이》는 오늘날의 소설과 달리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고 낭송되던 구전 서사시의 전통을 지니고 있어 같은 사건과 표현이 여러 차례 반복되고, 수많은 인물과 지명, 신들의 계보와 제사 및 환대의 절차가 길게 이어진다. 이 책은 그런 방대한 완역본의 부담 때문에 《오디세이》를 쉽게 시작하지 못했던 독자를 위해 원작의 핵심 이야기와 문학적 매력은 충분히 살리면서 읽기의 장벽을 낮춘 성인용 편역본이다. 오디세우스의 여정을 이루는 주요 사건과 인물들의 대화, 감정의 변화와 결정적인 장면은 충분히 살리고, 반복되는 설명과 긴 인물·족보의 나열, 이야기의 중심에서 벗어난 일부 삽화를 덜어냈다. 영화로 《오디세이》를 만난 독자가 이제 호메로스의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읽어볼 수 있도록 만든 책이다.
트로이 전쟁을 마친 이타카의 왕 오디세우스가 고향으로 돌아가기까지 10년의 방랑을 그린 《오디세이》는 서양 문학의 모험과 귀향 이야기의 위대한 원형이다. 폴리페모스, 키르케, 세이렌, 스킬라와 카륍디스 등 수많은 신화적 존재와 맞닥뜨리는 오디세우스는 완벽한 영웅이 아니라 때로는 실수하고 좌절하면서도 지략과 끈기로 살아남는 인간적인 영웅이다. 무엇보다 그의 목표는 세상을 정복하거나 새로운 왕국을 얻는 것이 아니라 아내 페넬로페와 아들 텔레마코스가 기다리는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오디세이》는 흥미진진한 모험담인 동시에 집과 가족, 기다림과 귀환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오디세우스의 방랑은 2800년이 지난 오늘에도 낯설지 않다. 삶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고 누구나 길을 잃거나 예상하지 못한 곳으로 떠밀리기 때문이다. 수많은 실패와 유혹, 상실을 겪으면서도 끝내 이타카를 잊지 않는 오디세우스의 여정은 길을 잃어본 사람, 누군가를 기다려본 사람, 실패한 뒤 다시 시작해본 사람에게도 자신의 이야기처럼 다가온다. 그의 기나긴 방랑은 지금도 우리에게 묻는다.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으며, 끝내 어디로 돌아가야 하는가?’
방대한 고전의 깊이는 살리고, 읽기의 장벽은 낮췄다!
이 책의 가장 중요한 편역 원칙은 ‘쉽게 읽힌다는 이유로 《오디세이》를 읽었다는 느낌까지 줄어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원작의 24권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고 오디세우스의 모험뿐 아니라 텔레마코스의 성장, 페넬로페의 기다림, 부자와 부부의 재회, 구혼자들과의 마지막 대결까지 전체 서사의 흐름을 충실하게 따라간다. 단순히 유명한 모험 장면만 골라낸 것이 아니라 인물들의 대화와 감정 변화, 사건 사이의 인과관계도 충분히 살렸다. 각 권에는 ‘아버지를 찾아 나서는 텔레마코스’ ‘외눈박이 거인 폴리페모스를 만나다’ ‘죽은 자들의 세계로 내려가다’, ‘세이렌과 스킬라, 카륍디스를 지나’처럼 이야기의 핵심을 보여주는 제목을 붙여 긴 서사의 흐름을 쉽게 따라갈 수 있도록 했다. 본문에 앞서 수록한 '《오디세이》가 시작되기 전에 있었던 일들’에서는 트로이 전쟁부터 작품이 시작되는 시점까지의 배경을 설명하고, 이어지는 ‘《오디세이》의 주요 등장인물 사전’에서는 꼭 알아야 할 인물과 신화적 존재를 네 그룹으로 정리했다. 본문에서도 꼭 필요한 고대 그리스의 개념과 표현에는 영문을 함께 표기하고, 작품의 배경과 문화·관습을 이해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내용에는 옮긴이 주를 덧붙였다. 원작의 풍성함은 충분히 경험하면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길을 잃지 않고 읽을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 이 편역본의 가장 큰 특징이다.
《오디세이》의 진정한 위대함은 2800년 전에 탄생한 이야기가 지금도 끊임없이 새로운 이야기의 씨앗이 되고 있다는 데 있다. 영웅의 모험, 낯선 세계로의 여행, 괴물과의 대결, 유혹과 시련, 가족의 기다림, 잃어버린 고향으로의 귀환까지 오늘날 우리가 소설과 영화에서 익숙하게 만나는 수많은 이야기의 뿌리가 이 작품에 닿아 있다. 특히 오디세우스는 힘만으로 세상을 돌파하는 영웅이 아니라 지혜와 속임수, 인내와 선택으로 위기를 헤쳐 나가는 복합적인 인간이기에 시대가 달라져도 새롭게 해석될 수 있었다. 수많은 작가와 예술가가 이 오래된 이야기로 되돌아가 자기 시대의 《오디세이》를 다시 만들어온 것도 그 때문이다. 그리고 2026년 크리스토퍼 놀란이 다시 이 이야기를 선택했다는 사실은 《오디세이》의 생명력이 여전히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영화가 2800년 전의 이야기를 다시 우리 앞으로 불러냈다면, 이제 호메로스가 들려준 그 거대한 이야기의 세계로 직접 들어가볼 차례다.

호메로스 (지은이)
고대 그리스의 서사시인. 서양 문학의 출발점으로 평가받는 『일리아스』 와 『오디세이』 의 저자로 전해진다. 정확한 생몰 연대와 출생지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대체로 기원전 8세기 무렵 활동한 것으로 추정되며, 이오니아 지방의 스미르나와 키오스 등이 그의 출생지로 거론되어왔다. 고대부터 앞을 보지 못하는 음유시인이었다는 전승이 널리 퍼졌지만 이를 역사적 사실로 확인할 자료는 없다. 오늘날까지도 호메로스가 실제 한 명의 시인이었는지, 오랫동안 구전되어온 여러 영웅 이야기를 한 사람 또는 여러 시인이 정리한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호메로스의 대표작 『일리아스』와 『오디세이』는 기원전 12세기 무렵 벌어진 것으로 여겨지는 트로이 전쟁과 그 이후의 세계를 다룬다. 『일리아스』가 트로이 전쟁 말기의 아킬레우스의 분노와 전투를 중심으로 펼쳐진다면, 『오디세이』는 전쟁이 끝난 뒤 이타카의 왕 오디세우스가 고향으로 돌아가기까지 겪은 10년의 방랑과 귀향을 그린다. 두 작품은 약 2800년 동안 서양 문학과 예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수많은 이야기의 원형이 되었다. 특히 수많은 위험과 유혹을 겪으면서도 끝내 고향으로 돌아가는 한 인간의 여정을 그린 『오디세이』는 모험과 귀향을 다룬 서양 문학의 가장 위대한 원형 가운데 하나로 오늘날까지 살아남아 있다.
정영훈 (엮은이)
대학 졸업 후 줄곧 출판기획자의 길을 걸어왔다. 한 권의 책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으로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나는 더 이상 휘둘리지 않기로 결심했다』가 있으며, 엮은 책으로 『귀스타브 르 봉의 군중심리』 『몽테뉴의 수상록』 『존 스튜 어트 밀의 자유론』 『카뮈의 인생 수업』 등이 있다.
이선미 (옮긴이)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 불어과를 졸업하고 저작권 에이전시에서 에이전트로 일했으며, 출판사에서 편집자로서 책 만드는 일을 했다. 그동안 옮긴 책으로는 『성인을 위한 이솝우화』 『스타가 될 거야』 『마틸드의 텔레비전 없는 날』 『너는 좋은 친구야』 『대통령 아저씨와 저녁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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