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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ISBN-13 : 9788932045351 |
|---|---|
| 쪽수 | 432쪽 |
| 크기 | 규격 외(152mm X 225mm, 신국판) |
| 제품구성 | 단행본 |
- 인문/역사 > 문학
문학평론가 이은지의 첫 비평집 『비평의 곁과 결』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저자는 2014년 창비 신인평론상으로 데뷔할 당시 “작품에 충분히 몰입하면서도 비평적 거리를 유지”하고 “오늘날의 비평이 놓치기 쉬운 중요한 문제의식을 담고 있음이 분명하”(심사위원 한기욱·황정아)다는 평을 받으며 예리한 분석력과 깊은 통찰력을 지닌 신예 문학평론가로 주목받았다. 이후 10여 년간 비평장에 머물며 동시대 문학이 가리키는 현안을 날카롭게 조명해왔다. 사회와 현실, 대중문화에서 문학이 징후적으로 드러내는 문제를 다각도로 관찰하며 목소리를 낸 저자는 다수의 지면을 통해 독자와 소통해왔다. 『한겨레』에 2018~2019년 〈2030 잠금해제〉 〈2030 리스펙트〉를, 2020년 월간 『르몽드 디플로마티크』한국어판에 칼럼을 연재한 바 있다. 젊은 평론가들이 주축인 비평 공동체 ‘요즘비평포럼’을 비롯해 『쓺』의 편집위원으로 활발히 활동 중이며 프랑스·독일어권 철학서의 번역가로도 알려져 있다.
이은지는 오랜 시간 자신이 집중적으로 다뤄온 주제인 비동일성, 젠더와 페미니즘 그리고 동시대의 정치적·윤리적 언어와 문학의 관계를 면밀히 검토하며 비평장의 쟁점을 갱신 중이다. 이 책은 그간 저자가 문학적 상상력으로 충실히 다듬어온 사유의 긴 파장을 망라한 결과물이다.
[목 차]
책머리에
1부 비평 곁의 비평
문학은 정치적으로 올발라야 하는가
한국문학의 숭고한 타자를 기다리며
이념적·이론적·비평적
신인 평론상의 구조적 환상과 욕망
비평의 오물―물밑을 휘저으며
읽히고 버려질 글
2부 사회로부터 문학으로
계급 갈등이라는 불가능한 재현―386세대 책임론에 부쳐
모두가 지는 게임의 룰 위에서
Love of Capitalism―자본의 사랑, 자본으로 하는 사랑
편집과 연출―아카이브 서사의 가능성과 한계
객체지향 세계에서 존재하기―신유물론과 그 문학적 실제
두번째 인간―인공지능에 대한 문학적 상상
장르적인 것으로부터 사회적인 것을 구해내기―장르물의 체제 종속성과 제한적 자율성에 대하여
문학의 (이중의) 정치―문학의 민주주의에서 문학의 공화주의로
과거라는 오래된 현재로부터―시와 복고주의에 대한 단상
문체의 역사성과 문학성―새로운 수사학을 위한 소고
전후 외국 문학 세대의 비평적 실존―김붕구, 송욱, 정명환을 중심으로
3부 이야기의 결을 감각하기
징후적 소설과 그 너머―이기호 소설집 『김 박사는 누구인가?』
부정하는 서사의 활력과 모색―박민정 소설집 『유령이 신체를 얻을 때』
한 사람은 다른 사람들을 통해 한 사람으로 존재한다―최은영 소설집 『쇼코의 미소』
삶은 무엇이 아니고자 하는가―우다영 중편소설 『북해에서』
상실 너머를 오래 들여다보기―지혜 소설집 『북명 너머에서』
겹침과 접힘―한정현 소설집 『쿄코와 쿄지』와 우다영 소설집 『그러나 누군가는 더 검은 밤을 원한다』
영원한 반복 속에서―민병훈 장편소설 『어떤 가정』과 윤해서 소설집 『물은 끓고, 영원에 가까워진다』
올 오어 낫싱의 세계―김홍식(式) 세계의 작동 기제들
세계의 심연과 표면으로부터―함기석 시집 『디자인하우스 센텐스』와 김참 시집 『그녀는 내 그림 속에서 그녀의 그림을 그려요』
시는 나이 들었으되 나이를 모르나이다―이시영 시집 『나비가 돌아왔다』와 나희덕 시집 『가능주의자』
마음이 자라나기까지―안미옥론
광물의 식물학―최하연 시집 『보헤미아 유리』
사랑의 언어, 놀이의 시학―윤경희 에세이 『분더카머―시, 꿈, 돌, 숲, 빵, 이미지의 방』
[본 문]
그러므로 광장에 대한 논의에서 보다 구체화되어야 하는 지점은 아무도 배제하지 않는 광장이란 존재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엄밀히 말해 광장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광장이 모두에게 열려 있는 것은 맞지만 이는 모두의 뜻을 하나로 모으기 위함이 아니라 오히려 각자의 배타적 이익을 공적으로 드러내 경합하고 갈등하게 하기 위함인 것이다. 광장은 단 하나의 광장이 아니라 매번 다른 맥락을 통해 영원히 유동하며 갈라지는 무수한 광장‘들’을 향해 열려 있다. 정치 공학상 건전한 광장이란 각자의 이익에 ‘눈먼 자’들의 광장이며 그들의 사적인 이익이 의식화되고 사회화될 수 있는, 즉 그들의 이익의 경중이나 상하관계를 따지는 세간의 가치판단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열린 공간인 것이다.
_ 「문학의 (이중의) 정치」중에서
그렇다면 문체의 회복을 모색하는 일은 단순히 글쓰기의 기술이자 작법으로서의 규칙을 재정립하는 차원이 아니라, 자아 외부의 대상을 향해 욕망을 투자하고 이를 통해 자아와 대상 간의 더 나은(상승된) 욕망의 메커니즘을 추구해가는 주체화의 가능성을 회복하는 일, 자아의 경계를 견고히 쌓아가며 피아(彼我)의 적대 관계만을 첨예하게 만들어가게끔 자동화된 사회구조를 그 지반에서부터 허물어뜨리는 일이 될 것이다. 규범에 따라 일률적으로 구사하는 데 그치는 제작학이 아니라 현실의 모순된 국면으로부터 더 나은 진리를 도출하고 이에 대한 합의에 도달하기 위한 실천학으로서의 수사학, 아리스토텔레스가 소피스트의 기예로부터 구출하고자 했던, 바르트가 대학의 경직된 아카데미즘으로부터 구출하고자 했던 새로운 수사학이 오늘날에도 오늘날의 실정에 맞는 방식으로 여전히 요청되어야 하는 까닭이다.
_ 「문체의 역사성과 문학성」중에서
따라서 문학은 결코 부재를 추구해서는 안 된다. 문학이라는 제도가 보호하는 서사의 가치란, 인간의 경험적 삶으로부터 이해 불가능한 것들을 이해 가능한 것으로 구성해내는 힘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학은 행간이 될지언정 결코 빈칸이 되어서는 안 된다. 세상을 떠도는 무수한 것들을 선별하여 형태를 부여하려 안간힘 쓰고, 무너뜨리고, 다시 그러모으기를 반복해온 인간의 역사야말로 문학이라는 두 음절에 가치를 부여하는 까닭이다.
_ 「징후적 소설과 그 너머」중에서
이때 소설을 사회적으로 만드는 것은 결국 소설을 쓰는(내재화) ‘사람’과 소설을 읽는(외재화) ‘사람’이다. 소설을 읽는 것은 사람과 사람이 순수하고 주관적인 영혼의 상태에서 신호를 주고받는 것이나 다름없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호로서 소설이 기능한다면, 소설이 사람됨을 회복하는 놀라운 매개가 될 수 있다면, 그렇게 우리 내면에 잔존하는 ‘사회적인 것’이 소설을 통해 밝히 드러나 어떤 새로운 형태로든 ‘사회’를 다시금 발명해야 할 필요를 갈급하기에 이른다면, 그 소설은 충분히 사회적일 것이다.
_ 「한 사람은 다른 사람들을 통해 한 사람으로 존재한다」중에서
문학은 흐르는 현실을 영원처럼 붙들고, 비평은 영원으로 붙들린 문학을 다시금 흐르게 하고, 그렇게 비평을 통해 멈춤과 흐름은 끝없이 반복된다. 가지런히 정돈하여 봉인하듯 닫은 서랍을 다시 열 때면 정돈된 것들이 어김없이 흐트러지듯이. 비평이란 서랍을 여는 동시에 질서를 잃고 흩어진 사물들로부터 서랍을 열기 전의 미지의 질서를 유추해보는 일 혹은 흩어짐 자체에 내재한 뜻밖의 아름다움을 헤아리는 일인지도 모른다.
_ 「사랑의 언어, 놀이의 시학」중에서
‘객체지향 세계에서 그리는 온전한 존재의 지도’를 위하여
뜨거운 시대적 반성, 사회 현상과 문학의 관계를 재구성하는 날카로운 시선
비평의 곁을 살피며 사유하는 언어의 결
문학평론가 이은지의 첫 비평집
여전히 글을 쓰고 있는 이유를 누군가가 묻는다면, 당장 해야 할 말에 그럴싸한 매듭을 지어주기 위해 아직 확정되지 않은 무언가를 번번이 단정 짓게 되는 비평 너머에 숨은 다른 표정들이 궁금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비평이 아직 가져보지 못한 표정들을 스스로 지을 수 있을지 확인해보고 싶기 때문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책머리에’에서
비평 너머의 표정을 헤아리는 장고의 글쓰기
동시대와 공명하며 갱신해나가는 문학의 오늘
문학평론가 이은지의 첫 비평집 『비평의 곁과 결』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저자는 2014년 창비 신인평론상으로 데뷔할 당시 “작품에 충분히 몰입하면서도 비평적 거리를 유지”하고 “오늘날의 비평이 놓치기 쉬운 중요한 문제의식을 담고 있음이 분명하”(심사위원 한기욱·황정아)다는 평을 받으며 예리한 분석력과 깊은 통찰력을 지닌 신예 문학평론가로 주목받았다. 이후 10여 년간 비평장에 머물며 동시대 문학이 가리키는 현안을 날카롭게 조명해왔다. 사회와 현실, 대중문화에서 문학이 징후적으로 드러내는 문제를 다각도로 관찰하며 목소리를 낸 저자는 다수의 지면을 통해 독자와 소통해왔다. 『한겨레』에 2018~2019년 〈2030 잠금해제〉 〈2030 리스펙트〉를, 2020년 월간 『르몽드 디플로마티크』한국어판에 칼럼을 연재한 바 있다. 젊은 평론가들이 주축인 비평 공동체 ‘요즘비평포럼’을 비롯해 『쓺』의 편집위원으로 활발히 활동 중이며 프랑스·독일어권 철학서의 번역가로도 알려져 있다.
이은지는 오랜 시간 자신이 집중적으로 다뤄온 주제인 비동일성, 젠더와 페미니즘 그리고 동시대의 정치적·윤리적 언어와 문학의 관계를 면밀히 검토하며 비평장의 쟁점을 갱신 중이다. 이 책은 그간 저자가 문학적 상상력으로 충실히 다듬어온 사유의 긴 파장을 망라한 결과물이다.
현실의 갈등을 돌파해나가는 문학의 상상력
그 영원한 신화적 위상을 향한 그리움
『비평의 곁과 결』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발표 당시 페미니즘 리부트 시기와 맞물려 비평장에서 뜨거운 호응을 끌어냈던 「문학은 정치적으로 올발라야 하는가」를 시작으로, 체제의 안팎에서 감지되는 억압과 폭력에 반하여 유감없이 발휘한 저자의 비판적 시각을 읽을 수 있다. 이은지는 ‘정치적 올바름’을 둘러싼 논쟁을 통과하며 개인적으로 확인한 비평 주체로서의 불안과 취약함 역시 가감 없이 털어놓는다. 소수자의 목소리를 지키기 위해 배제되고 타자화된 다수의 세계를 지적하며, 차이와 갈등을 처리하는 문학장의 정치를 탐구하는 한편 필연적으로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는 화해의 과정으로부터 의미를 찾을 것을 제안한다.
2부는 한국 사회의 정치적 변동과 소비 자본주의 시대의 기치가 동시대 문학에 미치는 영향과 소위 ‘유행’하는 철학 담론에 대한 비판, 출판 시장의 눈에 띄는 경향, 인공지능 상용화 이후 문단에서 관찰된 주요 흐름 등 사회적 의제를 문학과 더불어 사유한 글을 묶었다. 특히, ‘광장’이 모두가 평등하게 말할 수 있는 장소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주체들이 부딪치고 논쟁하며, 연결 지점을 제시하는 새로운 문학장으로 작동해야 함을 역설한다. “이상으로서의 체계에 다가가기 위한 무수한 길들, 즉 읽고 쓰고, 새롭게 읽고 다시 쓰는 무한한 반복만이 우리 앞에 소명으로 놓여 있다”(「문학의 (이중의) 정치」, p. 224).
3부는 이기호, 박민정, 최은영, 우다영, 지혜, 한정현, 민병훈, 윤해서, 김홍의 소설과 함기석, 김참, 이시영, 나희덕, 안미옥, 최하연의 시와 윤경희의 에세이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면서 오늘날의 문학을 통해 독자와 직접적인 소통의 활로를 열고자 한 저자의 노력을 고스란히 담았다. 한정현의 소설에서는 기존의 역사가 만들어온 서사에 여성, 퀴어, 이주자 등의 삶이 투입될 때, 새롭게 관찰되는 균열부로부터 세계를 지배하는 질서의 한계와 모순을 포착한다. 우다영의 소설에서는 일종의 사고실험으로 볼 수 있는 SF적 장치로부터 패턴을 발견하고 세계 인식의 이분법적 구분이 모호해진 지점에서 출현하는 진실에 집중한다. 이러한 예로부터 이은지가 짚어내듯이 특정 범주가 개별 존재를 설명할 수 없다는 믿음은 세계와 주체의 환원 불가능성을, 동시에 예술의 제한적 자율성을 분명하게 가리킨다. 어쩌면 그것이 저자가 그리는 문학의 가능성일 것이다.
비판적 변별력을 갖춘 향유의 의지
세계와 주체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문학의 언어
이은지는 강한 개성과 고유한 아름다움을 지닌 문체를 갖춘 평론가다. 무엇보다 특유의 독창성과 과감성을 바탕으로 사회 전반에서 논의되는 초유의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 첨예화함으로써 비평의 역할을 끊임없이 재질문한다. 정치철학과 미학의 개념을 끌어와 문학 공동체의 구성 요소를 살펴보고 다양한 의견의 충돌로부터 사유의 운동성을 확보한다. 순문학뿐 아니라 추리소설, 웹소설, 대중문화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시야로 장르문학과 사회의 관계성을 발굴하면서 예술의 독자적 형식과 미적 체험의 작동 기제를 부지런히 탐구해나가는 중이다. 장르와 형식이 사회적 조건과 관계 맺는 방식, 나아가 작가와 독자가 상호 간의 기대와 규칙을 형성하고 갱신하는 몸짓을 기록하며 문학의 정치성 즉 우리 삶의 대안적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상상한다. 이 책은 척박한 세계를 견디기 위해 문학에 기대는 독자들에게 우리가 함께 찾아 나가는 언어의 가치를 일깨우며, 그 신선한 고통과 기쁨이 공존하는 도정의 믿음직한 동행이 되어줄 것이다.

중앙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한 뒤 동 대학원 독어독문학과 석사 과정을 마치고 박사 과정을 수료하였다. 2014년 창비신인평론상을 수상하며 문학평론가로 등단하였다. [한겨레] ‘2030 리스펙트’, ‘2030 잠금해제’, 월간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의 웹진 ‘르몽드 문화톡톡’에 칼럼을 연재했다. 저서로는 『문화, on/off 일상』(공저), 역서로는 『성인언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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