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차]
나이의 무게는 얼마나 나갈까
눈을 감을수록 더욱 선명하게 다가오는 얼굴이여
57가지 삶의 폭
행복은 아름다운 정원처럼 자기 자신이 가꾸어 가는 것이다
꽃망울을 터뜨리지 않으면 나비는 갈 곳을 잃게 된다
용서할 수 없다면 자신의 믿음을 먼저 의심해라
누군가 가끔씩은 하느님이 될 필요가 있다
사람들은 당신을 허락하고 있으니 다시 사랑하면 된다
비록 단 한 사람만을 위한다 할지라도 희망은 자꾸자꾸 만들어져야 한다
부활은 어느 자그마한 선량한 마을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뭔가 허전하면서도 꽉 차 있는 가을 하늘
행복한 오후의 풍경
침묵 안에는 수만 가지의 언어가 있다
길 위에서 영혼의 물 한 잔을 얻어먹는 고마움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가 다 있다
외모에 대한 집착은 본능만으로도 충분하다
하늘은 땅 밑에 있고 그 밑에 수많은 영혼이 있다
거미는 그가 짜놓은 거미줄에 걸리는 법이 없다
지구가 둥근 이유
마음이 딴 곳에 있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는다
그분은 아직도 우리의 죄를 안고 계신다
사람보다 숫자가 대우받는 세상
유유히 흐르는 물에 가끔씩은 돌멩이를 던져라
좋은 친구를 얻으면 세상을 얻는 것이다
죽음은 삶을 거꾸로 가는 것에 불과하다
눈썹이 어디에 있을까
만나지 않았지만 가깝게 느껴지는 사람
오기로부터의 창작
위대한 죽음보다 소중한 건 사소한 실천
의심으로부터 생기는 믿음
개미 한 마리의 죽음은 시간의 퇴보와도 같다
잃지 않으면 얻을 것도 없다
숨는다는 건 괴롭다는 거다
시간이 아니라 책임에 쫓기는 것이다
꿈은 머리로 꾸는 게 아니라 발로 꾼다
이름은 남기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이다 진실은 과연 존재하는 것일까
별과 별 사이에는 작은 어둠이 있다
시간을 죽이는 시계 수리공
베개를 함께 베는 게 아니라 각자의 베개를 바꿔 베는 것
넥타이가 땅을 향해 있으면 삶이요, 하늘을 향해 있으면⋯⋯
나이보다 더 깊은 무게는 없다
사람에게 있어 너무 많은 시간이 주어진다는 것은 방종의 시작이다
다른 이에게 한쪽 눈을 줄 수 있는 자만이 삶의 이면을 투영할 수 있다
텅 빈 듯한 허전함과 뭔가 빠진 듯한 불완전함이 내일을 부르는 이유가 된다
가까운 친구 하나가 있다는 것이 삶의 향기를 가치 있게 한다
자기 안에는 자기 자신이 늘 존재한다
느낌으로 시작한 그림이 수학공식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고인을 마음에서 지운다는 건 두 번 매장하는 것이다
예술은 아름다운 거짓말을 보기 좋게 포장한 선물
스쳐 지남이 멈춤으로 다가오면 그건 또 다른 공허함이다
사랑이란 때론 잊은 척 저 멀리서 가만히 지켜봐 주는 것
과거를 행복하게 여기면 스스로 현재를 불행하게 만드는 것
마음과 마음을 연결 짓는 따뜻한 마음 한 조각
하루의 시작은 새벽으로부터 출발한다1
천국은 현실 안에 있고 영생은 마음속에 있다
자기 자신에 대한 지나친 관용은 자신의 삶을 흩트려 놓는다
한 아이의 아빠가 된다는 것
세상이 뿌옇게 보이는 이유는 유리창에 낀 먼지 때문이다
어떤 존재가 사라지면 다른 존재가 그 자리를 메운다
기다림이 길수록 뿌리는 깊어진다
실패한 자리에 오래 쪼그리지 마라
상처는 지도다 없애지 말고 읽어라
남의 신발을 신고 걸으면 발이 아프다
말하지 못한 사랑은 부치지 못한 편지다
빈자리는 상실이 아니라 공간이다
작은 구멍 하나가 때로는 문보다 크다
고요함이 두렵거든 더 깊이 들어가라
누구를 위해 오늘 옷을 입었는가
[본 문]
하루 씨는 잠시 기지개를 폈다. 그리고 상하좌우로 목운동을 했다.
그런데 그때 한 젊은이가 하루 씨를 찾아왔다. 그 젊은이는 사랑의 우물에 푹 빠져 있는 상태였다.
“당신은 지금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군요?”
하루 씨는 먼저 젊은이에게 말을 건넸다.
젊은이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란 듯 말했다.
“하루 씨, 그걸 어떻게 아세요?”
“사랑에 빠진 사람에겐 냄새가 있어요.
바로 심장이 바짝바짝 타는 냄새죠.”
_ p.20
“저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저에게 길을 보여 주세요.”
“하루야, 어릴 적 길가에 신발을 벗어놓고 냇가에서 물고기를 잡았던 맑은 날을 떠올려라.
유년의 기억은 또 다른 형태의 희망이란다.
희망은 만들어져야 한다.
비록 단 한 사람을 위한다 할지라도 희망은 자꾸자꾸 만들어져야 한다.
너의 여분의 희망을 그들에게 보여라.
어쩜 그들은 이미 널 사랑하고 있는지도 모른단다.”
하루 씨의 얼굴엔 어느새 뜨거운 눈물이 내리고 있었다.
눈물 한 방울이 보조개 샘에 머물렀다. 그 눈물방울은 샘 속으로 깊이깊이 스며들었다.
_ p.51
“하루 씨, 왜 모든 관은 누워 있는 자세이지?
의자처럼 앉을 수 있는 관을 만들면 안 될까?”
하루 씨도 어둠 속으로 말을 던졌다.
“누워 있는 모양의 관을 만드는 건 당연한 거죠.
누워 있어야 땅과 조금이라도 가까워질 수 있잖아요.”
“왜 그렇지? 죽으면 하늘로 가지 않나?
누워 있는 것보다 앉아 있는 자세가 하늘로 가기에는 더 수월할 텐데.”
“하늘은 땅 위에 있는 게 아니라 땅 밑에 있답니다.
그러니 누워 있는 게 더 빠르죠.”
_ p.81
“여보게. 하루 양반.
당신 말대로 저 산을 뒷걸음질로 올라갔었네. 그런데 그곳엔 ‘죽음’에 대한 답을 찾을 수가 없었네.
답은 도대체 어디에 숨겨져 있는 건가?
산중턱인가, 꼭대기인가, 아니면 지구 밖이란 말인가?
괜히 자네 때문에 고생만 했지 뭔가!”
하루 씨는 노인의 손을 잡더니 갑자기 뒤로 걷기 시작했다.
“자네 지금 왜 그러나?”
“어르신, 죽음은 항상 우리 등 뒤에 있답니다.
등을 앞세우고 정상을 향해 오를 때 분명 어르신께선 산을 내려오는 듯한 착각을 받았을 겁니다. …… 죽음은 가슴과 등짝을 들락거리는 연기와 같죠.
죽음은 단지, 삶을 거꾸로 살아가는 것에 불과하답니다.”
_ p.114
“삶과 죽음의 차이는 뭡니까?”
넥타이를 맨 중년 신사가 하루 씨에게 물었다.
“넥타이의 위치랍니다.”
하루 씨는 짧게 대답했다.
“넥타이의 위치라니요? 지금 날 놀리시는 겁니까? 좀 더 신중하게 말씀해 주세요.”
중년 신사는 자신이 무시라도 당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는지 표정이 좋지 않았다.
하루 씨는 천연덕스럽게 미소를 건넸다. 그러고는 중년 신사의 넥타이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삶과 죽음의 차이는 복잡할 게 없답니다.
넥타이 끝이 어디를 향해 있느냐에 따라 다를 뿐이죠.
넥타이 끝이 땅을 향해 있으면 지금처럼 살아있는 것이고 만약 하늘을 향해 있다면 죽은 것이지요. 삶과 죽음은 단지 그 차이랍니다.”
_ p.165
여자는 선글라스를 살짝 올려 눈 주위의 눈물을 닦아냈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사실은 누구를 기다리고 있었던 게 아니에요. 사실은 …… 혼자서 먹기가…….”
하루 씨는 여자 맞은편에 있는 빈 의자에 엉덩이를 살짝 내려놓았다.
“참 잘됐네요. 저도 지금까지 식사를 못 했거든요.
우리 같이 해요. …… 그리고 손님, 이거 하나 명심하세요.
혼자면 어때요? 배가 고프면 먹어야 하고 잠이 오면 자야 해요.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해야 해요.
의식하지 마세요. 혼자서 밥 먹지 못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서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답니다.”
_ p.172-172
“하루 씨! 이제 보니 자네는 순전히 엉터리군. 자기의 길도 모르면서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길을 가르쳐 줄 수 있나?”
그는 계속해서 이기적인 투정을 부렸다.
하루 씨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제가 천국으로 가는 길을 알았다면 이미 저는 그곳에 있을 겁니다.”
하루 씨는 길 건너편에 찬 공기를 헤치고 지나가는 무리를 가리키며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이른 새벽부터 머리에 집채만 한 보따리를 이고 장터로 향하는 저 어머니들을 따라가세요.
그럼 분명 당신이 원하는 천국에 가실 겁니다. 자, 어서요.”
_ p.205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잘 모르겠어요. 오래돼서요.”
“그럼 거기서부터 시작하면 되죠.
모르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에요.
남 눈치 보느라 자기 취향을 잊어버린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아요.
내일은 아무도 만나지 말고 혼자 옷장 앞에 서보세요.
그리고 그냥 손이 가는 걸 입어요. 아무도 볼 사람 없는 날이라고 생각하고요.”
여자는 잠시 생각하더니 쇼핑백 안에서 새 가방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한참 바라보다가 말했다.
“이거 환불해야겠어요.”
하루 씨는 웃음을 참으며 피자를 가지러 갔다. 여자도 피식 웃었다. 오늘 처음으로 자기를 위해 웃는 얼굴이었다.
_ p.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