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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의 손을 잡아준 순간

    • 김기순 저
    • 상상인
    • 2026년 08월 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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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품 규격 정보
    상품상세정보
    ISBN ISBN-13 : 9791174900784
    쪽수210쪽
    크기기타 규격
    제품구성단행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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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한 사람의 생애를 오래 기억하게 하는 것은 큰 사건보다 사소한 장면들이다. 새벽 부엌에서 밥을 짓던 어머니의 모습, 산길을 걸어오던 낡은 고무신, 신문지에 싸인 들기름 한 병, 병실에서 건네받은 한 숟가락의 밥에는 오랜 시간이 스며 있다. 김기순의 산문집 『누군가의 손을 잡아준 순간』은 삶의 순간마다 마음에 남은 작은 장면들을 불러내어 한 사람의 생애를 되돌아보는 책이다. 작가는 “오랫동안 누군가의 밤 곁에 앉아 있었습니다”라고 말하며, 이 책을 평범한 사람들의 기다림과 그리움에 관한 기록이라고 밝힌다.

    이 산문집에서 가장 오래된 기억의 자리에는 어머니가 있다. 「고무신과 송편」에 등장하는 어머니는 옷 보따리를 머리에 이고 집집마다 다니며 옷을 팔고, 돈 대신 곡식을 받아 산길을 걸어 돌아온다. 어린 화자는 도랑물에 어머니의 고무신을 씻으며 닳아버린 밑바닥을 바라본다. 세월이 흐른 뒤 자신도 어머니만큼 늙은 나이가 되어서야, 작가는 그 고무신에 자식들의 숨소리와 한 여자의 고단한 생애가 담겨 있었음을 깨닫는다. 어머니가 손가락으로 꾹꾹 자국을 내며 빚던 송편도 가난한 시절의 음식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가족을 먹이고 지켜온 손의 기억이며, 작가 자신의 삶을 이루어온 가장 깊은 근원이다.

    이 책에는 한평생 함께 살아온 남편을 떠나보낸 슬픔도 깊게 배어 있다. 밤꽃 향기, 빈 마당, 낡은 침대, 구절초와 밤나무를 마주할 때마다 떠난 사람은 다시 돌아온다. 말보다 행동으로 가족을 지키던 남편의 사랑은 그가 떠난 뒤에 더욱 선명해진다. 작가는 “밤꽃은 향기로 기억되고, 사람은 사랑으로 기억된다”고 쓴다. 상실은 삶의 빈자리를 만들지만, 함께 견뎌낸 시간의 온기까지 지우지는 못한다. 김기순의 산문은 그 빈자리를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그리움을 품고 다시 하루를 살아가는 마음을 보여준다.

    슬픔과 함께 이 책을 이루는 또 하나의 정서는 사람 사이의 따뜻한 유대다. 봄부터 가을까지 들깨를 가꾸어 짠 들기름 한 병에는 한 사람의 땀과 기다림이 들어있다. 투박한 신문지에 싸인 들기름을 건네받으며 작가는 “크게 말하지 못하는 사람일수록 손끝으로 사랑을 건넨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자매들이 나누는 음식과 여행, 이웃에게 건네는 농작물, 가족의 안부를 묻는 전화 한 통도 모두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된다. 행복은 함께 밥을 먹고 서로의 등을 밀어주는 순간에 가까이 있다.

    이러한 유대는 세대를 건너 이어진다. 한때 딸을 보호하던 어머니는 나이가 들고 몸이 약해지면서 딸의 손에 기대게 된다. 작가는 의지한다는 것이 약해졌다는 뜻보다 관계가 깊어졌다는 증거임을 깨닫는다. 어머니에게서 자신에게로, 다시 자신에게서 딸에게로 이어진 돌봄은 한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는다.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누군가를 붙잡아주고, 어느 순간에는 다른 사람의 손에 붙들리며 살아간다.

    작가가 요양과 돌봄의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기록도 이 산문집의 중요한 부분을 이룬다. 술과 가난, 질병과 외로움에 지친 사람을 대할 때 작가는 먼저 그들의 손을 잡는다. 비난보다 그들이 견뎌온 고통을 바라보고, 떨리는 손에 아직 남아 있는 사랑의 온기를 믿으려 한다. 자신의 상처를 통과해 온 사람만이 타인의 외로움 곁에 오래 앉아 있을 수 있다.

    『누군가의 손을 잡아준 순간』에서의 ‘손’은 여러 사람의 생애를 이어주는 상징이다. 그 손은 산길을 걸어온 어머니의 손이고, 가족을 지켜온 남편의 손이며, 음식을 나누는 자매와 늙은 어머니를 붙잡아주는 딸의 손이다. 작가는 “누군가의 손을 잡아준 순간은 결국 내 손을 잡으며” 자신을 무너지지 않게 했다고 고백한다. 이 산문집은 그 소박한 고백을 따뜻하고 진솔한 목소리로 들려준다.

    목차

    [목 차]

    1부
    시간은 지우개/ 도치골/ 마지막 소풍길/ 분필 냄새 같은 기억/ 기차에서 만난 인연/
    신문지에 싼 들기름/ 봄은 그 자리에 머물고/ 소양강 물줄기 따라/ 편지 1/ 편지 2/
    꿈속에서 건네준 열쇠/ 어떤 날/ 이렇게 사는 것도 팔자인가/ 봄은 오는데/
    나룻배 여행/ 꽃길만 가자

    2부
    한 숟가락의 밥/ 봄비 내리던 날/ 버리는 연습/ 텃밭과 사람들/ 호식이 두 마리/
    생이란 도전이다/ 낙엽/ 남겨진 삶의 온기/ 탯줄을 자르다/ 늦은 사랑/ 마음의 밥상/
    생명의 혀/ 오월의 장미/ 베푸는 사람/ 시간의 저쪽/ 행복했던 시간들/ 생선 가시

    3부
    설경 속 시간들/ 마음을 치유하는 시낭송/ 동료의 아픔/ 재활병원/ 부처님 오신 날/
    제주도 여행/ 부산 여행/ 고무신과 송편/ 동반자/ 국화꽃 사랑/ 자식 농사/ 가을/
    이런 사랑/ 술의 비극/ 기억을 지우는 술/ 집착 버리기/ 내 몸과 친해지기/
    눈보다 따뜻한 길

    4부
    대상자의 침묵/ 꽃 이야기/ 당신은 국화입니다/ 창문 옆 산수유/ 황소의 눈물/
    늙은 거미의 하루/ 비처럼/ 쉬는 날/ 사랑하는 딸과의 시간/ 국밥 한 그릇의 고독/
    산천어 축제/ 텃밭의 수국꽃/ 언니 손만두/ 주말에 파크 공이랑 논다/ 말뚝과 꽃 이야기/
    고추 말뚝/ 물 위에 머문 빛/ 산길에서 보는 우리 집/ 누군가의 손을 잡아 주다

    [본 문]

    땡볕에 익은 석류가 고드랫돌처럼 늘어져 있다. 복잡하게 얽힌 슬픔과 혼자 버틴 무게를 안다. 눈부신 홍보석이 속살에 가득 들어차 있는 석류처럼 나도 마찬가지다. -「시간은 지우개」 부분

    도랑물 소리, 새소리, 아이들의 합창이 들리던 모곡초등학교. 가정리 마을과 홍천을 이어주던 그곳은 우리 젊음을 이어주던 자리였다. 앞날을 꿈꾸며 아픔도 알알이 박히던 곳. 애써 지우려 했지만 힘들 때마다 다시 찾게 되는 곳이다. 질항아리 속 해묵은 간장처럼 기억들이 졸아든다. -「상처도 꽃」 부분

    세월은 멀리 흘러 선생님 모습도 희미해졌지만 봄날 햇살 속에 분필 냄새 같은 기억이 스며드는 날이면 나는 아직도 그 교실 끝자리에 앉아 선생님 목소리를 기다리는 아이가 된다. 아마도 첫사랑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평생, 가슴 한편에 아리게 남는 것인지도 모른다. 내 문장 가장 깊은 곳에는 그날의 봄빛 하나 지워지지 않는다. -「분필 냄새 같은 기억」 부분

    강가에 피고 지는 수천 개의 꽃잎도 때가 되면 속절없이 흩어지리라. 살아 있는 동안은 바람 불어 쓸쓸하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헤어지는 일 또한 강물 같은 것. 강을 거슬러 오르는 모든 생명의 눈부신 모습도 때가 되면 사라지지만, 강물은 멈추지 않고 흐를 것이다. -「나룻배 여행」 부분

    사는 일은 크게 빛나는 것이 아니라 끝끝내 사람 냄새 잃지 않는 일이라는 것을. 언젠가 내 삶도 저녁노을처럼 사라지겠지만 내가 건네준 따뜻한 말 한마디와 누군가의 등을 쓸어주던 손길은 오래 사람들 가슴에 남아 작은 불빛처럼 살아 있을 것이다. -「생명의 혀」 부분

    사랑이란 살아 있으라고 아프지 않게 하라고 말없이 건네는 한 개의 핫팩. 다 녹지 않아도 끝까지 따뜻하면 그걸로 충분한 하루였다. 하지만 만남과 헤어짐은 서로를 향한 오해였음을 뒤늦게 알았다. -「시간의 저쪽」 부분

    가을은 여기저기 이별하느라 무척 바쁘다. 무더웠던 바람도 울타리 덩굴장미꽃도 앙상한 가지만 남는다. 낙엽처럼 가버린 사랑 또한 그렇다. 가정리 뒷산에서 알밤을 줍다 보니 주변 소나무들이 병들어 서 있다. 외래 병충에 시달리다 끝내 버티지 못하고 이별한 것이다. 오늘이 삶의 절정이라면 내일을 위해 다시 떠나는 것도 이별이다. -「가을」 부분

    그 순간 꽃은 더 이상 꽃이 아니라 사람을 담고 시간을 품은 사랑의 자리가 된다. 담 밑에 봉숭아꽃이 피면 어린 날의 웃음도 따라 피어난다. 손톱에 물들이던 붉은 기억이 가슴을 적신다. 나는 그 곁에서 말없이 물을 준다. 마른 흙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진다. 사람의 마음도 저 꽃과 같아서 혼자서는 오래 서 있기 어렵다는 것을 이제는 알 것 같다. 누군가 곁에 말없이 서 있어 주는 말뚝 하나가 있어야 버틸 수 있다는 것. 가슴 한켠이 조용히 흔들린다. -「말뚝과 꽃 이야기」 부분

    걷다가 문득 뒤돌아보면 후평동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 사이로 어렵게 마련했던 우리 아파트도 보인다. 바쁘게 살아온 시간들이 벽이 되고 지붕이 되어 한때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했던 집이다. 아이들은 각자의 삶을 찾아 떠나고 세월도 함께 흘러갔다. 이제 그 집에는 나 혼자 남아 있다. -「산길에서 보는 우리 집 」 부분

    잔잔한 물 위에 돌을 던지면 파문이 번지듯, 국화의 꽃잎들도 동그랗게 겹쳐지며 그리움의 무늬를 그립니다. 그 작은 원들이 모여 인생의 나이테가 되고, 마음이 됩니다. 바위를 끌어안은 강물처럼 국화의 생애는 짧지만, 피고 지는 찰나 속에서 얼마나 눈부신가요. 강가 모래밭에서 부화하여 날아오른 한 마리 새처럼 국화 꽃잎들 사라졌지만 짧은 생을 살다가 지는 당신을 맘껏 사랑하겠습니다. -「국화꽃 사랑」 부분

    추천사

    작가의 말

    오랫동안 누군가의 밤 곁에 앉아 있었습니다. 기다리는 어머니의 숨소리, 문밖을 바라보는 눈빛, 끝내 들리지 않던 발소리. 그저 그 곁에 함께 머물러 있었을 뿐입니다. 살다 보니 알게 되었습니다. 인생에는 설명되지 않는 날이 더 많고 사랑은 계산으로 남지 않는다는 것을.

     

    떠난 이를 향해 끝내 지워지지 않는 이름 하나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삶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특별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 곁에 있었고, 지금도 어디선가 살아가고 있을 평범한 사람들의 기다림과 그리움의 기록입니다.

    이 책이 누군가의 외로운 밤에 작은 위로와 따뜻한 불빛이 되기를 바랍니다.

     

    김기순

    저자 소개
    저자 : 김기순

    · 강원도 백양리 출생
    · 1990년~2018년 공무원 퇴직
    · 춘천문협, 강원여성문학, 강원펜클럽 회원
    · 시낭송가
    · 작품집 「아궁이 속에 지핀 사랑」 「한 줄기 햇살 굴려 여기까지 왔다」 「살다보니 아쉽더라」 「누군가의 손을 잡아준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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