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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의 실수(가히 시선 21)

    • 서형자 저
    • 가히
    • 2026년 08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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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품 규격 정보
    상품상세정보
    ISBN ISBN-13 : 9791158967970
    쪽수1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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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품구성단행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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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새로운 감각과 사유를 향한 정형의 도정(道程)

     

    2021년 《경남문학》, 2023년 《문학청춘》으로 등단한 서형자 시인의 두 번째 시집 『꽃의 실수』가 가히 시선 021로 출간되었다. 이 시집의 가벼움은 삶의 무게를 비껴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무게를 감당하는 또 하나의 방식으로 읽힌다. 이는 오늘의 현대시조가 전통의 깊이를 지키면서도 동시대의 감각을 어떻게 담아낼 것인가라는 과제와 맞닿아 있다. 제한된 형식 안에서 새로운 언어와 이미지를 탐색하고, 개별적인 일상의 경험을 보편적 울림으로 확장하려는 노력은 앞으로도 현대시조가 꾸준히 감당해야 할 과제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시집은 하나의 완결된 성취라기보다 새로운 가능성을 향해 나아가는 여정의 한 이정표에 가깝다. 그 과정은 이미 적지 않은 결실을 보여주었으며, 앞으로 서형자 시인의 시적 여정을 더욱 기대하게 한다.

    목차

    [목 차]

    1

    나의 시학•13/위선과 가식•14/비밀번호•15/몸으로 쓰는 시•16/가을의 서序•17/구름이 흐르는 하늘•18/갈등•20/가을밤이란•21/목수국의 향연•22/광대나물꽃•23/통영•24/십일월•26/바람의 시•27/‘을 세운 말•28/바람, 바람•30

     

    2

    책의 비밀•33/내면의 여름•34/해름•35/로맨스라 말하는•36/파도•37/파랑주의보•38/돈의 향기•40/응원가•41/연예인 아닌 현대인•42/쑥절편•43/나를 태워라•44/달력•46/네 안부가 궁금해•47/말 잘 듣는 종이•48

     

    3

    깃털•51/북 콘서트•52/일출의 조우•53/살아 있는 그리움•54/수형자•56/사라짐에 대하여•57/소코뚜레의 염원•58/찬찬히, 천천히•59/소유의 물•60/골똘히•62/먼지를 먹고 사는 창틀•63/아이가 쓴 낙서•64/자원순환이라는 명목의 기계•65/슬픈 이유•66

     

    4

    자기 앞의 생•69/완전한 여자•70/오월의 끈•71/일회성•72/멸치•74/사유의 벽•75/다시, 봄•76/호오포노포노 기도 177/호오포노포노 기도 278/체념의 강•80/유월 장미•81/그렇고 그런 이유•82/작약•83/꽃의 실수•84

     

    5

    봄•87/젊은 꽃•88/표절 그리고 퇴고•89/수피樹皮의 언어•90/시간의 주름•92/사내 연애•93/생강꽃•94/홀연히•95/그리움의 원형•96/지하에는 창이 없다•98/끝물•99/고구마꽃에 대한 명상•100/모란의 만개•101/그날 그 봄밤•102

     

    해설 이달균(시인)103





    [본 문]

    궁금한 물음표처럼 표지를 또 넘긴다

    입술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입김처럼

    꼭 다문 숫자의 행렬 너에게로 향한다

     

    속내가 털리기 싫은 일인칭 화자다

    언어나 문자 따위 폭포수로 쏟아지고

    휴대폰 인디고 번호 묵묵부답 전송 중

    ― 「비밀번호」 전문

     

     

    지문이 다 닳도록 달려가는 저 바람

    열이 나 드러누웠을 때 속은 비어가고

    달빛이 나지막한 말 타이르듯 전한다

     

    가지를 드러내다 한 계절 지우고 선

    외진 길가 남몰래 낮게 앉은 그루터기

    오늘도 스쳐야 하는 만남이 시작된다

     

    처음이 낯설었던 거리를 파고든다

    보드랍단 고운 말 배우기 시작할 무렵

    허공은 저 까마득한 낭떠러지 울부짖음

     

    튕겨서 음을 내는 기타 선율 음표처럼

    가냘프게 접은 날개 가벼이 착지한

    떨림은 지상에 내려앉은

    흰 눈 위 첫발자국

    ― 「바람의 시」 전문

     

     

    바람이 모르는 그 바람을 본 이후

    닳고 오래된 먼지 책 속에 숨은 채

    퇴색한 책장 넘기니 어디론가 사라진다

     

    모호한 주문을 도식처럼 외운다

    그냥 무조건 끝까지 살아남을 것

    잊을 때 깡그리 잊는다 해도

    온전한 하루 보낼 것

    ― 「책의 비밀」 전문

     

     

    라는 글자로 전시회 막을 연다

    희수 백수, 고수 단수, 비수 촉수, 국수 참수

    온수는 따스한 말이다

    온몸이 녹아든다

     

    수통을 흔드니 비수가 쏙 나온다

    또다시 비틀어 끄집어낸 묘수

    국수가 온기를 주니 부른 배 두드린다

     

    기회는 법칙처럼 세 번을 흔든다

    위아래 성격대로 성향대로 뒤섞는다

    고수가 춤추며 나올 때 숨죽여 엎드린다

     

    희수가 따라왔다가 백수로 내려앉고

    과로사로 쓰러진다는 속설이 무색하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때를 기다린다

     

    예민한 해삼의 촉수 같은 손놀림

    바닥을 헤집고 머금다가 뱉는다

    단수는 참수를 피해

    숨비소리 고른다

    ― 「파랑주의보」 전문

     

     

    경주시 천 년의 숲 거닐다가 주운

    이름은 있으나 이름을 모르는 새

    새털이 눈길을 끈다

    체온이 빠져나간

     

    털갈이 때가 되어 하나 흘린 것인지

    창공을 날기 위해 무게를 맞춘 건지

    아니면 스트레스 증후인지

    알 수 없는 가벼운 착지

     

    추억을 담기 위해 망설임 없이 줍는다

    기생충 바이러스 이런저런 이유로

    인공이 응대시키는 낭만을 버린다

     

    꼬리가 없어도 날 수 있는 뭇 새는

    위험한 공포처럼 수렁에 빠졌을 때

    기꺼이 털을 버리는 현명한 지혜자

    ― 「깃털」 전문

     

     

    터뜨릴 시간은 아직인데 성급했다

     

    눈짓으로 보내는 불거진 붉은 신호

     

    열었다

    나도 모르게 그만

    꽃잎 서너 장

    ― 「꽃의 실수」 전문

     

    추천사

    이 시집은, 삶이라는 한 권의 두툼한 책장을 넘기며 겪어내는 엄숙한 존재론적 여정이다. “신께서 내려주신 첫 문장”(「나의 시학」)처럼 아득하게 밀려드는 기억의 결을 따라가며, 시인은 일상의 미시적인 풍경들을 무심하게 지나치는 법이 없다. 창틀에 쌓이는 하루살이의 쓸쓸한 사체나 투명 페트병을 삼키는 기계의 가벼운 비명 속에서도, 삶의 날것 그대로의 맥박을 감각적인 언어의 그물로 예리하게 포착해 낸다. 비밀번호처럼 꼭 다문 숫자 행렬이나 바람이 스치고 간 그루터기의 자국처럼, 이 시들은 세상과 치열하게 대면하고 퇴고를 거듭하며 자아를 갱신하는 의식이기도 하다. 시간의 주름과 노화라는 피할 수 없는 소멸의 결마저도 거부하기보다 유연한 호흡으로 껴안으며, 지하의 어둠 속에서도 지상의 꽃을 피워 올리는 생명의 비밀을 증명한다. 마당에 핀 이끼처럼 끈질긴 생의 저력을 믿고, “헐렁한 틀니 사이”(「그리움의 원형」)로 삐져나오는 옅은 웃음과 함께 기꺼이 고맙다고 건네는, 깊고 푸른 사유의 시학이 여기에 있다.

    ― 이송희(시인)

    출판사 서평

    [시인의 말]

     

    웃는 꽃처럼

    나도 꽃이 되었다.

     

    봄비에 낙화

    그리고 맺은 열매

     

    복사의 얼굴빛으로 익어갈 때

    꿀벌이 날아왔다.

     

    잊을 수 없는 첫 통증이었다.

     

    20268

    서형자

     

    저자 소개
    저자 : 서형자

    경남 고성에서 태어나 2021년 《경남문학》, 2023년 《문학청춘》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방앗잎 같은 여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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