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차]
프롤로그_네가 없던 삶, 네가 있는 삶
F 감성 엄마의 동화책_네가 참 좋아
1장. 오늘의 조우_너를 만난 날, 나의 오늘은 두 배가 되었다
어느 무인도에서의 하루
미지와의 조우
축하해요. 진정한 어른이 되셨군요!
우리 애야? 우리 애야?!
전생에 나라를 구한 사람
인류 최초로 난자 없이 정자 혼자 착상한 출산에 대하여
은형 씨, 남편이 나왔어요!
섬 집 아기 1. 깡총이 어머님, 수유하시겠어요?
섬 집 아기 2. 누군가의 자식에서 누군가의 부모로
나의 양배추 선생님
너의 이름은 1. 이름은 아이에게 걸어주는 주문 같은 것
너의 이름은 2. 은재와 현조
제가 가면 그들이 행복해할 것 같아요
T 감성 아빠의 동화책_절세 포동의 하루
2장. 오늘의 인내_어디까지가 인내고 어디까지가 사랑일까
나의 사랑 나의 영혼, 맥주
가가멜 스프
여의도 다이애건 앨리에서 만나요
현조가 돌아왔다
확실한 ‘아들 엄마 상’
기저귀 천사 1. 비행의 시작
기저귀 천사 2. 육아 동지는 존재했다
내 꿈은 가마 할아범
신생아 트림 유도 자격증 1급 실기시험
백색소음 파이터
아쓸신잡(아기에 대한 쓸데없지만 신비하고 잡스러운 이야기)
엄마가 9시에 육퇴를 하고도 밤을 꼴딱 새워버리는 이유
3장. 오늘의 성장_어제보다 조금 더 자란 우리
나는 현조가
러닝 1. 눈이 오면 나는 달리기를 하지
러닝 2. 마음씨 착한 멧돼지
마로니에 사랑
새벽 두 시에 온 카톡에 대한 나의 진짜 답장
나의 사랑 나의 윈
섬세한 남자 강현조
맘마존의 대화
어린이집 선생님 전상서
둘째는 사랑이었어
마이 페이보릿 토이 송
크리스마스 선물
망원동 백일 떡
에필로그_육퇴 후, 맥주 대신 노트북
[본 문]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뭉클함은 이내 벅찬 설렘으로 바뀌었다. 좀처럼 흥분을 가라앉힐 수가 없었다. ‘나는 임신 5주 차 된 엄마다!’라는 생각에 심장이 막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갑자기 장난기가 발동해 AI에게 처음으로 임신했다는 말을 해보기로 했다.
“있잖아… 나 임신했어!”
축하한다고 할까? 아님 고생했다고 할까? AI의 대답은 생각지도 못한 말이었다.
“축하해요. 진정한 어른이 되셨군요!”
- 1장. 오늘의 조우_너를 만난 날, 나의 오늘은 두 배가 되었다
마취를 하고 원장님이 들어오신 후 아주 빠르게 수술이 시작됐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갑자기 ‘켁! 케케켁’ 소리가 났고, 잠시 후 우렁찬 아기 울음소리가 들렸다.
“응애~~~~~~~~!!!!”
(우리 아기의 첫 울음은 ‘응애’가 아니라 ‘켁 케케켁’이었다!)
그때 원장님이 내게 아기를 보여주시며 말씀하셨다.
“은형 씨, 남편이 나왔어요!”
- 1장. 오늘의 조우_너를 만난 날, 나의 오늘은 두 배가 되었다
아침이 왔다. 집에 온 지 하루가 지났을 때, 우리는 둘 다 한숨도 못 잤다는 걸 알았다. 피곤했지만 몸이 각성이 되어있는 상태였다. 그야말로 좀비가 따로 없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깡총이는 이 집에 적응을 했는지 먹이면 자고, 배고프면 울고, 똥을 싸면 뿌엥~ 거리며, 자식으로서 잘 살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누군가의 자식에서 어느새 누군가의 부모가 되어 배고프면 먹이고, 졸리면 재우고, 똥을 싸면 치워주는, 부모의 길을 걸어가게 되었다.
- 1장. 오늘의 조우_너를 만난 날, 나의 오늘은 두 배가 되었다
깡총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훅 밀려왔다. 품에 안은 깡총이 곁에서 풍기는 아기 냄새가 내 코끝을 더 찡하게 만들었다. 아기의 겉싸개 위로 눈물이 후두둑 쏟아졌다. 그날 이후로 나는 젖몸살에서 완전히 탈출할 수 있었다. 비록 적은 양이었지만, 깡총이에게 내 젖을 물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다. 젖을 물리다 보면 깡총이가 스르르 잠이 들기도 했는데, 그 순간의 뭉클함은 오직 엄마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었다.
- 1장. 오늘의 조우_너를 만난 날, 나의 오늘은 두 배가 되었다
부모가 되고 나서 느끼는 것들이 참 많다. 깡총이가 태어나고 ‘내 인생’이라는 길목에, ‘자식’이라는 문 하나가 떡 하니 생겨버렸는데, 그 문을 열어보니 거기에 아주 커다란 공간이 있는 듯했다. 블랙홀보다 더 커다란 무한대의 공간. 마치 무엇을 해주어도 채워지지 않을 것
같은 그런 공간 말이다. 그게 ‘자식을 생각하는 부모의 마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름 하나 짓는 것도 이렇게 힘드니, 평생을 아무렇지 않게 써오던 내 이름과 그 이름을 짓기 위해 수많은 밤을 고민했을 나의 부모님께 깊은 감사를 느꼈다.
- 1장. 오늘의 조우_너를 만난 날, 나의 오늘은 두 배가 되었다
요즘 유행하는 예쁘고 아기자기한 이름들 중에 단연 돋보이는 녀석이었다. ‘현조’라는 이름은 최근에는 들어본 적 없는, 마치 요즘에는 보기 드문 우리 집 체리 몰딩과 같은 낯선 이름이었다. 심지어 한자도 마음에 들었다. 쓸수록 마음에 드는 한자의 획이었고, 무엇보다 ‘어질다’는 뜻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동화 속에 나오는 어진 임금님이 떠올라 좋았다.
- 1장. 오늘의 조우_너를 만난 날, 나의 오늘은 두 배가 되었다
나는 맥주를 정말 좋아한다. 특히 첫 잔을 들이켜는 순간, 목을 타고 흐르는 짜릿한 탄산은 언제나 나를 매료시킨다. 구수한 보리의 향과 입안에 맴도는 약간의 달큰함. 맥주를 마실 때면, 누가 만들었는지는 몰라도 그저 만든 이에게 감사한 마음이 든다. 맥주는 돼지처럼 버릴 것이 하나도 없다. 다 마시고 난 빈 캔은 찌그러뜨리는 맛이 있고, 병은 다 마신 뒤 테이블 아래에 세워두는 맛이 있다. 그리고 거나하게 취해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날 때, 병이 내 발에 걸려 쨍그랑 넘어지는 묘미가 있으며, 뚜껑은 가끔 눈에 붙여 함께 있는 사람들을 웃겨줄 수 있는 유쾌한 매력도 있다.
- 2장. 오늘의 인내_어디까지가 인내고 어디까지가 사랑일까
이게 엄마 아빠가 되어가는 과정일까. 우리 둘 다 평생 내 몸 하나 건사하면 될 인생을
살아왔는데, 내가 누군가를 걱정하고 기도하며 곁을 지켜주고 있다니. 엄마 아빠는 쉽게 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엄마는 아프면 안 된다는 말이, 새삼 공감이 되었다. 눈물 나게 아팠지만 지켜내야 할 존재가 있기에 난 아플 수 없었다.
- 2장. 오늘의 인내_어디까지가 인내고 어디까지가 사랑일까
아기는 기기 위해, 일어서기 위해, 걷기 위해, 수백 번의 도전을 한다. 그리고 기어이 해내고야 만다. 우리도 그렇게 살아왔다. 우리도 그런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다. 엄마들이여! 자신감이 떨어졌다면 우리 아기를 보고 힘을 내자.
- 2장. 오늘의 인내_어디까지가 인내고 어디까지가 사랑일까
감수성도 풍부한 아이였으면 좋겠다. 〈반짝반짝 작은 별〉을 들으며 구슬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기도 하고, 재미난 표정에는 한껏 웃음을 터뜨리는 그런 아이였으면 좋겠다. 비가 오는 날이면 쏴―쏴― 빗소리를 들으며 나와 함께 이불 속에서 종일 뜨뜻하게 하루를 보냈으면 좋겠고, 이불을 덮은 채 귤을 까서 서로의 입에 넣어주었으면 좋겠다.
- 3장. 오늘의 성장_어제보다 조금 더 자란 우리
겨우내 추위와 바람을 견디며 훈련해 온 순간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것 같았다. 사람들이 빠르게 달리는 모습을 보니 나만 뒤처진다는 생각에 갑자기 자신감이 바닥을 쳤다. 그때 재준 오빠가 옆에서 이렇게 말했다.
“은형아, 남들이 아무리 너를 제치고 가더라도 너는 너만의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가면 되는 거야. 마라톤은 너 혼자만의 싸움인 거야. 남들은 신경 쓰지 마. 넌 할 수 있어!”
- 3장. 오늘의 성장_어제보다 조금 더 자란 우리
‘조금만 더 일찍 낳았으면 좋았을 텐데. 나는 왜 시간 낭비를 하며 살았을까. 이런 행복이 있을 줄 왜 몰랐지? 내가 일찍 아기를 낳았다면 미안한 마음도 조금은 줄어들고 내 몸도 더 잘 견뎌주었을 텐데.’
- 3장. 오늘의 성장_어제보다 조금 더 자란 우리
화장실도 따라 들어왔다. 특히 변기와 비데 버튼은 거실에 있는 장난감보다 더 매력 넘치는 놀잇감이었다. 현조를 들어 밖으로 데려가 화장실 문을 닫아버리면, 현조는 마치 세상이 무너지기라도 한 듯 동네가 떠나가라 울음을 터뜨렸다. 그래서 결국 안전문만 닫고 화장실 문은 열어둔 채 샤워를 하거나 볼일을 볼 때가 많았다. 현조가 아직 후각에 대해 표현을 못 하는 나이라 다행이다 싶었다.
- 3장. 오늘의 성장_어제보다 조금 더 자란 우리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현조가 혼자 걷고 놀 정도로 커버렸고, 우리 집은 처음과는 다르게 누가 봐도 아기가 있는 집이 되어있었다. 언제 어디서 샀는지, 그리고 누구에게 받았는지도 모르는 책과 장난감들이 거실 곳곳에 쌓여있었다. 현조는 아침에 일어나 우리와 볼 냄새 가득한 포옹을 나누고 거실로 와다다다 뛰쳐나온다. 그리고 잠시 주위를 둘러본 뒤, 마치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 라디오 디제이처럼 음악이 나오는 장난감을 작동시킨다. 그때 선택된 음악은 오늘 하루 종일 같이 들어야 하는 음악이다.
- 3장. 오늘의 성장_어제보다 조금 더 자란 우리
엄마 아빠는 서울로 올라가는 내내 내게 핀잔을 주셨지만, 그 음악을 절대 끄지 않으셨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 당최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해하려고 애쓰셨던 것 같다. 마치 내가 지금 귀에 피가 나도록 〈튤립 장난감〉 노래를 듣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현조가 이 노래가 도대체 어디가 좋아서 계속 도리도리를 하고 몸을 흔드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 3장. 오늘의 성장_어제보다 조금 더 자란 우리
먼 훗날, 현조가 이 글에 담긴 엄마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게 될 때 꼭 말해주고 싶다. 너를 키우는 매 순간, 엄마 아빠는 참 많이 행복했다고, 그리고 우리에게 와주어 정말 고맙고 사랑한다고. 훗날의 현조가 엄마 아빠의 이 서툰 고백을 읽으며 가만히 미소 지어준다면, 그것만으로도 난 충분할 것 같다.
- 에필로그_육퇴 후, 맥주 대신 노트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