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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흰 비둘기가 사는 곳 - 아씨시에서 보낸 3일

    • 수연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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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년 07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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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품 규격 정보
    상품상세정보
    ISBN ISBN-13 : 9791195697267
    쪽수1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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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품구성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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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이 책은 그림을 그리는 수연 작가의 이탈리아 여행기 중 아씨시 부분이다. 수연 작가가 2017년에 다녀온 여행이다. 일기 형식으로 썼다. 평소에 만나던 사람도 그 사람의 글을 보면 다르게 느껴지는 것이 있다. 수연의 글은 젊은 화가로서의, 여행자로서의 깊이와 떨림이 있다. 수연은 여행 경비가 생기자 이탈리아의 명화를 직접 보고싶다고 생각하여 떠난다. 로마, 피렌체, 아말피를 다니며 자연과 사람과 작품을 만난다. 여행 전 수연이 가장 기대했던 작품은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였다. 여행이 끝난 후 수연은 모란디의 자화상을 꼽는다.

     

    아씨시는 이탈리아 중부에 있는 마을이다. 하얀 비둘기가 사는, 깨끗한 느낌의 성지다. 청빈했던 사람이 기려지는 곳이다. 그곳의 미술은 성인의 일생을 닮았다. 수연이 본 그 미술,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 그들의 얼굴이 책에 담겨 있다.

    목차

    [목 차]

    07 서문

    11 9일 차

    41 10일 차

    99 11일 차

    107 에필로그


    [본 문]

    서문

     

    2017년 1월 10일부터 31일까지 22일간 이탈리아를 홀로 여행하며 일기를 썼다. 그중 아씨시라는 도시에서 쓴 3일간의 일기를 모아 이 책을 출간한다.

     

    화가 조토의 그림을 직접 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여행을 떠났고 많은 그림과 풍경을 보며 결국 가장 집중하게 된 것은 다름 아닌 스스로의 목소리였다. 발길이 닿는 곳, 눈길이 머무르는 곳에서 떠오른 단상을 일기장에 기록하면서 가장 내밀한 자신을 마주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 책엔 아씨시에 대한 단상뿐 아니라, 잊고 있던 나의 유년 시절과 그림을 그리는 일에 대한 고민, 여성의 삶, 이타심에 관한 질문, 여행자들과의 짧은 만남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어느덧 9년 전 여행이 되었지만, 이때 쓴 일기에 나의 내면이 충실히 반영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탈리아의 작은 도시를 여행하며 쓴 사사로운 이 글이 어쩌면 누군가의 마음에 가닿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으로 이 책을 펴낸다. (p7)

     

     

    1. 포지타노에서 소렌토로 향하는 시타버스 안에서

     

    나는 부산의 영도라는 섬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이곳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통통배가 다니는 작은 섬을 떠올리곤 한다. 고등학생이 되어서 부산의 중심부에 있는 고등학교에 다니게 되었는데 부산 친구들도 영도를 낯설어하며 배를 타고 학교에 오냐는 둥 나를 놀리기도 했다. 영도는 생각보다 큰 섬이다. 네 개의 다리가 있어 남포동과 국제시장으로 금방 이어지기 때문에 스스로 섬에 살고 있다는 자각을 잘하지 못했다.

     

    배가 떠가는 바다 풍경에 익숙했다. 아침에 등교할 땐 S자 코스 해안 도로를 달리는 버스를 탔다.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넘어지지 않으려 의자의 손잡이를 꼭 잡고 눈앞에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았던 기억이 난다. 풍경을 감상하기보다 해가 뜨고 지는 것을 바라보거나, 종류를 알 수 없는 크고 작은 배들이 만드는 물길을 무미건조한 눈으로 좇곤 했다.

     

    부산에서 바다는 늘 볼 수 있는 것이었다.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가고 나서야 그것이 특별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느 날 문득 바다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를 몰랐다. 검색해 보니 바다가 그리 가까이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고 방을 나설 생각을 그만두었다.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바다라는 공간이 내 안에서 큰 지형을 형성하고

    있었다는 것을 처음 안 순간이었다.

     

    명절에 부산에 가면 친척들을 보러 영도로 향한다. 한 번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던 영도의 색이 이제서야 눈에 들어왔다. 섬마을은 경쾌한 색이 어울린다고 생각했던 걸까? 알록달록한 핑크와 민트색 페인트가 오래된 벽 위에서 조용히 빛을 발하고 있었다. 내 기억보다 건물들은 더 많이 낡아 보였다. 우리가 무언가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되는 것은 그 속에 있을 때가 아니라 그것을 떠난 후일지도 모른다. 이번 여행을 끝내고 돌아가면 영도가 또 다르게 보일까. (p11~13)

     

     

    8시 반이 다 되어서야 수녀원에 도착했다. 모녀분이 묵는 숙소는 나와 다른 건물이어서 내일 아침에 다시 만나기를 기약하며 인사를 나누었다. 나는 수녀님의 안내를 받아 여러 명이 같이 묵는 도미토리로 이동했다. 다섯 명의 여행자들이 이미 자리를 배정받아 짐을 풀어놓은 상태였고 나를 반갑게 맞아주셨다. 한 분이 책상에 놓인 종이봉투를 보여주며 수녀님이 챙겨주신 저녁 식사라고 전해주셨다. 식전 빵, 과일, 수프와 닭 요리는 익히 들은 것처럼 정말 맛있었다. 델질리오 수녀원의 저녁 식사가 맛있기도 하지만 함께하는 분위기도 좋다고 해서 기대를 했던 터라 조금 아쉬웠지만 이렇게라도 밥을 먹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릇을 싹싹 비운 뒤 시원하게 샤워를 했다. 같은 방에 머무는 다섯 분은 따로 온 여행객이었고 전부 여성이었다. 성지순례를 온 분이 많을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모두 신앙과 관계없이 아씨시를 방문하셨다고 했다. 대부분 하루를 머물고 가는 모양이었다.

     

    이동하느라 하루를 모두 썼는데 그게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다만 몸이 조금 피곤했다. 내일 아씨시에서 보고 싶은 것들이 많아서 가볍게 짐을 정리하고 잠에 들었다. (p39)

     

     

    S씨는 연구실의 부지런한 교수님 밑에서 일하는 것이 꽤 힘들다고 토로했다. 하늘이 점점 노을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나는 이 순간의 대화가 그저 좋았는데 나와 아주 먼 거리에 있는 사람과 마주칠 수 있는 것이 여행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교류하게 되고 그것이 대체로 편하고 즐겁지만, 여행지에서는 나와 아주 다른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여행의 멋진 점이었다.

     

    여행이란 다른 울타리의 사람들과 스쳐 가는 것, 그것이 내 마음에 무언가를 남기는 것, 아마도 다시 마주칠 일이 없을 만남이 수없이 반복되는 것, 서로가 지나온 곳이나 앞으로 갈 곳에 대해 아무런 대가 없이 이야기해 주는 것, 나에게 필요가 없어졌지만 누군가에겐 필요할 무언가를 그냥 건네주는 것, 지난 여행지에서 받은 만큼 또 다른 사람에게 베풀게 되는 것이라는 생각들이 모여가고 있었다. (p91)

    저자 소개
    저자 : 수연

    종이, 실, 비눗방울, 막과 같이 얇고, 반투명하고, 가벼운 것들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림에 삶의 유한함과 아름다움, 순수한 즐거움을 함께 담아내려 합니다. 머니잡으로 약국에서 일하고 있으며 종종 일기를 씁니다.

    @suyeo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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