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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득공제

    꼭 무연고 처리해주세요-아버지가 남긴 마지막 말

    • 이유진 저
    • 나무옆의자
    • 2026년 07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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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품 규격 정보
    상품상세정보
    ISBN ISBN-13 : 9791124185193
    쪽수236쪽
    크기기타 규격
    제품구성단행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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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설/에세이/시 > 수필
    책 소개

    13회 브런치북 종합 부문 대상작

     

    “나는 아버지를 떠나보내며

    잃어버렸던 연고라는 말을 다시 붙들었다.”

     

    끊어진 것을 잇고 무너진 것을 일으키는 한 소방관의 내면 기록

     

    헤어진 지 스무 해 만에 아버지와 아들이 만났다. 아버지는 주검으로, 아들은 시신 인수자로. 스무 해 동안 거주지 불명으로 떠돌던 아버지가 처음으로 남긴 주소 한 줄이 아들에게 닿은 것이다. 아버지는 그 주소의 한 평 남짓한 방 안에 메모 한 장을 남겼다.

     

    “꼭, 무연고 처리해주세요.”

     

    아들은 빈소도 없이 하루 만에 아버지의 시신을 화장한 후 유골함을 들고 아내와 아이들이 기다리는 제주 집으로 돌아간다. 그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인수한다는 말이 단순히 시신에만 한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어느 날 아버지의 빚을 알리는 우편물이 도착하고, 아버지의 마지막 말과 얼굴은 어느 틈에 아들의 정신을 무너뜨린다. 고개를 들자 눈앞에 아이들과 임신한 아내와 어머니가 있다. ‘나는 저들에게 온전한 연고일까.’ ‘저들이 원하는 연고가 될 수 있을까.’ 아버지의 죽음으로부터 촉발된 연고에 대한 사유가 자신과 가족을 돌아보게 만들고 얼굴도 모르는 타인의 연고가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까지 나아가게 한다. 아버지는끊음을 남겼으나 아들이 선택한 것은붙듦이다. 그 붙듦이 아들에게는 연고이고 살아가는 이유이다.

     

    『꼭 무연고 처리해주세요』는를 붙드는 것들, ‘가 붙든 것들에 대한 이야기이자 그들 곁에서 살아가는 날들에 관한 기록이다. 제주에서 소방관으로 일하며 브런치스토리에봄해라는 이름으로 글을 써온 작가 이유진은 이 에세이로 제13회 브런치북 종합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가족과 살을 맞대고 살아가는 소소한 일상 속에서, 끊어진 것을 잇고 무너진 것을 일으키는 그의 내면 궤적이 애틋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준다.

    목차

    [목 차]

    서문

     

    1부 닿지 못한 연고

     

    1. 시신 인수

    빈 로또 종이 한 장

    혼자서도 짊어질 수 있는 무게

    이름을 부르는 쪽으로

     

    2. 어머니의 등

    지워지지 않는 냄새

    수도꼭지와 약

    등은 늘 거기 있었다

     

    3. 어느 날 도착한 우편물

    봉투 안의 칼

    꺼두지 못한 외등

    “피고, .”

     

    4. 소방관: 좁은 곳

    원통 안의 몸

    어둠을 움켜쥔 손

    호스를 따라

    “이름이 뭐예요?”

     

    5. 무연고는 누구였을까

     

    비릿한 연고

     

    2부 놓지 않는 연고

     

    1. 아내의 꿈

    젖을 문 채 잠든 입

    어디든 집을 짓는 날개

    끝내 따라오는 달

    “아가, 업히라.”

     

    2. 아내의 첫 숨

    사건이 된 몸

    울음이 닿지 않는 가슴

    문밖의 복도에서

    봄 춘春

    울음이 연 가슴

     

    3. 아내의 집

    달에는 지구의 중력이 없다

    이빨을 감추지 못한 밤

    “잘 왔어.”

     

    4. 마당이 우리를 길들였다

    발이 닿지 않던 집

    화면 속 낮은 집

    봄의 들,

    입을 벌린 채 뒤집힌 우산

    “아빠, 잘 갔다 와.”

     

    5. 잊지 않으려고

    온기를 찾아서

    끝까지 돌아온 사람

    “붉은 눈이, 동백꽃 같았는데.”

    오후의 빛이 걸린 자리

     

    작가의 말



    [본 문]

    아버지는 무연고로 죽었다.

    그날 어머니의 손이 나를 붙들었고 우리는 수원에서 멀어져 갔다. 아버지는 그 뒤로 사라졌다. 스무 해가 지나, 무연고 시신을 확인해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나는 바다를 건너 다시 수원에 서 있었다.

    _ p.12

     

    작은 냉장고 문에 빈 로또 종이 한 장이 붙어 있었다. 또렷한 글씨.

     

    아침엔 당뇨약. 저녁엔 혈압약.

     

    그리고 그 아래, 마지막 줄.

     

    , 무연고 처리해주세요.

    _ p.18

     

    종이 상자 안에 수백 장은 되어 보이는 낙첨 로또 용지들이 쌓여 있었다. 숫자에 쳐진 동그라미. 그 끝에 조그만 글씨로라고 적혀 있었다. 볼펜이 종이를 파고든 흔적. 왜 이토록 버리지 못했을까. 시신 앞에서는 무덤덤하던 얼굴이, 종이 더미 앞에서 일그러졌다.

    _ p.19

     

    어머니에게도 베개 밑 지네처럼 숨겨진 말이 하나 있었다. 그 말 앞에서는 몸이 먼저 움츠러들었다. 기초생활수급자. (…)

    그 제도는 보호막이면서 굴레였다. 어머니는 아픔을 증명해야 했다. 아프지 않으면 자격을 상실했다. 살아남으려면 아픔을 짊어지고 다녀야 했다. 나는 어머니가 그 단어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걸 봤다. 보면서도 나는 그 단어 앞에서 어머니를 떼어내지 못했다. 어머니의 아픔 위에 내 편안이 얹혀 있었다.

    _ p.45

     

    그날 이후 달라졌다. 좁은 곳에 들어서면 숨이 먼저 탁해졌다. 엘리베이터, 좁은 복도, 창문 없는 방. 금속 소리가 들리면 원통 속 벽이 코앞까지 밀려왔다. 아버지 얼굴을 본 뒤부터였다. MRI 기계 안에서 점처럼 박혔던 것이, 영안실에서 풀렸다. 가슴이 조여들고 목이 막히고 손끝이 저렸다. 몸이 그것을 꺼냈다.
    _ p.68~69 

     

    아내의 등에서 체온이 올라왔다. 땀과 젖 냄새가 섞인 온기. 그 너머에서 아이가 젖을 삼켰다. 꿀꺽, 작고 끈질긴 소리. 그 소리가 아내의 몸을 타고 내 가슴까지 건너왔다. 아이는 젖을 향해 제 삶을 당기고, 아내는 그 당김을 견디고, 나는 아내의 허리를 놓지 못했다.

    _ p.106

     

    네 남매를 돌보느라 아내는 자주 지쳤고 숨은 가빴다. 그런데도 아이가 가슴에 붙어 한 번 크게 삼킬 때마다 입술을 올렸다. 아이에게 고정된 시선. 늘 필요로 하던 엄마를, 이제 누군가에게 건네는 일. 아내에게 수유는 누군가의 연고가 되는 가장 선명한 방식이었다.

    _ p.115

     

    집은 44.96, 15평이었다. 서류에는 그 숫자만 적혀 있었다. 앞으로 태어날 두 아이까지, 우리는 여섯 식구가 그 숫자 안으로 들어가 살게 되었다. 그전의 집들은 계약 동안만 빌려 입는 옷 같았다. 날짜가 지나면 벗어 돌려줘야 하는 옷. 그런데 하루가 계절처럼 반복되기 시작할 무렵, 전세로 머물던 집이 우리 이름으로 넘어왔다. 비로소 벗지 않아도 되는 옷을 얻은 줄 알았다.

    _ p.185

     

    ‘우물 안 개구리라는 말이 있다. 대개 그 말은 좁은 세계밖에 모르는 쪽의 이름으로 쓰인다. 그런데 우리가 그 우물 안에 있었다면, 우리는 거기서 같은 하늘을 함께 올려다보았다. 우물은 세상을 막는 벽이기도 하지만, 서로의 얼굴을 가까이 비추는 물이기도 했다. 좁다는 것이, 꼭 적다는 뜻은 아닐지도 모른다.

    _ p.190-191

     

    마당이 아이들을 길렀다. 바깥의 판단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올려다본 하늘이. 대야 안에서 뛰어오르던 개구리와, 풀숲을 헤치던 아이들의 무릎과, 저녁마다 서로의 이름을 부르던 목소리가. 그 좁고 낮은 자리 안에서 우리는 아이들을 키운다고 믿었지만, 우리도 함께 길러지고 있었다. 서로의 무릎에서 흙을 털어주는 법을, 넘어진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법을, 끝내 서로의 이름을 부르는 법을. 마당은 우리의 연고가 되어 있었다.

    _ p.191

     

    정말 이게 맞는 걸까. 이 질문은 홈스쿨링을 시작한 이후 사라진 적이 없다. 확신에 찬 날과 흔들리는 날이 있다. 왜 학교에 보내지 않느냐는 질문 앞에서, 나는 늘 그럴듯한 대답을 내놓아야 한다는 긴장 속에 서 있다. 누구를 설득하려는 건지 구분이 안 될 때가 있었다. 세상인지, 아니면 나 자신인지. 접시 위의 달걀을 숟가락 끝으로 가르자, 노른자가 흘러나왔다. 왜 학교에 보내지 않느냐는 말 한마디도 그렇게 들어왔다. 아무렇지 않은 질문처럼 보였지만, 그 말은 숟가락처럼 내 마음을 갈랐다. 아직 굳지 못한 확신들이 그 안에서 흘러나왔다.

    _ p.194

     

    아버지는 연고 없이 죽었다. 나는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 연고가 되어보고 싶었다. 소나무 너머에서 바람이 불어왔다. 팔꿈치 안쪽을 다시 만졌다. 바늘 자국은 이미 사라졌다. 피는 전해지지 않았다. 닿으려던 사람에게 닿지 못했다. 한 자리. 그것만 맞았으면 내 안의 것이 누군가의 안에서 살았을 것이다.

    _ p.225-226

     

    출판사 서평



    너무 늦게 닿은 연고

    어머니의 손을 잡고 떠난 지 스무 해 만에 ‘나’는 다시 수원으로 돌아간다. 아버지로 추정되는 무연고 시신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어릴 적 마지막으로 보았던 때와 너무도 달라진 얼굴. 변하지 않은 건 입술의 모양뿐이다. 그 모양이 내 입술에도 있다. 그걸 깨닫는 순간 시신이 말한다. ‘내가 네 아버지다.’ 빈소도 없고 장례도 없다. 서류 위의 한 줄 주소를 따라 찾아간 곳은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머문 한 평 남짓한 방. 잘 정돈된 짐들과 그렇지 못한 과거의 흔적들. 이제는 어디서도 쓸 수 없는 내 이름으로 된 주택은행 통장과 ‘패’라고 적힌 낙첨 로또 용지들. 그리고 냉장고 문에 붙여놓은 빈 로또 종이 한 장. 거기에 쓰인 단정한 글씨체의 유언. “꼭, 무연고 처리해주세요.”

    방 안의 것들을 모조리 종량제봉투에 쓸어 담아 폐기물 수거업체에 넘긴 나는 장례식장으로 돌아와 아버지의 관을 운구차에 실어 화장터로 향한다. 세 사람이 겨우 들어 옮긴 관은 단 몇 시간 만에 혼자서도 충분히 들 수 있는 유골함이 되어 내 품에 안긴다. 나는 유골함을 안고 청주공항을 통해 제주로 향한다. 아이들과 아내와 어머니가 있는 곳. 연고 없는 대전에서 겨우 옮겨 앉은 곳. 아내가 간절히 원하던 마당 딸린 집이 있는 곳. 15평, 두 아이에 앞으로 태어날 두 아이까지, 여섯 식구가 살아갈 집이 있는 곳. 그리고…… 결코 내게 먼저 등을 보이는 법이 없는 어머니, 아버지의 주먹을 피해 맨발로 도망쳤다가도 다시 돌아와 나를 안아준 어머니, 아버지와 헤어진 후 홀로 짊어진 삶을 감당하기 위해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일을 해야 했던 어머니, 언제나 내 등 뒤에 버티고 서 있는 어머니, 그 어머니가 계신 곳. 제주에 도착한 나는 곧장 택시를 잡아타고 땅의 높이를 그대로 닮은 집으로 간다.

    그때는 알지 못했다. 애도는 짧았지만 아버지의 죽음이, 차가운 시신이, ‘무연고’의 유언이 긴 잔상으로 남아 나를 떠나지 않을 것임을. 아버지가 세상에서 모습을 감춘 동안 살에 살이 붙어 거대해진 아버지의 빚이 나를 찾아올 거라는 사실도.

    어느 날 도착한 우편물
    칼이 되어 돌아온 연고

    어느 날 내 앞으로 봉투 하나가 도착한다. 보낸 사람은 서울중앙지방법원. 봉투 안에는 아버지가 남긴 빚이 들어 있다. 상속인으로서 내가 그 빚을 떠안았고, 채권자가 강제집행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상속 포기를 신청할 수 있는 기한은 이미 지났다. 내가 원하는 것은 하나다. 아버지가 남긴 문장 끝에 내가 마침표를 찍는 일. 다른 이에게 또다시 칼이 되지 않도록. 잘 해결될 거라는 아내의 위로도 소용없다. 나는 고민 끝에 법률사무소를 찾는다. 변호사를 선임하면 큰돈이 든다는 걸 알지만 내게 날아온 칼을, 법의 언어를 아는 손에 맡기기로 결정한다. 문제는 그게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내가 모르는 사이 준비된 또 다른 칼이 내 목을 겨누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수원에 다녀온 이후 나는 좀 많이 달라졌다. 좁은 곳에 들어서면 숨이 먼저 탁해졌다. 엘리베이터, 좁은 복도, 창문 없는 방, 연기로 자욱한 화재 현장 등에서 가슴이 조여들고 목이 막히고 손끝이 저렸다. 벗으면 죽는다는 걸 알면서도 공기호흡기 면체를 벗어 던지고 싶어 하는 마음과 격렬하게 싸워야 했다. 아버지 얼굴을 본 뒤부터였다. 정확히는 시신을, 아버지의 유언을. 머릿속에 점처럼 박혀 있던 조짐들이 아버지를 만나러 간 수원의 안치실에서 탁, 풀렸다. 공황이 처음 왔을 때 내가 가장 먼저 한 생각은 ‘이상하다’였다. 나는 입을 닫고 문밖에서 혼자 버텼다.

    어느 날 밤, 아내에게 ‘좁은 곳’ 이야기를 꺼냈다. 목소리가 떨렸고,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그때 자다 깬 아이가 울면서 거실로 나왔다. 아내가 아이를 달래며, 아이에게 하듯 말했다.

    “괜찮아. 여긴 불 안 나. 아무도 안 다쳐. 내 손 잡고 있으면 안전해.”

    “아버지가 남긴 말은 끊음이었다. 나의 연고는 붙듦이었다.”
    우리의 연고가 되어준 마당

    연고 없는 대전에서 역시 연고 없는 제주로 가기로 한 결정은 어쩌면 연고를 만들고 싶어서였는지도 모른다. 발소리를 낼 때마다 가슴 졸여야 했던 대전의 임대아파트에서 마당 있는 제주의 집으로 옮겨 앉았다. 마당 가장자리에 현무암을 층층이 쌓아 담을 올린 집. 담을 따라 소나무가 서 있고 바람이 불면 잎들이 서로 몸을 섞는 집. 마침내 가진 진짜 내 집이었다.

    그 집에서 두 아이가 더 태어나 네 아이가 되고, 네 아이는 마당에서 여름이면 물놀이를 하고, 아빠가 출근할 때면 일렬로 쭉 늘어서서 잘 갔다 오라고 목청껏 소리치고, 개구리를 잡았다 놓치며 다 같이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고, 엄마 아빠를 따라 줄넘기를 하고, 빨래를 널고, 누군가 넘어지면 달려가 일으키고, 그리고 하늘을 올려다본다. 아이들은 학교에 다니지 않는다. 아내와 내가 선택한 것은 홈스쿨링이다. 배움은 집에서 이뤄진다. 굳이 방학을 기다릴 이유도 없다. 틈날 때마다 여섯 식구는 서귀포의 리조트로, 신흥리의 바닷가로, 서우봉 언덕으로 놀러 다닌다. 서귀포의 냇가에서 물고기를 잡고, 신흥리의 바닷가에서 그림을 그리고, 서우봉의 하얀 메밀꽃 사이를 꿈속인 듯 걷는다. 그러나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은 역시 마당이다. 굳이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멀리 가지 않아도 마당에 다 있다.

    아내와 내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는 것은 아이들이 제 몸의 속도로 자랄 수 있게끔 우물을 지켜주고 싶기 때문이다. 왜 학교에 보내지 않느냐고, 돌담 너머에서 날아드는 말들, 돌멩이처럼 날아와 가슴을 때리는 말들 앞에서 아내와 나는 늘 긴장하고 자주 흔들리지만 그때마다 아이들의 행복해하는 웃음을 보며 마음을 다잡는다. 그래서 우물 안 개구리로 계속 키울 거냐고? 우리가 우물 안에 있는 거라면, 우리는 거기서 같은 하늘을 함께 올려다보는 거다. 우물은 세상을 막는 벽이기도 하지만 서로의 얼굴을 가까이 비추는 물이기도 하다. 좁다는 것이 꼭 적다는 뜻은 아니다.

    마당은 아이들을 키우고, 엄마가 되는 게 꿈이라던 아내의 어릴 적 소망을 이뤄주고, 어머니가 어지럼증 약을 끊도록 도와준 곳이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이, 아이들과 아내와 어머니가 문밖에서 혼자 버티던 나를 다시 안으로 들어오게 만들었다. 아버지는 끊음을 선택했지만 내가 택한 것은 붙듦이다. 그것이 나의 연고이다. 놓치지 않는 것. 잊지 않는 것. 붙잡아 끌어오는 손이 아니라 돌아올 자리를 닫지 않는 문. 끝내 들어온 몸에게 왜 늦었냐고 묻지 않고 잘 왔다고 말해주는 목소리. 나는 그 목소리를 따라 살아간다.

    무연고라는 말에서 시작한 글이 결국 알려준 것은, 관계는 서류 위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관계는 몸에 남아 있었습니다. (…)
    늦게 알아본 마음들, 너무 가까워서 오래 보지 못했던 사람들, 끝내 남아 있던 관계들을 책 한 권에 담아두고 싶었습니다. 이 책은 그 자리를 더듬어온 기록이자, 제게는 늦게 마련된 ‘빈소’입니다. _‘작가의 말’에서

    저자 소개
    저자 : 이유진

    검은 섬, 제주에서 밤마다 갓 볶은 동화 한 줌을 꺼낸다. 그 한 줌에 푸르고 노란 불이 붙으면, 커지는 네 남매의 눈. 밥 먹자고 부르는 아내의 목소리를 따라 산다. 소방관으로 일하며, 브런치스토리에서 ‘봄해’라는 이름으로 글을 써왔다. 마당이라는 작은 우물 안에서, 그리고 계단참에 멈춰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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