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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란을 채색하다

    • 조한숙 저
    • 에세이문학출판부
    • 2026년 06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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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품 규격 정보
    상품상세정보
    ISBN ISBN-13 : 9791190629539
    쪽수280쪽
    크기A5(148mm X 210mm, 국판)
    제품구성단행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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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루마니아 출신, 《25시》의 저자, 콘스탄틴 게오르규를 좋아한다는 조한숙 작가는 그가 한 말이 가슴에 오래 남아 있다고 한다.

    “작가는 누구보다 먼저 세상의 아픔을 느껴야 하며 가장 나중까지 가슴 아파야 한다.” 

    지구 곳곳에서 전란으로 가슴 아픈 일들이 일어나고, 사는 것이 불안한 어지러운 세상. 작가는 글 쓰는 사람으로서 세상의 일들을 가슴 아파하며 어떻게 삶을 헤쳐 나가야 할까, 고민하면서 이번에 세 번째 작품집 《모란을 채색하다》를 펴낸다. 어느덧 글 쓴 지 36년, 두 번째 책을 내고 14년 만의 출간 소식이다.

    “문학은 작가의 철학으로 창작되는 정서적 예술이다. 작품은 글을 쓴 작가를 닮을수록 생기 있는 작품으로 승화된다. 사상을 바탕으로 하는 관념이나 감정, 인간의 정신을 핵(核)으로 한 영혼의 표출로써 각자의 색상들이 눈길을 끈다. 좋은 작품은 형이상학적으로 형상화되며 그 의미를 나타내려고 하는 순간, 산고를 통해 천신만고 끝에 산출된 작품이 예술적 품격을 지니게 된다.”

    에세이집 《모란을 채색하다》에 실린 51편의 작품은 일인다역을 하며 종가의 며느리,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 의사의 아내, 어머니와 할머니, 작가와 학생으로 치열하게 살아온 작가를 닮았다. 격조 있게 아름다운 감동적 언어는 독자들의 심성에 파고들어 뇌리를 깨운다.

    독자들은 이제 작가의 동양화 같은 작품집을 통해 현실과는 다른 삶과 세상을 보게 될 것이며, 작가가 추구한 무릉도원이 얼마나 값진 것인가를 터득하게 될 것이다.

    목차

    [목 차]

    책을 내며  4

     

    1. 야속한 봄날이여

    옮겨 다니는 나의 서재  14

    할머니 국숫집  19

    해금 켜는 날  24

    벤자민 고무나무  28

    달팽이에 대하여  31

    야속한 봄날이여  36

    그때 《맹자》를 읽었더라면  40

    교현동의 코스모스  46

    월든 호수가 생각날 때  50

     

    2. 차마고도의 마방 아저씨

    방랑자에서 순례자로  56

    꽃도 밉상이더라  62

    가을 속에 봄은 잉태되고  66

    모란을 채색하다  71

    차마고도의 마방 아저씨  76

    나물에 대한 추억  81

    꽃그늘 속에서 만난 바쇼  85

    우리 동네 꽃밭  90

    연암과 함께 떠난 열하 기행  95

    남한산성의 사계  100

     

    3. 별나라에서 온 어린 왕자

    옛집과 이별  106

    어머님의 도미탕  110

    민화의 독백  114

    맹자의 뜨락에서 놀던 때  119

    나무가 많은 집  124

    가벼운 소재  128

    별나라에서 온 어린 왕자  132

    마라도의 억새  137

    시대의 지성 이어령, 그러나 외로웠던 스승님  141

    ‘매원 선생님 문학비’ 제막식이 있던 날  150

     

    4. 수선화가 그리울 때

    겨울나무  158

    그 책을 사고 싶은 이유  161

    늪지 위에 집을 짓고  165

    가을날의 해금 소리  170

    수선화가 그리울 때  174

    마차 타고 호강하던 날  178

    참새 아파트  182

    동병상련  187

    평요 거리의 전각가  189

     

    5. 책을 읽어 좋은 점 네 가지

    아프리카 바닷바람이 키워낸 꽃  196

    책을 읽어 좋은 점 네 가지  201

    산사나무에 대하여  206

    제주 민요 오돌또기  211

    노을종을 보러 가던 날  216

    정이월 다 가고 삼월이라네  220

    닭이 있는 집  225

    검정 치마 흰 저고리  229

    감자붕생이가 맛있는 집  234

     

    6. 일본 근대문학의 대문호 나츠메 소세키

    구름처럼 떠돌던 하이쿠 시인, 바쇼  240

    일본 근대문학의 대문호 나츠메 소세키  251

    무지개 시인 워즈워스를 찾아서  262

    북방 미술의 보고, 운강석굴을 찾아서  274

     

    ■책 끝에

    글, 그림 _ 尙友之伴 신현일  281



    [본 문]

    본 떠 놓은 꽃 그림 가장자리에 흰색 호분을 펴 바르고 지분과 섞어놓은 홍매를 꽃의 중심에서부터 조금씩 바르면서 바림을 해 나가면 분홍색 모란꽃이 한 잎씩 피어오른다. 바람이 살랑일 때 느껴지던 모란꽃 잎의 숨결도 그리고 싶지만 나는 그렇게 섬세한 필치로 생동감 있는 숨결을 그려내지는 못한다. 그러나 조선시대에 민화를 그리던 이름 없는 어느 화공의 모란도를 사랑하던 소박한 열정을 생각하며 그리고 있다.

    그림에 몰두해 있는 그 시간, 나와 물감과 그림이 하나가 되는 물아일체의 경지에 이를 때, 나는 행복감을 느낀다. 그런 기쁨을 느끼는 것이 삶의 즐거움이 아니겠는가.

    - 〈 모란을 채색하다〉 중에서

     

    그날의 숙소 ‘차마객잔’까지는 2시간가량 더 가야 한다고 했다. 지금보다 좀 평탄한 내리막길이라 해도 이미 해발 2500미터가 넘는 길들이다.

    우리 일행 뒤로는 우리 몇몇의 짐을 나누어지고 노새 한 마리가 거센 숨을 몰아쉬며 마방 아저씨와 함께 따라왔다. 마방 일을 하다가 지금은 쉰다는 그 아저씨는 우리 일행들과 잠시 쉴 때마다 노새의 말발굽 사이에 낀 돌을 빼 주면서 가족처럼 데리고 걸었다. 노새의 짐 사이에는 아저씨가 꽂아놓은 오월의 산철쭉 꽃가지가 노새 걸을 때마다 말방울 소리와 함께 바람처럼 흔들렸다.

    - 〈 차마고도의 마방 아저씨〉 중에서

     

    나의 40대 초반, 글쓰기를 처음 시작할 때 책 읽고 글쓰기는 나에게 큰 기쁨이었다. 그때 나에게는 서재가 없었다. 식구들이 모두 직장으로 학교로 나간 텅 빈 집에서 식탁이 있는 부엌이 내 서재가 되었고 앉은뱅이 티 테이블이 있는 거실도 내 서재였다. 또 베란다 옆 화초와 고무나무 벤자민이 그늘을 만들어 주는 안락의자가 있는 곳, 그 곁에 간이용 책상과 노트북만 있으면 훌륭한 내 서재가 되었다. 내 수필 쓰기는 이렇게 여러 곳을 옮겨 다니면서 영글어갔다.

    그 시절의 어효선 선생님이 내 곁에 계셨더라면 또 꾸지람하셨을 것이다. 여류가 책상 앞에서 좌정하고 글을 써야지 서재도 없이 옮겨 다니는 게 그게 뭔가,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았을까. 이제는 선생님의 그런 꾸지람이 듣고 싶어진다.

    - 〈 옮겨 다니는 나의 서재〉 중에서

     

    선생님은 많은 독자에게 사랑과 존경을 받던 지성인이었다. 그러나 “나는 한 번도 내가 지성인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하셨다. 그중에서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문화부 장관 시절에 ‘노견’이란 일본식 용어를 ‘갓길’이라는 우리말 공공 용어로 바꾼 것이라고 하셨다.

    선생님은 늘 외롭다고 하셨다. 그러면서도 문단의 어느 진영에도 속하지 않았고 늘 ‘외로운 단독자’였다. 어떤 외부적 울타리에 갇히는 것을 마다하고 자발적 유폐 속에서 새로운 것을 창조하려고 했다. 인간은 원초적으로 외롭다고 하셨지만 외로운 단독자였기에 더욱 외롭지 않으셨을까?

    그러나 선생님은 우리 제자들에게 언제나 따뜻한 분이었다. 우리가 편하게 눌러앉을까 봐 염려하셨고, 첨단기기가 주부의 일을 대신해 주는데 창조적인 일을 찾으라고 격려하셨다.

    - 〈 시대의 지성 이어령, 그러나 외로웠던 스승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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