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차]
개정판을 펴내며
프롤로그 글쎄요, 역시 도쿄일까요
1. 즐거워지는 것을 사자 - 도쿄의 상점
귀여우니까 쓸모 있는 것들이 모여 있는 곳 [사브로]
이곳만으로도 오늘 일정은 대만족 [테가미샤]
싱크대 앞이 즐거운 사람이라면 [잡화식당 롯카]
느긋하게 만나는 얇은 문구 [하루카제샤]
2. 내가 고른 한잔 - 도쿄의 카페
노면전차를 타고 멜론 파르페 [아사히야파라]
재즈 마을의 단팥 토스트 [재즈와 킷사 하야시]
울고 싶은 시간에 울 수 있는 테이블 [쇼안분코]
체인점이어서 고마워요 [우에시마커피점]
강아지 손님을 기다리는 동네 커피점 [나카무라커피점]
어쩌면 도쿄에서 제일 좋아하는 킷사텐 [킷사 퍼블리크 파라 SAMPO]
3. 한 그릇씩의 틈 - 도쿄의 테이블
신주쿠역 지하 개찰구에서 핫도그를 [베르크]
내가 지워진 파스타 가게 [시티 컨트리 시티]
한 사람을 위한 계란 튀김 쇼 [텐스케]
직장가에서 건져 올린 여름의 맛 [페킨테이]
복도에서 맛보는 뜨거운 스파게티 [쟈포네]
혼자 일어나는 술집 [로지]
초록빛 일본풍 식사 [포 시즌]
4. 오늘 하루는 느리게 걷자 - 도쿄의 산책
긴 시간이 흐르는 작은 미술관 [치히로 미술관]
카페 뤼미에르의 하루 [히지리바시 그리고 카페 에리카]
지금 좋아하는 것을 그저 좋아할 뿐 [7th FLOOR]
만화책을 보는 백발 할머니가 되는 꿈 [쇼와 생활 박물관]
꼬불꼬불 강 산책 [젠푸쿠지강]
귀엽기에 그리운 100년의 유원지 [아라카와유원지]
5. 도시의 책장을 읽는 시간 - 도쿄의 책방
작은 동네의 근사한 헌책방 [코쇼콘코도]
삶에 힌트를 주는 책장 [팡야노홍야]
세 가지 시간이 있는 동네 서점 [책방 타이틀]
도쿄 책방에 책 입고하기 [서니 보이 북스]
도쿄에서의 첫 전시 다시, [서니 보이 북스]
에필로그 아직, 도쿄
[본 문]
여행지에서 만난 조그마하고 좋은 것, 아주 잠깐 마음에 드는 순간, 얇지만 마음이 가는 종이, 짤막하게 나눈 대화, 걸음걸음 달라지는 날씨들. 여행은 제게 작은 것을 진득하게 바라보는 눈을 갖게 했습니다. 그리고 그 눈으로 나를 다시 보게 하는 일이었어요. 도쿄에서는 나를 실컷 구경했고, 그렇게 도쿄 여행을 다녀온 후에는 혼자 있어도 말문이 열렸으니까요. 다시 나에게 도착하기 위해 나와 단둘이 떠나는 여정이었다는 걸 이제 깨달았습니다.
_ 「개정판을 펴내며」 중에서
사용감이 있어 보이는 작은 나무 서랍을 열면 따뜻한 질감의 종이들이 놓여 있고, 테이블 위에는 일본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면 분명히 그립다고 느낄 만한 옛 문구들이 전혀 어색하지 않게 자리 잡고 있다. 왜인지 나 또한 ‘이거 참 그립네’ 하며 묘하게 마음이 서걱거렸다. 돌이켜보니 초등학생 시절부터 지금까지, 가라앉은 마음을 풀어주는 곳은 학교 앞 문방구 혹은 좋아하는 문구점이었다.
_ 「귀여우니까 쓸모 있는 것들이 모여 있는 곳」 중에서
생크림과 아이스크림을 숟가락으로 떠먹다가 멜론을 잘라 함께 입에 넣는다. 이따금씩 포크를 이용해서 큰 멜론 덩어리를 입에 넣으며 찬 기운과 함께 당도를 느낀다. 아이스크림 밑에는 한 번 더 생크림이 존재하고, 유리잔 바닥이 보이기 직전에는 마지막 멜론 조각과 함께 옐로우 멜론 셔벗의 등장. 맨 밑이 왜 붉은가 했더니 옐로우 멜론 셔벗이었다. 한방 먹었다. 그 덕에 멜론 고유의 힘을 유지하며 마지막까지 행복하게 진행시킨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어도 첫 맛의 진함을 유지하기란 어려운데, 같지만 조금 다른 당도들이 순서에 맞게 입에 들어오니 감탄 또한 쉴 틈이 없다.
먹는 사람의 시간을 상상하며 만든 게 분명해.
‘내가 먹는다면 이렇게 먹어야 행복할 거야’라는 만든 사람의 마음이 느껴졌다.
_ 「노면전차를 타고 멜론 파르페」 중에서
지내는 곳에 우에시마커피점이 있다면 분명 좋을 것이다. 어떤 날엔 모처럼 일찍 일어나 출근을 앞둔 회사원들 사이에서 모닝세트를 먹거나, 조금 늦게 나온 날이면 출발하기 전에 우선 커피를 홀짝 마시거나.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괜히 들러 그날 하루를 정리하며 잠시 고여 있고 싶기도 하다. 그러고 보니 나의 원래 삶에서도 충분히 만들 수 있는 틈이 아닐까. 여행을 다니면서 생긴 나를 향한 시선이다. 이 여행 이후로 내 생활 속에서 음료 한 잔에 기대어 잠시 동안 오늘의 나를 덜 작동하는 시간을 종종 만들게 되었다.
_ 「체인점이어서 고마워요」 중에서
어느덧 시간이 흘러 도쿄에서 처음으로 혼자가 된 나는 내가 좋아하는 걸 찾는 여행을 하는 중이다.
바로 도쿄 속 「카페 뤼미에르」를 찾는 여행.
거창한 테마보다 그저 혼자이기에 가능한 방향으로 움직인다. 나리타 공항에 내리자마자 닛포리에 가서 카레와 아이스커피, 조금 걷다가 계란 샌드위치와 따뜻한 커피를 마셨다(혼자의 여행은 쉽게 끼니를 거르기도 하고, 두 끼를 한 번에 먹기도 한다). 그리고 네즈역에서 오차노미즈역으로 향하는 열차에 올랐다. 혼자의 도쿄 여행은 오차노미즈에서부터 곧장 「카페 뤼미에르」의 하루로 시작된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서울에 있던 나였는데 말이다.
역에서 얼마 벗어나지 않아 다리 위에 도착했다. 그렇게 서 있게 된 히지리바시 위의 저녁 시간. 감동을 받을 준비도 미처 하지 못했다. 영화 속 시선이 일상적인 장소에서 가능할 줄이야. 어딘지 모를 건물 위의 풍경도 아니고, 누구든 쉽게 지날 수 있는 다리 위의 풍경이라는 점이 고마웠다.
“좋아하는 것이 있기에 스스로 감동받는 삶.”
조용히 서서 중얼거렸다.
_ 「카페 뤼미에르의 하루」 중에서
처음 책방 타이틀의 홈페이지에 접속했을 때, 부드러운 인상을 받았다. 큰 목소리로 내세우는 것 없이 말하고 싶은 게 분명한 느낌. 좋아하는 가게들은 저마다 풍기는 분위기가 다르다. 어쩌면 태어날 때부터 이런 가게를 하고 싶었으려나 싶은 점주 그 자체인 가게가 있는가 하면, 시간을 들여 경험한 것들 안에서 자신의 이야기가 담긴 것들만을 모아 꾸린 듯한 가게가 있다. 책방 타이틀은 후자였다. 크고 작은 부분 할 것 없이 섬세하게 꾸려져 있고, 침착한 준비에서 만들어진 책방.
외국인이 접속하더라도 친절함이 느껴지는 정갈한 홈페이지 디자인에 딱 맞아떨어지는 로고와 색감, 카페의 메뉴 사진과 세세한 설명, 2층에서 열리는 전시 소개 글과 책방 곳곳의 사진들. 그리고 책방 타이틀이기에 존재하는 책들.
어떻게 살아온 사람이 만든 책방인지는 모르지만 어쩌면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삶에 이로울 것만 같은 기대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_ 「세 가지 시간이 있는 동네 서점」 중에서
쓰지 않았다면 몰랐겠지요. 좋아하는 것과, 좋았던 순간들에게서 힌트를 얻어 살아가고 있었다는 것을.
_ 「에필로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