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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라죽은 앵두나무 아래 잠자는 저 여자(문학과지성 시인선 R21)

    • 김언희 저
    • 문학과지성사
    • 2026년 06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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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품 규격 정보
    상품상세정보
    ISBN ISBN-13 : 9788932045597
    쪽수132쪽
    크기기타 규격
    제품구성단행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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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내 인생은 피를 보고서야 멈추는 농담”

    2000년, 한국 문단을 격렬히 뒤흔든 한 권의 시집
    태풍목에서 오롯이 시작(詩作)해온 ‘단독자’ 김언희

    김언희의 두번째 시집 『말라죽은 앵두나무 아래 잠자는 저 여자』가 문학과지성 시인선 R 21번으로 복간되었다. 2000년대 한국 문단을 격렬히 뒤흔들며 이른바 ‘김언희 논쟁’을 촉발한 이 시집은 인간 존재의 근원을 날카롭고 집요하게 응시한 김언희 시 세계의 정수를 담고 있다. 김언희는 똥, 피, 살, 음부와 같은 ‘저급base 존재’의 파격적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운 시로 여성성과 인간성을 둘러싼 통념을 전복하는 한편 몸과 욕망, 소수자에 대한 새로운 사유의 가능성을 열어 보이며 한국 현대 시사에 깊은 구멍을 남겼다. 2026년 다시 독자를 만나는 이 시집은 사반세기라는 시간을 넘어 오늘의 우리에게도 여전히 낯설고 강렬한 질문을 던질 것이다.

    목차

    [목 차]

    ■ 차례

    시인의 말

     

    1

    그 섬에 가고 싶다 | 햄버거가 있는 풍경 | 그라베 | 0시의 부에노스아이레스 | 말라죽은 앵두나무 아래 잠자는 저 여자 | 누가 내 시에 마요네즈를 발랐지? | 밀롱가 1 | 그것 47 | 벗겨내주소서 | 설마 이런 것이 | 선데이서울 | 랄랄랄 1 | 랄랄랄 2 | 황혼이 질 때면 | 쥬시후레쉬 | 990412 | 홍도야 | 저수지 | 버섯국을 끓이다 | 똥의 방점 | 팔보채 | 서역(西域) | 역겨운, 역겨운, 역겨운 노래 | 이 저녁

     

    2

    이 책 | 그것을 누르면 | ARS | 밀롱가 2 | FA | 여섯 시 | 달걀 속에서 주르륵 | 한 잎의 구멍 | 아침마다 그것은 | 그것은 이제 | 미얀마 | 오지게, 오지게 | 식탁 위로 더러운 | 이따만 한 | 연기 | 문상 | 봄은 똥밭이네 | 어어떤 귀 | 거미 | 털 난 구름 | 벌레 먹은 장미 | 피치카토 | 시

     

    3

    가족극장, TE | 가족극장, 구렁이 | 가족극장, 과부가 된 아버지 | 가족극장, 껌 | 가족극장, 반죽 | 가족극장, 중절되지 않는 | 가족극장, 이리 와요 아버지 | 가족극장, 목단 | 가족극장, 고등어 대가리 | 가족극장, 냄비 속에 인형이 | 가족극장, 소작(燒灼)된 | 가족극장, 살진 어머니 | 가족극장, 문고리 | 가족극장, 언젠가 | 가족극장, 나에게 벌레를 먹이는 | 가족극장, 코 없는 콧구멍으로 | 가족극장, 왜파의 나라 | 가족극장, 그러엄, 이내 | 가족극장, 쥐덫 속에 | 족극장, 클레멘타인 | 가족극장, 삭망(朔望)

     

    해설

    ‘가짜’ 시체의 긍지 · 이연숙

     

    기획의 말

    [본 문]

    껌으로 씹어 만든 벤치에 앉아
    껌으로 씹어 만든 자지와 보지를 교미 붙이면서 기다려온
    40년 동안 줄을
    서온, 설마

    설마 이런 것이
    올 줄이야
    ―「설마 이런 것이」 부분


    나는야 고양이를
    겁탈하는
    쥐

    랄랄랄

    내 인생은
    피를 보고서야 멈추는 농담

    쥐는 고양이에게
    사정(射精)한다네

    사정한다네
    ―「랄랄랄 2」 전문


    마모되면서/중독되면서/변태가되어가면서/
    절삭되면서/파쇄되면서/아무것도아닌것이되어가면서/

    끝난줄알면서도/어서/끝이/

    나기만을/기다리면서/
    ―「990412」 부분


    몸 밖으로 나오면 똥이 되는
    시, 똥이 되는
    사랑

    털 빠진 담요 위에서, 오지게
    똥이 똥을 먹는다

    똥의 입속의 똥, 똥의 염통 속의 똥을

    봐라, 나는 사랑에 미쳐 날뛰는 오물의 분수
    ―「오지게, 오지게」 부분


    나라고
    퍽, 퍽,
    깨어져버리고 싶지 않은 줄 알아?

    검은 줄무늬가 몇 겹으로 동이고 있어도 나는
    알아 내가 날 때부터 금 간
    수박이란 걸
    ―「피치카토」 부분


    자궁의 목구멍에 아버지가 걸려 있다
    하수구에 걸린 슬리퍼처럼
    ―「가족극장, 삭망(朔望)」 전문

    추천사

    시인의 말

    임산부나 노약자는 읽을 수 없습니다. 심장이 약한 사람, 과민체질,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도 읽을 수 없습니다. 이 시는 구토, 오한, 발열, 흥분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드물게 경련과 발작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시는 똥 핥는 개처럼 당신을

    싹 핥아 치워버릴 수도 있습니다.

    2000년 봄
    김언희

    출판사 서평

    부패하는 삶에 울려 퍼지는 진혼곡
    빛나는 ‘가짜’ 시체의 긍지

    여섯 시가 되었나
    아직 아니다

    똥이 목젖까지 차오른다
    ―「여섯 시」 부분

    한평생 죽음이라는 명백한 결말을 두려워하지만 살아 있는 한 그 목적지에 “아직” 도달할 수 없는 것이 인간 존재의 아이러니이자 비운이다. 김언희의 시는 “설마 이런 것이”(「설마 이런 것이」) 오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한 “모독의/환멸의/팔보채”(「팔보채」) 같은 삶, “똥이 목젖까지 차오”(「여섯 시」)르듯 끝없이 밀려드는 모욕만을 견디는 삶의 근원적 고통을 포착한다. 그에게 인생은 “더러움 위에 찍힌…… 똥의 방점”(「똥의 방점」)이며 그 주인공인 인간은 “랩으로 말아놓은 살코기 덩어리”(「이 저녁」)이자 “똥 만드는 기계”(「990412」)에 불과할 따름이다. 물컹거리는 살과 똥, 흘러넘치는 시취(屍臭)와 시즙(屍汁). 시인이 집요하게 응시하는 생의 진실은 온통 그런 곯아터진 ‘저급 물질’에 놓여 있으며 그의 눈에 우린 모두 ‘가짜’ 시체나 다름없다. 썩어가는 몸으로 영겁회귀의 운명에 처한 인간 삶의 불행은 “추잡한추잡한추잡한”(「밀롱가 1」), “역겨운 역겨운 역겨운”(「역겨운, 역겨운, 역겨운 노래」), “지긋지긋해지긋/지긋하옵니다”(「벗겨내주소서」)처럼 맺어짐 없이 반복되는 시어들의 합창으로 대변되며 시집 전반에 걸쳐 슬픈 돌림곡으로 울려 퍼진다.

    개 같은
    똥 같은
    갈보 같은 구멍
    천역에 찌든 구멍, 피로로
    썩어가는 구멍, 이미
    끝장이 난 구멍
    끝장이 난 다음에도 중얼거리는
    크르륵거리는 구멍, 풍선껌을
    씹는, 말랑말랑한 이빨로
    내 머리를 씹는, 옴쭉
    옴쭉 나를
    삼키는
    구멍
    ―「황혼이 질 때면」 부분

    진저리 나는 세계를 향해 김언희는 해체와 전복의 언어로 “끝장이 난 다음에도 중얼거리는” 여성성의 파괴력을 선보인다. 시집에 수없이 등장하는 ‘구멍’은 단순히 남성 욕망을 수용하는 수동적 기관이 아니라 “꾸역꾸역 처먹어 들어가는” “식탐”(「ARS」)을 지닌 채 ‘나를 빤히 바라보는’ 포식자이다. “가랑이를 쩍 벌리고” “잠든 그것의 얼굴을 걸타고 있”(「선데이서울」)는 군림자이자 “대가리까지/푸욱 푹”(「쥬시후레쉬」) 빠뜨린 뒤 “말랑말랑한 이빨로” “머리를 씹”어 삼켜 분쇄해버리는 블랙홀이다. 무언가를 갈라 만든 듯한 모양새로 피 흘리며 “헐, 헐, 헐”(「황혼이 질 때면」) 웃는 김언희의 구멍은 그렇게 여성 그리고 여성-몸이 지닌 역능의 메타포가 된다. 그 쩍 벌어진 자리에서 우리는 긍정을 넘어선 ‘긍지’를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절대적 고립이 벼려낸 단독자의 언어
    지금 다시 읽어야 할 김언희의 가장 불온한 목소리

    자궁으로 가는 길은 불태워졌다

    소작된 길
    위에서
    타고 남은 내 몸은

    내가 낳은 난자를 먹어치운다
    ―「가족극장, 소작(燒灼)된」 부분

    이렇듯 ‘저급 존재’를 시의 전면에 내세우며 우리 시대의 대표 전위 시인으로 자리매김한 김언희에게 ‘시’란 더럽고 처절한 생을 견디게 하는 유일한 실천에 가깝다. 시 쓰기를 향한 맹렬한 결의와 집착적 완벽주의는 ‘뱉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 그의 삶을 증언한다. 그렇게 35년의 시력(詩歷) 동안 김언희는 숱한 파란 속에서도 오롯이 시작(詩作)해온, ‘어디에 떨어져도 나는 나’라는 마음가짐의 단독자였다. 특히 『말라죽은 앵두나무 아래 잠자는 저 여자』의 「가족극장」 연작에는 어머니로부터의 ‘동일시적 유대’와 아버지로부터의 ‘상징적 유산’을 모두 거부하는 단독자의 형상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상속과 연대를 등지는 김언희의 시는 아이러니하게도 “소수자적 부정성을 자원 삼는 젊은 여성-퀴어 예술가의 ‘부적절한’ 동일시를 가능하게 했다”. “김언희가 생산하는 시적 언어의 육체―남자도 여자도 인간도 심지어는 ‘시체’도 제대로 ‘못’ 되는 극단의 ‘미만’과 ‘가짜’의 육체가 여태 그런 식으로만 살아왔고 살아졌던 소수자적 삶을 외려 긍정하기 때문이다.” 거목의 운명이 그러할 수밖에 없듯, 의도했든 아니든 “그는 우리 모두에게 누울 자리로 ‘오지게’ 아늑하고 뜨끈대는 ‘똥 무더기’를 제공한다”(시각문화평론가 이연숙).

    ‘부패하는 몸’을 지닌 채 살아가는 한, 김언희의 시는 시대를 불문하고 끊임없이 우리에게 되돌아올 것이다. 그렇다면 ‘여성 시인’이 더는 예외적 존재가 아니며 ‘페미니즘’이 더는 낯선 개념이 아닌 오늘날, 이 시집은 어떻게 제 광기를 형형히 발하게 되는가? 새천년에 벌어졌던 케케묵은 논쟁으로부터 그의 시집을 끄집어내 “흠씬 피를 빨아 먹은 페이지”(「이 책」)를 새로이 펼쳐보자. 2026년에 다시 찾아온 『말라죽은 앵두나무 아래 잠자는 저 여자』는 아주 오래전부터 김언희의 시가 그래왔듯이 “독자를 선택할 것이다. ......배반하려고”(‘시인의 말’, 『트렁크』, 세계사, 1999). 사반세기 전 시인은 잔뜩 갈고 벼린 언어로 상징계에 검고 깊은 구멍을 냈다. 그 안에서 어떤 실재계를 마주할지 그리고 어떻게 ‘배반당할지’는 여전히 당신, 독자의 몫이다.

    저자 소개
    저자 : 김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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