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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연과 인연

    • 김근당 저
    • 도화
    • 2026년 05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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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품 규격 정보
    상품상세정보
    ISBN ISBN-13 : 9791124052242
    쪽수19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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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품구성단행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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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오랫동안 시와 소설을 넘나들며 인간 삶의 내면과 관계의 본질을 탐구해 온 김근당 작가의 신작 소설집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에 형성되는 인연의 의미를 깊이 있게 그려내고 있다. 김근당 작가는 세월 따라 생겨나는 이야기들, 사람 따라 생겨나는 세상의 수많은 이야기들을 문학의 재료로 삼아왔다. 삶은 때로 계획할 수 없는 우연으로 시작되지만, 그 우연이 쌓이고 이어지면서 결국 인연이 된다는 사실을 그는 작품 속에서 섬세하게 포착해낸다.

    소설집 『우연과 인연』에 수록된 작품들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마주치는 일상적인 사건들을 출발점으로 삼는다. 하지만 「걸려온 전화」 「꿈꾸는 산장」 「목련꽃」 「사람들」 「사촌형」 「그 놈」 「우연과 인연」화자들의 삶은 단순한 일상의 출발점에 머무르지 않는다. 우연히 스쳐 지나간 만남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고 오래전 맺어진 인연이 예기치 않은 방식으로 현재를 흔드는 과정을 치밀하게 그려낸다. 꿈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서사는 독자들로 하여금 자신이 살아온 시간 속 인연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목차

    [목 차] 

    작가의 말

    걸려온 전화
    꿈꾸는 산장
    목련꽃
    사람들
    사촌형
    그 놈
    우연과 인연

    [본 문]

    나는 핸드폰을 가지고 방으로 간다. 신호가 울리면 즉시 받을 생각이다. 내가 늦게 받아서 먼데 있는 사람이 전화를 끊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나는 핸드폰을 옆에 두고 다시 소설을 쓴다. ‘당신은 눈의 나라 소녀인가요?’ 공수가 생각난 듯 물었다. ‘네 맞아요. 당신도 그 때 그 사람?’ 하윤도 묻는다. ‘네 맞아요. 제가 그 사람입니다.’ 둘은 기쁨에 손을 맞잡았다. 몸과 마음이 통하는 전율이 오갔다. ‘우리 이제 눈의 나라로 가요. 그곳이 우리의 고향이니 고향에 가서 우리 마음과 같이 살아요.’ 하윤이 공수에게 속삭인다. ‘우리의 고향이라고?’ 공수는 생각한다. 참으로 멋진 눈의 나라였다. ‘그래요. 잃어버렸던 인간의 마음을 찾아요. 자연과 더불어 순리적으로 사는 마음 말예요.’ 하윤이 다시 말한다. 공수는 그제야 알 것 같다. 도시에서 살면서 거짓과 속임수에 찌든 마음이었다. 살기 위해 경쟁해야 되고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겨야 했다. 정직한 척, 너그러운 척, 착한 척하고 대하면서도 속으로는 상대를 이용해먹을 꼼수를 생각해야 했다. 그래야 살 수 있는 세상이었다. 그런데 하윤의 고향에 간다면…? 그러나 공수는 마음이 흔들렸다. 어떻게 복잡한 세상에서 단련된 마음을 지우고 한가롭고 편안하게 살 수 있을까? 도시에 세련된 마음이다. 하얀 성? 아니면 산속의 감옥? 공수는 마음이 흔들렸다.
    나는 생각의 갈피를 잡을 수 없다. 어떻게 써야할까? 인간 내면의 세계, 그것이 무엇인가? 순수하기만 할까? 나는 생각을 다듬는다. 인간에게는 본래의 태생이 있다. 그 태생을 잃어버린다면 불행해질 것이다. 그 과정을 쓸까? 공수가 본성에 맞지 않는 눈의 나라에 가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그러나 나는 눈의 나라에 대해 아는 것이 없고 가보지도 않았다. 그런데 왜 소설을 이런 식으로 끌고 왔는지 모를 일이다. (「걸려온 전화」)


    나는 그녀가 왜 마음이 변했는지 몰랐다. 발랄하고 아름다운 모습, 사근사근 말하는 상냥한 마음. 나는 그것이 그녀의 진심인 줄 알았다. 그런데 본심은 딴 데 있었던 것 같았다. 나는 철학시간에 들었던 강의를 떠올렸다. 인간이 인식할 수 있는 것은 현상뿐이며 현상의 배후에 있는 본질(본체)은 인식할 수 없다고 했다. 현상과 본질은 상대적인 개념으로 현상은 본질의 외면적인 표현이므로 현상을 무시한 본질은 있을 수 없다고도 했다. D.흄의 경험론적 현상주의였다. 현상에 대한 편견 없는 통찰로 본질구조의 해명을 시도했다. 사물은 어떤 조건 하에서 보느냐에 따라 이렇게도 보이고 저렇게도 보인다고 했다. 나는 곰곰이 생각했다. 인간이 인식할 수 있는 것은 현상뿐이며 본질은 인식할 수 없다고? 아니다. 본질은 있으니까 어떻게 하든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유진을 떠올렸다. 그제야 생각이 잡혔다. 그녀의 미모 때문에, 그녀의 상냥한 말씨 때문에 본심을 알아낼 수 없었다. 그녀의 그런 현상을 좀 더 찬찬히 알아보았다면, 그러면 그녀의 본질(본심)을 알아낼 수 있었을 것이고 그런 끔찍한 일도 저지르지 않았을 것이다.
    눈송이들이 하얗게 떨어지기 시작한다. 흐린 하늘에 큰 눈송이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본격적으로 눈이 올 것만 같다. 나는 집 안으로 들어간다. 거실의 페치카의 불이 시들어가고 있다. 나는 서둘러 장작을 넣고 부채로 바람을 불어 넣는다. 불꽃이 피어나며 장작을 빨갛게 달구기 시작한다.
    유리벽 밖은 하얀 눈의 세상이다. 거실 한쪽(계곡과 능선이 보이는 쪽)은 통유리로 벽을 만들어 놓아 마치 산 속에 앉아 있는 것 같다. 깊은 계곡에서도 계곡 건너 능선에서도 커다란 눈송이들이 춤을 추고 있다. 마치 하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축제를 벌이고 있는 것 같다. 나는 그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 순수한 사랑을 하고 싶었다. 에로틱(육체적인)사랑이 아닌 플라토닉(정신적)사랑을 추구했다. 더 나가 영혼의 사랑까지도. 그래서 유진이하고도 육체적 사랑은 물론 키스도 한번 하지 않았다. 영혼은 인간의 감성과 의도하는 것을 지배하고, 때로는 초자연적인 힘을 줄 수도 있으니까. 나는 그렇게 믿었다. 유진이도 잘 따라왔다. 섹스는 결혼하고 해도 늦지 않다고. 그런 유진의 마음이 딴 데 가있을 줄은 몰랐다.
    나는 유진이 왜 바로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는지 모른다. 아마도 그 즉시 경찰에 전화를 했다면 서울을 빠져나오기 전에 붙잡혔을 것이다. 그런데 따라오는 경찰차가 없었다. 나에 대한 일말의 양심 때문에? 아니면 사랑하는 마음이 조금은 있었던 것일까? 인간의 본심은 정말로 알 수 없다. (「꿈꾸는 산장」)


    햇빛이 옹색하게 들어오는 나무들 사이에서도 진달래는 붉은 꽃을 피우고 오리나무들은 연초록의 잎을 틔우고 있다. 노란 꽃을 피우고 있는 산수유도 저만치 서있다. 사월 중순이고 모든 생명들이 깨어나 기지개를 켜고 있는 참이다. 나도 희망을 찾아 마법의 하얀 달을 찾아가야 한다. 마법의 달 같은 하얀 실체가 나를 부르고 있다. 희망은 간절한 마음에서 솟아난다. 그리고 새로운 힘을 준다. 나는 그런 생각에 낙엽에 미끄러지고 가로막는 장애물에 걸려 넘어지며 앞으로 나간다. 이끼와 바윗돌도 많다. 키 작은 나무들의 가지는 아무렇게나 뻗어 있고 이리저리 뻗어 있는 가시넝쿨이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진다. 울퉁불퉁 튀어나온 돌들도 길을 막는다. 그러나 나는 나뭇가지를 헤치고 가시넝쿨을 뜯어내며 앞으로 나간다. 마법의 달 같은 하얀 실체, 그곳에 가면 새로운 희망을 찾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내 가슴 속에서 여전히 꿈틀대고 있는 희망이다.
    한 소녀 때문에 열병을 앓고 난 후에도 그랬다. 나는 꿈틀대는 희망을 가슴에 안고 학교에 갔다. 몸이 아파 삼 개월 동안 집에서 쉬고 여름방학까지 끝내고 난 후였다. 나는 언제 신열이 났느냐는 듯이 몸이 거뜬했다. 장염도 거뜬히 나았고 입맛도 돌아왔다. 낮에는 논밭에 나가 일하고 밤에 공부했다. 몸도 햇볕에 갈색으로 그을렸다. 나는 그렇게 꿈에서 깨어나듯 소녀에게서 깨어났고 앞날의 희망을 찾아 나갔다. (「목련꽃」)


    저만치 반짝였다 없어지고 없어졌다 반짝이는 희미한 불빛이 보인다. 관목들 사이로 반딧불이 날아다니는 것 같다. 나는 정신을 차리고 불빛을 주시한다. 머릿속에 박혀 있는 추억 같기도 하다. 나는 추억을 더듬듯이 불빛을 찾아 한발 한발 다가간다. 정체를 드러낸 불빛은 반딧불이가 아니라 옻나무들이 무성한 돌무더기 틈에서 새어나오는 이상한 불빛이다. 나는 의구심에 옻나무를 이리저리 살펴본다. 과연 그곳에 그놈의 행적, 아니 체취가 묻어 있다. 어렸을 때였다. 옻칠 장인이가 껍질을 벗겨간 하얗고 날씬한 옻나무가지를 가지고 칼싸움 놀이를 하자고 했다. 나는 그놈의 꼬임에 옻나무 가지를 휘두르며 놀았다. 그리고 그날 밤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고 사타구니와 겨드랑이가 빨갛게 달아올라 닭의 생피를 바르고 또 마시기도 하며 사흘을 앓아 누워 있어야 했다. 부엌에서는 무당이 밤새도록 굿을 했었다.
    나는 머릿속으로 파고드는 예감에 돌무더기를 하나하나 걷어낸다. 불빛은 굴속 깊은 곳에서 나오고 있다. 굴속은 들어갈수록 거칠고 넓어진다. 그런데 굴속 깊은 곳에 앉아 있는 사람이 있다. 나는 깜짝 놀라 벽에 몸을 붙이고 한참을 바라본다. 호롱불이 희미한 방에 혼자 앉아 술을 마시는 사람이다. 그놈인 것 같다. ‘숨어든 곳이 고작 자기 무덤이라고?’ 나는 잽싸게 권총을 빼어들고 다가간다. 그때다. (「그 놈」)


    준기는 ‘개천에서 용 났다’는 말이 생각났다. 여동생도 그렇고 자신도 그랬다. 하늘을 향해 오르려는 용이었다. 중학교 때를 생각하면 용이 된 것이 분명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 모를 일이었다. 그 때 그 소녀를 보는 순간 마음속에서 용솟음쳤던 아름다움에 대한 갈망까지. 시골에 얽어매어 놓은 사슬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이었을 것이다.
    준기는 용주를 생각했다. 어떻게 이렇게 인연이 되었는지 알 수 없다. 서로의 마음이 같기 때문일까? 세상을 살아가는 마음이. 준기는 알 수 없는 긴 터널을 빠져 나온 기분이다. 출구 앞에 새로운 세상이 펼쳐져 있는 의식을 바꾸어 놓는 세상이다. 준기는 그 세상으로 들어가 공부하고 대학을 졸업하는 봄에는 사법고시 1차 시험에 합격했다.
    졸업식에는 용주와 여동생만 찾아왔다. 용주에게서 꽃다발을 받은 준기는 흡족했다. 부모와 친척들이 떼거리로 몰려와 사진을 찍으며 웃고 떠드는 친구들이 부럽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오롯한 정이 있고 앞으로 개척해나갈 장래가 있기 때문이다. 다음 날부터 준기는 2차 시험 준비에 몰두했고 여동생에게는 중학교자격시험 그리고 용주에게는 고등학교자격시험을 볼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우연과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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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말

    꿈은 샘물이다. 무더운 여름 목마른 갈증을 축여주는 샘물. 땅속 깊은 곳에서 샘물이 솟아나듯 삶 속 깊은 곳에서 꿈이 솟아난다. 사람들은 갈증이 날 때 샘물을 마시듯 지치고 앞길이 막막할 때 꿈을 찾는다. 막힌 가슴을 풀어줄 꿈을 찾아 살아가고 있다.
    그러므로 세상에는 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세월 따라 생겨나는 이야기들, 사람 따라 생겨나는 이야기들. 우리는 그 이야기들 속에서 태어났다. 그러므로 가슴으로 시를 쓰고 생각으로 소설을 쓰면서 삶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더 나은 삶을 위하여. 나는 그런 생각으로 이 소설들을 쓰고 있다.

    출판사 서평

    이 책은 오랫동안 시와 소설을 넘나들며 인간 삶의 내면과 관계의 본질을 탐구해 온 김근당 작가의 신작 소설집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에 형성되는 인연의 의미를 깊이 있게 그려내고 있다. 김근당 작가는 세월 따라 생겨나는 이야기들, 사람 따라 생겨나는 세상의 수많은 이야기들을 문학의 재료로 삼아왔다. 삶은 때로 계획할 수 없는 우연으로 시작되지만, 그 우연이 쌓이고 이어지면서 결국 인연이 된다는 사실을 그는 작품 속에서 섬세하게 포착해낸다.

    소설집 『우연과 인연』에 수록된 작품들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마주치는 일상적인 사건들을 출발점으로 삼는다. 하지만 「걸려온 전화」 「꿈꾸는 산장」 「목련꽃」 「사람들」 「사촌형」 「그 놈」 「우연과 인연」화자들의 삶은 단순한 일상의 출발점에 머무르지 않는다. 우연히 스쳐 지나간 만남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고 오래전 맺어진 인연이 예기치 않은 방식으로 현재를 흔드는 과정을 치밀하게 그려낸다. 꿈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서사는 독자들로 하여금 자신이 살아온 시간 속 인연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특히 이번 작품집은 인간 존재를 둘러싼 관계의 본질에 주목한다. 가족과 친구 첫사랑과 과 이웃, 그리고 이름 없이 스쳐 간 사람들까지도 서로의 삶에 어떤 흔적을 남기는가를 따뜻하면서도 담백한 문체로 풀어낸다. 작가는 우연과 필연, 현실과 꿈, 기억과 현재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인간 삶의 아름다움과 애틋함을 발견해낸다.

    시인으로 다져온 언어 감각 또한 이번 소설집의 중요한 미덕이다. 절제된 문장과 섬세한 정서, 그리고 인물의 내면을 응시하는 깊은 시선은 작품 전반에 서정성과 울림을 더한다. 독자들은 이야기를 따라가는 동안 어느새 자신의 기억 속 인연을 떠돌리게 되고, 삶을 이루는 수많은 만남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김근당 작가의 문학은 언제나 사람들을 향해 있다. 세월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생성하고 소멸하는 이야기들, 그리고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헤어지며 만들어내는 관계의 서사를 꾸준히 소설적 대상으로 삼아왔다. 『우연과 인연』은 그러한 작가적 관심이 한층 깊어진 결실이다. 누구도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세상에서 우리는 어떤 우연을 만나고, 어떤 인연을 만들어가는가. 김근당 작가는 그 오래된 질문에 문학적 상상력과 따뜻한 시선으로 답하며 독자들에게 깊은 공감과 감동을 선사한다.

    우연처럼 시작된 만남이 인연이 되고 인연은 다시 한 사람의 삶을 변화시키는 힘이 된다. 『우연과 인연』은 그 보이지 않는 연결의 서사를 통해 현대인들이 잊고 있던 관계의 가치와 인간적 온기를 환기시키는 의미있는 소설집이다.

    저자 소개
    저자 : 김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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