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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도가와 란포 기담집

    • 에도가와 란포 저
    • 김은희 역
    • 책들의정원
    • 2026년 06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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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품 규격 정보
    상품상세정보
    ISBN ISBN-13 : 9791164162765
    쪽수380쪽
    크기기타 규격
    제품구성단행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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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히가시노 게이고, 미야베 미유키, 미나토 가나에…
    일본의 모든 호러 미스터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에도가와 란포가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 미야베 미유키, 미나토 가나에를 탄생시킨 인물이자, 모든 일본 미스터리 문학의 원류. 일본 현대 괴기 문학의 출발점이라 불리는 에도가와 란포의 대표작을 한 권에 담았다. 《에도가와 란포 기담집》은 단순한 고전 선집이 아니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독자를 인간 심연의 가장 어두운 곳으로 끌고 내려가는 위험한 금서다.

    호러와 스릴러를 넘어 추리물까지, 일본의 장르 콘텐츠와 서브컬처를 즐겨보는 독자라면 이미 에도가와 란포의 그림자 안에 들어와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는 일본 대중문화에서 발견되는 특유의 기괴하고 불안한 정서, 에로틱하지만 동시에 그로테스크한 변태성의 문법을 만든 인물이기 때문이다.

    사형수가 자신의 또 다른 범죄를 고백하는 〈쌍생아〉, 살인을 하나의 유희처럼 이야기하는 〈붉은 방〉, 인간의 욕망을 기괴한 방식으로 비틀어 보여주는 〈인간 의자〉와 〈거울 지옥〉, 전쟁 이후 망가진 육체와 뒤틀린 본능을 섬뜩하게 그려낸 문제작 〈애벌레〉까지. 각각의 작품은 인간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숨기고 싶어 하는 충동과 집착, 광기를 집요하게 응시한다.
    목차

    [목 차]

    쌍생아
    붉은 방
    백일몽
    1인 2역
    인간 의자
    가면무도회
    춤추는 난쟁이
    독풀
    화성의 운하
    오세이의 등장
    사람이 아닌 슬픔
    거울 지옥
    목마는 돌아간다
    애벌레
    누름꽃과 여행하는 남자
    메라 박사의 이상한 범죄

    [본 문]

    저는 형을 죽인 다음 날부터 거울이 두려워졌습니다. 거울뿐 아닙니다. 모습이 비치는 모든 것이 무서워졌습니다. 그래서 집에서 거울뿐 아니라 유리 종류는 모조리 내버렸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게 무슨 소용이 있었겠습니까. 도시에는 건물마다 쇼윈도가 있고, 그 너머에는 거울이 빛나고 있습니다. 보지 않으려고 의식하면 할수록 저도 모르게 눈길이 가버렸습니다. 그리고 그 유리나 거울 속에는 제가 죽인 남자가 (실은 제 모습이 비친 것뿐이지만) 기분 나쁜 눈초리로 노려보고 있었습니다.
    - 009쪽 〈쌍생아〉 중에서

    “3,721일 동안 우리 집 수도는 항상 좔좔 틀어져 있었단 말입니다. 다섯 토막 낸 아내의 사체를 넉 되짜리 됫박에 담아서 차갑게 식히고 있었단 말입니다. 이게 말이죠, 여러분…….” 여기서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그의 목소리가 잦아들었다. “바로 비결이란 말입니다. 비결. 사체가 썩지 않는…… 시랍이 되는 거지요.” ‘시랍……!’ 어떤 의학서에서 본 ‘시랍’이라는 항목이 그 의사가 그려놓은 생생한 그림과 함께 내 눈앞에 떠올랐다. 도대체 이 남자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인가? 왠지 모를 불안과 공포가 내 심장을 풍선처럼 부풀려놓았다. “……아내의 포동포동하고 새하얀 몸통과 손발은 귀여운 밀랍 세공품이 되고 말았지요.”
    - 066~067쪽 〈백일몽〉 중에서

    의자 속 사랑! 그게 얼마나 짜릿하고 매력적인지 들어가 보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 오직 감각과 청각, 그리고 얼마 안 되는 후각만의 사랑이고, 어둠 속 세계의 사랑입니다. 결코 이 세상의 것이 아닙니다. 그야말로 악마가 사는 세상의 애욕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이 세상 사람들의 눈길이 닿지 않은 구석구석에서는 얼마나 기이하고 놀라운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지 참으로 놀랍지 않습니까?
    - 099~100쪽 〈인간 의자〉 중에서

    “에……, 그럼 지금부터 보실 것은 기이하고도 기적적인 마술, 미인의 지옥문입니다. 여기 있는 소녀를 저 상자 속에 넣고, 열네 개의 일본도를 하나씩 하나씩 사방팔방에서 찔러 넣겠습니다. 에……, 그리고 또……, 이것만 가지고는 재미가 덜하실 테니까, 이렇게 칼에 찔린 소녀의 목을 싹둑 잘라서 이 테이블 위에 올려놓겠습니다. 고대하십시오!” (…) 드디어 공 타기 미인 오하나가 가볍게 인사하면서 나긋나긋한 육체를 그 관처럼 생긴 상자 속으로 숨겼다. 난쟁이는 상자의 뚜껑을 덮고 커다란 자물쇠를 채웠다.
    - 150쪽 〈춤추는 난쟁이〉 중에서

    오세이는 설마 그 정도로 고통이 심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않았겠지만, 자기가 상상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도 남편의 고통스런 죽음을 가련히 여긴다거나 자신의 잔학함을 후회하지는 않았다. 악녀의 운명적인 불륜의 심정을 악녀 스스로도 어쩌지 못했던 것이다. 그녀는 언제부터인가 쥐 죽은 듯 조용해진 벽장 앞에 서서 희생자의 죽음을 애도하는 대신, 그리운 연인의 얼굴을 떠올리고 있었다. 평생 놀고먹어도 될 정도로 막대한 남편의 유산, 거리낄 것 없는 연인과의 즐거운 생활, 그런 상상만으로도 죽은 자에 대한 최소한의 애도를 잊기에 충분했다.
    - 199~200쪽 〈오세이의 등장〉 중에서

    그녀는 사납게 달려들어 보자기로 싼 보따리를 잡아 뜯듯이 남편의 기모노를 벗겨버렸다. 그러자 그 안에서 무어라 형용하기 어려운 몸뚱이가 굴러 나왔다. 이렇게 되도록 어떻게 목숨이 붙어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당시 의학계가 떠들썩해지고 신문에서는 전대미문의 기담으로 대서특필했던 대로, 남편의 몸은 마치 수족을 뭉개버린 인형처럼 더 이상 심할 수 없을 정도로 무참하고 꺼림칙한 상처투성이였다. 두 팔과 다리는 뿌리부터 잘려 나가 살짝 튀어나온 살덩이만 남은 것도 모자라, 몸통만 남은 괴물 같은 전신도 얼굴을 시작으로 크고 작은 무수한 상처들로 번뜩이고 있었다.
    - 295쪽 〈애벌레〉 중에서

    저는 두려운 예감에 몸을 떨면서 확인을 위해 창밖으로 목을 내밀었지만, 그쪽을 바로 볼 용기가 없어서 우선은 아득한 계곡 바닥을 내려다봤습니다. 달빛은 건너편 건물의 위를 살짝 비추고 있을 뿐, 건물과 건물 사이에는 완전한 어둠뿐이어서 바닥 모를 깊이처럼 보였습니다. 저는 말을 듣지 않는 목을 무리하게 억지로 끌듯이 오른쪽으로 돌렸습니다. 건물 벽은 그늘이 져 있었지만 건너편의 달빛이 반사되어 물건의 형체가 아주 보이지 않을 정도는 아니었지요. 서서히 머리를 돌려보니 마침내 예상하고 있던 것이 나타났습니다.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의 발이었지요. 축 늘어진 손목과 있는 대로 쭉 뻗은 상반신, 깊게 졸린 목, 그리고 두 개로 접힌 듯이 완전히 늘어져 버린 머리가 차례로 보였습니다. 호걸 사무원 역시 달빛의 요술에 걸려 그곳 전선 가로대에 목을 매었던 것입니다.
    - 366쪽 〈메라 박사의 이상한 범죄〉 중에서

    출판사 서평



    그로테스크하지만 에로틱한, 잔혹하지만 황홀한

    일본 문화 특유의 문법

    최근 한국에서는 호러가 다시 유행하고 있다. 유튜브에는 실화 괴담 채널이 넘쳐나고, 숏폼 플랫폼에는 도시전설이 끊임없이 올라온다. 우리는 공포를 소비하면서 동시에 이상한 안도감을 느낀다. 현실이 불안할수록 인간은 설명할 수 없는 이야기로 향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콘텐츠는 빠르게 소비되고 빠르게 잊힌다. 진짜 오래 살아남는 공포는 단순히 귀신이 튀어나오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누구나 숨기고 있는 내면의 진실을 건드린다.

    에도가와 란포는 바로 그 지점을 파고든 작가였다. 그의 작품 속에는 괴물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 대신 인간이 나온다. 평범해 보이는 사람이 아주 작은 욕망 하나 때문에 어디까지 무너질 수 있는지, 호기심과 집착이 얼마나 기괴한 형태로 변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그래서 란포의 작품은 읽는 동안보다 읽고 난 뒤가 더 무섭다. 독자는 문득 깨닫게 된다. 가장 위험한 존재는 보이지 않는 존재가 아니라 나 자신이라는 사실을.

    대표작 〈쌍생아〉는 특히 강렬하다. 자신과 완전히 똑같이 생긴 쌍둥이 형을 죽이고 그의 삶을 빼앗아 살아가는 남자의 고백은 단순한 범죄 스릴러가 아니다. “나는 왜 저 인간처럼 살 수 없는가”라는 질투와 짙은 자기혐오가 뒤엉킨 심리극에 가깝다. 인간의 악의는 단순한 선악 구조로 설명되지 않는다. 설령 살인범이라고 할지라도. 타인의 일상을 부러워하고, 타인의 행복 앞에서 이유 없는 초조감을 느껴봤다면 내 안에도 같은 악의가 자라고 있을지 모른다.

    〈애벌레〉 역시 마찬가지다. 전쟁으로 사지가 절단된 채 돌아온 군인과 그의 아내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 작품은 언제 읽어도 충격적이다. 작가는 망가진 육체와 억눌린 본능, 그리고 인간 내면에 숨어 있는 가학성을 집요하게 응시한다. 이 작품은 단순한 잔혹 소설이나 에로 소설이 아니다. 인간이 타인의 고통에 어떻게 익숙해지고, 권력 중독이 얼마나 끔찍한 방식으로 변질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불편한 심리 해부서에 가깝다.

    에도가와 란포는 일본 특유의 불안, 퇴폐, 도시적 공포를 누구보다 먼저 문학으로 끌어올렸다. 이후 일본 미스터리와 호러, 서브컬처 전반은 물론이고 현대 스릴러와 공포 장르 전체에 그의 흔적이 강하게 남게 되었다. 일본에는 지금도 그의 이름을 딴 문학상이 존재하며, 이 상은 히가시노 게이고와 같은 신인을 배출해냈다. 또한 미야베 미유키 등 수많은 후대 작가가 그를 자신의 출발점으로 말한다. 에도가와 란포는 이제 한 명의 작가를 넘어서 하나의 장르가 되었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거장이 된 셈이다.

    저자 소개
    저자 : 에도가와 란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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