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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징소리(큰글자책)(대한민국 스토리 DNA 22)

    • 문순태 저
    • 새움출판사
    • 2026년 06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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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품 규격 정보
    상품상세정보
    ISBN ISBN-13 : 9791170801696
    쪽수416쪽
    크기기타 규격
    제품구성단행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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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당신에겐 돌아가고 싶은 고향이 있습니까?”

    고향 없는 사람들, 고향 잃은 사람들…

    텅 빈 우리들의 가슴속에 징소리가 울려 퍼진다.

     

    상처의 기억을 화해와 용서로 풀어내는 작가 ‘문순태’의 대표작 『징소리』. “잠든 영혼을 일깨우는 한국적 한의 정통을 이은 작품”이라는 평을 받았으며, 교과서에도 수록되어 많은 독자들에게 읽혀 온 『징소리』가 출간 40년을 맞아 ‘대한민국 스토리DNA’ 시리즈로 새롭게 모습을 선보인다. 특히 이번 책에는 작가의 최신작 「생오지 눈사람」과 제28회 이상문학상 특별상 수상작 「늙으신 어머니의 향기」를 함께 수록해 작가의 40년간의 변화를 추적할 수 있는 의미를 더했다.

     

    「징소리」는 거대한 댐 건설로 인해 고향을 송두리째 잃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실제로 장성댐은 4,800명의 주민을 고향에서 강제로 밀어내 삶을 해체시켜 버렸다. 고향과 아내, 친구마저 잃어버린 주인공 ‘칠복’에게 그가 딛고 살아온 땅이 사라졌다는 것은 그의 존재가 뿌리 뽑혔음을 의미한다. 고향을 다시 찾고 싶어 발버둥 치는 주인공의 여정을 통해 작가는 우리에게 고향은 무엇이며, 고향이 없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일깨운다.

     

    현대인에게 고향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고향을 망각 속에 묻은 채 살아간다. ‘징소리’는 잊고 살았던 희미한 고향의 기억, 그 어딘가를 정확하게 불러낸다. 어느 한곳에 단단히 뿌리내릴 수 없어 여기저기 떠돌 수밖에 없는 삶. 탄탄한 뿌리 없이 불안하게 흔들리며 살아가는 오늘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희망을 찾아가려는 칠복의 힘찬 징소리는 우리의 굳어 버린 가슴을 여전히 찡하게 울리고 있다. 책을 덮고 나도 한참 동안 그의 징소리가 귓가를 맴돈다. 강제로 뿌리 뽑힌 그 모든 깊고 아픈 상처를 징소리가 어루만져 준다.

    목차

    [목 차]

    생오지 눈사람

     

    징소리

    저녁 징소리

    말하는 징소리

    무서운 징소리

    마지막 징소리

    달빛 아래 징소리

     

    늙으신 어머니의 향기

     

    작가의 말

    [본 문]

    그들은 북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산자락으로 올라갔다. 아무 데서나 생을 마감하고 싶지가 않았다. 태어날 때는 자의대로 할 수 없었지만 죽을 때만이라도 가장 좋은 장소와 시간을 선택하고 싶었다. _「생오지 눈사람」중에서

     

    혜진이도 푸스스한 얼굴로 동수를 따라 나왔다. 노인들 대여섯 명이 햇살이 따뜻하게 깔린 마루에 한가롭게 걸터앉아 있는 게 아닌가. “잘 잤어” “좋은 꿈 꿨능가” “하이고 배가 더 불러부렀네.” “방은 뜨신가” “장롱 속에 이불 있으니께 덮고 자제 어쨌어” 동수가 나타나자 할머니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던지며 집에서 가지고 온 먹을거리들을 내밀었다. 그들이 가져 온 것은 고구마, 홍시, 달걀, 감 말랭이, 김치, 된장, 고추장, 젓갈, 장아찌 등이었다. 동수는 할머니들이 가져온 것들을 받으며 고맙다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_「생오지 눈사람」중에서

     

    눈이 무릎까지 빠지는 눈길을 끝없이 헤매며 걷다가 아무 데나 누워 단잠에 빠지듯 스르르 눈을 감으면, 두려움 없이 떠날 수 있을 것 같았다. 눈 속에서 죽으면 오히려 따듯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_「생오지 눈사람」중에서

     

    필수는 그런 아버지가 마치 벼이삭에 뜨물이 들기 시작할 무렵 논에 세워진 허수아비 같다는 생각을 수없이 되풀이하곤 했다.

    화를 낼 줄도, 소리 내어 울 줄도 모르고 후줄그레하게 걸레 같은 헌 옷을 입고 비를 맞으며 바람에 흔들거리기만 하는 허수아비. _「말하는 징소리」중에서

     

    “장과장, 고향이 어딘가?”

    “지리산 밑입니다.”

    “좋은 곳이로구만. 자주 가는가?”

    “안 간 지가 한 이십 년도 더 넘었습니다.”

    “너무했구만. 그러니까 그런 엉뚱한 소릴 하지.”

    “무슨 말씀이신지.”

    “고향을 잊는 건 부모를 잊는 거나 마찬가질세.” _「말하는 징소리」중에서

     

    눈을 감으면 죽는다. 눈을 감으면 다시는 방울재를 못 본다. 눈을 떠야지. 눈을 뜨고 살아야지.

    칠복은 힘겹도록 하나의 생각만을 굴리면서 햇살이 곱게 쏟아지는 하늘을 보았다. 갑자기 하늘에서 징 징 징 징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몸이 징소리와 함께 하늘로 날아가는 듯싶었다. _「말하는 징소리」중에서

     

    지옥 같은 건 조금도 겁나지가 않았다. 고향도 모르고 이 골목 저 골목 먼지처럼 바람에 떼밀리며 사는 것이 오히려 지옥보다 더 무서웠다. _「마지막 징소리」중에서

     

    큰길을 향해 달리는 동안 어머니가 했던 말이 뇌리에서 자꾸 부스럭거렸다. 그 냄새는 몸에서 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살아온 쓰디쓴 세월의 냄새라는 말이 벌겋게 달궈진 부젓가락처럼 오목가슴을 뜨겁게 파고들었다. 젊어서 남편을 잃고 병든 시아버지와 어린 두 자식을 위해 짐승처럼 살아온 어머니. 그것은 어머니가 살아온 신산한 세월이 발효하면서 풍겨져 나온 짙은 사람의 향기였다. 고통스러웠던 긴 세월의 더께 같은 것. 어머니의 냄새는 팔십 평생 동안 푹 곰삭은 삶의 냄새이며, 희로애락의 기나긴 시간에 의해 분해되는 유기체의 냄새가 분명했다. 나는 갑자기 어머니의 냄새가 내 몸의 모든 핏줄 속에서 꿈틀거리는 것을 느꼈다.

    _「늙으신 어머니의 향기」중에서

    출판사 서평

    “죽는 것만은 내 맘대로 했으면 좋겠어.”
    자살하고 싶은 두 남녀, 시골에서 펼쳐지는 수채화 풍경 같은 이야기


    단편 「생오지 눈사람」은 스스로를 ‘똥수저’로 비유하는 젊은 두 남녀가 자살 사이트에서 만나 생오지 마을에 흘러들어가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태어날 때는 자의대로 할 수 없었지만 죽을 때만이라도 가장 좋은 장소와 시간을 선택하고 싶었던 두 남녀는 코발트빛 강물이 내려다보이는 산벚꽃나무 아래에서 죽기로 한다. 조용한 시골 마을에 빈집을 구한 동수와 혜진은 배 속에 아이를 가졌다는 것을 알게 되고, 자살 시점을 아이가 태어난 이후로 미룬다. 한편 노인들만 살던 시골 마을은 젊은 동수와 혜진이 정착하면서부터 점차 활력을 되찾는다.

    서울에서는 아름답지 않아 보였던 눈 오는 풍경이 생오지 마을에서는 포근하고 목가적인 풍경으로 변한다. 인생 풍파를 모두 거친 노인들의 넉넉함. 시골에서의 소박한 하루하루가 깨끗한 풍경을 만들어 낸다. 패배자의 모습으로 도시를 떠난 두 청년이 죽음을 앞둔 노인들의 따뜻한 정과 자연 속에서 다시 살아갈 의지를 회복하는 모습은 한 편의 수채화처럼 아름답다.


    어디선가 코를 뚫을 것 같은 악취가 난다.
    향기롭던 어머니의 냄새는 어디 갔을까…


    단편 「늙으신 어머니의 향기」는 깊이 숙성된 된장 맛처럼 구수한 묘미를 가진 소설이다. 팔순 노모에게서 풍기는 악취를 소재로 한평생 자식들을 뒷바라지하며 고생한 어머니의 삶을 되돌아보고 있다.

    ‘나’의 아내는 질식할 것 같은 어머니의 냄새에 질려 열흘째 가출 중이다. 아내의 가출 후 어머니의 냄새는 더욱더 심해져 온 집 안에 찐득하게 달라붙는다. 시궁창 같은 고약한 냄새의 진원지는 어디일까? 어머니를 동생네 집으로 보낸 후 나와 아내는 어머니의 방구석에서 보따리를 발견하게 되는데… 그 안에는 녹슨 호미, 오래된 손저울, 함석 젓 주걱, 판자로 짠 손 때 묻은 되, 때에 전 돈주머니, 짙은 밤색의 나일로 머플러, 땟굿에 전 앞치마가 들어 있다.

    어린 시절, 어머니의 향기에 취해 잠든 어린 ‘나’는 어디 있는가? 냄새 나는 보따리를 발견한 나는 행방이 묘연해진 어머니를 찾아 나서는데…….


    한국문학을 사랑하는 독자들이 만들어 가는 이야기의 우주
    ‘대한민국 스토리DNA’ 스물두 번째 책


    ‘대한민국 스토리DNA 100선’. 새움출판사가 야심차게 펴내고 있는 이 선집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두 가지 큰 특징이 있다. 첫째는, 이야기성이 강한 소설을 골라 펴냈다는 점이다. 둘째는, 드라마 영화 만화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의 원형(DNA)이 되는 작품 위주로 구성돼 있다는 사실이다. 이야기성에 주목해 우리 대한민국 사람들의 삶의 내력을 오롯이 껴안고 있으면서도 우리나라의 정신사를 면면히 이어가고 있는 작품들을 꼼꼼하게 챙기고 골랐다. 옛날 민담에서부터 현대소설에 이르기까지 우리에게 전해지는 이야기는 무수히 많다. 그 가운데 스토리가 풍부하고 뚜렷한 작품을 선정해 과거와 현재, 신화와 역사가 공존하면서 서로 대화하는 형식으로 100권을 채워 나가고 있는 중이다.

    오늘날 모든 역사 드라마와 영화의 원형이 된 이광수 장편소설 『단종애사』, 도시 빈민들의 뒷골목을 생생하게 조명한 80년대 베스트셀러 『어둠의 자식들』, ‘첫사랑’과 ‘없는 자의 슬픔’을 주제로 한 단편집 『소나기』, 한국 대표 문학상들의 시작점이 된 주인공들의 탁월한 작품들을 모은 『무진기행』 등과 함께 스물두 번째로 출간되었다. 대한민국 스토리DNA는 이후에도 국문학자나 비평가에 의한 선집이 아니라, 문학을 사랑하는 대중의 선호도를 우선적으로 반영하여 새로운 한국문학사를 구성해 갈 계획이다.

    저자 소개
    저자 : 문순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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