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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주병원 사람들의 이야기 - 30년 의료 현장의 진심을 품다

    • 최정웅, 봉현철 저
    • 초록비책공방
    • 2026년 05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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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품 규격 정보
    상품상세정보
    ISBN ISBN-13 : 9791124126219
    쪽수412쪽
    크기기타 규격
    제품구성단행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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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좋은 조직이란 무엇이며 진정한 인술은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의료의 본질보다 규모의 경쟁이 앞서는 시대에
    전주병원이 묵묵히 증명해 낸 ‘사람 중심’의 힘

    대학병원도, 대형 자본이 투입된 병원도 아니다. 하지만 이곳에는 경영학 교과서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활력이 흐른다. 부도 위기와 팬데믹이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도 구성원들이 도망치는 대신 서로의 손을 맞잡고 ‘우리 병원’을 지켜낸 곳, 바로 전주병원의 이야기다.

    이 책은 단순히 성공한 병원의 연대기가 아니다. 평생 ‘사람이 곧 경영’이라는 신념을 연구해 온 봉현철 교수와 병원의 젊은 리더 최정웅 이사장이 의사, 간호사, 서비스 매니저, 미화원에 이르기까지 현장을 지키는 이들의 육성을 통해 발굴한 ‘살아 있는 조직’의 실체이다.

    책 속에는 컵라면 한 개로 지친 새벽 근무를 위로받던 간호사들의 소박한 풍경부터, 200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병원의 진심을 세상에 알린 SNS 활동, 그리고 지역민의 일상적 위기를 묵묵히 감당해 온 의료진의 치열한 사투가 담겨 있다. 저자들은 이들의 육성을 통해 ‘직원이 행복해야 환자가 행복하다’는 지극히 당연하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명제가 어떻게 전주병원만의 강력한 DNA가 되었는지 추적한다.

    아마추어 리그의 우승을 넘어 이제 ‘올림픽 무대’를 향해 나아가는 전주병원의 발걸음은 우리에게 묻는다. 좋은 조직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진정한 인술은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각자도생의 시대에 전주병원이 30년 동안 묵묵히 증명해 낸 ‘사람 중심’의 저력은 조직의 미래를 고민하는 경영자들과 일터에서 자부심을 찾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가장 다정한 해답이 될 것이다.
    목차

    [목 차]

    추천의 글
    머리말
    스토리를 시작하며

    1부. 마음에 남는 순간들

    1장. 환자와 의사가 함께 만든 기적
    끝까지 사람으로 보는 진료: 상급 병원이 포기한 환자를 지켜낸 침묵의 헌신
    결과보다 환자를 선택하는 외과 의사: 태형진 병원장이 쌓아 올린 레전드의 시간
    느리지만 멈추지 않는 거북이의 걸음: 한 사람의 삶을 끝까지 붙든 재활 의사의 1년 4개월
    다시 걷는 순간을 지키는 사람들: 고령 환자의 수술 뒤에 선 병동 전체의 힘
    마음부터 치료하는 진료: 한 번 맡은 환자를 끝까지 지키는 이호경 부원장

    2장. 간호사와 치료사가 건넨 따뜻한 위로
    딸처럼 따라나선 귀갓길: 보호자 없는 환자를 끝까지 지킨 간호사들의 마음
    글씨 없는 감사, 그림 한 장: 환자의 마음을 먼저 보는 간호사의 하루
    하트 하나와 금메달 응원: 환자의 꿈을 함께 기억한 간호사의 손 편지
    새벽 3시까지의 동행: 병원 밖까지 함께 걸어준 전원 간호사
    치료사의 손길에 힘을 얻은 환자들의 고백: 데이터와 신뢰로 다시 걷게 한 재활의 시간

    3장. 보호자가 전한 잊지 못할 마음
    면도기 하나로 돌아온 인간의 얼굴: 중환자실에서 지켜낸 존엄의 순간
    손 편지 한 장의 감사: 뇌경색 환자의 한 달을 지킨 설명과 기다림
    흔들리지 않는 태도는 신뢰가 된다: 날 선 보호자의 마음을 녹인 간호사들의 기다림
    한 숟갈 밥과 마지막 미소: 삶의 끝을 함께 지킨 수간호사의 시간
    병원은 애도를 혼자 두지 않는다: 와상환자의 마지막을 지킨 병원의 응답


    2부. 소신과 신뢰로 이어가는 길

    4장. 환자가 믿고 따르는 의사들
    “선생님이 있어 이 병원을찾습니다”: 김지성 과장의 신념이 만든 신뢰의 시간
    퇴근 후에도 꺼지지않는 진료실 불: 환자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이동민 진료부장
    입원 전 상태로 돌려보내기: 심동건 과장의 원칙이 만든 병동의 걸음
    나이는 퇴장의 신호가 아니라 책임의 깊이가 된다: 정년을 넘어서는 전주병원의 의료인 문화

    5장. 원칙을 지키며 진료하는 힘
    진료의 중심은 의사입니다: 전주병원의 진료권 존중 철학
    진료는 속도가 아니라 필요에 따라야 한다: 전주병원의 환자 중심 진료 구조
    책임을 나누는 병원은 사람을 다시 세운다: 전주병원의 의료사고 보호 문화
    한 번의 진단으로 끝내겠다는 기준: 전주병원의 장비 투자 철학

    6장. 서로를 북돋우는 협력의 현장
    함께 판단할 때 치료는 빨라진다: 환자를 중심에 둔 자연스러운 협진 문화
    보호자 없는 마지막 길까지: 한 독거노인의 죽음을 함께 지킨 의료진의 협력
    “우리 병원!”의 함성: 전주병원 의사들의 주인의식

    7장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 약속
    “이 부분이 불합리합니다”: 전주병원 월례 의사 회의의 자유로운 목소리
    가운을 벗는 시간에는 관계를 만든다: 매월 마지막 화요일, 의사들의 자발적 연대 식탁
    쉬어도 괜찮다는 말이 의사를 살린다: K2 베이스캠프까지 허락된 24일의 휴가


    3부. 돌봄을 통해 빛나는 사람들

    8장 간호의 힘, 환자가 먼저 느끼는 순간
    내가 손을 내밀면 그들은 내 손을 잡는다: 응급실, 말보다 빠른 간호사의 손길
    회복의 방향을 바꾸는 말의 온도: 이소현 간호사의 사투리 간호
    친절을 넘어 책임으로: 전주병원이 만들어 낸 ‘이해되는 진료’의 현장
    환자의 마음을 여는 말: 김선미 간호부장이 보여준 부드러움의 힘
    준비된 반복이 생명을 지킨다: 반복된 훈련이 만든 CPR의 현장
    가장 작은 고통을 먼저 책임진다: 전주병원 IV 전담팀의 보이지 않는 혁신
    낯선 병원의 첫 순간: 입원 전담간호사가 만든 ‘불안에서 신뢰로’의 길
    긴장 속에서도 이어지는 신뢰: 남영미 수간호사가 보여준 수술실의 동행 리더십
    소명은 위기에서 드러난다: 화재 경보가 울린 중환자실에서 지켜진 간호사의 약속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지켜지는 병원의 안전: 전주병원 중앙공급실이 지켜낸 감염 제로의 품격
    내가 왜 간호사인지 다시 묻게 되는 순간들: 백은정 수간호사가 보여준 간호의 본질

    9장. 그들이 잘할 수 있는 비밀
    동기 사랑, 나라 사랑: 세대를 잇는 신뢰의 언어, 전주병원의 첫 해 기록
    태움 없는 병원, 진심으로 지켜진 관계: 고충을 귀담아 듣는 간호 리더
    함께 뛰는 리더, 현장에서 살아나는 신뢰: 제안을 받아들이는 열린 리더십
    신뢰는 새벽 세 시의 전화로 증명된다: 의사와 간호사, 30년 협업의 기록
    빵만으론 살 수 없다: 존엄을 회복하는 세 개의 축제
    당신은 보호받아도 되는 사람입니다: 기본 욕구를 지켜주는 배려 3종 세트
    작은 문장이 병원을 바꾼다: 간호사의 목소리로 만든 세 가지 변화


    4부. 함께해서 특별해진 경험

    10장. 처음 만남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병원의 첫인상은 사람이다: 길 안내보다 마음을 먼저 건네는 서비스 매니저
    진료는 창구에서부터 시작된다: 환자의 길을 대신 설계하는 원무팀
    한 끼가 회복이 되는 순간: 식사로 치료를 완성하는 영양팀
    보이지 않아야 더 빛나는 일: 청소로 환자의 안전을 지켜내는 전주병원 이야기
    추징도 환급도 없는 계산서: 숫자 뒤에서 신뢰를 세우는 심사팀
    퇴원은 계산이 아니라 배웅이다: 퇴원 행정, 서류 너머의 진심

    11장. 병원을 지탱하는 사소하고 위대한 순간들
    조용히 병원을 움직이는 다정한 엔진: 업무를 넘어 ‘우리’를 선택한 사람들
    “당신이 우리 병원의 자부심입니다”: 전주병원과 호성전주병원이 걸어온 환대와 존중의 연대기


    5부. 내일을 준비하는 우리의 약속

    12장. 우리가 걸어온 발자취
    두려움보다 책임이 먼저였다: 코로나19, 책임을 피하지 않은 1,000일의 기록
    가장 필요한 곳에 머무는 용기: 지역 의료 접근성을 지켜온 호성전주병원의 ’적정 의료’
    환자를 잇는 병원: 홍보팀, 병원과 병원을 잇는 길잡이
    보이지 않는 손, 삶을 잇는 다리가 되다: 사회사업팀의 선제적 복지

    13장. 우리가 이어갈 미래
    의사의 길을 잃지 않게 하는 나침반: 선배들이 건네는 쓴 약 같은 고언
    너를 진심으로 아끼는 마음: 수간호사가 보내는 위로의 편지
    준비된 병원, 함께 가는 사람들: 행정직 선배가 후배에게 전하는 당부

    스토리를 마치며
    맺음말
    감사한 분들
    영경의료재단 주인공 명단
    부록전주병원 30년의 여정

    [본 문]

    “보호자는 없으세요?”
    몸은 회복되었고 퇴원 결정도 내려졌다. 그러나 병원에 남아 있던 할머니에게는 대답해 줄 사람이 없었다. 의료보호 대상자였고 집까지 데려다줄 가족도 보호자도 없었다.
    “이대로 그냥 보내면 안 될 것 같아요.”
    그 말 한마디가 간호사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신호였다. 김선미 당시 수간호사(현재 간호부장)는 가만히 지갑에서 택시비를 꺼냈고 다른 간호사는 할머니가 가야 할 김제의 작은 마을을 검색했다. 또 다른 간호사는 퇴원 약을 챙겼다. 그렇게 간호사들은 세심히 챙겨 할머니를 택시에 태워드렸다.
    그러나 몇 시간 뒤 병동 전화가 울렸다. 할머니가 약을 두고 간 것이었다. 반드시 복용해야 하는 약이었다. 하지만 보호자도 없고 할머니가 다시 병원에 올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간호사들은 곧장 약을 챙겨 정성스레 포장했다. 택배 상자 안에 그들이 담은 것은 약과 그 이상의 것이었다. 그것은 ‘당신을 잊지 않았다’는 안부였고 ‘끝까지 함께하겠다’는 위로였다.
    _ p.55

    그날도 중환자실의 공기는 무거웠다. 제갈은영 수간호사는 의식 없는 환자들을 돌보는 일에 익숙했지만 그날 마주한 할아버지는 유독 마음에 걸렸다. 가래가 많아 반복적으로 석션을 해야 했고 보호자는 하루에 한두 번 잠깐 들렀다가 돌아갈 뿐이었다. 늘 같은 자세로 누워 있던 얼굴을 바라보던 순간, 유난히 길게 자란 하얀 수염이 눈에 들어왔다. 엉킨 채 자라난 흰 수염은 이상하게도 슬퍼 보였다.
    ‘이 얼굴로 면회한다면 보호자 마음이 어떨까….’
    그 생각 하나가 그녀의 손을 움직이게 했다. 주사와 처치에는 익숙했지만 면도는 처음이었다. 날이 예리한 면도기를 들고 조심스럽게 환자의 얼굴에 손을 얹었다. 피부는 예민했고 작은 실수로 미세한 상처가 났다. 그녀는 곧바로 밴드를 붙였다.
    그날 저녁 보호자가 병실에 들어왔을 때 제갈은영 수간호사는 먼저 고개를 숙였다.
    “면도해 드리다가 상처가 조금 났어요. 죄송합니다.”
    그러나 보호자는 환자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깊이 고개를 숙였다.
    “아버지를 이렇게 깔끔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버지 얼굴을 보는 게 정말 오랜만이에요.”
    그 말은 사과를 덮고도 남을 만큼의 감사였다. 보호자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 p.81~82

    “이 환자분, 나 보러 오기 전에 걸었잖아요. 그럼 우린 걸어서 돌려보내 드려야죠.”
    짧지만 분명한 이 한 문장은 정형외과 병동의 기준이 되었다. 이소현 수간호사는 처음엔 그 말이 현실을 모르는 욕심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 욕심이 환자의 회복을 향한 신념에서 비롯된 것임을 이해하게 됐다. 수술이 성공했다고 해서 회복이 끝난 것은 아니라는 점, 회복은 병동에서 시작되어 환자가 다시 자기 삶으로 돌아가는 전 과정을 책임지는 일이라는 신념이었다.
    대퇴부 골절 환자, 장기 입원한 고령자, 한 걸음 내딛는 것조차 힘겨운 환자들의 경우 대개의 병원에서는 수술 이후 물리치료실을 다녀오면 치료가 마무리된다. 그러나 이 병동의 관점은 달랐다.
    “눕혀놓으면 안 돼요. 움직여야 기분이 바뀌고 의지가 생겨요.”
    간호사는 워커를 침대 옆에 놓고 휠체어에 태워 복도를 한 바퀴 돌아보자고 조심스럽게 권한다. 하루 전까지 누워만 있던 환자가 휠체어에 앉고 다음 날 몇 걸음을 내딛는 장면은 병동의 일상이 되었다. 떨리는 무릎과 불안한 손, 그러나 한 발 앞에 놓이는 또 다른 한 발. 이 작은 변화 속에서 환자의 삶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_ p.116


    이런 소속감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어떻게 이런 문화가 만들어진 걸까. 내가 묻자 그가 바로 답했다.
    “병원이 좋아졌으니까요.”
    병원이 좋아지니 좋은 과장들이 오고, 좋은 사람들이 오니 분위기가 더 좋아지고, 그렇게 조금씩 바뀌어 왔다는 설명이다.
    전주병원에서는 과장을 뽑는 방식도 남다르다. 대부분은 소개를 통해 이루어진다. 헤드헌터가 아니라 사람이 사람을 데려오는 방식이다. 그만큼 새로 오는 사람의 성향과 일하는 태도는 어느 정도 검증되어 있다. 그래서 새로 합류한 이들도 낯설게 부딪히기보다 자연스럽게 이 병원의 분위기 속으로 스며든다. 누구 하나 튀지 않고 누구 하나 소외되지 않는 조직. 협조적인 사람들이 협조적인 문화를 더 탄탄하게 만든다.
    이 병원에서 단합은 구호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회식 자리의 건배사도, 회의실의 토론도, 진료실의 협진도 모두 같은 결을 가졌다. 마음속에서 스스로 만들어진 소속감. 그래서 이곳에서는 ‘우리’라는 말이 가장 먼저 나온다. “우리 병원”, “우리 환자”.
    그 말들 사이에는 소유보다 책임이 먼저 놓여 있다.
    - p.160~161


    아직 많은 사람이 잠들어 있던 새벽, 병원 어딘가에서 화재 경보가 울렸고 한 간호사가 간호부장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전화가 걸려 온 곳은 중환자실. 누군가의 손길이 끊기는 순간 생명이 위태로운 환자들이 누워있는 곳이다.
    “선생님, 여기 불이 났어요. 그런데 환자들은 움직일 수가 없어요. 저, 지금 이 환자들과 함께 있는 게 맞죠?”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지만 또렷하고 침착했다. 이효진 간호부장은 그날 떠올리며 모든 감각이 단숨에 깨어나는 순간이었다고 했다.
    불길과 연기가 퍼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후배 간호사는 문틈을 이불로 막아 연기를 차단하고 환자들의 상태를 하나하나 확인하며 전화를 걸어왔다. 전화를 받는 순간 이효진 간호부장의 마음에는 형언하기 어려운 감정이 밀려왔다. 두려움과 긴박함, 그리고 설명할 수 없는 확신 같은 것들이 뒤섞여 있었다. 평소 그 후배 간호사는 업무는 정확했지만 말수가 적었고 인간적으로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날 새벽 단 한 통의 전화로 그녀에 대한 모든 인상이 달라졌다.
    “그 순간, 진짜 이 친구를 다시 봤어요.”
    _ p.217

    골든벨은 병원의 4주기 인증을 앞두고 시작되었다. 인증은 간호사들에게 다시 한번 방대한 학습을 요구하는 과정이다. 프로토콜, 안전 관리, 약물, 감염 관리, 응급 대응… 머리는 굳어 가고 몸은 늘 피곤한 상태에서 ‘더 공부하라’는 말은 가혹하게 들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온 발상이 이 행사였다.
    “어차피 해야 할 공부라면 재미있게 해보자.”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간호사들 스스로 팀을 만들기 시작했다. 셋, 다섯 명씩 모여 ‘3355 스터디’를 만들었다. 근무가 끝나면 병원 근처 카페로 모였다. 수당도 없고 강요도 없었다. 문제집을 펼쳐 놓고 서로 질문을 던지고 설명하고 토론했다.
    대회 준비는 예행 연습부터 실제 무대 구성까지 간호사들이 모두 직접 맡았다. 심사 위원석에는 의료원장, 병원장, 간호원장, 이사장이 함께 앉았다. 행사가 시작되기 직전, 이사장은 예정에 없던 말을 하나 덧붙였다.
    “1등 하시는 간호사님에게 100만 원 상금과 승진을 약속하겠습니다.”
    환호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단지 상금과 승진 때문만은 아니었다. ‘간호사의 노력이 실제로 존중받는다’는 메시지가 공식적으로 선언되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_ p.262

    2025년 1월 설 연휴 첫날, 전주에는 5cm가 넘는 폭설이 내렸다. 병원 앞마당과 주차장이 하얗게 덮인 새벽, 가장 먼저 바깥으로 나온 건 수간호사들이었다. 누구의 지시도, 공지도 없었다. 그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유니폼 위에 외투를 걸치고 밖으로 나왔다.
    “이쪽부터 밀자. 응급실 쪽 얼면 큰일 나.”
    “어르신들 미끄러지면 고관절 큰 사고로 이어지니까 염화칼슘 좀 더 뿌려주세요.”
    입김을 내뿜으며 가래질하는 그들 곁으로 당직자와 시설팀이 자연스레 합류했다. 시설팀 직원이 “저희가 할 테니 어서 들어가시라”며 말렸지만 수간호사는 환하게 웃으며 답했다.
    “괜찮아요, 같이 하면 금방이잖아요. 진료 시작하기 전에 길은 다 나 있어야죠.”
    환자의 동선을 몸으로 기억하는 이들이 만든 길 위로 그날 전주병원의 아침이 시작되었다.
    _ p.315

    한 중년 환자는 전산상 생활보호 대상자였지만 차마 말을 꺼내지 못하고 치료비 걱정에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있었다. 사회사업팀이 먼저 찾아가 조심스레 지원 가능성을 언급하자 그는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 결국 눈시울을 붉혔다.
    “이런 사정까지 알아봐 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요.”
    그 한마디가 이미 지원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었다.
    2023년에는 길에서 넘어져 허리 수술이 시급했던 한 여성의 전액 지원을 끌어냈다. 600만 원이 넘는 수술비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려던 그녀는 병원과 후원회의 도움으로 다시 일어섰다.
    _ p.343

    추천사

    양종철 (전북대학교병원장)
    이 책은 ‘연대’와 ‘책임’이라는 의료의 본질을 깊이 성찰하게 한다. 위기를 딛고 현장을 지켜낸 전주병원의 ‘포기하지 않는 진료’는 상급 종합병원과 지역 병원이 지향해야 할 상생의 모델이다. 생명을 끝까지 책임지는 이들의 이야기가 지역완결형 의료체계의 진정한 의미를 전한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부도라는 시련 속에서도 병원을 지켜낸 사람들의 땀방울이 담긴 기록이다. 방역의 최전선을 지키고 소외된 이웃을 돌보며 ‘직원이 행복해야 환자가 행복하다’는 철학을 증명해 낸 전주병원의 행보는 우리 사회가 잃어가는 ‘공동체 정신’을 일깨운다. 이곳에 지역 의료의 희망이 있다.


    신충식 (예수병원장)

    병원은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가족의 마음으로 환자를 지켜낸 전주병원 사람들에게서 진정한 치유를 발견한다. 환자의 마음까지 복원하려는 이들의 헌신은 대형화되어 가는 의료계에 큰 경종을 울린다. 절망에서 희망을 일군 빛나는 행보를 추천한다.


    정경호 (전라북도의사협회장)

    현장의 땀방울로 써 내려간 진솔한 기록이다. 환자의 고통을 내 아픔처럼 여기며 진료에 집중하는 모습은 의술 그 이상의 ‘따뜻한 인술’을 보여준다. 절망에 빠진 이웃에게 용기를 주는 전주병원의 이야기는 뜨거운 심장을 가진 의료인들이 우리 사회에 건네는 선물이다.

    출판사 서평



    “도대체 어떻게 이 모든 일이 가능했을까?”
    경영학이 답하지 못한 질문, ‘자발성’이라는 기적을 추적하다

    현대 경영학은 시스템과 효율을 강조하지만 정작 그 시스템을 움직이는 인간의 ‘마음’을 어떻게 얻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한다. 전주병원의 복도에는 그 해답의 실마리가 되는 에너지가 흐른다. 대학병원만큼 화려한 규모는 아닐지라도 이곳의 구성원들은 스스로를 ‘우리 병원의 주인’이라 부르는 데 주저함이 없다.
    이 책은 실천적 학자인 봉현철 교수가 태평양을 건너와 전주병원 구성원들과 나눈 200시간의 대화를 바탕으로 한다. 그는 경영학의 차가운 이론으로 설명되지 않던 전주병원만의 독보적인 ‘자발적 헌신’의 실체를 추적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폭설이 내리면 전 직원이 빗자루를 들고 거리로 나서고, 응급실의 긴박한 순간에는 직종의 칸막이를 허물고 한 몸처럼 움직이는 풍경은 단순한 근면함이 아니다. 그것은 병원의 위기를 자신의 위기로 느끼고, 병원의 성장을 자신의 성취로 받아들이는 ‘살아 있는 조직’만이 보여줄 수 있는 경이로운 생명력이다. 46명의 생생한 목소리로 복원된 30년의 기록은 좋은 조직이란 결국 숫자가 아닌 사람의 영혼을 귀하게 여기는 곳임을 증명한다.


    환자를 보듬는 손길은
    간호사의 고단함을 알아주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전주병원에는 ‘황금마차’라 불리는 이동식 스낵 진열대가 있다. 컵라면, 음료, 간식들이 넉넉히 채워진 이 작은 공간은 단순한 복지 시설 그 이상이다. 밤늦은 근무에 지친 간호사들에게 병원이 건네는 “당신은 보호받아야 할 소중한 존재”라는 가장 직접적인 언어다. 환자의 요구를 ‘이해받고 싶은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간호사들의 세심한 배려는 바로 이 ‘존중의 경험’에서 시작된다.
    자기 몫으로 나온 식사를 급하게 입원한 환자에게 내어주고, 사비로 산 햇반을 데워 환자의 허기를 달래주는 간호사들의 따뜻한 오지랖은 시스템이 강요한 것이 아니다. 병원이 직원의 기본적인 욕구를 세심하게 돌볼 때 그 여유가 환자를 향한 진심 어린 인술로 전이된다는 것을 전주병원은 현장에서 직접 보여준다. 병원 홍보 영상을 찍기 위해 밤늦게까지 춤 연습을 하며 200만 뷰의 기적을 만든 간호사들의 유쾌한 에너지 역시 자신들의 일이 비로소 ‘보여지고 존중받는다’는 자부심에서 기인한 것이다. 이 책은 ‘내부 고객’인 직원의 행복이 어떻게 ‘외부 고객’인 환자의 치유로 이어지는지에 대한 가장 강력한 실천 보고서다.


    지역 의료의 빈틈을 메우는 단단한 허리,
    ‘진심’이라는 경쟁력

    병원의 가치가 병상 수와 장비의 규모로 환산되는 시대에, 전주병원은 수익의 계산기보다 지역의 현실을 먼저 응시하는 ‘다정한 고집’을 택했다. 특히 도농 복합 지역이라는 특수한 환경 안에서 세워진 호성전주병원은 지역 의료가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한다. 고령층 환자들이 주로 겪는 고관절, 무릎, 척추 질환을 중심으로 진료 체계를 구축하고, 전북특별자치도 ‘지역응급의료기관’으로서 365일 불을 밝히는 책임감은 전주병원이 지역민의 삶 속에 깊숙이 뿌리내린 비결이다.
    대학병원의 높은 문턱 대신 낮은 곳에서, 더 빠른 손길로 지역민의 일상적 위기를 감당해 온 시간은 그 자체로 숭고한 기록이다. 49재 날 보호자에게 전달된 세 장의 편지, 와상 환자의 마지막 순간까지 가족의 마음으로 지켜낸 의료진의 모습은 기술로서의 의술을 넘어선 진정한 치유의 본질을 보여준다. 대형 병원의 그늘에 가려지기 쉬운 중소 병원이 어떻게 지역 사회의 ‘우리 편’이 되고, 나아가 지역 의료의 단단한 허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전주병원의 대답은 명확하다. 그것은 바로 규모의 경쟁이 아니라 지역민의 고통에 즉각적으로 응답하는 ‘진심의 속도’에 있다.


    아마추어 리그의 우승을 넘어,
    내일이 더 기대되는 성장의 플랫폼

    전주병원의 30년은 위기를 기적으로 바꾼 시간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과거의 영광에 안주하지 않는다. 전문의가 되어도 배움을 멈추지 않는 공부하는 문화, 인공지능(AI)과 최신 의료 정책을 학습하며 내일을 준비하는 태도는 전주병원을 하나의 거대한 ‘학습 조직’으로 탈바꿈시켰다. 이사장부터 말단 직원에 이르기까지 ‘아직도 배가 고프다’며 끊임없는 쇄신을 요구하는 리더의 방향성은 단순한 외형 확장이 아니라 ‘직원과 함께 살아남기 위한’ 아름다운 몸부림이다.
    이제 전주병원은 아마추어 리그의 우승을 뒤로하고 중증 진료 체계 고도화라는 ‘올림픽 무대’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병원을 단순히 환자를 고치는 공간을 넘어 직원들이 자신의 경력을 성장시키고 삶의 자부심을 일궈내는 ‘성장의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그들의 포부는 자못 당당하다. 사람을 향한 진심이 가장 강력한 경영 전략임을 몸소 증명해 온 전주병원의 발걸음은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우리 모두의 미래를 예고한다. 이 책을 덮을 때쯤 독자들은 깨닫게 될 것이다. 위기를 기적으로 바꾸는 가장 확실한 마법은 여전히 ‘사람’에게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저자 소개
    저자 : 최정웅, 봉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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