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차]
여는 말
1장 마취제 살인사건
어설픈 살인자들 | ‘우유주사’, 세상을 바꾸다 | 허점은 가까이 있는 법이다 | 황제의 죽음 | 프로포폴의 진화 | 천사의 가루 | 케타민을 사랑한 사람들 | 우울증 치료제로의 변신 | 함께 있어서 더 무서운 마취제 | 근본을 향해서
‣ 화학자의 실험실: 작지만 큰 차이
2장 의약품 살인마와 과학 수사
잘못 찾은 약 | 삼가 당나귀의 명복을 빕니다 | 독극물마저 직접 확인하는 과학자들 |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 | 살해 도구를 몸속에 숨겨라 | 몸속에 숨긴 살해 도구를 찾아라 | 완전 범죄는 없다
‣ 화학자의 실험실: 분자를 조각해 인체를 조절하다
3장 독살과 학살 사이
햄릿 왕 암살 사건 | 무통분만, 수사에 동원되다 | 아트로핀의 두 얼굴 | 독극물 길들이기 | 화학무기를 금지하라 | 화학무기를 개발하라 | 히틀러의 선택 | 영국 시골 마을의 비극 | 치매 증상 개선제
‣ 화학자의 실험실: 진실은 승리한다
4장 기만과 광기의 비타민
당근의 치명적인 유혹 | 성장의 비결 | 황금쌀 | 비타민A, 정체를 드러내다 | 교도소 임상시험 | 모두가 외면하던 범죄 | 얻어걸린 약
‣ 화학자의 실험실: 비타민A와 항암제
5장 이게 다 돈 때문이다
부부 의사의 보톡스 도전기 | 닭 쫓던 개 법원 쳐다보기 | 의적은 없다 | 국민 밉상 | 시간이 약이다 | 소송왕이 돈 버는 법 | 복제약 천국 | 의적은 있다
‣ 화학자의 실험실: 어설프게 약 만든 회사
6장 불법 제조약 살인사건
새로운 스타 | 적발되지 않는 마약을 찾아서 | 한 어설픈 화학자가 남긴 유산 | 뜻밖에 도움 되는 신경독 | 스파이와 ‘아무말 대잔치’ | 만천하에 엑스터시를 알려라 | 엑스터시를 막아라 | 순수의 대마왕
‣ 화학자의 실험실: 농약 살인사건
나가는 말
참고 문헌 | 그림 출처 | 찾아보기
[본 문]
안약 많이 쓰면 죽을까? 당시 살해 원인으로 지목한 안약은 비진(Visine)이란 약이다. 주성분은 테트라하이드로졸린(tetrahydrozoline)이라는 물질. 충혈된 눈을 맑게 한다. 눈 주변의 혈관을 수축시키면서 충혈기를 없애는 것이다. 혈관을 수축시키는 게 이럴 땐 좀 도움이 된다. 자율신경, 구체적으로는 교감신경을 활성화시켜서 이런 생리적 변화를 가져온다. 반전은 하나 더 있다. 비진은 일반약이다. 즉, 미국에서는 누구나 약국에서 이 약을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 허점이다. 치명적이다. ― 4쪽
우리나라도 마약 중개인들이 굳이 프로포폴을 유통하지는 않는다. 프로포폴 외에도 거래하기 편한 마약들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외국과 다르게 의료 접근성이 좋다. 그러다 보니 프로포폴과 관련한 문제들도 많이 생겼다. 대부분의 경우는 병원이 연루되어 있다. 의료 접근성을 높이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가끔은 이처럼 안 좋은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 26쪽
이 지시를 받은 간호사 라돈다 보트(RaDonda Vaught)는 당황했다. 그녀는 전산화된 약물 분배 캐비닛(automated dispensing cabinet)에서 베르세드를 검색했는데 제대로 약을 찾지 못했다. 검색어를 잘못 넣었으려니 생각한 보트는 지시받은 약 이름을 떠올리며 ‘Ve’를 입력했다. 그렇게 해서 찾은 약물 목록에서 눈에 띈 약은 ‘베쿠로늄(Vecuronium)’. 처방과 맞지 않는 약을 꺼내면 시스템에서 경고 문구가 뜬다. 이 경고 문구를 무시하고 약을 꺼내기 위해서는 담당 의사의 확인이 필요하다. 하지만 24시간 돌아가는 현장에서 의사가 곧바로 확인할 수 없는 경우도 많은 만큼 이 원칙은 무시되기 일쑤였다. 보트도 경고 문구를 의례적으로 무시하고 잘못된 약 베쿠로늄을 꺼냈다. 그리고 환자에게 투여했다. 비극의 시작이다. ― 72~73쪽
극단적으로 많이 붙이면 죽을 수도 있겠지만, 내가 아는 한 키미테 여러 장 붙여서 죽은 사람은 없다. 그래도 위험성을 고려해서 스코폴라민 패치는 사용에 주의를 기하도록 한다. 7세 이하의 영유아에게 사용을 금지하였고, 다 쓴 스코폴라민 패치는 접착면이 만나도록 반으로 접어서 버리도록 안내하고 있다. 어린이가 우연히 패치를 만져서 어지러워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함이다. 한때 수학여행 가는 학생들이 이걸 붙여 버스에서 잠만 자던 시절도 있었는데, 지금은 모두 추억이다. 요즘 어린이 멀미약은 주로 항히스타민제를 사용한다. 기본적으로 진정 효과가 뛰어나 비교적 안전하게 멀미를 막을 수 있다. ― 126쪽
배질 브라운(Basil Brown)이 죽었다. 1974년 2월 16일, 48세의 건강식품 애호가였던 브라운은 영국 런던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되었다. 검시관이 밝힌 사망 원인이 특별하다. 당근 주스 중독. 브라운은 열흘 동안 날마다 당근 주스 약 4리터씩을 마셨다. 큰 생수병 두 개에 당근 주스만 가득 담아 매일 마셨다고 생각하면 된다. 좀 많아 보이긴 한다.
당근 주스 외에 특별히 먹은 것이 하나 더 있다. 비타민A. 열흘 동안 7000만 단위(IU)를 먹었다. 현재 하버드대학교에서 제시한 19세 이상 남성의 비타민A 일일 영양권장량은 3000IU. 상한섭취량은 1만 IU다. 비타민A 섭취 가이드라인은 나라마다 학회마다 다르고, 어떤 형태로 섭취했느냐에 따라 차이가 좀 난다. 그래도 어떤 수치든 간에 브라운이 하루에 먹은 비타민A 양 700만 IU는 까마득히 많은 양이다. 그리고 비타민A가 풍부한 당근 주스까지. ― 177~178쪽
그런데 같은 시기 같은 이유로 정치권의 집중포화를 맨 앞에서 받았던 대상은 따로 있다. 더 심한 악당이 있었기 때문이다. 구급 의약품 가격을 10년간 여섯 배나 올린 회사보다 더 한 악당이 있다고? 있다. 대체불가 의약품 가격을 50배 넘게 올린 사람이 있다. 하룻밤 사이에. ― 236쪽
알렉산더 슐긴(Alexander Shulgin)이 처음부터 괴짜 과학자였던 것은 아니다. 미국 화학회사 연구원으로 근무하던 1961년, 그는 체내에서 분해되기 쉬운 살충제를 만들었다. 당시 사용하던 살충제는 유기체 안에서 분해되지 않아 먹이사슬을 따라 농축되던 물질이었다. 이로 인한 생태계 파괴를 조명해 세계적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 『침묵의 봄』이 출간된 시기가 바로 1962년. 이러한 논란에서 시기적절하게 비켜난 슐긴의 살충제는 회사에 제대로 수익을 안겨준 효자 상품이었다. 이 공로로 슐긴은 발명에 대한 보상금과 함께 특별한 권리도 얻었다. 회사 경영진이나 동료들의 간섭을 받지 않고 하고 싶은 연구를 마음껏 할 수 있는 권리다. 보고라인에서 제외된 연구원! 부럽기 짝이 없다. 놀아도 된다는 말 아닐까? ― 287~28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