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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끼리를 목욕시키는 여자

    • 화바이룽 저
    • 김소희 역
    • 서사원
    • 2026년 05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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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품 규격 정보
    상품상세정보
    ISBN ISBN-13 : 9791168225909
    쪽수316쪽
    크기B6(127mm X 188mm, 사륙판)
    제품구성단행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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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이다혜 작가 강력 추천
    ★대만 3대 문학상 그랜드슬램 달성
    ★현대 대만 문단에서 주목받는 스토리텔러 화바이룽의 최신 장편 미스터리

    “당신에 대한 감정이 죽었어.
    어쩌면 인간에 대한 감정이 죽은 걸지도 몰라”
    살인자가 된 남편과 그의 자살, 그리고 마침내 마주한 기괴한 진실
    무너진 삶을 다시 세우려는 한 여자의 추적극

    대만의 권위 있는 3대 문학상인 〈연합문학 소설 신인상〉, 〈연합보 문학상〉, 〈린룽싼 문학상〉을 석권하며 필력을 인정받은 작가 화바이룽의 장편 미스터리 《코끼리를 목욕시키는 여자》를 한국 독자에게 처음 소개한다. 시나리오 작가로도 활발히 활동하며 정언할 수 없는 마음에 감각적인 단어들로 이름을 붙이고, 이미지처럼 또렷하게 드러낸 저자는 이번 작품에서도 평범한 일상의 이면에 도사린 낯선 균열을 정교하게 포착해냈다.
    “당신뿐 아니라 인간에 대한 감정 자체가 죽었어.” 어느 날, 남편 밍런의 냉혹한 선언과 함께 평온했던 가정은 산산조각 난다. 그는 가족이라는 존재가 거대한 ‘코끼리’처럼 자신을 짓누르고 있다는 기묘한 비유를 남긴 채 이별을 통보하고, 아내 정팡은 이해할 수 없는 상실감 속에서 간신히 일상을 버텨낸다. 그러던 어느 밤, 상처투성이가 되어 돌아온 밍런은 한 달 뒤 살인 용의자로 구속되며 상황은 파국으로 치닫는다. 침묵으로 일관하며 모든 면회를 거부하던 그는 돌연 정팡에게 집 안에 숨겨둔 ‘어떤 물건’을 찾아달라는 부탁을 남기고, 이튿날 구치소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유순했던 그가 살인을 저지르고, 자살을 선택하면서까지 지키려 했던 비밀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정팡은 밍런이 남긴 단서를 추적하며 완벽했던 일상 뒤에 숨겨진 기괴하고 서늘한 진실과 직면한다.
    이 작품은 평범한 관계의 이면에 감춰진 비틀린 욕망과 가장 가까우면서 가장 멀었던 관계를 집요하게 파헤친다. 대만 문단의 젊은 작가들로부터 압도적 지지를 받은 이 소설은 진실을 마주하는 고통 속에서도 끝내 뒷걸음질 치지 않는 한 여성을 통해, 과거의 폐허에서 삶을 재건하고 미래로 나아가려는 회복의 과정을 그려낸다.
    목차

    [목 차]

    프롤로그

    화산
    2분의 1
    다코야키
    미궁
    진술
    해변
    다람쥐
    포기

    [본 문]

    “당신에 대한 감정이 죽었어. 어쩌면… 당신만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감정이 죽은 걸지도 몰라.”
    당신에 대한 감정이 죽었어… 밍런이 그 말을 내뱉는 순간, 내게 남은 건 웅웅 하고 고막이 먹먹해지는 느낌뿐이었다. 그 뒤로 이어지는 말들도 전부 방음막 너머에서 들려오듯 희미하기만 했다. 밍런은 ‘결혼과 아이를 원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솔직하게 인정했다. 단지 어느 시점에 후손을 번식시켜야 할 책임감으로 잠시 자신을 내려놓기로 했던 거라고. 그 책임을 다했으니, 처자식을 데리고 나들이며 산으로의 캠핑이며 여행 등을 가는 일은 이제 그만하고 싶다고 했다. _28쪽

    새벽 두 시경이 되어서야 밍런은 집에 돌아왔다. 한참 자고 있던 내게 전화해서는 열쇠를 깜빡했다며 문을 열어달라고 했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문을 연 순간, 밍런의 이마와 뺨, 팔 곳곳에 상처가 보였다. 옷도 갈아입은 듯했다. 어찌나 놀랐는지 자다 깨서 불쾌했던 기분마저 싹 달아날 정도였다.
    “당신….”
    밍런은 말없이 나를 지나쳐 집 안으로 들어갔다.
    “계단에서 굴렀어.”
    밍런이 말했다. 어디선가 들어본 변명이었다. 거짓말 리스트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그런 이유랄까. _76쪽

    “남편분께서 살인을 인정하셨습니다.”
    여자 형사는 별다른 말 없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환상이었을까. 내가 앉은 의자 다리 네 개가 흐물흐물해지면서 내 체중을 버티지 못할 것 같은 생각에 순간 넘어지지 않도록 다급히 테이블을 손으로 눌렀다. _161쪽

    밍런이 우리 앞에 나타난 순간, 우리 셋은 모두 얼어버렸다. 밍런의 곱슬머리가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짧게 깎은 머리 위로 작은 언덕처럼 살짝 뾰족하게 솟아오른 정수리가 드러났다. 밍런은 우리를 마주 바라보았다. 전화기를 힐끗 보다가 몇 초간 망설이더니 수화기를 들었다. … 밍런이 아이들에게 할 말이 있는 듯해서 나는 얼른 막내와 샤오위의 귓가에 수화기를 번갈아 가며 대주었다. 내가 수화기를 이리저리 옮기는 사이, 밍런은 수화기를 내려놓더니 불러세울 틈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가버렸다. 접견한 지 5분도 되지 않아 밍런은 그렇게 가버렸다. 바닥에 단단히 붙은 원형 의자를 바라보던 나는 정말이지 헐크가 되어 의자를 확 뽑아다가 밍런에게 던져버리고 싶었다. _242쪽

    “정팡, 당신한테 미안해.”
    이번에도 밍런답지 않은 말이었다. 쇠창살 뒤에 앉아 있는 사람이 그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착각이 들기 시작
    했다. 그동안 그가 내게 안겨준 크고 작은 절망들을 생각하면, ‘미안해’라는 세 글자가 지닌 가치는 터무니없이 부족했다. 밍런은 잠시 멈칫하다 고개를 돌렸다. 나를 이해시킬 방법을 찾느라 괴로운 것처럼.
    “나중에, 내가… 다 말해줄게.”
    “기다릴게.”
    나는 자신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사실은 일말의 희망도 품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또 내 생각이 틀리기를 바라고 있었다. _253쪽 

    출판사 서평



    상처와 무관심 뒤에 가려져 있던 기괴한 진실
    가족과 관계의 이면을 되짚어보게 하는 이야기

    이야기는 교도소에 수감된 전 남편을 면회하러 가는 정팡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이미 모든 것이 끝난 이후의 장면에서 출발하는 이 설정은 독자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가’라는 질문을 품게 만든다. 그렇게 이야기는 현재에서 과거를 향해 거슬러 올라가며, 한 가정이 균열을 맞고 무너져가는 과정을 집요하게 추적한다.
    남편의 이혼 선언, 그리고 그 뒤를 잇는 살인 사건과 자살. 일련의 사건들은 강렬한 미스터리적 긴장감을 형성하지만, 이 작품이 주목하는 것은 사건 그 자체보다 인물들의 내밀한 관계다. 보수적인 부모와의 갈등, 원치 않았던 결혼, 그리고 그 속에서 평범함을 가장해 살아가는 인물들을 통해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얽힌 관계의 복잡성과 불완전함을 드러낸다. 또한 이러한 관계가 얼마나 쉽게 표면적인 이해에 머물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사이에 생겨난 균열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독자는 파편처럼 흩어진 단서들을 따라가며 가족이라는 이름에 가려진 이면을 마주하게 되고, 우리가 지금껏 믿어온 가족은 무엇으로 유지되어 왔는지, 그 안에서 우리는 무엇을 외면해왔는지 스스로 생각하게 한다. 익숙함에 가려져 있던 낯선 진실을 마주할 준비가 되었다면, 잠시 숨을 고르고 이 이야기를 따라가 보기를 권한다.

    진실을 직면할 것인가, 외면할 것인가
    도망치지 않는 자에게만 허락되는 회복의 서사

    작품에서 상징적으로 등장하는 ‘코끼리’는 우리에게 근원적인 화두를 던진다. “당신은 과연 당신의 삶보다 더 크고 무거운 책임을 감당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작품 속 두 사람은 서로 다른 길을 선택한다. 남편 밍런이 개인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가족과 사회라는 책임을 포기하고 끝내 죽음이라는 도피처를 택했다면, 아내 정팡은 남편이 남긴 고통스러운 판도라의 상자를 외면하는 대신 기꺼이 그 안의 진실을 직시하고 품어준다. 제목이 암시하듯, 코끼리를 ‘목욕시키는’ 행위는 단순히 주어진 비극을 견디는 수동적 태도가 아니다. 그것은 삶에 닥친 비극을 능동적으로 수용하고 그 상처와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려는 숭고한 사투에 가깝다.
    정팡은 불편한 진실을 외면해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깨닫고, 고통의 심연 속으로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나아간다. 분노와 의심을 넘어 유머러스하고 강인한 태도로 코끼리를 돌보는 법을 익혀가는 그녀의 변화는, 비극 속에서도 끝내 성장을 이뤄내고야 마는 인간의 본질을 증명한다.
    저자는 두 사람의 엇갈린 선택을 통해 우리에게 묻는다. 고통스러운 진실을 외면한 채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그것을 마주하고 감당할 것인가. 도망치지 않고 끝내 진실을 직면하는 사람만이 비로소 다음 페이지로 나아갈 수 있다는 이 작품의 메시지는, 묵직한 위로와 용기를 건넨다.

    산다는 건 죽어버린 꿈들 사이를 부유하는 일
    그럼에도 끝내 살아가려 분투하는 삶에 대하여

    이 작품의 추천사를 쓴 이다혜 작가는 “살아간다는 건 죽어버린 꿈과 또 다른 죽어버린 꿈, 그리고 작디작은 희망 사이를 부유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의 말처럼, 이 소설이 끝내 도달하는 또 하나의 주제는 한 개인이 품고 살아가는 ‘꿈’에 관한 이야기다. 밍런과 정팡을 비롯한 인물들은 각자 현실의 벽에 가로막혀 끝내 이루지 못한 꿈을 각자의 방식으로 끌어안은 채 살아간다.
    그렇기에 정팡은 밍런의 비밀을 마주한 순간, 단순한 분노나 배신감을 넘어 복잡한 감정에 휩싸인다. “나는 그가 부러우면서도 죽이고 싶었다.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그를 이해하고 싶었다”라는 고백은, 서로를 끝내 이해할 수 없으면서도 기어이 이해하고자 분투하는 슬픔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이처럼 관계의 균열과 상처를 통과해온 끝에서, 정팡이 선택하는 것은 도피가 아닌 ‘견디며 살아가는 일’이다. 이루지 못한 꿈과 남겨진 감정들, 그리고 쉽게 사라지지 않는 상처를 기꺼이 짊어진 채 그녀는 다시 삶을 이어간다. 이 소설은 말한다. 완전히 회복된 삶이란 존재하지 않을지라도, 각자의 균열과 상처 위에서 기어이 내일로 나아가려는 그 마음이야말로 가장 눈부신 회복의 증거라는 것을 말이다.

    저자 소개
    저자 : 화바이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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