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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올리언 하프(현대시세계 시인선 189)

    • 서대선 저
    • 북인
    • 2026년 05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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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품 규격 정보
    상품상세정보
    ISBN ISBN-13 : 9791165121891
    쪽수132쪽
    크기규격 외(152mm X 225mm, 신국판)
    제품구성단행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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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모진 인생의 질곡을 겪어내야 했던 이 땅의 여성들을 위한 서대선의 시들
    2009년 시집 『천 년 후에 읽고 싶은 편지』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으며, 김남조 시인의 특별 추천으로 2013년 『시와시학』으로 등단했던 서대선 시인이 네 번째 시집 『에올리언 하프』를 출간했다.
    서대선의 시집 『에올리언 하프』에는 삶의 주변부로 몰려 고통이 일상화된 여성들이 출현하여 읽는 이의 시야를 뿌옇게 연민으로 채우고 있다. 모진 인생의 질곡을 겪어내야만 했던 이 땅의 여성들이다. 1950∼70년대의 시간을 벅차게 헤쳐간 세대들이라면 생생하게 그리고 익숙하게 시인이 펼쳐낸 인물의 이미지와 사연에 호응할 수 있을 것이다.
    시집의 제목이 발췌된 시 「젤소미나」는 이번 시집의 기류를 몰아가는데 알맞은 역할을 한다. 익히 알고 있는 1950년대 명화 〈젤소미나〉는 관객들에게 애잔한 슬픔의 소용돌이를 일으켜준 바 있다. 폭력적 남성에게 식민화된 하위주체로 자신의 의지를 제대로 펴지 못한 채로 젊음을 고스란히 죽음에 헌납했던 여성, 자신을 모질게 학대하는 남성 광대에게 애절한 눈빛을 드리우며 약자의 비극을 저릿저릿하게 써나가곤 했던 여린 몸, 그 몸의 표정은 내내 남아 우리에게 진한 페이소스를 심어주곤 한다.
    『에올리언 하프』의 첫 페이지를 장식한 「사막 장미(dessert rose)」에서 그 결정(結晶)을 보여준다. 서대선 시인은 시집의 명제에 해당하는 작품을 제출한 뒤 이 명제들을 만족시킬 사례들을 하나하나 증명해보이는 것이다. “지아비”와 “외동아들”까지 “바다에 묻은/ 한 여자”는 더 이상 내려설 바닥이 없는 여자다. 삶의 물기를 모두 앗긴 여자는 소금사막에서 장미꽃으로 피어나 “장미 여자”가 되었다. 그러니까 시인은 소금사막에서 증발하는 생명을 담보로 결정체 “소금꽃”이 된 내력을 여러 시편에 나누어서 들려주고 있다. 소금꽃은 아마도 대단한 밀도를 지녔을 것이고 유난히 투명할 것이다. 장미 꽃잎처럼 여러 곡절이 접혀 있을 것이다.
    이번 시집 속에서 각 시편들은 각각의 패턴을 이어 또 하나의 텍스트로 직조된다. 새롭게 직조된 텍스트에는 시인 자신도 의식하지 못했던 흐름이 이어지며 정렬되곤 한다. 이는 인간 의식의 본능적 논리성에 의한다고 믿고 싶다. ‘의식비평’이 한 사람의 전 작품을 모아놓고 수시로 오가며 글쓴이의 의식을 찾아가는 일도 여기서 비롯될 것이다.
    서대선 시인의 『에올리언 하프』는 시집 제목과 상응하는 시편들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즉 스스로 울려주는 울림의 힘을 제대로 지닌 시편들로 채워져 있다. 번잡한 수사를 소거하고 해상도 높은 정황을 제시, 읽는 이에게서 채워질 의미를 미리 점거하지 않는 너그러움의 시 쓰기를 따라가는 기쁨이 곧 시집을 읽는 기쁨을 제공한다. 단순한 읽기로서의 독서가 아닌, 쓰기로서의 독서를 제공하는 풍요로운 시집이기 때문이다.

    목차

    시인의 말 · 5

    1부
    사막 장미(desert rose) · 13
    목이 긴 여자 · 14
    미자 · 16
    가문 날의 여자 · 18
    양귀비꽃 · 19
    카페 뮐러 · 20
    잊혀진 여자 · 22
    첩이 된 여자 · 24
    변기 닦는 여자 · 26
    젤소미나 · 28
    김이순 · 30
    스크램블에그 만드는 여자 · 32
    낮달 · 33
    눈먼 언니의 가을 · 34
    두 여자가 있는 풍경 · 35
    학이네 집 문주란 꽃 · 36

    2부
    어린 죽음을 위한 송가 · 41
    눈물은 화석을 남기지 않는다 · 42
    문밖의 아이 · 44
    중증발달장애아 위탁원 뒷산에 와서 우는 뻐꾸기 · 46
    벙어리뻐꾸기 · 48
    벼랑 · 49
    무릎에 대한 생각 · 50
    까미유 끌로델 · 52
    고갱이 배추쌈을 먹으며 · 54
    장님 들판의 봄 · 56
    민들레법칙 · 58
    얼음새꽃 · 60
    청산도 1 · 62
    청산 2 · 63
    소릿길을 찾아서 · 64
    포옹 · 65

    3부
    짝사랑 · 69
    밖의 사내 · 70
    나, 눈폭탄 되어 쌓이면 · 72
    그런 사람 있다면 · 73
    눈표범과 춤을 · 74
    벼랑 위에 저 소나무 · 76
    역류성 식도염 · 78
    꽃 지는 날 · 79
    상사화 · 80
    해국(海菊) · 81
    사각 우표 · 82
    철새는 날아가고 · 84
    달맞이꽃 · 85
    맨몸의 성자 · 86
    질경이 · 88
    어느 재의 수요일 저녁 · 90

    4부 울지 말아라
    합창 · 93
    밝은 연못 · 94
    시골에 살아보니 · 96
    그늘 만들기 · 98
    지구인끼리의 인사 · 99
    뭉게뭉게 · 100
    청자원숭이 연적 앞에서 · 102
    큰 새가 오지 않는다 · 103
    휠체어에 앉다 · 104
    다시 · 106
    자리끼 · 107
    백련꽃 들고 길을 가는데 · 108
    군밤 · 109
    민들레 편지 · 110
    이토록 사소한 기쁨이 · 112
    아침 인사 · 113

    해설 거리화된 ‘연민’의 힘과 ‘살 만한 곳’의 충실한 표상들/ 한영옥 ·114

    [본 문]
    [표제시]

    젤소미나
    --
    돌멩이 같던 여자
    회초리도 견디며
    숨죽여 울기만 했던 여자
    -
    돌멩이로
    버려진 낯선 바닷가에서
    울다가 웃다가 울다가
    바람에 깎여서
    에올리언 하프**가 되어버린
    여자
    -
    수레에 흔들리던 봄날
    낯선 마을의 굴뚝
    저녁 연기,
    아침 바다 금빛 날개
    낮은 담장 안
    아기 기저귀,
    동전 구르는 소리
    노인의 목젖 울림,
    그리고
    눈물 한 스푼
    -
    떠도는
    젤소미나
    일몰 바다를 향해 선
    늙은 말,
    말갈기를
    토닥여주던
    여자
    길 위의 여자,
    젤소미나
    --
    ✽ 페데리코 펠리느 감독의 1954년 작 영화 〈길〉의 여자 주인공. 무교양적 주인공 짬파노와 서정적 자아 젤소미나가 보여주는 삶의 행로.
    ✽✽에올리언 하프(Aeolian Harp) : 자연의 바람이 부는 대로 소리내는 악기.
    --

    [대표시]

    미자
    --
    부엌데기
    열네 살 미자,
    아버지 노름빚에
    팔린 아이,
    누렇게 뜬 떡잎인 채, 이삼 년
    -
    공사판 함바집 귀퉁이 엎어진
    홀아비 잡역부 만났다지
    세상 허기진 사내 하나 만났다지
    쪽방 뜨락엔 백일홍 피어났다지
    다폴다폴 채송화도 난만하였다는데
    꽃 지고, 꽃 지고 없는 어느, 어느 날
    -
    공사판 흙더미에 묻힌 사내 몸에
    엎어져 흐느꼈다지
    -
    사내 닮은 유복자 아들 안아올리고
    진자리 마른자리 허리 펼 날 없었어도
    공고 나온 아들 작업복 입은 모습
    남편 살아온 듯 글썽이며
    밝은 날 오길 기다렸다지
    -
    세상 작두에 다리 잘린 아들
    재활병동에서 새우잠 설치다
    잘린 다리 발가락이 가렵다는 아들,
    -
    찬비 흩뿌리는 세상
    아들의 없어진 발가락을
    긁어주는 미자
    -
    추운 날의 여자, 미자.
    --

    이토록 사소한 기쁨이
    --
    감자껍질을 잘게 썬다
    고구마껍질도 잘게 썬다
    베춧국 끓이려
    텃밭 움막 속에서 꺼낸 고갱이 배추
    신문지를 벗겨내고
    겉잎은 떼어내 잘게 썬다
    -
    감자껍질, 고구마껍질, 배추 겉이파리는
    뒷둔덕 골짜기
    새끼를 기르는
    추운 고라니 먹이가 되리,
    -
    아침마다 현관에서
    기다리는 길야옹이는
    고등어 굽는 날 두 귀를 쫑긋거리며
    혀를 날름거린다
    -
    마당에서 겨울을 건너는
    자목련, 별목련, 벚나무 가지에는
    물까치, 직박구리, 까치,
    작은 겨울 철새들이 깃을 쉬고 있으리,

    저자 소개
    저자 : 서대선

    경상북도 달성에서 출생하였다한양대학교 졸업(전교 수석), 단국대학교 대학원 특수교육 전공 석박사 수료(교육학 박사). 중등학교 영어교사를 거쳐 신구대학 교수로 재직. 2009년 시집 『천 년 후에 읽고 싶은 편지』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으며김남조 선생 특별 추천(『시와시학』, 2013)으로 등단했다.

    시집 『천 년 후에 읽고 싶은 편지』(동학사, 2009), 『레이스 짜는 여자』.(서정시학, 2014), 『빙하는 왜 푸른가』(문학세계사, 2019) 등이 있으며시평론집 『히말라야를 넘는 밤새들』.(포엠포엠, 2019)이 있다.

    2013년 『시와시학』 신인상, 2014년 홍조근정 훈장, 2014년 한국예술평론가협회 문학 부문, 2022년 한국경제문화 대상 문학 부문 수상신구대학교 명예교수문화저널21 문학담당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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