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는 글 - 시와 교감하는 시간이 아름답다. / 4
평설 - 삶에 대한 애정과 존재론적 성찰의 시화집 … 강소이 / 6
1 부 한여름밤의 꿈
아버지 그림자 / 16
그리움의 향기 / 17
성자 산수유 / 18
산수유 연가 / 19
사계 풍경 / 20
속세의 굴레 / 21
초자아 메타인지 / 22
열망 / 23
미래 인식의 문 / 24
멍울의 무게 / 26
실연 / 27
삶의 전투장 / 28
단비 / 30
한여름 밤의 꿈 / 31
삶의 터전 / 32
누에고치 천명 / 33
희망가 / 34
두 울타리 / 36
자만심 / 38
공허 / 39
기다림 / 40
무지 / 41
마지막 인사 / 42
꿈속의 연인 / 43
나의 길 / 44
인생은 미로 / 45
생명의 연장 / 46
숨 / 47
욕망 / 48
멀미 / 49
조물주, 신의 선물 / 50
몽운夢雲 / 52
기억의 무게 / 53
긴긴 겨울밤 / 54
흰 눈 / 55
얼음 사과 / 56
닥나무 / 57
농꾼의 상현달 / 58
길쌈 / 59
잊혀진 나를 마주하며 / 60
세상사 새옹지마 / 61
버릴 수 없는 마음 / 62
산골 처녀 / 64
그녀의 열병 / 65
할머니 소신공양 / 66
추모시 / 68
무념무상의 이치 / 69
인생무상 / 70
삶의 화석 / 72
한 맺힌 메아리 / 74
위험한 칼날 / 75
거울 / 76
자기의 향기 / 77
인어의 노래 / 78
고래의 눈물 / 79
마물魔物, 우주인 / 80
마법사, 시공간 / 82
신기루 / 83
마추픽츄 / 84
2 부 마음으로 찍은 사진
참꽃 사변 / 86
아카시아 꽃 / 88
산딸기 / 89
연꽃 / 90
목련 / 91
진달래 소나타 / 92
플라타너스 / 94
꽃 발자국 / 95
숨비소리 / 96
돌탑 / 97
백년초 / 98
수국 / 99
하귤夏橘 / 100
돌하루방 / 101
해녀 망태기 / 102
삼다도 / 103
yellow rose / 104
동백꽃 / 105
부들 / 106
부초 같은 늪 / 107
민들레 / 108
토끼풀 / 109
작약 Peony root / 110
명자나무 / 111
사과나무 말루스 / 112
비단잉어 / 113
할미꽃 / 114
제비붓꽃 / 115
별수국 / 116
초롱꽃 / 117
분홍 달맞이꽃 / 118
데이지 꽃 / 119
백묘국 / 120
무스카리 꽃 / 121
장독대와 꽃무덤 / 122
정자 앞, 연못 / 123
그늘막 / 124
구름 / 125
하굣길 / 126
벚꽃 길 / 127
서울의 밤 / 128
삼행시(안은숙) / 129
[본 문]
1) 가족에 대한 사랑을 형상화한 시편들
달빛으로 물든 하늘을 바라보니
늙어가는 아버지의 휘어진 손가락이
찬바람처럼 가슴을 후려친다
:
아버지의 뼈마디는 활처럼 휘어져
오늘도 활시위를 당기고 있다
- 〈아버지의 그림자〉 일부
〈아버지 그림자〉에서는 달빛에 물든 하늘을 바라보며, 늙어가는 아버지의 손가락이 떠오른다. 아버지의 손가락은 “주마등처럼 스치는 추억”으로 겹쳐지며 가족을 부양하느라 노동으로 거센 풍파, 닳고 닳은 모습의 상징성을 갖고 있다. 아버지의 고단한 생애를 “아비의 휘어진 손가락”으로 형상화해 내는 데 성공하고 있으며, 달빛 물든 하늘, 주마등, 활시위와 같은 시각적인 이미지를 통해 거친 풍파 속에서 고생으로 뒤틀리고 휘어진 어진 가장(家長)의 삶을 형상화한 우수한 작품이다.
안개꽃 속에 누워있는
너의 마지막 모습은 너무 아름다웠어
:
그리움과 고통도 나의 것이니까
너를 향한 그리움...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우리 둘만의 사랑이 될거야
- 〈마지막 인사〉 일부
〈마지막 인사〉는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내며 나누는 이별의 고백을 다룬 작품이다. 시어와 시의 흐름이 부드럽지만, 가슴 뭉클한 가족애가 느껴진다. 죽음을 생의 종지부(비극)가 아니라, 숭고한 장면으로 바라보며 “영원히, 언제나, 다시, 끝내”라는 시어를 통해, 상실에서 삶의 영속성(영원한 사랑)을 획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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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짐 내려놓고 무상무념의 피안에서
영원불변의 삶을 살기를
- 〈어머니〉 일부
〈어머니〉도 90에 영면에 드신 어머니에 대한 시이다. 7남매를 키우며 고난과 시련 속에서 고단하게 살아오신 어머니는 3년 동안 산소호흡기로 버티시다가 천명을 받아들이셨다는 애도의 시다. 불효의 자책을 안은 채 “피안에서/ 영원불변의 삶을 살기를” 기원하는 직설적인 기도시라고 하겠다. 이처럼, 안 작가는 아버지, 언니, 어머니의 굴곡진 삶과 죽음 앞에서 생을 바라보며, 죽음을 종말로 받아들이지 않고 영원한 사랑의 연속, 피안의 세계에서 평안을 기원하는 초극의 사랑을 노래한다.
2) 자연물을 통한 성찰
이번 시집에 실린 여러 시편 중에, 자연물을 소재로 한 시들이 여러 편 있었다. 자연물을 보며 어린 시절을 회고하는 시도 있었지만, 〈목련〉 시는 목련꽃을 그녀로 의인화하면서, “나는 과연 저 소녀처럼 살고 있는가?/ 저문 저녁 하늘이 무상무념이다”라고 읊음으로써 목련꽃을 보며 자신의 삶을 반추해내는 훌륭한 시라고 하겠다. 즉, 창문 앞의 “그녀”라는 대상을 응시하며, 본인의 내면을 되돌아보며 응시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여기서 “그녀(목련꽃)”는 단순한 식물이라기보다는 세월을 견디며 화자의 내면을 투영하는 상징물이라고도 할 수 있다. 또한, “강아지풀, 밤새 역경, 저문 저녁 하늘” 같은 이미지들은 성장과 노화, 생의 무상상을 은유하는 훌륭한 메타포라고 하겠다.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는 우수한 관조적 시선과 성찰이 조화를 이룬 서정시로 돋보이는 작품이다.
배냇저고리를 벗어 던지고
이젠 어엿한 소녀 모습을 보인다
나는 과연 저 소녀처럼 살고 있는가?
저문 저녁 하늘이 무상무념이다
- 〈목련〉 일부
자연물을 다룬 시편 중에는 〈산딸기〉, 〈아카시아꽃〉, 〈성자 산수유〉도 훌륭하다.
3) 계절의 순환, 생명 원천에 대한 사유
〈사계 풍경〉은 봄비, 여름비, 가을비, 겨울비를 순차적으로 묘사하면서 사계절을 차례로 불러내며, 농민의 애환, 삶과 사랑의 무게를 다루고 있다. 네 계절의 순환구조는 인생의 순환 주기와 맞물림을 보여준다. 안은숙 작가는 어째서 네 계절의 이미지를 “비”에 빗대어 표현했을까? 즉 농작물의 싹틈과 성장, 결실에 필수적인 물의 이미지는 “비”로 비유하여 물의 생명성, 생명의 원천을 강조하고 있다. 더 나아가 부모 세대의 희생, 헌신을 압축적인 울림으로 보여주는 시의 응축력을 보여주는 수작秀作이라고 하겠다.
즉, “봄비는 대지를 녹이며 봄꽃 흐드러지게 피워놓고 떠나는” “살리는 생성의 이미지”를 보인다. “여름비는 고단한 민초들의 서정을 훼손하고/... 떠났다”, “가을비는 농자들 가슴 때늦은 땡볕에 새까맣게 타는/ 시름만 안기고 떠났다”, “겨울비/ 설화 가슴에 스미어/ 사랑을 탁발한다// 사계에 순응하느라/ 뼈골이 빠진 아비 어미는”, 이라고 시를 맺고 있다.
농사를 짓는 농부의 사계를 그리면서, 애환과 고통, 시련이 묻어있는 시라고 하겠다. 우리 고전(古典) 중에 〈농가월령가〉나 〈동동〉과 같은 시가를 연상하게 해준다. 전통과 맥을 잇는 훌륭한 시를 읽게 되어 기쁜 마음이지만, 시의 어조가 농부들의 애환과 부모님의 고생과 희생을 말하고 있어서 다소 무게 있는 작품으로 읽힌다. 그러나 시의 구조가 단단하며 완결성이 뛰어나다.
4) 존재론적 성찰의 시
뽕잎을 먹고 자라는 그는
몇 번의 허물을 벗고 죽거나
고통 속에서 살아나야만 한다
:
그는 자신이 뽑아내는 실들이
보배로운 비단이 되어
:
그냥 자신의 삶을 원초적인
자신의 우주 안에서
탄생과 소멸을 반복하는 것이
그저 그의 운명이다
- 〈누에고치 천명〉 일부
누에는 뽕잎을 먹고, 본래 비단을 생산하는 존재다. 그러나 시인은 누에의 삶을 통해 인생의 고통을 은유로 바라본다. 인간의 숙명, 인간 삶의 희생, 존재론적 허무를 그려내고 있다. 누에처럼 우리 인생도 생을 다 바쳐서 타인을 풍요롭게 하지만(비단을 뽑아내지만), 정작 자신은 끝내 소멸하는 존재(“몇 번의 허물을 벗고 죽거나/ 고통 속에서 살아나야만 한다”)임을 성찰하는 사유가 깊은 시다. 우리 인생도 “나고 자라 죽음을 맞이하는” 탄생 - 소멸의 반복임을 누에고치의 삶에서 성찰해 내고 있다.
3. 맺음말
안은숙 작가님의 시집 「장독대와 꽃무덤」의 면면을 다음과 같이 살펴보았다.
1) 가족에 대한 사랑을 형상화한 시편들
2) 자연물을 통한 성찰
3) 계절의 순환, 생명 원천에 대한 사유
4) 존재론적 성찰의 시
소설가로서 매우 역량 있는 작품을 창작해 냈듯이 안 작가의 시선은 매우 예리하다. 소설가로서의 감성으로 예민한 감수성으로 자연물, 사물, 인생을 사유하며 시로 그려내고 있음을 살펴보았다.
매주 대조적인 양대 산맥인 소설과 시/ 산문과 운문의 양쪽 장르를 앞으로도 넘나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두 영역은 양날의 검과 같아서 서로의 영역을 함부로 내어주지 않는 배타성이 있다. 두 장르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있다. 그러나 두 영역에서 모두 성공한 분들도 여럿이다.
만해 한용운 선생도 「님의 침묵」과 같은 주옥같은 시집을 남겼으나, 「흑풍」 등의 소설을 남기기도 했다. 심훈 선생도 〈그날이 오면〉과 같은 단호한 시를 쓰기도 했고, 〈상록수〉와 같은 명작을 남기기도 했다. 안은숙 작가님도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성공적으로 빚어낼 역량이 있음을 모두는 알고 있다. 소설 못지않게 시를 빚어내는 작품성도 뛰어남을 이번 시집에서 보여주었다.
[감수 시인 이정록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