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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ISBN-13 : 9791157957965 |
|---|---|
| 쪽수 | 464쪽 |
| 크기 | 기타 규격 |
| 제품구성 | 단행본 |
- 인문/역사 > 한국역사/지리
도산 안창호 정신으로 이어진 한국 지성운동의 기록
지식인들은 무엇으로 어떻게 시대를 움직였는가?
『동광』은 일제강점기 엄혹한 시대의 민족의식을 깨우고
『새벽』은 독재정권에 맞서 4·19혁명의 기폭제가 되었고
‘금요강좌’는 광복 후 1,400여 회에 걸친 강좌로 시민의식을 탄생시켰다
『시대의 잡지를 읽다』는 일제 암흑기의 독립운동에서 광복 이후의 민주화 투쟁까지, 민족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온 잡지 『동광』과 『새벽』, 그리고 시민 계몽 강좌 ‘금요강좌’의 역사를 처음으로 본격 조명한 기록 문학이다.
올해 2026년 5월 20일은 도산 안창호 선생이 창립한 흥사단이 민족 계몽 잡지 『동광』을 창간한 지 꼭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잡지사를 다룬 어떤 문헌도, 심지어 흥사단 자체의 기록에서도 『동광』과 그 후신인 『새벽』, 그리고 ‘금요강좌’는 지극히 소략하게 언급되어왔다. 저자 이만근은 1964년 흥사단에 입단한 이후 평생을 도산의 ‘무실역행’ 정신을 몸소 실천해온 인물로, 이 책을 통해 잊혀가는 역사의 한 페이지를 생생하게 복원해낸다.
1926년 5월에 창간된 『동광』은 수양동우회의 기관지이자 일제강점기 지성인들의 독립 의지를 담은 종합잡지였다. 42호를 내는 동안 일제 당국으로부터 32건의 기사 삭제와 1호 전체 압수를 당하면서도 민족의 각성과 계몽을 멈추지 않았다. 8·15 광복 이후 6·25 전쟁의 폐허 위에서 1954년 6월, 『동광』의 정신을 이어받아 창간된 『새벽』은 이승만 독재정권에 맞서 자유민주주의의 횃불을 밝혔으며, 4·19 시민혁명의 도화선 역할을 하였다. 그리고 같은 해 흥사단이 최초로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시작한 ‘금요강좌’는 이후 반세기 동안 1,400여 회에 걸쳐 국민의 민주시민 의식을 일깨웠다.
저자는 이 두 잡지의 방대한 목차와 주요 글들을 직접 발굴·정리하고, 『새벽』에는 도산 안창호, 주요한, 구상, 장리욱, 김재순, 이어령, 신동문, 조지훈, 함석헌, 김형석, 안병욱, 김동길, 최인훈, 이병주, 윤일선 등 『동광』은 도산 안창호, 김여식, 김윤경, 이윤재, 우호익, 이광수, 나경석, 황진남, 김창세, 김여제, 김동명, 한흑구, 황순원, 모윤숙, 장만영, 유상규, 오기영, 최서해 등 한국 근현대사를 수놓은 지성인들의 활약을 생생한 필치로 재현한다. 부록으로 수록된 『동광』·『새벽』 두 잡지의 완전한 총 목차와 ‘금요강좌’ 총목록은 연구자와 독자 모두에게 귀중한 사료가 될 것이다.
[목 차]
추천의 글 | 잊힌 시대를 다시 밝히는 기록의 힘 — 오명
추천의 글 | 우리나라 잡지의 역사를 새롭게 쓰다 — 이승하
머리말
I. 동녘 하늘의 빛이 되다 —『동광』
1. 잡지 『동광』의 탄생 배경
민족의 선각자 도산 안창호
흥사단과 수양동우회
2. 『동광』 창간호가 탄생하다
동포에게 고하는 글 - 도산 안창호
『동광』이란 제호를 짓다 — 김여식
3. 민족의 얼을 일깨우다
한글에 생명을 불어넣다 - 김윤경
국난 극복의 영웅을 소개하다 – 이윤재
민족의 꽃 무궁화를 예찬하다 - 우호익
4. 건강과 과학 정신을 강조하다
원자력 발전이 대두되다
아인슈타인의 열풍 – 나경석, 황진남 등
민족의 건강이 독립의 근본이다 - 김창세
5. 우리 문학에 큰 영향을 끼치다
신체시의 선구자 애국 시인 - 김여제
두 차례 18편의 시를 발표하다 - 김동명
단 한 편의 친일 문장도 쓰지 않았다 - 한흑구
6. 재능있는 신인을 발굴하다
16세 소년, 시인으로 등단하다 - 황순원
애국 민족 시인으로 등단하다 - 모윤숙
안서 김억의 추천으로 등단한 서정 시인 - 장만영
7. 노동하는 삶의 현장을 가다
일본에서의 노동 체험기를 연재하다 - 유상규
최초로 노동자 고공농성을 알리다 - 오기영
‘빈궁문학’의 대표작가 - 최서해
8. 『동광』의 발자취
II. 새벽을 일깨우다 —『새벽』
1. 새벽의 빛을 비추다
2. 『동광』의 속간호 『새벽』을 창간하다
창간의 주역을 맡다 - 주요한
공산 정권을 탈출한 시인의 등장 - 구상
독립의 희망과 의지를 노래하다 - 도산 안창호
3. 혁신호로 다시 태어나다
『새벽』의 혁신호를 내다 - 장리욱
『새벽』의 주간을 맡다 - 김재순
26세의 천재 편집위원 - 이어령
4. 반독재 운동의 선봉이 되다
썩어진 지성에 방화하라 - 신동문
「지조론」과 피맺힌 시를 발표하다 - 조지훈
때는 다가오고 있다 - 함석헌
5. 새벽을 밝힌 세 명의 철학자 —김형석·안병욱·김동길
6. 문예지 아닌 문예지였다
「제8요일」, 「성난 얼굴로 돌아다 보라」, 「깃발 없는 기수」, 「최후의 증인」, 「광장」 전문을 실어
남북 분단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다 – 최인훈
박정희 혁명정부로부터 필화를 입다 - 이병주
7. 특집호 ‘원자력의 세계’로 주목 받다
원자력의 의료 치료 이용을 주장하다 - 윤일선
8. 『새벽』의 발자취 —탄생에서 종간까지
III. 시대의 시민을 잇다 —‘금요강좌’
1. 최초의 시민 공개 교양강좌
2. 시민 의식 함양과 교양 증진
3. 정치 사회적 불안속에서도 이어지다
4. 시대의 흐름에 맞게 변화를 시도하다
부록
『동광』의 총 목차
『새벽』의 총 목차
흥사단 금요(개척자)강좌 개최 목록
[본 문]
1902년, 안창호는 교육 활동을 접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다. 이혜련과 결혼한 다음 날, 인천항을 출발해 도쿄에서 일주일 체류한 뒤에 미국으로 건너갔다. 세상을 제대로 보아야겠다는 그의 포부와 미래를 내다본 선견지명이 배를 타게 한 것이다. 스물네 살 때였다. 그에게는 미국에서 교육학을 공부하고자 하는 마음이 컸다.
안창호는 미국 샌프란시스코(San Francisco, 桑港)에서 각종 궂은일을 하면서 공부하는 고학생으로 유학 생활을 시작하였다. 그러나 그곳 동포의 생활 실태를 목격하고 먼저 그들의 생활 개선 지도와 노동 주선 일을 하기로 결심하고 공부를 뒤로 미루었다.
- 24~25쪽 ‘민족의 선각자 도산 안창호’ 중에서
『동광』 창간호 서두에는 김창세金昌世의 「민족적 육체 개조 운동」이 실려 있다. 이 글은 건강이 인생의 근본 자산임을 주장하는 내용이다. 이 글을 형식상의 권두언으로 삼은 것은 정치성 혹은 이념을 내세운 잡지가 아님을 강조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창간사를 따로 쓰지 않은 대신 안창호가 ‘산옹山翁’이란 필명으로 쓴 「합동과 분리」가 창간사에 준하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사설’에서는 잡지의 발간 취지를 말하고 있다. 「무엇보다도」라는 사설의 일부이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남보다 도덕적으로 결함이 있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도덕이란 결코 충忠이라든가 효孝라든가 하는 어떤 덕목의 결함을 말하는 것이 아니요, 도덕의 근본이 되는 원리적 결함을 말하는 것이다. 그것은,
① 참되어 거짓됨과 속임이 없는 것,
② 자기가 해야 할 일을 곧 하는 것,
③ 개인에 대하여서나 단체에 대하여 한번 하기로 허락한 의리이거든, 괴롭거나 즐겁거나 이롭거나 해롭거나 좋거나 싫거나 꼭 지키되, 건정례로 말고 전심력을 다하여서 할 것,
④ 나의 의무라고 알고 의리라고 할 때에는 단연히 행하기를 시작하되, 아무리 위험이나 곤란이 오더라도 참고 이기고 견디어 생명으로써 끝을 보고야 말 것,
⑤ 사보다 공을 먼저 하고 공을 위해서는 사를 희생하는 봉공奉公의 정신,
⑥ 동포에게 대하여, 동지에게 대하여, 자기가 속한 모든 단체에 대하여 사랑과 용서와 서로 돕고 서로 격려하는 정신이니, 이 여섯 가지는 오는 사회의 시민권을 가지는 일원으로서 없어서 안 될 근본적 도덕이다. (하략)
이 가운데 무실務實·역행力行·신의信義[충의]·용기勇氣[용감] 등 4대 정신은 흥사단의 가장 큰 지도이념이다. 그러니까 무지한 국민을 우리가 직접 계몽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글이다.
- 35~37쪽 ‘『동광』 창간호가 탄생하다’ 중에서
『동광』 제5호(1926.9)에 김윤경金允經(1894~1969)의 논설 「조선 말과 글에 바로 잡을 것」이 실렸다. “이것은 한결의 「조선 말과 글」이란 책에서 일부분을 떼 온 것이다”라고 편집 기자가 밝히고 있는데, 그 글의 주요 내용을 살펴본다.
ㄱ. 사투리가 없이 말을 통일하고 문제를 통일하여 말과 글이 일치하게 할 것.
ㄴ. 본보기 말(표준어): 중앙 말 곧 서울말은 어느 곳에서든지 다 알게 되므로 서울말을 본보기 말로 삼음이 가장 편리한 일이다.
ㄷ. 본보기 글(표준문): 본보기 말은 어떤 기준으로 표기하느냐가 중요한데, “우리의 글로만 쓴 것을 본보기 글로 삼아 쓰자”라고 하는 것을 주장한다.
우리 글이 아주 흠 없는 글이 되도록 하려면 우리의 생각부터 고치고 적을 때와 말할 때 조심할 것, 그리고 우리 말과 글을 연구하는 모임을 만들고 출판물을 통해 바로 잡는 바를 널리 펴고 알릴 것을 강조하였다.
- 53~54쪽 ‘한글에 생명을 불어넣다 - 김윤경’ 중에서
『동광』은 창간호부터 과학란과 건강란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당대 다른 잡지와는 구별되었다. 제2호(1926.6)의 ‘독자와 긔자[기자]란’에서 실생활의 친구가 되자는 의미로 특별히 힘을 쓰겠다고 하고, 제4호(1926.8)에서는 잡지계의 특색을 발휘하는 ‘건강란’은 더욱 내용을 충실히 채워 가는 중임을 독자에게 알리고 있다.
제13호(1927.1)에서는 잠시 소일거리에 불과한 것보다 과학이나 학술 방면으로 나아가는 편이 더욱 낫다는 것을 알고, 가급적 장래에도 실제 방면에 힘쓰려 한다고 밝히고 있다. 『동광』은 전문적인 내용이 아니라 일반 대중이 쉽게 이해하고 현실에서 쉽게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을 주로 다룬다고 하였다.
- 69쪽 ‘건강과 과학 정신을 강조하다’ 중에서
『동광』 제25호(1931.9)의 ‘과학 페이지’에 「지구상에 석탄이 다 없어질 때는? 문명은 어디서 동력을 어드랴는가[얻으려는가]」라는 논설을 싣고 있다. 필자는 인류문명은 화석연료가 고갈되었을 때 그 대안으로 지열 발전, 조력발전, 해수 온도차 발전, 풍력발전, 태양열 발전, 원자력 발전 등을 설명하고 있다.
지열 발전은 영국의 유명한 발명가 파슨스(Parsons)의 증기터빈 발전기를 예로 들고, 뜨거운 지열을 이용해서 무한의 동력을 얻을 수 있다고 하였다. 조력발전은 조수潮水의 힘을 이용하여 발동기를 돌린다고 하면, 그리고 조석潮汐[밀물과 썰물]의 차가 많은 긴 해안선을 이용하면 거대한 동력을 얻을 것이라 하였다.
- 71쪽 ‘원자력 발전이 대두되다’ 중에서
우리 문단과 문학계에 끼친 『동광』의 영향은 실로 엄청났다.
1920〜30년대는 이른바 동인지 문단 시대였다. 3.1운동 직전에 『창조』가 창간되었고, 3.1운동 이후 일본이 언론·출판의 자유를 조금이나마 주어서 『백조』, 『폐허』, 『개벽』, 『장미촌』, 『금성』, 『시문학』 등이 창간되었다. 일간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도 창간되었다. 종합 문예지인 『문장』과 『인문평론』이 1939년에 창간되었는데, 그 이전 7년여 동안 문인의 발표지면 역할을 톡톡히 한 종합지가 바로 『동광』이었다. 문학 전문 잡지가 아님에도, 시·시조·소설·수필·평론·희곡 등 다양한 장르, 수많은 작가의 작품이 실렸다. 주요 필자만 해도 20명이 넘는다. 그리고 이 시기에는 문인들 일부가 친일문학으로 돌아서기 이전이어서 그런지 대단히 민족주의적 성향의 글이 다수 실렸다. 그러니까 『동광』은 1926〜1933년 기간 동안 우리 전 민족의 정신적 지주였던 셈이다.
- 88~89쪽 ‘우리 문학에 큰 영향을 끼치다’ 중에서
『새벽』은 사실상 『동광』의 속간호인 셈이다. ‘동광’을 우리 고유의 말로 고친 것은 어떤 의미로는 하나의 비약이고 진전이라고 하였다. 1954년 6월에 『새벽』 창간호(준비호)를 내고, 9월에 창간기념호를 발간하였다. 일제강점기 시절, 최고의 교양과 사상지였던 『동광』의 영광을 알고 있는 사람은 창간호를 손에 들고 모두 감격하여 눈물을 글썽거렸다.
『새벽』은 흥사단의 기관지 성격과 아울러 일반적인 종합 잡지의 성격을 띠고 광범위한 민족문화의 부흥을 사명으로 삼았다. 『새벽』의 진용은 사장 겸 발행인으로 주요한, 주간은 김주흥, 편집은 김용제였다. 창간 당시로는 우리나라 유일하게 ‘가로쓰기’를 도입했고, 『동광』을 『새벽』으로 바꾸었던 것처럼 한글에 대한 자긍심과 함께 한글의 다양한 활용 방안을 제시해 나갔다.
- 164쪽 ‘『동광』의 속간호 『새벽』을 창간하다’ 중에서
『새벽』 창간기념호의 특집 ‘문학·예술의 당면과제’라는 정담에서 35세 젊은 시인 구상은 전후 우리 문학계와 문화계가 방향감각을 잃고 우왕좌왕하는 데에 대해 다음과 같이 강하게 비판한다.
후반기 모더니스트들은 민중과 대화할 수 있고 소통할 수 있다고 얘기하는데, 실상 이들이 하는 서투른 작업이라는 것은, 사회참여를 말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그런 것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없어요. (중략) 우리의 언어를 갖다가 과거처럼 어떤 제국성이나 반동성에 몰아넣지 말고 용감하게 생명 있는 언어로서 시에 불러들여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중략) 일제 말기에는 어떤 낭만적인 저항성이 있었는데, 해방 후에는 예술 면에서 혼백을 뺀 사람같이 만드는 것이 순수성인 줄 알고 있어요. 그것이 작가요 문학자입니까? 우리의 선진작가들은 어떤 계몽주의, 인도주의, 자연주의라든가 자기가 신봉하는 자기의 이념을 위해서 싸우고 저항했던 것입니다.
‘후반기’ 동인들의 문학이 국적 불명인 데다가 이념 불명이라고 성토하는 구상 시인의 목소리가 죽비竹篦 같다. 이같이 말하고 있는 구상 시인은 많은 사람에게 신앙심 깊은 천주교인의 이미지를 남긴다.
내가 만일
조국을 팔았다면
그 앞잡이가 되었다면
또 그 손에 놀아났다면
재판장님! 징역이 아니라
사형을 내려주십시오.
조국을 모반한 수치를 쓰고
15년이 아니라 단 하루라도
목숨을 구차히 이어가느니보다
죽음이 차라리 편안합니다.
저기 저 창밖에
일진광풍이, 채 여물지도 못한
낙엽을, 지움을, 좀 보아주십시오.
재판장님! 무죄가 아니면
진정, 사형을 내려주십시오.
— 「옥중모일」(4292년 10월 21일)의 부분
구상은 6개월간 옥살이를 하고 나서야 무죄가 밝혀져 풀려났다. 그때 일을 산문시로 써 『새벽』 1960년 2월호에 발표한 것이다. 풀려나고 곧바로 3.15부정선거가 있었고, 마산 사람들이 규탄 데모를 하다가 김주열金朱烈(1943~1960) 등 11명이 죽었다. 이에 격분한 구상은 『새벽』 1960년 5월호에 이런 시를 발표하였다.
손에 잡힐 듯한 봄 하늘에
무심히 흘러가는 구름이듯이
피 묻은 사연일랑 아랑곳 말고
형제들 넋이여, 평안히 가오.
광풍이 휘몰아치는 쑥대밭 위에
가슴마다 일렁이는 역정逆情의 파도
형제들이 틔워 놓은 외가닥 길에
오늘도 자유의 상열喪列이 꼬리를 물었소.
형제들이 뿌리고 간 목숨의 꽃씨야
우리가 기어이 가꾸어 피우고야 말리니
운명보다도 짙은 그 바램마저 버리고
어서, 영원한 안식의 나래를 펴오.
— 「진혼곡-마산 희생자를 위하여」 전문
- 177~180쪽 ‘공산 정권을 탈출한 시인의 등장 - 구상’ 중에서
『새벽』 1958년 1월호부터 주간을 맡은 김재순金在淳(1926~2016)은 발행인 주요한과 함께 편집을 맡았다. 김재순은 1958년 5월 민의원 선거(강원도 양구)에 출마했다가 낙선하고 『새벽』의 발간에 전력專力했다고 스스로 밝힌다. 발행인 주요한이 1958년 5월, 4대 민의원 선거에서 당선되어 국회로 들어가자 김재순이 업무의 대부분을 맡았다.
이때는 『새벽』이 재정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으며 페이지 수를 60면 내외로 줄이는 등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는 과도기이자 침체기를 겪고 있을 때였다.
1959년 새롭게 사장을 맡은 장리욱이 재정적인 문제를 해결하자, 김재순 주간이 10월 혁신호부터 본격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하였다.
김재순은 서울대학교를 갓 졸업하고 경기고등학교 교사로 있던 이어령을 비상근 편집위원으로, 시인 신동문을 편집장으로 초빙하여 내실을 다졌다. 『새벽』의 혁신호(1959.10)가 ‘정권교체는 가능한가’라는 특집을 꾸미는 등으로 혁신하자 독자의 반응이 뜨겁게 나타났다.
- 200~201쪽 ‘『새벽』의 주간을 맡다 - 김재순’ 중에서
1960년 5월에 발간한 『새벽』의 혁신호 체제부터 편집위원(비상근)으로 참여한 이어령李御寧(1934~2022)은 바로 그 호에 「사회 참가의 문학 - 그 원리적 문제」를 실었다.
이어령은 22세 나이로 『한국일보』에 「우상의 파괴」(1956.5.6)라는 논설을 발표했고, 『문학예술』(1957.8~12)에 평론 「카타르시스 문학론」과 『사상계』(1958.11)에 「해학諧謔의 미적 범주」 등을 발표하면서 천재성 이름을 널리 알리고 있었다.
『새벽』의 주간을 맡고 있던 김재순이 경기고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던 이어령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편집위원으로 영입하였다. 그는 그 전부터 『새벽』(1959.12)에 「잠자는 거인 - 뉴 제너레이션의 위치」를 발표하였다.
- 205쪽 ‘26세의 천재 편집위원 - 이어령’ 중에서
혁신호는 독자로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얻어 판매 5일 만에 5,000부가 매진되어 곧 재판 2,500부를 발간하였다.
혁신호(1959년 10월)의 권두언 「새벽 종소리 높이 울리리 - 혁신호 발간에 즈음하여」, 특집 ‘정권교체는 가능한가’에는 주요한을 비롯하여 이종극·이동욱·고정훈·송원영 등이 이승만 정권의 부정과 부패를 비판했고, 함석헌은 「때는 다가오고 있다」라는 제목의 글로 본격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1959년 11월호에는 함석헌의 「들사람 얼(野人精神)」과 이관구李寬求(1898~1991)의 「나의 붓을 꺾을 자 누구냐?」와 홍종인의 「언론자유는 쟁취해야 하는 것」, 그리고 ‘1인 정치의 비극’이란 특집란에 박준규·한태연·신상초·황산덕의 글이 실렸고, 김기진의 「폭군의 성격 파탄증」도 실렸다. 12월호 특집 ‘민족적 반성의 순간’에는 주요한·김팔봉·유광렬·엄상섭 등이 독재정치에 경종을 울렸다.
- 212~213쪽 ‘반독재 운동의 선봉이 되다’ 중에서
그러나 4.19혁명 며칠 전에 간행된 『새벽』 5월호에서 가장 주목하게 한 특집은 ‘문화인의 항변 - 나는 반항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로 각계 30명 문화인의 항변이었다. 4.19혁명의 기폭제라 할 수 있는 이 특집이야말로 학생시위와 시민궐기, 그리고 4.25 교수 데모를 가져오게 하는 봉화대가 되어주었다.
‘문화인의 지상 데모’에 참가한 30명의 필자는 이태영(변호사)·조지훈(고대 교수)·이한직(시인)·김윤경(연대 교수)·김팔봉(작가)·홍종인(언론인)·서상일(정치가)·이무영(작가)·정비석(작가)·주요섭(경희대 교수)·설창수(시인)·부완혁(조선일보 논설위원)·이상로(시인)·선우휘(한국일보 논설위원)·고원(시인)·김광림(시인)·신동문(시인)·김우성(성대 교수)·차범석(극작가)·곽종원(숙대 교수)·주도윤(변호사)·김성욱(시인)·박연희(소설가)·김수한(민총 선전부장)·김순희(수필가)·이동욱(동아일보 논설위원)·윤석중(아동문학가)·임인수(아동작가)·김수영(시인)·윤길중(변호사) 등이다.
『새벽』이 서점에서 불티나게 팔렸고, 사람들은 이 책을 가지고 토론하고 구호와 선언문을 만들었다. 마산사태 이후 극도로 긴장된 정국에서 『새벽』은 역사에 거대한 횃불을 밝힌 것이다. 당시 『새벽』은 주요 각 대학에서 쏟아져 나온 ‘4.19선언문’ 작성의 원전과 같은 역할을 하였다.
3월에 나온 『새벽』 4월호가 혁명의 불씨를 뿌렸다면, 4월 15일에 간행된 5월호는 4.19혁명 전야에 거친 역사의 황야를 전국적으로 직접 불태우게 하는 명중탄이 아닐 수 없었다. 5월호 권두언 「민족 갱생의 신호」에는 이렇게 언급되어 있다.
…마산사건에 대해서, 이는 한민족이 타력 아닌 자력에 의하여 신생과 재출발을 하기 위하여 신의 섭리로서 낡은 일체의 것을 정화하려는 민족 갱생의 신호로 볼 수 없을까.
…3.15를 치르고 그 불법, 무효를 규탄하는 민중들의 구호 가운데는 ‘이승만 정부는 물러가라’는 것이 있다. 설사 이승만 정부와 대한민국을 별개의 문제로 분리하여 생각하더라도 오늘날 우리나라 지도층의 인물들이 여·야를 막론하고 국민의 영혼에 가한 도덕적·정신적 상해를 간과할 수는 없으리라. 참다운 인간 존엄의 민주 정신에 의하여 보장되지 못한 국가 조직 속에서 국민이 입고 있는 상처는 상상 이외로 치명적인 것이다.
- 216~217쪽 ‘반독재 운동의 선봉이 되다’ 중에서
『새벽』 1959년 5월호에 신동문辛東門(1927~1993)은 ‘문화인의 항변’ 30인 지상 데모에 참여하고 「썩어진 지성에 방화하라」는 글로 다음과 같이 뜨겁게 절규하는 것으로 장식하였다.
생명하는 지성은 노怒할 줄 아는 지성인 것이며, 생동하는 지성은 정열과 협동해서 반항하고, 증오하고, 투쟁하고 승리할 줄 아는 것이 그 스스로의 모습인 것이다. 그렇게 눈치만 살피고, 비위만 맞추고 아양만 떠는 이기利器로서의 썩어버린 지성에 대하여 억울이, 분통이 한꺼번에 터지는 방화를 하고 싶다. 훨훨 타서 재가 되고 난 잿더미 속에서 새싹처럼 돋는 청순한 인간의 정신과 그것을 부축하는 건강한 지성의 모습을 보고 싶다.
나 스스로에 불을 지르고, 또 나는 너에게도 불을 지르고, 너는 나에게 불을 질러서, 이 미진하고 구석지고 노폐한 패배의 철학을 고스란히 살라 부쳐야만 하겠다.
우리의 각자가 마땅히 자기 정신에의 방화범이 될 때, 비로소 나는 인간이 되는 것이고 현대의 주인이 되는 것이며, 민주주의의 역군이 되고 조국의 주권자가 되는 것이다.
신동문은 독자에게 이 땅의 주인은 국민임을 천명하였다. 부정과 불의와 끝까지 싸울 줄 아는 생동하는 지성을 이처럼 외쳤다.
신동문은 이어 『새벽』 1960년 6월호에 시 「학생들의 죽음이 시인에게 - 아! 4월 19일이여」를 발표하였다.
- 219~220쪽 ‘썩어진 지성에 방화하라 - 신동문’ 중에서
『새벽』 1959년 10월호(혁신호)에 함석헌咸錫憲(1901~1989)의 논설 「때는 다가오고 있다」가 실렸다. 이 글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8월 15일이다. 광복절 행사가 곳곳에 열렸으나 민중은 무표정이고 무감격이다. 14년 전에는 민중이 외양간에서 나온 송아지처럼 뛰어 삼천리가 들썩들썩했다. 그런 민중이 왜 광복절을 맞아 무표정하고 감격이 없는 것일까?
현재의 살림이 조금도 시원한 게 없고, 감격할 만한 자유가 없기 때문이다. 살림은 싸움이다. 싸우는 정신을 가진 자만이 감격할 수 있다. 광복절을 당하고도 민중이 먹먹히 무표정인 것은 정의와 인도를 위해 싸우자는 정신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오늘의 민중은 싸움 없는 사람이요, 희망 잃은 사람이며, 내일을 모르는 사람이다. 그러니 어찌 감격을 바랄 수 있겠는가?
- 229~230쪽 ‘때는 다가오고 있다 - 함석헌’ 중에서
문예지가 아니고 시사 종합지인 『새벽』이 시·소설·문학 평론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작품을 싣는 문예 전문 잡지의 역할을 하였다. 또한 ‘이상李箱신인(시·소설)상’을 제정하고 신인의 등용문 역할도 하였다. 그리고 세 차례나 장편소설이 실린 것은 우리나라 잡지사와 문학사를 통틀어도 획기적인 일이다.
『새벽』 1959년 11월호에는 소설 「제8요일(The Eight Day of the Week)」(600매)이 실려 있는데, 책의 1/4을 소설 한 편에 할애한 것이다. 분재分載하지 않고 그 호에 전문을 다 실었다.
「제8요일」은 폴란드의 작가 마레크 프라스코(Marcc Flasko)의 작품으로 출간 당시 작가의 나이 겨우 스물여섯이었다.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요일이 ‘제8요일’이다. 이 작품은 7일밖에 존재하지 않는 일주일에서 얻을 수 없는 소망을 이룰 수 있는 요일, 즉 ‘제8요일’을 주제로 하고 있다. 모든 인간의 정신적 자유와 안식마저 빼앗긴 폐허 같은 바르샤바에서 목요일 낮부터 일요일 밤까지 불과 나흘 동안 평화와 안식을 갈망하는 청춘 남녀의 사랑을 통해서 바르샤바의 현실을 예리하고 심도 있게 다룬 리얼리즘 소설이다.
- 248~249쪽 ‘문예지 아닌 문예지였다’ 중에서
『새벽』 1960년 12월호(종간호)는 한 언론인의 운명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그는 부산 국제신보사의 주필 이병주李炳注(1921〜1992)이다. 이병주는 특집 ‘아, 한국!! - 이것이 우리 조국이다’에서 김팔봉의 「너희 자신을 울라」, 지명관의 「사상의 불모지를 가다」, 민병산의 「4천세의 소아마비증」, 서경수의 「눈먼 샤머니스트의 의상」, 천상병의 「패배한 인간학」과 함께 「조국의 부재 - 국토와 세월은 있는데 우리에겐 조국이 없는가?」라는 긴 논설을 발표하였다.
이 6명의 글 가운데 1961년 5월 16일에 쿠데타를 일으킨 박정희 혁명정부는 이병주의 「조국의 부재」를 문제 삼아 같은 해 5월 21일 구속했다. 이병주는 10년형을 선고받고, 부산교도소에서 복역 중 2년 7개월 만에 풀려났다. 혁명정부가 이병주의 「조국의 부재」를 왜 문제 삼은 것일까?
- 258~259쪽 ‘박정희 혁명정부로부터 필화를 입다 - 이병주’ 중에서
『새벽』 1955년 송년호의 ‘원자력의 세계’란 특집에서 윤일선尹日善(1896~1987)은 「암과 원자력」이란 글을 발표했는데, 그 주요 내용을 살펴본다.
원자력에 있어서는 원자력 자체, 동위원소 혹은 방사능성 물질로서 의학에 관련되게 된다. 원자력의 연구에 있어서는 영국 캬벤띠쉬[캐번디시]연구소(Cavendish Laboratory)의 러써-포뜨[러더퍼드](Ernest Rutherford)에 의하여 원소元素의 전환 실험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방사능성 물질에 있어서는 큐리[퀴리](Curie) 부부의 레쥼[라듐](Radium) 연구에서 그의 원천을 찾을 수가 있다. 원자력의 연구에 있어서는 어네스트 로렌쓰(Ernest O. Lawrence)와 존 로렌쓰(John H. Lawrence) 형제, 즉 미국 카리포니아[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의 두 교수가 시작한 것이다. (중략)
로렌쓰는 중성자로 최초에 실험했다. 그것이 백혈구를 감소시키는 것을 알고, 그 후 실험용 가접종성實驗用可接種性 마우쓰(Mouse)의 백혈병에 사용하여 그 치료 시에 효과가 있는 것을 알고 1937년 발표하였다. (중략) 방사능성 물질, 즉 동위원소는 의학상 연구와 실험에 있어서 다음과 같은 데 사용하게 된다.
- 266~267쪽 ‘원자력의 의료 치료 이용을 주장하다 - 윤일선’ 중에서
금요강좌는 모든 분야에 걸쳐 당대의 석학, 저명한 교수와 언론인, 탁월한 경세가, 때로는 초야에 묻힌 야인은 물론이고 외국 인사도 초빙하여 지성과 양심의 메시지를 시민에게 전하였다. 정치와 경제, 철학과 사상, 사회, 교육, 문학, 종교, 역사, 언론, 예술 등 모든 분야를 망라하였다.
제1공화국 때에는 역경 속에서도 그 뿌리를 내렸고, 1959년에는 금요강좌 이외에 요일을 달리하여 여러 전문 분야별로 ‘국민교양강좌’도 실시하였다.
참여한 강사는 경제에 조동필, 수양에 장리욱, 철학에 김형석, 시사에 주요한, 역사에 홍이섭, 불교철학에 이청담, 정치에 고정훈, 국제문제에 신상초, 문화사에 조규동, 문학에 이무영, 동양철학에 한상갑, 문화에 정대위, 과학에 홍문화와 최욱 등이었다. 이 강좌는 1960년에도 이어져 종교에 장하구, 민법에 방순원, 시국에 이일선, 신문학에 박동운, 노동법에 김진웅, 외교에 민병기 등이 강사로 참여하였다.
- 283쪽 ‘최초의 시민 공개 교양강좌’ 중에서
제804회(1975.12.5): 우리 민족의 이상 – 김형석(연세대 교수)
몇 해 전 ‘한국 민족의 이상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한 결과, ‘밝은 사회를 육성하자’라는 것이란 결론을 얻은 적이 있다.
우리 선조들이 해가 떠오르는 밝은 곳을 찾아 이 땅에 와서 사용하고 남아 있는 고유명사 중 30여 종이 ‘밝다’라는 뜻을 나타내고 있으며, 고구려, 신라, 백제, 고려, 조선 등의 국호가 거의 ‘밝다’라는 의미가 있다. 이런 선조의 생각이 삼국유사 등 문헌에 나타난 것이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정신이다. 이것은 인간답게 살고 인간의 의미와 인격의 가치를 누리면서 살 수 있도록 서로 돕는 정신을 이르는 것이다.
우리 선조는 한반도에 밝은 나라를 이룩하자고 뜻을 세우고 후손에게 널리 이어가길 바랐으나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서양에서는 르네상스 이후로 100년이 멀다 하고 새로운 문화가 계승되어왔으나, 불행히도 우리는 그런 계승을 하지 못하였다. 앞으로는 우리 민족의 새로운 문화를 위한 정신적 가치가 항상 역사의 중심이 되고 주류가 되어 이 나라 역사가 움직이도록 해야 하겠다.
- 308~309쪽 ‘정치 사회적 불안속에서도 이어지다’ 중에서
1980년대에 금요강좌를 기획하고 사회를 맡았던 박인주(나눔국민운동본부 대표, 전 흥사단 이사장)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회고한다.
금요강좌는 자유당과 공화당 정권에서 유일하게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듣는 곳으로 알려져서, 당대 지식인과 석학에게는 나와서 강연하고 싶은 무대로 인식되어 강사 섭외는 의외로 쉬웠다. 오히려 시대 정신에 걸맞은 주제를 선정하는 것이 중요했다. 주제는 계몽주의적인 것에서부터 시민의식 함양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이루어졌다.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것뿐만 아니라 시대를 선도하는 데까지 고려했다. 3백 명을 수용하는 동숭동 1층 강당이 부족할 때는 건물 밖에 스피커를 설치하여 거리의 청중이 듣기도 했다.
금요강좌는 우리나라에 사회교육이 움트는 시절부터 씨앗이 되었고, 전국으로 확산하는 산실이 되었다. 도산 선생이 강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강연으로 우리에게 나아갈 방향과 길을 제시한 것의 실천이었다. 금요강좌를 통해 전쟁 직후 암울한 시절부터 독재 정권의 서슬이 퍼렇던 시절에도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과 길을 제시했다. 금요강좌가 성공을 거두면서 1980년대 초에는 민족대학이 생겨나 흥사단 정신을 전파하고 확산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 316쪽 ‘정치 사회적 불안속에서도 이어지다’ 중에서
흥사단 금요개척자 강좌 1,300회 돌파
-연합뉴스 1992년 6월 4일 기사
(서울=연합) 매주 금요일 저녁 흥사단 강당(서울 종로구 동숭동)에서 열리는 ‘흥사단 금요개척자강좌’가 6월 5일로 1,300회를 맞는다.
1954년 4월 9일(금) 주요한 씨의 ‘소련의 세계정책’ 강연을 시작으로 지난 38년 동안 계속된 이 강좌는 1,300회를 기념하여 서울 등 전국 6개 도시에서 순회강연회를 갖는다.
‘민족통일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를 대주제로 기획된 순회강연회는 이미 일부 도시에서 개최하였으며, 5일 서울에서 이영희 한양대 교수의 ‘남북한 군사 긴장 완화의 조건’ 강연이 1,300회를 기록한다.
금요개척자강좌는 매년 3월 첫 주에 그해의 강좌를 개강하여 7월 둘째 주까지가 전반기 강좌이고, 9월 첫 주부터 12월 둘째 주까지 후반기 강좌로 연 31〜33회 강좌가 열렸다.
시민공개강좌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이 강좌가 금요일을 고집하는 것은 도산 안창호 선생이 1913년 5월 13일 흥사단 운동의 횃불을 밝힌 날이 금요일이었던 것에서 연유한다.
- 328~329쪽 ‘시대의 흐름에 맞게 변화를 시도하다’ 중에서
잊혀가는 역사의 한 페이지를 복원해낸 눈물겨운 역작.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특히 이 땅의 청년들에게 도산 안창호 선생이 강조했던 사랑과 헌신, 진실과 정직의 참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 오명 (전 부총리 겸 과학기술통신부 장관, 국가원로회의 상임의장)
이 한 권의 책은 흥사단의 중요 활동사이며 우리나라 지성인들의 활약상의 증언이다. 흥사단과 도산아카데미에서 60여년을 보낸 이만근 선생의 역작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널리 읽혀 이 땅에 태어난 것을 자랑스러워했으면 좋겠다.
- 이승하 (시인, 중앙대학교 명예교수)

100년 전 동녘에서 비춘 빛, 『동광』의 저항과 계몽
폐허 위에 세운 민주주의의 보루, 『새벽』지의 투쟁
‘금요강좌’, 시민 교육의 효시이자 민주 시민의 학교
도산 안창호의 ‘애기애타’ 정신, 청년의 가슴에 닿기를
1. 잊힌 잡지, 잊힌 정신을 복원하다
한국 근현대사에서 잡지는 단순한 매체가 아니라 시대정신의 창구였다. 그러나 수많은 잡지 가운데 『동광』과 『새벽』은 역사적 중요성에 비해 충분히 조명 받지 못했다. 『시대의 잡지를 읽다』는 바로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탄생한 책이다.
저자 이만근은 흥사단 활동을 통해 축적된 자료와 기억을 바탕으로 두 잡지의 탄생 배경과 활동, 참여 지식인, 사회적 영향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이 책은 단순한 잡지 소개를 넘어 당시 지식인들이 어떤 문제의식을 가지고 글을 쓰고 사회를 변화시키려 했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잡지의 내용뿐 아니라 시대적 맥락을 함께 설명함으로써, 독자는 잡지 자체가 하나의 역사적 사건이었음을 이해하게 된다. 잊힌 잡지를 통해 잊힌 정신을 복원하는 작업이 바로 이 책의 핵심이다.
2. 『동광』, 민족의식을 깨운 지성의 플랫폼
1926년 창간된 『동광』은 일제강점기 민족정신을 일깨운 대표적 잡지였다. 이 책은 『동광』이 단순한 문화 잡지가 아니라 민족 계몽 운동의 중심 매체였음을 강조한다.
『동광』은 사상, 문학, 역사, 과학, 건강, 사회 문제 등을 폭넓게 다루며 국민의 각성과 실천을 촉구했다. 도산 안창호를 비롯한 지식인들은 이 지면을 통해 희망과 용기를 전달했고, 민족의 자립을 강조했다.
또한 신인 작가들의 등용문 역할을 하며 문학사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황순원, 모윤숙 등 젊은 작가들이 『동광』을 통해 등장했고, 다양한 문예 작품이 발표되었다. 이처럼 『동광』은 민족정신과 문화 발전을 동시에 이끈 지성의 플랫폼이었다.
3. 『새벽』, 민주주의를 향한 지성의 외침
광복 이후 『동광』의 정신은 『새벽』으로 이어졌다. 『새벽』은 자유민주주의를 향한 열망을 담아 당대 지식인들의 목소리를 담은 종합 교양지였다.
주요한, 구상, 장리욱, 이어령, 신동문, 조지훈, 함석헌 등 대표적 지식인들이 참여하며 시대의 방향을 제시했다. 특히 독재 정권을 비판하는 논설과 문학 작품을 통해 민주주의 의식을 확산시키는 역할을 수행했다.
이 책은 『새벽』이 단순한 문예지가 아니라 사회적 변화를 이끄는 지성 운동의 중심이었음을 보여준다. 『새벽』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향한 지식인의 책임을 보여준 매체였다.
4. ‘금요강좌’, 시민교육의 출발점
이 책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 중 하나는 ‘금요강좌’에 대한 기록이다. 1954년 시작된 이 강좌는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공개 교양 강좌의 효시였다.
함석헌, 김형석, 안병욱, 김동길 등 한국 지성계를 대표하는 인물들이 참여하여 시민 의식과 교양을 높였다. 약 1,400여 회 이상 이어진 강좌는 한국 시민사회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저자는 직접 강좌 운영에 참여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강좌의 분위기와 의미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금요강좌’는 단순한 강연이 아니라 시민 교육 운동이었다.
5. 도산 안창호 정신의 계승
『동광』과 『새벽』, 그리고 ‘금요강좌’를 관통하는 핵심은 도산 안창호의 정신이다. 무실역행, 애기애타, 진실과 헌신의 가치가 세 흐름을 하나로 묶는다.
이 책은 도산 정신이 단순한 사상이 아니라 실제 잡지와 강좌를 통해 사회 속에서 실천되었음을 보여준다. 지식인들의 글과 강의는 그 정신을 현실 속에서 구현한 사례였다.
이러한 흐름은 독립운동기부터 민주화 시대까지 이어지며 한국 사회의 정신적 기반을 형성했다. 책은 이 연속성을 강조한다.
6. 기록으로 읽는 한국 근현대 정신사
『시대의 잡지를 읽다』는 잡지사이자 지성사이며 시민운동사다. 세 매체를 중심으로 한국 사회의 정신적 흐름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동광』과 『새벽』의 총목차, ‘금요강좌’ 목록 등 방대한 자료를 정리해 연구 자료로서도 가치가 높다. 일반 독자뿐 아니라 연구자에게도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된다.
이 책은 과거를 기록하는 동시에 현재를 성찰하게 한다. 잡지를 통해 시대를 읽고, 지식인의 역할을 되새기며, 시민의식을 생각하게 한다.
『시대의 잡지를 읽다』는 잊힌 기록을 복원하고 미래를 비추는 정신사적 기록이다.
“잊혀가는 역사의 한 페이지를 복원해낸 눈물겨운 역작.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특히 이 땅의 청년들에게 도산 안창호 선생이 강조했던 사랑과 헌신, 진실과 정직의 참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오명 (전 부총리 겸 과학기술통신부 장관, 국가원로회의 상임의장)
“이 한 권의 책은 흥사단의 중요 활동사이며 우리나라 지성인들의 활약상의 증언이다. 흥사단과 도산아카데미에서 60여년을 보낸 이만근 선생의 역작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널리 읽혀 이 땅에 태어난 것을 자랑스러워했으면 좋겠다.”
―이승하 (시인, 중앙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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