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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독하게 걸어서 빛이 되는(현대시세계 시인선 188)

    • 조성림 저
    • 북인
    • 2026년 04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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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품 규격 정보
    상품상세정보
    ISBN ISBN-13 : 9791165121884
    쪽수120쪽
    크기규격 외(152mm X 225mm, 신국판)
    제품구성단행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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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삶과 죽음에 대한 조용한 울림을 들려주는 철학적 기록인 조성림의 시들

    조성림 시인의 시집 『고독하게 걸어서 빛이 되는』은 자연을 노래하는 서정시집이면서 동시에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적 기록이다. 이는 한 시인이 평생 동안 자연과 인간을 바라보며 얻은 사유의 결산에 가깝다. 그의 시는 격렬한 외침 대신 조용한 울림을 남긴다. 그 울림은 오래된 나무 아래에서 들려오는 바람 소리처럼 크지 않지만 오래 마음속에 남는다.
    시인에게 유랑은 그리움의 유전자다. 조성림 시인의 『고독하게 걸어서 빛이 되는』은 유랑의 거처이다. 유랑은 ‘씨앗과 새싹의 원형질’이며, ‘원초적 진실을 찾아가는 순진무구의 길’이다. 유랑에서 돌아오면 그는 ‘신전’에 엎드려 시를 쓴다. 시인의 새벽은 신전이다. 새벽은 ‘자연의 영과 혼’이 시의 영역에 드는 시간이다. “다 저녁인데// 어미 소가 혀로/ 아뜩하게 귀여운지/ 어린 제 송아지 등을/ 핥고/ 핥고/ 끊임없이 핥아주고 있다// 아, 이 얼마나/ 찬란한 어스름인가(「귀한 일」 전문)”.
    또 조성림 시인의 시는 ‘삶을 거름으로 하여 내 안에서 힘겹게 또다시 꽃을 피우는 일’이다. 꽃이 되는 것들에게 그는 헌신과 애정을 숨기지 않는다. “한 생이 오고 또 한 생이 저문다 해도 그대에게 옷을 지어주고 싶네(「격포사랑」 부분)”, “붉은 네 뺨을 어이 만지랴// 흐르는 네 물방울을 어이 만지랴(「배롱나무 꽃」 부분)”라고 드러낸다.
    조성림의 시는 연민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통해 인간 존재의 의미를 찾아가는 이야기다. 시는 욕망하고도 욕망하지 않는 반계리 은행나무와 ‘고독하게 걸어서 빛이 되는 그대라는 문장이 있고, 곡진하게 기다리고 서러운 것들이 모여야 꽃이 되는 벌개미취와 상처가 상처에게 들어가 별빛을 나누는 파치와 너무 커서 삼키지 못하는 왜가리를 통해 함께 나눌 수 있는 솔직한 우리 삶의 이야기이자 고백서이다.
    특히 조성림의 시집에서 두드러지는 주제는 ‘삶의 유한성과 죽음에 대한 성찰’이다. “내 몸도 나는 아직 잘 모르고/ 심지어는 낯설기까지 하다(「병원」 부분)”. 이 구절은 존재의 근본적인 불안을 표현한다. 인간은 자신의 몸조차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이러한 인식은 나이가 들수록 더욱 또렷해진다. 시인은 병원이라는 공간을 통해 삶이 얼마나 불안정한 기반 위에 놓여 있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죽음」이라는 시에서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등장한다. “죽음보다 큰 선생이 어디 있으랴”. 이 문장은 이 시집의 중심을 이루는 구절이다. 죽음은 단순한 끝이 아니라 삶을 이해하게 만드는 스승이라는 인식이 드러난다. 이러한 태도는 자연 속에서 삶과 죽음을 하나의 흐름으로 바라보는 동양적 사유와도 연결된다. 인간의 삶은 자연의 일부이며, 죽음 역시 그 흐름 속에 포함된다는 인식이 이 시집 전체를 관통한다.
    조성림의 시는 언어의 급진적 해체나 형식적 실험을 통해 새로운 미학을 추구하기보다는, 전통적 서정의 방식 속에서 삶의 깊이를 탐색하는 데 집중한다. 바로 이러한 점이 그의 시를 독특하게 만드는 요소이다. 그의 시는 화려한 기교보다 오랜 시간 축적된 사유의 힘으로 독자를 설득한다.

    목차

    시인의 말 · 5

    1부 그대라는 문장
    초당 · 13
    매우梅雨 · 14
    명리학 · 15
    부귀리 · 16
    반계리 은행나무 · 18
    소송 · 20
    천안행 3 · 21
    나무 시인 2 · 22
    격포 사랑 · 23
    무화과에도 사랑이 · 24
    신전 · 26
    그대라는 문장 · 28
    두곡마을 · 30
    봄바다 · 32
    화양연화 · 34

    2부 선자령 눈에 갇히다
    귀한 일 · 37
    승방골 · 38
    복국 · 39
    목련 · 40
    겨울 기도 · 42
    가야국 · 44
    선자령 눈에 갇히다 · 46
    선사시대 유적에서의 하루 · 48
    매영성에 매화꽃 터지다 · 49
    동시집이 오시다 · 50
    삶 · 51
    주름 · 52
    천금 · 54
    아리아 · 55
    벌개미취꽃 · 56

    3부 탁월한 선택
    몽블랑 · 59
    나무늘보 · 60
    탁월한 선택 · 61
    내력 · 62
    거울 · 64
    구름 · 66
    호반새 · 68
    갈대 · 70
    이야기는 힘이 세다 · 72
    꽃무릇 · 73
    자리 · 74
    병원 · 76
    사발 · 78
    색소폰 · 80
    강 · 82

    4부 울지 말아라
    파치 · 85
    파도 · 86
    격세지감 · 87
    울지 말아라 · 88
    죽음 · 90
    초대 · 91
    마로니에 베어지다 · 92
    경칩 무렵 · 94
    새것 · 96
    김화 · 98
    눈길 · 100
    푸른 기억 · 102
    겨울 날개 · 104
    배롱나무꽃 · 105
    벽시계 · 106

    해설 자연의 서정에서 존재의 사유로 / 전윤호 · 109

    [본 문]

    [표제시]

    그대라는 문장
    --
    아주 오랜만에
    그대라는 명문장을 마치 그림자처럼
    맛깔스럽게 따라가보았습니다
    -
    어느 여인의 치맛자락 같기도 하고
    혹은 달빛자락 같기도 한
    먼 여운이 내게 와서는
    찰랑찰랑 파도치는 것이었습니다
    -
    눈에 보였다가는 곧
    사라지는 이 세계
    보아도 불빛처럼
    명멸하는 이 세계
    -
    그곳을 한 나그네처럼
    걸어가지 않을 수 없는
    불멸의 한 문장
    -
    그것이 오히려
    차라리 꽃이 되고
    먼 여명이 되는 저 탄복
    -
    그립고
    아뜩하기만 한 풍경들
    내게 와서는 시냇물이 되고
    강물로 차오르는
    -
    백 년 혹은 더 먼 세월을
    저 혼자
    고독하게 걸어서 빛이 되는
    --

    [대표시]

    울지 말아라
    --
    내가 언제 훌쩍
    이 별을 떠난다 해도
    울지 말아라, 얘야
    -
    2천 년 전 장자 선생이 말씀하셨듯이
    떠난 그 자리에서
    풍악을 울리는 것이 좋겠구나
    -
    꽃이 마른 가지에서 피어
    감탄할 사이도 없이 떠나가듯
    잠시 감개무량이면 좋을 듯하구나
    -
    사실 나도 놀랍게 이 지상에 출몰해
    지구를 떠돌며
    신비의 옷을 입고 춤을 추었구나
    -
    가도 가도 마법의 순간들을
    아직도 나는 깨달을 수가 없고
    다만 그 외경의 거울을
    비추어보며 탄복할 뿐
    -
    개개비와 더불어 한 세월
    갈대피리를 불어댔으니
    그것으로 내 마음 가난해도
    얼마나 즐거운 일이냐
    -
    산다는 것은 순간의 다리를 건너
    나의 별을 향해
    평생 방황하는 거
    -
    나도 매일 풀잎으로 새 옷을 갈아입고
    한세월 이슬과 풍악에 젖어 떠돌았어도
    눈물처럼 영영 즐거웠으니,
    이제 밤이슬과 더불어
    소쩍새 소리 밤의 숲을 적시고 있으니
    이보다 좋은 거 말하면 무엇하리
    --

    거울
    --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내가 나를 들여다보는 거
    -
    나를 가르치는 것도 나이고
    나를 일깨우는 것도 나이다
    -
    산천에 널려 있는
    풀포기 하나
    나무 한 그루
    새 한 마리
    구름 한 송이
    한 획으로 푸르른 강 한 줄기
    그 어느 것 하나
    내게 선생 아닌 것이 없다
    -
    그 하나하나는
    아무 말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비유로 나에게 말하고 있는 거
    -
    순간만이 저 스스로
    영원으로 가는 장도
    -
    언젠가 꽃처럼 허공에서
    뚝 떨어지는 거
    -
    물 아래 맑은 피라미처럼
    그저 오늘
    내가 나를 가만히 들여다보는 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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