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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심판자들 - 기업 권력과 격돌한 공정위의 치열한 기록
- 송병철,이대희,채희선,양영경,김민정,김세훈 저
- 박영사
- 2026년 03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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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ISBN-13 : 9791130397603 |
|---|---|
| 쪽수 | 332쪽 |
| 크기 | 규격 외(152mm X 225mm, 신국판) |
| 제품구성 | 단행본 |
- 경제/자기계발 > 경제일반
처음 공정거래위원회를 출입하라는 발령을 받았을 때 솔직한 심 정은 막막함이었다. 경제부처는 처음이었고 그중에서도 공정위는 낯 선 영역이었다. ‘경쟁법’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은 상당했다. 법 률과 경제학이 뒤섞인 복잡한 개념, 빼곡한 숫자와 데이터로 가득 찬 보도자료는 거대한 벽처럼 느껴졌다.
솔직히 고백하면 경쟁법은 기자에게도 어렵고 재미없는 분야라 고 치부했다. 매일 접하는 사건 자료들은 건조했고 그 안에 담긴 진 짜 의미를 파악하기 어려웠다. 기업 간의 다툼은 그들만의 리그처럼 보였고 그것이 우리의 삶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쉽게 와닿지 않았다. 하지만 취재 현장에서 부딪히고 고민하는 시간이 쌓이면서 그 생각 은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거대 기업의 담합이 내가 오늘 마시는 커피 가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막강한 플랫폼 기업의 불공정 행 위가 골목길 소상공인의 삶을 어떻게 좌우하는지를 목격했다. 경쟁 법은 박제된 법전 속에 잠자고 있는 법이 아니라 우리 일상 가장 가 까운 곳에서 숨쉬며 시장의 질서를 만드는 법이었다. 경쟁법의 진짜 매력을 알게 된 것은 그즈음부터다.
경쟁법은 일상의 법이었다. 매일 이용하는 스마트폰 운영체제, 배 달앱 수수료, 영화관 티켓 가격, 심지어 아파트 관리비까지. 시장 경 제 안에서 살아가는 한 우리는 매일 경쟁법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 그 거대한 작동 원리를 이해하는 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눈을 뜨게 했다. 또 이는 치열한 논리의 격전장이었다. 수백억 원, 때로는 수천억 원의 과징금이 걸린 사건에서 기업과 경쟁당국이 펼치는 법리 공방은 그 어떤 드라마보다 극적이었다. 양측이 동원하는 수많은 증거와 정교한 논리를 따라가다 보면 지적인 희열마저 느껴졌다. 그 과정에서 경쟁법은 견문을 넓히는 창이었다. 하나의 공정위 사건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산업의 생태계를 속속들이 들여다봐야 했다. 반도체, 해운, 건설, 유통, 철강, IT 플랫폼, 제약, 스포츠, 엔터 테인먼트까지. 경쟁법 취재는 전혀 몰랐던 다양한 시장의 작동 원리 를 배우고 세상을 더 깊이 이해하는 과정이었다. 어렵고 재미없던 회 색빛 법률 용어들이 비로소 생생한 현실의 언어로 다가왔다.
이 책의 집필은 아주 단순하고 소박한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경 쟁법이 이렇게나 역동적이고 매력적인 분야라는 것을 더 많은 사람 에게 알리고 싶다’, 법조인이나 경제학자가 아닌, 매일 시장에서 물건 을 사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시민의 눈높이에서 경쟁법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래서 이 책은 복잡한 법률 이론서나 학술서가 아니다. 우 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경제 현상과 기업들의 전략 뒤에 숨 어 있는 경쟁의 규칙을 소개하는 교양서다.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시장 경제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공정한 경쟁이라는 가치가 우리의 삶에 왜 중요한지를 함께 고민하고 생각하는 작은 계기가 되 기를 바란다.
[목 차]
1 독점과 싸운 법
경쟁법의 탄생
시대를 넘어선 ‘독점’의 역사
시장의 수호자, 공정거래위원회
2 기업 권력과 공정의 법
Ⅰ 부당한 공동행위, 담합
라면 가격이 똑같이 오르는 미스터리
아이스크림 담합의 달콤한 유혹
건설사들의 수상한 제비뽑기
소주 가격 합의의 진실
‘무료 서비스 축소’ 플랫폼 경제의 담합
이제 정보 교환도 처벌
배신하면 과징금 0원이 되는 딜레마
카르텔을 쫓는 추격전
Ⅰ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토종 앱마켓을 죽이려던 구글의 전쟁
네이버, 알고리즘 조작 첫 사례
택시가 잡히지 않았던 진짜 이유
독점을 피하려는 기이한 셈법
기업도 쪼개는 미국의 경쟁법
Ⅰ 불공정거래 행위
납유업 사례, 밀어내기의 폭력
점주가 뭉치면 계약 해지하는 치킨 공화국
플랫폼의 새로운 갑질
Ⅰ 가맹·유통·대리점법
상생을 외치던 편의점 본사의 두 얼굴
아울렛과 마트가 납품업체를 울리는 방법
겉으로는 동반자, 속으로는 희생양
갑질은 왜 반복될까
Ⅰ 표시 광고와 약관
‘7년의 저주’ 아이돌 계약서의 비밀
‘확률 0%’ 넥슨의 속임수
친환경 광고에 속지 마라, ‘그린워싱’
모두가 1위라고 외치는 학원 광고의 함정
‘구름빵’ 대박 났는데 1,850만 원뿐
마일리지 깎아버린 항공사의 배짱
똑똑한 소비자가 판을 바꾼다
Ⅰ 소비자 보호
소비자 돕는 전화 한 통, 1372 소비자상담센터
규제는 공정위, 구제는 소비자원
3 조사에서 과징금까지
Ⅰ 조사의 시작과 끝
불시에 들이닥친 조사관과 방어하는 기업
기업 운명을 가르는 심판의 날
법정으로 가는 기업들
‘감히 나를 조사?’, 조사방해의 백태
조사 방해는 중대 범죄
다시 돌아온 강제조사권 도입의 20년 딜레마
Ⅰ 전원회의장은 전쟁터
공정위가 결정을 내리는 방식
주심위원의 결정적 질문
사건과 임기만 겹쳐도 제척
비상임위원 제도는 계륵인가 필수인가
Ⅰ 공정위, 정부 내의 외로운 파수꾼
바다 위의 해운담합 전쟁, 공정위 vs 해양수산부
통신 3사 “방통위가 시켰다”, 공정위 vs 방송통신위원회
은밀한 정보교환도 담합일까, 공정위 vs 금융당국
공정위 vs 방통위 vs 과기부, 누가 플랫폼을 규제할 것인가
공정거래법은 다른 법에 우선할까
Ⅰ 동의의결
‘제한된 무제한’ 요금제? … 통신 3사 동의의결
끼워팔기 멈춘 유튜브의 동의의결
구제인가 봐주기인가
Ⅰ 과징금, ‘경제 검찰’의 핵심 무기
몇 억 원대 과징금이라는데…많은 거 맞나요?
역대급 과징금 1위, ‘특허 갑질’ 퀄컴(1조 311억 원)
2위, ‘서민 생활필수품의 배신’ LPG 담합 사건(6,690억 원)
3위, ‘교묘한 경쟁 차단’ 정유사 주유소 담합 사건(4,326억 원)
4위, ‘빅3의 줄줄이 리니언시’ 생명보험사 이율 담합사건(3,654억 원)
5위, 건설업계 LNG 저장탱크 담합 사건(3,505억 원)
철퇴냐, 솜방망이냐
4 재벌과 권력
Ⅰ 대기업집단과 규제 이야기
한국에만 존재하는 ‘대기업집단’
대기업집단 제도의 현재와 미래
재벌규제의 핵심 ‘부당지원과 사익편취’
제일모직과 태광, 삼성웰스토리
TRS는 정당? 위법?
규제 회피를 위한 ‘우회로’ 모색
족쇄와 날개 사이의 균형
Ⅰ 대기업 총수와 공정위
동일인 지정이 두려운 이유
이해진은 총수, 김범석은 아닌 사연
혹은 왕관의 증명인가
최태원 SK회장의 SK실트론 사업기회 제공사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일감 몰아주기’ 사건
아무 일도 안 하고 통행세만 챙긴 롯데 계열사
정몽진 KCC 회장의 계열사 누락 사건
Ⅰ 기업결합
거인의 탄생과 공정위의 저울
티빙과 웨이브의 생존 합병
배민 사려면 요기요 팔아라
메가 캐리어 탄생,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4년
카카오와 SM의 결합이 부른 우려
기업결합 심사는 공짜여야 한다
5 초국경·초연결 시대의 경쟁법
Ⅰ 디지털 경제
시카고 학파는 틀렸고 아마존은 교묘했다
데이터, 플랫폼 시대의 석유
인공지능(AI)과 경쟁법
하느냐 마느냐, 혼란의 입법 전쟁
경쟁법의 패러다임 전환, 유럽의 DMA
디지털 시장의 미래 경쟁
Ⅰ 초연결, 국제 경쟁당국
미국·EU·일본·중국, 4국 4색
국경을 넘어선 담합, 국제 카르텔의 세계
국경을 뛰어넘는 국제 기업결합 심사
6 오늘의 공정위, 내일의 과제
Ⅰ 공정위, 그 이후
3장짜리 의결서가 700쪽짜리 전문서로
권위만으로 통하던 시대의 종말
이빨빠진 호랑이, 언론 플레이
법원으로 가자, 이제 소송은 기본
새로운 경쟁법 시대의 무게
Ⅰ 적과의 동침
전관예우의 유혹
취업제한 3년의 울타리
다른 나라는 어떨까
공정위 밖의 또 다른 공정위
Ⅰ 공정위의 최근 고민들
조사와 정책 분리, 성공인가 실패인가
‘우리 만났어요’, 외부인 접촉신고
법을 읽는 법관, 시장을 읽는 법관
마치며
참고문헌
공정한 경쟁은 시장 시스템에서 혁신이 지속되어 국민 모두의 삶 이 풍요로워지는 기본조건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이 를 실현하도록 시장 시스템을 규율하는 국가기관입니다. 공정한 경 쟁을 규정하고 시장의 규칙을 정하는 법을 총칭하여 경쟁법이라 합 니다. 현대인의 삶을 지탱하는 소득과 부의 창출, 소비와 생산활동은 분업과 교환의 거대한 공급망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경쟁법 질서는 공기처럼 늘 개개인의 삶 속에 중요한 기능을 하지만, 그 존재를 지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다른 법과 달리 경 쟁법은 일반 독자들에게 어려운 전문 영역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공정위 출입기자들이 경쟁법 교양서를 펴낸다는 소식을 듣고 매 우 반가웠습니다. 저널리스트라는 직업은 언제나 역사의 현장에서 추상적인 이념과 피 · 땀 · 눈물 어린 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속성을 가집니다. 현장에서 취재하며 역사와 현실을 마주하는 저널리스트의 통찰이야말로 가장 사실적이고 인간적인 언어로 공정한 경쟁, 경쟁 법이 지배하는 시장을 그려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책이 뜻깊게 여겨집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와 같은 대문호, 칼 마르크스, 헨리 조지와 같은 사상가, 그리고 조선인 독립운동가 김산(장지락) 의 생애를 다룬 < 아리랑 >(Song of Arirang)의 저자 님 웨일즈(Helen Foster Snow)도 저널리스트였습니다. 이들의 저술을 읽으면 이념과 현 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저널리스트의 생생한 언어를 만날 수 있습니 다. 그렇게 재현된 김산의 일대기가 주는 깊은 감동을 아직도 기억합 니다.
이 책은 경쟁법의 탄생부터 공정위가 처리해 온 기념비적 사건들 을 세심하게 선별해 복잡한 쟁점을 적절한 비유와 함께 간결하고 이 해하기 쉽게 풀어냅니다. 자진신고자 감면(리니언시) 제도를 유리창 깬 학생 찾기에 비유하거나 공정위와 다른 부처 간 관계를 축구의 심 판과 감독에 비유한 부분에서 기자들의 경쟁법에 대한 통찰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내부적 고민이 심판정을 거쳐 어떤 과정을 통해 결론에 이르는지 내밀한 이야기는 물론, 인공지능(AI), 플랫폼 등 기 술 발전에 따른 세계 경쟁 당국의 동향, 그리고 공정위에 대한 비판 과 과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까지 제시합니다.
복잡하게 얽힌 경제적 이해관계 속에서 공정위가 법과 원칙을 어 떻게 집행하며 공정이라는 가치의 실현을 위해 어떻게 불균형한 힘 사이의 균형을 찾는지, 그 현장의 공기를 기자의 직업 정신과 열정이 담긴 글 속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책의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기자단의 노고에 깊은 감사를 드 립니다. 이 책이 공정한 경쟁의 가치를 더 많은 국민에게 알리고, 국 민주권의 힘으로 공동 번영의 미래를 개척하는 밑거름이 되기를 바 랍니다.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주병기
경쟁법은 기업들의 경쟁을 활성화함으로써 시장의 활력을 유지 하는 동시에 그 안에서 벌어지는 과도한 집중과 일탈행위들을 제어 해야 하는 과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에 출간된 『시장의 심판자 들』은 건조하고 어려워 보일 수 있는 경쟁법 집행 절차 및 사례들을 공정거래위원회 출입 기자들의 시선으로 쉽고 생생하게 풀어낸 매우 인상적인 결과물입니다.
무엇보다 집필을 총괄하신 송병철 출입 기자단 간사님을 비롯한 저자들이 이 한 권의 책을 위해 쏟은 공력이 대단합니다. 여느 경쟁 법 전문 서적을 뛰어넘을 정도로 방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심결례와 법원의 판례, 그리고 수많은 언론 보도와 취재 기록들을 세밀하게 분 석한 흔적이 역력합니다. 또한 자칫 법률 전문가들만의 전유물이 되 기 쉬운 복잡한 법리적 쟁점들을 대중의 언어로 친절하게 풀어내면 서도 사안의 본질을 놓치지 않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한 저자들의 노 력이 책을 읽는 내내 깊게 전달되었습니다.
이 책은 대기업의 내부거래와 일감 몰아주기부터 최근의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 사례들에 이르기까지 수십 년간의 주요 경쟁법 집 행 사례 및 이슈들을 고루 소개합니다. 또한 기존 사례에 대한 소개 에서 더 나아가 최근 급변하는 디지털 경제 규제에 대한 국내외의 정 책적 조류와 갈등을 조명하면서 이에 관한 우리 나름의 규칙을 어떻 게 정립해 나갈 것인가에 대해 묵직한 화두를 던지고 통상적으로 쉽 게 접하기 어려운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 심의 진행 과정, 경쟁법과 산업 정책간 긴장 및 조화 등에 대한 상세한 설명까지도 제공합니다.
로펌의 변호사로서 고객인 기업들의 입장을 대변하다 보면 때로 당국의 규제가 가혹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이 책이 제시하는 공정 거래위원회의 시각과 고충을 균형 있게 살피는 것은 시장 전체의 리 스크를 관리해야 하는 기업 경영진과 법률가들에게도 매우 유용한 시사점을 제공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결론적으로 『시장의 심판자들』은 우리나라 반독점 규제의 주요 쟁점과 현실, 그리고 기업들이 직면해 온 규제 환경의 변천사를 정갈 하게 정리한 훌륭한 기록물입니다. 또한 대중들이 경쟁법 집행에 대 해 갖는 막연한 거리감을 해소해 줄 수 있는 수준 높은 교양서이기도 합니다.
이 책의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기업 경영의 최전선에서 규제 리스크를 고민하는 전문가부터 우리 사회의 공정한 경쟁 질서가 궁 금한 일반 독자들에 이르기까지 세상을 바라보는 한층 깊어진 시야 를 제공해 줄 이 책을 기쁜 마음으로 권합니다.
김 · 장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정경택

들어가며
처음 공정거래위원회를 출입하라는 발령을 받았을 때 솔직한 심 정은 막막함이었다. 경제부처는 처음이었고 그중에서도 공정위는 낯 선 영역이었다. ‘경쟁법’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은 상당했다. 법 률과 경제학이 뒤섞인 복잡한 개념, 빼곡한 숫자와 데이터로 가득 찬 보도자료는 거대한 벽처럼 느껴졌다.
솔직히 고백하면 경쟁법은 기자에게도 어렵고 재미없는 분야라 고 치부했다. 매일 접하는 사건 자료들은 건조했고 그 안에 담긴 진 짜 의미를 파악하기 어려웠다. 기업 간의 다툼은 그들만의 리그처럼 보였고 그것이 우리의 삶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쉽게 와닿지 않았다. 하지만 취재 현장에서 부딪히고 고민하는 시간이 쌓이면서 그 생각 은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거대 기업의 담합이 내가 오늘 마시는 커피 가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막강한 플랫폼 기업의 불공정 행 위가 골목길 소상공인의 삶을 어떻게 좌우하는지를 목격했다. 경쟁 법은 박제된 법전 속에 잠자고 있는 법이 아니라 우리 일상 가장 가 까운 곳에서 숨쉬며 시장의 질서를 만드는 법이었다. 경쟁법의 진짜 매력을 알게 된 것은 그즈음부터다.
경쟁법은 일상의 법이었다. 매일 이용하는 스마트폰 운영체제, 배 달앱 수수료, 영화관 티켓 가격, 심지어 아파트 관리비까지. 시장 경 제 안에서 살아가는 한 우리는 매일 경쟁법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 그 거대한 작동 원리를 이해하는 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눈을 뜨게 했다. 또 이는 치열한 논리의 격전장이었다. 수백억 원, 때로는 수천억 원의 과징금이 걸린 사건에서 기업과 경쟁당국이 펼치는 법리 공방은 그 어떤 드라마보다 극적이었다. 양측이 동원하는 수많은 증거와 정교한 논리를 따라가다 보면 지적인 희열마저 느껴졌다. 그 과정에서 경쟁법은 견문을 넓히는 창이었다. 하나의 공정위 사건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산업의 생태계를 속속들이 들여다봐야 했다. 반도체, 해운, 건설, 유통, 철강, IT 플랫폼, 제약, 스포츠, 엔터 테인먼트까지. 경쟁법 취재는 전혀 몰랐던 다양한 시장의 작동 원리 를 배우고 세상을 더 깊이 이해하는 과정이었다. 어렵고 재미없던 회 색빛 법률 용어들이 비로소 생생한 현실의 언어로 다가왔다.
이 책의 집필은 아주 단순하고 소박한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경 쟁법이 이렇게나 역동적이고 매력적인 분야라는 것을 더 많은 사람 에게 알리고 싶다’, 법조인이나 경제학자가 아닌, 매일 시장에서 물건 을 사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시민의 눈높이에서 경쟁법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래서 이 책은 복잡한 법률 이론서나 학술서가 아니다. 우 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경제 현상과 기업들의 전략 뒤에 숨 어 있는 경쟁의 규칙을 소개하는 교양서다.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시장 경제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공정한 경쟁이라는 가치가 우리의 삶에 왜 중요한지를 함께 고민하고 생각하는 작은 계기가 되 기를 바란다.
이 책은 결코 혼자만의 결과물이 아니다. 공정위를 함께 출입하 며 경쟁법의 매력에 공감하고 이 무모한 도전에 흔쾌히 의기투합해 준 동료 기자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바쁜 현업 일정 속에 서도 시간을 쪼개어 기꺼이 원고를 집필하고 날카로운 토론과 따뜻 한 격려를 아끼지 않은 공동저자 이대희(연합뉴스), 채희선(SBS), 양영 경(헤럴드경제), 김민정(조선비즈), 김세훈(경향신문) 기자에게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서로의 원고를 읽고 다듬으며 이 책을 함께
완성해 나간 과정은 그 자체로 큰 보람이자 배움이었다.
또한 책이 나오기까지 많은 분의 도움이 있었다. 집필 과정에서 깊이 있는 혜안으로 저자들이 경쟁법의 본질을 놓치지 않도록 늘 따 뜻한 조언을 아끼지 않으신 한기정 前 공정거래위원장님께 각별한 존경과 고마움을 전한다. 아울러 취임과 동시에 한국 경제에서 경쟁 법이 갖는 시대적 의미와 공정한 집행의 가치를 일깨워 주신 주병 기 공정거래위원장님께도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복잡한 사건 의 맥락을 짚어주시고 균형 잡힌 시각을 더해주신 김문식 공정위 시 장감시국장님, 그리고 취재 현장에서 늘 기자들과 소통하며 애써주 시는 정희은 공정위 대변인님, 그리고 출간을 응원해 주시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늘 기자단을 살뜰히 챙겨 주시는 어경희 기자실장님께 도 특별히 고마움을 표한다. 이분들의 조언과 도움이 없었다면 책의 깊이를 더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또 취재 과정에서 만난 수많은 기업 관계자들의 도움도 컸다. 이들은 복잡한 사건의 당사자로서 각자가 처한 시장의 생생한 현실과 치열한 법적 쟁점을 아낌없이 설명해 주 었다. 덕분에 사건을 더욱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고, 이러한 균 형 잡힌 시각을 책에 담아내려 노력했다.
마지막으로 낯선 분야에 도전하고 책을 쓰는 전 과정을 묵묵히 응원하고 지지해 준 가족들에게 사랑과 감사를 전한다. 나의 가장 든 든한 버팀목이자 동반자인 사랑하는 아내 김선애, 그리고 눈에 넣어 도 아프지 않을 나의 가장 큰 기쁨인 두 딸 지아와 지유, 아들 지호가 없었다면 이 책은 결코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2026년 1월
치열한 경쟁의 최전선, 세종에서
송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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