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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손엔 똥을 한 손엔 소원을: 소네트집

    • 다이앤 수스 저
    • 항유원 역
    • 비채
    • 2026년 03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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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품 규격 정보
    상품상세정보
    ISBN ISBN-13 : 9791173325755
    쪽수16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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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품구성단행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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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김이듬, 김겨울, 요조, 정여울 강력 추천!

    황유원 시인의 번역으로 만나는 국내 초역 시집

     

    삶을 지독하리만큼 솔직하게 그려낸 128편의 소네트

    인간의 언어로 쓴 짐승 같은 이야기

     

    이 시집을 먼저 읽은 한국 작가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시적 메스에 찔린다. 피투성이로 열광한다”(김이듬 시인). “고통을 똑바로 바라보는 사람만이 이런 글을 쓴다”(김겨울 작가). “한없이 연약한 단어들로 만들어진 이 짐승의 문장에서 낮은 진동이 느껴진다. 으르르르르”(요조 뮤지션, 작가). “욕망의 끝, 절망의 끝 그리고 사랑의 끝까지 가버린다”(정여울 작가)라는 찬사는 이 시집이 가진 야생적 생명력을 증명한다.

     

    해외 문단의 충격 또한 가시지 않고 있다. “이 작가가 언어를 쌓아 올리는 데서 오는 쾌감은 당신을 때려눕힐 만큼 강렬하고, 그것에 응답하려는 어떤 쾌감을 불러일으킨다”(《우먼스 리뷰 오브 북스》). “비극적 스펙터클을 아름답고 환시적인 것, 혐오스러우면서도 장엄한 무언가로 변모시킨다”(《더 네이션》). “불경한 유머와 교활한 에너지로 팽팽하게 곤두서 있다”(《가디언》) 등 외신의 평가는 이 시집이 세계 시단에 던진 파문이 얼마나 깊은지 보여준다.

     

    국내 최초 번역 출간되는 다이앤 수스의 시집, 《한 손엔 똥을, 한 손엔 소원을: 소네트집》을 김영사에서 선보인다. 퓰리처상과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동시에 석권한 이 시집은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에 수출되었고 아시아에서는 한국에서 처음 번역 출간된다. 주류 문화에서 소외되고 배제된 삶을 지독할 만큼 솔직하게 그려내며 공감과 연대를 이끌어낸다.

     

    시집을 구성하는 128편의 소네트는 형식의 절제와 내용의 폭발이 동시에 작동하는 드문 경이로운 성취를 보여준다. 미국 중서부의 척박한 삶부터 도시 보헤미안의 분투, 예술가이자 여성으로서 살아온 회고까지 그 궤적은 방대하다. 계급과 빈곤, 신체와 중독, 실패와 상실, 폭력과 젠더, 문학과 예술 그리고 죽음과 사랑에 이르기까지 삶의 심연이 14행의 틀 안에 응축되어 있다.

     

    이는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 질문에서 시작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포기할 수 있는지, 더 이상 줄 것이 없을 때 서로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다. 마치 필름 조각처럼 이어지는 연작 소네트는 불편함을 통과한 솔직함이 펄떡이고, 부끄러움과 망가짐을 팽팽하게 직면한다. 정직하게 살아온 삶의 웅장함과 어떤 종류의 아름다움이나 안도감을 향한 끊임없는 탐색을 포착해낸다.

     

    시궁창 같은 삶에서 희망을 놓지 않는 시인이 여기 있다. 인간의 언어로 쓴 짐승 같은 시집이 여기 있다. 비극적 현실 앞에서도 비겁하지 않은 웅장한 용기를 되찾고 싶다면, 비루하고 처절한 시절을 응시하면서도 아름다움을 잃고 싶지 않다면, 부조리한 세상에 움츠리지 않고 당당히 맞서고 싶다면, 이 시집을 손에 쥐고 “한 손엔 똥을, 한 손엔 소원을”을 읊어보길 권한다.

    목차

    [목 차]

    옮긴이의 말

     

    1 〈차를 몰고 케이프 디스어포인트먼트까지 갔지만〉

    2 〈달콤함의 문제는 죽음에 있다〉

    3 〈친밀함은 나를 어지러이 흐트러뜨렸다〉

    4 〈나는 남자를 죽어가는 남자를 만났고〉

    5 〈그것은 끔찍하다, 손길로 충족시킬 수 없고〉

    6 〈때로 나는 느낄 수가 없다〉

    7 〈나는 그럴 수 있다. 나는 바닷속으로 걸어 들어갈 수 있다〉

    8 〈이 해변을 한쪽 발로 누르면〉

    9 〈가장 좋은 것은 당신이 오직〉

    10 〈내 것이라 부르고 싶은 이 벤치에 앉아서〉

    11 〈시, 유일한 아버지, 풍경〉

    12 〈이곳 끄트머리에서〉

    13 〈천국에서 돌아오는 것을〉

    14 〈라벨의 현악 사중주 F장조를 들으면 어떤 기분이〉

    15 〈커트 로데가 비올라로 연주한 ‘서머타임’을 들으며〉

    16 〈애정이 없는 어떤 우아함의 상태가 있다〉

    17 〈“반짝일 필요는 없어요”〉

    18 〈나의 가장 어릴 적 기억은〉

    19 〈세 살 이후로, 나는 구원을 찾으러〉

    20 〈여리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겠나? 나는 싫다〉

    21 〈나는 직사각형 안에서 자랐다〉

    22 〈나는 커다란 아이는 아니었다〉

    23 〈기이한 사건은 일어나기 마련이지〉

    24 〈내가 처음으로 홀딱 반한 사람은 와일드 빌 히콕이었다〉

    25 〈그들은 옆집에 살았다, 네 소년〉

    26 〈진해정을 너무 많이 먹어서〉

    27 〈나는 떠다녔다 날았다 지구로 떨어졌다〉

    28 〈그 술집, 월드 오브 더 새티스파잉 플레이스〉

    29 〈꼬리표는 이제 내게서 스르륵 떨어진다〉

    30 〈갑자기 데이비드가 긴장증 상태에 빠졌다〉

    31 〈나는 다시 마약을 원한다; 변덕〉

    32 〈구혼자들이 젊은 과부를 내리 덮쳤을 때〉

    33 〈올해의 새끼 양은 멍청하다〉

    34 〈어떤 여자는 눈에 문제가 있어서 까치발로 걷고〉

    35 〈새끼 양이 자기 다리에 올라타자〉

    36 〈돼지와 새끼 양과 토끼를 경매로〉

    37 〈부모는 작은 에덴동산을 건설하려 했다〉

    38 〈분만하는 암퇘지의 뚱뚱한 고통〉

    39 〈예수 캠프의 장로님이 죽었다〉

    40 〈그곳은 매혹도 방탕도 없는 땅이었다〉

    41 〈그 고층 건물이 있기 전에 ‘화이트 래빗’이 있었다〉

    42 〈녀석들이 어슬렁거리며 들어온다, 사우스다운종(種) 두 마리〉

    43 〈그는 우리에게 왔다 우리와 함께 여기까지 내려왔다〉

    44 〈몇 년 동안 나는 베이브의 집 지하실에 있는〉

    45 〈한때, 나는 그레이하운드 버스를 타고〉

    46 〈나는 여러 곳에서 잠을 자왔다〉

    47 〈뉴욕에서 보낸 첫날밤〉

    48 〈나는 ‘군중 속의 얼굴’(1957)을 보고 있다〉

    49 〈나는 쉴 수가 없다, 플립 북의 페이지처럼〉

    50 〈나는 영화 쪽에서 일했어야 했다〉

    51 〈낯선 이들 사이의 파티, 펑크족, 가죽 모자와 스트랩 복장〉

    52 〈접시 하나, 숟가락 하나, 포크 하나, 무딘 나이프 하나를〉

    53 〈마거릿 생어 센터에서 첫 번째 시술을 했지〉

    54 〈나는 로버트 크릴리를 보았다〉

    55 〈유명한 시인들이 우리를 찾아왔다〉

    56 〈그래, 나는 그들을 모두 봤다, 봤다, 몇몇은 만났다〉

    57 〈펑크 록이 전염병처럼 유행하던 시절에도〉

    58 〈삼십구 년 전은 아무것도 아니다〉

    59 〈우리 모두에게는 트라우마가 가장 깊이 각인된 밑바닥이 있다〉

    60 〈나는 딸 둘을 낙태했다〉

    61 〈나는 비탈에서 굴렀다, 목말뼈, 정강이뼈〉

    62 〈몸을 망가뜨리는 힘이 있다〉

    63 〈뿌리 덮개 광고가 쏟아지는 봄이다〉

    64 〈실수로 걔의 서복손을 과다 복용했다〉

    65 〈나는 그들을 번쩍 들어 올렸다, 두 명의 마약 판매상〉

    66 〈프리랜서 예술가. 누군가가 물으면 우리는 그렇게 대답한다〉

    67 〈당신은 어쩜 그렇게 도덕적일 수 있나〉

    68 〈나를 이 기분에서 벗어나게 해줄 마약은 어디에 있나〉

    69 〈그럴 때면 최대한 서둘러 바다로 떠나야 할 시간이 되었다는〉

    70 〈예수님 이야기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게 뭐야, 걔는 묻는다〉

    71 〈그녀는 제임스 스튜어트의 광팬이야〉

    72 〈왜 신은 그렇게 못되게 구는 걸까, 걔는 묻는다〉

    73 〈그러다가 어른이 되자 나도〉

    74 〈엘비스 최고의 노래가 뭐라고 생각해〉

    75 〈예수님이 실제로 태어난 날이 언제라고 생각해〉

    76 〈어쩌면 우리는 소리 없는 대기실을 배회하고〉

    77 〈나는 처음부터 죽음과 함께 살아왔다〉

    78 〈나는 죽음과 사랑에 빠졌다〉

    79 〈나는 사랑은 감당해도〉

    80 〈내가 쓴 책 혹은 시 혹은 페이지에 열정적으로〉

    81 〈모든 삶에는 우리가 거의 통제할 수 없는 반복적 테마가〉

    82 〈꿈에서, 어머니가 아래층에서 내 이름을 불렀다〉

    83 〈또다시 그 꿈을 꾸었다, 우리는 아빠의 시신을〉

    84 〈지금 내가 사는 도시에서 내가 고향이라 부르는〉

    85 〈골든로드야, 있잖아, 나는 말할 수 있어〉

    86 〈이 삶을 어떻게 떠날 것인가, 직장을 떠났을 때처럼〉

    87 〈어떤 색깔에 대한 꿈을 꾸었다, 줄거리는 없다, 색깔뿐〉

    88 〈그가 샌프란시스코에서 전화했다〉

    89 〈나는 그가 어떻게 생겼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싶다〉

    90 〈그는 말했다 자지가 더는 말을 듣지 않아서 몹시 불쾌하다고〉

    91 〈큐팁 두 개로 작은 새를 쓰다듬는 사람이 나오는 짧은 영화를〉

    92 〈모든 게 불완전하게 느껴진다. 모든 것에 대한 내 사랑은〉

    93 〈시에서 죽음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94 〈나는 그저 단순한 물건 몇 개로 이 지구에 매여 있었다〉

    95 〈아름다움의 본성에 대한 갑작스러운 구절들〉

    96 〈문학은 위험한 사업이다〉

    97 〈나는 책 속의 그 소년이 되고 싶었다〉

    98 〈최근의 내 문학적 취향은 조증에 가깝다〉

    99 〈체호프가 부엌 식탁에서 나를 가만히 기다리고 있다〉

    100 〈이 모든 게 환영이거나 내가 환영이거나〉

    101 〈오늘은 산맥이 검다〉

    102 〈이십육 일 동안 나는 식기 세척기가 있는 아파트에서 살았다〉

    103 〈떠나 있는 동안 나는〉

    104 〈그것은 진짜 에덴동산 이야기다〉

    105 〈그리하여 그곳에는 풍경밖에 없었다〉

    106 〈새로 생겨나는 자아는 사랑하는 자아가 아니다〉

    107 〈미니멀리즘에 이르려면 시간이 걸린다〉

    108 〈이제 모든 것은 한때의 사랑을 떠올려준다〉

    109 〈그때 그 시절, 그 뒤에 찾아온 시절과 분리해 생각해보면〉

    110 〈오늘 세상은 축축하다〉

    111 〈별거 아닌 일, 무언가를, 이를테면 카멜레온을〉

    112 〈나는 그녀를 분명히 볼 수가 없다〉

    113 〈잠시 또 슬퍼진다고 해서 죽는 일은 없겠지〉

    114 〈나는 내가 여전히 담배를 피웠으면 좋겠다〉

    115 〈소네트는, 가난처럼〉

    116 〈내가 가장 좋아하는 냄새는 나 자신의 고약한 체취다〉

    117 〈삶이라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는가〉

    118 〈둔한 자와 결혼하라〉

    119 〈요즘에는 시가 섹스처럼 느껴진다〉

    120 〈메리앤 무어의 그 시〉

    121 〈나의 사적인 부분은 여럿이다〉

    122 〈그 당시에 그것의 머리는 클레오파트라 머리 같았지만〉

    123 〈내가 마녀라고 말하면〉

    124 〈사십 년 동안의 강제 절연 이후〉

    125 〈나에게 그것은 어떤 단순한〉

    126 〈나는 그녀에게 구애했다, 그 사향 냄새 풍기는 음탕한 여자〉

    127 〈내 젖통은 멍들었다〉

    128 〈그 일이 일어날 때〉

     

    노트

    감사의 말

    미주

    추천의 말 

    [본 문]

    소네트는, 가난처럼, 없이도 살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가르쳐준다.

    어머니의 말대로라면, 한 손에는 소원을 쥐고

    다른 손에는 똥을 쥐는 거다.

    --- p.131, 「115 〈소네트는, 가난처럼〉」 중에서

     

    나는 조용한 아이였지만

    침묵 뒤에서 계략을 꾸몄다. 이미 살아남을 판을 짜놓고 있었다

    --- p.42, 「26 〈진해정을 너무 많이 먹어서〉」 중에서

     

    도축 체중이 될 때까지 너무 오래 잡아두면 슬픔으로

    죽을 수도 있다

    --- p.49, 「33 〈올해의 새끼 양은 멍청하다〉」 중에서

     

    나는 용인되는 존재가

    되고 싶지 않았다, 나는 두려운 존재, 헐크, 거인, 괴물이 되고 싶었다,

    위대한 인생 계획은 아닐지 몰라도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한 걸음이었다.

    --- p.72, 「56 〈그래, 나는 그들을 모두 봤다, 봤다, 몇몇은 만났다〉」 중에서

     

    때로 고통을 겪을 때면 나는 그 고통을

    껴안음으로써 그것에서 한 걸음 물러설 수 있었다, 블루스 같은 것,

    존 던 같은 것, 씨름하며 떨쳐내라, 그러고는 노래하라.

    --- p.78, 「62 〈몸을 망가뜨리는 힘이 있다〉」 중에서

     

    그래서 우리는 고통을

    마비시키고자 스스로에게 멍청한 짓을 한다. 평상시라면 하지 않을 짓을 한다. 잠깐은 나아지게 해주지만 결국에는 자신을 파괴하고야 말 짓들

    --- p.82, 「66 〈프리랜서 예술가. 누군가가 물으면 우리는 그렇게 대답한다〉」 중에서

     

    정신이 너무 오락가락해진 나머지 주위를 둘러보다가 더는 방황할 수

    없어, 하고 생각하거나 말할 장소가 필요할 때 가는 곳이 바다야.

    --- p.85, 「69 〈그럴 때면 최대한 서둘러 바다로 떠나야 할 시간이 되었다는〉」 중에서

     

    나는 출산할 때 죽여달라고 빌었던 것과

    죽어갈 때 태어나게 해달라고 빌었던 것을 기억한다.

    --- p.92, 「76 〈어쩌면 우리는 소리 없는 대기실을 배회하고〉」 중에서

     

    모든 삶에는 우리가 거의 통제할 수 없는 반복적 테마가 있다. 어쩌면 아름다움이 당신의

    반복적 테마일지도 모른다.

    --- p.97, 「81 〈모든 삶에는 우리가 거의 통제할 수 없는 반복적 테마가〉」 중에서

     

    어쩌면 잠깐 쉬었거나 영원히

    끝장난 거겠지, 당신도 알다시피, 세상에는 그런 게 있다, 영원히 끝장나버리는 게.

    --- p.129, 「113 〈잠시 또 슬퍼진다고 해서 죽는 일은 없겠지〉」 중에서

     

    나는 내가 타인에게 해주는 조언은 값지게 여기지만 내가 듣는 조언은

    어차피 내가 그렇게 하려고 했던 게 아닌 한 좋아하지 않는다.

    다들 그게 어떤 건지 잘 알잖나.

    --- p.132, 「116 〈내가 가장 좋아하는 냄새는 나 자신의 고약한 체취다〉」 중에서

     

    누구도 만나지 않아도 되는 날이면 나는 머리를 빗지 않는다,

    속옷도 안 입고 신발도 안 신고 내 체취를 없애줄 화학 물약도 뿌리지 않는다,

    그리고 그럴 때, 나는 거의 완벽히 행복하다. 나 같은 사람에게는, 남의 시선을

    받지 않고 다니는 거야말로 호사스러운 일이다. 필연적인 질문, 지구상에

    혼자 남아도 아이라이너를 사용하겠냐는 질문을 받으면, 아뇨, 절대 안 써요.

    아이라이너 사용은 전쟁이다. 혼자 있을 때, 나는 내 무기를 내려놓는다.

    --- p.132, 「116 〈내가 가장 좋아하는 냄새는 나 자신의 고약한 체취다〉」 중에서

     

    요즘에는 시가 섹스처럼 느껴진다. 이따금 시가 당기긴 하지만 그 기분은

    끝내 활짝 피어오르지 않는다. 그것을 생각하기만 해도 속이 좀 메스껍다.

    준비 과정, 진입, 뒤처리. 마티니를 만들 듯이 은유를 섞는 일, 혹은 은유가 전혀

    들어가지 않은 독주 만들기.

    --- p.135, 「119 〈요즘에는 시가 섹스처럼 느껴진다〉」 중에서

     

    내가 마녀라고 말하면 기분이 전반적으로 좀 나아진다, 일종의

    갈고리에서 벗어나는 느낌, 낚싯바늘이 아니라 고기를 매다는

    갈고리에서, 절망에서, 내 머리의 초록빛 색조에서, 내가 키우고

    요리해서 부적절한 시기에 한입 가득 먹는 초록빛 채소에서, 과거에

    그 한입들로 먹어 치웠던 나의 삶

    --- p.123, 「123 〈내가 마녀라고 말하면〉」 중에서 

    추천사

    사랑은 어쨌거나 다이앤 수스를 찾아낸다. 시가 섹스다. 들쥐에게 속이 파먹히고 있는 분홍색 소파처럼, 갈라지는 바다처럼 그녀는 복부를 열고 마약 중독자를 꺼낸다. 쓰나미 경고를 찬미하라!

     그녀의 방광이 왜 이런지 모르겠다. 시를 싸고 나서도 시를 싸고 또 싸야 한다. 사방에 널린 똥을 들고 한 손에 소원을 쥔 채 주인에게 뺨을 맞으며 싼다. 멍든 젖통의 시, 낙태, 치명적인 실수, 장애, 비정상적인 말이 사방팔방 튄다. 엉망진창 미친 삶, 시 쓰기는 그녀의 끔찍한 사랑이다.

     나는 이 가난한 떠돌이의 시적 메스에 찔린다. 피투성이로 열광한다. 어쩜 이리도 장밋빛인지, 어떻게 이런 고요가 깃들어 있는지, 어쩜 이리도 최후의 기도인지.

    - 김이듬 (시인)


    책의 원제인 ‘솔직한(frank)’이라는 말은 글이 솔직하기만 하지 않을 때 미덕이 된다. 솔직해 보이는 것이 미학적 성취로 드러나기 위해서는 이를 받쳐주는 단단한 지반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다이앤 수스는 자신의 정확한 길을 찾아내어, 착취와 중독과 상실과 실패를 자근자근 밟아나간다. 고통을 똑바로 바라보는 사람만이 이런 글을 쓴다. 비루함과 불쾌가 견고한 언어의 형체를 입어 아름답고 확고한 힘이 되었다. 시집을 다 읽어갈 때쯤 시인을 따라 중얼거렸다. “한 손엔 똥을, 다른 손에는 소원을.”

    - 김겨울 (작가, 작곡가)

     

    시는 가끔 시라는 자기 본질을 이탈할 때가 있는 것 같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시라기보다는 어떤 짐승을 마주한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다. 소네트라는 안전한 철창이 있지만 어쩐지 당장이라도 이 틀을 뜯어내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으로, 쾌감으로, 나는 숨죽인다. 한없이 연약한 단어들로 만들어진 이 짐승의 문장에서 낮은 진동이 느껴진다. 으르르르르.

    - 요조 (가수)

     

    정말 저 머나먼 무지개 너머로, 끝까지 갈 수 있을까. 욕망의 끝, 절망의 끝, 그리고 사랑의 끝까지. 그것도 소네트라는 지극히 우아하고 귀족적인 형식으로! 시인 다이앤 수스는 정말로 끝까지 가버린다. 그녀는 소네트라는 형식을 마치 가시철조망 드레스처럼 유혹적으로 떨쳐입고, 그 안에서 낙태와 마약과 죽음과 사랑을 아무런 검열 장치 없이 노래한다. 그녀의 소네트는 빌리 아일리시처럼 몽환적이기도 하고, 에이미 와인하우스처럼 도발적이기도 하며, 조니 미첼처럼 혁명적이기도 하다.

     

    그녀의 시를 읽으면 절망의 땅끝 벼랑에 서서도 지금 이 순간의 아름다움을 찾으려는 불굴의 충동을 잃지 않게 된다. 땡전 한 푼 남지 않아 오늘 저녁 끼니를 걱정할 상황에서도, 오늘 밤 데이트 약속은 결코 깨지 않을 테다. 황유원 시인의 번역은 너무도 절묘하게 아름다운 나머지, 이 시집이 번역되었다는 사실을 깜빡 잊게 만든다. 다이앤 수스의 시가 마른하늘을 가르는 날카로운 번개라면, 황유원의 번역은 세상에서 가장 예민한 피뢰침이 되어 그 영롱한 번개의 언어를 지상의 언어로 탈바꿈시킨다.

     

    낯 뜨겁게 솔직하면서도(사람 많은 출근길 지하철에서 읽기에는 매우 스릴 넘치게 조심스러운!), 매일 새롭게 시작되는 내일을 향한 수줍은 설렘이 담긴 이 시집을 읽고 나면, 어느새 겁 없이 용감해진 나 자신을 발견한다. 내 안에서 영원히 끓어오르는 마그마처럼 끝없이 솟아오르는 그 모든 사랑과 창조와 연결을 향한 열망을 남김없이 다 써버리고 가리라, 다짐하게 된다. 다이앤 수스의 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친 듯이 매일 새롭게 아름다운 삶과 세상과 사랑을 향한, 그칠 줄 모르는 달콤한 키스다.

    - 정여울 (작가)

     

    ‘비극적 스펙터클’을 아름답고 환시적인 것, ‘혐오스러우면서도 장엄한’ 무언가로 변모시킨다.

    - 《더 네이션》

     

    전직 사회복지사였던 그녀는 여섯 권의 시집을 거치며 자신의 삶을 두려움 없이 발굴해내는 작업으로 명성을 얻었다…. 그 가공할 목소리로, 수스는 지금 활동하는 가장 중요한 시인 중 한 명이다.

    - 《텔레그래프》

     

    불경한 유머와 교활한 에너지로 팽팽하게 곤두서 있다.

    - 《가디언》

     

    가시 돋친 동시에 예술적이며, 수스의 ‘쓰는 삶’과 ‘삶 그 자체’를 모두 드라마틱하게 보여준다. 독자가 바라보고 감탄할 수는 있으되 결코 통제하거나 소유할 수는 없는 영역을 표시하면서 말이다.

    - 《포에트리 파운데이션》

     

    이 작가가 언어를 쌓아 올리는 데서 오는 쾌감은 당신을 때려눕힐 만큼 강렬하고, 그것에 응답하려는 어떤 쾌감을 불러일으킨다.

    - 《우먼스 리뷰 오브 북스》

     

    수스는 이 시집에서 가장 감동적이고 도덕적으로 예리하게 조율되어 있다.

    - 《하버드 리뷰》

     

    죽음에 대한 응답이며, 죽음이 앗아가는 결핍을 인지하며 살아가는 하나의 방식이다…. 수스가 바라는 것은, 결국 죽음으로 끝장날 삶에 죽음이 강요하는 형태를 재치 있게 알아차릴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길게 연장된 죽음이다. 그러나 그 너머에서 그녀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자신의 죽음을 일종의 ‘마지막 라임’으로 만들 수 있을 만큼의 삶이다. 과거와 미래를 향해 동시에 뻗어 나가는, 그리하여 언젠가 당신의 몸이나 내 몸에 닿을지도 모를 소리로 만들 수 있을 만큼의 삶.

    - 《런던 리뷰 오브 북스》

     

    한 시인이 만들어지고 살아남는 과정을 기록한, 눈부시고도 파괴적인 이야기다. 이 시집에는 끈질기고도 은은하게 빛나는 절박함이 있다. 마지막 장에 이르렀을 때 나는 잊고 있던 숨을 쉬어야 했다.

    - 가스 그린웰 (《너에게 속한 것》 저자)

     

    주변부에서 살아온 삶을 팽팽하고 세심하게 엿보게 하며, 그 안에는 야생성이 흐르고 있다. 그 안의 모든 것이 언제든 터져 나올 것만 같은 감각이 지속적으로 느껴진다…. 만약 자전적 글쓰기가 삶을 언어 안에 고정하려는 시도라면, 《프랭크: 소네트집(frank: sonnets)》와 《현대 시(Modern Poetry)》는 그 시도가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점에 대한 설득력 있는 증거다. 대신 이들은 대안을 제시한다. 잔해, 언뜻 스치는 장면들, 별자리, 유령들이다. 고통과 그에 수반되는 당혹감에는 마땅한 자리가 주어지고, 쾌락과 초월, 사랑 또한 그 곁에 적절한 자리를 부여받는다.

    - 마이야 마켈라 (《스팅잉 플라이》 저자)

     

    야심 차고, 타는 듯 강렬하며, 모든 것을 포용하는 인생 이야기를 써냈다…. 마음을 흔들어놓는 또 한 권의 시집, 숙련됨이 마치 아무런 노력도 없이 이루어진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시집, 정직하고 진실하며, 아주 화려하게 솔직한(frank) 작품이다.

    - 트레이시 브림홀 (《러브 프로디걸》 저자)

     

    세상에. 이렇게까지 친밀하고, 구어적인(spoken) 책은 거의 읽어본 적이 없다. 이렇게까지 ‘내게 말을 걸어오는’ 느낌을 주는 책도, 이렇게까지 ‘함께 있음’을 느끼게 하는 책도 드물다. 이 시들은 모든 무너짐에도 불구하고 언어가 여전히 우리를 서로에게, 그리고 우리 자신에게 더 가까이 데려다줄 수 있으리라는 일종의 단련된 믿음에서 태어났다. 이 시집은 그 믿음을 우리와 공유한다. 그리고 맙소사, 나는 그것에 진심으로 감사한다.

    - Ross Gay (《즐거움 부추기기》 저자)

    출판사 서평



    “괴물 같고 마녀 같은, 아니,

    상처 입은 인간의 얼굴을 한 시가 있다”

     

    비정한 슬픔 끝에서 길어 올린 경이로운 유머

    다이앤 수스, 《한 손엔 똥을, 한 손엔 소원을: 소네트집》

     

    세상에는 이런 시(詩)도 있다. 얌전하지 않으나 요란스럽지 않고, 처절하지만 결코 청승 떨지 않는 시. 고통을 직시하되 섣불리 등을 두드리며 위로하려 들지 않는 시. 영화 같고 소설 같고 회고록 같기도 한, 그러나 궁극에는 시가 되는 시. 낯 뜨거운 고백일 수도, 검열의 창살 따윈 없다 할 수도 있겠으나 ‘이것이 나의 솔직함’이라 말하는 시. 저속함과 천박함으로 흘러가기 쉬운 속어와 은어를, 삶의 민낯을 직시하게 하는 정직한 도구로 바꾸는 시. 위선을 비유로 고발하고, 위태로움을 묘사로 그려내고, 위험해지길 두려워 않는 시. ‘그래 삶아, 올 테면 와 봐라. 한판 붙자’라고 말하는 듯 거침없이 돌진하는 시. 여기, 이토록 섹시한 시를 쓰는 시인이 있다.

     

    국내에 최초로 소개되는 다이앤 수스. 그는 1998년 첫 시집 《너를 텅 비워버리는 것(It Blows You Hollow)》을 출간한 이래, 대중과 평단의 압도적 찬사를 받으며 거장의 반열에 오른 미국 시인이다. 1956년 인디애나주에서 태어나 미국의 ‘러스트 벨트’라 불리는 미시간주의 척박한 환경 속에서 성장한 그는, 구겐하임 펠로 선정 및 존 업다이크상 수상 등을 통해 문학적 성취를 증명해왔다.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뒤 가정 폭력과 정신 건강 분야에서 상담가로 활동하며 오랫동안 대학에서 시 창작을 가르쳐온 그의 이력은 작품 세계의 견고한 밑바탕이 되었다.

     

    2021년 《한 손엔 똥을, 한 손엔 소원을: 소네트집》(원제 frank: sonnets)으로 퓰리처상과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석권하며 미국 문단의 독보적 위치를 점한 그는 계급과 빈곤, 신체와 중독, 실패와 상실, 폭력과 젠더, 문학과 예술, 죽음과 사랑 등 삶의 심연을 ‘날 것 그대로의 감각’으로 길어 올린다. 이 시대의 고전이 될 수스의 시집 《한 손엔 똥을, 한 손엔 소원을: 소네트집》을, 동시대 탁월한 번역가인 황유원 시인의 정교한 번역으로 김영사에서 출간한다.

     

    이 시집을 먼저 읽은 한국 작가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나는 이 가난한 떠돌이의 시적 메스에 찔린다. 피투성이로 열광한다”(김이듬 시인). “다이앤 수스는 자신의 정확한 길을 찾아내어, 착취와 중독과 상실과 실패를 자근자근 밟아나간다”(김겨울 작가). “이 책을 통해 시라기보다는 어떤 짐승을 마주한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다”(요조 작가). “욕망의 끝, 절망의 끝, 그리고 사랑의 끝까지 가버린다. (…) 그녀의 소네트는 빌리 아일리시처럼 몽환적이기도 하고, 에이미 와인하우스처럼 도발적이기도 하며, 조니 미첼처럼 혁명적이기도 하다”(정여울 작가).

     

    마치 그의 시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아니 에르노의 “경험하지 않는 것은 쓰지 않는다”는 리얼리즘과, 시인 최승자의 “개 같은 가을이 쳐들어온다”는 폭력성에 맞선 강렬한 언어를 연상시킨다. “용인되는 존재가 되고 싶지 않았다, 나는 두려운 존재, 헐크, 거인, 괴물이 되고 싶었다”(56)는 그의 고백은 밑바닥 인생을 투명하게 응시하는 자만이 도달할 수 있는 미학적 용기를 보여준다.

     

    14행의 좁은 틀, 그 안에서 요동치는 야생의 고백

    《한 손엔 똥을, 한 손엔 소원을: 소네트집》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첫째, 시 속 서사를 따라가 보자. 이 시집은 128편의 소네트로 촘촘히 엮여 있다. 이탈리아어 ‘sonetto(작은 노래)’에서 유래한 소네트는 본래 14행의 엄격한 형식을 요구하나, 수스는 각운과 율격에 투항하지 않는 ‘자유로운 소네트’를 감행한다. 여기서 14행은 구조적 억압이 아닌, 삶의 비린내를 응축하는 구조적 긴장으로 작동한다. 14행의 형식이 ‘균일하게 짜인 세계’라면, 그 내용은 ‘언젠가 폭발할지 모르는 세계’인 셈이다. 수스는 말한다. “소네트는, 가난처럼, 없이도 살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가르쳐준다”(115). 그는 이 간결한 틀에 삶의 지저분한 모든 것을 담아낸다.

     

    128편의 소네트는 유년기부터 현재까지의 생애를 “플립 북의 페이지처럼”(49) 펼쳐 보인다. “14행 안에 담기지 못할 것이 무엇이겠는가? 어쩌면 삶 전체가 그 안에 들어갈 수도 있다. 독자는 첫 줄부터 ‘케이프 디스어포인트먼트’라는 실망의 끝단으로 내몰린다. 이 시는 결코 허구가 아니다. 한때 실재했다. 무언가를 가공해 상상하지 않으며 자서전과 로드무비, 죽은 자들과의 대화가 ‘황홀하게 합선’되는 순간 속에서 언어는 곧장 본질을 타격한다”(독일 뮌스터시 국제 시인상 심사평에서).

     

    둘째, 시 속 등장인물을 그려보자. 독자는 시편을 통해 에이즈로 세상을 떠난 “젊은 나이에 목매 죽”(24)은 미켈부터 미켈의 연인인 앨런, 마약 중독자였던 “가위로 자기 손목을 톱질하듯 그어”(67)댔던 아들 딜런, “지하실 설탕 자루 위에서 잠들곤”(82) 했던 어머니,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그의 아버지를 마주하게 된다. 또한 “유골 위로 커다란 자석을 흔들어서 금속을 빼내던”(125) 데이먼, “철사 공장 남자 구역에서 일하려고”(41) ‘콧수염’을 붙이던 패티, “꽃가루처럼 날리는 치토스 가루에/ 뒤덮인 집”(35)에 사는 릴 등 소도시 아웃들과 만나게 된다. 반면, 뉴욕의 트렌디한 펑크 클럽에서 만났던 미국 반문화의 몇몇 아이콘들은 이 시집에서 독선적이고 여성혐오적 나르시시스트로 가차 없이 폭로된다.

     

    셋째, 시 속 대화와 태도를 곱씹어보자. 수스와 아들 딜런의 대화(67~75)는 삶의 비극을 견디는 방식을 지독하리만치 투명하게 보여준다. “주사로 약 하던 시절이 그립네, 걔는 말한다. 그러면 심장이 멈춰버릴 테니/ 절대 다시 손대진 않겠지만 그래도 그리워. 절대 다시 손대진 않을 거야./ 나는 살고 싶어. 나는 여기가 좋아. 내가 가진 것과 함께 여기서 사는 게 좋아”(69). 예전에 “빈 보드카 병, 주삿바늘”(75)이 굴러다니던 방에 자러 오지 않는 아들이 이제 “‘깨끗하다’, ‘눈’처럼, ‘추위’처럼”(75) 깨끗해졌다고 말하는 수스의 언어는 서늘한 감동을 안긴다.

     

    수스에게 시는 관념의 유희가 아니라 진흙을 빚어 그릇을 만드는 실재적 작업이다. 시 속에 “우아함”(16)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솔직함(frank)만이 있을 뿐이다. 그의 언어는 권위에 항복하지 않고 의미의 과잉으로부터 탈주한다. “시에는 고결함이 있나? 없기를 바라자. 고결함 또한 또 하나의 은신처에 불과하니까”(93). 이는 문학이라는 “위험한 사업”(96), 혹은 형식과 플롯이라는 덫에 갇힌 이들에게 강력한 직격타를 날린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냄새는 나 자신의 고약한 체취다”(116)라는 구절처럼, 그는 자아의 비천함조차 유머러스하게 직시하며 우리에게 삶의 진실을 타격한다.

     

    마지막으로 소네트를 직접 써보며 읽어보자. “소네트라는 형식은 중독성이 있다. 그 절제된 성격은 거꾸로 그 안에 뭘 써넣어도 된다는 자유로움을 선사한다. 한마디로 따라 쓰고 싶게 한다. 대단한 소네트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 독자들이 다이앤 수스풍 소네트를 쓴 후 친구에게 읽어주며 서로 깔깔대거나 훌쩍이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아마도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이다. 이 시집은 그런 책이니까. 내가 번역한 시집 중 가장 강력하고 처절하고 사랑스러운 책이니까”(〈옮긴이의 말〉에서).

     

    가시철조망 드레스를 입고 춤추는 자유

    고통, 죽음, 솔직함이 건네는 의미란 무엇인가

     

    이 시집을 관통하는 첫 번째 키워드는 ‘고통’이다. 수스의 삶은 고통의 점유지였다. 수스는 알루미늄 “직사각형”(21) 집에서 자라며 “절반은 젊은 나이에 오토바이 사고로 죽”(24)는 이웃들을 목격했고, 스스로는 두 딸을 낙태한 어머니이자 마약 중독자 아들과 사투를 벌이는 보호자였으며, 남성 중심 문단에 항거하는 고독한 예술가였다.

     

    그는 회상한다. “들쥐가 속을 갉아먹고 있는 분홍색 소파 위에서”(46), “바퀴벌레 껍질이 있는 호박빛 왕좌 위에서”(46), “나의 새끼 양을 라일락 무더기처럼 껴안은 병원 침대 위에서”(46) 살아왔노라고. “난방시설은 없고 장작뿐”(45)인 판잣집의 추위와 “도둑을 숭배하라”(43) 명령하는 사람이 사는 곳의 끔찍함은 그의 시적 토양이 되었다. 뉴욕으로 옮겨간 뒤에도 “카드놀이용 테이블에 앉아서 시가 상자를 현금/ 서랍으로 사용”(51)해야 했던 빈곤은 여전했다. 그러나 그는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다. “집게발에 세게/ 물리면서도 가재를 풀어주는 일을 멈추지 못하는/ 사람”(13)과 같은 본성, 지하 공간에서 홀로 장작을 넣으며 평안을 찾는 ‘거대한 정신’이 그를 지탱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 키워드는 ‘죽음’이다. 수스의 세계에서 죽음은 늘 곁에 있었다. 친구 미켈과 아버지의 부재,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짐승들의 눈망울까지. “나는 처음부터 죽음과 함께 살아왔다”(77)고 고백하는 그는, 동시에 “죽음의 마을들 모퉁이에서./ 나는 죽음에게 짤막한 노래를 불러주었다”(77)고 말한다. 죽음 속에서도 노래하기를 멈추지 않는 것, 그것이 수스의 방식이다.

    그는 우리에게 노래한다. 고통은 “그 고통을/ 껴안음으로써 그것에서 한 걸음 물러설 수 있”(62)기에 씨름하며 떨쳐내고 다시 노래하라고. 결국 “유골함에 들어가는 건 우리 자신과 지금껏 태어난 모두의 집적체”(125)이며, 죽음이란 “일등석이 없는 비행기”(125)와 같은 철저한 민주주의임을 일깨운다.

     

    세 번째, 수스의 시 세계는 ‘핑크 루럴(Pink Rural)’로 요약된다. ‘루럴(Rural)’은 가난과 중독, 소외된 계층의 비루한 시골 현실을 뜻하며, ‘핑크(Pink)’는 그 비참함 속에서도 예술을 갈망하며 전복적 목소리를 내는 여성성을 상징한다. 정여울 작가의 말처럼, 수스는 “소네트라는 형식을 마치 가시철조망 드레스처럼 유혹적으로 떨쳐입고, 그 안에서 낙태와 마약과 죽음과 사랑을 아무런 검열 장치 없이 노래한다”(정여울).

     

    “나는 딸 둘을 낙태했다”(60), “요즘에는 시가 섹스처럼 느껴진다. 이따금 시가 당기긴 하지만 그 기분은/ 끝내 활짝 피어오르지 않는다”(119) 같은 노골적 고백은 물론, 권위적 시인들의 위선을 향해 당신들은 여성 시인들에게 “도저히 읽을 수 없지만 따먹을 수는 있다고 혹은 읽을 만하고 따먹을 수도 있다고”(55) 말하지 않았느냐고 일갈하는 대목은 그의 솔직함이 지닌 파괴력을 여실히 보여준다.

     

    마지막 키워드는 ‘자유’다. 캔디 달링, 에이미 와인하우스, 알레인 드 쿠닝의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시집은 비남성적 인물들이 개척하는 예술적 영역을 다루면서도, 동시에 그 어떤 신비화도 거부하는 탈신비화의 선언이다.

     

    캔디 달링의 ‘가시철조망 드레스’ 비유는 이 시집의 사명 선언문과 같다. 가시철조망 드레스는 “집을 지켜주지만 전망은 가리진 않는다”. 가시 돋쳐 있으나 예술적이고, 고통받고 있음을 알리고 싶으면서도 동시에 “정상인으로 봐주길 바라”(66)는 모순된 욕망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때로 나는 별종으로 보이길 바란다. (…) 나는 정상이라는 기준에 못 미친다. 때로 나는 그것을 받아들인다. 그 호칭을 받아들인다. 장애. 그게 바로 나다”(66).

     

    이 시집은 세상의 억압에 순응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짐승처럼 맞부딪치는 자전적 투쟁의 기록이다. 풍부한 경험으로 가득 차 있으면서도 허영이나 과시를 배격하며, 지배적 세계의 아이러니에 유머와 열정으로 맞선다. 수스의 이 정직한 서사는 당신을 결코 지치지 않는 자유의 세계로 인도할 것이다.

     

    부기: 번역과 편집에 관하여

    가장 강력하고 처절하고 사랑스러운 책

     

    황유원 시인은 이 시집을 번역하며 “여러모로 엄청난 책이다. 이 책의 원제인 《프랭크: 소네트집(frank: sonnets)》는 시인 ‘프랭크 오하라’,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데뷔 앨범 《프랭크(Frank)》, 그리고 ‘솔직한, 노골적인’이라는 뜻의 형용사 ‘프랭크(frank)’를 모두 지칭하는데, 공교롭게도 딱 이 셋을 합친 느낌”이라고 했다.

     

    한국어판의 제목은 원제가 지닌 다층적 함의를 한국 독자들에게 더 직관적으로 전달하고자, 시집을 관통하는 정서가 담긴 시구를 참고해 《한 손엔 똥을, 한 손엔 소원을: 소네트집》으로 정했다. 이는 수록작 〈소네트는, 가난처럼〉의 핵심 구절을 인용한 것으로, 원제가 지닌 ‘가공되지 않은 솔직함’을 한국어의 질감으로 번역해낸 것이다.

     

    이 시집의 미학적 정수는 14행의 소네트 형식에 있다. 번역 과정에서는 원문의 시각적 의도를 보존하기 위해 모든 행을 최대한 균등한 길이로 안배했으며, 미국 영어 특유의 간결함과 구어체적 리듬을 설득력 있게 구현하는 데 주력했다. 또 방대한 인명, 지명, 문화적 코드에 대한 한국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244개의 상세한 미주를 부가했다.

     

    역자와 편집자가 주고받은 메모가 1,000여 개에 달할 정도로, 시구 하나하나를 치열하게 세공하며 다듬었다. “이번 작업은 특히 고생스러웠다. 역교 때는 원고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아서 거의 반 이상을 뜯어고쳤다”(〈옮긴이의 말〉에서)고 할 만큼 수스의 시에 대한 역자의 애정이 컸다. 아울러 시각적 미학을 극대화하기 위해 전형적 판형을 탈피, LP 형태의 판형을 통해 수스의 예술적 지향점을 물리적 책의 형태로 구현해냈다.

     

    “이 시집에 별도의 해설은 필요치 않을 듯하다. 소네트라는 외골격이 간신히 버티고 있다는 느낌이 들 만큼 수스가 시 안에서 이미 많은 것을 넘치도록 말하고 있으니까. 독자는 이 시들을 어렵게 해석할 필요 없이 그저 그 파괴적인 아름다움에 놀라면 된다. 너무 솔직해서 오히려 더 큰 상처와 쾌감과 해방감을 안겨주는 그 고백에 전율하면 된다”(〈옮긴이의 말〉에서).

     

    러스트 벨트 노동계급 삶의 아름다움과 고단함을 포함하여, 현대 미국의 무질서한 모순들에 맞서기 위해 소네트 형식을 독창적으로 확장한 거장다운 시집.

    —퓰리처상 심사평

     

    14행 안에 담기지 못할 것이 무엇이겠는가? 어쩌면 삶 전체가 그 안에 들어갈 수도 있다. 독자는 단숨에 그 세계로 빠져들게 되며, 첫 줄부터 곧장 ‘케이프 디스어포인트먼트까지’ 이르게 된다. 뒤이어 펼쳐지는 것은 가난 속에서 자라난 한 존재의 삶의 여정과 기억, 그리고 자아 성찰이다. 이는 동시에 하나의 사회 연구이자 풍속화이며, 변두리를 따라 흘러온 생애의 결산이기도 하다. (…) 언어는 곧장 핵심을 짚는다. “소네트는, 가난처럼, 없이도 살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가르쳐준다.” 때로는 단 한 문장만으로 핵심을 찌르기도 한다.

    —독일 뮌스터시 국제 시인상 심사평

    저자 소개
    저자 : 다이앤 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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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ENA
    • 2026.04.14

    #한손엔똥을한손엔소원을_소네트집 #다이앤수스 #김영사 - 14행의 감옥에서 외치는 삶의 비명 처음엔 당혹스러워서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야?’ 하며 책장을 넘겼다. 그런데 읽으면 읽을수록, 왜 많은 작가들이 이 책에 그렇게 찬사를 보냈는지 알 것 같았다. 눈으로만 읽던 책을 어느 순간 소리 내어 읽게 되고, 결국엔 다이앤 수스의 강렬함에 흠뻑 빠져 소네트 형식의 서평을 쓰고 말았다는...ヽ(*´ェ`*)/ [다이앤 수스에게 소네트로 답하는 서평] 처음엔 침묵만이 내 안을 가득 채웠네, 낯선 말이 날 외면하듯 저항하며 다가왔다. 거칠고 불편한 말들이 나를 밀어내지만, 투박한 표현 속에 드러난 삶의 밑바닥. 기도만 하기엔 세상은 너무 거칠고, 눈앞 현실은 가혹하게 나를 시험한다. 오물 묻은 손으로 소원을 움켜쥐며, 비참한 생의 실체가 쏟아져 내린다. 말도 안 되는 현실을 견디려 숨을 고르고, 오물 속에서 뜨거운 간절함을 발견한다. 거친 문장은 수산시장 바닥처럼 비리고 축축하다, 그러나 그 위로 은빛 비늘은 찬란히 반짝인다. 아득한 규칙은 이제 살아 있음의 증명, 상처 입은 생이 부르는 정직한 노래. 다이앤 수스의 『한 손엔 똥을, 한 손엔 소원을』은 깔끔히 손질된 언어보다 생의 진창 속 고백에 가까운 책이다. 이 책은 시를 읽는다는 행위 그 자체가 하나의 생존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거칠고 아름다운 언어를 통해 ‘삶의 진짜 온도’를 느끼고 싶은 독자에게 추천한다. . . 📚 출판사로부터 선물 받아 읽고, 자유롭게 작성한 저의 기록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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