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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ISBN-13 : 9791196241629 |
|---|---|
| 쪽수 | 384쪽 |
| 크기 | 기타 규격 |
| 제품구성 | 단행본 |
- 인문/역사 > 사회학
시대적 변곡점에서 마주한 새로운 일본 읽기의 필연성
대한민국과 일본의 관계는 지금 역사적인 패러다임의 거대한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한때 절대적인 경제 발전의 모델이자 아득한 추격의 대상으로 여겨졌던 일본은, 이제 다양한 거시 경제 지표에서 한국과 대등해졌거나 일부 영역에서는 추월당하는 전례 없는 현상을 마주하고 있다. 국가 경제 규모와 국민 개개인의 실질적인 소득 수준을 보여주는 1인당 명목 국민총소득(GNI)의 경우, 2024년 기준 한국은 36,624달러를 기록하며 같은 시기 약 34,500달러로 추정되는 일본을 공식적으로 상회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수치적 역전뿐만 아니라 한국 주요 대기업의 대졸 평균 초임이 일본을 상회하게 된 현실, 그리고 K-Pop과 K-콘텐츠가 글로벌 소프트파워를 장악하며 과거 일본의 대중문화가 누렸던 지위를 대체하고 있는 문화 역량의 증대는 한일 양국의 역학 관계가 근본적으로 재편되었음을 강력하게 시사한다.
그러나 급변하는 객관적 지표와 달리, 한국 사회가 일본을 바라보는 담론과 인식의 틀은 안타깝게도 여전히 과거의 낡은 프레임에 갇혀 있다. 기성세대는 식민 지배의 역사적 부채감과 경제적 열등감이 복잡하게 혼재된 시선으로 일본을 바라보며, "일본은 역시 우리보다 한 수 위"라는 식의 맹목적인 우월론이나 "일본은 이미 끝난 갈라파고스"라는 극단적인 폄하론 사이를 별다른 성찰 없이 오가고 있다. 반면, 태어날 때부터 대한민국의 선진국 위상을 자연스럽게 체화하고 디지털 환경 속에서 J-Pop이나 애니메이션을 편견 없이 글로벌 문화의 일부로 소비하며 성장한 '새로운 세대'에게는 기성세대의 이러한 편향된 시각이 공허하고 비현실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신간 『일본은 어떻게 ‘일본’이 되었나』는 바로 이러한 세대 간, 그리고 현실과 인식 간의 거대한 괴리를 메우기 위해 기획된 지적 해부서이다. 이 책은 변화된 대한민국의 국력에 걸맞은 성숙하고 글로벌한 시야를 장착하고, 불필요한 자기 비하나 근거 없는 찬양에서 벗어나 일본 사회의 복잡다단한 내면과 역사적 구조를 있는 그대로 직시할 것을 제안한다.
[목 차]
제1장 새로운 세대를 위한 일본 읽기 - 일본에 대한 오해와 진실
제2장 친절한 개인이 모인 완고한 집단 - 일본인의 의식구조와 상황윤리
제3장 일본인의 미의식과 포르노그래피 - 다도의 나라 일본은 왜 AV 대국이 되었을까
제4장 기모노와 오리엔탈리즘 - 일본의 상징, 기모노에 담긴 이중의 욕망
제5장 천재지변과 더불어 사는 삶 - 여름은 견뎌내고 지진은 흘려보내는 순응의 지혜
제6장 안타까운 인재, 후쿠시마 원전 사고 - 현재진행 중인 최악의 원전 사고와 일본의 대처
제7장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일본인의 피해자 의식 - 전범국 일본은 왜 사과하지 않을까?
제8장 다신교의 나라 일본에 무신론자가 많은 이유 - 신토를 통해 살펴보는 일본인의 종교 문화
제9장 세습의 나라, 일본의 이에모토 제도 - 예술계의 세습 제도와 일본의 사회구조
제10장 J-컬처와 K-컬처의 동상이몽 - 콘텐츠 강국 일본 대중문화의 성공과 실패
제11장 오타쿠와 함께한 40년, 일본 사회의 자화상 - 사회적 희생양 찾기와 오타쿠 문화의 동행
[본 문]
1. 영원할 것 같던 질서정연한 신화의 균열 (제1장: 새로운 세대의 일본 읽기 중)
"지금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는 일본의 깨끗한 거리와 정돈된 공공장소의 모습은 결코 하루아침에, 혹은 일본인 특유의 ‘민족성’ 덕분에 저절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1950년대부터 1960년대 초반까지 일본의 공공장소 풍경은 현재 우리가 가진 ‘질서 선진국’이라는 이미지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었다. (...) 출퇴근 시간의 ‘만원 전철’도 그야말로 무질서와 혼잡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승객을 열차 안으로 말 그대로 ‘밀어 넣는’ 전문 푸시맨인 오시야(押し屋)가 등장하여 역마다 진풍경을 연출했던 것도 바로 이 시기였다. 승객들은 먼저 내리고 나중에 탄다는 기초적인 예절조차 무시한 채 서로 몸싸움을 벌이는 일이 다반사였고... 이러한 과거 모습은 현재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가지고 있는 ‘일본은 본래부터 깨끗하고 질서정연했을 것’이라는 막연한 고정관념에 균열을 일으킨다. 그렇다면 우리는 다음과 같은 근본적인 질문을 스스로 던질 수 있게 된다. 과연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공중도덕이나 선진적인 시민 의식이라는 것이, 특정 민족의 유전자 속에 각인되어 이어지는 불변의 ‘국민성’이나 ‘민도’와 같은 것일까? 아니면..."
2. 이해할 수 없던 태도에 숨겨진 사회적 암호 (제2장: 친절한 개인이 모인 완고한 집단 중)
"일본인이 보여주는 극진한 예의, 즉 ‘오모테나시(おもてなし)’ 문화는 바로 이 외부인인 ‘소토(外)’를 대하는 방식이다. 외부와의 관계에서는 마찰을 피하고 집단의 조화를 유지하기 위해, 개인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정해진 형식에 맞는 정중함을 보이는 것이다. (...) 그러나 관계의 경계가 달라지거나, 외부라 하더라도 상대방이 자신보다 명백히 아랫사람이라고 판단되는 특정 ‘상황’에서는 다른 얼굴이 등장한다. 소토의 고객에 대해서는 왕으로 모시며 극진한 모습을 보이지만, 내부의 수직적 위계 상황에 놓인 부하 직원에게는 갑질을 부리며 오만해지는 점원. 자국민에게 깍듯이 존댓말을 사용하던 경찰이 외국인에게는 반말로 응대하는 이중적인 모습... ‘내면의 절대적 윤리(신독)’라는 필터를 가진 한국인의 눈으로 바라볼 때, 그들의 상황에 따른 행동 변화는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위선’이자 ‘표리부동’으로 비치게 된다. 하지만 일본인의 도덕적 기준점은 ‘내 안’이 아닌 철저히 ‘타인의 시선’ 속에 존재한다. 그들에게 이중성이란 위선이 아니라 사회적 생존을 위한..."
3. 억압된 사회가 만들어낸 파격의 배출구 (제3장: 일본인의 미의식과 포르노그래피 중)
"완고한 수직 사회와 조화를 강제하는 동조압력의 문화 속에서, 세계를 놀라게 하는 일본의 파격적이고 자유분방한 콘텐츠의 탄생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개성을 폭발시키는 하라주쿠의 패션, 잔혹하거나 매니악한 상상력으로 가득한 만화, 그리고 아시아권에서는 드물게 거대한 산업으로 성장한 성인 비디오(AV) 시장의 번성까지... 이 이유를 결론부터 말하자면 엄격한 통제 시스템이 묵인한, ‘예외적 공간’, 즉 ‘문화적 해방구’ 때문이었다. 에도 시대 막부는 체제 전복과 같은 정치적 저항은 철저히 탄압했지만, 사회 질서를 어지럽히지 않는 선에서 대중 오락과 유흥은 어느 정도 용인했다. 마치 로마의 ‘빵과 서커스’나 근대 일본의 ‘3S 정책’과도 같이, 꽉 짜인 신분제 사회의 압박과 불만을 다른 곳으로 배출시키기 위한 거대한 일종의..."
4. 사과하지 않는 국가의 기이한 심리 구조 (제7장: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일본인의 피해자 의식 중)
"1985년 520명의 희생자를 낸 일본항공 123편 추락 사고에서부터 팬데믹 시기의 '자숙 경찰'에 이르기까지, 집단이 거대한 충격과 불안에 직면했을 때 차분히 원인을 분석하기보다 특정 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겨버리고 손쉽게 질서를 회복하려는 심리는 항상 잔인한 집단 폭력으로 나타났다. 이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도 동일하게 반복되었다.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예견된 위험을 외면한 기업과 관료사회가 만들어낸 명백한 ‘인재(人災)’였다. 그러나 도쿄전력과 정부의 책임 회피 속에서 가해-피해 구조가 불투명해진 채, 대중 매체는 ‘재해 지역 주민의 숭고한 희생에 감사해야 한다’는 정서적 연대 캠페인만을 앞세웠다. 진정한 책임 소재를 규명하고 가해자를 단죄하는 고통스러운 과정이 생략된 자리를 채운 것은 피해자의 숭고한 희생에 대한 연민뿐이었다. 바우만이 경고한 ‘세습적 희생자 의식’이 발현된 것이다. 놀랍게도 이러한 구조는 제2차 세계대전의 전범국인 일본이 아시아 국가들에게 사과하지 않고, 자신들을 히로시마 원폭의 피해자로 둔갑시키는 근본적인 심리적 메커니즘과 완벽하게..."
5. 조롱받는 서브컬처에 투영된 시대의 맨얼굴 (제11장: 오타쿠와 함께한 40년, 일본 사회의 자화상 중)
"수백만 명의 팬들이 즐기는 문화 콘텐츠를, 단 몇 명의 극단적인 범죄자(미야자키 츠토무 사건 등)의 사례를 들어 전체 팬덤을 범죄자 집단으로 매도하는 것은 명백한 ‘마녀사냥’이자, 사회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외면하려는 미디어와 대중의 비겁한 책임 전가였다. (...) 고도성장기의 그늘과 장기 불황 속에서 극심한 경쟁과 획일화를 강요당하며 소외된 젊은이들이, 상처받지 않기 위해 자신들만의 가상 세계를 구축해온 과정이 바로 오타쿠의 역사다. 그들의 모습 속에는 장기 불황의 상실감과 사회에 대한 소극적인 저항이 온몸으로 투영되어 있다. 그러나 주류 사회가 오타쿠의 긍정적 이미지를 ‘훔쳐’ 가는 동안, 그들이 벗어던진 부정적인 껍데기는 이제 ‘치즈 규동(치규)’이라는 새로운 멸칭의 대상에게 고스란히 옮겨갔다. 왜 일본 사회는 이처럼 끊임없이 경멸의 대상을 필요로 하는가? 이는 동조압력이 강한 사회에서..."

만들어진 신화의 해체와 일본적 상황 윤리의 인류학적 이해
본 도서는 우리가 오랜 시간 무의식적으로 절대적인 진실이라 믿어왔던 일본에 대한 환상들을 객관적인 사료를 바탕으로 하나씩 해체하며 논의를 전개한다. 대표적으로 한국 사회 전반에 깊게 뿌리내린 '깨끗한 거리와 질서를 잘 지키는 선진 시민 일본'이라는 이미지가 결코 그들의 선천적인 '국민성'이나 변치 않는 '민도(民度)'의 결과가 아님을 역사적 기록을 통해 증명한다. 1950년대부터 1960년대 초반까지 쓰레기로 뒤덮인 열차와 수면에서 메탄가스가 발생해 불이 붙을 정도로 오염되었던 하천, 그리고 새치기와 몸싸움이 만연했던 무질서한 풍경이 1964년 도쿄 하계 올림픽이라는 국가적 이벤트를 앞두고 대대적인 미화 캠페인과 사회 시스템 정비를 통해 인위적으로 조형된 결과물임을 밝혀낸다. 이를 통해 선진적인 시민 의식이란 고정된 유전자가 아니라 경제적 발전과 국가적 학습의 산물임을 날카롭게 지적하며, 우리의 1988년 서울 올림픽 경험과 교차 비교함으로써 불필요한 열등감을 논리적으로 타파한다.
나아가 일본인의 이중성으로 오해받곤 하는 독특한 행동 양식을 '수직적 위계질서(다테 사회, タテ社?)'와 '내부/외부(우치/소토, ?/外)'의 엄격한 구분이라는 사회적 문법을 통해 규명한다. 내면의 절대적 도덕률과 양심을 중시하는 한국의 유교적 성리학 가치관(신독, 愼獨)과 달리, 상대방이 나보다 윗사람(메우에)인지 아랫사람(메시타)인지, 혹은 내부인인지 외부인인지에 따라 유연하게 태도를 바꾸는 일본의 '상황 윤리'를 심층 분석한다. 또한 행위의 선악 판단 기준이 타인의 시선과 집단의 평가에 있는 '수치 문화(Shame Culture)'와 타인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것(메이와쿠)을 최우선으로 삼는 윤리관을 문화인류학적 관점에서 해부한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외부인에게 보여주는 극진한 예의(오모테나시)와 그 이면의 싸늘함이 단순한 위선이 아니라, 잦은 자연재해와 섬나라라는 지리적 고립, 그리고 강력한 에도 시대의 봉건 신분제와 연대 책임 제도(고닌구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수백 년간 체화된 생존의 지혜이자 거대한 사회적 방어기제임을 지적으로 이해하게 된다.
모순의 미학부터 사회구조적 맹점까지, 전방위적 문화 통찰
이 책의 탁월함은 표면적인 사회 현상을 나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종교, 미의식, 전통 예술, 대중문화에 이르는 전방위적인 영역을 하나의 일관된 논리로 관통해 낸다는 데 있다. 불완전함과 쓸쓸함에서 소박한 아름다움을 찾는 '와비사비(わびさび)'와 심오한 '유겐(幽玄)'의 미학을 탄생시킨 정적인 다도(茶道) 문화가, 어떻게 세계 최대 규모의 적나라한 성인물(AV) 산업과 한 국가 내에서 모순 없이 공존할 수 있는지 탐구한다. 저자는 그 근원을 에도 시대 막부가 체제 전복을 막기 위해 묵인했던 '통제된 해방구'로서의 유곽의 역사와, 일본 건국 신화 속에 나타난 성(性)에 대한 개방적이고 자연주의적인 신토(神道)의 의식에서 찾아낸다.
더불어 이 책은 현대 일본 사회가 안고 있는 가장 치명적인 그림자를 정면으로 응시한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라는 미증유의 재난을 대하는 일본 사회의 태도를 심층적으로 분석하며, 시스템의 참담한 실패와 기업 및 정부의 책임 회피를 '피해자의 숭고한 희생'과 '정서적 연대'라는 미명 하에 은폐하려는 기저 메커니즘을 고발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메커니즘이 제2차 세계대전의 전범국임에도 불구하고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원폭 피해를 앞세워 스스로를 '피해국'으로 규정하고 끝내 침략의 역사에 사과하지 않는 전후 일본의 역사 수정주의와 완벽하게 동일한 궤적에 놓여 있음을 통렬하게 짚어낸다는 것이다. 나아가 가부키 등 전통 예술계에서 시작된 가원(家元, 이에모토) 제도의 세습 구조가 현대 일본의 정치계 파벌과 기업 문화에까지 어떻게 깊게 뿌리내려 사회의 역동성과 유동성을 저해하고 있는지를 추적하며, 일본 사회의 경직성을 날카롭게 해부한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이웃 나라인 일본을 지극히 사실적이고 입체적으로 해부한 시대의 기록물이다. 맹목적인 반일 감정이나 근거 없는 문화적 찬양의 이분법을 뛰어넘어, 왜 그들이 특정한 시점에, 특정 대상에게, 특정한 방식으로 행동하는지를 근원적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모든 한국인에게 이 책은 가장 명확하고 지적인 해답을 제시할 것이다.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곧, 한층 성숙해진 대한민국의 렌즈를 통해 동아시아의 복잡한 현재를 해독하고 미래를 새롭게 조망하는 지적 지평의 확장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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