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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바고 문화사 - 담배로 읽는 조선시대 기호품의 풍속사

    • 안대회 저
    • 문학동네
    • 2026년 03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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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품 규격 정보
    상품상세정보
    ISBN ISBN-13 : 9791141615109
    쪽수5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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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품구성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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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담배를 버린다면 살아 있다고 해도
    무슨 재미가 있겠소?”

    뗄 수 없는 벗이자 몸과 마음을 달래는 만병통치약으로,
    서민부터 기녀, 왕까지 모두를 매혹시킨
    조선을 휩쓴 푸른 담배 연기의 모든 것

    새해가 되면 금연을 다짐하는 이가 많다. 작심삼일으로 흐지부지될지라도 올해는 꼭 담배를 끊어보겠다며 애를 쓴다. 21세기 들어 인류의 건강을 해치는 암적 기호품이자 공공장소에서 퇴출돼야 할 혐오품으로 내몰리는 담배. 대체 이 요물은 우리 사회에 대체 언제부터 마수를 뻗은 걸까? 조선시대 지식인과 민중의 삶을 꾸준히 소개해온 성균관대 안대회 교수는 『담바고 문화사』에서 조선의 문화와 예술, 사회와 경제, 의식과 풍속을 읽는 키워드로 ‘담배’를 택한다. 담배를 옹호하기 위해서도, 담배를 손에서 놓을 수 없음을 변명하기 위해서도 아니다. 17세기 이후 현재까지 당당히 살아남은 기호품이기에 “문화를, 취향을, 문물의 전파와 정착을, 사회상을, 담배를 빼놓고는 실감나게 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남녀노소는 물론이고 신분의 고하와 상관없이 임금까지 빠져들었던 담배에 얽힌 다채로운 이야기를 소개하며 한국의 흡연 및 금연 문화사를 본격적으로 짚는다.

    지금 세상에서 담배는 인류의 건강을 해치는 암적 기호품이자 공공장소에서 퇴출돼야 할 혐오품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런 시대에 담배의 역사를 깊이 살펴보려는 시도는 왠지 모르게 흡연을 미화하는 데 동조하는, 불온하고도 퇴행적인 짓으로 비칠지 모른다는 조바심이 든다. 그러나 그런 논란과는 별개로, 담배는 인문학을 공부하는 내게 문화사적인 면에서 꼭 한 번은 제대로 탐구해보고 싶은 유혹이었다. 문화를, 취향을, 문물의 전파와 정착을, 사회상을, 담배를 빼놓고는 실감나게 말하기 어렵다. 자칫 의도치 않은 엉뚱한 논란을 일으키지 않을까 못내 걱정하면서도 담배의 문화사를 파고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담배는 17세기 초엽 이래 한반도의 절대다수가 즐긴 기호품의 제왕이자 경제의 블루오션이었고, 일상 삶에서 가장 중요한 물질이었다. 조선만이 아니라 아시아 모든 나라와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그랬다. 담배는 문화와 예술, 사회와 경제, 의식과 풍속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담배는 조선 후반 300년 역사를 비춰 보여주는 거울이다! _머리말에서

    조선에 처음 담배가 들어왔을 때, 혹자는 이를 신선의 풀이라 했고, 어떤 이들은 이것이 부모를 멀리하게 하고 이성을 유혹하며 남녀노소와 상하 간에 유별해야 할 질서를 무너뜨리는 못된 물건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담배에 관한 많고 많은 논란을 떠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1610년 즈음 처음 조선에 상륙한 이 풀을 사랑한 사람이 너무나 많았다는 점이다. 10세 전후한 어린아이부터 시작해 서민, 양반, 기생 누구나 담뱃대를 손에서 놓지 못했다. 정조는 담배의 효능을 짚으며 만백성이 담배 피울 날을 꿈꿀 정도로 애연가였다. 현재만큼이나 다양한 논쟁이 오갔고, 잠시도 일상생활에서 뗄 수 없던 물건임에도, 조선뿐 아니라 몽골과 일본 사람들까지 사로잡으며 교역의 중심에 놓였던 물건임에도 담배를 본격적으로 다룬 책은 그동안 찾기 어려웠다. 안대회 교수는 연구 과정에서 담배에 관한 자료를 거듭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조선시대의 사회상과 변화상을 담배만큼 잘 드러내는 물건이 없다고 생각하게 됐다. 이에 수십 년간 관련 사료를 모아 이 책을 집대성한다. 2015년 출간됐던 『담바고 문화사』의 개정 증보판인 이 책은, 이전의 오류를 바로잡고 새로운 자료와 ‘구한말 이후 등장한 근대적 연초회사와 전매제도’에 관한 연구까지 더해 다시 한번 한국의 흡연 문화사를 알차게 짚는다. ‘담바고’라는 키워드를 통해 숨가쁜 변화를 겪어내고 있던 조선시대부터 구한말까지의 단면을 생생하게 목도하게 될 것이다.
    목차

    [목 차]

    머리말_ 담바고를 말하다

     

    1부 담배의 도래

    1. 이름의 기원: 담바고, 그 연기의 이름

    [깊이 읽기 1] 담배를 한 글자로 만든다면

    2. 담배의 유입: 신세계 향초의 도래

    3. 중국으로 전파: 황제도 못 말린 청나라 군대의 망우초 사랑

    [깊이 읽기 2] 담배의 전설

    4. 고급 담배 지사미: 지사미 전성시대

     

    2부 원하고 원망하다

    5. 말세의 취미: 술과 차를 뛰어넘는 기호품 세계의 새 왕좌

    6. 애연가의 계보: 골초의 탄생

    [깊이 읽기 3] 용고뚜리, 철록어미

    7. 금연론자의 계보: 금연을 실천한 명사들

    8. 흡연의 이유: 아는 사람만 아는 담바고 ‘땡기는’ 순간

    [깊이 읽기 4] 담배를 잊지 못하는 곳 그 어딘가?

    9. 남령초 책문: 애연가 정조의 흡연 권장

     

    3부 명품과 취향

    10. 조선의 명품: 테루아르의 맛 ‘진삼미’

    11. 담뱃대 미학: 장죽의 품격, 곰방대의 다정함

    12. 흡연도구와 공예예술: 궁극의 사치

    13. 의학적 효용: 약초, 독초, 혹은 취미의 문제

    [깊이 읽기 5] 담배 먹고 자결하다

    14. 코담배: 가루를 마시고 재채기를 하다

     

    4부 담배와 모럴

    15. 흡연논쟁: 담배는 불온하다

    16. 미풍양속의 파괴자: 이성을 유혹하고 부모를 멀리하게 하는 요물

    17. 이덕무의 흡연 예절: ‘식후땡’에도 예의가 있어야지

    [깊이 읽기 6] 이옥과 이규경의 흡연 에티켓

    18. 흡연 규범의 확립: ‘맞담배’와 교내 흡연을 불허하노라

    19. 여성과 아동의 흡연: 장죽 문 아이, 부뚜막에 걸터앉은 계집종

    20. 기생의 흡연: 기생의 손에는 왜 항상 담뱃대가 들려 있나

     

    5부 담배와 경제

    21. 17세기의 국제 담배 무역: 수지맞는 거래, 은밀한 협상

    22. 동아시아 3국의 담배 교류: 조선의 일본 담배, 중국의 조선 담배

    23. 생산과 판매: 곤궁한 선비가 끼니를 잇는 법

    24. 거래와 유통: 담배 가게 아저씨는 부자라네

    25. 담뱃값과 전매제: 출렁이는 담뱃값과 담배에 세금 매기기

     

    6부 예술 속 담배

    26. 『춘향전』과 담배 문학: 춘향이 옥수로 담배를 권하노니

    27. 담배의 한평생: 가전 「남령전」의 세계

    28. 끽연시와 노래: 오직 ‘너’뿐인 담배를 노래하다

    29. 담배와 회화: 그림 속 담배

    [깊이 읽기 7]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

     

    7부 구한말 흡연 문화의 격변

    30. 위정척사파의 금연운동: 나라를 위해 담배를 끊다

    31. 전통 흡연 문화의 소멸: 장죽의 슬픈 운명, 침투된 평등으로서의 권연

    32. 구한말 이후 연초회사: 근대적 연초회사의 등장과 전매

     

    맺음말_ 한중일의 담배 문화 연구가

     

    주

    참고문헌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담배를 잊지 못하는 곳 그 어딘가?”
    애연가 혹은 골초!
    담배 연기 속에서 피어오른 조선의 문화

    담배는 인류 문화에 침투한 수많은 ‘새로운 것’ 중 하나였다. 아니, 담배는 다른 어떤 물질보다도 사람들을 사로잡은 낯설고 충격적인 수입품이었다. 담바고, 남령초, 연초, 남초, 연다, 연주, 망우초…… 담배를 받아들인 사람들은 저마다의 생각과 시선을 담아 이 풀을 다르게 불렀다. 아메리카에서 유럽으로, 유럽에서 일본을 거쳐 조선에 들어온 이 풀은 저 먼 남쪽 나라에서 온 신령한 풀이었다. 가래와 곽란 및 가슴과 배의 질병을 치료해주는 만병통치약으로 여겨지며 담배는 술과 차를 뛰어넘는 기호품 세계의 왕좌에 오른다.
    담배 애호가로서 빠질 수 없는 게 바로 정조다. 정조는 사적인 자리에서 담배의 유익함을 신하들에게 역설했을 뿐 아니라 담배에 우호적인 정책을 펼쳤다. 심지어 창덕궁 후원에 담배를 재배해 이를 신하들에게 하사할 정도였다. 정조의 애연은 개인적인 취향으로만 머물지 않았다. 애민정신이 남달랐던 정조는 백성들이 모두 담배를 피우게 할 방법을 강구해보라며 규장각 초계문신들에게 시험 문제(「남령초 책문」)를 내기까지 했다.

    나는 젊어서부터 다른 기호는 없이 오로지 책을 보는 고질병만을 갖고 있다. 연구하고 탐색하느라 심신에 피로가 쌓여 수십 년을 보냈다. 그런 탓에 병이 생겨 마침내 가슴속이 언제나 꽉 막혀서 밤을 꼬박 새우기도 하였다. 왕좌에 오른 뒤로 책을 보던 고질병을 모두 정무(政務)로 옮겨 일하다보니 병증이 더욱 심해졌다. 복용한 빈랑 열매와 쥐눈이콩도 근이나 포대로 헤아릴 정도였다. 백방으로 약을 구했으나 오로지 이 남령초에서만 도움을 얻었다. 불기운으로 한담(寒痰)을 공격하자 가슴에 막힌 것이 저절로 사라졌고, 연기의 진기가 폐를 적셔서 밤잠을 편히 이룰 수 있었다. 정사의 잘잘못을 고민할 때 복잡하게 뒤엉킨 생각을 시원하게 비춰보고 요점을 잡아낸 것도 그 힘이고, 글의 가부를 수정하고자 깎고 자르는 고민을 할 때 고르게 저울질하여 내어놓게 만든 것도 그 힘이다. _137~138쪽

    그러나 조선시대에 담배를 바라보는 분위기는 현대와는 많이 달랐다. 조선 최초의 골초로 불린 계곡 장유는 “내 생각으로는 앞으로 남초가 중국의 차처럼 세상에 널리 쓰일 것이다”라고 했는데 그의 예언은 적중했다. 담배를 몹시 싫어한 이덕무가 남긴 「담배와 고기와 술의 우열」이라는 글을 통해 당시 골초들이 담배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우연히 여러 손님들과 함께 있을 때 제각기 좋아하는 것을 말하기로 하였다. 어떤 손님 한 분이 먼저 말을 꺼냈다. “나는 담배와 술, 고기 세 가지를 모두 즐기지요.” 내가 그 세 가지를 다 갖추지 못할 때에는 어느 것을 버릴지 물었다. 그러자 그 손님이 대답했다. “먼저 술을 버리고 다음엔 고기를 버리겠소.” 내가 다시 그다음에는 무엇을 버리겠느냐고 물었다. 손님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 똑바로 쳐다보면서 말했다. “담배를 버린다면 살아 있다고 해도 무슨 재미가 있겠소?” _73~74쪽

    이처럼 애연가들의 담배 사랑은 문학과 그림으로 묘사되고 노래로 불리며 영감의 원천이 됐다. 영조 시대의 문인 강흔은 “담배를 잊지 못하는 곳 그 어딘가?”로 매 시구가 시작되는 「연다초를 읊은 10편의 시」라는 빼어난 서정시를 남겼고, 조선 최고의 인기 소설 『춘향전』에서는 춘향이 이도령에게 담배를 권하는 장면이 판본마다 다르게 등장한다. 김홍도와 신윤복의 풍속화뿐 아니라 18세기 말엽의 풍속도와 인물 그림에는 흡연 장면이 심심찮게 등장해 인물의 감정을 살리는 요소로 활용됐다. 각양각색의 인간 군상이 내뿜는 욕망과 감정이 담배라는 소재를 통해 연기처럼 퍼진 셈이다.


    “천지도 노망하여 요물을 만들었으니 이 역시 천수(天數)로다”
    유교 질서를 무너뜨리는 못된 풀

    아무리 많은 이가 담배에 매혹되었다고 해도 조선 사회는 남녀유별과 상하의 질서가 지엄한 유교 사회였다. 질서를 파괴하는 요물인 담배를 피워서는 안 된다고 아예 가법으로 정한 유학자 집안도 적지 않았다. 조선시대 담배에 대한 지식을 『연경』이라는 책으로 정리했던 이옥도 “지금 남자들은 모두 담배를 피우고, 부녀자들 역시 모두 피우며, 천한 사람들까지도 모두 피운다. 온 세상에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이 없다”며 여성과 낮은 계층까지도 흡연을 하는 세태를 지적했다. 이옥은 『연경』에서 흡연자의 밉상스러운 자세를 여섯 가지 항목으로 꼽았는데, 그중 절반이 여성과 아이의 흡연에 관한 것이었다. 담배 앞에서 모든 사람이 평등해지는 상황은 유교 사회에서 못마땅했을 터다.

    어린아이가 한 길이나 되는 긴 담뱃대를 입에 문 채 서서 피운다. 또 가끔씩 이빨 사이로 침을 찍 뱉는다. 미워 죽겠다! 다홍치마를 입은 규방의 부인이 낭군을 마주한 채 유유자적 담배를 피운다. 부끄럽기 짝이 없다! 젊은 계집종이 부뚜막에 걸터앉아 안개를 뿜듯이 담배를 피워댄다. 호되게 야단쳐야겠다! _275쪽

    신윤복의 풍속화에서 볼 수 있듯이 기생이 담배를 피우는 장면은 유혹의 상징으로 굳어졌고, 담뱃불을 빌린다는 핑계로 불륜이 시작되기도 했다. 남녀가 말을 트고 양반이 채신없이 상민에게 담배를 빌리는 지경에 이르는가 하면, 부모 앞에서는 편하게 담배를 피울 수가 없으니 차라리 분가해서 살고자 하는 자식까지 생겼다. 이런 이유로 조선시대에도 담배를 피워야 한다, 말아야 한다는 논쟁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담배는 조선 사회에서 이미 거부할 수 없는 대세로 자리잡아가고 있었다.


    “돈 아껴 사지 않으면 무얼 사시려우?”
    돈 되는 담배 이야기와 담뱃값에 세금 매기기

    경제적인 이득 면에서도 담배는 포기할 수 없는 물건이었다. 원론주의자들은 담배의 해악을 들어 담배 금지령을 내려달라 국왕에게 요청했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다. 청나라 동북부 지방의 거대한 담배 시장에서 흡연자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은 조선산 담배였다. 담배가 들어온 지 10여 년 만에 흡연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담배 산업은 우리 경제에서 중추적 역할을 떠맡았고, 이후 20세기까지 그 역할을 놓아본 적이 없다. 국내뿐 아니라 중국이나 일본 등 해외에서도 조선산 담배는 큰 인기를 끌었기에 곤궁한 선비들도 이득을 좇아 담배 농사를 지었다.

    쓰러져가는 초가집에 사는 고단(孤單)한 사내의 경우를 보자. 송곳 꽂을 땅조차 없으니 관아의 부역과 끌어다 쓴 사채는 아무리 해도 갚을 대책이 없다. 쟁기를 들고 산에 들어가 따비밭에 불을 지르고 흙덩이를 부숴 개간한다. 게알같이 작은 담배씨를 뿌리자 봉황 꼬리 같은 담뱃잎이 쭉쭉 커나간다. 오곡은 아직 다 자라지 않았으나 담배는 벌써 시장으로 내간다. 손대중으로 근량을 따져서 금전을 얻는 사람이 많다. 등짐으로 져 나르고 머리에 이고 와서 파는 물건치고 이 담배보다 이익이 큰 것이 없다. 빚진 돈을 갚아주고 밀린 세금을 내고 나선, 의기양양하게 집으로 돌아온다. 처자식은 기뻐 죽겠다는 얼굴빛이고, 난폭한 아전은 공갈치던 위세를 잃는다. 더이상 다른 곡식을 심지 않고 거두지 않아도 한 해가 다 가도록 죽은 끓여 먹을 수 있다. 이것이 담배 농사 짓는 이로운 점이다. _324~325쪽

    많은 이익이 남는 담배는 포기할 수 없는 특용작물이었다. 하지만 담배가 전국적으로 널리 재배되면서 비옥하고 기름진 농지가 점점 담배밭으로 변해가자 식량 부족 등의 문제가 생겼다. 이에 담배의 생산과 판매에 세금을 징수한다거나 전매제도를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일본이나 중국과 달리 조선에서는 흡연과 담배 재배에 대한 금지령이 한 번도 시행된 적이 없다. 국제 무역을 통해 담배 산업에서 막대한 이익이 창출됐기 때문이었다. 왜란과 호란 양란을 거치면서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경제난 속에서 전쟁을 수행하는 데, 패전국으로서 청나라가 강제하는 물질적 요구를 충당하는 데 담배는 일종의 협상 도구로 쓰여 경제적 역할 이상의 역할까지 도맡았다. 17세기 조선에서 담배는 그야말로 없어서는 큰일날 보배 같은 생산품이었다. 담배의 생산과 유통에 대한 국가의 대책은 수많은 논의에도 불구하고 결국 시장의 논리에 따라 전개될 수밖에 없었다.


    “나라가 망하면 인민도 망하나니 힘쓸지어다 우리 동포여!”
    구한말 전통 담배 문화의 소멸

    융성했던 전통 담배 문화도 일제의 침략 앞에서 급격히 흔들렸다. 옛 그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죽이 점차 소멸해갔고 근대적 연초회사가 등장했다. 일제는 장죽으로 담배를 피우는 문화를 미개한 것으로 규정하고 종이에 만 담배인 지권연을 소개했다. 간편하고도 색다른 권연이 유행하면서 한때 동아시아를 풍미했던 썬 담배는 점점 명성을 잃었다. 별다른 상표 없이 성천초, 진안초, 삼등초 등 원산지명으로 인기를 끌었던 담뱃잎은 일본 무라이제 ‘히로’ 같은 제품의 등장으로 점차 사라져갔다. 장죽에 꾹꾹 담뱃잎을 담아 여유롭게 연기를 내뿜던 풍경도 옛이야기가 되어 사라져갔다.

    일제강점기 이후 유행은 빠르게 바뀌었지만, 조선인들도 나름대로 변화와 도전을 계속했다. 1883년에는 순화국을 만들어 국가 차원에서 서양식 담배의 제조와 수출을 도모했고, 조선 실업가들도 하나둘 연초회사를 설립했다. 그렇게 생긴 연초회사가 여러 곳이 대한제국기까지만 해도 서로 경쟁하며 민족자본의 회사를 운영해갔다. 하지만 일제는 점진적으로 전매제도를 실시하다가 1921년에는 ‘조선 담배 전매령’까지 내려 담배 사업마저도 강탈했다. 이후 연초전매령 위반자를 단속하거나 위정척사파들이 국채보상운동의 일환으로 금연운동을 벌이는 등 담배를 둘러싼 갈등은 이어졌다. 그렇게 담배는 17세기 초 이래 한반도의 운명뿐 아니라 역사, 문화적 맥락을 헤쳐가며 살아남아 오늘날에 이른다. 한때는 기호품 중 최고로 여겼던 담배는 이제는 뒷방 신세다. 술에, 커피에 위상을 뺏긴 지도 오래다. 하지만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이 땅에서 담배가 만들어간 새로운 풍경과 사회의 변화상은 지금까지도 살아남아 풍성하고도 매혹적인 연기로 독자를 유혹한다.

    저자 소개
    저자 : 안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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