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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유하기 소유되기 - 우리는 무엇을 가지고 있는가 그것은 우리를 어떻게 규정하는가

    • 율라 비스 저
    • 김명남 역
    • 열린책들
    • 2026년 02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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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품 규격 정보
    상품상세정보
    ISBN ISBN-13 : 9788932925578
    쪽수424쪽
    크기기타 규격
    제품구성단행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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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문/역사 > 교양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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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백인이자, 교육받은 여성이자, 중산층 계급으로서 누리는 특권을 예민하게 자각하는 율라 비스는 모순을 동반한 자신의 삶을 솔직하게 고백하면서, 수많은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어떻게 돈을 쓰는가, 무엇으로 계급을 가르는가, 왜 일하는가, 자본주의란 무엇인가, 시간과 노동, 예술 같은 무형의 것들은 어떤 방식으로 가치가 매겨지는가.

    비스는 집 안이나 뒷마당 울타리 너머에서, 미술관과 빨래방에서 나눈 일상적인 대화를 통해서 <소유>에 대해 사유한다. 개인적 경험과 사회적 구조를 교차시키며 다양한 주제를 넘나드는 이 책은 곧 삶의 가치관과 태도를 재고하려는 시도이다.

    목차

    [목 차]
      

    1부 소비

    2부 일

    3부 투자

    4부 회계

     

    후기

    감사의 말

    참고 자료

    옮긴이의 말


    [본 문]
      

    우리는 또 가구점에서 집으로 가는 중이다.-첫문장

     

    나는 구입할 형편이 되지 않는 가격의 페인트 브랜드를 발견한 참이다. 물론 사려면 살 수도 있다. 나와 같은 계층의 사람들에게 페인트 같은 물건을 어떻게든 구입한다는 것은 보통 경제적 능력이 아니라 가치를 선언하는 일이다. 갤런당 110달러짜리 페인트가 그 값어치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브랜드의 페인트는 참을 수 없을 만큼 빛나고, 다른 어떤 페인트보다 부인할 수 없을 만큼 낫다. ― 31~32면

     

    돈이 없다는 것은 시간이 드는 일이다. 그러면 빨래방에서 시간을 보내게 되고, 버스 정류장에서 시간을 보내게 되고, 무료 진료소에서 시간을 보내게 되고, 중고품 가게에서 시간을 보내게 되고, 은행이나 신용 카드 회사나 전화 회사와 어떤 수수료에 대해서, 어떤 작은 요금에 대해서, 어떤 실수에 대해서 통화하는 시간을 보내게 된다. ― 67면

     

    사람들은 대부분 계급을 통제나 배제의 수단으로 여기기보다 재산이나 교육처럼 우리가 획득할 수 있는 속성들의 집합으로 여기기를 선호한다. 이 접근법에서 어떤 사람의 계급은 그가 경제 자본, 문화 자본, 사회 자본이라는 세 종류의 자본을 각각 얼마나 가졌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달리 표현하자면 그가 무엇을 소유하는가, 무엇을 아는가, 누구를 아는가다. ― 98면

     

    만약 세상 모든 것의 가격에 사회적 비용이 반영된다면 많은 것이 지금보다 훨씬 더 비싸지리라는 생각이 든다. 생수도, 온라인 쇼핑도, 총알도 그럴 것이다. 한편 어떤 것은 그 저렴함 자체가 사회적 비용이다. 맥너겟이 저렴한 것은 거의 걷지도 못하는 상태로 사육된 닭들의 희생 덕분이고, 공장에서 분당 마흔 마리의 속도로 닭들의 내장을 제거하고 절단하는 노동자들의 희생 덕분이다. …… 자본주의는 어떨까? 나는 궁금해진다. 우리가 자본주의 자체에도 세금을 매길 수 있을까? ― 131~132면

     

    내 생각에 그녀의 질문은 이 일의 즐거움이 어디 있느냐는 뜻인 듯하다. 즐거움은 만드는 과정에 있다는 것, 이것은 내가 알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과정 자체가 즐겁기만 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 과정은 작곡가가 잘 기록했듯이 까다로운 질문의 연속이다. 그런 질문들에 응답하는 데는 일과 노동이 둘 다 든다. 어쩌면 나는 새로운 단어가 필요한지도 모른다. 이것저것 고민한 끝에 나는 〈서비스〉라는 단어를 떠올린다. 「우리는 예술을 섬기는 거예요. 우리는 예술에게 굽히는 거죠.」 나는 학생에게 말한다. 즐거움은 바로 이 자세에, 일로써 우리가 더 나아지는 자세에 있다. 이것은 지배하는 즐거움이 아니라 지배당하는 즐거움이다. ― 173면

     

    사람들이 일에서 바라는 것은 〈일용할 양식뿐 아니라 일용할 의미〉라고,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죽어 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것이라고〉 터클은 말한다. 터클이 인터뷰한 농부와 비행기 승무원과 매춘부와 주식 중개인 등등 중에는 자기 일을 무척 즐기는 사람도 있었다. 석공, 피아노 조율사, 제본업자, 그리고 목수 겸 시인인 사람이 그랬다. 잡역부는 자신이 잡역부인 것을 개의치 않았다. 그는 자신이 건물 엔지니어라고 불리기를 바라지 않았다. 〈날 그냥 잡역부라고 부르면 됩니다. 잡역부인 게 무슨 문제인가요.〉 하지만 그는 눈삽이나 자루걸레를 사용할 때 허리가 아픈 점에는 신경을 썼다. ― 204~205면

     

    바틀비처럼, 나는 그렇게 안 하고 싶다. 이래라저래라 지시를 안 듣고 싶고, 주식 시장에 투자를 안 하고 싶다. 타인의 노동으로부터 이윤을 짜내는 체제에 돈을 안 넣고 싶다. 이것은 내가 그 계좌를 열 때 〈저위험〉 옵션을 고른 이유 중 하나였다. 하지만 나는 상담사에게 이런 말을 하지는 않는다. ― 223면

     

    그녀를 응시하면서 나는 성취에 대해, 그녀의 성취와 나의 성취에 대해 생각해 본다. 그것이 돈과 얼마나 깊이 관계되어 있을지 생각해 본다. 만약 구겐하임 지원금이 없었다면, 나는 집을 갖지 못했을 것이다. 이것만은 확실하다. 내가 집 계약금으로 지불했던 돈은 그 대신 글을 쓸 시간을 사들이는 데 쓰였을 것이다. 「그건 선물이 아니었어.」 존은 말한다. 그 돈이 왔을 때 나는 그것을 내 일에 대한 보수로 여겼다. 하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그것은 투자였다. ― 272면

     

    사람들은 프레카리아트를 계급으로 잘 인식하지 못하고, 프레카리아트 스스로도 그렇다. 프레카리아트에는 기결수와 망명 신청자와 싱글 맘과 예술가가 포함된다. 교육을 받았지만 그 분야로는 일을 찾지 못한 사람들도 포함된다. 또한 대학 학위가 없는데 자신들의 부모와 조부모가 했던 종류의 일, 가령 공장이나 광산의 일자리도 찾지 못하는 사람들이 포함된다. 이들이 모두 공통으로 갖고 있는 특징은 안정성 결핍이다. ― 310면

     

    「시간과 돈을 보면 그 사람에게 중요한 게 뭔지 알 수 있죠.」 이 이웃은 언젠가 내게 말했다. 그녀는 자신의 시간과 돈을 음악과 연극에 써서, 콘서트와 공연을 보러 다닌다. 그녀는 예술에 투자한다. 나는 내게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러면서도 내 시간은 글에 쓰고 내 돈은 이 집에 쓴다. 나는 땅을 파는 동안 한 가지 결정을 내린다. 나는 책 ─ 이 책 ─ 을 팔아서 나 자신에게 시간을 사 줄 것이다. 내가 이미 글쓰기에 써버린 내 시간이 제값을 스스로 치를 것이다. ― 365~366면

    추천사

    임경선 (소설가, 에세이스트)

    책을 읽으며 〈내 얘긴가?〉 싶었다. 앞만 보고 달려오니 소위 〈중산층〉이 되어 있었다. 성취와 평온을 느끼면 좋았겠지만 작가라는 직업상 내게 보이는 것들은 온전히 자신의 공이 아닌 특권, 소비의 공허와 영혼의 불편함이다. 〈편안〉해진 것으로 재수 없는 인간이 되지 않으려고 애써 보지만 한편으로는 윤리적 가치를 좇는 자신이 조금 역겹다. 〈가진 자〉의 응석이라 자체 검열을 해보지만 중산층의 삶이 또 다른 시험에 들게 하는 것도 진실이다. 하지만 이 또한 누군가에겐 〈배부른 고민〉일 것이다.

    좋은 에세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언급이 터부시되고 생략되는 화두에 대해 가장 정직한 응시를 보여 주는 것이 아닐까. 율라 비스는 중산층이 된 이후, 자신의 일상적 경험에서 마주한 이중 잣대와 모순을 냉철하게 지켜보며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를 뒤흔드는 돈, 소비, 계급 의식을 둘러싼 황폐함을 짚어 낸다. 지금 우리는 무엇을 가지고 있는가. 우리에게 진정한 기쁨을 주는 것은 무엇일까. 비스의 간결하고 직관적인 단문의 사유들이 도발적인 질문들을 던진다.

     

    타임

    예리하고 경쾌하다. 우리 자본주의 사회 이면의 윤리를 차근차근 톺아보며 우리가 삶을 구성하는 사람, 장소, 물건에 어떻게 가치를 부여하는가를 설득력 있게 살펴본다.

     

    월 스트리트 저널

    죄책감, 그리고 불안이 따르는 특권의 기록이라고 할 수 있는 글을 안락한 삶에 본질적으로 수반되는 타협들에 관한 깊고 섬세한 명상으로 바꿔 놓는다.

     

    뉴욕 타임스 리뷰 오브 북스

    비스는 능란한 솜씨로 불편감을 다루는 시인으로서, 사람들이 보통 구태여 말하지 않는 것들을 말할 때의 거북함을 능히 헤쳐 나간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우리 모두가 토론하기를 회피하는 문제를 파고듦으로써, 그리고 거기에 오래 머묾으로써 2020년대 자본에 관한 그녀만의 비판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굿 하우스키핑

    만약 당신이 자본주의에서 스스로 누리는 특권과 역할에 어색함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이 신랄한 에세이집의 내용에 대체로 공감하게 될 것이다.

     

    아트 뉴스

    율라 비스는 자본주의 세계에서 좋은 사람이, 그리고 좋은 예술가가 되기 위한 노력에 따라오는 일상의 모순들과 정직하게 씨름한다.

     

    더 컷

    자칫 시시비비로 빠지기 쉬운 주제에 늘 이끌리는 비스는 단호히 시시비비가 아닌 자세로 그런 주제에 접근한다. 비스의 지성은 잡식성이고, 방랑적이며, 인간적이다.

     

    뉴 리퍼블릭

    연구 대상의 주변을 우아하게 맴도는 에세이들의 모음. 그 연구 대상이란, 소비자주의가 우리 영혼을 녹슬게 만들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우리가 깨닫는 순간이다.

     

    워싱턴 인디펜던트 리뷰 오브 북스

    맛깔스럽다. 비스는 금기를 두려워하기는커녕 그것을 받아안는다. 에세이의 형식을 빌려 대상을 심문하고, 분해하고, 더 복잡하게 만듦으로써 결국 그것을 완전히 알아내고 이해한다.

     

    NPR 라디오 뉴스 프로그램 <올 싱스 컨시더드>

    비스의 탐구를 통해서 독자는 자본주의가 불가피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 그리고 통화란 주머니에 든 돈보다 훨씬 더 큰 무엇이라는 사실을 상기하게 된다. 이 에세이집은 호기심이 넘치고, 예리하고, (진짜) 웃기다.

     

    리터러리 허브

    이 짧은 글들은 차곡차곡 누적됨으로써 하나의 계급을 분해하고 재조립한다. 그것도 그것이 만들어진 방식대로, 즉 시간을 들여서 그것의 전제와 정책과 언어를 요리조리 뜯어보는 방식으로 그렇게 한다. 탐욕이 통제 불능 상태가 된 우리 시대에 꼭 필요한 책이다.

     

    리파이너리29

    비스는 종종 금기에 해당하는 주제를 꺼낼 때도 전혀 움찔하지 않고, 개인적 렌즈를 통해서 그것에 접근한다. 집을 소유한다는 것, 젠트리피케이션, 결혼 관계의 평등, 어머니 됨, 일하는 예술가로 산다는 것에 관하여 자신의 경험을 적어 보는 방식이다.

     

    알렉산더 지 (『자전소설 쓰는 법』 저자)

    우리와 우리가 소유한 것의 관계, 그 이유, 그리고 결국에는 누가 우리가 동의한 줄도 모르고 있었던 방식으로 우리를 소유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탁월하고 혹독하게 재점검하는 책. 지금 우리에게 이보다 더 필요한 이야기가 있는가?

     

    제니 오필 (『사색의 부서』 저자)

    재치 있고 장르를 초월하는 이 책에서 율라 비스는 돈 이야기에 관한 금기를 깨뜨림으로써 끝내주게 재미난 결과를 얻는다. 자신의 삶을 더없이 솔직하고 우아하게 설명하는 과정을 통해서, 비스는 철저히 금전적인 차원에서 폭넓게 철학적인 차원까지 광범위하게 살펴본다.

     

    매기 넬슨 (『아르고호의 선원들』 저자)

    율라 비스는 짓궂은 재치와 철저한 명징함으로 무장하고서 남들이 꺼리거나 두려워하는 격랑 속에 기꺼이 발 내딛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책은 그런 여정을 이어 가며, 가식과 전문 용어를 피하고 명료하고 겸손하고 선동적인 문장으로 자본주의와 계급을 탐색하는 여행을 선보인다

     

    알렉산다르 헤몬 (『나의 삶이라는 책』 저자)

    내가 아는 오늘날의 작가들 중 율라 비스처럼 자신의 사회적 책임을 잘 탐구하고 직면하는 작가는 없다.

    출판사 서평

    ★ 베스트셀러 작가 율라 비스의 신간

    ★ 『뉴욕 타임스』의 〈편집자의 선택〉 도서

    ★ 『타임』, 『인스타일』, 『굿 하우스키핑』, NPR 등이 뽑은 〈올해의 책〉

     

    〈무엇을 갖고 있는지〉로 평가받고

    〈아직 갖지 못한 것〉으로 불안해하는 삶에 관하여

    베스트셀러 『면역에 관하여』로 화제를 모았던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논픽션 작가, 율라 비스. 그가 오랜만에 신간 『소유하기, 소유되기』로 한국의 독자들을 다시 찾아왔다. 이번에는 〈소유〉에 대한 이야기이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대개 〈무엇을 갖고 있는지〉로 평가받고, 동시에 〈아직 갖지 못한 것〉으로 불안해한다. 집, 직장, 자산 같은 지표들은 어느덧 단순한 경제적 여건을 넘어, 〈내가 어떤 사람인가〉를 증명하는 근거가 되었다.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한다. 〈우리는 무엇을 가지고 있는가, 그것은 우리를 어떻게 규정하는가.〉

    백인이자, 교육받은 여성이자, 중산층 계급으로서 누리는 특권을 예민하게 자각하는 율라 비스는 모순을 동반한 자신의 삶을 솔직하게 고백하면서, 수많은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어떻게 돈을 쓰는가, 무엇으로 계급을 가르는가, 왜 일하는가, 자본주의란 무엇인가, 시간과 노동, 예술 같은 무형의 것들은 어떤 방식으로 가치가 매겨지는가. 비스는 집 안이나 뒷마당 울타리 너머에서, 미술관과 빨래방에서 나눈 일상적인 대화를 통해서 〈소유〉에 대해 사유한다. 개인적 경험과 사회적 구조를 교차시키며 다양한 주제를 넘나드는 이 책은 곧 삶의 가치관과 태도를 재고하려는 시도이다.

     

    이제 내게는 새로운 안정감이, 견고하다는 느낌이 있었다. 이전에도 내가 별반 유동적이지는 않았지만, 아무튼 이제는 직장을 유지하는 한 담보 대출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그 첫 몇 해 동안에 나는 내 안락함을 예민하게 의식했다. 그리고 그 안락함이 불편했다. 과거의 경험으로 보아 시간이 지나면 이 불편감이 희미해지리라는 것을 알았고, 나의 특별한 새 삶이 평범하게 느껴지리라는 것을 알았다. 그 상실을 막을 요량으로 일상에서 불편감을 느낀 순간을 기록하는 일기를 둔 것이었는데, 그 순간들은 보통 내가 모종의 안락이나 쾌락을 즐긴 순간이기도 했다. 나는 불편감을 놓고 싶지 않았고, 안락도 놓고 싶지 않았다. 이 책은 그 모순의 산물이다. — 본문 중에서

     

    어느 중산층 여성의 사적이고도 지적인 기록

    시카고에 집을 마련하면서, 율라 비스는 자신이 중산층의 범주에 편입되었음을 자각한다. 제대로 된 가구 하나 변변히 둘 곳 없는 공간에서 비정규직을 전전하며 예술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지를 염려하던 시절과는 분명히 다른 위치에 서게 된 것이다. 그 변화는 단순한 상승이 아니라, 더 복잡한 세계로 향하는 출발점이었다. 비스는 정원의 장미 덩굴을 손질하다가 〈이 집은 내 것이 아니다. 나는 이 집을 소유한다기보다는 보살피는 것에 가깝다〉고 정의한다. 주택 담보 대출 계약서에 서명하며 손에 넣은 것은 소유권이 아니라 장기적 상환의 약속이었고, 그것이 〈내가 받는 선물이 아니라 미래가 받는 선물〉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알맞은 흰색〉을 띤 페인트를 찾으려고 집요하게 비교하고, 결혼반지보다 비싼 목걸이를 구입하고, 필요하지 않은 고급 식기를 사고, 피아노를 집에 들이는 등의 사소한 일상들은 사실상 계급과 가치관을 은밀히 공표하는 행위와 다름없다. 비스는 통계상으로는 분명 상위 계층에 속하면서 스스로를 부유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감각, 그리고 더 원하면서 동시에 덜 원하고 싶어 하는 이중적 욕망을 회피하지 않는다. 또한 〈타인의 노동으로부터 이윤을 짜내는 체제〉에 회의감을 느끼면서도 퇴직 연금 계좌를 유지하는 순간도 숨기지 않는다. 이 중산층 여성은 도덕적 우월감에 기대거나, 자기 합리화에 빠지는 것을 경계한다. 그저 혼란한 사회를 직시하며,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느끼는 양가적 감정을 담담히 드러낼 뿐이다. 이 책의 저력은 그 정직함에 있다.

     

    책을 읽으며 〈내 얘긴가?〉 싶었다. 앞만 보고 달려오니 소위 〈중산층〉이 되어 있었다. 성취와 평온을 느끼면 좋았겠지만 작가라는 직업상 내게 보이는 것들은 온전히 자신의 공이 아닌 특권, 소비의 공허와 영혼의 불편함이다. 〈편안〉해진 것으로 재수 없는 인간이 되지 않으려고 애써 보지만 한편으로는 윤리적 가치를 좇는 자신이 조금 역겹다. 〈가진 자〉의 응석이라 자체 검열을 해보지만 중산층의 삶이 또 다른 시험에 들게 하는 것도 진실이다. 하지만 이 또한 누군가에겐 〈배부른 고민〉일 것이다. — 추천사(임경선/소설가·에세이스트) 중에서

     

    개인의 서사를 넘어, 사회적 구조로 확장되는 시선

    개인의 서사에서 비롯된 사유는 점차 사회적 구조 전반으로 확장된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일〉에 관한 성찰이다. 사람들은 흔히 단지 임금을 벌기 위해서만 일하는 것은 아니며, 보람과 자아실현, 의미 역시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돈이 아예 사라진 삶을 선뜻 상상하지는 못한다. 일은 생존의 수단이자 우리가 스스로를 설명하는 가장 강력한 언어로 자리 잡는다.

    비스는 이 역설을 계속 파고들면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왜 우리는 삶을 〈생산〉과 〈소비〉로 나누어 이해할까. 왜 임금으로 환산되는 노동만을 가치 있다고 여기고, 돌봄이나 예술적 작업은 쉽게 부차적인 영역으로 치부할까. 이러한 질문들은 거대한 경제 시스템에 대한 비판에 그치지 않고, 우리가 삶을 분류하고 서열화하는 사고방식을 다시금 돌아보게 만든다. 한편 비스는 자본주의에 대해 끊임없이 탐문한다. 〈돈이란 그것을 갖고 있기만 해도 비도덕적일 정도로 정말 그토록 사람을 타락시키는 것〉인지 자문해 보고, 자신은 의심을 갖고 있지만 돈도 갖고 있다고 인정하면서 말이다.

    성취와 안정, 계급과 교양, 윤리와 특권, 여성과 예술, 일과 노동이 얽히는 지점들에서 비스는 간단하게 결론 내릴 수 없는 문제들을 계속해서 제기해 나간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무엇을 가지고 있으며 또 무엇에 얽매여 있는지 환기하게 된다. 개인의 취향처럼 보였던 선택, 사소한 소비처럼 보였던 결정 들이 사실은 거대한 경제·사회적 시스템과 계급 구조, 문화적 자본의 질서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이 책은 오늘날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소유〉라는 개념을 낯설게 비틀어, 삶의 기준을 점검하도록 요구하고 독자들이 삶을 한층 더 또렷하게 바라보도록 이끌어 줄 것이다.

     

    이 책은 일종의 거울이다. 비스의 개인적 경험은 우리 각자의 경험을 비추어 사고해 볼 반사판으로 기능한다. 물론 비스의 자리에 자신을 놓아 이입하기가 불가능한 독자도 있겠고 그런 독자에게 이 거울의 쓸모는 한정적이겠지만, 나처럼 이 거울에 자신을 비추어 봄으로써 그동안 간과하거나 지레 풀 수 없다고 포기했던 고민들을 직시하게 되는 독자도 많을 것이다. (중략) 그리고 그런 독자들끼리 대화를 나눌 때, 이 개인적 경험은 정치적 경험으로 확장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 옮긴이의 말 중에서

    저자 소개
    저자 : 율라 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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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해내공 - AI 시대 생존을 넘어 품격을 만드는 국어력의 힘신종호,김윤정 | 상상스퀘어
    읽지 않는 사람들 - AI만 읽는 시대 퇴화하는 인간 지능에 관한 경고나오미 배런 | 웅진지식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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