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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ISBN-13 : 9791194817529 |
|---|---|
| 쪽수 | 132쪽 |
| 크기 | 기타 규격 |
| 제품구성 | 단행본 |
- 소설/에세이/시 > 시
도심의 계절은 유난히 빠르게 흘러갑니다.
건물 사이로 비추는 햇살도,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의 발걸음도, 어제와 오늘이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지만, 그 속에서 자연은 묵묵히 제 빛깔을 바꿔가고 있습니다.
계절은 언제나 자기의 호흡으로 천천히, 그러나 분명히 세상을 물들입니다. 저는 그 변화 속에서 삶의 결을 바라보며, 생명이 지닌 긴 호흡을 긍정적이고 아름답게 이번 시집에 담아내고자 했습니다.
길가의 가로수에 숨어 사는 작은 휘파람새는, 바쁘고 무심한 도시 풍경 속에서 여전히 자연의 숨결을 노래합니다. 때로는 그 노래가 바람에 실려 희미하게 들려오고, 때로는 발걸음을 멈추게 할 만큼 맑고 선명하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그 소리는 우리에게 삶의 본래 빛깔을 일깨우며, 잊고 지내던 따스한 순간들을 되살려 줍니다. 저는 그 노래에 귀 기울이며, 우리가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작은 기쁨과 소박한 희망을 이 시집에 담고 싶었습니다.
〈휘파람새〉의 시편들은 화려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사라지는 것들, 지나쳐버린 것들, 미처 붙잡지 못한 것들 속에서 피어나는 잔잔한 아름다움을 담아내려 했습니다. 삶의 여정에서 만나는 그리움과 이별, 자유와 기다림은 결국 우리를 더 깊고 단단하게 만들어 줍니다. 저는 그 결을 따라 쓰는 동안, 삶이 얼마나 사랑스럽고 귀한지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의 소박한 서사와 운율이 담긴 이 작은 시집이 독자 여러분의 심상에 스며들어, 바쁜 걸음을 잠시 멈추게 하고, 잊고 있던 자연의 따뜻한 상관물을 관조하거나 떠올리며 위로를 받기 바랍니다. 또한 휘파람새의 노래처럼, 작지만 맑고 소박하고 경쾌한 울림으로 남아 마음에 위무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묵묵히 곁에서 지켜봐 주고, 흔들릴 때마다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사랑하는 이인근 남편과 격려와 사랑으로 시를 놓지 않게 해준 며느리 은경이에게 가장 큰 고마움을 전합니다.
그리고 시집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도편달을 해주시고 감수를 해주신 문학그룹샘문 이정록 회장님, 교수과 출판부 임직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또한 귀한 조언을 아끼지 않으신 문단의 여러 선배 시인님, 친구들, 지인 여러분들께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이 귀한 책이 제 손에 오기까지 함께 걸어주신 모든 분 덕분에 비로소 한 권의 시집이 완성되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025. 10. 03.
겸손한 꿈을 꾸는 시인 강영옥 드림
[목 차]
여는 글..... 강영옥/ 4
일상의 사유, 성찰과 존재의 회귀로의 시학.....강소이/ 6
제1부 : 봄에 대한 단상
봄의 향기 / 22
사월 풍경 / 23
하루 / 24
옥상 풍경 / 26
사잇길 / 27
청양고추 / 28
덩굴장미 / 29
휘파람새 / 30
나리꽃 / 31
시詩 / 32
담양 문학기행 단상 / 34
봄에 대한 단상 / 36
숲을 그리며 / 38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 40
제2부 : 고뇌와 사색
삶은 무엇일까! / 42
비둘기에게 / 44
회한 / 46
고뇌와 사색 / 47
거울과의 대화 / 48
아직은 한겨울 / 50
해탈 / 52
태풍 / 53
집으로 가는 길 / 54
노파와 개망초 / 56
손주의 귀환 / 58
모래의 속삭임 / 60
가을 자락 / 62
동자승 / 64
생로병사 / 65
오사리 일기 / 66
구절초 분 / 68
장례식장 / 70
제3부 : 키 작은 해바라기
휴일 / 72
아비의 포커페이스 / 73
시골집 처자 / 74
슈퍼스타 / 75
키 작은 해바라기 / 76
위내시경 / 77
2019 북위선 / 78
봄 여름 가을 / 80
늦여름 저녁 옥상 평상에서 / 81
모기 / 82
감자 / 83
이런저런 생각 / 84
로봇청소기 / 86
성찰 / 87
다이어리 / 88
버려진 사랑 / 90
벌레 / 92
해탈의 경지 / 94
제4부 : 태풍의 눈
태풍의 눈 / 96
나의 사랑 앵무새 / 98
요즘 정치꾼 / 100
식구 / 101
점꽤 / 102
올 한 해, 다행이야 / 104
로터리 길 / 106
채석장의 하루 / 107
변기통의 승화 / 108
안다는 관점 / 110
횡설수설 주부 9단 / 112
무제 / 114
청량리역 풍경 / 116
다이아몬드에 대한 자기방어 기제 / 118
화장터 / 119
카페에 걸린 그림 / 120
나들이 / 121
찬송가 / 122
아바타 로봇 / 124
마음의 행로 / 126
그림과 나 / 127
공영주차장 / 128
일상의 사유, 성찰과 존재의 회귀로의 시학
- 염월 강소이(시인, 수필가, 소설가, 문학평론가)
1. 들어가는 말
휘파람새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번식하는 여름 철새이며, 만주 연해주 및 중국 동부에서도 번식한다.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내는 봄의 전령(傳令)새로 잘 알려져 있다. 강영옥 시인은 휘파람새를 어찌 알고, 시집의 제목으로 정했을까? 궁금한 마음으로 시집을 몇 번씩 통독해 보니, 강 시인은 휘파람새뿐 아니라, 앵무새, 비둘기, 고양이 등 동물에 관심과 사랑이 남다른 것으로 보인다.
휘파람새는 이 시집의 상징적 존재로 여겨진다. 강영옥의 시집 「휘파람새」를 읽는 내내 미소가 떠오른다. 강 시인은 시에 큰 욕심이 보이지 않는다. 일상생활에서 느낀 소회를 담담하게 시로 형상화한 생활시가 대부분이다. 어려운 한자어나 관념어를 나열하여 현학적인 표현으로 자만심이나 위용을 부리지 않는다. 일상에 사소한 소재를 소박하게 그려낸 것 같으나, 그 속에 사유와 성찰 - 철학이 녹아있다.
읽는 이들에게 평안과 위로, “쉼”을 줄 것이며, 시 읽는 즐거움과 따스함을 줄 것이다. 큰 상처나 아픔이나 상흔이 그려있지 않은 담백한 시집이다. 삶은 휘파람처럼 짧고 새의 울음처럼 덧없지만, 그것이 생의 아름다움임을, 자유와 귀향의 상징으로 언제나 날아오를 새 - 비상(飛上)의 상징으로 휘파람새는 시집의 처음부터 끝 가지 아름다운 소리를 내고 있다. 강영옥 시인의 「휘파람새」에 나타난 미학적 측면을 몇 가지 관점에서 살펴보기로 하겠다.
2. 시편 들여다보기
1)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계절 순환을 노래한 시편
강영옥 시인은 네 계절의 순환을 화려하지 않은 시어로 그려내고 있지만, 계절마다 계절의 화사한 기쁨과 계절이 보내는 미소를 그려내고 있다. 봄을 노래한 시에는 〈봄 처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봄비〉, 〈봄의 향기〉, 〈사월 풍경〉, 〈옥상 풍경〉, 〈봄에 대한 단상〉, 〈휘파람새〉 등이 있다. 봄을 맞아 화사한 꽃이 피어나고 새들이 나는 풍경을 회화적 심상(다양한 꽃과 색채)으로 그려내고 있다. 강 시인에게 있어서 봄은 네 계절 중의 하나가 아니라, 생명을 향한 첫 “숨”이며, 생기가 뿜어져 나오는 이미지를 주로 그려내고 있다. “여는 글”에서 강 시인이 스스로 밝힌 것처럼 강 시인의 시어는 화려하지 않으나 단단한 감성과 진정성을 전하고 있다. 또한, 사소한 것에서 삶의 본질을 도출해 낸다.
봄의 전령사로서 꽃으로는 매화라면, 새로는 휘파람새로 알려져 있다. 〈휘파람새〉에서 시인은 휘파람새의 노래에 반했는지, “나의 귀인이여/…. 어서 와서/ 사랑의 세레나데 휘파람 불어주세요”라고 했다. 시작 노트에서 시인은 “가로수에서 들려오는 너무나 아름다운 소리…. ”라고 했다. 단순히 가로수에서 들리는 휘파람새 소리에 반했음인지, “나의 귀인”으로 의인화하여, “어서 오기”를 열망하고 있다.
이는 새소리를 기다리는 것에서 더 나아가 아름다움을 고대하는 시인의 미적 태도이며, 따뜻한 봄(소생, 희망, 도약, 발전)을 갈망하는 시 정신이리라. 들어가는 말에서 언급한 것처럼, 휘파람새는, 시인이 지나온 생의 길목마다 스쳐 간 바람과 시간을 아름답게 노래하고 있는 서정(敍情)이 되고 있다. 우리의 삶 속에서 “휘파람새가 어서 오길” 바라며 다시 돌아가는 존재의 순환을 열망하는 시집 전체의 주제 의식, 열망과 닿아있다.
여름을 노래한 시에는 〈나리꽃〉, 〈덩굴장미〉, 〈손주의 귀환〉, 〈노파와 개망초〉, 〈태풍〉, 〈늦여름 저녁 옥상 평상에서〉, 〈감자〉 등이 있다. 〈손주의 귀환〉, 〈노파와 개망초〉 시에는 사유가 깊으므로 다른 파트에서 상세히 다루기로 한다. 여름꽃과 여름이라는 계절이 보이는 여러 양상을 시로 잘 표현했다. 일상에서 담담하게 관찰하고 시로 빚어내는 내공 있는 시들이 주목할 만하다.
〈감자〉에서 “하늘이 열리는 날/ 나는 온몸을 살라 태를 틔워/ 주렁주렁 새 생명 해산하리라”라고 했다. 된서리에 울면서/ 생명을 보듬고 있던 감자가 “빛 한 점 없는 어둠” 곧 땅속에서 웅크리고 있다가 감자 뿌리에 주렁주렁 새 생명(감자알)이 영글었다가 농부의 손에 의해 감자를 캐는 날이 곧 하늘이 열리고 해산하는 날이 되는 것이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나는 온몸을 살라”는 표현이다. 감자가 뿌리 식물로 영그는 것을 “나”로 의인화하여 잉태와 해산 - 풍성한 생명력, 출산으로 연결한 것은 매우 재미있는 발상이다.
1.1.1.1.1.1.1. 가을과 겨울에 대한 시는 〈가을 자락〉과 〈아직은 한겨울〉, 〈동자승〉 등이 있다. 〈아직은 한겨울〉은 어느 겨울날의 일기문이다. 목장갑을 사러 갔을 때 만물상 가게라든가 호미를 사다가 흙을 두드려 보는 일, 시인을 내려다보는 “파란 눈동자 고양이 한 마리”, “테이블 위에는/ 요구르트 하나 데굴데굴” 쉬운 일상어로 어느 겨울날 일기를 시로 그려냈다. 독자들에게 어떤 부담도 주지 않고 편안하고 따뜻하게 읽힌다. 이 시에서 “파란 눈동자 고양이 한 마리”는 인간의 생활을 내려다보는 견자(見者)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 독특한 점이다. 시를 이끌어 가는 화자(話者)와 화자를 내려다보는 견자(見者)의 대비가 시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② 〈동자승〉은 한겨울, “푸른 잎이 청청한 동백꽃 무리/ 붉은 입술 무거워 속절없이
떨어지고//…. 꽃이 떨어지면 길이 미끄럽다/ 어서 쓸 거라!”라는 주지승의 일갈
이 들린다. “돌 담벼락 한 줌 햇살”이라든가, “푸른 잎…. 동백꽃 무리”라든가,
“붉은 입술”이라든가 “떨어진 꽃”이 모두 하나의 그림으로 회화적인 심상이 선명
하다.
③ 꽃이 떨어지면 길이 미끄럽다/ 어서 쓸 거라!”는 선시(禪詩)로써 훌륭한 백미를 이
룬다. 입술이 무거워 떨어진 붉은 꽃, 길 미끄러움, 쓸어내서 비워야 하는 두 항
(項)의 대비는 뛰어난 시적 압승이다. 생의 무게를 다하여 떨어지는 동백꽃처럼,
삶을 소진하고 자리를 비워주는 우주의 자리 - 동자승이 추운 겨울에도 손을 호
호 불며 “쓸어내는 모습”은 우주의 순환에 대한 깊은 통찰과 통섭의 사유를 보이
는 선시(禪詩)로 돋보인다.
2) 자신과의 대화, 성찰의 시
강 시인의 시는 소소한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시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생활시는 곧 사유와 성찰로 이어지는 특징을 보인다. 그중에 〈성찰〉, 〈거울과의 대화〉가 돋보인다. 특히 〈거울과의 대화〉는 거울에 비친 자신과 대화를 나누며, 자신을 성찰하는 시로써 매우 독창적인 발상이다. “왜 여기 있니 넌?/ 나는 묻는다”, “여인이 몸을 돌린다/ 여기에 왜 있는지 모르겠어/ 여인이 울고 있다/ 나는 여인에게 모자를 씌워준다…. / 나는 여인을 가슴에 안는다/ 눈물을 닦아준다”라고 했다.
삶에 대한 고단함이나 슬픔에 젖은 자기 연민을 나타내는 구절이리라. “내면에서 슬픈 내면 아이”를 발견한다. 그러나 화자는 “모자를 씌워줌”으로써 자신을 스스로 위로하며 자기 수용, 자기 포용의 태도를 보인다.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을 보며, 자신에게 질문하고 위로하며 “거울 속의 자아”와 화해하는 자기 수용의 독특한 발상의 시이다.
〈성찰〉에서는 “무표정/ 마음을 비워 놓자”라는 표현으로 자기 통제와 내면의 행보를 일갈하며 자기 다짐을 하고 있다.
3) 사물의 영혼
강 시인의 시에는 생활시가 대부분이라고 했듯이 〈세상의 자식들에게〉, 〈경상도 남자〉, 〈로터리 길〉 등은 생활 시이면서, 생활 속에 아이러니와 유우머가 잘 드러난 따뜻한 시편들이다. 〈로봇청소기〉, 〈벌레〉는 존재를 관찰하고 기록하는 시적 실험의 시다. 〈길가에 버려진 장식장〉, 〈초여름 들녘의 장식장〉 등도 생활 속에 평범하고 사소한 사물들을 꾸밈없는 문장으로 쓴 일기(日記) 같지만, 내면에는 인간, 생명, 기술, 역사, 윤리의식이 흐르고 있다. 더 나아가 하나의 세계를 이루며 삶, 죽음, 생성과 소멸의 철학적 서사를 구축하고 있다.
〈로봇청소기〉는 고장 난 청소기로 인해 불편함을 토로하고 있지만, “푸른 구슬 렌즈/ 아랫배에 두 눈이 반짝이네”라고 함으로써, “영혼 없는 기계”, 기계의 눈에서 인간의 감정을 보는 생의 징후를 발견하고 있다. 즉 사물에 생명을 부여하고 생명과 비생명, 주체와 객체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벌레〉는 강 시인의 시집에 실려있는 여타의 시들과 성격이 다른, 내면 탐구의 장시(長詩)이다. “벌레”라는 혐오스러운 해충(害蟲)은 “벌레는 벽지가 아니라/ 나의 피부밑에서 기어 나왔다”라는 서두부터 범상하지 않은 표현을 볼 수 있다. “마침내 작은 틈이 생기고/ 그 안에서 반짝이는/ 검은 몸체 하나가 꿈틀거렸다”라는 내면 깊은 곳의 죄의식 내지는 트라우마, 분열된 자아의 형상화라고 하겠다.
“아주 천천히 기어다니며/ 가끔은 고개를 들어 쳐다보았다/ 벌레는 내 그림자보다 더 뚜렷한 어둠을 달고/ 움직이기 시작했다”라고 했다. 존재의 근원적 불안 - persona(가면) 속에 꼭꼭 숨어 있던 shadow(내면의 그림자)가 움직이기 시작하고“ 내 속에서 나왔으나 나의 일부다/ 그러나 그건 내가 버리고 싶은 존재였다/ 잊었다고 생각했던 추악한 과거의 나는/ 구석에 박스를 열고 벌레가 사라진 것을 알았다/ 내 몸에서 나온 그것은 어디로 있을까”라고 했다. 자기 자신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를 묻는 철학적인 질문이다.
이 시는 지금껏 보여주던 소박한 생활시를 벗어나, 표현과 사색에 있어서 현대시의 흐름을 타고, 자기 탐색적 초현실주의 시에 닿아있다. 나 자신이며 나로부터 분리된 타자를 “벌레”에 비유한, 내면 탐색의 시로써 손꼽힐 것이다.
4) 예술과 사유
강 시인의 시가 〈벌레〉에 와서 변모한 것을 위에서 살펴보았다. 그런 맥락에서 〈변기통의 승화〉는 강 시인의 시의 미학적 극치를 보임을 알 수 있다. 뒤 상(Duchamp)의 변기통을 예술로 본 서구 모더니즘의 역설(paradox)을 날카롭게 인용하여 일상과 저속의 경계를 깨뜨리고 예술로 승화시켜 저속을 숭고로 끌어올리고 있다. “변기”는 누구나 외면하고 싶은 사물일 것이다. 그러나 시인은 “끌어안고 몸속의 것을 뱉어내어/ 나를 살려주는 변기통”이라고 역설(逆說)하며 감사의 미학으로 바꾼다. 이 시는 이 시집의 백미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또한, 예술에 대한 철학적인 사유로써 비루한 사물에 감사와 숭고를 더하는 발상의 전환을 보인다.
〈카페에 걸린 그림 - 모작에 대한 사유〉도 예술과 사유에 대한 시로써, 예술을 사치가 아닌, 삶의 체험으로 인식하고 있다. “모작이라고 하면 어떠랴”라고 함으로써, 진품이 아니라도 예술은 공감의 경험임을 역설한다. 예술을 통한 자기 성찰의 통로하고 하겠다.
5) 사회적 시선
〈화장터〉, 〈장례식장〉, 〈코로나19〉, 〈2019 북위선〉은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신변잡기 적이거나 내면 탐구의 시 세계를 넘어서서, 시인의 시선이 사회 - 객관적 타자로 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화장터〉는 시신을 태우는 화장터에서 “하얀 떡국에/ 샛노란 달걀 고명의 추억/ 숟가락의 기억들”을 사유해 낸다. “한 줌 뼛가루 잿더미로 가는/ 화장이 허무하다고 슬퍼 말자”로 마무리한다. 뼛가루의 하얀색과 하얀 떡국의 흰색 이미지를 연결고리로 묶었다고 본다면, 생존, 존재를 이어가기 위해 섭취하는 음식과 무(無)가 되어버린 육신 - 뼛가루의 병치는 낯설게 하기의 기법을 살린 뛰어난 표현법의 수작(秀作)이다. 생존하기 위해 섭취를 이어갔던 맛의 기억을 사물화하여 “숟가락의 기억들”이라는 표현 또한 오랜 내공이 엿보이는 작품이다.
1)에서 언급했던 〈동자승〉과 함께 간결한 시 안에서 시가 전달하고자 하는 전달력을 시각적 이미지의 형상화가 탁월한 작품이다. 죽음에 대한 사유는 〈장례식장〉에서 “청첩장보다도 가까이 있는/ 우리의 부고장”이라는 표현으로 이어진다. 죽음이 곧 삶의 일상이며, 무감각 속의 비극(디스 플레이어를 바라보는 유족들)을 폭로하며, 현실의 부조리를 냉정히 응시하고 있다.
〈2019 북위선〉은 시어의 조탁이나 이미지의 형상화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직접적인 서술에 가깝다. 한반도의 역사와 냉전의 그림자를 다루고 있어서 강 시인이 자기 몰입에만 빠져있지 않고, 사회적인 시선을 보이는 시다. “무서운 선이었으나/ 그 선은 그냥 아이들이/ 돌멩이로 그어 놓은 선 같았다”라는 표현은 북위선을 바라보는 시선이 사회적인 문제로의 확장(정치적 경계의 허구성 풍자)을 보인다. 이런 맥락의 시는 〈요즘 정치꾼〉에서 “같이 가야 하는 세월인데/…. 돌고 돌고/ 돌다가 찾아가겠지”로 이어진다.
시인은 정치에 대해 무기력함과 한탄을 보이지만, 결국 “돌고 돌고/ 돌다가 찾아가겠지”로 회복을 염원한다. 비관에 그치지 않고 긍정으로의 전환이다. 다음에서 다룰 〈해탈〉, 〈해탈의 경지〉, 〈집으로 가는 길〉도 모두 돌아감(회복)의 미학을 그리고 있다.
6) 해탈과 돌아감(순환), 기다림의 미학
〈해탈의 경지〉는 이 시집의 철학적 중심에 설 만한 우수한 시라고 하겠다. “아우성도 통곡도 없이/ 조용히 불 속으로 들어가는 검불”은 화장터에서 태움을 통해 비움에 이르는 동양적 사유를 표현한 것이다. “탁탁탁/ 탁탁탁/ 제초제인가 이승의 먼지인가?/ 사그라지는 하얀 연기에/ 무너지는 경계”는 이승과 저승 경계의 무너짐은 삶, 죽음, 인간과 자연의 경계를 해체하며 예술이 지향하는 궁극의 미학 “꽃내음 풀 내음 가을 내음/ 그윽한 향기/ 선사에 이른다”로 연결한다.
죽음이라는 소멸 속에 생명 존재, 생의 잔향 속으로 관조하며, 사라짐을 향기로 승화시킨다. 이 시는 생과 사의 통로, 해탈의 경지를 그려낸 시적 통찰이 우수한 시다. 검불(시각적 이미지), 탁탁탁(청각적 이미지), 꽃내음 풀 내음 가을 내음/ 그윽한 향기(후각적 이미지)를 동원하여 살아 생존하는 이들의 생생한 감각적 표현을 통해 “이승의 먼지”가 해탈의 경지에 이르는 것을 형상화 해내어 시의 극단적 묘미를 살리고 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해탈〉이라는 시에서는 “죽으면 가는 길은 저승/ 이승의 끝이라 하던가?/ 그곳에 길은 있던가//….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향기로운 여린 꽃잎을 들추어/ 얼굴을 비빈다//…. 아 그래, 이승이구나/ 눈을 뜬다”라고 했다.
존재 이유와 존재함과 사라짐, “어디에서 나서 어디로 가는지”를 끝없이 사유하는 존재의 탐구. 삶의 끝에서 돌아감(노란 꽃가루, 푸른 하늘에 흩어진다)의 아름다움으로의 승화, 불교적 사유와 자연 철학이 어우러져 있다. 죽음을 부정하거나 비관하지 않고 자연의 질서 속으로 돌아가는 회귀 - 인생의 덧없음을 통찰하고 있다.
이런 통찰은 〈노파와 개망초〉 시로 이어진다. “바람이 불면/ 그 모래는 흩어졌다가도/ 다시 모여 작은 언덕이 되어 남는다”라는 표현으로 이어져서 강 시인의 시 세계의 본질을 보여주고 있다. 모래는 흩어졌다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시 모여 작은 언덕으로 남는다는 것은, 변형된 존재의 언어다. 즉 다른 방식의 존재로 시인의 사유가 이어진다. “손주가 돌아와 마당을 밟을 때/ 그 발자국 아래에서/ 조용히 바스라지며 속삭인다/ 왔구나 왔어. 기다렸다”라는 표현을 보면, 죽음은 끝이 아니라, 손주에 의해서 기억되고 시간의 지속으로 확장되는 것이다.
흩어졌던 모래 - 작은 언덕 - 손주로 이어지는 순환과 기다림의 시학. 이 시는 불교적 윤회의 은유, 존재의 끈질긴 회귀성을 보여주는 시다. 위 시에서 “바람과 모래”의 이미지는 〈모래의 속삭임〉에서 “꽃잎”의 이미지로 이어져서 바람 - 모래 - 꽃잎으로 존재가 환생함을 보여준다. 시인은 “어린 날 발자국이 사라진 마당”으로 돌아와 “무릎을 꿇고 모래를 쓸어 올린다” “모래는 분명 속삭인다/ 왔구나, 기다렸다”라고. “왔구나, 기다렸다”라는 시인이 마당으로 들어선 손주에게 했던 말이다. 시인은 손주를 기다렸고, 어린 시절의 모래는 시인을 기다린 것이다. 이는 바람 - 꽃 - 모래로 환생하는 존재의 미학, 기다림과 순환의 미학을 극명하게 보이는 강 시인의 통찰과 표현의 탁월성으로 보인다.
이는 〈손주의 귀환〉에서 반복 강조된다. “손주를 기다리며 허공을 더듬던 그 손길은/ 이미 모래로 흩어졌다//…. 왔구나, 늦었구나”로 기다림의 미학이 이어짐을 볼 수 있다. “손주는 세발자전거 곁에 꿇어앉아/ 흩날리는 모래를 두 손에 받는다/ 그러나 움켜쥘수록 모래는 새어나가고/ 남은 것은/ 울음에 젖은 개망초 한 송이” 손주가 모래를 움켜쥐려 했으나, 새어나가 버린다고 했다. 움켜쥐어지지 않고 새어나가는 허망함. 인생의 덧없음이다.
“개망초 한 송이”만 남았다. 귀족의 꽃이라는 모란꽃도 아니고, 화려한 장미도 아니고 그윽한 향을 내는 백합꽃도 아니고, 왜 하필 개망초꽃일까? 들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개망초 - 생명력이 질겨서 베어내도 또 자라고 자란다는 개망초꽃을 설정함으로써 끈질기고 강인한 인간의 생명력을 상징한 것으로 보인다.
3. 나가는 말
위에서 필자는, 강영옥 시인의 시 세계를 6가지 측면에서 살펴보았다. 크게 꾸미지 않고 담담하게 생활 주변을 소재로 일기처럼 써낸 시들이 여럿이었다. 강 시인이 여는 글에서 말한 것처럼, 그의 문장은 화려하지 않고 현학적이거나 무리한 욕심을 내지 않았다. 담담하게 조용히 맑게 흐르는 시냇물 같은 시다. 시집을 읽는 내내 독자들에게 “쉼”과 “평안”을 선사할 것이다. 그러나, 그의 시는 생활 속에서 사유와 성찰 - 삶에 대한 철학과 해탈, 달관의 통찰력으로 독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휘파람새의 고운 소리를 시집 전체에서 잔잔하게 전하고 있다.
1) 봄 - 여름 - 가을 - 겨울의 계절 순환을 노래한 시편들, 2) 자신과의 대화, 성찰의 시, 3) 사물의 영혼, 4) 예술과 사유, 5) 사회적 시선, 6) 해탈과 돌아감(순환), 기다림의 미학의 면면을 살펴보았다. 가벼운 것 같으나,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미학과 통찰력, 삶에 대한 사유와 철학이 깊게 녹아있는 「휘파람새」의 맑은 새소리가 독자들에게도 아름답게 전해지길 기원하며 글을 맺는다. 앞으로도 잔잔하고 고요하지만, 힘 있는 시를 빚어줄 것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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