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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죄의 여왕 애거사 크리스티 이야기 - 모든 미스터리는 그녀로부터 시작되었다

    • 루시 워즐리 저
    • 홍한별 역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01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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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품 규격 정보
    상품상세정보
    ISBN ISBN-13 : 9791171715657
    쪽수5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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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품구성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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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문/역사 > 교양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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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애거사 크리스티 사후 50년 기념 출간★★

    ★★《선데이 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 · 《가디언》 선정 올해의 책★★

     

    캐릭터와 배경, 대사와 ‘크리스티 트릭’까지

    애거사는 어떻게 추리소설의 재료를 만들었을까?

     

    태어난 순간부터 ‘범죄의 여왕’이 되기까지,

    애거사 크리스티와 그의 소설에 대한 거의 모든 것

     

    셰익스피어와 성경 다음으로 가장 많이 팔린 추리소설 작가, 애거사 크리스티. 이 책은 영국의 대영제국훈장을 받은 역사 커뮤니케이터이자 저명한 BBC 다큐 진행자 루시 워즐리가 그 거대한 이름의 출생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한 인간이자 작가로서의 삶을 가장 가까이에서 추적한 정밀한 기록이다. 애거사 본인은 물론, 그녀를 스쳐 지나간 친지와 두 남편, 그들의 가족들, 그녀가 사랑하고 두려워했던 집들, 그리고 첫 데뷔와 출판사·에이전트와 함께 쌓아 올린 성공까지. 생존 인물들의 인터뷰와 신문 기사, 크리스티 기록보관소, 내밀하게 주고받은 편지까지 끌어모아 애거사의 세계를 구성하는 인물과 장소를 하나의 거대한 사건 파일처럼 펼쳐 보인다.

    이 책의 묘미는 애거사가 어떻게 캐릭터를 빚고, 어떤 배경에서 트릭을 떠올리며, 어떤 순간에 살해 수법을 결정했는가를 마치 단서를 좇듯 추적한다는 점이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몰락을 겪으며 성인이 된 과정, 충동적으로 치른 첫 번째 결혼과 세상에 충격을 안긴 실종 사건, 이어지는 두 번째 결혼. 두 차례의 세계대전 동안 병원 약국에서 쌓은 독약 지식, 오리엔트 특급열차를 타고 이스탄불과 바그다드로 향하던 낯설고 위험한 여정까지. 그 모든 기억이 그녀의 작품 속 어디에, 어떤 대사로 스며들었는지를 시간의 순서대로 정밀하게 복원한다.

    이 책을 펼치는 순간, 애거사 크리스티의 광적인 팬일지라도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애거사’ 뒤편에 숨어 있던 다양한 얼굴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신분을 감춘 채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관찰하던 ‘일상의 탐험가’, 절망 끝에 남편을 ‘살인 용의자’로 만들어버린 실종 사건의 주인공, 조제실에서 독약을 다루며 살해 기법을 연구한 ‘전시 간호사’, 집을 숭배하듯 8채나 소유한 ‘부동산 광’, 14세 연하의 고고학자와 재혼해 발굴 현장을 누비던 ‘미시즈 맬로원’. 그리고 하와이에서 서핑을 즐기고, 자동차의 스피드를 사랑했으며, 자신의 정신 질환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준 새로운 학문 ‘심리학’에 매료된 “짜릿하고 눈부시게 현대적인 인물”. 우리가 알고 있거나 전혀 알지 못했던, 비밀스럽고 다층적인 애거사 크리스티의 진짜 모습이 비로소 드러난다.

    목차

    [목 차]

    저자의 말: 훤히 보이는 곳에 숨어 14

     

    1부 빅토리아 시대 소녀 1890년대

    1. 내가 태어난 집 23

    2. 집안의 광기 30

    3. 집 안의 그것 38

    4. 음울해진 애시필드 47

     

    2부 에드워드 시대 데뷰턴트 1900년대

    5. 남편감을 기다리며 57

    6. 최고의 빅토리아 시대 화장실 63

    7. 게지라 팰리스 호텔 67

    8. 그리고 아치볼드가 나타났다 75

     

    3부 전시 간호사 1914~1918년

    9. 토키 시청 병원에서 87

    10. 사랑과 죽음 99

    11. 회색 뇌세포의 탐정 109

    12. 무어랜드 호텔 118

     

    4부 똑똑한 젊은 작가 1920년대

    13. 런던에 입성하다 125

    14. 사랑스럽지만 알 수 없는 존재 132

    15. 저명한 출판업자의 초대장 138

    16. ‘스릴러’라고 부르는 것 148

     

    5부 행방불명 소동 1926년

    17. 서닝데일의 미스터리 163

    18. 스타일스 저택의 괴사건 173

    19. 미시즈 크리스티의 실종 185

    20. 해러게이트 하이드로패식 호텔 201

    21. 애거사가 등장하다 231

     

    6부 돈벌이 시기 1930년대

    22. 오리엔트 특급 열차를 타고 253

    23. 고고학자 맥스 맬로원 265

    24. 당신과 결혼할 것 같아 273

    25. 여덟 채의 집과 그린웨이 하우스 286

    26. 골든 에이지 304

     

    7부 전시 노동자 1940년대

    27. 포화 아래에서 317

    28. 딸은 딸이다 333

    29. 삶은 꽤 복잡하다 348

    30. 메리 웨스트매콧 지음 362

     

    8부 밀물을 타고 1950년대

    31. 크고 값비싼 꿈 375

    32. 그들은 바그다드로 갔다 384

    33. 전후의 크리스티 랜드 398

    34. 객석 두 번째 줄 412

    35. 사랑스러운 할머니 423

    9부 들뜨지 않던 시대 1960년대

    36. 크리스티 재산의 미스터리 433

    37. 기묘한 사람들 447

    38. 여성 탐정의 탄생 정의탐 탄생 460

    39. 떠나야 할 때를 아는 것 468

     

    10부 커튼 1970년대

    40. 윈터브룩 하우스에서 477

    41. 장례식을 마치고 492

     

    감사의 말 504

    옮긴이의 말 507

    참고 자료 511

    주 517

    찾아보기 561


    [본 문]

    내가 애거사 크리스티에 대한 책을 쓴다고 사람들에게 말했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은 1926년 애거사 크리스티가 ‘실종’되어 전국적으로 시신 수색이 벌어졌던 드라마틱한 11일의 진상이 뭐냐는 것이었다. 애거사가 남편에게 살인 누명을 씌우려고 잠적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게 사실인가?

    흔히 말하길 애거사는 이 악명 높은 사건에 대해 평생 입을 꾹 다물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 나는 애거사가 실제로 그 일을 두고 한 놀라울 정도로 많은 발언을 모아 짜 맞춰보았다. 애거사의 진술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른바 미스터리라고 불리던 것의 많은 부분이 해소된다고 생각한다.

    _17쪽 <저자의 말> 중에서

    어떤 집이나 어떤 사람이 친근하고 다정한 존재에서 순식간에 못되고 사악한 존재로 바뀔 수 있다는 생각은 애거사에게 너무나 익숙한 것이었고, 어린 시절에는 그런 생각이 총잡이(Gunman 또는 Gun Man)의 악몽으로 나타나곤 했다.

    총잡이는 매우 생생하고 무시무시한 상상 속 존재였다. 애거사는 자서전에서도, 또 자전적 소설 《두 번째 봄》(애거사와 아주 가까운 사람이 “아주 어렸을 때부터 중년에 접어들 때까지 애거사의 사적인 기억의 도막이 많이 들어가 있다”라고 묘사한 소설이다)에서도 총잡이를 묘사했다. 총잡이는 18세기 스타일의 코트를 입고 나타나기도 하고, 한쪽 팔이 없을 때도 있고, 평범한 날에 느닷없이 불쑥 어딘가에서 나타나곤 했다. 어떤 때에는 다른 사람의 몸을 빌리기도 했다.

    _43쪽 <3. 집안의 그것> 중에서

    레인은 이런 의견들과 애거사가 경험이 없다는 사실을 영리하게 이용해 상황을 자기에게 유리하게 끌고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레인은 애거사를 앉혀 놓고 결말을 다시 써야 한다고 말했고, 신인 작가를 시장에 내놓았을 때 자기가 벌 수 있는 돈이 얼마나 적은지 늘어놓았다.

    그렇지만 협상술까지 동원할 필요도 없었다. 애거사는 잔뜩 들떠 있었다. 레인이 서랍에서 계약서를 꺼냈으나 애거사는 꼼꼼히 읽어보지도 않았다. “이 사람이 내 책을 출판해준다고 하니 나는 그 어떤 것에라도 서명했을 것이다.”

    _139~140쪽 <15. 저명한 출판업자의 초대장>

    애거사는 혼란스럽고 괴로웠지만 살아 있었고 앞날에서 어떤 구원을 보았다. 애거사는 차에서 내렸다. 머리와 가슴을 부딪쳐 다친 채로 멍하게 추운 시골길을 걸었다. 애거사는 다시 태어났다. “지금 이 순간까지 나는 미시즈 크리스티였다.” 애거사는 이렇게 말한다 이제는 더 이상 미시즈 크리스티가 아니었다. 과거를 허물처럼 벗어냈다. 그래야만 애거사는 살 수 있었다. 차를 버렸다. 헤드라이트는 켜져 있고, 기어는 중립에 놓여 있고, 운전면허증도 코트도 소지품도 전부 차 안에 있었다. 애거사는 그냥 걸어 나왔다. 예전의 삶을 벗어 두고.

    이 행동이 애거사의 가족, 친구들, 경찰을 완전한 혼란에 빠뜨리고 만다.

    _196~197쪽 <19. 미시즈 크리스티 실종 사건>

    “이 모든 일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일어났다.” 애거사는 이렇게 설명한다. 맥스를 한 번이라도 남편감으로 생각해봤다면 “나는 마땅히 경계했을 것이다. 이렇게 편하고 행복한 관계로 쉽사리 빠져들지 않았을 것이다”. 그날 밤 그리고 그 뒤 몇 주 동안 애거사는 다시 갈등에 휩싸였다. “나는 관람석에 앉아 삶을 관망하는 차분하고 편안한 관객이었어.” 애거사가 맥스에게 쓴 편지다. 그러나 맥스는 애거사를 “삶과 감정으로 다시” 끌어당겼다. 이게 정말 자기가 원하는 일인지 확신이 가지 않았다.

    한편 맥스는 침실 방문을 두드린 순간부터 성공을 자신하고 있었다. “나는 알아.” 맥스가 답장했다. “당신은 관람석에만 있기에는 너무 생기가 넘쳐.” “당신은 사람을 무장해제시키는 악마야!!” 애거사는 인정했다. “그리고 나는 결국 당신과 결혼할 것 같아. 당신은 언제든 나를 조종할 수 있을 테니까!!!”

    _273쪽 <24. 당신과 결혼할 것 같아> 중에서

    애거사는 일단 노트에 메모를 했다. “느닷없이 플롯이 떠오른다. 길을 걷다가, 모자 가게를 유심히 들여다보다가 …… 멋진 아이디어를 노트에 끼적인다. 여기까지는 아주 좋다. 그런데 결국 그 노트를 잃어버리고 만다.” 애거사는 또 “욕조에 누워서 사과를 먹고 차를 마시고 주위에 종이와 연필을 늘어놓고” 플롯을 구상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흥미로운 노트가 오늘날에도 70권 이상 남아 있다. 저렴한 것부터 고급스러운 것까지 다양한 종류에 ‘미네르바’, ‘마블’, ‘메이페어’ 등 세련된 브랜드 이름이 붙어 있다. 그중 정말 오래된 것 한 권에는 “애거사 밀러 31 Mai 1907”이라고 써 있는가 하면, 어떤 것은 WH스미스 제품인데 표지가 PVC라서 “스펀지로 닦을 수 있다”는 자랑이 인쇄되어 있다.

    _406~407쪽 <33. 전후의 크리스티 랜드> 중에서

    미스 마플이 1930년 《목사관의 살인》으로 첫 장편 데뷔를 했을 때 도러시 L. 세이어스는 그 의미를 바로 간파했다. “정겨운 노친네들, 여성 탐정으로 유일하게 가능한 유형이죠. …… 당신의 최고 걸작이라고 생각해요.” 세이어스가 애거사에게 쓴 편지다.

    미스 마플이 몇 단계를 거쳐서 발전했으며 그 단계가 애거사에게는 격변과 고통스러운 성장의 시기였음은 이미 앞에서 살펴보았다. 미스 마플의 초기 원형은 빅토리아 시대 사람인 애거사의 이모–할머니다. 애거사는 미스 마플이 “우리 할머니의 일링 측근들 가운데 일부를 닮은 노부인”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미스 마플의 ‘전기’를 쓴 비평가 피터 키팅은 1920년대 애거사가 심리치료를 받은 후 그리고 힘들었던 전쟁 기간에 미스 마플이 소설 속에서 정신분석가 역할을 하기도 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그러나 전쟁이 끝난 후에는 애거사 본인처럼 미스 마플도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은둔한다. 그 대신 미스 마플은 사회의 변화를 논평한다.

    _461쪽 <38. 여성 탐정의 탄생> 중에서

    일흔아홉 살 때 애거사는 낸시 닐의 존재에 대해서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제 남편이 젊은 여자를 만났어요.” 인터뷰어에게 한 말이다. 심지어 자신이 ‘터리사 닐’이라는 인물을 발명한 것에 대해서도 에둘러 말하는 듯하다. “자신의 운명을 자기가 쓸 수는 없지요. 운명은 닥치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자신이 창조한 인물을 통해서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습니다.” 1926년의 자신의 행동에 대해 말한 것일 수도 있고 자신의 인생 철학을 밝힌 것일 수도 있다. 애거사 크리스티는 정말로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로 써 내려간 여성이었다.

    _478~479쪽 <40. 윈터브룩 하우스에서> 중에서

    출판사 서평



    평생 외부인이자 구경꾼으로 산 사람,

    영원히 ‘알 수 없는 여성(An Elusive Woman)’이

    되고자 했던 애거사의 진짜 얼굴

    《오리엔탈 특급 살인》, 《쥐덫》,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추리의 여왕’,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린 작가’, ‘트릭의 마술사’ 등 애거사 크리스티를 대표하는 작품이나 수식어는 정말 수없이 많다. 그러나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아느냐고 묻는다면, 아무리 오랜 팬이라도 고개를 갸웃거릴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애거사의 작품이 한국 독자들에게 최초로 소개된 1980년대는 그녀가 사망한 이후이기도 했고, 당시 이미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였으므로 그녀에 대해 차근차근 알아갈 기회도, 그럴 필요도 없었다. 그런데 이는 한국 독자들만의 사정이 아니라 애거사와 동시대를 살아갔던 그녀의 팬들도 마찬가지였다. 그것은 애거사 스스로가 자신에 대해 알려지지 않기를 늘 ‘원했기’ 때문이다.

    애거사 크리스티는 유명세를 평생 기피한 사람이었다. 최초의 미디어 셀러브리티였던 그녀는 직업을 써야 하는 공문서에는 언제나 ‘주부’라고 적었고, 누군가 이름을 물어보면 14세 연하의 두 번째 남편과 결혼하여 얻은 성인 ‘미시즈 맬로원’이라고 대답했다. 애거사가 수줍음이 많고 내성적인 탓도 있지만, 이 책의 저자는 그것이 다분히 의도적이며, 그녀가 추리소설의 여왕이 된 원천이라고 분석한다.

    애거사는 자신을 정의하려는 세상에서 멀찍이 떨어져 늘 외부인이자, 구경꾼으로 살아갔다. 눈에 뜨이지 않고 세상에서 한 발자국 물러서 있으면서, 삶과 사람들의 대화를 흡수해 자신의 소설 속에 녹여냈다. 대영제국훈장을 받은 역사학자이자 솜씨 좋은 역사 커뮤니케이터인 저자 루시 워즐리는 애거사가 애써 숨겨둔 삶의 흔적들을 그러모아 작품의 배경, 대화, 캐릭터들과 짝을 맞춘다. 이를 통해 우리는 명작품 속 배경과 캐릭터의 탄생 비화를 알게 된다. 예컨대 《오리엔트 특급 살인》은 애거사가 1931년 12월 니네베에서 돌아오는 길에 홍수로 기차가 이틀 동안 멈춰 섰던 일에서 영감을 얻었고, 작품 속 캐릭터인 드라고미로프 공작부인이나 안토니오 포스카렐리는 애거사가 여행 중에 만난 “일흔 살 정도에 얼굴은 추하지만 매우 매력적인 사람”과 “덩치가 크고 익살맞은 이탈리아인”을 작품 속 캐릭터로 둔갑시킨 것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짝을 맞추는 과정에서 우리는 더욱 흥미로운 상황을 맞닥뜨린다. 바로 소설 속에 녹여내기 전의 날것, 즉 애거사의 진짜 삶, 진짜 성격, 진짜 얼굴을 보는 일이다.

     

    50여년 간 끊임없이 솟아났던 ‘범죄적 창조력‘

    애거사만의 ‘크리스티 트릭‘을 탄생시킨 과정들

    제1차 세계대전 시절, 애거사가 약제사조합 보조원 시험 공부를 할 때 썼던 노트의 앞부분을 보면, “벨라도나에서 추출한 알칼로이드” “스코폴라민브롬화수소산” “(사리풀)에서 추출한 알칼로이드” 등 온갖 독극물의 목록이 튀어나온다. 애거사는 익히 알려진 것처럼 전시 간호사로도 일했지만, 병원 약국에서 약제사 훈련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이때 약을 다루는 일을 하면서 처음으로 ‘탐정 소설’을 쓰겠다는 생각을 떠올린다. 1921년 영국에서 출간된 데뷔작 《스타일스 저택의 괴사건》의 살해 방식이 독약이었던 것과 여자 약제사 ‘신시아’라는 등장인물은 이때의 경험을 담은 것으로, 이후에도 애거사가 쓴 탐정 소설 66권 가운데 무려 41권에 독극물을 이용한 살인, 살인미수, 자살이 등장한다. 이외에도 《스타일스 저택의 괴사건》에는 기념비적인 두 가지 요소가 더 담겨 있는데, 하나는 바로 벨기에 난민 출신의 우스꽝스러운 콧수염을 기른, 회색 뇌세포의 명탐정 캐릭터 ‘에르퀼 푸아로’이고 다른 하나는 애거사만의 독창적인 속임수인 ‘크리스티 트릭’이다.

    이 책의 부제가 ‘모든 미스터리는 그녀로부터 시작되었다’인 것처럼 아서 코난 도일과 도러시 L. 세이어스, 마저리 앨링엄, 나이오 마시 등이 활동한 영국 추리 소설의 골든 에이지에 애거사 크리스티는 자신만의 번뜩이는 트릭들을 끊임없이 생산해냈다. 《스타일스 저택의 괴사건》에는 대표적인 트릭인 “물건을 빤히 보이는 곳에 숨겨놓는” 트릭을 쓰고, 《침니스의 비밀》에는 사람의 외양을 묘사함으로써 “사람을 오해하게 만드는” 트릭을 쓴다.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에는 당시엔 논란을 일으킨 편법, “독자가 신뢰하는 누군가가 사소하지만 중요한 사실을 생략하는” 트릭을 씀으로써 명작을 탄생시켰다. 그 밖에도 너무도 유명한 “응접실의 폭로”와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다른 가족”, “숨겨진 커플”, “실제 범죄 사건 삽입”, “플롯 재활용”, “고정관념 이용” 등 50여년에 걸친 트릭의 창조는 크리스티 작품을 넘어 ‘추리 소설’이란 장르문학의 세계, 그것의 근간을 탄생시키는 데 일조했다.

    그럼 이 수많은 크리스티 트릭 중에서 단연 최고라고 꼽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독자마다 ‘최애’ 작품이 다르듯 이에도 생각이 다르겠지만, 그래도 결정적인 것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실제 삶으로 이뤄낸 트릭이 아닐까 싶다. 최전성기였던 1940년대에 써둔 《잠자는 살인》과《커튼》을 도저히 명작을 내리라 예상할 수 없었던 80대의 나이에 발표함으로써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한 것 말이다.

     

    자신의 이모-할머니를 닮은 미스 마플,

    푸아로의 집이 시리즈마다 바뀐 이유,

    이 책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작품의 TMI

    저자가 애거서 크리스티에 대한 책을 쓴다고 했을 때, 사람들이 첫 번째로 궁금해한 것은 1926년에 벌어진 ‘실종’ 사건의 진실이 대체 뭐냐는 것이었다. 우리에게는 생소할 수 있지만, 1926년 애거사는 자신에게 ‘크리스티’라는 필명을 선물해준 사람이자 첫 결혼의 배우자였던 아치볼드 크리스티가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자신을 떠나려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11일간 실종된다. 그리고 한 호텔에서 ‘해리성 둔주’ 즉 기억상실에 걸린 채 발견되어 영국 전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이 소동은 영화 〈나를 찾아줘〉처럼 부정한 남편을 살인 용의자로 만듦으로써 복수하기 위해 꾸민 애거사의 자작극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켰고, 이 꼬리표는 애거사가 살아 있는 동안만이 아니라 죽은 지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유명세에 달라붙어 있었다. 저자 루시 워즐리는 이 오해를 풀기 위해 약 100페이지를 할애해 이 사건의 단서를 추적한다. 애거사가 불길한 이름의 집인 ‘스타일스 저택’을 떠날 때 무슨 기종의 차를 탔는지, 그 겨울 밤 차 안에 두고 간 물건은 무엇인지, 런던으로 향하면서 당시에 탔던 기차 시간과 11일간 잠적해 있던 호텔, 그녀를 목격한 호텔 직원들의 목격담, 돌아온 이후 치료를 받았던 정신과 의사는 누구인지, 현존하는 모든 자료 속에서 찾아낸 단서들로 그해의 소동을 재구성함으로써 해묵은 오해를 풀어낸다.

    애거사의 오랜 팬들이 이 책에서 찾을 수 있는 진짜 재미는 바로 이런 것들이다. 미스 마플의 모티브를 자신의 이모-할머니에서 따왔다는 이야기, 푸와로의 집이 어느 때는 화이트헤이븐 맨션이었다가 화이트하우스 맨션으로 바뀐다는 것, 애거사가 반유대주의 문장을 계속 쓰는 바람에 담당 에이전트가 불쾌한 등장인물이 유대인일 경우, ‘유대인’이라는 단어를 아예 빼 버리라고 미국 출판사에 지시했다는 대목,《살인을 예고합니다》를 쓸 때 실제 이웃들을 초대하고 불을 껐다 켠 다음 어떤 것을 보았는지 묘사해보라고 실험했던 에피소드, 애거사가 실종됐을 당시 아서 코난 도일이 한 영매에게 애거사의 장갑 한 짝을 건네고 생사를 점치는 장면, 고고학자인 척하지만 실제로는 도둑인 인물을 등장시킨 《목사관의 살인》이 두 번째 남편인 맥스 맬로원에게 주는 결혼 선물이었다는 사실까지. 애거사의 삶과 작품에 얽힌 사소한 정보, 오해, 일화 들을 알게 됨으로써 이미 읽었거나 앞으로 읽을 작품들이 더욱 풍성해진다는 것.

    사후 50년을 기념할 만한 작품이란 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애거사의 팬이라면, 이 책을 읽고 애거사 크리스티를 더욱 사랑하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저자 소개
    저자 : 루시 워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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