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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인 만두(걷는사람 시인선 144)

    • 박태건 저
    • 걷는사람
    • 2025년 12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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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품 규격 정보
    상품상세정보
    ISBN ISBN-13 : 9791175010451
    쪽수108쪽
    크기기타 규격
    제품구성단행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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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걷는사람 시인선 144

    박태건 시집 『고려인 만두』 출간

     

    역사의 가장자리를 걷는 시

    이름 없이 살아온 사람들을 불러내는 슬픈 사랑 노래

     

    찬방에 이불속 만두처럼/웅크려 잠드는데

    온기 없는 이불만 납작하네/다른 만둣집이 생겼나?”

     

    시인 박태건의 두 번째 시집 『고려인 만두』가 출간되었다. 이번 시집은 첫 시집 『이름을 몰랐으면 한다』 이후 오랜 시간 축적된 삶과 기억, 그리고 가장 낮은 곳을 향한 시인의 시선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고려인 만두』는 개인의 체험을 넘어, 이름 없이 살아온 사람들, 역사 속에서 밀려난 존재들, 그리고 지금 여기에서 흔들리며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불러낸다. 시인은 군산과 익산, 전주와 광주, 유적지와 폐사지, 고려인 마을을 오가며 보이는 세계보이지 않는 세계를 넘나든다. 그 여정에서 시는 유목민처럼 경계를 걷고, 물방울처럼 타인의 삶 속으로 스며든다.

    이번 시집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박태건 시인의 이야기하는 시이다. 그의 시에는 밥상과 시장, 성당과 강, 산길과 마을이 등장하고, 그곳에는 늘 사람이 있다. 생선을 파는 어머니, 노동하는 아버지, 먼 나라에서 돌아온 삼촌, 시험을 앞둔 아이를 위해 기도하는 사내,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된 고려인들까지. 시인은 이들의 말 없는 삶을 대신해 조심스럽게 말을 건넨다. 과하지 않되 부족하지 않은 어조, 오래 숙성된 음식처럼 간이 맞은 문장은 독자에게 맛이 나는 시로 다가온다.

    『고려인 만두』는 또한 기도와 기다림의 시집이기도 하다. 시인은 신 앞에서, 역사 앞에서, 그리고 삶의 고통 앞에서 함부로 단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모른다는 사실을 끌어안으며, 슬픔 많은 사람들이 어둠 위에 세웠을 빛을 더 오래 바라본다. 그에게 흔들림은 절망이 아니라 살아 있음의 증거이며, 시는 그 흔들림을 견디게 하는 최소한의 윤리이자 위로다.

    지금 흔들리는 것은 살아 있기 때문”(「나바위 성당 팔각 창문 아래서」)이라는 시인의 문장은 이 시집을 관통하는 핵심적인 정조다. 『고려인 만두』는 세상을 바꾸겠다는 거창한 선언 대신, 삶의 가장 낮은 자리에서 건네는 조용한 연대의 손짓이다. 봄날에 슬픈 사랑 노래를 부르듯, 이 시집은 아프고 외로운 존재들에게 오래 남는 온기를 건넨다.

    나아가 이 시집은 사라져 가는 기억과 이름들을 다시 불러 세우며, 시가 여전히 우리 삶을 건너가는 하나의 길이 될 수 있음을 조용히 증명한다. 박태건의 시는 독자를 설득하기보다 곁에 앉아 오래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으로, 오늘의 세계를 조금 더 견딜 수 있게 만든다.

    목차

    [목 차]

    1부 근황

    남쪽

    귀신사

    꽃을 주세요

    오디의 계절

    8

    은단 씹는 남자

    코시코스의 우편마차

    고양이와 자자

    근황

    숲은 아무도 초대하지 않았네

    내비게이션을 꺼요

    붕따웃

     

    2부 희고 따숩고 보드라운

    고려인 만두

    고려인 마을

    우스또베

    고향 생각

    율리

    광활 일기

    바람제

    서울역 광장의 티무르 씨는

    고려인 학교

    거미줄

    당신을 잃게 된다면

    어쩌요

    1에서 0으로

     

    3부 육백 년 동안의 고독

    , 시집

    나이테 속에는 박새가 산다

    무렵

    달나라 청소부

    나바위 성당 팔각 창문 아래서

    흰빛

    나 죽으면

    미륵사지 당간지주 앞에서

    걸어가는 사람들

    문암송

    육백 년 동안의 고독

    돌탑을 쌓는 이유

    늘도가에는 늘 비가 오고

    낙랑

     

    4부 꽃이 있던 자리

    30 3

    회현

    원숭이를 잡는 법

    비의 혀

    연꽃 보러 가는 마음인데

    까치집

    , 병동 정원

    어머니의 빨간 다라이

    처서

    석남리 동백묘

    구이구산

    빈집

    고래

    자복

    장둑길

    수박의 꽃받침

    백아산 막걸리를 생각하는 밤

     

    발문

    봄날에는 슬픈 사랑 노래를 불러요

    —윤석정(시인)


    [본 문]

    도시에서 날아온 몇 가지 추문들로

    숲은 술렁였네

    침엽수들은 일제히 화살을 쏟아 내고

    활엽수 잎들은 몸을 뒤집네

    여린 풀잎일수록 바람에 비껴 서는 법을 배우지

    호기심 가득한 바람이 불면

    숲은 단호하게 도리질하네

    잘못 난 길을 지워 버리기라도 할 듯이

    ―「숲은 아무도 초대하지 않았네」 부분

     

    어떤 기억은 유적이 되고 어떤 울음은 닮는다 눈물로 수로를 내어 한 줌의 볍씨를 심는다 처음 보는 꽃에도 이름을 붙여 주는 휴일에는 광주 간다 나라도 집도 없는 사람들이 배회하는 거리 당신을 잃게 된다면 나는 헤엄쳐 사막을 건너야 하리 수메르 우크라 가나안 팔레스타인

     

    개미들이 제 몸보다 큰 것을 끌고 간다

    길은 정체 중이다

    나는 기억을 믿지 않는다

    ―「당신을 잃게 된다면」부분

     

    겨울 하늘을 나는 새 떼들

    얼음장처럼 깨진

    하늘을 기우는 저 바느질삯을

    어떻게 갚아야 하나

    긴 부리에 실을 꿰어

    시침질하는 고니의 흐린 눈을

    기우고 또 기워도 남은

    남루 같은 깃털을 잇는

    간절한 한기를 어떻게 해야 하나

    ―「나이테 속에는 박새가 산다」부분

     

    누가 바위의 몸을 열어

    씨를 넣어 두었나

    악양의 언덕에 서서

    하늘을 구부리고 있구나

     

    외로움에 사무쳐 구부러졌구나

    나무여

    어데서 갈라져 왔느냐

     

    달도

    강도

    그리운 것은

    언제나 혼자다

    그리운 만큼 휘어졌다

    그리움으로 깊은 그늘의 영토

     

    나도 가시가 많아 여기까지 왔다

    ―「문암송」 부분

     

    돌을 보면 지나치지 못하는 사람들은

    돌의 유전자를 가졌다 돌을 닮아

    돌처럼 산다

    손에 손을 얹듯

    돌 위에 마음을 얹는다

     

    돌 위에 돌

    돌 아래 돌

     

    옛사람들은 마음에 드는 이를 만나면

    문 앞에 돌을 놓는데

    그건 내가 어렸을 적 들은 이야기

    들판에 홀로 선 탑의 이야기

    ―「돌탑을 쌓는 이유」 부분

     

     

    살아갈 힘만큼

    흔들리는 봄날이다

     

    햇살 내려앉은 곳마다

    비린내 묻어오는

    흥건한 저녁이다

     

    파란 핏줄처럼 돋아 오는

    정맥의 봄날이다

    ―「봄, 병동 정원」 부분

     

    수박은 지구를 닮아 잘 굴러가도록 둥글어졌겠죠 보지 못했지만 자전과 공전을 한다는 것도 믿어요 수박의 까만 씨 속에는 우주의 어둠이 있다는 것도, 믿을게요 무심코 뱉어 낸 수박씨를 생각하면 혓바늘이 돋을 정도예요 엄마는 수박을 고를 때 밑을 보라고 하셨죠 꽃이 있던 자리 나머지 생을 지탱하던 꽃의 기억,

    ―「수박의 꽃받침」 부분

     

    추천사

    어떤 날은 버스비 대신 시집으로 차비를 내고, 천재일우로 시를 좋아하는 기사님이 입이 근질근질해져 가로수 아래 버스를 냅다 세워 둔 채, 어제의 날씨와 내일 만날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길 꿈꾸는 철없는 시인 박태건이 내 가슴에 도달했다. 그가 와서 속삭인다. “겨울 숲(「봄」), “말향고래처럼운다고!

     

    나는 할 수 없이 생각한다. 그런디, 말랭이에서 고래가 울면 어쩌야 쓰까!’ 거기가 어디라고 거기까지 왔디야? 오랜만에 나는 궁금해져 김제 만경 하고도 광활로 가서 일하기 싫어 여물 앞에서 대가리만 살래살래 젓고 안 먹(「광활 일기」)는 꾀 많은 소도 보러 가야겠다고 다짐한다.

    강형철 시인

    저자 소개
    저자 : 박태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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