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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양 (문예 세계문학선 129)

    • 다자이 오사무 저
    • 오유리 역
    • 문예출판사
    • 2025년 12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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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품 규격 정보
    상품상세정보
    ISBN ISBN-13 : 9788931026528
    쪽수200쪽
    크기기타 규격
    제품구성단행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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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혁명을 꿈꾸었던 적도 없고 사랑도 몰랐다.”

    패전 후 불안과 암울이 만연한 일본 사회를

    비추고 어루만진 다자이 오사무 최고의 인기작!

    다자이는 밝음과 어둠을 대립적으로 보지 않았다.

    그는 어둠 속에서 밝음을,

    밝음 속에서 어둠을 보는 눈을 지녔다.

    _가라타니 고진

     

     

    일본 문학의 대체 불가능한 작가 다자이 오사무. 그의 생전 가장 큰 인기를 누린 작품 《사양》은 2차 세계대전 직후 무너져가는 귀족 집안과 시대 의식을 그린 소설이다. 이 작품은 《인간 실격》에 앞서 1947년 문예지 《신초(新潮)》에 연재되었고 같은 해 출간되었다. 초판이 세상에 나오자마자 만여 부 이상 판매되며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았다. 심지어 몰락한 집안과 사람들을 일컫는 ‘사양족’이라는 신조어가 생겨 유행하는가 하면, 지금은 기념관이 된 다자이 오사무의 생가는 ‘사양관’이라 불렸다고 하니 당시 이 작품의 인기를 짐작할 만하다. 다자이는 일본의 패전 후 집안이 몰락하고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졌던 실제 경험을 이 소설 곳곳에 녹여냈다. 일본의 문예평론가이자 다자이 오사무 연구의 권위자인 오쿠노 다케오는 “《사양》은 사랑과 혁명에 사는 새로운 인간상과 새로운 삶의 방식을 모색한 작품”이라며 “다자이의 생생한 묘사와 천재적 필력은 독자들의 영혼을 완전히 사로잡는다”라고 상찬했다. 방황하는 청춘을 대표하는 작가 다자이 오사무. 그가 자기 경험을 반영해 인간 세상의 부조리를 향한 반감과 인간 존재의 본질에 관한 고뇌를 솔직하게 풀어낸 이 소설은 동시대 젊은이들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마음을 사로잡았다.

    목차

    [목 차]
      

    사양

     

    작품 해설

    다자이 오사무 연보


    [본 문]
      

    ■ 뱀 알 태우는 것을 보곤 어머니가 틀림없이 뭔가 불길한 예감을 했을 거라고 생각하니, 나도 갑자기 그런 짓을 한 게 영 꺼림칙해졌다. 이 일로 어머니께 어떤 나쁜 재앙이 내리는 건 아닐까 걱정됐다. 그런 불안은 다음 날도 또 그다음 날도 마음속에서 지워버릴 수 없었는데 오늘 아침 식당에서 곧은 사람은 일찍 죽는다는 둥,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입에 올렸다가 나중엔 다시 주워 담지도 못하고 결국 울어버리고 말았지만 아침 설거지를 하면서 문득, 뭔가 내 가슴속 깊은 곳에 어머니의 생명을 옥죄는 불길한 작은 뱀 한 마리가 들어앉아 있다는 생각이 들어 불안한 마음은 더욱 커졌다. (18쪽)

     

    ■ 석양이 어머니의 얼굴을 비춰 어머니의 눈이 검푸르게 빛나고, 두 눈 속에 희미한 분노의 빛이 스쳐 그 얼굴은 와락 달려들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워 보였다. 그리고…………아아, 어머니의 얼굴은 조금 전 그 쓸쓸하고 슬퍼 보였던 뱀과 닮았다. 그리고 내 가슴속에 있는 살무사처럼 꿈틀거리는 흉측한 뱀이, 이 슬픔에 사무쳐 차라리 아름다운 어미 뱀을 언젠가 잡아먹어버리지는 않을까, 왠지, 무엇 때문인지 그런 기분이 들었다.

    나는 어머니의 가냘프고 우아한 어깨에 손을 얹고 까닭 모를 몸서리를 쳤다. (20쪽)

     

    ■ 아아, 무엇 하나 남김없이 모두 털어놓고 싶다. 이 산장의 평온은 전부 꾸며진 허식에 불과하다고, 나는 남몰래 생각할 때도 있다. 이 시간이 우리 모녀가 신에게 부여받은 찰나의 휴식 기간이었다 하더라도, 이미 이 평화에는 뭔가 불길한 그림자가 밀물처럼 밀려드는 것 같아 불안해 견딜 수가 없다. (32쪽)

     

    ■ ‘사랑’이라는 글자를 쓴 다음부턴, 아무 말도 쓸 수 없게 됐다. (32쪽)

     

    ■ 어젯밤 일은 어젯밤 일로 끝이다. 더는 고민하지 말자, 생각하고 응접실 유리문 너머로 이즈의 아침 바다를 바라보며 한동안 어머니 뒤에 서 있자니, 나중엔 어머니의 고요한 숨소리와 내 숨소리가 하나가 됐다. (37쪽)

     

    ■ 생각해보면 그즈음이, 어머니와 나에게 마지막 행복의 불꽃이 반짝였던 때였고, 나오지가 남쪽 지방에서 돌아온 다음부터 우리의 지옥 같은 나날이 시작됐다. (58쪽)

     

    ■ 문장에 이르지 못하고 인간에 미치지 못하는 꼬락서니. 장난감 나팔 소리 높여 아뢸 말씀이 있습니다. 여기 일본 제일의 바보가 있습니다. 당신들은 아직 양반이오. 부디 건재하시길! 잔을 들며 기원하는 애정은, 이건 도대체 무슨 뜻이란 말인가. (70쪽)

     

    ■ 전쟁. 일본의 전쟁은 자포자기다.

    자포자기 선동에 휩쓸려 죽기는 싫다. 차라리 내 손으로 숨통을 죄는 게 낫지.

     

    인간은, 거짓말을 할 땐 언제나 진지한 표정을 짓게 마련이다.

    요즘 지도자들의, 그 비장함이라니. 푸!

     

    남에게 존경받으려 의식하지 않는 사람과 어울리고 싶다.

    하지만 그런 착한 사람들은 나와 놀아주지 않지. (73쪽)

     

    ■ 결국 자살하는 수밖에 다른 길이 없지 않나.

    이리 괴로워도 기껏 내 손으로 목숨을 끊으면 모든 것이 끝난다 생각하니 통곡으로 밤이 샌다. (73~74쪽)

     

    ■ 저는 항구에 꼼짝 않고 고여 있는, 숨 막힐 듯한 공기 속에서는 숨을 쉴 수 없어, 폭풍우가 몰아치더라도 닻을 올려 항구 밖으로 나가고 싶습니다. 머물러 있는 배는 예외 없이 더럽습니다. 저를 비웃는 사람들은 틀림없이 모두 정박해 있는 배입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저 떠 있는 배 말입니다. (104~105쪽)

     

    ■ 도대체 나는 그동안 뭘 하고 있었는지. 혁명을 꿈꾸었던 적도 없고 사랑도 몰랐다. 지금까지 이 세상 어른들은 혁명과 사랑, 이 두 가지를 가장 어리석고 흉측한 것이라고 우리에게 주입해, 전쟁 전이나 전시에나 우리는 배운 대로만 알고 있었는데 패전 후, 우리는 이 세상 어른들을 믿을 수 없게 되었다. 뭐든 그 사람들이 말하던 것과는 반대로 하는 것이 진정 살길이라 여기게 됐다. 혁명도 사랑도, 실은 이 세상에서 가장 좋고 맛있고, 그러니까 좋은 일이라서 어른들은 못된 심보로 우리에게 설익은 포도라 이르며 틀림없이 거짓말을 한 거라고 생각했다. (121쪽)

     

    ■ 나는 확신하고 싶다. 인간은 사랑과 혁명을 위해 살아왔다고. (122쪽)

     

    ■ 나는, 나란 잡초는 이 세상의 공기와 태양 빛 속에서 숨 쉬기가 힘들어. 살아가기엔 어딘가 모자란 구석이 있단 말이야. (163쪽)

     

    ■ 정직이라는 건 이런 느낌의 표정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난 순간 생각했어. 도덕 교과서에 나오는 그런 거창한 덕이 아니라, 정직이라는 말로 표현되는 본래의 덕은 이런 사랑스러운 게 아니었을까. (171쪽)

     

    ■ 마리아가 비록 남편의 자식이 아닌 아이를 낳았어도 마리아에게 빛나는 긍지가 있다면, 그들은 성모자(聖母子)가 되는 겁니다. 나는 낡은 도덕을 아무렇지 않게 무시하고 좋은 아이를 얻어 뿌듯합니다. (179쪽)

     

    ■ 혁명은 대체 어디서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적어도 우리 주위에는 낡은 도덕이 여전히, 구태의연하게 우리의 가는 길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바다 수면은 일렁이고 있어도 그 속의 바닷물은 혁명은커녕 미동도 없이 못 들은 척 잠든 척, 납작 엎드려 있습니다. (180쪽)

     

    ■ 하지만 우리는 낡은 도덕과 끝까지 싸워 태양처럼 살아갈 작정입니다. (181쪽)

    저자 소개
    저자 : 다자이 오사무 (Osamu Dazai / 太宰治)

    본명은 쓰시마 슈지(津島修治). 1909년 일본 아오모리 현 쓰가루에서 부유한 집안의 11남매 중 열째로 태어났다. 자신의 집안이 고리대금업으로 부자가 된 신흥 졸부라는 사실에 평생 동안 부끄러움을 느꼈던 그는 도쿄 제국 대학 불문과에 입학한 후 한동안 좌익 운동에 가담하기도 했다. 1930년 연인 다나베 시메코와 투신 자살을 기도했으나 홀로 살아남아 자살 방조죄 혐의를 받고 기소 유예 처분되었다. 1935년 맹장 수술을 받은 후 복막염에 걸린 그는 진통제로 사용하던 파비날에 중독된다. 같은 해에 소설 「역행」을 아쿠타가와 상에 응모하나 차석에 그친다. 이듬해 파비날 중독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에 입원하는데, 자신의 예상과 달리 정신 병원에 수용되어 크나큰 심적 충격을 받는다. 1945년 일본이 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한 후, 그의 작품은 정신적 공황 상태에 빠진 일본의 젊은이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게 되면서 ‘데카당스 문학’, ‘무뢰파 문학’의 대표 작가로 불리게 된다. 『인간 실격』은 이 시기에 발표된 작품으로, ‘퇴폐의 미’ 내지 ‘파멸의 미’를 기조로 하는 다자이 문학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1948년 연인 야마자키 도미에와 함께 다마 강 수원지에 투신해, 생애 다섯 번째 자살 기도에서 서른아홉 살의 나이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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